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아티클은 해시드 오픈 리서치와 포필러스가 공동 집필한 '원화스테이블코인 필요성과 법제화 제안' 리포트에서 발췌한 것입니다. 리포트 전문은 포필러스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스테이블코인 시장 현황
2024년 스테이블코인 발행량은 전년 대비 64% 이상 증가해 2,000억 달러를 넘어섰으나, USDT와 USDC 중심의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시장의 95% 이상을 독점하는 구도를 보이고 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은 미 국채 담보금으로 연간 수십억 달러의 수익을 창출하고 있으며, 미국은 이를 글로벌 및 디지털 경제 내 달러 패권 강화 기회로 활용하고자 한다.
스테이블코인 활용 사례 분석
스테이블코인은 높은 접근성, 낮은 수수료, 프로그래밍 활용도와 비수탁성 등을 바탕으로 기존 결제 및 송금 시스템을 대체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의 도입은 특히나 통화 안정성이 낮고 금융 서비스 발전 수준이 낮은 국가에서 결제 시스템과 달러 접근의 대안으로 가파른 성장이 이뤄지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거의 모든 자산 거래 쌍의 기축통화로 활용되며, 초기 사용자 확보와 유동성 구축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는 네트워크 효과를 구축해 높은 신뢰도와 활용성을 바탕으로 다른 사용 사례로의 확장을 위한 기반을 제공한다.
국내 스테이블코인 시장 현황
스테이블코인의 국내 도입 이후 거래량이 빠르게 증가해 주요 거래소 일일 거래량의 2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나, 관련 규제와 정책은 여전히 미비하다.
아직 국내 실물 경제에서의 USD 기반 스테이블코인 활용은 김치 프리미엄과 낮은 온체인 활용도 등을 고려할 때 비현실적이며, 주로 해외의 암호화폐 시장 참여에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가속하는 '탈한국' 현상은 국내 시장 경쟁력 약화와 원화 활용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어 규제 정책의 재고와 국내 디지털 자산 생태계의 구조적 개선 필요성을 시사한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기회 및 기대 효과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각 국가 간 심화되는 스테이블코인 시장 입지 경쟁 속에서 국가 차원의 규제 주도권 확보와 원화의 사용성 강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한국과 글로벌 디지털 자산 시장의 연결성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거래소의 높은 거래량과 유동성은 스테이블코인의 도입 및 성장에 있어 엔화나 유로화 대비 유의미한 전략적 이점을 제공할 수 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통해 한국 암호화폐 시장의 구조적 비효율성을 해소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그로부터 파생되는 다양한 핀테크 산업의 기반으로 작용해 디지털 자산 시장에서 경쟁력 제고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스테이블코인은 상호 운용성을 띄고 프로그래밍 가능한 새로운 종류의 화폐로서, 글로벌 금융 시스템을 개편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기존에 영향력이 닿지 않았던 은행과 금융 서비스의 영역까지 마침내 소프트웨어에 잠식 당하게 될 것입니다. […] 스테이블코인 시장을 지배하는 기업은 화폐의 미래에 대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될 것입니다.”
크리스티안 카탈리니, MIT 암호경제학 연구실 설립자
스테이블코인은 미국 달러 등 법정화폐의 가치와 연동되어 있는 디지털 자산으로, 기존 블록체인과 암호화폐가 가진 이점을 상속받으면서도 가격 변동성에 노출되지 않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만약 우리에게 금융 시스템을 처음부터 다시 설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분명히 현재 스테이블코인이 가진 특성을 대부분 포함시키고자 할 것이다. 스테이블코인은 누구나 365일 24시간 언제나 접근 가능하고, 어디서나 저렴한 수수료로 즉각적인 송금이 가능하다. 또한 프로그래밍 가능한 블록체인의 특성으로 인해 공통된 기술 스택 위에서 다양한 서비스와 호환 가능하며, 참여자들에게 선택적인 투명성을 제공한다.
Source: RWA.xyz | Stablecoins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산업의 범주에 한정하지 않더라도,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이미 전통적인 금융이나 여느 산업과 비교될 만큼 거대한 규모에 도달했다. 특히 2024년에는 전반적인 시장 호황과 더불어 블록체인의 확장성과 사용자 경험이 개선되면서 스테이블코인의 도입은 더욱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스테이블코인의 전체 시가총액은 작년 한 해 동안 64%가 넘는 성장률을 기록하며 2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또한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발행된 달러의 양은 M2 기준 전체 달러 발행량의 1%를 넘어서, 더 이상 단순한 실험적 기술이 아닌 금융 시스템의 한 축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Source: Stablecoins: The Emerging Market Story - Castle Island VC
스테이블코인은 명실상부 블록체인의 킬러 앱으로서, 여지껏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탄생한 제품 중 가장 뛰어난 시장 적합성(PMF)을 보여주고 있다. 2017년과 2021년 암호화폐 시장이 호황기를 맞으며 스테이블코인 발행량 또한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나, 2022년 이후로는 전체 암호화폐 시장의 침체기와 탈동조화된 양상을 보이며 외부 여건과 무관하게 꾸준하게 채택을 늘려가는 양상을 보여왔다.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작년 말 기준 월간 거래량은 4조 달러를 넘어섰으며, 이는 2023년 동기간 대비 5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이 중 차익거래나 거래소 간 자금 이동을 제외한 조정 후 거래 규모만 해도 7000억 달러에 달한다.
사용자 기반 또한 꾸준히 확대되어, 현재 1억개 이상의 디지털 지갑에서 스테이블코인을 보유하고 있으며, 월간 활성 사용자는 2500만 명에 육박한다. 이는 많은 신흥국 금융기관의 고객 기반을 뛰어넘는 규모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스테이블코인의 사용자 기반이 지역적, 경제적 다양성을 보인다는 것이다. 선진국에서는 효율적인 크로스보더 결제 수단으로, 신흥국에서는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그리고 금융 소외 계층에게는 은행 계좌의 대안으로 각기 다른 가치를 제공하며 채택되고 있다.
이러한 성장세는 스테이블코인이 단순한 암호화폐 생태계의 일부가 아닌, 글로벌 금융 시스템의 혁신을 이끄는 주역으로 발돋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전통 금융 시스템이 해결하지 못한 크로스보더 결제의 비효율성, 금융 포용성의 한계, 그리고 실시간 결제의 어려움 등을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1.2.1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차지하는 달러
Source: State of Crypto Report 2024 - a16z Crypto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특징 중 하나는 달러 중심의 압도적인 독점 구도다. 전체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 미국 달러에 페깅된 스테이블코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99%에 가깝거나 이를 넘는 수준이다. 유로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그 뒤를 잇고 있으나 시장 점유율은 0.5%에도 미치지 못하며, 다른 법정통화를 기반으로 한 스테이블코인은 모두 발행량 1억 달러 미만으로 미미한 수준이다. 달러가 세계 기축 통화의 지위를 가지고 있음에는 이견이 없으나, 스테이블코인 시장 내에서의 점유율은 달러가 국제 외환 거래의 88%, 국제 결제의 40-50% 정도를 차지하는 전통 금융 시스템에서의 달러 지위와 비교해도 훨씬 더 극단적인 수준이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이처럼 압도적 지위를 차지하게 된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대부분의 국가들이 달러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규제 장벽을 세우거나 대안을 제시하지 않다보니 사용자들이 자연스럽게 가장 유동성이 크고 활용도가 높은 자산으로 쏠리게 된 네트워크 효과다. 둘째, 최근 몇 년간 이어진 주요 국가 화폐 대비 달러의 강세 현상이 달러 표시 자산에 대한 선호를 이끌었다고 파악된다.
Source: Treasury International Capital (TIC) System
달러 중심의 스테이블코인 생태계에서 발행사들은 막대한 규모의 담보금을 확보하게 되었고, 이를 주로 미 국채와 관련 자산에 투자함으로써 국채 시장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었다. 테더(Tether)는 현재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 1위 사업자로, 약 1400억 달러 규모의 발행량을 자랑한다. 테더는 이 담보금의 상당 부분을 미 국채에 투자하고 있으며, 이들이 직간접적으로 보유한 미 국채 자산은 전체 보유 순위에서 19위를 차지한다. 이는 독일이나 멕시코 등 주요 국가의 미 국채 보유량보다 높은 수준으로, 현재의 성장 속도라면 2025년 내에 한국의 미 국채 보유량도 추월할 것으로 전망된다.
