*아시아 스테이블코인 얼라이언스(Asia Stablecoin Alliance)는 포필러스의 강희창, 복진솔, 그리고 레이어제로 한국 알렉스림(임종규) 대표가 시작하여 아시아 전역에서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촉진하고, 명확한 규제 환경 구축과 견고한 기술 인프라 개발을 위한 리서치 및 교류 플랫폼으로써 출범하였다. (X Link, Substack Link)
최근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활용처에 대한 논의가 뜨거운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지급결제수단으로써의 활용을 눈여겨보고있다.
스테이블코인은 발행 자격, 예치금 운용 및 수익 분배, 결제 수수료 구조, 도산 대응책 등의 측면에서 카카오페이 머니, 네이버페이 머니와 같은 선불충전금과 그 성격이 매우 유사하다. 다만, 활용처 측면에서 스테이블코인은 기존에 파편화되어있던 플랫폼과 가맹점을 모두 통합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온체인에서의 활용까지 기대해볼 수 있다.
다만 스테이블코인 초기 시장에선 지급결제수단으로써 선불충전금에 비해 큰 이점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지원하는 온체인 서비스의 부족, 한국의 엄격한 외환법, 복잡한 사용자경험 등이 초기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것이다.
최근 한국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대한 논의가 뜨거운 가운데, 활용처에 대한 논의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스테이블코인 산업의 성장을 위해 이전에 나는 발행 못지 않은 활용처의 중요성을 주장한 바 있다.
사실 현재 스테이블코인 활용이 가장 활발한 곳은 CEX/DEX에서의 암호화폐 거래이지만, 많은 사람들은 스테이블코인의 다음 활용처로 지급결제를 눈여겨보고 있다. 이는 스테이블코인과 실생활이 가장 맞닿아있는 부분이며, 스테이블코인의 많은 특성들이 결제 시스템에 다양한 이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시장에서 지급결제로의 활용을 생각한다면 빼먹을 수 없는게 바로 간편결제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4년 간편결제 서비스의 하루 평균 이용 금액은 1조236억원으로, 2023년 대비 10%이상 증가했다. 이는 전체 지급결제 수단 중 35%를 차지하는 규모이며, 41%를 차지하는 신용카드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지 않는다.
선불충전금을 들여다보면 고객이 법정화폐를 예치하고, 이와 동일한 가치를 갖는 충전금을 얻어 실생활에 사용한다. 얼핏보면 이는 스테이블코인과 굉장히 유사해보인다. 과연 선불충전금과 스테이블코인, 어떤 차이가 있을까?
1.2.1 발행 자격
선불전자지급수단은 선불업자만 발행할 수 있으며, 선불업자가 되기 위해선 주요 요건을 만족한 상태로 금융위원회에 서류를 제출하여 심사를 받아야한다. 여기엔 전산 전문인력 확보, 재무건전성, 최소 자본금 요건 등의 기준이 있으며, 업종 1개 이상, 가맹점 2개 이상을 보유하고 있을 경우 등록이 필수적이다. 다만 발행잔액 30억 원 미만 또는 연간 총발행잔액 500억 원 미만인 경우 등록 의무가 면제된다. 한국에 대표적인 선불 서비스로는 카카오페이 머니, 네이버페이 머니, 토스머니, 페이코 포인트, 배민페이 잔액 등이 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경우 최근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이 발의한 디지털자산기본법에 따르면, 자본금 요건 10억 원 이상, 금융위원회의 사전 인가, 국내에 설립된 법인, 100% 이상의 준비금 보유, 도산절연 구조, 전문인력 확보 등의 요건이 포함된다. 특히 은행과 같은 금융기관에 한정되지 않고, 비은행권 핀테크 기업 등 민간 사업자도 발행 자격을 가질 수 있도록 되어있다. 아직 법안이 통과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누가 실제로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핀테크, 은행, 증권사, 게임사, 대기업 등 다양한 기업들이 최근 원화 스테이블코인과 관련된 상표권을 출원하며 관심을 보이고 있다.
1.2.2 예치금 운용 방식
선불업자는 선불충전금의 100% 이상을 별도 관리해야한다. 이는 선불업을 하는 기업의 자산과 구분되어 관리된다는 의미이다. 선불충전금은 엄연히 고객이 온전히 사용할 수 있어야하는 금액이기에 운용 손실을 방지하기위해 다음과 같은 안전 자산으로만 운용된다:
은행 예치: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보호되는 은행 계좌에 예치.
신탁: 은행또는 신탁회사에 예치금을 신탁하여 관리. 국채, 지방채 등 손실 위험이 낮은 자산으로 운용.
