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체인은 우리가 구상해오던 몇가지 가능성을 확고히 해주는 계기가 되었다. 하나의 가능성으로, 분명히 대규모 앱은 앱(유니스왑 지갑, 프론트 엔드 + 유니스왑 X)과 프로토콜(유니스왑 V2, V3, V4)부터 체인(유니체인)까지 전체 스택을 운영하는 방향성으로 나아간다. 다시 말해, 앱은 더이상 앱으로만 남아있지 않고 자체적인 경제 구축과 블록 스페이스 관리를 위해 체인을 운영하는 방향성으로 나아가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를 설명하는 ‘Fat App’ 이론은 좀더 일리 있는 주장이 되었다.
(유니체인의 개요와 Fat App에 대한 내용은 이전 오피니언을 참고)
앱과 관련한 논의에서 나아가, 유니체인이 증명하는 다른 하나의 변화는 L2 토크노믹스에서 찾을 수 있다. 유니체인은 UVN(Unichain Validation Network)과 함께 $UNI의 스테이킹 기능을 도입함으로써 $UNI의 가치를 제고할 수 있도록 하였다. 사실 오랫동안 유니스왑의 네이티브 토큰인 $UNI는 ‘쓸모없는’ 토큰을 대표하는 예시로 여겨져왔다. 준수한 유니스왑의 프로토콜 수익과 대비되어 거버넌스 보팅의 기능만을 갖고 있는 제한된 유틸리티 때문이다. 유니체인은 그러한 $UNI의 가치 제고를 위해 어떠한 방법을 채택하였을까? 또 유니체인의 움직임이 L2 토크노믹스에 어떠한 변화를 가속화할 수 있을까? 아래서부터 살펴보자.
Source: Uniswap, Flashbots, and OP-Stack: The Trinity Behind Unichain - 100y
유니체인의 주요 기능 중 하나는 UVN(Unichain Valdiation Network)이다. UVN은 블록체인의 상태를 독립적으로 검증하는 노드 운영자 네트워크로, 트랜잭션을 자체적으로 ‘사전 확인(preconfirmation)’하기위해 구현되었다. 유니체인에서 블록이 새롭게 생성되면, UVN의 다중 검증자 세트는 정격 체인(canonoical chain)을 증명한다. 이로써 유니체인은 자체적으로 생성된 트랜잭션의 파이널리티를 일정 부분 보장할 수 있는데, 이는 단일 시퀀서가 야기할 수 있는 보안 리스크를 최소화하여 유니체인이 안정적으로 크로스체인 거래를 처리할 수 있도록 돕는다.
Source: X(@Uniswap)
유니체인은 체인에 구애받지 않는 유동성 흐름을 만들기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하고있다. 그 일환으로, 옵티미즘 슈퍼체인(Optimism Superchain)의 네이티브 상호운용성을 이용하여 슈퍼체인 L2 간의 크로스체인 메시지 전달을 구현하고자 한다. 슈퍼체인을 제외한 기타 체인의 경우에는 Across Protocol과 함께 모든 크로스체인 인텐트를 동일한 구조로 정렬하는 ERC-7683를 제안하며, 모든 체인 간의 상호운용성 향상을 중요한 과제로 두고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L2가 채택하고 있는 단일 시퀀서 구조는 체인에 구애받지 않는 ‘유동성 네트워크’를 구현하는 과정에서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L2 블록체인에서 시퀀서는 멤풀로 전송된 사용자의 트랜잭션을 번들 형태로 묶어 블록에 어떠한 순서로 담을지 결정하고 처리하는 역할이다. 현재 대부분의 롤업은 단일 시퀀서를 사용하고 있으며, 해당 네트워크의 운영 주체가 임의로 시퀀서 역할을 맡는다. 이러한 단일 시퀀서 구조가 유니체인이 구축하고자 하는 크로스체인 거래 인프라에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지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는, 블록 모호성 위험(Block Equivocation Risk)이다. 시퀀서가 같은 블록 높이를 가진 여러 개의 블록을 제출할 가능성으로, 베이스 레이어에 어떠한 블록이 최종적으로 확정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불확실성을 만들 수 있다. 둘째는, 시퀀서가 유효하지 않은 블록을 제출할 위험(Invalid Block Risk)으로, 만약 사후에 유효하지 않은 블록에 대한 fault proof가 제출된다면 체인을 롤백해야 하는 결과로 이어져 크로스체인의 세틀먼트를 더욱 지연시킬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유니체인은 L2에서 체인의 상태를 독립적으로 검증하는 UVN을 도입한다. 베이스 레이어인 이더리움에 트랜잭션을 최종적으로 컨펌하기 이전에 유니체인이 UVN을 통해 구축한 자체적인 경제적 보안을 이용하여 트랜잭션의 유효성을 사전 확인하는 것이다.
