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립토는 ‘지구’에 이로울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니다’ 또는 ‘관련 없다’라고 대답할 것이다. 필자 역시 크립토가 디파이를 통해 중앙화된 금융 인프라를 개편하거나 기존 소셜 앱의 검열 저항성을 높이는 등의 측면에서는 세상에 이로운 영향(사회적 가치)을 줄 수 있다고는 생각해도, 지구에 이로울 수 있는 방법은 좀처럼 떠오르지 않는다. 오히려 비트코인의 PoW가 대규모의 탄소 배출로 지구 환경에 막대한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프레임을 벗는 데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 상기해보자. 그렇다면, 더욱이 크립토와 지구는 별다른 관련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최근 주목받고 있는 탈중앙화 에너지 네트워크(Dencentralized Energy Network)는 크립토가 태양광, 풍력, 연료 전지 등 재생 에너지의 생산과 공급망 및 소비까지의 과정을 효율적으로 개선하여 지구 환경에 도움을 줄 수있는 새로운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물론 이는 아직 초기 단계에서 비전을 제시하고 있는 상황이라 이미 시장에 여러차례 제안된 DePin 프로젝트 중 하나로 그치거나 또 다른 버즈 워드에 불과할지 모른다. 그럼에도 탈중앙화 에너지 네트워크는 인류보편적인 비전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크립토의 존재의의를 설명할 수 있는 구심점을 만든다는 가능성과, 아직 미개척 분야인 재생 에너지 산업의 가상 발전소(Virtual Power Plant) 시장에서 크립토를 통해 새로운 표준을 세울 수 있다는 잠재력을 가진다. 따라서 아래부터는 탈중앙화 에너지 네트워크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와 관련 개념들, 그리고 다양한 프로젝트가 제안하는 솔루션을 살펴보면서, 이것이 정말로 지구 환경에 이로운 영향을 줄 수 있는 크립토의 유즈케이스가 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해보자.
1.1.1 재생 에너지 현황 및 배경
화력과 원자력 중심의 에너지 발전을 친환경적인 재생 에너지로 대체하고자 하는 과제는 ‘이미 정해진 미래’처럼 세계의 공통적인 목표로 놓여있다. 이미 전세계 전력의 30% 이상이 재생 에너지를 통해 생산되고 있는 것처럼 재생 에너지 생산은 갈수록 보편화되고 있으며, 그에따라 재생 에너지를 생산하는 데 사용되는 발전 시스템의 보급도 확대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주거용 태양광 패널의 경우, 호주는 전가구 중 37%가 집에 패널을 설치하고 있고, 미국 캘리포니아 주는 15%나 되는 높은 채택율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재생 에너지의 수요가 증가하는 현황과 비교하여, 생산된 전력을 유통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은 여전히 중앙 집중화된 화석 연료 기반 에너지 시스템에 맞춰져있는 상황이다. 이는 역사적으로 소수의 중앙화된 시설에서 규모의 경제를 통해 대규모의 전력을 생산하는 것이 더 저렴하고 제어하기 쉬웠기 때문이며, 그로 인해 오늘날의 전력 시스템은 소수의 대규모 발전 시설에서 다수의 고객에게 전기를 일방향으로 공급하도록 구축되었다.
이처럼 재생 에너지의 생산량이나 수요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전력망 시스템이 발맞춰 발전하지 못함으로써, 최근 몇년간 신재생 에너지 설비가 급속하게 설치되었지만 오히려 전력망의 균형이 불안해짐에 따라 대규모 정전이 더 많이 발생하고 있다. 게다가 AI의 발전에 따라 3개월마다 연산 능력의 요구량이 두 배로 증가하고 18개월마다 거의 10배로 증가하는 만큼, 기하급수적인 에너지 수요의 증가가 전세계 에너지 시스템에 부담을 주고 있다.