Source: Tether Transparency
테더가 공개한 재무 정보에 따르면, 테더는 2024년 1분기에만 45억 달러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같은 기간 블랙록(BlackRock)의 15억 달러 순이익의 3배에 달하는 규모다. 테더의 담보금 구성을 살펴보면, 전체의 82.35%가 현금 및 현금성 자산과 기타 단기 예금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중에서도 65.74%인 945억 달러가 미국 국채에 투자되어 있다. USDC의 발행사인 서클(Circle) 역시 2023년 상반기에 7억 79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다고 발표했다.
1.2.2 디지털 자산 시장 내 달러 패권 강화를 노리는 미국
“스테이블코인은 국제적으로 미국 달러의 지배력을 강화하고 세계 기축통화로서 디지털 달러화의 활용을 확대할 잠재력을 지니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미국 국채에 대한 수조 달러 규모의 수요를 창출하여 장기 금리 하락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데이비스 색스(David Sacks), 미국 AI 및 크립토 차르
미국은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성장과 이를 통한 달러 영향력 확대 가능성을 명확히 인식하고, 이를 미국 경제와 달러 패권을 강화할 수 있는 전략적 기회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가 AI 및 암호화폐 차르(Czar)로 임명한 데이비드 삭스(David Sacks)는 최근 한 컨퍼런스에서 스테이블코인을 두고 국제적인 미국 달러의 지배력 강화와 미국 국채에 대한 수요를 창출하기 위한 전략적인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언급했다. 이는 현재 미국이 스테이블코인을 단순한 핀테크 기반을 넘어 경제 및 화폐 전략의 일환으로 바라보고 있음을 시사한다.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바탕으로 트럼프 행정부는 스테이블코인 관련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는 취임 직후 스테이블코인과 관련된 행정 명령을 통해 "합법적이고 정당한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개발과 성장을 촉진하여 달러의 국제적 지배력을 보호"하겠다는 목표를 명시했으며,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 개발은 중단하는 대신 민간 주도의 스테이블코인 생태계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설정했다.
Source: 미국 트럼프 신정부 디지털자산시장 정책의 주요 내용 및 국내 시사점 | 자본시장연구원
특히 2025년 1월 출범하는 트럼프 신정부의 디지털자산 정책은 규제 명확성 확보와 미국 우선주의 강화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집행을 통한 규제'를 통해 디지털자산 규제 환경에 불확실성을 초래했던 반면, 트럼프 신정부는 입법을 통한 명확한 규제 체계 구축을 지향한다. 또한 바이든 행정부의 CBDC 중심 접근법과 달리, 트럼프 신정부는 민간 주도의 스테이블코인을 적극적으로 제도화하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 기조는 구체적인 입법 활동에서도 확인된다. FIT21 법안이나 GENIUS 법안과 같은 주요 입법안들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자에 대한 명확한 연방 규제 프레임워크를 수립하고, 100억 달러 이상의 스테이블코인 발행자에 대해서는 연방준비제도와 통화감독청의 규제를 적용하는 등 체계적인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을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스테이블코인 발행자에게 토큰 가치를 뒷받침하기 위한 현금 또는 현금 등가물을 1:1 비율로 보유할 것을 의무화하는 등 시장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도 포함하고 있다.
이러한 미국의 행보는 국제적 탈달러화를 추진하는 움직임이 나타나는 가운데, 디지털 금융 체계에서 미국이 새로운 형태의 통화 패권을 확립하려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이 쌓아올린 막대한 국채 보유량은 미국 정부의 부채 자금 조달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이는 단기적으로 미국의 재정 운영에 도움이 될 여지가 있다.
요약하자면, 스테이블코인은 블록체인의 킬러 앱으로서 이미 300조원이 넘는 규모의 시장으로 성장하며, 높은 도입률과 안정적인 가치 제공으로 암호화폐 시장을 넘어서는 범주로 확장하고 있다. 특히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독점적 지위는 시장의 95%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이며,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은 막대한 담보금을 기반으로 국채 시장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미국은 이러한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성장을 활용하여 디지털 경제에서 달러 패권을 더욱 강화할 수 있는 전략적 기회로 삼고 있으며, 이는 향후 글로벌 금융 질서의 재편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스테이블코인은 금융 서비스에게 있어 상온 초전도체 같은 존재입니다. 스테이블코인 덕분에 전 세계의 기업들은 몇 년 이내에 상당한 수준의 속도와 도달 범위 및 비용 측면에서 개선을 이루게 될 것입니다.”
패트릭 콜리슨(Patrick Collison), 스트라이프 CEO
2.1.1 스테이블코인은 기존 결제망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인가
스테이블코인을 통한 결제 방식은 기존 금융 시스템의 결제 시스템과 비교했을 때 여러 측면에서 우월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 결제 시스템이 갖추어야 할 네 가지 핵심 요건으로 비용, 적시성, 신뢰성, 편의성을 꼽을 수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특히 비용과 적시성 측면에서 기존 결제 시스템 대비 명확한 우위를 가지고 있다. 주요 고성능 블록체인에서 스테이블코인 거래 시, 송금 금액에 관계없이 수 초에서 수 분 이내에 단 몇 센트의 수수료만으로 전 세계 어디든 송금이 가능하다.
Source: Stablecoin Playbook - Rui Shang
스테이블코인 기반 결제 방식의 비용 효율성은 특히 저마진 사업(식당, 소매점 등)과 국제 거래가 많은 기업에게 큰 이점이 된다. 결제 처리업체와 유통업체 모두 고비용 결제 솔루션을 대체하고자 하는 이해관계가 일치하기 때문에, 스트라이프, 페이팔, 쇼피파이와 같은 주요 결제 처리업체들이 스테이블코인을 채택하여 마진을 개선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스트라이프는 현재 스테이블코인 결제에 1.5%의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는데, 이는 카드 결제 수수료보다 30% 낮은 수준이며, 최근 시장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해 작년 Bridge.xyz를 약 10억 달러에 인수하기도 했다.
Source: How stablecoins will eat payments, and what happens next - a16z Crypto
스테이블코인을 통한 결제 방식은 기업의 수익성 개선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월마트의 경우 연간 매출 $648B, 신용카드 수수료로 약 $10B를 지불하는 것에 비해, 순이익은 $15.5B 정도이다. 만약 스테이블코인 도입으로 결제 수수료를 큰 폭으로 감소시킨다면, 수익성을 최대 60% 까지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비용 측면에서의 우수성 이외에도 스테이블코인은 거래 속도, 무허가성, 그리고 프로그래밍 가능성 측면에서도 기존 시스템보다 뛰어난 장점을 제공한다. 전통적인 국제 송금 시스템은 2~3영업일이 소요되는 데 비해, 스테이블코인은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따라 수 초에서 수 분 이내에 전송이 완료된다. 특히 최근 이더리움의 롤업이나 솔라나, 수이 등 고성능 블록체인의 확장 및 도입 증가는 스테이블코인 기반 결제 솔루션의 수수료 감소와 함께 처리 효율성을 대폭 늘렸다. 더불어 스마트 계약을 통한 프로그래밍 가능성은 조건부 결제, 자동화된 합의, 에스크로 서비스 등 복잡한 금융 거래를 코드로 구현할 수 있게 하여 금융 서비스 간의 호환성과 거래 효율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아직 불명확한 규제, 불완전한 온체인 서비스 사용자 경험 등으로 인해서 결제 솔루션으로서의 스테이블코인은 충분한 수준의 시장 채택을 보여주지는 못 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 결제의 채택은 점진적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보이며, 처음에는 소비자 니즈의 가장자리(edge case)와 혁신적인 스타트업 위주로 도입되어, 플랫폼이 성숙해짐에 따라 일상적인 사용자와 보수적인 기업으로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A16Z의 파트너 Sam Broner는 다음 3가지 요인을 통해 스테이블코인이 비즈니스와 소비자 영역에서의 도입이 가속화할 것으로 꼽았다:
백오피스 통합 증가: 스트라이프와 같은 결제 처리업체에 스테이블코인 오케스트레이션(모니터링, 전달, 통합)이 구축될 것이며, 이는 기업이 추가적인 프로세스나 엔지니어링 변경 없이도 스테이블코인 결제 방식을 도입해 기존 시스템보다 훨씬 낮은 비용으로 결제를 처리할 수 있게 한다.
