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컨트랙트 플랫폼의 유틸리티는, 플랫폼 위에서 상태를 공유하며 작동하는 프로그램들이 서로 아토믹하게 접근하여 흥미로운 상호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경우가 많아질수록 높아진다고 생각한다.”
Sam Blackshear, Co-Founder and CTO @ Mysten Labs
많은 사람들이 “수이” 하면 “빠르다”라는 생각을 한다. 물론 맞다. 수이는 미스티세티(Mysticeti) 업그레이드 이후에 세계에서 가장 빠른 블록체인들 중 하나가 되었다(레이턴시가 1초 미만으로 줄었다). 심지어 Narwhal 이라는 멤풀 프로토콜의 독특한 구조 덕분에 수이는 방대한 네트워크 처리량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필자는 이러한 속도와 확장성이 수이의 궁극적인 목적을 이루기 위한 기능들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수이가 궁극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필자가 보기엔 수이 뿐만 아니라 현재 많은 모놀리틱 체인들이 이루고자 하는 것은 스마트 컨트랙트들이 서로간에 완벽하게 상호작용하여 일종에 슈퍼앱(Super Application)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서 높은 확장성과 빠른 속도를 구현하고, 네트워크를 오픈소스화 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어쩌면 오늘 소개할 딥북(Deepbook)은 이러한 수이의 비전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까 싶다. 이번 아티클에서는딥북의 탄생 배경과 목적을 살펴보며, V2와 V3의 주요 차이점 및 개선사항을 분석할 것이다. 또한 딥북의 핵심 기술과 작동 원리를 파악하고, 수이 블록체인에서 딥북이 차지하는 역할과 디파이(DeFi)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향후 딥북의 발전 방향을 예측해봄으로써, 독자들이 딥북이 어떻게 수이의 혁신적인 비전을 실현하고 있는지, 그리고 블록체인 기술의 미래를 어떻게 형성해 나가고 있는지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유동성은 블록체인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블록체인은 본질적으로 데이터를 토큰화해 주는 것에 큰 효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유동성을 주는 것 역시나 가장 본질적인 요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풍부한 유동성은 그만큼 많은 비용을 필요로 한다. 누군가가 해당 자산에 자본을 공급해 줘야 하기 때문이다. 블록체인 이전의 금융 시장에선 마켓메이커들이 해주던 일을, 탈중앙화된 방식으로 제공해 줘야 한다면 그 일은 더더욱 어려운 일일 것이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디파이 프로토콜들은 새로운 토큰을 찍어서 그것을 유동성 제공자들에게 인센티브로 주면서, 유저들의 자발적인 유동성 공급을 장려해왔다. 우리는 이것을 “유동성 마이닝”이라고 불렀고, 초반에는 이러한 방법들을 통해 프로토콜들에 많은 유동성이 모이는듯 했으나, 토큰의 가치가 지속적으로 희석이 되면서 이러한 방법론은 지속 가능하지 못했음을 증명했다.
더 지속 가능한 방법으로 탈 중앙 프로토콜들이 풍부한 가능성을 가질 수는 없을까? 이러한 고민에서 시작된 것이 바로 딥북과 같은 통합 유동성 레이어 프로토콜(Unified Liquidty Layer)라고 할 수 있다. 블록체인의 인프라 딴에서 통합된 유동성을 제공해주고 디파이 프로토콜들이 해당 유동성을 사용할 수 있다면, 디파이 프로토콜들이 이전처럼 유동성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토큰을 발행하고 가치를 희석시킬 필요없이 자신들이 원하던 풍부한 유동성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블록체인 입장에서도 굉장히 유리한데, 모든 디파이 프로토콜들이 통합된 유동성을 사용한다면 유동성의 파편화 문제도 사라지기 때문에 블록체인 자체적으로도 매우 효율적인 유동성 관리가 가능하다. 그렇다면, 딥북은 도대체 어떻게 작동하는 것일까? 이 원리를 한 번 알아보자.
