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아티클은 비트코인 생태계를 확장하는 프로젝트들과 섹터를 살펴보는 4부 시리즈 중 첫 번째 파트입니다.
최초의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은 최근 생겨나고 있는 다양한 블록체인에 비해 단순한 기술 스택을 통해 보안성과 탈중앙성을 구현했다. 하지만 블록체인 트릴레마로 인해 비트코인은, 확장성과 관련된 많은 부분을 포기해야 했다. 그로 인해 비트코인으로 거래를 대량으로 빠르게 처리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게 되면서, 비트코인이 이상적인 화폐로 쓰이기 어려운 환경이 형성되었다.
그러나 비트코인의 확장성 문제를 해결할 기술적 기반이 갖추어진다면, 비트코인이 화폐로 쓰일 수 있다는 인식의 전환이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비트코인 커뮤니티도 오래전부터 확장성의 한계를 인식하고 있었기에 세그윗, 탭루트 업그레이드를 통해 비트코인의 확장성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그리고 현재 비트코인의 활용성을 높이기 위해 비트코인 L2를 만드는 프로젝트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본 글에서 비트코인 L2의 구조에 대해 알아보고 앞으로 어떠한 점들을 주목해서 봐야할지 알아보자.
비트코인 L2 프로젝트들은 올해 2분기에만 $94.6 million의 투자를 받았다 ($34.7 Million in Q1). 하지만 현존하는 65개 이상의 비트코인 L2 솔루션 중 대다수의 비트코인 L2들이 L2가 되기 위한 필요조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다양한 비트코인 L2 프로젝트들 중 옥석을 가리기 위해 L2의 필요조건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재고해 보자. 우선 비트코인이 그동안 스마트컨트랙트를 통한 L2를 구축하지 못한 이유는 다음과 같은 비트코인 스크립트의 한계에 기인한다.
튜링 불완전함
트랜잭션의 상태는 서로 독립적임 (Stateless)
제한된 스크립트의 사이즈
튜링 불완전성이란 특정 연산작업 혹은 Opcode를 실행하지 못한다는 것을 뜻한다. 대표적으로 비트코인은 반복문을 실행하지 못하도록 설계되었는데, 이는 사토시가 비트코인을 디도스 혹은 다른 공격에서 보호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설계한 방식이다. UTXO 방식을 채택하는 비트코인에서의 트랜잭션은 서로 독립적 (Stateless)이며 트랜잭션 간의 관계에 대한 개념이 없다. 또한 비트코인의 블록사이즈는 1MB로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스마트 컨트랙트 스크립트를 기재하는 것 자체에 대한 제한이 존재한다.
포필러스의 “진짜 비트코인 L2는 누구일까” 아티클에서 서술했듯이, 진정한 L2는 L1에 종속적이며 L1의 Liveness와 Safety의 수혜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정리하면 크게 세 가지의 조건으로 귀결된다.
Criteria 1. L1 체인에 종속적인가? - L2는 L1과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없음
Criteria 2. L1의 검증자들이 자산의 입출금에 관여하는가? - L2는 L1의 컨센선스 메커니즘을 따라야함
Criteria 3. L1의 보안성을 공유받는가? - L2의 데이터 가용은 L1에서 이루어져야 함
위의 기준들을 가지고 현시점 비트코인 L2를 대표하는 프로젝트들을 비교해 보자.
L2의 필요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Citrea를 살펴보면 BitVM이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온다. 심지어 지금은 BitVM을 쓰지 않는 비트코인 L2 상당수의 프로젝트 로드맵을 살펴보면, 향후BitVM을 사용할 계획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면 BitVM은 어떤 기술이길래 그동안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비트코인의 Liveness와 Safety의 수혜를 받으며 비트코인 L2를 구축할 수 있는 것일까?
BitVM은 off-chain에서 일어난 스마트 컨트랙트에 의한 상태변화를 옵티미스틱하게 검증하는 방식을 제시했다. 비트코인 컨센서스 룰에 맞춰 수학적인 검증을 거친 뒤, 비트코인 블록에 트랜잭션을 기록하는 방식을 택했기 때문에, 비트코인의 보안성을 상속할 수 있게 된다. 또한, 비트코인 블록체인에 어떠한 변화 없이 사용할 수 있으므로, 커뮤니티의 반발 역시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이 일련의 과정을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자.
롤업과 마찬가지로, BitVM도 off-chain에서 스마트컨트랙을 잘 수행했다고 증명하려는 증명자와 이를 검증하려는 검증자가 서로 소통하게 된다. 우선 이들은 서로의 부정적인 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같은 양의 자산을 공동 주소로 보낸다. 옵티미스틱 롤업이 트랜잭션 데이터를 묶어서 L1에 올리고, 일주일간의 챌린지 기간을 가지는 것과 유사하게, BitVM의 증명자는 스마트컨트랙트를 잘 수행하겠다는 commitment를 비트코인 L1에 commit한 후 검증자의 챌린지가 시작된다.