온보딩 개선 및 인센티브 공유: 스테이블코인 기업들은 최종 사용자를 온체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인센티브를 공유하고 온보딩 솔루션을 개선하고 있다. 동시에 Venmo, ApplePay, PayPal 등 주요 소비자 애플리케이션들이 암호화폐를 지원함으로써, 사용자들은 새로운 앱이나 사용자 행동을 채택할 필요 없이 확장된 스테이블코인 생태계의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규제 명확성 증가: 기업들은 규제 환경에 대한 확신이 있을 때 스테이블코인 채택 가능성이 높아진다. 유럽연합의 암호자산시장법(MiCA)과 같은 규제 프레임워크가 확립됨에 따라, 기업들이 레거시 결제 레일에서 스테이블코인 인프라로 전환을 고려할 수 있게 되었다.
2.1.2 화폐 가치가 불안정하고 금융 서비스 발전 수준이 낮은 지역에서 높은 도입율
스테이블코인의 결제 시스템으로서의 우월성은 화폐 안정성이 낮고 금융 서비스 발전 수준이 미비한 국가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이러한 지역에서 스테이블코인은 단순한 결제 수단을 넘어 안정적인 화폐가치 저장수단으로서의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실제로 아르헨티나, 나이지리아, 터키, 베네수엘라 등 현지 통화 가치가 불안정하거나 높은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는 국가에서 스테이블코인 활용도가 눈에 띄게 높게 나타난다.
특히나 이들 국가에서 스테이블코인은 달러화에 대한 기존 시스템 대비 더 높은 접근성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멕시코에서는 미국 국경으로부터 20km 이내에 거주하지 않는 사람에게 은행이 USD 계좌를 제공할 수 없다. 콜롬비아와 브라질에서는 개인의 달러 은행 계좌 개설이 허용되지 않으며, 아르헨티나에서는 USD 은행 계좌가 존재하지만 거래량 한도에 제약을 받고 시장 환율과 다른 "공식" 환율로 운영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스테이블코인은 실질적인 달러화에 접근하기 위한 효과적인 대안이 되고 있다.
Source: State of Crypto Report 2024 - a16z Crypto
아르헨티나의 경우, 페소의 가치가 지속적으로 하락함에 따라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는 모습을 보였다. 2022년 한 해 동안 페소의 가치는 미 달러화 대비 45% 이상 하락했으며, 2023년에는 인플레이션이 211%까지 상승했다. 이런 상황에서 아르헨티나 국민들은 자산 가치를 보존하기 위한 대안으로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하고 있다. 현지 암호화폐 거래소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이 일반 시장 가격보다 최대 30%까지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되기도 하는데, 이는 달러화에 대한 접근이 제한된 상황에서 스테이블코인이 달러화의 대안으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Source: Stablecoins 101 - Chainanlysis
중동 지역에서도 유사한 현상이 관찰된다. 특히 터키의 경우, 리라화의 가치 하락과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스테이블코인 사용이 급증했다. 체인애널리시스의 보고서에 따르면 터키는 GDP 대비 스테이블코인 거래량이 3.7% 를 기록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로, 이는 현지 화폐 대신 안정적인 가치 저장 및 교환 수단에 대한 강한 수요를 반영한다. 터키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이 단순한 투기 수단이 아니라 실질적인 금융 대안으로 자리잡고 있다.
또한 외환 부족 현상이 심각한 아프리카 국가들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이 국제 결제를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도구가 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교역, 송금, 그리고 기업 결제 API를 제공하는 아프리카의 핀테크 기업 Yellow Card의 CEO는 "아프리카에서는 스테이블코인과 다른 금융 도구를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스테이블코인이 아예 없는 상황을 비교해야 한다"고 언급하며, 대륙 전체에 걸친 심각한 외환 유동성 부족 상황에서 스테이블코인이 국제 결제의 유일한 대안이 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Source: The decade of digital dollars - BVNK
이러한 높은 도입율은 이들 국가가 가진 몇 가지 공통적인 특성에서 기인한다. 첫째, 현지 화폐의 가치가 불안정하거나 높은 인플레이션을 경험하고 있어 자산 가치 보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둘째, 달러화와 같은 안정적인 외화에 대한 접근이 정부 규제나 외환보유고 부족 등으로 제한되어 있다. 셋째, 은행 시스템과 핀테크 인프라가 충분히 발달하지 않았거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국가별로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프리미엄 지불 의향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17개 신흥국에서 평균적으로 4.7%의 프리미엄을 지불하고 있으며, 아르헨티나의 경우 30%까지 프리미엄이 형성되기도 한다. 2024년 기준으로 이들 17개국은 스테이블코인 접근성을 확보하기 위해 총 47억 달러의 프리미엄을 지불할 것으로 추정되며, 이 금액은 2027년까지 254억 달러로 증가할 전망이다.
결론적으로, 화폐 안정성이 낮고 금융 서비스의 발전 수준이 미비한 지역에서 스테이블코인은 단순한 암호화폐 투자 수단을 넘어 실질적인 금융 포용 도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현지 화폐 가치 불안정성, 달러화 접근 제한, 그리고 금융 인프라 부족이라는 세 가지 핵심 문제를 동시에 해결함으로써, 스테이블코인은 이들 지역에서 안정적인 가치 저장, 효율적인 국제 송금, 그리고 기본적인 금융 서비스 접근을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또한 스테이블코인 도입율이 높은 국가들이 기존 달러 경제권에 포함되지 않은 국가들임을 고려할 때, 이러한 스테이블코인 활용이 사실상 달러화(dollarization)의 새로운 형태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의 물리적 달러화와 달리, 디지털 형태의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각국의 통화주권을 우회하며 국경을 초월해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며, 특히 현지 금융 인프라 개선이 더딘 지역에서 스테이블코인을 통한 달러화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2.1.1 암호화폐 거래소 내 스테이블코인 활용의 급증
Source: Artemis Stablecoin Dashboard
스테이블코인이 결제 및 송금 시스템으로서 높은 잠재력과 가능성을 평가받는 것은 사실이나, 현재 시점에서 스테이블코인이 가장 많이 쓰이는 곳은 바로 암호화폐 거래소이다. 스테이블코인의 발전 역사를 살펴보면, 2017년과 2021년 암호화폐 시장이 호황기를 맞으며 거래소가 확장하는 과정에서 달러 표시 자산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졌고, 스테이블코인이 이에 대한 적절한 대안을 제공하게 되면서 급격한 성장을 이루었다.
많은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전통적인 은행 시스템에서 계좌 개설이나 서비스 이용에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2017년 이후 암호화폐에 대한 규제 불확실성이 증가하면서, 많은 은행들이 암호화폐 관련 사업체들과의 거래를 기피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스테이블코인은 거래소가 전통 금융 시스템과의 직접적인 연결 없이도 달러 기반 거래를 제공할 수 있는 대안이 되었다.
예를 들어, 특정 국가에서 법적 불확실성이나 규제 이슈로 인해 은행 계좌 서비스가 중단된 거래소의 경우,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이용자들이 여전히 달러 가치에 기반한 자산을 입출금할 수 있게 함으로써 사업 연속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는 특히 규제가 엄격하거나 불명확한 지역에서 운영되는 거래소에게 중요한 생존 수단이 되었다.
또한 스테이블코인은 서로 다른 거래소 간의 자금 이동을 위한 효율적인 수단으로 자리잡았다. 전통적인 은행 송금은 높은 수수료와 긴 처리 시간이 소요되는 반면, 스테이블코인을 이용한 전송은 빠르고 저렴하며 24시간 처리가 가능했다. 이로 인해 트레이더들은 여러 거래소 간의 가격 차이를 활용한 차익거래(Arbitrage)를 보다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되었다.
Source: Tether Papers - Protos
2021년 테더(USDT)의 시가총액이 급증했던 당시, 대다수의 발행량이 시장조성자(market maker)와 헤지 펀드에 집중되어 있었다. 당시 테더의 최대 보유 주체는 발행사인 iFinex가 아닌, FTX의 자매 회사로 알려진 알라메다 리서치(Alameda Research)였다.
