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스테이블코인 얼라이언스(Asia Stablecoin Alliance)는 포필러스의 강희창, 복진솔, 그리고 레이어제로 한국 알렉스림(임종규) 대표가 시작하여 아시아 전역에서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촉진하고, 명확한 규제 환경 구축과 견고한 기술 인프라 개발을 위한 리서치 및 교류 플랫폼으로써 출범하였다. (X Link, Substack Link)
최근 한국에선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 준비금 운용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글로벌적으로 거의 모든 스테이블코인의 경우 이더리움에 무조건 발행되지만, 한국 시장에서는 아직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왜 이더리움에 무조건 발행해야되는지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더리움은 다른 네트워크에 비해 압도적인 유동성, 검증된 시스템, 네트워크 효과, 높은 보안 규모, 뛰어난 탈중앙성 등의 장점을 가지고 있다. 물론 이더리움 외의 네트워크에도 네이티브 발행 지원을 할 수는 있으나, 초기 발행 지원은 무조건 이더리움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시작해야된다는 것이 나의 주장이다.
글로벌 스테이블코인들이 발행 네트워크를 지원하는 방식은 1) 단일 네트워크, 2) 네이티브 브릿지가 없는 멀티체인, 3) 네이티브 브릿지가 있는 멀티체인, 4) 정식 브릿지가 있는 멀티체인으로 나뉜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특수성을 생각하면,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이더리움 네트워크에 무조건 발행하되, 전략적으로 소수의 체인에 네이티브 발행 지원을 고려해볼 수 있고, 멀티 체인을 지원하게 된다면 꼭 크로스체인 솔루션을 도입해야할 것이다.
글로벌 독자의 경우 스테이블코인이 이더리움에 발행되는 것은 당연시 여길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시장 상황은 사뭇 다르다. 한국에선 최근 스테이블코인과 관련된 논의가 빠르게 진행되며, 기관/미디어/커뮤니티는 마치 ‘특정 네트워크만’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것과 같이 생각하는 경우도 흔하며, 이에 여론이 호도되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예로, 한국에서 특히 많이 언급되는 네트워크로는 카이아(Kaia)와 아발란체(Avalanche)가 있다.
카이아(Kaia), 아발란체(Avalanche), 솔라나(Solana) 등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다양한 네트워크로 유통되는 것은 바람직하며 해당 네트워크들에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는 것은 발행사의 자유이다. 다만 원활한 스테이블코인 사업을 위해서 한 가지 확실히 해야 할 것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때 무조건 이더리움을 제 1의 발행 지원 네트워크로 시작해야한다는 것이다.
이제 한국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은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안다. 다만, 한국의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메시지는 정부 주도하에 탑다운으로 내려오고 있을 뿐, 아직 원화 스테이블코인에만 국한된 세부적인 법 가이드라인이 나오지 않았다.
따라서 공공기관, 금융기관, 은행, 기업 등의 실무자들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누가, 어떻게, 어디에 발행하고, 어떻게 활용/관리해야되는지에 대한 청사진이 거의 백지 상태에 놓여있다. 이로 인해 현재 한국에선 발행 파이프라인 측면에서 발행자/준비자산/리스크 관리/발행 네트워크/활용 등에서 많은 논의들이 오가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네트워크”에 초점을 두어 살펴보고자 한다.
최근 한국 금융/블록체인 산업에선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어떤 네트워크에 발행해야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이더리움을 포함한 여러 네트워크가 언급되는 가운데, 특히 한국 커뮤니티에서 많이 언급되는 메인넷이 있으니 바로 카이아(Kaia)와 아발란체(Avalanche)이다. 이들이 왜 자주 언급되고 있는지 살펴보자.
1.2.1 카이아(Kaia)
Source: X (@seo_sangmin)
한국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고 있는 네트워크는 단연 카이아(Kaia)이다. 카이아의 서상민 의장(Chairman)은 최근 “카이아가 네이티브 USDT를 온보딩했듯이, 원화 스테이블코인도 발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는 메세지를 전달하며, 원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의지를 피력했다.
카이아는 기존의 클레이튼 네트워크와 핀시아 네트워크가 합병하여 새로 리브랜딩된 네트워크이다. 클레이튼은 과거 카카오의 블록체인 자회사 그라운드X에서 시작되었으며, 핀시아는 과거 라인의 계열사로부터 시작되었다. 이러한 역사 이외에도 포필러스의 김재원(Ponyo) 리서처는 아래와 같은 이유로 카이아를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네트워크로 채택할만한 근거를 제시했다.
- 신속한 규제 대응, 운영 효율성: 카이아는 카카오 계열(그라운드X)이 설계 단계부터 관여한 국내 L1이므로, 카카오 입장에서는 네트워크 변경·지갑 한도 설정·거래 정지·온체인 준비금 공개 같은 규제 대응 조치를 빠르게 실행할 수 있다. 이러한 ‘즉각적 조치 가능성’은 감독당국 관점에서 분명한 경쟁 우위로 작용한다.
- 국산 블록체인 활용에 따른 정책 레버리지: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국산 체인 위에서 운용한다는 사실은 금융 주권을 강조하는 정책·정무적 내러티브에 부합한다. 해외 L1 의존 논란을 최소화할 수 있어, 국회·금융위 등 정책 라인에서 우호적 평가를 얻을 가능성이 높다.
- USDT 온보딩: 2025년 5월 테더(USDT)가 카이아에 1억 USDT를 네이티브로 발행했고, Bitfinex·MEXC 등 주요 거래소들도 입출금을 지원했다. 이는 카이아가 대형 스테이블코인을 처리할 기본 인프라와 운영 역량을 확보했음을 시사한다.
