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적으로 불안한 센티먼트를 보이고 있는 시장 상황과 무관하게, 장기적으로 블록체인 혹은 온체인 에코시스템의 미래를 낙관해볼 수 있는 하나의 지표는 최근 DEX가 보여주는 활성도에서 확인할 수 있다. 현재 DEX는 블록체인이 생겨난 이래로,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거래를 처리하고 있다.
The Block에 따르면 2024년 8월 기준, CEX 대비 DEX의 현물 거래량은 약 14%에 달하며,DeFilama를 기준으로, 지난 24시간 동안 약 70억 달러 규모의 거래가 DEX를 통해 이루어졌다.
과거, FTX 사태로 인해 시장 참여자들이 체감하는 수탁 리스크가 증가하여 DEX 사용량이 늘어난 사례가 그러하듯, 단기적인 이벤트가 DEX의 사용량을 일시적으로 증가시키는 사례는 어렵지 않게 발견된다. 그러나 일시적인 증가와는 달리, 현재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DEX 사용량의 증가는 지속적인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CEX 대비 DEX의 사용량이 꾸준히 우상향해 온 현상은 DEX들이 사용성 측면에서 다양한 문제를 보완해오며 진일보한 발전을 지속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Source: DEX to CEX Spot Trade Volume (%)
그러한 발전 양상 중에서도 필자가 오늘 조명하고자 하는 DEX의 구성 요소는 대부분의 DEX가 채택하고 있는 AMM, 특히 xy=k을 통해 거래가 이루어지는 CPMM(Constant Product Market Maker)의 유동성 공급 메커니즘에 있다. 풍부한 유동성은 슬리피지를 최소화하여 원활한 거래 환경의 제공을 돕기 때문에, 프로토콜과 유동성 공급자(LP, 이하 Liquidity Provider) 간의 인센티브를 일치시켜 LP가 지속적으로 더 많은 유동성의 공급 상태를 유지하게끔 하는 것은 DEX의 핵심으로 꼽힌다. 다시 말해, DEX는 LP의 유동성 공급에 따른 충분한 수익성을 보장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에 AMM DEX에서 대두되는 문제는 “LP가 생각보다 많은 돈을 잃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LP에게 손실을 가져다주는 주체가 다름 아닌, 차익 거래자와 같은 외부의 주체라는 것이다. 외부의 주체에 의해 프로토콜에서 생성되는 가치가 지속적으로 추출됨에 따라 프로토콜의 작동에 기여하는 참여자에게 돌아가게 되는 가치는 줄어들게 된다. 그에 따라 LVR(Loss Versus Reblanacing)과 같은 유동성 공급의 리스크는 중요한 주제로 떠올랐으며, 그러한 리스크를 제거하고 새롭게 발전된 기술을 발빠르게 도입하는 DEX들이 중요하게 재조명된다. 이에 아래서부터는 그러한 DEX들이 전개하는 다양한 시도들을 살펴보고, 그것이 최근의 디파이 프로토콜의 동향에서 갖는 의의를 조명해본다.
Source: CoW Protocol Docs
CoW Swap은 오프체인 상의 Batch auction 시스템을 통해 Front-running이나 Back-running 혹은 Sandwich Attack과 같은 MEV 공격으로부터 트레이더를 보호하는 스왑 서비스를 제공한다. CoW Swap에서 트레이더는 온체인에서 직접 거래를 정산하는 것이 아닌, 토큰을 거래하겠다는 트랜잭션을 Intent로써 프로토콜에 제출한다. 그러한 트레이더들의 트랜잭션이 오프체인 상의 단일한 Batch로 묶이게 되면, Sovler라는 서드 파티 주체가 AMM(ex.UnIswap, Balancer), DEX 어그리게이터(ex.1inch) 등 으로부터 최적의 거래 경로를 찾아준다. 이에 트레이더들은 MEV로부터 보호되며 최적의 가격으로 거래를 할 수 있게 된다.