이때 주목해야 할 것은 BitVM의 검증 방식이다. 모든 물질이 분자로 이루어진 것처럼, 모든 프로그램을 최소 단위로 쪼개면 NAND Gate까지 쪼갤 수 있다. 이는 초창기 컴퓨터 CPU 하드웨어 작동 방식과도 유사한데, 두 개의 비트를 인풋으로 받고 특정 아웃풋을 내보내도록 설계되어 있다. 아무리 복잡한 스마트컨트랙트 일지라도, 최소 단위로 쪼개어 비트코인 방식의 스크립트화 하는 것이 가능하다. BitVM의 검증은 스마트컨트랙트 스크립트를 NAND Gate단위로 분해하는것에서 시작한다.
Source: https://bitvm.org/bitvm.pdf
NAND Gate로 분해된 스크립트를 증명자와 검증자 각각 Taptree의 형태로 소유하게 되며, 검증자가 특정 해시값의 preimage를 노출하면 증명자는 그 노출된 해시값에 대응하는 특정한 NAND Gate의 아웃풋을 검증자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증명자가 노출한 Preimage와 상응되지 않는 아웃풋 보여주게 된다면, 부정행위로 간주하며, 공동지갑에 넣어둔 자산을 슬래싱하여 검증자가 갖게 된다. 이 외에도 부정 방지 및 소통을 강제하기 위해 증명자 혹은 검증자가 1주일 동안 회신이 없으면 역시 예치된 자산을 슬래싱하도록 설정되어 있다.
Source: https://bitvm.org/bitvm.pdf
챌린지→응답→챌린지→ 응답 형식의 검증을 슬래싱 없이 마치게 된다면, 예치된 자산은 그대로 다시 증명자와 검증자에게 돌아가게 되고, L1에 미리 commit 되어있던 상태에 업데이트가 이루어지며 비트코인 노드들의 합의로 트랜잭션 상태에 대한 업데이트가 이루어지게 된다.
BitVM은 게임이론에 의해 증명자와 검증자 모두 정직하게 행동할 것이라 가정한다는 점에서 옵티미스틱한 검증 방식을 비트코인 위에 구현하였다. BitVM을 통해 스마트컨트랙트를 검증받게 된다면 비트코인에서 컨센서스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실행 환경에 제한을 받지 않게 된다. YONA와 같은 프로젝트들이 SVM을 실행 레이어로 이용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BitVM은 추후 비트코인의 L2뿐만 아니라 다른 체인과의 브릿지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아직은 BitVM에 많은 챌린지 요소가 있다는 것이 사실이다. 우선 스마트컨트랙트를 Nand Gate로 분해하고 검증하는 작업에 많은 작업량이 소모된다. 스마트 컨트랙트가 조금만 길어지더라도 Nand Gate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에, 그만큼 시간과 작업량이 늘어나게 된다. 또한 BitVM역시 중앙화된 주체가 검증자의 역할을 하므로 중앙화 이슈를 피해 갈 수 없다. 그럼에도 OP_CAT 이 도입되지 않은 현재로써는 비트코인 위에서 L2의 모든 필요조건을 충족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유일한 기술이라 할 수 있다.
현재 BitVM은 위에 나열한 문제점들의 상당 부분을 개선하는 엔지니어링에 착수했고, 향후 가상 CPU 도입 등을 통해 조금 더 수월한 계산을 실행하기 위한 연구를 하고 있다고 한다. 4년 후 또 한 번의 반감기를 거치며 비트코인 채굴자들의 수익성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채굴자들의 추가 수익원 창출을 위해 비트코인 커뮤니티가 업그레이드에 조금 더 적극적으로 나올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따라서, 앞으로 BitVM에 유리한 비트코인의 업그레이드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며 미래가 더욱 기대되는 기술이라 할 수 있다.
비트코인 L2에 대한 기술적 분석에서 한 발 물러나 중요한 질문을 하자면, 비트코인 L2가 현재 수 많은 블록체인이 등장하는 상황 속에서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형성할 수 있을까? 비트코인 맥시 뿐만 아니라 사용자들을 모으기 위해 어떤 애플리케이션이 비트코인 L2에서만 작동될 수 있을까? 이는 비트코인 L2 개발자들이 해결해야 할 중요한 질문이다. 일단 비트코인 L2의 초기 프로젝트 대부분은 AMM DEX, 랜딩 프로토콜, CDP와 같은 다른 생태계에서 검증된 인기 있는 디앱의 포크가 대부분일 것이다. 그러나 생태계의 차별성을 갖추고 사용자를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고유한 애플리케이션이 있어야 한다. 어플리케이션은 아니지만 비트코인내 프로젝트 오디널과 룬과 같은 토큰 프로토콜이 비트코인으로 가능한 생태계의 가능성을 보여주며 커뮤니티를 형성한 것을 예시로 들 수 있다. 이는 비트코인 마이너들의 직접적인 수익 향상에도 영향을 주었었다.
비트코인 채굴에 대한 보상이 감소함에 따라 추가적인 인센티브를 위하여 비트코인 L2에 대한 개발은 지속될 것이다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비트코인은 지금은 전적으로 디지털 금으로만 활용되고 있기 때문에 이 디지털 금을 활용할 수 있는 곳이 있어야 한다. 비트코인 L2 환경에서 더 많은 흥미로운 프로젝트가 등장하여 궁극적으로 "비트코인에서만 가능한" 경험을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이 등장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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