지급보증보험: 선불업자의 파산 시 이용자 환급을 보장하는 보험 가입.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현재 준비금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운용해야하는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나오지 않았다. 다만 미국의 GENIUS Act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은 발행량과 동일한 가치의 고유동성 자산으로 100% 이상 뒷받침되어있어야 하며, 달러 현금, 단기 국채, FDIC 보험이 적용되는 예금, 레포 및 역레포, MMF 등으로 구성될 수 있다.
1.2.3 운용 수익 분배
선불업자는 고객의 예치금 운용으로부터 나오는 이자수익을 얻을 수 있다. 실제로 카카오페이의 경우 2024년 기준 선불충전금이 5천 640억 정도인데, 신한은행에 이를 신탁하여 190억원의 이자를 받은 사실이 확인되었다. 보통 이러한 이자 수익금은 선불업자와 신탁회사가 나누어 갖게 된다. 이를 고객에게 지급하기 어려운 이유는 2019년 핀테크가 충전금의 일부를 이자나 포인트로 돌려주며 경쟁하자, 한국 금융 당국이 유사수신의 여지가 있다며 이를 제지했기 때문이다.
Source: Circle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또한 선불업자와 마찬가지로 스테이블코인 준비금을 운용하여 운용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예를 들어 USDC 발행사 서클의 경우 약 $63B 중 $53.7B를 블랙록이 운영하며, 단기채, 레포로 구성되어있다. 스테이블코인 또한 예치금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스테이블코인 보유자인 고객들에게 지급할 수 없도록했다. 이는 스테이블코인을 은행예금처럼 운영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다만 코인베이스의 경우 USDC 보유자에게 이자 수익을 제공하고, 페이팔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PYUSD 보유자에게 이자 수익을 제공하는데, 이는 발행사인 서클과 팍소스가 제공하는 것이 아닌, 플랫폼 제공자인 코인베이스와 페이팔이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허용된다.
1.2.4 활용처
선불충전금은 한국 내의 플랫폼에서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다. 네이버페이를 예로 들면 네이버에서 제공하는 쇼핑, 콘텐츠, 예약 서비스, 정기구독 등 다양한 서비스의 결제에 사용할 수 있으며, 네이버페이 머니에 연동되어있는 카드를 통해 전세계 비자 가맹점에서의 결제, 교통 카드 등으로도 사용 가능하며, 그 외에도 네이버가 아닌 다른 플랫폼에서의 결제에서도 지원이된다면 활용할 수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활용처 측면에서 더 잠재력이 뛰어나다고 할 수 있는데 이는 스테이블코인이 기본적으로 이더리움과 같은 중립적인 성격을 띄는 네트워크 위에 있는, 국경에 자유로운 돈이기 때문이다. 결제 측면에선는 크게 아래와 같은 세 가지 방식으로 활용되기 시작하고 있다:
비자, 마스터카드와 같은 카드 네트워크들이 블록체인 기능 등을 도입하여 스테이블코인 직불 카드, 스테이블코인으로의 정산 등을 지원한다.
페이팔과 같은 PSP가 결제 옵션으로 스테이블코인을 도입하여 페이팔 가맹점에서 결제를 할 수 있도록 한다.
쇼피파이의 사례와 같이 고객이 아예 웹3 지갑에 보유하고 있는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거의 직접적으로 가맹점과 결제할 수 있도록 한다.
스테이블코인은 선불충전금과 달리 한 플랫폼 내에 종속된 것이 아닌 다양한 플랫폼에서 쉽게 사용할 수 있고,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하게도 자유롭게 사용될 수 있다. 또한, 꼭 결제가 아니더라도 암호화폐 거래소, 온체인 디파이, 게임/소셜과 같은 다른 서비스에 쉽게 도입되어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1.2.5 결제 수수료 구조
한국에서 선불충전금을 통한 간편결제가 일어날 때 이는 카드 네트워크나 카드사를 거치지 않기 때문에 선불업자가 수수료를 전액 수취한다. 카카오페이의 경우 가맹점 규모에 따라 0.72~1.55%의 결제 수수료를 취하며, 네이버페이의 경우 0.87~2.13%의 결제 수수료를 취한다.
스테이블코인 결제의 경우 비자, 마스터카드 네트워크에서 지원하는 스테이블코인 결제는 기존 네트워크 인프라를 그대로 사용하면서 오히려 온/오프 램프 과정이 추가되며 추가적인 수수료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페이팔의 사례나 쇼피파이에서의 사례는 선불충전금과 마찬가지로 카드 네트워크, 카드사를 거치지 않는다. 다만 페이팔의 PYUSD나 쇼피파이의 USDC 결제도 기존 신용카드 결제와 거의 비슷한 수수료를 매긴다.
선불충전금, 스테이블코인 결제 둘 다 모두 카드 네트워크나 카드사를 우회하기 때문에 여기서 발생하는 수수료를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전세계적으로 이러한 결제구조라 해도 아직은 신용카드 결제와 비슷한 수수료를 받고 있다. 하지만 두 결제 수단 모두 미래에 가맹점에 대한 수수료율을 낮출 잠재력이 크다고 생각된다.
