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지 않은 미래에서 크립토의 상용화를 견인할 섹터로, 컨슈머 어플리케이션에 대한 기대는 사뭇 뜨겁다. 먼저 Farcaster가 크립토 인프라에 최적화된 소셜 어플리케이션으로써 가능성을 보여줬고, 이어 Solana와 Base를 중심으로 컨슈머 어플리케이션 생태계가 확대되고 있다. 이로 보아, 크립토가 24/7 카지노에서 한 발자국 나아가, 실용적인 가치의 제공을 뒷받침하는 금융 인프라로 발전하는 데 있어 컨슈머 어플리케이션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은 대부분의 시장 참여자들이 동의하는 의견인 듯하다. 이처럼 크립토 산업이 컨슈머 어플리케이션 국면에 들어선 지금, 일시적이나마 기존의 예측시장을 이미 대체하는 것에 성공한 Polymarket의 사례는 함의하는 바가 크다.
세계 정세에 가장 중요한 이벤트 중 하나인 미국 대선에 세간의 안목이 집중된 가운데, 예측시장에는 수많은 사용자가 몰려 누가 미국 대선의 승자가 될지에 대한 베팅이 이어졌다. 그 결과, 예측시장 중에서 가장 점유율이 높은 Polymarket 역시 8월을 기준으로, 월간 총거래량이 1억 1천만 달러를 넘어섰고 약 3천 명의 거래자들이 하루에 약 1만 건 이상의 거래를 기록하고 있다. 또한 미국 대통령 선거 캠페인의 첫날에만 약 4천 명의 거래자들이 Polymarket의 예측시장에 참여했으며, 최근 선거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고조됨에 따라 3000만 달러의 일간 거래량을 기록하기도 했다.
Polymarket의 예측시장은 Kamala Harris가 민주당 후보로 지명될 가능성이 높다는 예측과 JD Vance가 트럼프의 부통령 후보로 선정될 것이라는 예측을 공식 발표가 있기 전에 포착해냄으로써, 신속하게 여론을 반영하며 높은 정확도를 보이는 예측시장 플랫폼으로써 두각을 보였다. 이에 Polymarket에서 나타나는 여론이 여느 미디어보다 정확한 시그널로 인식되면서 Wall Street Journal을 포함한 전통 미디어와 기관들 또한 Polymarket을 신뢰할 수 있는 여론 지표로 참고하는 사례가 늘어가고 있다. 그러한 관심에 힘입어 베팅 규모의 측면에서도 미국 대선에 대한 전체 베팅 금액 가운데 80%에 달하는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어 Web2 예측 시장 플랫폼과 비교했을 때도 우위에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괄목할만한 성과를 보이고 있는 Polymarket은 두 가지 측면에서 유의미한 시장의 역할을 갖는다. 첫 번째는 다각화된 투기 경로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두 번째로는 투기 행위의 결과를 통해 예측 여론을 도출하는 것으로, 미래 이벤트에 대한 베팅의 현황은 그 자체로 예측 여론을 보여주는 지표가 되어준다. 이렇듯, Polymarket은 시장 참여자들의 투기적 수요를 여론 수집도구로 전환하는 의의를 가지며, Polymarket이 미래를 비추는 하나의 방법으로 군중의 지혜(Wisdom of the Crowd)를 동원할 수 있는 이유도 이러한 전환 관계에 놓여있다.
Polymarket은 하나로 결정되는 거의 모든 것에 대한 투기를 가능하게 함으로써, 시장 참여자들에게 또 하나의 유의미한 투기 경로를 제공한다. 특히, 어떠한 이벤트나 정보와 상관관계를 갖는 자산에 간접적으로 투자하는 대신, 이벤트 자체에 직접 투자할 수 있게 한다. 예를 들어, 이더리움 ETF의 승인에 따라 ETH 현물 또는 ETH 관련 자산에 베팅하는 것이 아닌, ETF의 승인 여부에 직접 베팅하는 것이다. 이는 시장의 복잡성과 시장 변수를 고려할 필요 없이 정보 활용의 효율성을 높이고 의사결정 과정을 단순화한다.
한편으로, Polymarket은 정보 과잉을 특징으로 하는 암호화폐 시장에서 미래의 리스크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예측 도구로서 중요성이 부각된다. 암호화폐 시장은 여전히 펀더멘탈 가치에 대한 명확한 합의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특정한 내러티브가 자산의 가격 변동성에 많은 영향을 주는 특성을 띤다. 또한 신생 프로젝트들이 끊임없이 출현함에 따라 시장 참여자들이 흡수해야 하는 정보의 규모와 다양성도 증가하고 있다. 이에 Polymarket은 경제적 인센티브를 통해 분산되어 있는 다수의 예측을 하나의 여론으로 집약함으로써 예측 정보를 전파하는 주체의 이해관계 혹은 소수의 몰이해에 의해 왜곡된 예측이 아닌 보다 객관적인 예측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Polymarket이 최근에 보여주는 퍼포먼스가 흥미로운 점은 온체인 환경에서 만들어진 어플리케이션이 기존 시장에서 경쟁하여 가장 높은 시장 점유율을 갖는, 흔치 않은 사례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떠한 차별성이 Polymarket의 고유한 시장적 지위를 만들었을까?
현재까지 크립토 산업에서 컨슈머 어플리케이션이 등장하고 사라진 히스토리를 조망하였을 때, 다수의 케이스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실패 원인은 투기적 수요를 둘러싼 두 가지 상반된 요인에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어떠한 문제를 해결할지(혹은 어떠한 가치를 제공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전혀 없이 투기적 수요에만 초점을 맞춘 어플리케이션이다. 이 경우 단기적인 하이프가 있을지언정 생명력은 길지 않다. 과열된 시장 분위기와 함께 많은 관심을 끌다가 더 이상 투기적 수요를 충족하지 못하게 되었을 때, 자연스럽게 사장되는 케이스이다.
컨슈머 어플리케이션이 실패하는 다른 하나의 원인은 투기적 수요와 지나치게 동떨어진 가치에만 치중하는 경향에 있다. 물론 대부분의 어플리케이션이 각자의 일리가 있는 문제 정의와 해결 방법을 제안한다. 그러나 그들이 정의한 문제와 해결 방안은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이들에게만 중요한 비전과 미션일 뿐, 정작 사용자들의 공감을 얻는 것은 어렵다. 그리하여 이와 같은 어플리케이션은 누가, 왜 써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만 남긴 채 시장 참여자들의 관심 밖에 놓이게 된다.
Polymarket의 핵심적인 기능은 베팅으로써, 그 자체로 투기적 수요를 충족시키기에 매우 유리한 디자인의 어플리케이션이다. 한편으로 베팅의 결과로 도출되는 예측은 경제적 인센티브에 기반하여 객관적인 여론을 반영하는 여론 수집도구의 역할을 한다. 다시 말해, 투기적 수단에서 나아가 보다 광범위하게 사용될 수 있는, 실용적인 가치를 낳는 어플리케이션의 가능성도 동시에 보여준다. 이렇듯 Polymarket은 투기적 수요와 예측 정보에 대한 수요, 두 가지 측면의 수요를 충족시키며 시장 참여자들에게 유의미한 투기적 경로를 제공하면서도 넓은 사용자 범위를 타겟할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 디자인으로 시장 내 고유한 지위를 구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