Source: CoW Protocol Docs
이렇게 구동되는 CoW Swap은 Solver가 개입하는 Batch auction 기반 거래를 통해 외부 거래자로부터의 가치 추출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에 특화되어 있다. 그러한 메커니즘을 기반으로 삼아, CoW Swap은 MEV로부터 트레이더들의 거래를 보호하는 것의 다음 단계로, 유동성을 공급하는 LP를 보호하는 CoW AMM을 도입하였다. CoW AMM은 차익 거래자로부터 발생하는 LVR을 제거하는 방법인 MEV-Caputirng AMM로써 제안되었다.
Source: Delphi Digital
여기에서 LVR(Loss Versus Rebalancing)이란, LP가 유동성 공급 상태로 있는 동안 자산의 가격 변동성에 의해 AMM 내 자산 가격과 외부 시장 가격 간의 차이가 발생하면서 차익거래 기회가 발생함에 따라 LP가 입는 손실을 정량화한 리스크 관리 지표이다. 다시 말해, 유동성 공급의 또 다른 리스크인 비영구적 손실(Impermanent Loss)이 유동성 공급 포지션의 시장과 종료 시점을 기준으로 자산의 가격 변동성에 따라 LP가 겪을 수 있는 기회 비용만을 고려한다면, LVR은 유동성 공급 상태에 있는 전체 기간에 걸쳐서 LP가 차익거래자의 거래 상대방 역할을 부담하는 데 드는 지속적인 비용을 나타낸다. 이에 관해서는 보다 세밀한 설명이 필요하나, 여기에서 중요하게 짚어야 할 본질적인 문제는 유동성 공급자가 외부에 존재하는 차익 거래자에 의해 불리한 거래 조건에 노출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CoW AMM은 LP를 외부의 차익거래자로부터 보호하여 MEV를 자체적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고안되었다. CoW AMM에서는 Solver가 차익거래 기회가 있을 때마다 CoW AMM 풀을 재조정하는 권한에 경쟁적으로 입찰을 한다. 프로세스는 아래와 같다:
LP가 Cow AMM 풀에 유동성을 예치한다.
Solver가 아비트라지 기회가 있을 때, CoW AMM 풀을 리밸런싱 하기 위해 입찰한다.
풀에 가장 많은 Surplus를 남기는 Solver가 풀을 재조정하는 권한을 얻는다. 여기서 Surplus란, AMM 곡선을 위로 이동시키는 정도를 정량화한 결과값, 단순히 말해 LP에게 가장 유리한 최적의 거래 조건을 제공함으로써 유동성 풀에 남게 되는 잉여 자금을 의미한다.(Surplus-caputring AMM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을 참고)
이를 통해 기존의 CPMM에서 MEV 봇이 추출하는 차익 거래의가치를 Cow AMM이 자체적으로 포착하여 LP가 부담하는 LVR 리스크를 제거하는 동시에, LP는 유동성 공급의 보상으로 Surplus를 유동성 공급 인센티브로 삼는다. 즉, 기존의 CPMM과 달리 거래 수수료 대신 MEV를 수익원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된다.
Source: Dune(@cowprotocol)
이러한 CoW AMM은 CoW Swap과 동일하게 특정한 Batch 내에서 토큰을 사고 파는 트랜잭션에 대해 단일한 가격을 적용시키고, 궁극적으로는 하나의 Batch가 블록으로 형성되는 방식을 차용한다. 이에 따라 차익 거래와 같이 가격 차이에 기반한 MEV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게 되며, 자산의 가격 변화가 반영되지 않은 AMM의 ‘오래된’ 가격을 외부의 차익거래자에게 제공하지 않을 수 있으므로 LP의 LVR을 최소화할 수 있다.
LP의 수익성을 개선하는 또 하나의 방법을 제시하는 DEX로, Bunni V2는 Uniswap v4의 Out-Of-Range Hooks를 활용한다. 여기에서 Hooks란 런칭을 앞두고 있는 Uniswap V4의 아키텍처 업그레이드 중 하나로, Uniswap의 유동성 풀 컨트랙트를 모듈로 사용하여 다양한 활용 방식(Dynamic Fee, TWAMM, Out-of-Range 등)에 따라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는 기능이다.