2017년과 2021년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스테이블코인의 도입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이들은 거의 모든 거래 쌍의 기준 통화로 자리잡았다. 비트코인/달러(BTC/USD) 대신 비트코인/테더(BTC/USDT) 거래 쌍이 표준이 되면서, 거래소는 각 암호화폐마다 달러 마켓을 유지할 필요 없이 스테이블코인만으로 모든 거래를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거래소의 운영 복잡성을 크게 감소시키고, 사용자들에게 더 많은 거래 옵션을 제공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결론적으로 스테이블코인은 암호화폐 거래소의 성장에 중추적인 역할을 했으며, 반대로 거래소는 스테이블코인의 유동성과 사용자 기반을 확보하는 데 결정적인 플랫폼이 되었다. 이 공생 관계는 암호화폐 생태계의 확장과 함께 더욱 강화되었으며, 오늘날 스테이블코인 거래의 상당 부분이 거래소 내 또는 거래소 간 자금 이동에 집중되어 있는 이유를 설명한다.
2.2.2 거래소를 중심으로 한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네트워크 효과와 해자 구축
“사람들은 테더의 해자가 얼마나 강력한지 잘 모르고 있어요. 그들은 거래소의 통화라는 지위에 올라서는 게임에서 승리했습니다. 바이낸스가 현재의 호가 통화로 사용되는 USDT를 교체하고자 하는 것은 그들의 사업에 지대한 리스크를 안길 것이며, 절대로 이를 건드리고 싶어하지 않을 것입니다.”
가이 영(Guy Young), 에테나 랩스 CEO
거래소를 중심으로 구축된 스테이블코인의 유동성, 입출금 경로, 그리고 사용자 기반은 강력한 네트워크 효과를 만들어내며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에게 선점 우위를 제공했으며, 이어서 시장 지배력의 지속적인 유지로 이어졌다. 스테이블코인 시장 내에서 이러한 현상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테더(USDT)와 트론(TRON) 블록체인이다.
Source: Visa Onchain Analytics
테더는 2014년 처음 출시한 이래로 여러 경쟁자들의 지속적인 도전과 극단적인 변동성을 보이는 시장 환경 가운데서도 여전히 70%에 가까운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대표적인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경쟁자로 USDC의 발행사인 써클(Circle)을 꼽을 수 있다. 써글은 대내외적으로 테더와 비교해 규제 친화적이며, 전통적인 기업과의 연계가 활발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테더의 지위를 위협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테더가 지속적인 지배력을 구축할 수 있었던 데에는 크게 다음 3가지를 꼽을 수 있다:
선점 효과: 테더는 스테이블코인 시장에 가장 먼저 진입하여 거래소와 사용자 간의 강력한 연결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이 초기 우위는 후발 주자들이 극복하기 어려운 장벽이 되었다.
유동성: 테더는 대부분의 거래소에서 가장 높은 유동성을 갖춘 스테이블코인으로, 이는 대규모 거래가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고 실행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높은 유동성은 더 많은 사용자와 트레이더를 끌어들이는 선순환을 만들어냈다.
거래소 통합: 테더는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와의 깊은 통합을 통해 사용자들이 쉽게 입출금할 수 있는 경로를 확보했다. 이러한 통합은 테더의 사용 편의성을 높이고, 더 많은 사용자들이 테더를 선택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었다.
Source: Stablecoins: The Emerging Market Story - Castle Island Ventures
Castle Island Ventures에서 출간한 스테이블코인 시장 분석 자료에 따르면, 사용자들이 테더를 선호하는 이유로 ‘주변에서 많이 사용해서(60%)’, ‘신뢰도가 높아서(58%) 등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는 초기에 구축된 사용자 기반과 신뢰가 지속적인 시장 지배력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Source: Artemis Stablecoin Dashboard
거래소를 중심으로 스테이블코인 시장 내에서 영향력을 확보한 두 번째 사례로 트론 블록체인을 꼽을 수 있다. 트론은 이더리움, 베이스, 솔라나 등 다른 주요 블록체인과 비교했을 때, 네트워크 상에서 일어나는 월간 거래량, 수수료 및 활성 주소 수 측면에서 모두 하위에 위치해 비교적 낮은 네트워크 활성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스테이블코인 발행량 및 스테이블코인 활성 거래 주소 수 측면에서는 지속적으로 선두에 위치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트론이 스테이블코인 분야에서만큼은 유달리 높은 점유율을 보일 수 있었던 데는 다음과 같은 요소가 중요하게 작용했다:
저렴한 거래 수수료 및 빠른 결제 시간: 암호화폐의 호황기를 맞아 이더리움의 가스비가 급등했던 시기에 트론은 이더리움에 비해 현저히 낮은 거래 수수료를 제공해 소액 거래에 적합한 대안으로 자리잡았으며, 빠른 블록 확정 시간으로 인해 거래소 간 자금 이동에 있어 시간에 민감한 시장조성자와 트레이더들에게 장점을 제공했다
바이낸스와의 전략적 제휴: 바이낸스는 트론 네트워크 출시 초기부터 테더 입출금의 기본 블록체인으로 트론을 지원했다. 바이낸스가 150개국 이상에서 1억 5천만 명 이상의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특히 라틴 아메리카, 아프리카, 아시아 등 신흥 시장에서 강한 입지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트론 기반 테더가 소매 사용자들 사이에서 기본 선택지로 자리잡게 만드는 요인이 되었다
바이낸스를 통한 초기 시장 침투 이후 트론 네트워크는 다른 주요 글로벌 거래소에서도 테더 입출금의 기본 옵션으로 채택되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사용자들이 거래소 간 자금을 이동할 때 트론 네트워크를 선택하게 만드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했다. 결과적으로 트론은 온체인 스테이블코인 전송의 사실상 표준으로 자리잡게 되었으며, 특히 신흥시장의 개인 사용자들에게 가장 일반적인 온/오프램프 경로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테더와 트론의 사례는 스테이블코인 생태계에서 거래소를 기반으로 한 선점 효과와 네트워크 효과가 얼마나 강력하게 작용할 수 있는지 잘 나타내고 있다. 초기에 사용자 기반과 유동성을 확보한 플랫폼은 그 이점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우위를 유지할 수 있으며, 이는 새로운 경쟁자들이 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 또한 이러한 네트워크 효과는 스테이블코인이 단순한 거래 수단을 넘어 결제 인프라로서 더 넓은 활용 사례로 확장되는 데 있어서도 중요한 기반이 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금융 상품 성격을 띄는 이자 창출형 스테이블코인은 스테이블코인 시장 내에서 유의미한 비중을 형성하고 있다. 이러한 스테이블코인은 발행량 기준으로 도합 약 6-7% 가량의 비교적 적지 않은 점유율을 보이고 있으며, 앞서 소개한 USDT나 USDC와 달리 교환의 매개체보다는 가치 저장의 수단으로서 의의를 가지고 있다.
이자 창출형 스테이블코인의 발행을 위한 담보금이나 수익 창출 방식은 자산마다 상이하다. 대표적으로 에테나 랩스(Ethena Labs)의 USDe는 암호화폐 및 선물 계약을 담보로 활용하며, 스카이 프로토콜(Sky Protocol)의 USDS는 암호화폐, 실물 자산, 그리고 다른 스테이블코인을 담보로 활용한다. 유주얼 프로토콜(Usual Protocol)의 USD0는 미 국채와 실물 자산을 담보로 수익을 창출한다.
이들 스테이블코인의 공통적인 특징은 암호화폐 및 블록체인의 고유한 메커니즘을 활용해 기존 금융 시스템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수준의 높은 이자율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들 스테이블코인은 적게는 5% 수준에서 많게는 수 십 %에 이르기까지, 자산 자체의 변동성에는 노출되지 않으면서 높은 기대 수익을 제공한다.
USDT나 USDC와 같은 일반적인 스테이블코인이 인플레이션에 대한 헷지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자 창출형 스테이블코인은 단순한 현금 보유를 넘어 실질적인 자산 성장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 특히 어느 정도 수익률을 추구하는 투자자에게는 전통적인 저위험 투자 상품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면서도, 변동성이 높은 다른 암호화폐 자산에 비해 안정적인 가치를 유지한다는 이점이 있다.
3.1.1 스테이블코인 확산에 따른 규제 불확실성 및 통화 주권 우려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2023년 말 빗썸에 USDT가 상장되면서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에 첫 발을 들였다. 이후 업비트, 코인원 등 다른 주요 거래소에서도 USDT를 비롯한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잇따라 상장하였다. 상장 이후 스테이블코인 거래량은 눈에 띄게 빠른 속도로 증가하여, 최근에는 주요 거래소 전체 일일 거래량의 2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그 비중이 확대되고 있다. 업비트와 빗썸을 합산한 주간 USDT 거래량은 이미 10억 달러를 상회하며, 이는 단일 암호화폐로는 비트코인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거래량을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급격한 성장은 금융 정책 및 규제 측면에서 상당한 우려를 야기하고 있다. 가치가 달러에 고정된 코인이 지급 수단인지, 자본인지 구분이 쉽지 않은데다, 스테이블코인의 영향력이 점차 확장됨에 따라 실물 경제로의 도입이 늘어날수록 그 경계의 구분과 통제는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이는 국내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과 원화의 사용성에 잠재적 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다.