- 메신저 기반 고객 확장 잠재력: 라인 넥스트는 합병 이후 카이아 미니댑을 라인 미니앱 포털에 온보딩했다. 향후 카카오톡에 카이아 지갑이 탑재될 경우,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카카오톡(국내 약 5,000만)과 라인(일·동남아 약 2억)을 연결하는 단일 온체인 네트워크에서 즉시 활용될 수 있다. 이러한 초기 사용자 기반은 해외 L1이 제공하기 어려운 차별화 요소다.
다만, 개인적인 의견으로 현재 카이아 재단은 아부다비에 설립되어있고 운영은 싱가포르 기반으로 되고있으며, 현재로써 카카오 및 라인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지 않기 때문에 “신속한 규제 대응, 운영 효율성” 및 “국산 블록체인 활용”이라는 것이 실질적으로 효용이 있을진 모르겠다. 다만, 카이아의 DNA 및 많은 수의 임직원들이 카카오, 라인으로부터 유래된 것을 생각하면 이러한 장점들을 부정하기 어렵기도하다.
이외에도 카이아의 전신인 클레이튼의 운영사이자 카카오의 자회사인 그라운드엑스는 과거 한국은행의 CBDC 시범사업에 참여하기도 했으며, 현재 카이아에 라인 넥스트, 카카오, 카카오 페이, 카카오 엔터테인먼트, 라인 제네시스 등 카카오 및 라인의 다양한 계열사들이 밸리데이터로 참여하고 있다는 점은 카이아가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네트워크로 채택될만한 근거가 된다.
1.2.2 아발란체(Avalanche)
아직 리테일 커뮤니티 상에서는 많이 언급되고 있진 않으나, 한국 블록체인/금융 업계 내에서는 아발란체에 대한 언급도 조금씩 나오고 있다. 아발란체가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대해 채택될만한 근거는 아래와 같다:
기관 협력 경험: 아발란체는 과거부터 싱가폴 MAS, 일본 SMBC 등 전 세계의 다양한 공공 및 금융 기관들과 블록체인 기술 지원 협력을 한 경험이 있다.
기관 맞춤형 프로덕트: 아발란체는 에버그린(Evergreen)과 같이 기업이나 금융기관이 자체 블록체인을 쉽게 구축할 수 있게 도와주는 솔루션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는 KYC/KYB 강제, 특정 국가로부터의 접근 차단, 밸리데이터 권한 설정 등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하여 프라이빗과 퍼블릭 네트워크의 중간에서 다양한 커스터마이징을 가능토록 한다.
스테이블코인이 기존 화폐에 비해 갖는 장점으로는 더 다양한 기능으로 더 다양한 국가에서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장점을 십분 살리기 위해서 스테이블코인이 다양한 네트워크에 유통되어 활용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다만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어디에 유통하는가?”와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처음에 배포할 때 어떤 네트워크에 해야하는가?”는 다른 문제이다. 즉, 누가될진 모르겠지만 앞으로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발행자 역할을 할 은행/핀테크/기업 등은 “자사에서 발행한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어떤 네트워크에 네이티브하게 지원해야하는가?”를 고민해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나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발행된다면 이더리움에는 무조건 발행을 해야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으며, 그 이외의 카이아, 아발란체, 솔라나 네트워크의 발행/유통에 대해선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의 자유라는 것을 주장하고 싶다.
2.2.1 테더 USDT
네이티브 발행 지원: 이더리움, 트론, 톤(TON), 솔라나, 앱토스, 아발란체, 카바(Kava), 셀로(Celo), 카이아, 볼타(Vaulta, 구 EOS), 리퀴드(Liquid), 폴카닷(Polkadot), 테조스
브릿지 솔루션: 레이어제로(LayerZero) 기반의 USDT0
스테이블코인 중 가장 높은 시가총액을 가지고 있는 USDT는 현재 13개의 네트워크에 USDT를 네이티브하게 발행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USDT는 레이어제로 기술을 기반으로한 USDT0을 통해 USDT가 네이티브하게 지원되지 않는 아비트럼, 베라체인, 유니체인, 옵티미즘, 세이(Sei), 잉크(Ink) 등과 같은 주요 네트워크들에서도 유동성 파편화 없이 마치 네이티브한 USDT 처럼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Source: USDT0 docs
USDT0은 레이어제로의 OFT 표준을 따르는 토큰으로, 아래와 같은 방식으로 작동한다:
USDT 잠금: 이더리움에서 타 체인에 USDT를 전송할 경우 이더리움 메인넷의 USDT는 스마트 컨트랙트에 잠금된다.
목적지 체인에 USDT0 민팅: 동일한 가치의 USDT0 토큰이 목적지 체인에 민팅되며, 이는 이더리움 메인넷 스마트 컨트랙트에 예치된 USDT를 반영한다.
크로스체인 브릿징: USDT0은 다른 네트워크에 자유롭게 브릿징될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한 체인에서 USDT0이 소각되고, 다른 체인에서 USDT0이 발행된다.
상환: USDT0은 이더리움 메인넷에 잠금되어있는 USDT의 잠금 해제를 통해 다시 USDT로 상환될 수 있다.