위와 같은 구동 방식에 따라 UVN은 유니체인에서 생성되는 블록을 사전 확인하는데, 여기에서 경제적 보안을 담보하는 재화로 $UNI를 사용함으로써 $UNI의 유틸리티를 창출할 수 있는 구조가 나온다. UVN의 벨리데이터로 참여하기 위해서는 $UNI를 이더리움에 메인넷에 스테이킹해야 하며, 각 에포크마다 스테이킹된 UNI의 잔액이 가장 높은 노드들은 활성 노드 세트로 선택되어 UVN의 검증에 참여한다. Reth Unichain 노드를 실행하여 검증에 참여한 벨리데이터가 유효한 증명을 게시하면, 스테이킹된 토큰에 따라 보상의 가치가 계산되어 보상을 받는다. 이때, $UNI의 보유자는 자신의 지분을 벨리데이터 노드에 위임함으로써 보상을 분배받을 수 있다.
이로써 거버넌스 보팅의 기능만을 하던 $UNI는 유니체인으로부터 가치 획득 메커니즘을 확보하게 된다. 적지 않은 L2 토큰을 통해 깨달은 사실은 아무리 네트워크가 활성화된다 하더라도, 토큰의 펀더멘탈한 수요를 만들기 위해서는 네트워크와 토큰의 수요 및 공급을 연결하는 메커니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유니체인은 $UNI의 스테이킹 기능을 활성화하여, 유니체인에서 생성되는 트랜잭션이 많아질수록 벨리데이터와 $UNI를 위임한 주체가 더 많은 보상을 받도록 설계하였다.
물론, 그러한 설계의 효과는 앞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다. 토큰 흐름의 관점에서 $UNI 스테이킹은 시장에 유통되는 토큰의 양을 제한할 수 있으며, 보유자가 $UNI를 지속적으로 보유하고 있을만한 동기를 창출한다. 궁극적으로는 UVN에 참여하는 벨리데이터와 $UNI 보유자, 그리고 유니체인 오퍼레이터의 각기 다른 이해관계를 네트워크의 활성화라는 공통의 목표로 수렴시킬 가능성을 갖는다.
유니체인과 더불어 다양한 L2는 네이티브 토큰의 유틸리티를 강화함으로써 토큰에 대한 시장 수요와 토큰을 장기적으로 보유할만한 동기를 높이고자 한다. 그렇다면, L2 토큰의 유틸리티를 어떻게 강화활 수 있을까? L1 혹은 디파이 프로토콜의 토크노믹스가 발전해온 궤적과 크게 다르지 않다. 유니체인의 경우 원활한 크로스체인 스왑을 위해 UVN을 구현하였고, UVN의 경제적 보안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UNI 스테이킹이라는 유틸리티를 만들어냈듯이, 각기 L2이 해결하고자 하는 미션과 아키텍처의 주안점에 따라 고유한 토크노믹스를 구현하고 있다. 그러한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로는 아래서부터 Mode, Taiko, Arbtirum을 살펴볼 수 있다.