Source: “9조 거래” USDT(테더), 韓 시장서 빠르게 확산 - 디지털 에셋
특히 한국은행의 이창용 총재는 스테이블코인의 광범위한 채택이 중앙은행 화폐 역할 축소와 통화정책 효과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명시적으로 표명한 바 있다. 이는 단순한 암호화폐 시장 내부의 변화를 넘어, 국가 화폐 체계와 경제 주권에 관한 근본적인 도전 과제로 인식되고 있다. 또한 페이팔이 발행한 PYUSD와 같은 글로벌 기업이 발행한 스테이블코인 및 결제 솔루션의 보급이 확대될 경우, 국내 자본 흐름 관리와 통화정책 독립성 유지는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현행 법규 체계 하에서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의 법적 지위는 모호한 상태다. 외환거래법상 '지급수단'으로 간주해야 하는지, 아니면 자본거래의 일부로 보아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부재하다. 이러한 법적 불확실성은 효과적인 감독과 규제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KYC와 트래블룰이 적용된 거래소 내 스테이블코인은 일부 통제가 가능하지만, 점차 스테이블코인의 활용 범주가 넓어지면서 이를 통한 실물 경제 활동이 점차 늘어난다면 이러한 조치만으로는 스테이블코인의 확산으로 인한 원화 경제권의 잠식을 막기에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또한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주체는 대부분 해외 기업으로, 이들은 국내 규제 체계의 직접적인 감독 대상이 아니다. 이는 국내 금융 규제의 사각지대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크며, 특히 위기 상황에서 국내 당국의 개입 여지를 제한할 수 있다.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95% 이상을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차지하고 있는 현 상황은 원화 중심의 국내 금융 생태계에 직접적인 도전이 될 수 있다.
3.1.2 실물 경제에서의 국내 스테이블코인 도입 가능성 평가
최근 들어 급격히 성장한 국내 거래소의 스테이블코인의 거래량과 미국에서의 전략적인 움직임을 취하는 것을 두고, 우리나라의 실물 경제에서 또한 스테이블코인의 도입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 하는 우려가 나타나고 있다. 일부 언론 보도에서는 동대문 시장의 보부상들이 스테이블코인으로 거래를 하거나, 대외 무역의 10% 가량이 스테이블코인으로 결제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그러나 실제 취재 및 조사 결과, 이는 상당 부분 과장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동대문 상인들은 여전히 현금 거래를 선호하며, 디지털 결제 시스템의 활용도도 낮은 수준이다. 또한 대외 무역 결제에 있어서도 공식적인 은행 채널을 통한 거래가 여전히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최대로 잡아도 3% 내외라고 드러났다.
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현 시점에서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국내 실물 경제에 광범위하게 도입될 가능성은 아직 제한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이는 한국 시장이 가진 구조적 요인에 기인한다.
첫째, 한국은 전 세계에서도 손 꼽을 만큼 발달된 금융 및 핀테크 서비스 환경을 가지고 있어, 스테이블코인으로 전환하고자 하는 수요가 그리 높지 않다. 토스,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등 국내 주요 핀테크 서비스의 보급률은 매우 높은 환경에서 스테이블코인이 제공할 수 있는 추가적인 효용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다. 특히 토스와 같은 주요 핀테크 서비스에서는 이미 기존 금융 시스템의 비효율을 대부분 추상화하여 24시간 실시간 송금, 낮은 수수료, 높은 접근성 등 스테이블코인이 강점으로 내세우는 특성 대부분을 제공하고 있다. 이는 비단 한국에 한정된 현상이 아니며, 아직 스테이블코인이 주요 선진국에서 기존 핀테크 서비스를 대체하는 경우는 비교적 드물다.
그리고 국내 시장에 상존하는 김치 프리미엄은 스테이블코인을 통한 달러 접근에 경제적 장벽으로 작용한다. 지난 2024년 한 해간, 국내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글로벌 시장 대비 평균 3-7%의 프리미엄을 형성해, 투자자들은 원화를 통한 달러 구매에 있어 불리한 교환 비율을 적용받아야 했다. 앞서 신흥국에서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프리미엄에도 불구하고 달러 접근 수단으로 자리 매김했음을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이들 국가에서는 스테이블코인 이외에 달러 접근에 대한 대안이 마땅치 않은 곳이 대부분으로, 스테이블코인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달러 접근도가 높은 우리나라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조건을 가지고 있다.
Source: 한국 블록체인 시장 가이드 - 타이거 리서치
마지막으로, 아직 한국의 온체인 도구 보급률과 활용도가 글로벌 대비 낮은 수준임을 고려할 때 실질 경제에서의 스테이블코인 도입은 다소 이른 것으로 판단된다. 우리나라는 해외와 비교해 언어/문화적 장벽이 높아 암호화폐 개인 지갑이나 송금 서비스 등이 아직 충분히 자리 잡지 못 했다. 게다가 엄격한 규제로 인해 거래소 이외에는 암호화폐 구매를 위한 대부분의 서비스들에 대한 접근이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스테이블코인을 실물 경제에서 활용할 수 있는 충분한 사용자 기반이 형성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3.2.1 해외 거래소 및 DeFi로의 자금 이동 통로
Source: Eastern Asia: Institutions Drive Adoption in South Korea and Hong Kong - Chainanlysis
스테이블코인 거래의 주된 목적은 국내 거래소에서 해외 거래소 또는 개인 지갑으로 자금을 이전하기 위한 것으로 확인된다. 체인애널리시스에서 제공한 데이터에 따르면, 2023년 말 빗썸에 USDT가 처음 상장된 시점부터 국내 거래소의 유출 금액에서 스테이블코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했다. 특히 해당 기간 해외 거래소로 유출된 스테이블코인 금액이 동기간 빗썸의 USDT 거래량과 거의 유사한 수치를 보인 점은 두 현상 간의 강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1위 사업자인 업비트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24년 6월 USDT가 상장된 이후, 전체 이체 자금 중 스테이블코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가장 최근 데이터에 따르면 전체 유출 자금의 약 60%가 USDT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스테이블코인이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거래소로의 자금 이전을 위한 주요 경로로 빠르게 자리잡았음을 뜻한다.
자금 이전 시 스테이블코인을 선호하는 주된 이유는 명확하다. 스테이블코인은 이전 과정에서 가격 변동성 노출을 최소화하여 원하지 않는 시장 리스크를 회피할 수 있다. 또한 대부분의 글로벌 거래소가 USDT나 USDC와 같은 주요 스테이블코인의 입출금을 지원하므로, 추가적인 환전 과정 없이 즉시 거래에 활용할 수 있어 거래 효율성이 높다.
3.2.2 한국 암호화폐 시장의 구조적 비효율
스테이블코인을 통한 자본 유출 현상의 근저에는 국내 암호화폐 시장이 겪고 있는 구조적 비효율이 자리하고 있다. 이러한 비효율은 국내 시장 특유의 폐쇄적 구조, 제한된 상품 다양성, 그리고 글로벌 시장과의 괴리라는 상호 연결된 요소들로부터 비롯된다.
국내 암호화폐 시장을 규정하는 대표적인 특징은 엄격한 규제 환경, 그리고 그로 인한 글로벌 시장과의 단절이다. 현행 규제 체계 하에서 거래소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국내 거주자임과 동시에 본인 명의 휴대전화와 실명 계좌를 모두 보유해야 하는 엄밀한 신원 확인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는 자금세탁 방지와 투자자 보호라는 명목 하에 마련된 것이지만, 자국민 이외의 시장 참여를 제한하는 강력한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면서 시장 유동성을 저해하고 있다.