만약 이러한 USDT0 같은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USDT가 네이티브하게 지원하지 않는 네트워크에는 써드파티 브릿지 솔루션에 의해 브릿징된 다양한 종류의 토큰들이 존재하여 유동성 파편화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USDT가 체인 A를 네이티브하게 지원하고, 체인 B를 네이티브하게 지원하지 않는다고 가정하고, 시장에는 X, Y, Z라는 브릿징 솔루션이 있다고 가정했을 때, 체인 B에는 USDT의 유동성이 X-wrapped USDT, Y-wrapped USDT, Z-wrapped USDT 총 세 가지로 파편화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최악의 사용자 경험을 낳는 결과이며, 이를 막기 위해선 레이어제로 OFT 기반의 USDT0과 같은 서비스가 필요하다.
브릿징 검증의 경우 레이어제로 DVN 네트워크에 의해 진행되며, USDT0의 DVN 검증자로는 USDT0과 레이어제로가 참여한다.
2.2.2 서클 USDC
네이티브 발행 지원: 이더리움, 베이스, 솔라나, 아비트럼, 앱토스, 알고랜드, 아발란체, 셀로, 코덱스, 헤데라, 리네아(Linea), 니어, 노블, 옵티미즘, 폴카닷, 폴리곤 PoS, 소닉, 스텔라, 수이, 유니체인, 월드체인, XRPL, 지케이싱크(zkSync)
브릿지 솔루션: 서클 자체 솔루션 CCTP
스테이블코인 중 두 번째 큰 규모를 자랑하는 USDC는 총 23개의 네트워크에 네이티브한 발행을 지원한다. 서클은 자체 브릿지 솔루션인 CCTP를 활용하여 USDC의 심리스한 브릿징을 지원하고 있다. CCTP가 작동하는 방식은 아래와 같다 (체인 A에서 B로 USDC를 전송한다고 가정하자):
소각: 사용자가 보유하고 있는 USDC가 체인 A에서 소각된다.
검증 (attestastion): 서클의 검증 서비스(attestation service)는 소각 이벤트를 관찰한다음에, 체인 B에 서명된 검증을 전송한다.
발행: 체인 B는 서클로부터 서명된 검증을 받은 후, 사용자에게 동일한 가치의 USDC를 발행해준다.
CCTP도 OFT와 마찬가지로 소각-발행의 메커니즘을 따르기 때문에, 체인 내에서 유동성 파편화를 방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소각 검증의 경우 서클이 자체적으로 진행한다.
2.2.3 페이팔 PYUSD
네이티브 발행 지원: 이더리움, 솔라나
브릿지 솔루션: 레이어제로 OFT
PYUSD는 페이팔이 팍소스와 함께 발행했으며, 페이팔 앱 내에 도입되어있다는 것이 스테이블코인 유통 측면에서 가장 큰 장점이다. PYUSD는 이더리움, 솔라나 단 두 개의 네트워크에만 지원되며 이 둘 사이의 브릿징은 레이어제로 OFT를 통해 이루어진다. 브릿징의 검증에는 팍소스, 구글 클라우드, 레이어제로가 DVN 검증인으로 참여한다.
2.2.4 그 외
FDUSD: FDUSD는 홍콩의 FD121에서 발행하며, 현재 이더리움, 수이, 솔라나, BNB, 아비트럼을 네이티브하게 지원한다. 별도의 크로스체인 솔루션은 지원되지 않으며, 대신 바이낸스와 같은 유동성이 풍부한 CEX의 입출금이 간접적으로 브릿지의 역할을 일부 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
RLUSD: RLUSD는 리플랩스의 자회사에서 발행되며, 이더리움과 XRPL에 네이티브하게 발행된다. 별도의 크로스체인 솔루션은 지원되지 않는다.
USDG: USDG는 싱가포르 소재의 팍소스(Paxos) 자회사가 발행하며, 현재 이더리움 및 솔라나 네트워크를 네이티브하게 지원한다. 별도의 크로스체인 솔루션은 지원되지 않는다.
EURC: EURC는 서클(Circle)이 발행하는 유로 스테이블코인으로, 이더리움, 베이스, 아발란체, 솔라나, 스텔라 네트워크를 네이티브하게 지원한다. 크로스체인 솔루션으로는 서클의 CCTP를 사용한다.
EURCV: EURCV는 프랑스의 Societe Generale 은행 산하의 SG-Forge가 발행하는 유로 스테이블코인으로, 초기에 이더리움 네트워크에 발행되었으며, 추후에 솔라나 및 XRPL을 지원할 계획이 있다.
USD1: USD1은 트럼프의 가족 일원들이 관여하고 있는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에서 발행하며, 초기에 이더리움 네트워크와 BNB 네트워크를 네이티브하게 지원했으며, 추후에 트론 네트워크를 지원할 예정이다. 크로스체인 솔루션으로는 체인링크 CCIP를 사용한다.
Disclaimer: 서론에서 언급했듯이 최근 원화 스테이블코인과 관련되어 한국에서 주로 언급되는 블록체인이 카이아와 아발란체이기 때문에, 아래의 특성들에서 언급되어 비교될 예정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자면 본 글의 주장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카이아, 아발란체 등의 네트워크에서 발행/유통이 되면 안된다를 주장하는 것이 아닌,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는 기업들은 이더리움을 무조건 제 1의 발행 네트워크로 삼아야되며, 그 이후의 발행/유통은 카이아, 아발란체 등의 네트워크에 해도 상관없다는 것을 주장하는 것이다.
모든 주요 스테이블코인들은 대부분 이더리움을 시작으로 발행을 지원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은 우연일까? 나는 이것이 결코 우연이 아니며,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발행된다면 무조건 초기 발행 지원 네트워크는 이더리움을 중심으로 시작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싶다. 이더리움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을 시작할 최적의 네트워크인 이유는 아래와 같다.
