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월까지만 해도 장외시장에서 $13를 웃돌던 $EIGEN이 10월 1일 상장 이후 $3~$4 구간에서 횡보하며 FDV 기준으로 약 $5~7B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불과 반년 만에 시장에서 평가하는 아이겐레이어의 가치가 70% 이상 하락한 것이다. 이러한 급격한 가치 하락은 투자자들 사이에서 혼란을 야기하였고, 리스테이킹(Restaking)*이라는 아이겐레이어의 혁신적 실험이 기대에 못 미쳤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본 글에서는 $EIGEN의 퍼포먼스 부진 원인을 분석하고 향후 전망을 논의하고자 한다.
*리스테이킹 개념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리스테이킹 스택: 리스테이킹 생태계 분류’ 리포트를 참고 바란다.
현재 커뮤니티에서 제기되는 상장 직후 $EIGEN의 퍼포먼스 부진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2024년 4월 29일에 발표된 아이겐레이어의 백서에 따르면 $EIGEN은 ‘보편적 상호주관적 작업 토큰(Universal Intersubjective Work Token)’으로 정의된다. 한 눈에 봐도 이러한 정의는 지나치게 복잡하고 개념이 생소하여, 토큰의 핵심 가치를 투자자들에게 명확하게 전달하지 못하고 있다.
Source: Youtube (@Curt Explores)
$EIGEN의 역할을 간결하게 설명하자면, ‘AVS(Actively Validated Services)내 오류 발생 시 이를 해결하고 중재하는데 사용되는 토큰’이다. 이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각 단어들이 의미하는 바는 다음과 같다:
보편적(Universal)
‘보편적’이라는 용어는 $EIGEN이 단일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한정되지 않고 다양한 블록체인 인프라 및 애플리케이션(예: zk롤업, 브릿지, MEV솔루션, TEE, AGI 솔루션 등)에서 사용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는 아이겐레이어가 이더리움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다양한 네트워크에서 자산 스테이킹과 검증 작업을 처리할 수 있는 유연성을 제공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이와 같은 범용성은 $EIGEN이 기존 L1 토큰과 차별화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작업 토큰(Work Token)
‘작업 토큰’은 네트워크에서 특정 작업을 수행하기 위해 스테이킹되는 토큰을 의미한다. 이때의 작업은 블록체인의 검증, 작업 증명 등과 같은 과정을 포함하며, PoS 네트워크에서의 네이티브 토큰도 이에 해당된다. 아이겐레이어에서는 $EIGEN과 $bEIGEN(스테이킹된 $EIGEN)으로 이러한 작업을 지원하며, 프로토콜 규칙을 따르지 않는 검증자들에게는 $bEIGEN 슬래싱(slashing)이라는 경제적 페널티가 부과된다. 이는 기존 PoS 메커니즘과 유사하지만, 다양한 AVS에서의 작업을 처리함으로써 그 범위와 기능이 확대된다.
상호주관적(Intersubjective)
블록체인 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류는 객관적 오류(objectively attributable faults), 상호주관적 오류(intersubjectively attributable faults), 그리고 주관적 오류(subjective faults) 크게 세 종류로 나뉜다. 그 중 상호주관적 오류는 기술적 검증을 통해 명확하게 판별할 수는 없지만 모든 참여자들이 공동으로 동의 및 합의할 수 있는 잘못된 행위 또는 결과를 가리킨다. 오프체인 데이터의 검증과 관련된 상황에서 주로 발생하며, 가격 피드 오류나 검열 등과 같이 관찰자의 주관적인 판단을 요구하는 오류 등이 대표적인 예시다.
Source: EIGEN: The Universal Intersubjective Work Token | Eigenlayer
$EIGEN은 이러한 상호주관적 오류를 해결하기 위한 중재 도구로 작동한다. 예를 들어, 검증자가 의도적으로 잘못된 데이터를 제출하거나 프로토콜 규칙을 위반하면, 이들이 스테이킹한 $EIGEN은 토큰 포크(fork) 과정을 통해 네트워크에서 배제된다. 포크는 단순히 네트워크에서 분리하는 과정이 아니라, 해당 검증자가 가지고 있던 토큰의 가치를 무력화시키는 강력한 조치이다.
