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필자는 “목적 중심 블록체인의 시대는 오는가?” 라는 아티클에서 목적 중심 블록체인의 필요성과 의미에 대해 이야기한 바 있다. 해당 아티클을 읽지 않으신 분들을 위해 목적 중심 블록체인에 대해 간략히 설명하자면, 이는 특정 실사용 사례나 섹터를 중심으로 블록체인 인프라를 최적화한 형태라고 볼 수 있다. 물론 필자는 범용 목적 블록체인(General Purpose Blockchain)에 대해 매우 긍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록체인 시장이 성장할수록 고도화된 애플리케이션들은 자신만의 맞춤형 인프라 환경을 필요로 할 것이라 생각한다. 따라서 지금이야말로 목적 중심 블록체인에 주목해야 할 시기라고 판단하여 아티클을 작성했던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목적 중심 블록체인 중에서 가장 오랫동안 자체 인프라를 특정 섹터와 사례에 맞게 최적화한 사례가 있어, 이를 중심으로 목적 중심 블록체인의 설계 방법에 대해 논의해보고자 한다. 바로 인젝티브(Injective)에 대한 이야기다.
인젝티브는 상당 기간 "금융을 위한 블록체인"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구축해왔다. 이는 단순한 슬로건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코스모스 SDK를 개량하여 트랜잭션 처리 속도를 높이고 수수료를 낮추었으며, 더 나아가 통합 유동성을 제공하는 Exchange Module과 기관들이 쉽게 RWA(Real World Assets)를 생성할 수 있도록 돕는 RWA 모듈 등을 개발하여 금융 특화 블록체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입증해나가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인프라 구축만으로는 "목적 중심 블록체인"의 모범 사례가 될 수 없다는 점을 잘 알고있다. 왜냐하면 인프라 구축을 넘어 이를 활용한 실제 사례들이 존재해야 진정한 의미의 목적 중심 블록체인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본 아티클에서는 인젝티브의 금융 특화 인프라와 이를 통해 올해 여름동안 구현된 구체적인 사례들을 자세히 살펴보고, 앞으로 목적 중심 블록체인들이 어떤 방식으로 자신들의 생태계를 꾸려나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 논의해보고자 한다.
1.1.1 BUIDL Index
그 다음 사례는 Injective가 최근 선보인 BlackRock BUIDL 펀드의 토큰화 지수이다. 이 지수는 BlackRock BUIDL 펀드의 공급량을 추적하는 최초의 무기한 선물 시장으로, 몇 가지 주목할 만한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이 지수가 기초 자산의 가격이 아닌 BUIDL 토큰의 공급량을 추적한다는 부분이다. 이는 기존 지수들과는 다른 접근 방식으로, 펀드의 실제 규모 변화를 직접적으로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사용자들은 인젝티브가 Stork와 함께 만든 RWA특화 오라클을 통해 실시간으로 비들 펀드를 추종하는 자산에 투자할 수 있으며, 시장 전망에 따라 롱 또는 숏 포지션을 자유롭게 취할 수 있다. 여기에 레버리지 옵션까지 더해져, 미국 국채와 같은 토큰화된 자산에 24시간 접근이 가능해졌다.
이 인덱스는 단기 변동성 완화를 위해 1시간 시간 가중 평균 가격(TWAP)을 사용하여 공급량 변화에 따라 일중에 변동하는 펀드의 평균 가격(Mark Price)을 기반으로 운영된다. 그리고 여기서 Injective의 실물 자산(RWA) 모듈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특히 Altaris 메인넷 업그레이드에서 도입된 RWA 전용 오라클은 토큰화된 자산에 대한 정확하고 변조 불가능한 데이터 피드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RWA 모듈 도입으로 인한 가장 큰 변화는 BUIDL 투자에 대한 진입장벽이 대폭 낮아졌다는 점이다. 기존 BUIDL 펀드의 최소 투자금액이 500만 달러였던 것에 비해, 이제는 누구나 최소 1달러로 BUIDL 지수 무기한 선물 시장에 투자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분명 획기적인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이번 Injective의 시도는 이전에는 접근하기 힘들었던 자산을 더 넓은 범위의 투자자들에게 제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는 금융 시장의 혁신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으며, 앞으로 블록체인 기술이 전통 금융 시장과 어떻게 융합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행보는 지난 1월 Volan 업데이트를 통해 RWA 모듈을 추가하여 기관들이 인젝티브 위에서 쉽게 "허가형 상품"들을 만들 수 있도록 한 것과 맥을 같이 한다. Injective는 퍼블릭 블록체인의 탈중앙적 속성을 유지하면서도, 기존 전통 금융권의 기관들이 블록체인 기술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맞춤형 인프라 솔루션을 개발해왔고, 이번 BUIDL 지수는 그 노력의 결실이라고 볼 수 있다.