1.2.6 도산 대응책
선불업자는 고객이 충전한 금액 전액을 신탁, 예치, 지급보증보험 방식으로 외부 금융기관에 분리 보관한다. 만약 선불업자가 파산시 고객은 관리기관으로부터 최우선적으로 충전금을 환급받을 권리가 법적으로 인정된다.
스테이블코인의 경우 GENIUS Act를 살펴보면 마찬가지로 예치금 전액이 현금성 자산으로 분리 보관되며,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파산시 스테이블코인 보유자는 발행사가 보유한 준비금에 대해 모든 채권자보다 우선하다.
그렇다면 만약 한국에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도입될 경우 일반 사용자 측면에서 실제로 선불수단에 비해 큰 이점을 볼 수 있을까? 아쉽지만 초반에는 스테이블코인 기반 결제가 기존 선불충전금 결제에 비해 큰 이점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는 미국과 비교하여 한국이 갖는 특수성으로부터 기인한다.
최근 네이버페이과 업비트와 손을 잡고 스테이블코인 사업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나왔다. 이를 예시로 사용자 측면에서 한 번 생각해보자. 네이버페이는 은행 계좌, 카드 결제, 네이버페이 머니와 더불어 네이버 스테이블코인을 결제옵션으로 제공할 것이다. 사용자들은 네이버 스테이블코인을 충전하는 옵션으로 선불충전금과 마찬가지로 은행 계좌, 카드 결제 등으로 충전할 수 있을 것이며, 이에 더해 블록체인 온체인에서 입금하는 새로운 경로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사용자는 네이버페이 머니와 비슷한 사용자 경험으로 네이버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네이버가 제공하는 다양한 서비스에서 사용할 수 있으며, 네이버 스테이블코인을 지원하는 다른 플랫폼 및 다른 서비스에서도 이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업비트와의 협업으로 인해 네이버 스테이블코인을 업비트의 거래페어로 사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더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면 사용자는 네이버 스테이블코인을 온체인으로 전송해 다양한 디파이 서비스 및 글로벌 디앱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한 번 생각해보자. 과연 일반 사용자가 온체인 입출금 및 온체인 서비스들을 많이 사용할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로는 복잡한 암호화폐 입출금 과정으로 인한 사용자 경험 마찰 문제가 있다. 두 번째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지원하는 온체인 서비스가 많지 않을 것이기에 효용성이 떨어질 수 있다. 마지막으로는 한국의 엄격한 외환법에 부딪혀 온체인 입/출금을 위한 프로세스가 복잡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 진정한 모습의 스테이블코인 기반 결제가 구축된다면 그 모습은 최근 쇼피파이가 USDC 결제를 지원하는 모습과 굉장히 닮아있을 것이다. 즉, 사용자는 플랫폼 내에 보유하고 있는 스테이블코인을 통한 결제를하는 것 뿐만 아니라, 다양한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가지고 있는 웹3 지갑을 연결하여 네이버, 카카오, 토스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전부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경우 기존에 플랫폼마다 파편화되어있던 결제 서비스 및 가맹점을 스테이블코인이라는 거대한 플랫폼으로 묶을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더 나아가서 사용자는 웹3 지갑을 통해 다양한 온체인 서비스들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모습이 실현되기 위해선 웹3 지갑에 대한 국적을 분명히하고, 외환법에서 어떻게 처리할지 확실히 해야한다. 결국 한국의 외환법이 개선되고,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받는 온체인 서비스들이 많이 생기지 않는 이상, 한국 국내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선불충전금에 비해 사용자경험 측면에서 갖는 이점은 굉장히 제한적일 것이다.
한국의 선불충전금과 스테이블코인을 살펴보면, 발행, 예치금 운용, 결제 수수료, 도산 대응책 등의 측면에서 굉장히 유사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활용처 측면에서 스테이블코인은 선불충전금의 경계를 다른 플랫폼, 글로벌 서비스, 온체인으로 더욱 더 확장시킬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이는 사용자가 스테이블코인을 보유하고 있는 웹3 지갑을 통해 수 많은 플랫폼과 가맹점에 접근할 길을 열어주며, 가맹점 입장에선 지금보다 훨씬 더 넓은 전 세계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사업을 쉽게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미국을 중심으로 구시대적인 결제 시스템, 증권 시스템 등이 블록체인과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새로운 구조로 재편되려고하는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다. 비록 한국에서의 지급결제수단으로써 당장 스테이블코인이 선불충전금에 비해 갖는 이점이 많지 않더라도, 지금부터 준비하고 도입해야 나중에 글로벌 결제의 더 많은 부분이 온체인으로 넘어갈 때, 한국도 늦지 않고 이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