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크립토에서 에어드랍은 신규 프로젝트가 런칭함에 있어서 필수 불가결한 도구로 여겨져왔다. 프로젝트의 입장에서 토큰을 발행하여 유저들에게 보상으로 나눠주는 행위는 마케팅 비용을 집행하지 않고도 네트워크 효과를 일으킬 수 있는 좋은 도구였으며, 초기 유저들과 이해관계를 일치시켜서 이들로 하여금 네트워크에 지속적인 기여를 할 수 있게 유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포인트도 에어드랍과 비슷한 역할을 해왔다. 다만, 포인트는 토큰이 아니라는 점에서 토큰에 비해 유연한 적용이 가능하다는 측면이 장점으로 작용했고, 포인트가 정확히 몇 개의 토큰으로 교환될 것이라는 것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유저들의 기대심리를 모으기에도 좋은 툴이었다.
하지만 어떤 것이든 과하면 문제가 생기듯, 에어드랍과 포인트 시스템의 목적이 상당부분 희석되기 시작했다. 원래는 네트워크 초기 참여자들을 보상하고, 이들과 이해관계를 일치시키기 위해서 시작된 것이지만, 시간이 지나서 점점 많은 사람들이 에어드랍과 포인트만을 위한 활동을 전개하고 에어드랍이 끝나면 프로토콜의 사용량도 줄어드는 형태가 지속되다보니 에어드랍과 포인트 시스템이 얼마나 지속 가능한지에 대한 다양한 회의론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결국 에어드랍으로 초기 유저들을 모객하는 것도 중요할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해당 프로젝트가 정말로 필요한 것을 제공해주는지에 대한 부분, 그리고 정말 이들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가 명확한지에 대한 부분이다.
에어드랍과 포인트 같은 인센티브 시스템은, 애초에 프로덕트가 좋은데 아직 알려지지 않아서 마케팅과 네트워킹이 필요한 프로젝트의 경우에 굉장히 좋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그렇다면 좋은 프로덕트란 무엇일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프로덕트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더 그래프의 경우 좋은 예시가 된다고 생각한다.
(위 그래프는 더 그래프에서 처리하는 쿼리의 수를 월간으로 정리해서 나타낸 것이다. 쿼리의 수가 갑자기 늘어난 이유는, 여태까지 더 그래프의 대부분 쿼리는 중앙화 되어있는 주체들에 의해서 처리되었기 때문이다. Sunrise는 그것을 탈 중앙화하는 이니셔티브로, Sunrise 이후에 쿼리량이 폭등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회색으로 표기한 부분은 앞으로 처리할 쿼리를 예측한 것으로, 7월이 다 끝나지 않은 시점인 지금 7월의 쿼리까지 표기하기 위해서 7월1일부터 지금까지 일간 평균 쿼리양을 기준으로 월간 쿼리양을 계산해서 표기하였다.)
물론 더 그래프도 초기 기여자들에게 토큰으로 보상을 해주었다. 그럼에도 놀라운 점은, 더 그래프를 통해 데이터를 쿼리하는 양 자체는 에어드랍 이후에 꾸준하게 더 늘었다는 부분이다. 이는 프로토콜에 대한 수요가 에어드랍을 통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이야기고, 에어드랍 자체도 무의미한 활동에 대한 보상의 개념이 아닌, 초기 참여자들이 기여한 것에 대한 보상의 개념이었다.
더 그래프가 에어드랍 이후로도 꾸준한 수요를 창출할 수 있었던 이유는 간단하다: 데이터 인덱싱과 쿼리잉 이라는, 정말로 시장이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해줬기 떄문이다.
에어드랍과 포인트 시스템으로 이야기가 많은 요즘, 더 그래프의 행보에 대해서 한 번 생각해볼 가치가 있다. 에어드랍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존재하는 서비스를 그대로 복사&붙혀넣기 후 유저들을 불러모으기 위해서 에어드랍을 감행하는 행위들은 지탄받아야 한다. 에어드랍 자체는 좋은 마케팅 수단이지만, 프로덕트 자체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 에어드랍은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그래프와 같은 프로젝트들이 흥미롭다. 이들은 이제 인덱싱을 넘어서, AI 를 활용하여 자신들의 데이터 인프라를 한층 더 레버리지할 계획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 그래프는 현재 네트워크가 가지고 있는 인덱서 인프라를 활용해 AI 추론 모델을 호스팅 하려고도 하고, 자신들이 인덱싱하는 데이터를 활용하여 ChatGPT와 같은 서비스를 체인 위에 구축하려고 하고도 있다.