딥북은 이미 수이 블록체인에서 활발하게 작동하고 있는데, 지금 수이 메인넷에서 작동하는 딥북은 V2로, 조만간 V3로 업그레이드 될 예정이다. 해서, 이번 아티클에서는 딥북 V2와 V3를 전부 살펴봄으로써 V3에서 어떠한 변화들이 일어나는지를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1.2.1 딥북의 기본 구조
V2와 V3의 차이점에 대해 알아보기에 앞서서, 딥북의 가장 기본이 되는 구조들에 대해서 살펴보자. 우선 딥북은 기본적으로 CLOB(Central Limit Order Book)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 뜻은, 트레이더들이 지정가 주문으로 토큰을 거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실시간으로 가격이 바뀌고 해당 가격에만 토큰을 매수/매도 해야하는 AMM과 다르게 유저들에게 기존 거래소와 동일한 경험을 선사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매우 유용한 구조이다.
1.2.1 풀(Pool)
풀은 암호자산의 쌍을 거래하는 공간으로, 주문을 기록하고 거래가 성사되면 그 내용을 처리하는 역할을 한다. 풀은 주문장(order book)을 활용하여 주문을 저장하고, 별도의 주문 처리 메커니즘(Order Processing Mechanism)을 통해 주문들을 처리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이 외에도 주문 추적 시스템(Order Tracking System), 커스터디언 계정 시스템(Custodian account system)들을 활용하여 효율적으로 주문을 처리하고 유동성을 관리한다.
1.2.2. V3로 의 변화
여태까지 우리는 V2 에서의 작동 방식에 대해서 알아봤다. 그리고 이제 곧 런칭될 V3에서는 기존 V2와 비교해서 바뀐 부분이 많은데 일단 풀(Pool)의 구조를 더 세밀하게 구성했을 뿐만 아니라 잔액 관리자와 풀 등록소 개념을 추가하여 전반적인 프로토콜의 아키텍처를 개선하였다. 우선 풀의 구조부터 살펴보자.
풀의 구조(Pool’s Architecture)
V3의 풀은 주문장(Book), 스테이트(State), 그리고 금고(Valut)로 이루어져 있으며 주문장은 거래의 기록과 거래를 성사시키는 작업을, 스테이트는 거래 내역을 기록하는 역할을, 금고는 실제로 거래가 이루어졌을 때 자본을 이동시키는 역할을 한다.
풀 등록소(Pool Registry)
그 다음으로는 풀 등록소가 있는데, 풀 등록소는 어떤 자산 쌍(pair)들이 거래 가능한지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 즉, 딥북 내에서 같은 쌍의 거래소가 중복해서 생기지 않도록 관리한다. 또, 패키지 버전 관리를 통해서 거래소 프로그램이 업데이트 될 때 어떤 버전을 사용할지 관리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잔액 관리자(Balance Manager)
마지막으로, 잔액 관리자는 말 그대로 사용자들의 돈을 관리하는 역할로, 거래가 이루어질 때 금액을 확인하고 처리하는 역할을 한다(주문을 넣을 때 필요한 자금을 여기서 가져온다).
1.2.3. 딥북의 거래 흐름
그렇다면 이 구조들을 사례로 실제로 유저가 딥북을 사용하였을 때 어떤 플로우로 거래가 이루어지는지 살펴보자.
주문 생성
유저가 주문을 넣으면. ‘orderInfo’라는 오브젝트가 생성된다.
주문 매칭
시장가 주문의 경우엔 즉시 거래를 매칭시키고, 지정가 주문이면 먼저 매칭 가능한 주문이 있는지 확인한다. 그리고 매칭되는 주문이 있으면 ‘Fill’이라는 오브젝트를 생성하여 거래 내역을 기록한다.
주문 업데이트
만약에 주문이 완전하게 채워지지 않았다면 주문장에 추가되고, 만약 완전히 채워졌다면 주문장에서 제거된다.
상태 업데이트
거래가 이루어지고 나면, 거래와 관련된 사용자의 정보와 전체 거래소 상태가 업데이트 된다.
정산
금고에서 실제 자금 이동을 처리한다.