1.1.2 DER(Distributed Energy Resource): 재생 에너지의 생산과 관리를 위한 시스템
위와 같은 현황에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시스템이 바로 DER과 가상 발전소이다. DER(Distributed Energy Resource, 분산형 에너지 자원)이란, 화력과 원자력을 기반으로 하는 중앙 공급형 발전 시설이 아니라 분산되어 있는 에너지의 수요 지역에서 재생 에너지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시스템을 통칭한다. 이러한 DER은 다양한 기술들을 포함하고 있는데, 이들은 재생 에너지가 생산되고 전력망에 에너지를 공급하여 최종 사용자에게까지 전해지는 과정에 걸처 분산 전원, 에너지 저장장치, 수요 반응으로 정리할 수 있다.
먼저, 태양광 패널, 풍력, 연료 전지 등의 재생 에너지 자원을 이용하는 소규모 발전 설비를 뜻하는 분산 전원(DG, Distributed Generation)으로 전력을 생산한다. 그렇게 생산된 전기는 에너지 저장장치(Energy Storage System, ESS)를 통해 물리적 또는 화학적 에너지로 전환하여 저장하고 있다가 상시로 전력망에 전력을 공급하거나 피크 수요 시간대에 전력망의 부하를 줄이기 위해 사용한다. 마지막으로, 최종 사용자가 전기를 사용할 때, 시간대별 전기 요금을 고려하여 피크 사용 시간대에 전력 공급을 줄이거나 임의로 필요한 시간에 전력 공급을 늘리며 전기 사용패턴을 변경하는 프로세스인 수요 반응(Demand Response, DS)까지 DER이 대안적인 전력 시스템으로 기능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들이다.
이러한 DER은 본질적으로 분산된 지역에서 에너지를 생산하고 관리하기 위한 시스템으로 기능한다. 이는 재생 에너지의 원천이 되는 햇빛이나 풍력이 지구 어디에서나 내리쬐고 불어오기 때문에 에너지 생산 설비가 애초에 중앙집중화될 필요가 없으며, 분산된 설비를 갖춤으로써 얻는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 곳에서 생산된 전력망을 모든 소비처에 단방향으로 전송하는 기존의 방식은 긴 송전 거리로 인해 생산된 전력을 사용자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약 60%의 손실이 일어날 만큼, 상대적으로 낮은 에너지 효율을 보인다. 이와 비교하여 DER은 분산되어 있는 수요 지역의 인근에서 직접 재생 에너지를 생산하고 소비하기 때문에 송전으로 인한 에너지 손실을 감소시킬 수 있다. 또한 태양광이나 풍력과 같은 재생 에너지 자원을 에너지의 원천으로 하는 만큼, 탄소 저감이나 에너지 효율 향상이라는 전세계적으로 통합된 비전에도 부합하여 그 보급은 더욱 가속화되는 중이다.
1.1.3 가상 발전소 (Virtual Power Plant): DER을 ‘통합’하는 시스템
Source: Virtual Power Plant and Microgrids controller -
재생 에너지를 생산하고 저장 및 관리하기위해 DER이 보급됨에 따라, 분산되어 있는 DER을 통합하여 실시간으로 전력의 공급 및 수요 정보를 교환하고, 발전량을 예측하거나 소비량을 조절하면서 재생 에너지가 효율적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하는 가상 발전소(Virtual Power Plant)의 필요성도 증대되었다. 가상 발전소는 말그대로 소프트웨어로 존재하는 발전소로, 분산된 DER을 하나의 운영체제로 통합하여 발전 설비의 발전량을 예측하고 전력 수요 현황을 모니터링하며 DER의 운영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재생 에너지 자원은 일정하지 않은 일조량이나 풍량으로 인해 전기 생산량이 대체로 불안정하여 전기 가격이 높은 변동성을 보이거나 정전이 발생할 가능성이 비교적 높다. 이때, 가상 발전소는 분산되어 있는 각 DER의 발전량과 전력 수요를 예측하고 그것에 맞춰 전략적으로 에너지를 생산, 저장, 분배, 거래하게 하는 통합 시스템으로 기능함으로써 전력의 수요와 공급을 안정화하고 정전을 방지한다.