구체적으로, 특정 AVS에서 오류가 발생하면 챌린저(challenger)가 문제를 제기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EIGEN을 소각하여 $EIGEN2라는 포크 토큰을 발행한다. 이 과정에서 FD(Fork Distributor) 컨트랙트를 통해 기존 $EIGEN 홀더와 스테이커가 새로운 포크 토큰으로 상환받을 수 있는 구조가 형성된다. 중요한 점은, 상호주관적 오류를 발생시킨 악의적 주체가 스테이킹한 $bEIGEN은 새로운 $bEIGEN2로 교환되지 못하도록 차단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악의적인 검증자들의 자산은 네트워크 내에서 무의미해지며, 사실상 자산 가치는 0으로 수렴하게 된다.
Source: EIGEN: The Universal Intersubjective Work Token | Eigenlayer
이 시점에서 자연스러운 질문은, 굳이 $EIGEN을 사용하지 않고 $ETH만으로도 이러한 오류를 처리할 수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중요한 이슈가 있다. $ETH는 이더리움 네트워크의 기본적인 보안과 탈중앙화를 유지하는 핵심 역할을 수행한다. 그러나, $ETH가 모든 AVS에서 발생하는 상호주관적 오류까지 처리하게 되면, 이더리움의 사회적 합의에 과부하가 걸릴 수 있다. 예측 시장이나 오라클 피드 오류과 같이 인간의 판단이 개입되어야 하는 작업에서는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훨씬 더 복잡해지기 때문이다. 이더리움의 합의 메커니즘은 거래 검증 혹은 블록체인의 상태를 보장하는 것과 같이 결정론적으로 검증 가능한 작업만 처리하도록 설계되었는데, 상호주관적 오류는 그 성격상 더 복잡하고 주관적인 판단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다시 말해, 만약 $ETH가 이 역할까지 맡는다면 네트워크의 안정성 및 확장성이 저하될 위험이 있다.
따라서, $EIGEN은 이러한 상호주관적 오류를 처리하는 데 최적화된 별도의 토큰으로 기능한다. 이는 $ETH가 본연의 객관적 오류 해결에 집중하도록 하고, $EIGEN이 상호주관적 오류를 처리하는 역할을 분담하여 이더리움 생태계가 더욱 효율적이고 안정적으로 운영되도록 하는 역할 분담을 가능하게 한다.
결론적으로, $EIGEN의 존재 이유는 정당화 될 수 있지만 유틸리티 측면에서는 명확하면서도 동시에 불명확하다. $EIGEN은 AVS(Actively Validated Services)의 보안을 개선하고 상호주관적인 오류를 효과적으로 처리하는 수단으로 사용되지만, 이러한 유틸리티는 전례가 없어 투자자들 사이에서 매우 생소한 개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또한, 네트워크 내에서 상호주관적 오류가 발생했을 때에만 그 효과가 발현되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EIGEN의 쓸모가 다소 낮게 느껴질 수 있다.
이와 같은 특성은 대놓고 유틸리티가 없기 때문에 오히려 투자자들에게 각광받는 밈코인과는 극명하게 대조되며,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소외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로, Pinkbrains 대표 DefiIgnas가 진행한 투표에서는 $MOG와 $EIGEN 중 어느 토큰에 투자할 것이냐는 질문에 60% 이상의 응답자 (총 3,839명 중 2,314명)가 $MOG에 투자하겠다고 답한 바 있다. 이는 투자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내러티브를 가진 자산을 선호한다는 점을 반영한다.