Source: DefiLlama
모든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통해서 이더리움은 단연코 압도적인 유동성을 보유하고 있다. 이더리움의 디파이 프로토콜에 예치된 TVL은 ~$61B 정도이며, 스테이블코인은 무려 $126B가 네트워크에 존재한다. 이는 두 번째로 큰 생태계를 가지고 있는 솔라나와 비교해서도 디파이 TVL은 약 8배, 스테이블코인 TVL은 약 13배 큰 수치이다.
참고로 카이아의 디파이 TVL은 ~$35M, 스테이블코인 TVL은 ~$106M으로 이더리움이 각각 ~1740배, ~1180배의 규모를 가지고 있으며, 아발란체의 디파이 TVL은 ~$1.45B, 스테이블코인 TVL은 ~1.5B로 이더리움이 각각 ~42배, ~84배의 규모를 가지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발행에서 끝이 아니라 활용이 핵심이다. 이더리움은 압도적인 유동성을 기반으로 타 생태계의 추종을 불허하는 다양한 인프라, 어플리케이션 생태계가 형성되어있으며, 이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이더리움을 중심으로 시작해야하는 강력한 이유 중 하나이다.
이더리움 네트워크는 출시 이래로 단 한 번도 체인이 완전히 중단된 사례가 없다. 과거에 Geth 클라이언트가 DoS 공격으로 다운된거나, Nethermind 클라이언트에 버그가 발생하는 문제는 생겼으나, 다행히도 이더리움의 밸리데이터들은 다양한 종류의 클라이언트를 사용하기 때문에 체인 전체에 문제가 생긴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반면 카이아의 경우 2020년 및 2021년 블록 생성이 장시간 중단된적이 있으며, 아발란체의 경우 2023년, 2024년, 2025년 모두 한 번씩은 블록 생성이 수 시간동안 중단되는 버그가 발생하였다. 카이아와 아발란체 뿐만 아니라, 솔라나, 앱토스, 폴리곤 PoS, 수이, 트론 등 이더리움을 제외한 모든 네트워크들은 과거 체인이 멈춘 경험을 가지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기본적으로 돈을 다루는 프로덕트인 만큼, 체인의 안정성은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이더리움은 암호화폐 측면에서 풍부한 유동성뿐만 아니라, 스테이블코인 측면에서 모든 주요 스테이블코인들이 다 발행되어있다. 이뿐만 아니라 블랙록, 반에크, 프랭클린 템플턴 등 주요 기관들이 토큰화된 펀드를 이더리움에 온보딩하기도 했다. 이러한 거대한 네트워크 효과는 앞으로도 계속 전세계에 걸쳐있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및 기관들이 스테이블코인 및 RWA 토큰을 발행할 유인을 만들고 이는 다시 네트워크 효과를 만드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할 것이다.
이더리움은 세상에서 가장 경제적 보안 수준이 높은 스마트 컨트랙트 네트워크이다. 25년 6월 27일 기준으로 암호학적 경제 보안(crypto-economic security) 규모를 나열하면 이더리움은 $85B 수준이며, 솔라나, 아발란체, 카이아는 각각 $55B, $3.9B, $0.44B 수준이다. 암호학적 경제 보안 규모가 가장 큰 이더리움은 거대한 스테이블코인의 유동성을 안전하게 뒷받침할 수 있는 네트워크로 최적의 선택지이다.
이더리움은 토큰 보유자 분포, 재단 운영, 밸리데이터의 수와 분포, 거버넌스, 이해관계자의 역학관계 등의 측면에서 스마트 컨트랙트 네트워크 중 가장 탈중앙화된 네트워크이다. 이는 대의 명분 측면에서도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강한 유인이되지만, 실질적으로도 다른 네트워크와 같이 다소 중앙화된 운영의 리스크가 없다는 점에 있어서 탈중앙성은 굉장히 큰 효용을 준다.
해외 스테이블코인 사례를 보았을 때 발행 네트워크 측면에서 총 네가지로 카테고리화 할 수 있다.
단일 네트워크 (Single Network): 하나의 네트워크에만 스테이블코인이 발행된다. 관리가 쉬우나, 생태계 확장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EURCV가 그 예시이다.
네이티브 브릿지가 없는 멀티체인 (Multichain w/o Native Bridge): 여러 네트워크에 네이티브한 발행이 지원되어 1번에 비해 생태계 확장이 용이하나, 여전히 브릿징이 지원되지 않기 때문에 서드파티 브릿지로 인한 유동성 파편화의 우려가 있다. FDUSD, RLUSD, USDG가 그 예시이다.
네이티브 브릿지가 있는 멀티체인 (Multichain w/ Native Bridge): 여러 네트워크에서 네이티브한 발행이 지원되면서도 CCTP, CCIP, OFT 등의 네이티브 브릿지가 지원된다. 생태계 확장에도 용이하며, 모든 스테이블코인이 완전히 네이티브하게 지원되지만, 발행사에서 지원하지 않는 네트워크의 경우 서드파티 브릿지로 인한 유동성 파편화의 우려가 있다. USDC, PYUSD, EURC, USD1이 그 예시이다.
정식 브릿지가 있는 멀티체인 (Multichain w/ Canonical Bridge): 여러 네트워크에서 네이티브하게 발행되지만, 추가적으로 소각-발행 메커니즘의 공식 브릿지를 두어 다양한 다른 네트워크에서도 유동성 파편화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 생태계 확장 측면에서 가장 효과적이지만, 네이티브 스테이블코인과 공식 브릿지에서 지원하는 스테이블코인 두 종류가 존재하여 사용자 입장에서 혼동을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참고로 하나의 네트워크에선 두 종류 중 하나의 스테이블코인만 취급하기에 실제 사용에는 큰 문제가 없다. USDT가 그 예시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내용들을 바탕으로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어떻게 발행하면 좋을지 제안하고자 한다.