이러한 가상 발전소는 늘어난 DER 수요와 함께 그 필요성이 분명해지면서, 다양한 기업들이 새로운 비즈니스를 정착시키며 아직 주인이 정해지지 않은 산업 분야를 개척하고자 하는 시도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일론의 테슬라는 2021년부터 호주에 8억 달러를 들여 세계 최대 규모의 가상 발전소를 구축하고 있으며, 남호주 5만여 주택에 250MW급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하여 전력을 생산하고 판매할 계획을 발표하였다. 이로써 태양광 ESS 설치를 통해 전력 판매 수익이 창출되어 가구당 순지출 전기 요금이 1kWh 당 40센트에서 27센트로 25% 이상 감소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가상 발전소는 그 필요성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도입의 초기 단계에서 몇가지 한계를 맞닥드리고 있다. 하나는 오늘날의 전력망 시스템이 고도로 규제화된 영역으로 발전되었기 때문에, 독과점 구조가 강력하게 조성된 비즈니스 섹터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 새로운 플레이어가 진입하기에 진입장벽이 높은 것과 동시에, 규제 중심으로 전력망이 구축되므로 가상 발전소를 개발하는 데 있어 하향식으로 요구사항을 충족해야 하는 어려움이 발생한다. 다른 하나의 문제는 DER를 통합하기 위해 필요한 통신 레이어의 부재이다. DER은 전세계에 걸쳐 있으며 에너지 데이터를 제공해야 하는 인센티브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가상 발전소가 분산되어 있는 에너지 데이터를 충분히 모으는 데 난항을 겪고있다.
이에 가상 발전소의 한계를 극복하는 솔루션으로서 크립토와 블록체인이 탈중앙화 에너지 네트워크라는 용어와 함께 주목받고 있다. 물론 2016년에 시작된 P2P 에너지 마켓 서비스를 제공하는 Powerledger와 같은 프로젝트가 이전부터 존재했듯이, 에너지 솔루션과 블록체인을 결합하는 시도는 이전부터 꾸준히 지속되어 왔다. 그러다 최근에 들어서 a16z가 탈중앙화 에너지 프로토콜인 Daylight에 9백만 달러를 투자하였다는 소식과 함께 재조명받기 시작하였다.
이제는 Daylight뿐만 아니라, Srcful, Starpower, Powerledger 등에 의해 탈중앙화 가상 발전소를 구축하거나 관련 문제를 해결하고자 시도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블록체인과 크립토가 가상 발전소와 결합되는 방법으로는 토큰 인센티브를 통해 분산되어 있는 DER의 에너지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모으는 방법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로써, DER을 운영하는 사용자가 에너지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제공할만한 인센티브가 부족하거나 데이터를 주고받을 플랫폼이 마땅히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토큰 인센티브는 가상 발전소로 하여금 충분한 에너지 데이터를 모으는 방법에 유의미한 해결책을 제시해줄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 어떠한 프로젝트가 있는지 아래서부터 확인해보자.
1.2.1 Srcful Energy
Source: Srcful
Srcful은 Helium 생태계에서 에너지 솔루션을 개발하는 서브 네트워크로, 태양광 발전소 및 배터리 저장소와 같은 DER을 연결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가상 발전소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목표의 일환으로 Srcful은 Helium의 핫스팟 하드웨어 장치를 상호운용하는데, 사용자는 태양광 패널 또는 배터리를 해당 핫스팟에 연결하여 보상을 얻을 수 있다. Srcful 네트워크는 장치를 통해 모인 에너지 생산, 소비, 그리드 주파수 등의 에너지 데이터를 Srcful 에너지 네트워크로 전송한다. 이러한 방식으로 Srcful은 토큰 인센티브를 통해 분산된 에너지 데이터의 수집을 부트스트래핑함으로써 효율적이면서도 지속가능한 분산형 가상 발전소를 구축하려 한다.
1.2.2 Starpower
Source: Starpower docs
Starpower가 집중하는 문제는 DER과 로컬 가상 발전소 업체 및 에너지를 사용하는 최종 사용자를 연결하는 글로벌 통신 계층이 아직까지 부재하다는 점이다. 즉, DER은 전세계에 걸처 분산되어 있으나 통신 표준이 부족하여 가상 발전소를 운영하는 오퍼레이터들이 롱테일 DER 데이터를 통합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있다는 것이다. 이에 Starpower는 자체적인 가상 발전소로 자리매김하기보다, 솔라나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여 DER과 각 전기 수요지의 가상 발전소 업체 간의 정보 흐름의 허브 역할을 하고자 한다. 인터넷의 TCP/IP와 같이 에너지 디바이스를 위한 통신 계층을 구축하여, 전세계의 DER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분석하여 가상 발전소 업체에 제공하려는 계획이다. 초기 단계에서 Starpower는 사용자가 가정용 전자제품을 Starpower 네트워크에 연결할 수 있는 플러그인 Starplug를 출시하였는데, 이를 통해 사용자는 기기들의 에너지 소비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제어할 수 있으며, 에너지 데이터를 모아 가상 발전소를 지원하고자 하는 향후 계획의 기틀을 마련한다.