1.1.2 USDY and USDM integration
USDY는 단기 미국 국채와 은행 요구불 예금으로 담보된 토큰화된 채권으로, USD 기반 자산의 안정성과 수익 창출의 이점을 결합했다. USDM은 미국 국채로 뒷받침되는 최초의 허가 없는 수익형 스테이블코인으로, 발행 당시 연 5%의 수익률을 제공했다. 이러한 통합은 인젝티브의 RWA 모듈 덕분에 가능했는데, 이 모듈은 기관과 사용자들이 맞춤형 규칙과 매개변수로 새로운 토큰화 상품을 출시할 수 있게 해준다. 이를 통해 인젝티브는 전통 금융과 블록체인 기술 간의 마찰을 줄이고, 사용자들에게 더 다양하고 유동적인 금융 상품에 대한 접근성을 제공하고 있다.
1.1.3 3rd in Tokenized RWAs by chain
결국 이러한 RWA 모듈 활용 사례들은 인젝티브를 RWA 섹터에서 가장 유망한 체인으로 만들기에 충분했고, 현재 인젝티브는 토큰화된 RWA가 세 번째로 많은 체인으로 랭크되었다. 현재 인젝티브보다 RWA 토큰이 많은 체인은 이더리움과 폴리곤이 있는데, 이들은 인젝티브처럼 특정 금융에 특화된 인프라를 제공해주지 않다보니 앞으로 인젝티브가 해당 섹터에서 더 활발한 활동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때문에 앞으로의 추이도 계속해서 지켜볼 만하겠다.
1.2.1. 2024 Election Perp Market
근래에는 인젝티브의 RWA 모듈이 주목받았지만, 사실상 가장 활발히 활용되는 것은 거래소 모듈(Exchange Module)이다. 인젝티브 생태계 내 최대 규모의 탈중앙 거래소인 Helix가 이 모듈을 활용하는 대표적 사례다. 최근 Helix는 2024년 미국 대선과 관련된 무기한 옵션 시장을 런칭했는데, 이는 전통적인 암호화폐 자산이 아닌 폴리마켓의 선거 베팅 시장을 기초 자산으로 한다. 이 상품의 핵심 특징은 만기일이 없고 USDT로 정산되며, 사용자들이 최대 3배 레버리지로 선거 결과에 대해 롱(매수) 또는 숏(매도) 포지션을 취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가격 결정 메커니즘은 Stork에서 제공하는 전용 오라클 피드를 사용하며, 폴리마켓의 중간 가격을 6시간 시간 가중 평균(TWAP)으로 계산해 적용한다. 이는 급격한 가격 변동을 방지하고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선거가 종료되면 거버넌스 제안을 통해 시장을 정산할 수 있으며, 이때 미정산 포지션은 오라클의 최종 가격으로 강제 청산된다. 특히 2024ELECTION PERP의 경우, TRUMPWIN을 기초 자산으로 설정해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 시 $1, 낙선 시 $0으로 정산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시도는 앞으로 DeFi 생태계에서 더 다양한 현실 세계 이벤트와 연계된 금융 상품들이 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며, 인젝티브가 얼마나 트렌드에 민감하게 움직이는지를 보여주는 예시이고, 거래소 모듈을 활용하여 획기적인 금융 상품을 만드는 것에 대한 예시이기도 하다.