4.2.1 이더리움에는 무조건 발행하라
유동성, 안정성, 보안성, 탈중앙성, 활발한 생태계 등 이더리움은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기에 적합한 특성을 전부 가지고 있는 유일한 네트워크이다. 스테이블코인 사업을 하는 발행사 입장에서 굳이 이더리움 네트워크를 거르고 다른 네트워크에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이유는 전혀 없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처음 발행할 때 몇 개의 네트워크를 네이티브하게 지원할지는 몰라도, 무조건 이더리움은 포함시켜야할 것이다.
4.2.2 전략적으로 네이티브 발행 지원 네트워크를 선택하라
대부분의 스테이블코인들을 보면 여러 네트워크를 지원한다고 하여도 소수의 네트워크에 모여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테더는 $156.8B 중 $80B가 트론에, $73B가 이더리움 네트워크에 존재하며, USDC는 $59B 중 $41B가 이더리움에, $6.8B가 솔라나에 몰려있다. 이는 다수의 네트워크의 네이티브 발행을 지원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는 것을 암시한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통화의 특성상 달러 스테이블코인에 비해 달리 글로벌 온체인 생태계에서 활발하게 사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이더리움 외의 다른 네트워크에서의 네이티브 발행을 추가 지원할 때, 많은 수의 네트워크를 지원하면 오히려 유동성이 파편화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발행사는 자사의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사업과 전략적으로 잘 어울릴 수 있는 소수의 네트워크를 전략적으로 잘 선정해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카이아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유통에서 어느정도 전략적인 이점을 가져갈 수 있다. 비록 카이아는 현재 카카오/네이버/라인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으나, 과거의 관계 및 간접적인 연관이 있으며, 한국인 임직원의 비율이 높고, 타 네트워크에 비해 한국인 사용자가 많다. 다만 네트워크의 유동성과 암호학적 경제 보안 수준이 낮다는 것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규모 확장에 있어 제약으로 작용할 수 있다. 만약 카카오페이나 카카오뱅크와 같은 계열사가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하게 된다면 카이아가 고려될 수 있는 여지는 있을 것이다.
아발란체의 경우는 사정이 약간 다른게, 두 가지 케이스로 나누어서 보아야 한다.
아발란체 C-체인: 아발란체 C-체인은 퍼블릭 네트워크로, 나름 높은 유동성과 보안 수준을 가지고 있으나,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이더리움 외에 굳이 다른 네트워크를 추가 지원한다면 솔라나, 베이스와 같은 네트워크들과 비교하여 그 우선순위가 낮다. 솔라나, 베이스가 아발란체 C-체인에 비해 더 높은 유동성, 보안 수준, 그리고 많은 사용자와 활발한 생태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발란체 서브넷: 기관용 커스텀 프로덕트인 아발란체 서브넷에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도입된다면 검증인을 발행사가 정하고, 체인에 디폴트로 KYC/KYB 기능을 도입하는 등 퍼블릭과 프라이빗 블록체인의 중간 성격을 가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될 경우 발행사의 규제 준수, 엄격한 운영에 대한 의지가 들어간 것이기에 이더리움, 솔라나, 베이스, 카이아 등과 같은 퍼블릭 네트워크에서의 원화 스테이블코인과 양립하기 어렵다. 따라서 아발란체 서브넷을 도입한다면 이 하나의 네트워크에만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는 규제 준수 측면에서는 탁월할 수 있으나, 생태계 확장성 측면에서 좋지 않은 선택이 될 수 있다.
만약 발행사가 해외 자본의 유입을 기대한다면 대부분의 유저 기반이 해외에 있고, 유동성과 생태계가 잘 구축되어있는 솔라나, 베이스와 같은 네트워크가 이더리움에 이어 좋은 두 번째 선택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4.2.3 크로스체인 솔루션을 도입하라
성공적인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라면 이더리움과 소수의 퍼블릭 네트워크에 발행을 네이티브하게 지원하고 있을 것이다. 이 사이에 크로스체인 브릿지가 없다면 사용자들 및 스테이블코인을 사용하는 플랫폼/핀테크 기업들은 유동성 관리에 굉장히 애먹을 수 있다. 왜냐하면 체인 A에서 체인 B로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옮기고 싶을 때, 직접 발행사에 상환 - 발행과정을 번거롭게 거쳐야하거나, 혹은 서드파티 브릿지에 의존하여 리스크 및 유동성 파편화가 가중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원활한 유동성 관리를 위해서 발행사는 위에서 살펴본 스테이블코인 발행 지원 네트워크 프레임워크에서 3번이나 4번과 같이 소각-발행 메커니즘을 기반으로하는 크로스체인 브릿지 솔루션을 제공해야한다. 서클의 경우 규모가 크기에 자체적인 CCTP라는 솔루션을 통해 브릿지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의 경우 이를 구축하는 것이 비효율적일 수 있기 때문에 레이어제로의 OFT나 체인링크의 CCIP 솔루션을 도입하여 손쉽게 유동성을 관리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성공적인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기 위해선 왜 꼭 이더리움 네트워크에 발행을 해야하는지 살펴보았다. 사실 스테이블코인 생태계에 오랫동안 노출이 있었던 기획자/개발자/투자자라면 “스테이블코인이라면 당연히 이더리움 네트워크에 발행해야하는 것 아니야?”라고 당연하게 생각했겠지만, 한국 시장은 최근에 들어서야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었기에, 이에 대한 글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작성하게 되었다.