특히 법인의 암호화폐 거래소 계좌 개설이 불가능하다는 점은 국내 시장에서 기관 투자자의 역할을 원천적으로 배제함으로써, 시장 안정화와 자연스러운 가격 발견 기능을 약화시키는 데 기여한다. 2024년 들어 법인의 가상자산 시장 참여 허용에 관한 논의가 전개되고 있으나, 초기 단계에서는 허용 대상이 매우 제한적이라 실질적인 효용은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또한 국내의 엄격한 규제 환경은 투자자로 하여금 투자 기회의 직접적인 제약으로도 이어진다. 해외 거래소 또는 DeFi 서비스들이 현물 거래는 물론 선물, 마진 거래, 옵션, 유동성 스테이킹, 이자 수익 상품에 이르기까지 종합적인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과 달리, 국내 거래소는 본질적으로 단순 현물 거래에 국한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품 다양성 결여는 단순히 투자 선택지의 부족을 의미하는 것을 넘어서, 위험 관리와 포트폴리오 최적화 수단의 부재로 이어진다. 시장이 하락세에 접어들 때 헤지할 수단이 없거나, 상승 시장에서 레버리지를 활용할 방법이 제한된다면, 효율적인 자본 배분과 투자 전략 수립이 불가능해진다.
Source: Bitcoin Kimchi Premium - CryptoQuant
국내 암호화폐 시장의 폐쇄성은 원화 마켓에 대한 접근 비용을 높여, 글로벌 시장과의 지속적인 가격 괴리 현상으로 나타난다. '김치 프리미엄'으로 대표되는 현상은 글로벌 거래소 대비 국내 거래소에서의 추가 가격 프리미엄을 의미하며, 정상적인 시장 상황에서도 3-7%의 프리미엄이 상존하며, 투자 과열 시기에는 10%에 육박하여 국내 투자자들에게 지속적인 피해를 야기한다. 김치 프리미엄이 발생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국내외 시장 간 자유로운 자금 이동이 제한되면서 차익 거래를 통한 가격 정상화 메커니즘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Source: 김치 프리미엄 현상 총정리: 한국 가상자산 시장의 특징과 원인
때로는 국내 시장의 폐쇄성으로 인한 가격 괴리가 ‘상장빔’이나 ‘가두리 펌핑’과 같은 극단적인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상장빔은 새롭게 상장된 가상자산의 가격이 글로벌 시장 대비 국내 거래소에서 비정상적으로 급등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2024년 7월 빗썸에 상장된 어베일($AVAIL) 토큰의 사례가 대표적인데, 당시 이 토큰은 글로벌 시장 대비 1,255%라는 천문학적인 프리미엄을 기록했다. 이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국내 시장의 구조적 비효율성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으로, 투자자들의 합리적 의사결정을 방해하고 불필요한 손실을 초래할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Source: 김치 프리미엄 현상 총정리: 한국 가상자산 시장의 특징과 원인
가두리 펌핑 현상 또한 상장빔과 마찬가지로 특정 가상자산의 입출금이 일시적으로 중단될 때, 제한된 유동성을 악용해 가격이 극단적인 변동성을 보이는 현상을 의미한다. 2023년 8월 커브다오토큰($CRV)은 보안 취약점으로 입출금이 중단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거래소에서는 약 700%에 달하는 가격 프리미엄이 형성되었다. 이러한 비정상적 가격 형성은 정보 비대칭성과 힌국 소매 투자자의 높은 투기 성향, 그리고 격리된 시장 환경이 결합하여 나타나는 병리적 현상으로, 건전한 투자 환경을 근본적으로 훼손하고 있다.
결국 국내 암호화폐 시장의 구조적 비효율은 폐쇄적 시장 구조와 규제적 제약이 초래한 연쇄적 현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시장 참여자 제한으로 인한 유동성 부족, 상품 다양성 결여로 인한 투자 전략 제약, 그리고 글로벌 시장과의 격리로 인한 가격 왜곡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자기 강화적 비효율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합리적 투자자들의 해외 시장 이탈은 불가피한 선택으로 남게 될 것이다.
3.2.3 가속화되는 ‘탈한국’ 현상과 원화 사용성 약화 리스크 대두
Source: 한국 가상자산 투자자, 그들은 누구인가 - 해시드 오픈 리서치
한국 암호화폐 시장이 보여주는 구조적 비효율성은 국내 투자자들의 '탈한국'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해시드 오픈 리서치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일반 투자자들이 주로 국내 거래소에 자산을 보관하는 반면, 1억 원 이상을 보유한 투자자 그룹에서는 국내보다 해외 거래소나 개인 지갑에 대부분의 자산을 보유하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는 자금력과 정보력을 갖춘 투자자일수록 국내 시장을 벗어나려는 경향이 강함을 시사한다.
금융위원회의 가상자산사업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거래소에서 해외로 이전되는 자금 규모는 2022년 하반기 21.6조 원에서 2024년 상반기 74.8조 원으로, 2년도 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3배 이상 증가했다. 게다가 국내 거래소에서의 자금 이탈은 점차 가속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직전 기간 대비 증가율을 보면 2023년 하반기 28.3%에서 2024년 상반기 96.3%로 대폭 상승했다.
자본 이탈의 원인은 단순히 더 나은 투자 기회를 찾아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행위에 그치지 않는다. 국내 암호화폐 시장의 구조적 문제가 투자자들의 신뢰를 약화시키고, 합리적인 투자 판단을 어렵게 만드는 환경에서 해외 플랫폼으로의 이동은 일종의 필연적 선택이 되고 있다. 특히 국내 특유의 김치 프리미엄이나 상장빔과 같은 비효율적 시장 환경은 정보에 기반한 투자 전략 수립을 극도로 어렵게 만들고 있다.
더욱 근본적인 우려는 이러한 '탈한국' 현상이 단순한 암호화폐 시장 내부의 문제를 넘어, 원화 경제권과 금융 주권에 대한 위협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스테이블코인의 확산은 암호화폐 시장 내부적인 유인에 의해 주도되고 있으나, 이러한 추세가 지속될 경우 원화 중심의 경제 체계에 구조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Source: Stablecoin payments heat up in 2024
특히 암호화폐와 실물 경제의 경계가 흐려지는 임계점에 도달할 경우, 그 영향력은 더욱 확대될 것이다.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는 스테이블코인과 기존 금융 시스템의 통합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개인 지갑과 연동된 비자나 마스터카드를 발급받거나, 페이팔, 스트라이프, 쇼피파이 등의 온라인 결제 솔루션을 통해 스테이블코인으로 직접 거래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이러한 서비스가 일반 사용자 범주까지 확대될 경우,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영향력이 실물 경제 영역으로 확장되면서 원화의 사용성과 통제력 약화는 불가피해질 것이다. 이는 단순한 규제나 개별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제어하기 어려운 구조적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
결론적으로, 국내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 관찰되는 거래량 증가는 단순한 투기적 수요가 아닌, 국내 암호화폐 시장의 구조적 비효율로 인한 자본 이탈의 신호로 해석해야 한다. 이는 원화 경제권과 국내 금융 시스템의 장기적 경쟁력에 중대한 도전이 될 수 있으며, 이러한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선제적 접근이 필요하다. 다음 장에서는 이러한 구조적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도입 가능성과 그 기대 효과에 대해 논의할 것이다.
4.1.1 국가 간 경쟁으로 번지는 스테이블코인 시장 구도와 각국의 대응
스테이블코인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양하게 존재하지만, 방대한 규모와 영향력을 가진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달러 단일 화폐에 의해 영원히 독점되거나 테더와 서클 두 기업에 의해서만 유지될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한다. 오히려 각국이 자국 화폐를 기반으로 한 스테이블코인을 형성하고, 이를 현재의 경제 체제에 통합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자국 화폐의 사용성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많은 국가들은 자체적인 규제 요건을 마련하고 기업들과의 연계를 통해 화폐의 사용성을 지키고자 하는 경쟁을 펼치고 있다.
EU는 MiCA(Markets in Crypto Assets) 규제를 통해 포괄적이고 조화로운 스테이블코인 규제 프레임워크를 이미 확립했다. 이 규제는 모든 EU 회원국에서 스테이블코인의 발행과 운영에 대한 일관된 법적 환경을 제공하며, 시장 참여자에게 법적 명확성을 제공하여 규제 단편화를 줄이고 새로운 비즈니스와 혁신을 촉진하고 있다.