1.2.3 Daylight Energy
Source: X(@daylightenergy_)
Daylight는 기존 에너지 회사에 DER 데이터베이스를 판매하는 것으로 시작하여, 궁극적으로 누구나 DER에 대한 정보를 엑세스하고 제어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춘 가상 발전소를 구축할 예정이다. 예를 들어 태양광 패널, 배터리 스토리지, 스마트 온도조절기 등과 같은 주거 시설의 장치들이 데이터를 생성하면, 집주인은 Daylight의 프로토콜을 통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기존 에너지 회사에 데이터를 판매할 수 있다. 또한 DER들이 생성한 에너지를 경매에 부쳐 가상 발전소 업체에게 판매할 수 있는 Daylight 분산형 마켓플레이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해당 기능들을 통해 Daylight는 25년 초에 출시될 $GRID 프로토콜을 시작으로, 사용자가 DER로부터의 에너지 및 데이터를 공유하며 에너지 마켓의 이해관계로 참여하고, 가상 발전소는 오퍼레이터는 손쉽게 에너지를 확보하고 데이터를 모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가능성을 갖는다.
탈중앙화 에너지 네트워크가 나름의 설득력을 갖는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블록체인 도입에 대한 접근 방식에서 찾을 수 있다. 블록체인을 도입하는 대부분의 프로젝트는 중앙 집중화되어 있던 기존의 오퍼레이션을 탈중앙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반면, 탈중앙화 에너지 네트워크는 이미 분산되어 있는 자원을 하나의 표준으로 통합하는 데 블록체인을 활용한다는 점이다.
소셜 애플리케이션이 대표적이듯, 탈중앙화된 운영을 기반으로 검열저항성을 높이거나 무허가적인 마켓 생성(Create your own market) 혹은 콘텐츠 생성을 통해 확장성을 도모하는 것은 블록체인 활용 프로젝트의 중요한 미션으로 설정된다. 이는 물론 블록체인이기 때문에 가능한 가치 제안 중 하나임은 분명하지만, 때때로 블록체인은 검열저항성과 같은 당위성만을 설명하기 위한 기술로 내세워지고 그치는 경우가 많다. 기존에 중앙화된 오퍼레이션으로 차질없이 운영되고 있던 애플리케이션을 블록체인으로 혁신하고자 한다면, 중앙화된 운영의 장점인 빠른 의사결정과 효율성에 대비하여 블록체인을 활용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더욱 뚜렷한 이점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반면, 탈중앙화 에너지 네트워크는 중앙화된 오퍼레이션을 탈중앙화시키는 것이 아닌, 이미 분산되어 있는 자원을 더욱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통합을 달성하는 데 블록체인을 활용하는 접근이다. 재생 에너지의 원천이 되는 햇빛은 지구 전체에 내리쬐며, 지구상 어디를 가든 바람은 불어오기 마련이다. 다시말해, 재생 에너지란, 본질적으로 분산되어 있는 에너지원이다. 때문에 화력 혹은 원자력 기반 전력 생산의 경우, 중앙화된 전력 시스템에서 이루어져 규모의 경제를 이루는 것이 효율적인 반면에, 재생 에너지는 게릴라 형태의 생산과 관리에 더욱 적합한 에너지 유형인 것이다. 그에 따라 재생 에너지를 생산한 이후의 다음 단계에서, 재생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분산된 자원을 하나의 표준으로 모으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그러한 점에서 블록체인은 토큰을 통한 경제적 인센티브와 디폴트가 국경없는 금융 시스템 등을 기반으로 DER로부터 에너지와 데이터를 모으기에 용이한 도구로 사용될만 하다. 물론, 이미 적지 않은 DePin 프로젝트가 유사한 구조로 컴퓨팅 자원이나 AI 학습 데이터 등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시도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기존의 전력망 시스템이 가진 산업적 배경과 인프라 구조 및 태양광이나 풍력과 같은 에너지의 원천이 가진 특성을 고려하였을 때, 탈중앙화 에너지 네트워크는 효율성의 측면부터 규제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지점까지 블록체인을 활용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점을 비교적 명료하게 설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가능성을 기대해볼만 하다고 생각한다.