하지만 한국에서 이더리움과 같은 퍼블릭 네트워크를 선뜻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기반 네트워크로 선택하기 어려운 이유는 한가지가 또 있는데 바로 한국이라는 나라와 원화라는 통화의 특수성 때문이다. 한국은 기본적으로 대외수출 의존도가 굉장히 높은 국가이다. 이는 필연적으로 외환의 자금 흐름 및 환율 모니터링을 엄격하게 요구하며, 한국은 과거 IMF 사태로 외화보유고가 고갈난적도 있기 때문에, 굉장히 엄격한 외환법을 유지하고 있다.
외환법 특성상 개인이나 기업의 일정 규모 이상의 해외 송금/수취, 외화 차입, 외화 환전 등의 활동이 엄격하게 통보/신고되기 때문에,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도입되어 자유롭게 국경을 넘나든다면 한국은행, 국세청, 관세청, 금감원 입장에서 큰 골칫거리로 작용할 수 있다.
혹자는 이를 두고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이더리움, 솔라나와 같은 퍼블릭 네트워크가 아니라 완전한 프라이빗 네트워크 혹은 아발란체 서브넷과 같은 규제 준수에 용이한 네트워크에 발행해야되는 것 아니냐라고도 주장한다. 이는 한국의 특수성에 입각하면 일리가 있는 주장이다.
다만, 여기서 우리는 왜 스테이블코인을 도입하는지 다시 생각해보아야한다. 한국은 금융선진국이다. 이미 기존의 은행망, 결제망, 다양한 핀테크 서비스 등으로 인해 국민들은 아무런 어려움 없이 다양한 경제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 블록체인과 스테이블코인은 이에 더해 글로벌 접근성, 중개 수수료 감소의 발전을 가져올뿐만 아니라, 기존의 증권시장, 결제/송금망을 아예 혁신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만약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프라이빗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발행된다면 사실상 기존의 금융 시스템에 비교하여 큰 이점을 가져오지 못할 것이다. 또한 글로벌 정합성 측면에서도 고려해본다면, 한국이 빠르게 발전하는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 소외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이외에도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특수성으로 인해 여러가지 정책적 진입장벽들이 존재하는데, 이에 대해선 다음 글에서 다루도록 하겠다.
Source: Shinsegae Group
최근 한국에서 발의된 암호화폐와 관련된 기본 법안을 살펴보면, 스테이블코인은 은행 혹은 비은행기관, 기업들이 발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어떤 네트워크에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지원할지는 전적으로 발행사의 자유라는 것이다. 즉, 어떤 발행사는 카이아만 선택할 수 있고, 어떤 발행사는 아발란체만 선택할 수 있으며, 어떤 발행사는 이더리움과 다른 소수의 네트워크를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한 가지를 강조하자면, 스테이블코인 발행 지원을 어떤 네트워크에 할지 선택하는 것은, 마치 당신의 제품을 어떤 마트에 유통할지를 결정하는 것과 같다. 가장 안전하면서도, 압도적인 자금과 고객을 보유하고 있으며, 모든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선택한 이더리움 마트, 당신도 당연하게 이를 유통 채널로 고려해봐야하지 않을까?
Source: Coinmarketcap
지금 시장은 주객이 전도됐다. 물론 트레이딩을 하는 사람들이야, 어떤 주식이, 또는 토큰이 원화 스테이블 코인 발행의 최대 수혜를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 고민하고 매매해야 한다. 그것이 그들의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빌더들과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좀 달라야 한다. 도대체 왜 갑자기 원화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열풍이 불기 시작했는지, 그리고 원화 스테이블 코인의 도입이 어떠한 실질적 사례들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원화 스테이블 코인이 정말로 쓰임받으려면 어떠한 전략들을 구사해야 하는지 등을 논의하고, 이에 따라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전략도 수립해야 한다. 원화 스테이블 코인은 단순히 내러티브로 소비되기엔 정말 가능성이 많은 프로덕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원화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논쟁들을 보다 보면, 꽤 많은 사람들이 당연한 것을 당연하지 않다고 느끼는 경우도 많다고 느낀다. 바로 이더리움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가 어떤 체인을 더 선호하던, 스테이블 코인 발행을 논할 때 이더리움을 빼고서는 이야기할 수 없다. 여태까지 웬만한 모든 스테이블 코인들은 이더리움에서 먼저 발행되었거나, 추후에 발행되더라도 여러 가지 이유들로 인해 이더리움에 발행한 케이스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이더리움은 스테이블 코인들의 선택을 받고 있을까? 체인의 보안이나 탈중앙성에 대한 이야기는 다른 분들도 충분히 해주시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필자는 좀 더 전략적인 이유를 들어보겠다.