2.1.1 Mode - DeFi 메커니즘의 도입을 통한 이해관계 조율
Source: Mode Blog
Mode는 슈퍼체인의 일원으로서 OP 그랜트를 제공 받는데, 해당 그랜트를 생태계에 분배하는 과정에서 보팅 에스크로(Voting Escrow, ve) 모델을 통해 생태계 참여주체의 이해 관계를 조율하고 네이티브 토큰인 $MODE의 유틸리티를 강화한다. $MODE를 스테이킹한 veMODE의 보유자는 정해진 에포크마다 $OP를 보상으로 얻을 수 있다. 또한 veMODE 보유자는 Mode 생태계 내의 어떠한 프로토콜(DEX, Leding Market 등)이 인센티브($OP, $MODE)를 받을 것인가에 대한 게이지 보팅을 진행할 수 있으며, 이로써 프로토콜이 사용자의 보팅을 유치하기 위해 경제적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브라이브 마켓(Bribe market)의 등장까지 기대해볼 수 있다.
2.1.2 Taiko - 경쟁적인 유효성 증명을 위한 증거금
Taiko는 시퀀싱 과정에서 Based Contestable Rollup(BCR)을 새롭게 도입하였다. BCR에 따르면, 기존의 증명자인 A가 제안한 블록에 새로운 제안자인 B가 이의를 제기하기 위해서는 $TAIKO로 유효성 보증금(validity bond)를 걸어야 한다. 만약 새로운 제안자 B가 잘못된 수정 제안을 하였다면 유효성 보증금을 몰수당하고, 옳은 제안을 한 기존의 제안자 A가 보상을 받는다. 반대로, B가 타당한 이의제기를 하였다면 증명을 성공함에 따른 추가적인 보상을 받는다. 이처럼 타이코는 유효성 보증금을 이용한 경쟁적인 롤업 증명 메커니즘을 통해 증명이 잘못될 가능성에 대비함과 동시에, $TAIKO가 네트워크의 시퀀싱 과정에서 중요한 기능을 하도록 구현하였다.
(Taiko와 BCR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Taiko 리포트를 참고)
2.1.3 Arbitrum - 프로토콜 수익 재분배 & MEV 경매 입찰
Arbitrum DAO는 최근 $ARB에 스테이킹 기능을 도입하고자 하는 제안을 통과시켰는데, 제안의 핵심은 $ARB의 스테이킹을 통해 거버넌스 권한의 위임과 그에따른 보상 체계를 만들어 토큰의 유틸리티를 활성화하고자 하는 내용이다. 제안의 내용이 실행된다면, 사용자는 $ARB를 스테이킹한 다음, 시퀀서 수수료와 MEV 수수료 및 벨리데이터 수수료 등의 다양한 수익원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이자로 받을 수 있게 된다. 더욱이, 유동성 스테이킹을 도입함으로써 사용자는 $ARB의 스테이킹 상태를 유지하면서도 $stARB를 다른 디파이 프로토콜에 상호운용하며 자본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이밖에도 MEV 경매를 통해 $ARB를 소각하는 타임 부스트(Time Boost) 제안이 올라오기도 하였다. 이는 기존의 트랜잭션 처리 방식인 선착순(FCFS, First Come First Serve) 시스템뿐만 아니라, 트랜잭션의 순서를 임의로 정하는 권한을 경매에 붙여 MEV 기회를 포착할 수 있게하는 경매 방식을 추가하자는 제안이다. 이때, 입찰자가 경매에 참여하기 위해 $ARB로 입찰을 하고, 입찰이 완료된 $ARB를 소각하는 옵션(인젝티브의 소각 경매 메커니즘과 유사하다)이 제안에 포함되었다. 물론 투표의 결과는 $ARB가 아닌 $ETH를 입찰을 위한 재화로 사용하고 입찰이 완료된 $ETH를 DAO 트레저리에 축적하는 방식으로 결정되었지만, L2 토큰의 가치 획득을 위해 제안된 하나의 아이디어로써 주목할 만하다.