싱가포르 통화청(MAS)은 2023년 8월, 단일 통화 스테이블코인(SCS)에 대한 규제 프레임워크를 발표했다. 해당 프레임워크는 싱가포르 달러 또는 G10 통화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을 대상으로 하며, 발행자는 가치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준비 자산 관리, 최소 기본 자본 유지, 5영업일 내 상환 의무 등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일본은 2023년 결제 서비스법 개정을 통해 디지털 결제형 스테이블코인은 은행, 자금 이체 서비스 제공자 및 신탁 회사만 발행할 수 있도록 했으며, 은행이 발행한 스테이블코인은 예금으로 간주되어 예금 보험으로 보호받는다.
이러한 주요국의 스테이블코인 규제 도입은 다음과 같은 공통된 목적성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자의 자격과 요건을 명확히 하여 시장의 신뢰도 증진
준비금 관리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설정하여 가치 안정성을 보장
소비자 보호와 시장 투명성을 강조하여 사용자 신뢰를 구축
자국 화폐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통해 자국 통화의 디지털 경제 내 사용성을 확보하려는 의도
Source: MiCA is Reshaping EUR Stablecoin Markets
세계적으로 스테이블코인 규제 체계가 명확해짐에 따라 다양한 스테이블코인 유형의 채택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USD가 아닌 스테이블코인의 성장도 함께 촉진할 수 있으며, 다양한 관할 구역과 산업 전반에 걸쳐 디지털 자산에 대한 수용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EU의 MiCA와 같은 명확한 규제 프레임워크의 도입은 자국 화폐의 스테이블코인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MiCA 시행 이후 EU 내에서는 이 규제를 준수하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이 미준수 발행사와 비교해 유의미한 점유율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명확한 규제가 시장 참여자들에게 확실성을 제공하고, 결과적으로 더 많은 채택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4.1.2 스테이블코인 관련 규제 확립 및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의 필요성
한국 역시 스테이블코인 규제에 대한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현재 한국에는 아직 스테이블코인과 관련한 명확한 규제가 부재하다. 하지만 스테이블코인의 영향력과 규모가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달러 패권 강화를 노리는 미국과 이에 대응하기 위한 각국의 움직임 등 국제적 규제 흐름을 따르기 위해서라도 빠른 시일 내에 스테이블코인에 관한 규율 체계를 정립해야 한다는 요구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단순히 새로운 금융 상품의 도입을 넘어, 변화하는 글로벌 디지털 금융 생태계에서 한국의 통화주권을 보호하고 강화하는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 특히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금융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는 상황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디지털 경제 내에서 원화의 사용성을 보전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현재 국내외 암호화폐 시장에서는 USDT와 같은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거래량이 급증하고 있으며, 스테이블코인의 잠재력을 내다 본 결제 솔루션 기업 등에서의 도입 속도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이런 서비스가 도입된다고 하더라도, 한국 사용자들을 위한 원화 자산 자체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달러를 통한 거래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이와 같은 추세가 계속된다면 장기적으로 한국의 디자털 자산 시장 내의 경쟁력과 원화 사용성의 약화는 불가피해진다. 이러한 상황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도입은 디지털 자산 시장 내에서 원화의 사용성을 보전하고, 관련 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촉매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에서의 스테이블코인 규제 요건 확립, 나아가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통해 다음과 같은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
금융 규제 주도권 확보: 명확한 규제 프레임워크를 마련함으로써 국내외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 한국의 영향력을 강화하고, 국제 표준 설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디지털 경제 내 원화 사용성 강화: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도입은 글로벌 디지털 경제에서 원화의 활용도를 높이고,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확산으로 인한 통화주권 약화 위험을 완화할 수 있다.
국내 암호화폐 생태계의 건전성 제고: 스테이블코인 규제를 통해 글로벌 시장과의 연결성을 강화함으로써, 국내 암호화폐 시장의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도입과 명확한 규제 체계 확립은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확장에 대한 선제적 대응으로, 국가 차원의 규제 주도권 확보와 원화의 사용성 강화에 기여할 수 있다. 이는 디지털 금융 시대에 한국의 경제적 주권과 경쟁력을 유지하는 데 있어 중요한 전략적 선택이 될 것이다.
4.2.1 글로벌 시장에 버금가는 한국 암호화폐 거래 규모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각국에서는 자국 화폐 사용성 보전을 위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고 기업과의 연계를 강화하고 있으나, 유로화를 제외하고는 유의미한 규모의 발행량과 활용도를 달성한 사례가 많지 않은 상황이다. 이전 스테이블코인을 발행 및 도입하고자 했던 국가들이 실패했던 이유는 기존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대체할 수준의 유동성과 사용성을 확보하지 못 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제한적인 사용 사례와 접근 권한만을 허용하는 방식으로는 인터넷의 속도로 발전하는 금융 시스템을 따라잡기 어려울 수 밖에 없다.
Source: State of the Korean Crypto Market
하지만 한국은 이들 국가와는 차별화되는 전략적 이점을 지니고 있다. 한국의 암호화폐 거래 규모는 글로벌 시장에 견주어도 두각을 나타내는 입지를 가지고 있으며, 이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에 있어 중요한 전략적 이점이 될 수 있다. 세계 최대 거래소인 바이낸스와 바이빗을 제외하면, 업비트의 거래량은 미국 최대 거래소인 코인베이스와 대등한 수준이다. 2024년 상반기 기준, 업비트의 일일 평균 거래량은 코인베이스와 유사한 약 20억 달러를 기록했으며, 국내 4대 거래소(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의 거래량을 합산하면 코인베이스를 상회하는 규모에 도달한다.
스테이블코인의 초기 도입 및 성장에 있어 거래소는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앞서 테더와 트론의 사례에서 확인했듯이, 거래소를 중심으로 구축된 초기 사용자 기반과 유동성은 지속적인 네트워크 효과를 창출하며 스테이블코인이 금융 인프라로서 자리매김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이로 인해 한국의 암호화폐 거래 규모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에 있어 다른 국가들이 갖지 못한 핵심적인 전략적 이점을 제공한다.
한국 암호화폐 시장의 높은 거래량은 단순한 투자 과열 현상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는 초기 유동성과 사용자 기반 확보가 지속적인 성장의 토대가 되기 때문에, 한국의 높은 거래 활성도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글로벌 시장에서 유의미한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는 결정적 발판이 될 수 있다.
Source: 김치 프리미엄 현상 총정리 - 타이거 리서치
2024년 1분기에는 글로벌 암호화폐 거래량에서 원화(KRW)가 미국 달러(USD)를 상회하는 놀라운 결과를 보였다. 물론 이는 USDT, USDC 등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제외한 순수 법정 화폐만의 비교이지만, 한국과 미국의 경제 규모 차이(GDP 기준 약 12배)를 고려할 때 이는 한국 암호화폐 시장의 놀라운 활성도를 보이고 있다. 유로화나 엔화와 같은 주요 국제 통화들도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는 미미한 점유율을 보이는 상황에서, 암호화폐 거래에서 상당한 활성도를 보이는 원화는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 차별화된 성공 가능성을 갖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4.2.2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잠재적 규모와 확장성
금융위원회의 2024년 가상자산 사업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거래소의 총 원화 예치금은 약 5조원(35억 달러)에 달한다. 당장 거래소에 예치금만 하더라도 현재 시장에 존재하는 비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발행량을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이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고 국내 주요 거래소에서 도입될 경우 단숨에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 비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중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또한 해당 수치는 단순히 현재 거래소 내 예치금만을 집계한 것으로, 여기에 해외 거래소 및 개인 지갑에 보관 중인 한국 투자자들의 자산, 그리고 온체인 생태계에서 활용되는 자금까지 고려하면 실제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잠재적 시장 규모는 훨씬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더해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성장 잠재력은 현재 암호화폐 시장의 규모를 넘어, 다음과 같은 요소들로 인해 더욱 확대될 수 있다:
국내 고유의 디지털 경제 역량: 한국은 세계적인 디지털 인프라와 높은 기술 수용도를 갖추고 있으며, 이는 디지털 자산의 실물 경제 도입을 가속화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
잠재적인 개인 지갑 사용자 증가: 현재 국내 암호화폐 투자자 중 개인 지갑 사용 비율은 낮은 편이나, 사용자 경험 개선과 함께 이 비율이 증가할 경우 온체인 활동과 스테이블코인 수요가 증가할 수 있다.
국내 금융 기관의 참여 가능성: 규제 명확화와 함께 은행,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 전통 금융 기관들이 디지털 자산 시장에 참여할 경우,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또 다른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
종합적으로 볼 때,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단기간 내에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 상위권에 진입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추고 있으며, 이는 한국이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 다른 비 달러 국가들이 가지지 못 한 가장 명확한 전략적 이점으로 평가된다.