탈중앙화 에너지 네트워크가 가치를 제안하는 기본 구조는 이러하다: DER은 전세계적으로 분산화되어 있기 때문에 통신 연결을 위한 하나의 통합 시스템인 가상 발전소가 필요하다 → 가상 발전소가 원활하게 DER의 에너지 데이터를 모으기에는 사용자의 인센티브가 부족하며, 독점적인 산업 구조로 인해 가상 발전소의 콜드 스타트 문제가 더욱 크게 발생한다 → 탈중앙화 에너지 네트워크가 토큰 인센티브와 블록체인의 통신 프로토콜을 빌려 탈중앙화 가상 발전소를 구축하거나 기존의 가상 발전소에 데이터를 중개하는 서드 파티로 역할하여 에너지 운영의 효율성을 높인다.
이러한 접근법은 나름의 설득력이 있지만, 대부분의 프로젝트가 아직 초기 단계에서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데 머물러있어 실제로 ‘세계 최대 규모의 가상 발전소’와 같은 비전을 달성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특히, 테슬라가 남호주에 8억 달러를 들여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가상 발전소를 구축하듯, 전통적인 기업들이 시장에 진입하는 상황에서, 이들이 경쟁력을 갖추는 것은 쉽지 않아보인다. 따라서 이들이 추후에 가상 발전소 산업의 주요 플레이어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단순히 토큰 인센티브를 넘어 크립토 인프라에 최적화된 GTM 전략으로 고유한 해자를 만들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RWA 토큰화 모듈을 활용하여 재생 에너지 공급 인증서(Renewable energy Certificate, REC) 시장을 크립토 마켓 및 제품의 기능과 연결하는 것도 크립토 인프라를 활용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이를 통해 이해관계자에게 유연한 거래 환경을 제공하고, DER 오퍼레이터, 가상 발전소 업체, 전력 수요자 외에도 트레이더나 디파이 프로토콜과 같은 참여 주체를 이해관계에 포함시켜 시장을 확장하는 가능성을 갖는다. 이처럼 탈중앙화 에너지 네트워크가 크립토 인프라를 기반한 가상 발전소인 만큼, 그에 최적화된 전략을 어떻게 구사하여 해자를 구축할 것인지에 대한 더욱 심도 있는 고민이 앞으로 필요해 보인다.
탈중앙화 에너지 네트워크는 지구 환경을 이롭게 한다는 비전을 중심으로 크립토에 존재하는 섹터 중 가장 보편적인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다만, 비전을 제시하는 매우 초기의 단계인 만큼, 탈중앙화 에너지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프로젝트들은 여러 의문에 답해가며 비전을 구체화해나가고 설득하는 과정이 앞으로 필요할 것이다. 특히나, 흩어져있는 DER 데이터를 취합하는 가상 발전소는 그 필요성을 이미 입증하였지만, 그것이 반드시 탈중앙화 가상 발전소여야 하는 이유에는 더 면밀한 설득이 필요하다. 혹은 토큰 인센티브가 초기 부트스트래핑에 효과적인 도구임에 틀림없지만 장기적인 지속 가능성에서는 항상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은데, 어떻게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것인지 대비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는, 어떻게 다양한 크립토 인프라와 상호운용하며 기존의 솔루션 대비 차별화된 해자를 구축할 것인지 등에 대한 질문에 지속적으로 답해나가야 한다. 이를 통해 탈중앙화 에너지 네트워크가 인류보편적인 과제를 달성하는 데 기여하고 크립토의 존재 의의를 제고할 수 있는 구심점을 만들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