우선 이더리움은 현재 가장 많은 유동성을 보유하고 있는 체인이다. 디파이 TVL 측면에서도, 스테이블 코인의 총량 측면에서도 이더리움은 단언컨대 현존하는 블록체인들 중에서 가장 거대한 규모의 시장을 가지고 있다. 적어도 온체인에서 스테이블 코인의 사용을 논하려고 한다면, 유니스왑(Uniswap), 아베(Aave), 몰포(Morpho), 스파크(메이커다오 Spark), 커브(Curve), 컴파운드(Compound) 등이 다 같이 배포되어 있고, 이들이 가장 많이 사용되는 이더리움을 빼놓고 이야기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프로덕트를 만들 때, 해당 프로덕트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시장을 건너뛰고 다른 시장을 타겟팅하는 것은 정말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옳은 선택이 아니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이더리움은 가장 많은 체인들이 연결되어 있는 레이어1 체인이기도 하다. 필요하다면 전략적으로 큰 공수를 들이지 않고 멀티체인으로 확장이 가능하다. 특히 체인 TVL 기준으로 6위와 7위에 랭크되어 있는 베이스(Base)나 아비트럼(Arbitrum)의 경우, 이더리움의 레이어2 체인이기 때문에 이더리움에서 다른 체인으로 넘어가는 것보다 훨씬 더 쉽고 안전하게 자산을 옮길 수도 있다.
세 번째로는, 이더리움이 비트코인 다음으로 가장 가치중립적인 체인이기 때문이라는 점이다. 지금 원화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할 만한 체인으로 언급되는 체인들의 특징은, 전부 이더리움보다 훨씬 더 가시적인 이해당사자들이 있다는 점이다. 원화 스테이블 코인이 이더리움을 제외한 다른 체인들에 배포됐을 때, 이 ‘사실’을 가지고 가장 큰 수혜를 볼 수 있는 집단은 재단이나 VC일 확률이 매우 높다. 물론 이들이 수혜를 보는 것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지만, 원화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함에 있어서 긁어부스럼을 만들지 않으려면 그 최초의 발행지는 가장 가치중립적인 체인에서 발행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물론 체인의 재단들 입장에서는 이러한 주장을 하는 것이 반갑지만은 않겠지만, 결국 특정 재단과 주체들에 편향되어 있는 체인에 원화 스테이블 코인이 최초로 발행되면, 필자가 서론에서 이야기한 “스테이블 코인 자체의 성공”이 아닌 “스테이블 코인을 하나의 내러티브로 소비”하려 한다는 시선을 피할 수 없다. 필자는 굳이 이러한 긁어부스럼을 초반부터 만들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논란이 없이 프로덕트 자체에 집중할 것이라면, 가장 가치중립적인 체인에 최초발행하는 것이 가장 전략적인 선택일 것이다.
여태까지 필자의 글을 보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필자는 여태까지 꾸준하게 이더리움에 대해서 비판적인 관점을 유지해왔다. 이더리움이 시장을 독식하는 구조가 아닌, 다양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 레이어1들이 시장에 나오는 것이 더 건강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테이블 코인은 이야기가 다르다. 멀티체인에 디플로이를 할 때 하더라도 이더리움은 반드시 가장 먼저 고려되어야 할 체인이어야 할 것이다. 이것은 이해관계의 문제가 아니라 전략적으로 이더리움이 가장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 사실 체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누가 발행하느냐다.
사실 더 중요한 것은 어떤 체인에 원화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하느냐보다, 누가 원화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하느냐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시중은행들과 여러 대기업들이 앞다투어 스테이블 코인 관련 상표권을 출원하는 것이 그닥 달갑지 않다. 여태까지 시장에 대한 이해를 하려고 하지도 않았고, 시장의 판세도 잘 모르는 이들이 단순히 윗선에서 “스테이블 코인 관련 사업 해보라.”고 해서 하는 식이라고 느끼기 때문이다.
IT 대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이들도 스테이블 코인의 수요를 만들기 위해 어떤 전략들을 구사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디테일한 청사진 없이, 그저 ‘스테이블 코인’이라는 내러티브를 사용해 주가를 올리는 데 바쁘다. 이는 흡사 2021년도에 “메타버스” 사태를 보는 것 같다. 2022, 2023년에 얼마나 많은 국내 회사들이 메타버스와 게이밍을 이용해 블록체인 사업을 꾸리고 몇 년 해보고 안되자 바로 철수했는지, 우리는 알고 있다. 이들은 애초에 산업에 대한 이해도도 부족하고, 블록체인과 스테이블 코인은 그저 “수많은 산업군들 중 하나”일 뿐이다. 시간이 지나면 스테이블 코인도 메타버스나 게임처럼 이들에게 잊혀질 것이고, 사업부는 축소시키거나 폐쇄시킬 것이며, 국내 시장에서의 입지는 더 좁아질 것이다.
만약 누군가가 원화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해야 한다면, “발행하겠다”고 말하기 전에 구체적인 전략을 먼저 발표하고 시장의 검증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원화 스테이블 코인이라는 기회는 그저 또 하나의 거품으로 역사에 기록되고 말 것이다.
웹3 생태계는 북한의 주요 공격 표적이 되고 있으며, 스테이블코인 발행 체인 역시 이러한 위협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들의 공격 벡터는 스마트 컨트랙트의 취약점을 넘어 노드 클라이언트, 악성 밸리데이터 등 인프라 전반에 걸쳐 있으며, 대한민국의 지정학적 특수성을 감안할 때, 스테이블코인 발행 체인은 반드시 현존하는 블록체인 중 최고 수준의 보안성을 갖춘 체인이어야 한다. 나는 이 수준의 보안성을 확보할 수 있는 블록체인은 현재 이더리움 외에는 없다고 생각한다.
블록체인의 보안성을 판단하는 데에는 크게 두가지 지표를 들 수 있다.
첫째는 경제적 보안성이다. 현재 경제적 보안성은 비교적 과소평가되는 경향이 있는데, 이더리움/솔라나와 같은 초거대 블록체인의 경우 체인을 지탱하는 자산의 규모가 너무 커져 경제적 공격의 가능성이 너무 낮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한의 국가급 공격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했을 때 비교적 작은 규모의 체인은 충분히 가시권 안에 들어올 수 있으며, 이러한 가능성은 절대 배제되어서는 안된다.