4.2.3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경쟁력 확보 방안
앞서 살펴본 한국의 암호화폐 시장 활성도와 잠재적 시장 규모를 바탕으로,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해볼 수 있다.
거래소와의 전략적 제휴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성공적인 도입을 위해서는 국내 주요 거래소들과의 전략적 제휴가 필수적이다. 업비트, 빗썸 등 국내 주요 거래소는 이미 수백만 명의 사용자 기반과 상당한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어, 이들과의 협력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초기 채택률을 크게 높일 수 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와 암호화폐 거래소의 협업 사례로 바이빗과 브라질 레알 기반 스테이블코인(BRZ)과의 협업을 참고할 수 있다. 바이빗은 BRZ 도입 후 현지 시장 거래량이 200% 증가했으며, 분기별 꾸준한 사용자 증가세를 기록했다. BRZ는 브라질 사용자들이 복잡한 환전 과정 없이 자국 화폐로 직접 입출금할 수 있는 게이트웨이 역할을 했으며, 발행사와의 온/오프램프 파트너십을 통해 지역 금융 시스템을 단일 API로 통합하여 복잡한 현지 규제와 절차를 간소화했다.
결제 솔루션 기업 및 웹3 생태계와의 통합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디파이(DeFi) 및 웹3 생태계와의 원활한 통합이 필요하다. 국제적으로 활용도가 높은 디파이 프로토콜, NFT 마켓플레이스, 크로스체인 브릿지 등과의 호환성을 확보함으로써,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글로벌 디지털 자산 생태계 내에서 높은 활용도를 달성할 수 있다.
싱가포르 달러를 기반으로 한 스테이블코인 XSGD는 그랩(Grab)과 같은 주요 핀테크 플랫폼과의 통합을 통해 실생활 활용도를 크게 높였으며,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확보했다. 2024년 2분기 기준, 싱가포르의 스테이블코인 결제액은 분기 기준 약 10억 달러 규모로 급증했으며, 약 25%가 1만 달러 미만의 소액 거래로 이루어져 소매 결제에서의 높은 활용도를 입증했다.
국경 간 결제 및 특수 거래 부문
2장 초입에서 스테이블코인의 도입 확대 시나리오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특히나 국경 간 결제에서 특정 니치 시장을 공략하여 실질적인 사용 사례를 구축할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한류 콘텐츠 및 제품의 글로벌 수요를 고려할 때, K 팝, 컨텐츠, 뷰티 등 한국 문화 콘텐츠 및 관련 상품의 국제 결제에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하는 것은 거래 비용을 줄이고 시장 도입을 위한 자연스러운 연결점이 될 수 있다.
4.3.1 스테이블코인 기반 금융 생태계 구축
Source: Stablecoin Marketmap - Artemis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단순한 암호화폐 거래 수단을 넘어 한국 디지털 자산 시장 전반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블록체인이 제공하는 무허가성과 프로그램 가능성으로 인해 새로운 금융 인프라로서 잠재력을 지니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결제, 송금, 크로스보더 송금 등 핵심 금융 서비스들이 파생될 수 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부재한 현 상황에서 국내 금융 생태계는 장기적으로 경쟁력 약화에 직면할 수 있다. 글로벌 디지털 금융 시장의 재편 과정에서 한국이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다면, 국내 금융 산업은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 현재는 핀테크, 결제, 자산관리 등 디지털 금융 영역에 진출하는 기업들과 국내 사용자들은 달러 기반 인프라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내 사용자들이 디지털 자산 관련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통한 거래가 불가피하게 되며, 이는 자연스럽게 원화 경제권의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 이와 같은 추세가 지속되어 서클(Circle)이나 테더(Tether)와 같은 해외 기업들이 발행한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국내 디지털 자산 생태계에서 지배적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면, 국내 금융 시스템의 자율성과 독립성이 약화될 위험이 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국내 개발자와 기업들은 원화 기반의 혁신적인 금융 서비스를 구축할 수 있으며, 이는 한국 핀테크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한국은 이미 토스, 카카오페이 등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핀테크 기업들을 보유하고 있어, 원화 스테이블코인과의 결합을 통해 이들 기업의 글로벌 진출이 가속화될 수 있다. 현재 핀테크 기업들의 해외 진출은 각 국가별 규제 대응과 현지 금융 시스템 통합이라는 큰 장벽에 직면해 있으나,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글로벌 디지털 자산 인프라에 통합된다면 이러한 장벽을 상당 부분 낮출 수 있다.
4.3.2 국내 시장 비효율성 해소 및 투자자 손실 방지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국내 암호화폐 시장의 구조적 비효율성을 해소하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다. 3장에서 분석한 바와 같이, 한국 암호화폐 시장은 김치 프리미엄, 상장빔, 가두리 펌핑 등 다양한 형태의 가격 왜곡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이는 국내 투자자들에게 불필요한 손실을 초래하고 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현재 국내 암호화폐 시장이 직면한 구조적 비효율성을 해소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국내외 시장 간의 연결성을 강화하고 시장 참여자들의 접근성을 높임으로써, 가격 괴리 현상을 줄이고 더 공정하고 효율적인 시장 환경을 조성하여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Source: Stablecoin 101 - Chainanlysis
특히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글로벌 시장과 국내 시장의 단절을 해소하는 교량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글로벌 암호화폐 거래소 또는 온체인 마켓에 상장된다면, 글로벌 투자자들은 원화 기반 자산에 직접 접근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양방향 자금 흐름을 가능하게 하여 시장 간 가격 괴리를 자연스럽게 줄이는 데 기여할 것이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해 국내 시장과 글로벌 시장 간의 가격 차이를 이용한 차익거래를 시도할 것이며, 이는 자연스럽게 김치 프리미엄을 감소시키는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도입이 국내 자본의 해외 유출을 가속화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을 수 있으나, 오히려 장기적으로는 국내 시장의 경쟁력과 투명성을 제고함으로써 투자자들이 국내 시장에 남아있을 유인을 제공할 수 있다. 현재 '탈한국' 현상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국내 시장의 구조적 비효율성과 제한된 투자 기회이며, 이러한 문제들이 해소된다면 국내 자본의 불필요한 해외 유출을 방지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4.3.3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 시 고려 사항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성공적인 도입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몇 가지 중요한 고려 사항을 전제로 해야 한다.
원화 가치의 안정성
스테이블코인의 도입 사례를 분석해보면, 자국 통화의 가치가 불안정한 국가에서 자국 통화 기반 스테이블코인보다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수요가 더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앞서 2장에서 살펴본 것처럼, 터키, 아르헨티나, 나이지리아 등 자국 화폐 가치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국가에서는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높은 프리미엄에 거래되며 선호되고 있다.
따라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성공적인 도입과 활용을 위해서는 원화의 가치 안정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만약 원화가 달러 대비 지속적인 가치 하락을 경험한다면, 국내 사용자들은 원화 스테이블코인보다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활용도와 시장 수용성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확장된 모니터링 체계 구축 필요성
스테이블코인은 블록체인과 암호화폐가 가진 무허가성이라는 특성 자체가 금융과 화폐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데 의의를 두고 있다. 이는 본질적으로 인터넷 상의 돈으로서 국경을 초월한 이동이 가능하며, 통제하기 어려운 특성을 갖고 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 시 사용자들의 경제 활동 범주가 확장됨에 따라 더 넓은 범위의 모니터링 체계가 필요하다. 현재 시행 중인 트래블룰은 거래소 간 자금 이동을 추적하는 데에는 효과적일 수 있으나, 개인 지갑이나 탈중앙화 금융(DeFi) 서비스로의 자금 이동을 완전히 모니터링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규제적 균형과 산업 협력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혁신의 도구로 작용하기 위해서는 규제적 명확성과 함께 충분한 혁신의 여지가 보장되어야 한다. 지나치게 엄격한 규제는 혁신을 억제할 수 있으나, 반대로 너무 느슨한 규제는 소비자 보호와 금융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다.
성공적인 스테이블코인 생태계 구축을 위해서는 정부 기관, 금융 기관, 핀테크 기업, 암호화폐 거래소, 개발자 커뮤니티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 간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 특히 초기 도입 단계에서는 시범 사업이나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점진적으로 규제 체계를 발전시켜 나가는 접근법이 효과적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