유니체인의 UVN을 비롯하여 다양한 사례를 통해 볼때, L2는 네이티브 토큰의 유틸리티를 강화하는 양상은 아래와 같이 정리된다.
네트워크 수익 재분배(ex. $ARB Staking): 토큰의 스테이킹 기능과 함께, 네트워크에서 창출되는 다양한 수익원을 재분배
MEV 경매(ex. Arbitrum TimeBoost): MEV 입찰에 사용하는 재화로 토큰을 사용함으로써 토큰의 유틸리티를 강화하고 소각 메커니즘까지 연계하여 공급을 조절
DeFi 메커니즘 도입(ex. $veMODE): 보팅 에스크로와 같이 DeFi 프로토콜에서 사용되던 메커니즘을 차용하여 생태계 내 참여주체의 경제적 연계성 강화 및 인센티브 분배 방식을 다각화
시퀀싱(ex. Unichain UVN, Taiko BCR): 블록을 정렬하고 처리하는 과정에서 토큰을 스테이킹하거나 이의제기를 위한 담보물로 사용함으로써 보안성의 확보와 동시에 토큰의 유틸리티를 창출
이러한 L2 토크노믹스의 다각화는 유의미한 시도라고 생각한다. 오랫동안 대부분의 L2 토큰은 거버넌스 보팅 외에는 별도의 기능이 없었기 때문에, 시장에서 펀더멘탈한 수요의 요인을 얻지 못하고 일정한 가치를 유지하지 못하는 것은 고질적인 문제로 꼽혀왔다. 토큰 가격의 지속적인 하락은 L2 DAO의 트레저리의 경제적 보안이 낮아져 거버넌스 공격에 취약해지는 문제와 더불어, 기술적인 펀더멘탈이나 이더리움의 확장과 같은 미션과 무관하게 L2에 대해 시장 참여자들이 좋지 못한 센티먼트를 갖는 문제로 이어진다. 따라서 유니체인이 다시 한번 확고하게 가리킨 L2 토크노믹스의 다각화는, L2 토큰의 가치를 제고하는 변화를 가속화하여 진일보한 L2 생태계를 만드는 데 일조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Source: X(@0xfishylosopher)
유니체인에 대한 비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유니체인과 관련한 내용이 발표되면서 $UNI가 갖게된 유틸리티로 사람들이 관심이 쏠렸지만, 그 뒷편에는 몇년에 걸쳐 진행되어 오던 Fee Switch에 대한 논의가 잠정적으로 배제되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Fee Switch는 $UNI를 스테이킹한 보유자에게 유니스왑의 프로토콜 수익을 분배하는 방안으로, 올해 3월에 Fee Switch 제안이 재점화되었다가 규제 상의 우려로 인해 잠정적으로 다시 연기되었다. 그러한 상황에서 프로토콜 수수료 분배에 대한 언급없이 벨리데이터 수익을 재분배하는 UVN의 $UNI 스테이킹 기능이 발표되자, 커뮤니티의 반발이 일어난 것이다. Fee Switch에 대해서는 앞으로 Unichain의 이니셔티브와 동시에 다각도의 논의와 평가 그리고 커뮤니티와의 소통을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
Uniswap Labs Blog: https://blog.uniswap.org/uni
Unichain Whitepaper: https://docs.unichain.org/whitepaper.pdf
Mode Blog: https://t.co/v6BmBGKsUa
Arbiturm DAO: https://forum.arbitrum.foundation/t/arb-staking-unlock-arb-utility-and-align-governance/25084
Taiko Blog: https://taiko.mirror.xyz/Z4I5ZhreGkyfdaL5I9P0Rj0DNX4zaWFmcws-0CVMJ2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