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산업은 AI를 활용해 고도화된 에이전트와 도구를 개발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으며, 저킷(Zircuit)은 이를 블록체인 인프라에 적용해 트랜잭션 검증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저킷의 시퀀서 레벨 시큐리티(SLS) 프로토콜은 AI를 이용해 악의적인 트랜잭션을 식별, 격리, 검증함으로써 블록체인 보안을 강화한다.
AI의 트랜잭션 검증 정확도 향상과 빌더 및 사용자의 편의성을 증가시키는 것이 저킷의 과제지만, 저킷의 AI와 블록체인의 결합 사례는 블록체인 네트워크 효율성과 신뢰성을 높일 중요한 진전으로 평가된다.
크립토 및 블록체인 산업계를 떠들썩하게 만드는 키워드들은 늘상 있어왔다. 2017년의 ICO, 2021년의 DeFi, NFT, 메타버스 등이 바로 그것들이다. 그리고 올해 가장 주목받았던 두 가지 키워드는 단연 “밈코인”과 “AI x 블록체인” 이다.
밈코인에서는 일론 머스크와 트럼프의 사랑을 받고 있는 개 테마 밈코인 도지(DOGE)를 필두로, 개구리 테마 밈코인 페페(Pepe), 하마 테마 밈코인 무뎅(Moo Deng) 등을 비롯해, 특히 최근에 많은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피넛(Peanut the Squirrel)까지 다양한 밈코인들이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밈코인의 경우 예전부터 존재하던 컨셉이 이어지고 이번 불장에서 다시 재조명을 받은 느낌이라면, AI와 블록체인이 만난 새로운 테마는 이번 크립토와 블록체인 씬에 처음으로 등장하여 색다른 열풍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AI x 블록체인의 경우 LLM 모델을 통해 고도화된 AI 에이전트의 블록체인 도입을 바탕으로, 고트(Goatseus Maximus), 버츄얼스 프로토콜(Virtuals Protocol) 그리고 ai16z에 이르기까지 많은 프로젝트들이 새로운 형태의 생태계를 꾸리며 열풍이 시작되었다. 특히, 최근에는 밈적인 요소에 더하여 실질적으로 다양한 에이전트들의 생성과 생성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프레임워크 및 툴링들을 만들기 위한 시도들이 이뤄지고 있다. 그 예로 인젝티브의 AI 에이전트인 아이에이전트(iAgent) 도입이 있는데, 아이에이전트를 통해 사용자는 자연어 명령을 통해 결제, 거래, 자산 관리와 같은 블록체인 작업을 간단하게 사용할 수 있다.
이렇듯, 그간 추상적으로 유스케이스가 상상되기만 했던 AI와 블록체인의 결합은 AI 밈코인의 관심을 밑거름 삼아 점점 블록체인의 기술적인 부분까지 영향을 미치며 다양한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가시화된 프로덕트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아래에서 살펴볼 또 다른 사례는, 바로 저킷(Zircuit)이다. 저킷은 레이어 2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운영함에 있어 문제가 되는 부분을 AI의 힘을 이용하여 해결하려 한다.
AI와 기존의 기계 장치 혹은 연산 장치와의 뚜렷한 차이는 바로 특정 상황에 대한 판단을 정밀하게 추론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있다. 물론 논리 회로는 판단을 할 수 있는 로직을 실행할 수 있지만, 사전 정의된 규칙에 따라 판단하는 경우가 많기에 활용에 제약이 많다.
Source: AI now surpasses humans in almost all performance benchmarks | New Atlas
LLM 모델을 기반으로한 AI 서비스의 등장은 AI가 광범위한 의사결정을 함에 있어 인간 판단력의 정확성을 넘어설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예를 들어, LLM 모델 기반의 AI 서비스들은 윤리적 질문에 대한 도덕적인 판단이나 이미지 분류, 독해, 시각적 추론, 자연어 추론과 같은 작업에서 인간을 능가하는 결과를 보이기도 하였다.
이러한 AI 기반의 서비스들은 인간보다 효율적일 수 있다. 기계의 특성상 전기만 공급되면 24시간 내내 판단을 할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AI 모델은 학습에 필요한 변수와 파라미터가 정해져있기 때문에, 휴먼 에러와 같은 외생 변수가 추론에 큰 영향을 미칠 확률이 인간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
저킷은 이렇게 AI 모델이 특정 분야에서 인간보다 더 높은 정확도를 가질 수 있고, 또 오류가 발생할 확률이 낮다는 특징들을 살려 블록체인 인프라 적용하려 한다.
블록체인 트랜잭션의 검증은 보통 사전 검증으로 이루어진다. 사전 검증은 트랜잭션 자체가 가지고 있는 데이터적 결함이나 전송하려는 자산의 양이 잔고의 양보다 많은 경우처럼 논리적인 결함을 걸러내는 검증이다. 따라서 사전 검증 방식은 악의적인 행위 자체를 걸러내진 못한다.
예를 들어 2016년의 이더리움 DAO 해킹 사건처럼 누군가가 악의적인 의도가 담긴 트랜잭션을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제출했을 때, 이 트랜잭션이 데이터적 결함이나 논리적 결함이 없다면 블록체인 네트워크는 이 트랜잭션을 그대로 실행하게 된다.