물론, 이러한 구조적 개선점들 말고도 주문 처리 로직 최적화를 통해서 트랜잭션 비용이 줄었고, AMM(Automated Market Maker)과 유사한 스왑 인터페이스를 도입했을 뿐만 아니라 플래시론(단일 트랜잭션 내에서 무담보 대출과 상환을 해주는 기능)도 가능해졌고, 각 풀마다 다른 수수료 구조를 가질 수 있는 동적 수수료 구조를 구현했다.
어찌보면 여기서 가장 주목할만한 변화는 바로 딥북의 거버넌스 토큰인 $DEEP 의 등장일 것인데, V3에서는 $DEEP으로 거래 수수료를 지불할 수 있도록 하고, $DEEP 스테이킹을 통해 수수료 할인 및 메이거 리베이트를 받을 수 있게 될 뿐만 아니라 거버넌스 권한까지 가지게 된다. 딥 토큰과 그 기능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1.3.1 딥 토큰의 수수료 모델
앞서서 언급했듯, V3에서 가장 큰 변화는 거래 수수료를 네이티브 토큰인 $Deep으로 지불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딥북의 토큰 수수료 모델은 동적 수수료 구조, 메이커 인센티브를 중심으로 설계되었다. 우선 거래량 기반의 동적 테이커 수수료 모델을 채택하여 에포크 동안(대략 24시간) 거래량에 따라 10bps에서 5bps까지 수수료가 변동한다는 점이 인상깊다(스테이블 풀의 경우엔 0.5에서 0.2 사이를 오간다). 메이커 인센티브는 유동성 깊이에 따라 동적으로 조정된다, 이 뜻은 풀에 유동성이 많으면 메이커들은 인센티브를 가져가지 못하고 풀에 유동성이 많지 않을 때 이에 비례해서 인센티브를 가져간다는 의미이다. 마지막으로 토큰 홀더들은 스테이킹을 통해서 수수료 할인과 추가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고 거버넌스 참여 권한을 부여하여, Deep token에 유틸리티를 부여한다. 거버넌스 모델에 대해서는 바로 밑에서 서술하겠다.
1.3.2 Deep Governance
딥북은 여느 프로토콜과 비슷하게, 스테이킹 기반의 거버넌스 모델을 채택했다. 이 모델에서는 DEEP 토큰을 스테이킹한 사용자들이 각 풀의 파라미터 조정에 참여할 수 있다. 투표 권한은 스테이킹한 토큰의 양에 따라 비선형적(비선형적 투표 권한 증가는 스테이킹한 토큰의 양과 투표 권한 사이의 관계가 단순한 비례 관계가 아닌, 보다 복잡한 형태로 설계된 시스템을 의미한다)으로 증가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는 과도한 중앙화를 방지하고 다양한 참여자들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1.3.3 Risk and Defense Mechanism
물론 딥북도 다양한 리스크와 취약점들이 있는데, 대표적으로 워시 트레이딩(개인이나 단체가 동일한 금융 상품을 동시에 매수하고 매도하는 행위입니다)과 거버넌스 공격(스테이킹을 많이 한 고래들이 거버넌스 채널들을 통해서 자신들의 지대추구를 하는 행위)이 있다. 해서, 딥북은 이러한 잠재적 위험에 대비한 다양한 방어 메커니즘을 구현하였다. 1) 우선 워시 트레이딩 방지를 위해 수집된 토큰이 분배된 토큰보다 항상 많도록 설계되었으며, 잔여 토큰은 소각 처리된다. 그리고 2) 거버넌스 공격을 방지하기 위해 거버넌스 권한에 제한을 두어 독점적 가격 책정을 막고, 스테이크 양에 따른 비선형적 투표 권한 증가를 통해 중앙화를 방지한다. 이러한 메커니즘들은 딥북 시스템의 안정성과 공정성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1.3.4 토큰의 분배
마지막으로 DEEP 토큰 에어드랍을 받는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할 부분이 바로 분배의 부분인 거 같다. 딥북의 토큰 분배는 장기적인 생태계 성장과 커뮤니티 참여를 고려하여 설계되었다. 전체 토큰(약 100억개)의 10%는 커뮤니티 에어드롭에 할당되었고, 28.43%는 핵심 기여자와 초기 후원자에게 배정되었다. 나머지 61.57%는 향후 보조금과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위해 예약되었다. 이러한 분배 구조는 DeepBook 생태계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참여를 촉진하기 위해 설계되었다. 과연 $DEEP 은 지속 가능한 토크노믹스를 보여줄 수 있을지 매우 기대가 되는 부분이다.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부분이, 수이에서 딥북을 활발하게 사용하고 있지 않는다는 부분인데. 이는 사실 틀렸다. 수이의 메인넷 런칭이 작년인 것을 감안하면, 딥북은 무려 1년만에 $5B가 넘는 거래액을 기록했다. 이는 굉장히 고무적인 기록이라고 볼 수 있으며 아직 V2에서 이뤄낸 성과이기 때문에 V3에서의 업데이트 이후 더 많은 프로토콜들이 딥북을 사용했을 때 얼마나 더 많은 거래량을 소화해낼지 기대가 되는 부분이다.