둘째는 소프트웨어의 성숙도이다. 현재 다수의 체인들이 이더리움의 실행 레이어를 포크해 일부 변경하고, 자체 합의 레이어를 구축하는 형태로 개발되었으며, 본 글에서 언급된 카이아와 아발란체도 이러한 구조를 갖고 있다. 이러한 구조는 안정성 측면에서 이더리움보다 떨어지는 결과를 낳을 수 밖에 없다. 실행 클라이언트가 이더리움 레거시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자체 변경사항과 추후 이더리움 실행 클라이언트의 업데이트가 맞물려 버그가 발생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또한 자체적인 변경사항을 다변화된 이더리움 클라이언트에 전부 적용하지 않기에 단 하나의 실행 클라이언트만을 제공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이 경우 실행 클라이언트에 버그가 발생했을 때 전체 노드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에 더해 합의 메커니즘 또한 실행 클라이언트와 별개로 개발된 경우가 많기에 완벽한 호환성을 보장할 수 없으며, 이러한 문제들은 체인의 블록 생성이 중단되는 이유가 되어왔다. 솔라나, 수이 등 이더리움 가상머신(EVM)을 기반으로 하지 않는 체인들 또한 글에서 언급된 바와 같이 체인의 중단 경험이 존재하며 이는 아직 소프트웨어가 충분히 성숙 단계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빠른 성능으로 주로 언급되는 솔라나가 스스로 현재 네트워크를 “메인넷 베타” 로 이름지은 이유이다.
다른 체인들이 특정 영역에서 우수한 성능을 보일 수 있지만, 보안적인 관점에서 만큼은 이더리움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가장 적합한 "수도"다. 발행 체인은 토큰에 대한 가장 강력한 통제권을 갖는 만큼, 그 통제권은 충분히 분산되어 있으며 안전하게 관리되어야 한다. 과연 다른 체인들이 지난 10년간 멈추지 않은 이더리움의 소프트웨어적 안정성, 860억 달러 규모의 경제적 보안성, 그리고 110만개 이상의 밸리데이터로 분산된 탈중앙성을 넘는 장점을 가질 수 있을까?
지난 '카이아, 카카오페이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할까’ 글에서는 카카오페이가 카이아를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망으로 채택할 가능성만 다루었고, 실제로 채택해야 하는지 여부는 의도적으로 논외로 두었다. 이번 코멘트에서는 그 ‘채택 필요성’에 대한 의견을 간결하게 제시하고자 한다.
감독당국 관점에서 카이아가 지니는, 그리고 사실상 유일한 강점은 ‘규제 대응 속도, 즉 당국이 요구하면 곧바로 움직일 수 있는 높은 순응성(compliance agility)’이다. 국내산 L1인 만큼 네트워크 파라미터 조정, 지갑 한도 설정, 거래 정지, 온체인 준비금 공개 등 감독당국이 요구할 수 있는 조치를 카이아 내부 개발 조직이 즉시 실행할 수 있다. 이러한 즉각적 통제 가능성은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이 중시하는 감독 우위에 부합하며, 해외 퍼블릭 체인 의존 논란을 피한다는 점에서 금융 주권 내러티브와도 맞닿아 있다.
그러나 규제 대응 속도와 국내산 체인이라는 상징성만으로 카이아를 발행망 우선순위에 두어야 한다는 결론은 성급할 수 있다. “글로벌 체인은 통제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카이아를 고집하자는 논리는, 인터넷 대신 로컬 네트워크를 운용하자는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국가가 실제로 이런 방식을 채택할 경우 국제 금융/무역 네트워크와의 연동이 사실상 불가능해지고, 보안 및 기술의 발전 속도를 따라잡기 어려우며, 자본과 인재가 외부로 유출되는 등 복합적 부작용이 발생한다. 이와 유사하게, 이더리움을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망으로 배제할 경우에는 글로벌 유동성 확보, 검증된 보안 체계 활용, ERC-20과 같은 주류 토큰 프로토콜 및 글로벌 디파이 인프라와의 호환성 측면에서 구조적 한계와 외부 비용을 피하기 어렵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퍼블릭 체인, 특히 이더리움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는 체인 자체보다는 발행·운영 주체의 거버넌스와 보안 체계 실패로 귀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더리움은 글로벌 금융기관이 가장 신뢰하는 퍼블릭 블록체인으로, 예치 자본 (TVL)은 카이아 대비 약 1,740배에 달할 정도로 풍부한 유동성을 보유하고 있으며 (코백장 글 인용) 대형 은행·자산운용사 등 다수의 실제 활용 사례를 이미 보유하고 있다. 또한, 다년간 축적된 보안 감사 레퍼런스와 풍부한 운영 데이터를 바탕으로 사고 대응 프로토콜도 체계화되어 있으며, 생태계 성숙도는 굳이 말할 것도 없다. 다시 말해, 이더리움을 채택하면 체인 자체가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은 극히 낮다. 반면 카이아에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네이티브로 발행하면 체인 자체의 기술적 안정성 리스크가 추가로 발생해, 운영 리스크와 함께 종합적인 리스크 관리 부담이 증가한다.
따라서, 보안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리스크 벡터를 최소화하려면, 이더리움을 주 발행망으로 두고 카이아를 국내 결제 보조 레이어로 활용하는 편이 훨씬 더 합리적이라는 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