Bunni V1은 본래 Gamma, Arrakis Finanace 등과 함께 Uniswap V3가 제시한 집중화된 유동성(Concentrated Liquidity)의 한계를 개선하는 LPD(Liquidity Provider Derivates) 프로토콜이었으나, V2를 런칭하면서 Out-Of-Range Hooks를 비롯한 다양한 Hooks 활용 기능을 탑재하며 자체적인 DEX를 구축한다. 여기에서 집중화된 유동성이란, 유동성 공급 포지션의 자본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LP가 직접 유동성을 공급할 임의의 가격 범위를 결정할 수 있게 하는 유동성 공급 방식을 말한다. 이러한 집중화된 유동성은 자본 효율성을 높이지만, LP가 변화하는 시장 가격에 맞춰 유동성 공급의 범위를 계속해서 재조정해야 하는 한계가 있었으므로, Bunni는 LP가 자금을 맡기면 유동성 공급의 범위를 자동으로 관리해주는 솔루션을 제공해왔다.
Source: X(@bunni_xyz)
이러한 기능에서 나아가, Out-Of-Range Hooks는 현재 시장 가격의 범위에서 벗어나 유휴 유동성이 발생하면 유동성 공급의 범위를 재조정해주는 것이 아닌, 유휴 유동성을 외부 프로토콜과 상호 운용하여 자본 효율성을 높이는 새로운 시도이다. 유휴 유동성을 Aave, Yearn, Gearbox, Morpho 등과 같은 렌딩 프로토콜 및 이자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Vault에 예치함으로써 LP로 하여금 유동성 공급에 따른 거래 수수료 뿐만 아니라 부가적인 수익을 제공하는 것이다. 물론 Bunni의 이러한 시도는 테스트 단계에 있으므로, 유동성의 상호 운용으로 인해 가중되는 컨트랙트 리크스나 AMM 스왑에 필요한 유동성의 고갈 문제 등 추후에 발생할, 자본 효율성을 대가로 한 트레이드 오프를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쯤에서 서문에서 언급한 CEX 대비 DEX 점유율에 대한 현황으로 돌아왔을 때, 중요한 질문이 떠오른다. 그래서 CEX가 아닌 DEX를 왜 써야 하는가? 객관적인 시선으로 CEX의 편의성과 풍부한 유동성만 고려하자면, DEX를 사용해야만 하는 뾰족한 이유를 찾기는 쉽지 않다. DEX의 사용량이 우상향을 유지해왔다 하더라도, 냉정히 CEX 대비 14%라는 사용량은 그다지 큰 규모라 말하기에 무리가 있다.
FTX 파산이 시장 참여자들로 하여금 수탁형 거래소의 리스크를 상기시켜 단기적으로 DEX의 사용을 촉진하였으나, 이는 잠시 동안의 대체재로서 역할하는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DEX의 점유율을 점진적으로 넓혀가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는 CEX에서 경험할 수 없는, DEX만의 네이티브한 가치 제안을 만들어내는 시도가 지속되어야 한다. 그러한 점에서, 유동성 공급과 수익 재분배 메커니즘은 DEX만이 제안할 수 있는 가치로써 매우 유의미하다.
유동성 공급은 원활한 거래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도 하지만, 유동성 공급이 제공하는 패시브한 이자 창출 경로는 시장 참여자들이 토큰의 스왑뿐만 아니라, DEX에 접근할 다른 하나의 동기를 제공하여 CEX의 유동성이 온체인으로 유입되는 퍼널로 작용할 수 있다. 한편으로, 수익을 재분배 메커니즘은 탈중앙화된 프로토콜 위에서 참여자들이 토큰 인센티브에 따라 기여를 제공하고 보상을 얻어가며 구동되는 자생적인 경제시스템, 즉 토큰 이코노미의 시작점이 되는 모델로, 블록체인 및 크립토의 효용을 극대화하는 가장 이상적인 방법일 수 있다.