특히나, 현재 수이 블록체인은 블록체인 시장에서 가장 주목 받고있는 레이어1으로 떠오르고 있는 만큼 더 다양한 디파이 프로토콜과 자산들이 생겨날 것이고, 결과적으로 이 현상에 가장 큰 수혜를 받는 것은 딥북이 될 것으로 사료된다.
이러한 관점을 갖게 된 이유에 대한 저자의 생각
우리는 지금까지 딥북의 구조와 발전 과정을 알아보았다. 만약 모든 레이어1 체인들이 딥북과 같은 유동성 레이어가 있다면 어떨까? 물론, 딥북은 수이와 같이 엄청 빠른 환경에서 방대한 트랜잭션을 처리할 수 있는 인프라 위에서만 작동할 수 있기 때문에, 모든 레이어1 체인들이 딥북과 비슷한 수준의 유동성 프로토콜을 가질 수는 없다. 하지만, 딥북의 존재는 왜 모놀리틱 체인(integrated blockchain)들이 이 시장에서 여전히 강점을 가지는지에 대한 대답이 될 수 있다. 아니, 더 나아가 왜 수이 블록체인이 존재할 수 있고, 경쟁력이 있는지에 대한 답변이 될 수 있다.
딥북 덕분에 수이의 디파이 프로토콜들은 유동성을 모으기 위해 무분별한 토큰 분배를 하지 않아도 되고, 유동성을 모으는 것에 대한 고민을 해야하는 시간과 자본을 더 생산적인 곳에 분배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딥북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인프라를 활용해서 기존에 다른 레이어1에선 시도해보지 못한 획기적인 애플리케이션들을 구축할 수 있는 가능성 또한 생겼다.
딥북의 입장에선, 더 많은 디파이 프로토콜들이 딥북을 활용할 수록 더 좋다. 그래야 더 많은 수수료가 발생하고 더 많은 유동성이 모일 것이기 때문이다. 딥북은 어쩌면 수이가 추구하는 궁극의 상호호환성(Composability)의 한 예시일 뿐인지도 모른다. 앞으로 수이에는 딥북처럼 다양한 스마트 컨트랙트들이 서로를 지원하며 하나의 슈퍼앱을 만드는 경우들이 더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것이 필자가 수이의 미래에 대해서 낙관하는 이유이고, 수이의 미래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이유이다. 앞으로 딥북과 다른 디파이 프로토콜들의 협력을 지켜보도록 하자.
결과적으로 수이의 딥북은, 다양한 디파이 애플리케이션들에게 심리스하고 비용 효율적인 인프라를 제공해줌으로써 수이 생태계에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해서, 평소에 수이 네트워크에 대해서 긍정적인 관점을 가지고 있던 사람이라면, 딥북에 대해서 좀 더 면밀히 살펴볼 이유가 있다.
DeepBook 토큰(DEEP)은 분산화된 금융 인프라의 새로운 국면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한다. 유동성, 공정한 거버넌스, 그리고 활발한 참여를 장려함으로써, 더 포용적이고 효율적인 금융의 미래를 위한 무대를 마련한다. 여러분이 트레이더이든, 개발자이든, 또는 단순히 이 분야에 관심 있는 사람이든 상관없이, DeepBook은 차세대 DeFi의 모습을 엿볼 수 있게 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