좀 더 자세한 내용은, 조만간 포필러스에서 퍼블리싱할 더 그래프에 대한 아티클에서 더 다뤄보도록 하겠다.
세상 만물 모든 것에는 흥망성쇠의 운명이 깃들어 있다. 인간의 수명부터 별의 탄생과 죽음까지 말이다. 과학계에서는 이것들을 통칭하여 엔트로피로 설명하지만 어떠한 경제 현상에 대해서나 사회 현상에 대해서는 일종의 피로도로 설명하기도 한다.
그러한 관점에서 현재 크립토 씬에서 자행되는 무분별한 토큰 및 포인트 발행은 이 산업계에 몸담고 있는 이들에게 굉장힌 피로도를 안겨주고 있다. 이 때문에 정말로 훌륭한 네러티브와 그를 뒷받침 해주는 활용 사례를 가지고 있는 양질의 프로젝트들이 빛을 보지 못하는 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Web3 산업계의 피로도를 줄이기 위해서는 우리는 스스로를 돌아보고 좋은 목표를 가진 프로젝트들을 찾아 다녀야 한다. 즉, 무조건 돈을 쫓지 말고 가치를 쫓으라는 것이다. 위에서도 언급된 더 그래프의 사례와 같이 실제로 사용되는 데이터를 앞세워 홍보하는 프로젝트들을 가치적으로 인정하고 DYOR 한다면 가치를 따라간 보상과 함께 Web3 생태계가 함께 건강해지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적어도 이 생태계 내에서는 우리의 작은 행동으로 엔트로피를 거스를 수 있는 것이다.
크립토의 장점 중 하나는, 인센티브를 통해 무궁무진한 활동을 전개하는 잠재력이 있다는 데에 있다. 에어드랍도 마찬가지이다. 스티브의 말처럼, 에어드랍은 애초에 이윤 추구를 의도하지 않은 초기 기여자들에게 선의로 보상을 주는 도구로써 시작했지만, 그 사용 범위가 확대되어 다양한 프로토콜들의 마케팅 도구로도 활발히 쓰이고 있다. 기존의 마케팅과 달리, 에어드랍은 중개자 없이 프로토콜이 원하는 예산을 효과적으로 할당하여 직접 원하는 타겟 유저들의 Acquisition을 수행할 수 있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다음 스텝이다 - 우리는 에어드랍을 통해 들어온 유저들을 어떻게 플랫폼에 지속적으로 머물게 할 수 있을까? 결국 고객들의 life time funnel을 더욱 굵고 견고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프로토콜의 다음 전략이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단순히 온체인 트랜잭션의 볼륨을 위한 마케팅이 아닌, 실질적으로 대체불가능한 프로덕트의 경험을 섬세하게 설계한 상태에서 마케팅을 제공하여 신규 유저들을 진성 유저(organic user)로 전환한 사례가 많이 관찰된다면, 이는 프로덕트에게도 더욱 지속가능한 하나의 이니셔티브가 될 뿐만 아니라 많은 체리 피커들이 존재하는 이 시장 상황의 품질 자체를 높이는데에 매우 유의미한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소수의 L1/L2를 제외하고, 버즈 워드 없이 PMF를 찾아 지속가능하게 롱런하고 있는 모델은Oracle(Chainlink,Pyth), Bridge network(Layerzero, Wormhole), RPC(Pocket network) 등과 같은 B2B2C 구조의 프로젝트가 유일하다시피 한 것으로 보인다. 그 중 블록체인 데이터의 인덱싱 서비스를 중개하는 더 그래프는 꾸준한 활성도와 함께 시장이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여 PMF를 찾은 대표적인 사례로 꼽을 수 있겠다.
기술, 시장적 차별성 없는 프로젝트가 무분별한 에어드롭 캠페인으로 Fake Loyalty Test를 남발하는 것도 문제지만, 에어드롭 이후 필요없어진 토큰의 대량 덤핑과 지속적인 가치 하락은 최근 많은 리테일 투자자가 시장을 떠나게 한, 더 크게 연쇄되는 문제다. Steve의 의견대로 시장이 실제로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한 다음에야, 에어드롭과 토크노믹스의 명분을 찾을 수 있다.
$GRT는 인덱서 참여 참격, 서브그래프 검증 자격, 쿼리 소비자의 결제 자산 등으로 사용되는 것과 같이 하나의 서비스를 작동하기 위한 내부 통화로 기능한다. 이른바 ‘work token’의 쓰임새를 전형으로 보여주는 사례를 보여준다. “지속가능한 서비스가 지속가능한 토크노믹스를 만든다”는 명제의 중요성을 상기시키며 PMF 및 토크노믹스 측면에서도 더 그래프는 유의미한 방향성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