Source: X (@DefiIgnas)
에어드랍 차익실현 매물 출회에 따른 매도 압력도 최근 퍼포먼스 부진의 주 원인으로 풀이된다. 이는 에어드랍을 진행한 프로젝트들이 상장 이후 겪는 일반적인 현상이며, 에어드랍 물량이 많을수록 매도 압력은 증가한다. 예를 들어, 지난해 4분기 이후 상장한 주요 프로젝트들의 가격 추이를 보면, 상장 직후 30일 동안 과반수 이상의 토큰이 하락세를 보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가격 하락에는 매크로 경제 환경, 밸류에이션, 토크노믹스와 같은 다양한 요인이 작용했겠지만, 에어드랍 물량이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아이겐레이어의 경우, 초기 유통량 1억 8,500만 $EIGEN 중 무려 46%인 8,600만 $EIGEN이 에어드랍 물량에 해당하며, 이는 Blockchain Capital, Galaxy Digital과 같은 기관 투자자 및 고래들의 물량을 포함한다. 저스틴 선과 GCR의 경우, 각각 약 875만 달러와 106만 달러 상당의 에어드랍 물량을 중앙화 거래소로 이동시킨 것으로 확인되었다. 최근 아이겐레이어 재단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약 167만 개의 $EIGEN이 해킹으로 탈취된 사건도 발생했는데, 이 역시 매도 압력을 가중시켰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모든 자산이 그렇듯 가격은 장기적으로 프로젝트의 성장을 따라가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아이겐레이어의 펀더멘털은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으며, 향후 주목해야 할 주요 관전 포인트는 AVS 생태계의 성장 속도라고 판단한다.
아이겐레이어는 리스테이킹 분야의 개척자로서, 2023년 6월 리스테이킹 서비스를 최초로 출시한 이후 이더리움 및 다른 블록체인 생태계에서 많은 모방 프로젝트들이 등장했다. 예를 들어, 이더리움 생태계에서는 심바이오틱(Symbiotic)과 카락(Karak)이, 솔라나 생태계에서는 솔레이어(Solayer)와 지토(Jito)가 유사한 리스테이킹 모델을 선보였고, 비트코인 생태계에서는 바빌론(Babylon)과 같은 프로젝트가 출현했다. 또한 Ether.fi와 Puffer.fi 같은 LRT(Liquid Restaking Token) 프로젝트들도 아이겐레이어의 모델을 기반으로 출시되었다. 이러한 흐름은 리스테이킹 생태계가 아이겐레이어를 중심으로 형성되었음을 보여준다.
아이겐레이어의 선점우위는 데이터에서도 명확히 드러난다. 2024년 10월 11일 기준, 리스테이킹 총예치자산(TVL)이 약 130억 달러에 달하는 가운데, 아이겐레이어가 약 100억 달러(450만 $ETH)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전체 시장의 약 80%를 점유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심바이오틱과 카락의 시장점유율은 각각 11.7%와 3.7%를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아이겐레이어가 독보적인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 지켜봐야할 부분은 AVS 생태계의 성장 속도다. 아이겐레이어의 기술력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실질적인 사용자와 애플리케이션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그 가치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생태계가 정체된다면, 아이겐레이어조차 후발주자들에게 점유율을 빼앗길 위험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은 더욱 크다. 결정적으로, AVS에서 창출되는 매출은 $EIGEN 스테이커들에게도 분배되기 때문에, AVS의 확장과 성공 여부는 $EIGEN의 장기적인 가치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아직 $EIGEN의 가격 상승을 견인할 명확한 내러티브가 시장에 형성되지 않았지만, 만약 $TIA와 유사한 방식으로 ‘AVS 에어드랍을 위한 토큰’이라는 기대감이 형성된다면 AVS 생태계의 성장 속도가 $EIGEN의 수요를 견인할 수도 있을 것이다. 현재 아이겐레이어 위에서 개발 중인 AVS는 EigenDA를 포함한 17개에 달하며, 아직 공개되지 않은 프로젝트들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EigenDA를 지원 및 사용하는 대형 네트워크로는 Abstract, MegaETH, Mantle, Movement를 포함하여 총 44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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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hopping Block - EigenLayer vs. Celestia: Token wars or innovation clash?
hahahash - EigenLayer Ecosystem Metrics | The Ultimate Restaking Dashboard v1.6.0 | Dune Analytics
Eigenlayer Foundation - EIGEN: The Universal Intersubjective Work Tok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