DEX가 제안할 수 있는 고유한 가치가 유동성 공급과 수익을 재분배하는 메커니즘에 있다고 하였을 때, 외부의 주체(차익거래자 혹은 그를 포함한 다양한 유형의 MEV)로부터 추출되던 가치를 내재화하는 것은 더욱 중요해진다. 본문에서 살펴본 DEX들의 기능도 그것을 해결하는 데 목적이 있다. CoW AMM은 MEV를 자체적으로 포착하여 LP의 LVR 리스크를 제거하고, Bunni V2의 Out-Of-Range는 AMM 풀 내 유동성을 상호 운용하여 LP의 수익성을 극대화한다. 그리고 본문에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최근 오라클을 기반으로 가격 피드를 제공받는 DeFi 프로토콜들은 OEV(Oracle Extractable Value) 수익을 내재화하는 시도를 모색하고 있다.
더욱이 최근에 들어 프로토콜에 참여하는 주체에게 프로토콜이 얻는 가치를 재분배하는 메커니즘이 다시금 강조되고 있어 그러한 중요성은 더욱 부각된다. 실제로 Aave Protocol은 프로토콜 수익으로 $AAVE를 바이백하여 $AAVE 스테이커에게 분배하는 새로운 Aavenomics를 제안하였다. 또한 Uniswap의 Fee Switch가 최근에 재점화되었으며, Aevo까지 $AEVO를 바이백하겠다고 발표하였다.
Source: AAVEnomics update
이렇듯 DeFi 프로토콜들이 가치를 재분배하는 메커니즘을 도입하려 할 때, 프로토콜의 지속가능한 수익 모델과 프로토콜 내부적으로 축적되는 가치는 더욱이 중요해진다. 가령, Uniswap이 $UNI 토큰 보유자들에게 거래 수수료를 분배하는 제안이 통과되면, 본래 LP가 전적으로 가져가던 거래 수수료 중의 일부를 나눠 $UNI 토큰 보유자에게 제공해야 한다. 그러하였을 때, 프로토콜에 참여하는 주체들에게 가치를 재분배하기 위해 이전보다 더 많은 가치가 프로토콜 내부적으로 축적되어야 하며, 그와 함께 기존에 외부의 주체들로부터 추출되던 가치를 내재화하는 것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오늘 살펴본 Cow AMM과 Bunni V2와 같이 차별화된 유동성 공급의 방법을 제안하는 것은 더욱 유심히 살펴봐야 할 시도라고 생각한다. 이들 뿐만 아니라, Back-running을 방지하는 Osmosis의 Protorev 혹은 비영구적 손실의 리스크를 헷지하는 방법론으로 Smilee Finance가 제안하는 ‘비영구적 이득(Impermanent Gain)’까지 다양한 프로토콜에서 유동성 공급을 개선하는 시도를 전개하고 있다. 이처럼 CEX 혹은 CeFi가 제공할 수 없는, DeFi만의 고유한 가치를 제안하는 프로토콜들이 새로운 이니셔티브를 전개해 나가는 과정은 앞으로도 DEX 활성도를 점차 높여나가기 위함에 있어 중요하게 지켜봐야야 할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이 리서치는 유동성 공급자(LP)의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디파이 프로토콜이 제공하는 인센티브가 고려되지는 않았다. 유동성 풀의 자산 가치가 변동하면 자산을 독립적으로 보유할 때보다 일시적인 손실이 발생할 수 있지만, 유동성 공급을 통해 얻는 수수료와 인센티브로 이러한 손실을 상쇄할 수 있다.
디파이 생태계에서 LP는 DEX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그 대가로 추가적인 인센티브를 받는 경우가 있다. 여기에는 거래 수수료와 거버넌스 토큰과 같은 추가 보상이 포함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유니스왑이나 스시스왑과 같은 플랫폼은 유동성 풀에서 LP의 지분을 나타내는 LP 토큰을 발행하며 이러한 토큰은 이자 파밍 프로토콜에 스테이킹하여 더 많은 보상을 받는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이러한 인센티브와 추가적인 기회의 조합으로 인해 디파이에서 유동성 공급은 위험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잠재적으로 수익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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