이 기계 장치가 이러한 악의적인 공격을 미리 걸러내지 못한다면, 결국 블록체인 네트워크는 추가적인 과정(사실상 인간의 개입)을 통해 해결할 수 밖에 없는데, 모든 시나리오를 예상하고 블록체인 네트워크가 악의적인 행동에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설계하는 일은 사실상 매우 어렵다. 블록체인 네트워크의 약점과 결함을 노리고 악의적인 공격이 계속해서 시도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결국 공격이 벌어진 뒤 사후 검증을 하여 악의적인 행위가 드러난다 하더라도, 블록체인 입장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블록 롤백이나 피해자들에게 보상하는 것 빼고는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인 것이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저킷은 AI를 활용하기로 했다. 이 활용책은 저킷이 트랜잭션을 검증하는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으며, 시퀀서 레벨 시큐리티 프로토콜(Sequencer Level Security Protocol, 이하 SLS 프로토콜)로 명명되었다.
저킷은 이더리움 L2 네트워크로써 영지식 롤업(zk rollup)의 구성을 취하고 있다. 롤업에서 시퀀서는 L2의 트랜잭션과 블록 생성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담당하는 모듈인데, 저킷은 이 시퀀서에 SLS 프로토콜을 탑재시켰다.
SLS 프로토콜은 시퀀서가 악의 감지(Malice Detection), 격리 해제(Quarantine-Release), 트랜잭션 실행(Transaction Execution)의 구성요소를 통해 트랜잭션을 사전 검증할 수 있는 기능이다. 특히 악의 감지 모듈에서 이더리움 트랜잭션의 바이트코드 분석 데이터를 훈련한 AI를 활용하여 의심스러운 트랜잭션을 효과적으로 격리할 수 있게 기술적 구성이 되어 있다. 이렇게 AI 기술이 포함된 SLS 프로토콜은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쳐 동작한다:
오라클(Oracle)로 명명된 AI 검증 모듈이 트랜잭션의 내용 중에서 악의를 가지고 있다고 판단된 트랜잭션을 격리한다.
이 과정에서 악의가 없는 정상적인 트랜잭션은 즉시 블록 포함 대기열로 이동된다.
격리된 트랜잭션은 트랜잭션 풀에 대기하고 있다가 격리 해제 조건을 충족하면 트랜잭션 실행을 위한 단계로 이동한다. 만약 격리 해제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면, 격리 상태가 지속되고 트랜잭션 풀이 정리될 때 같이 정리된다.
격리 해제된 트랜잭션이 성공적으로 실행됐을 경우, 다음 L2 블록에 포함된다.
이 과정에서 격리 해제는 일정 시간 경과, 보증금 지불, 관리자 승인으로 이루어지며 각각의 세부 설명은 아래와 같다:
일정 시간 경과: 격리 조치된 트랜잭션이 트랜잭션 풀에서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동적으로 격리에서 해제된다.
보증금 지불: 격리 조치된 트랜잭션이 악의적인 트랜잭션이 아니라는 담보를 할 수 있도록 보증금을 지불하면 실행을 허용한다.
관리자 승인: 저킷 측의 보안 전문가가 추가적인 판단을 통해 격리 조치된 트랜잭션을 수동으로 격리 해제한다.
저킷의 SLS 프로토콜은 AI 기술과 규칙에 기반한 동작을 바탕으로 악의적인 트랜잭션이 블록에 포함되는 것을 미리 방지할 수 있다.
하지만 저킷 네트워크의 운영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몇 가지 문제점 또한 존재한다.
먼저, AI의 트랜잭션 검증이 잘못됐거나 너무나 과도한 검증을 통해 선량한 트랜잭션이 피해를 보는 경우이다. 현재 저킷에서는 이 같은 경우를 대비하여, 트랜잭션이 일정 시간 격리가 되었다가 다시 블록에 포함될 수 있도록 재차 검증을 받을 수 있게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격리가 진행된 일정 시간동안 생긴 피해에 대해서는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는 결국, AI 모델의 정확도 향상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
또 하나의 문제점은 SLS 프로토콜이 제대로 동작하기 위해서는 빌더들의 추가적인 노고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SLS 프로토콜은 트랜잭션의 악의 탐지 및 자산 보호를 위해 가격 정보가 추가적으로 필요하다. 이에 대한 정보를 받아오는 곳이 현재는 코인게코(CoinGecko)여서, 저킷에서 배포된 토큰은 코인게코에 반드시 상장되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추가적인 문제로 만약 가격 정보를 제공하는 API 서비스가 잘못될 경우, 저킷의 SLS 프로토콜 또한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그리고 외부 네트워크에서 브릿지된 토큰의 경우, 공식 디스코드 채널을 통해 저킷 팀과 연락하여 트랜잭션 악의 탐지 모듈 내 가격 시스템에 포함을 시켜야 하는 추가 작업이 필요하다. 이 부분은 빌더들의 참여도 저하와 생태계 확장을 더디게 만드는 요소가 될 수 있으므로, 토큰 정보에 대한 등록을 다각화 하는 방식을 추가적으로 도입하고 이 과정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할 것이다.
Source: Zircuit X
아직은 블록체인 인프라 단계에서 AI를 도입하려는 시도가 초창기이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탐구가 많이 되지 않아왔다. 하지만 도입된 AI의 정확성을 향상시키고, 운영에 있어서 사용자들과 빌더들의 피드백을 적절히 반영해 나간다면 SLS 프로토콜을 중심으로 한 저킷의 시도는 충분히 좋은 사례로써 평가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블록체인 인프라에 AI를 도입하는 것이 보편화 된다면 이 부분에서 소모되던 자원들을 다른 쪽으로 돌려 더 효율적인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만들어 낼 수도 있을 것이다.
바야흐로 AI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이제부터는 인간의 판단력은 AI의 판단력 및 검증 능력을 더더욱 따라가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한 관점에서 저킷의 사례처럼 AI가 더 잘할 수 있는 분야에 AI를 적극적으로 기용시킨다면, 블록체인 서비스 측면이 아닌 인프라 측면에서도 또 하나의 스텝업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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