1.3.1 Fiat on-ramp addition with Mercuryo
모듈들을 직접적으로 활용한 사례들을 제외하고도, 인젝티브 위에는 다양한 인프라들이 구현되고 있는데, 대표적인 예시로는 Mercuryo와 협력을 통해 온램프(Fiat to Crypto)인프라를 구축한 것이 있을 수 있다. Mercuryo는 Web3 애플리케이션을 위한 결제 솔루션 업계의 선두주자로, 이번 통합으로 인젝티브 브릿지에서 직접 INJ 토큰을 구매할 수 있게 되었다. 사용자들은 Visa, Mastercard, Apple Pay, Google Pay, 은행 송금 등 다양한 결제 수단을 통해 INJ를 구매할 수 있으며, USD, EUR, JPY, GBP, CAD, CHF, KRW 등 25개 이상의 법정 화폐를 지원한다. 이는 암호화폐 온보딩 과정의 복잡성을 크게 줄이고, 전통 금융과 블록체인 세계를 더욱 가깝게 연결하는 중요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이로써 인젝티브 생태계 접근성이 크게 향상되어, 신규 사용자와 기존 사용자 모두에게 간소화된 온램프 경험을 제공하게 되었다.
1.3.2 INJ ETP
우선 처음으로 INJ ETP 상품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자. 위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인젝티브는 올해 1월에 Volan 업데이트를 통해 RWA(Real-World Asset)모듈을 추가하여 기관들이 인젝티브 위에서 쉽게 “허가형 상품”들을 만들 수 있도록 조건을 마련하였다. 이러한 시도는 퍼블릭 블록체인으로서는 최초의 시도이다.
사실 이미 이 때 부터 인젝티브는 퍼블릭 블록체인의 탈중앙적 속성을 유지하면서도, 기존 전통 금융권에 있는 기관들이 블록체인 기술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이들을 위한 맞품형 인프라 솔루션들을 개발해왔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이 이번에는 ETP라는 상품으로 비춰진듯 보인다.
ETP란, Exchange Traded Products의 약자로 한글로는 '상장지수상품'이라고도 하고, 쉽게 말해서 거래소에 상장되어있고, 기초 자산의 가치 변동을 추종하는 상품을 일컫는다.
그리고 이번에 인젝티브 네트워크위에 AINJ라고 해서, 21Shares라는 매니지먼트 회사가 인젝티브의 토큰인 INJ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TP 를 출시했다고 하면서 큰 관심을 끌었다. 흥미로운 부분은, 스테이킹 수익도 AINJ를 통해서 얻을 수 있어서 말 그대로 인젝티브에 대한 업사이드를 그대로 가져갈 수 있는데 이게 ETP이기 때문에 주식 시장에서도 거래할 수 있다는게 특징이다.
필자가 언급했듯, 인젝티브가 “금융을 위한 블록체인”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것은 단순히 내러티브 차원이 아니다. 실제로 이들은 Plug-and-Play 모듈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1) 디파이 프로토콜들에 통합된 유동성을 제공해주고 2) 기관들이 퍼블릭 블록체인 위애서도 쉽게 RWA 토큰화가 가능하도록 인프라를 구축하였다. 당연히 빠른 속도와 저렴한 트랜잭션 수수료도 한 몫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러한 인프라만 갖춘다고 훌륭한 목적 중심 블록체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 인프라를 레버리지한 실사례가 필요하다. 그리고 인젝티브는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는다는듯 자신들이 만든 인프라를 적극 활용하여 실질적인 사례들을 만들어나가고 있는 모습이다.
필자는 이런 점에서 인젝티브를 목적 중심 블록체인의 가장 모범적 예시로 꼽는다. 앞으로 목적 중심 블록체인들은 목적에 맞게 자신들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을 넘어서, 이 인프라를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사례들을 소개해야만 한다. 그래야만 체인만의 정체성이 확고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 블록체인 업계는 “블록 공간 과잉상태”를 맞이하였다. 다양한 인프라 프로젝트들이 빌더들에게 광범위한 블록 공간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서, 이제는 맞춤형 블록공간을 제공해주는 플레이어들이 시장의 주목을 받을 것이다. 그것이 필자가 목적 중심 블록체인에 관심을 갖는 이유이고, 인젝티브를 주시하는 이유이다.
https://blog.injective.com/en/the-july-monthly-community-update/
https://blog.injective.com/en/mercuryo-brings-fiat-on-ramp-to-injective/
https://4pillars.io/ko/articles/era-of-purpose-built-blockchain
https://blog.injective.com/en/the-august-monthly-community-update/
https://blog.injective.com/en/the-september-monthly-community-upda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