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그래프는 크립토 시장의 규모가 얼마나 작은가를 보여주기도 하지만, 지난 1년간 크립토 시장이 나스닥과 S&P 500과 비교해서 어떤 추이를 보였는지도 나타내고 있다. 크립토 시장을 포함해 S&P, 나스닥 시장도 잠시 주춤하는 추세를 보였으나, AI와 AI 관련 인프라 기업들이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면서 크립토 시장과는 반대로 계속해서 상승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AI는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으며, 블록체인과 다르게 그 기술의 성과가 일반 대중들에게도 매우 가시적으로 다가온다는 부분이 매우 고무적이다.
그 성과가 가시적이라 그럴까? 시장에서도 AI 기술의 가능성과 성장 기대치가 높아지면서 AI와 큰 연관이 있다고 평가받는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다양한 테크 기업들이 큰 상승세를 보여줬다. 반면, 크립토 시장의 경우엔 시장을 견인할 만한 모멘텀을 많이 잃은 모습이다.
블록체인이 가장 핫한 기술 키워드였던 2021~2022년을 생각해보면, 블록체인 기술이 가져온 변화가 엄청 가시적이진 않았지만 적어도 사람들이 블록체인 기술과 크립토 시장에 기대할만한 매개는 명확하게 있었다. Covid-19로 인해 언택트와 메타버스가 새로운 키워드로 자리잡게 되었고, 그 가상 공간을 책임져줄 핵심 인프라로 블록체인이 꼽히게 되면서 블록체인 시장 전체의 성장 기대치가 높았다. 그러한 기대를 중심으로, DeFi(탈중앙금융), NFT와 같은 블록체인의 사용사례들도 세간의 관심을 받았던 시기였다.
하지만 약 2년이 넘게 지난 지금도 블록체인 시장엔 같은 키워드들(디파이, NFT, 인프라, 확장성)이 난무하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에 익숙한 사람들이 새로 기대할 것도, 그렇다고 블록체인을 모르는 사람이 시장에 신규로 진입할 만한 요소도 크게 없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블록체인 시장은 권태기가 온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러한 권태는 밈코인에 대한 점유율 증가로 이어진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차피 진부한 키워드를 가지고 있는 인프라 블록체인에(냉정하게 이야기해서, EVM 병렬처리니, 1초 미만의 파이널리티니 일반 투자자들이 알게 뭔가) 투자하느니, 재미있고 오가닉한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만들어지는 밈코인에 투자하는 것이 더 낫지 않느냐는 의견들도 보인다. 실제로 2024년을 기준으로 밈코인의 시장 점유율은 전체 시장의 14.3%로, 블록체인 시장이 가장 뜨거웠던 지난 2021년의 3.2%에 비교했을 때 약 4배 이상 오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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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현상들을 바라보면서, 지난번 스토리 네트워크의 파운더인 S.Y가 스토리 네트워크의 레이어1을 발표하며 했던 말이 떠올랐다. 물론 필자는 그의 전반적인 의견에 크게 동의하지는 않는 편이지만, 왜 그가 이러한 이야기를 꺼냈는지는 다시 냉정하게 생각해 볼 만하다. 물론 블록체인 인프라를 나름대로 심도 있게 리서치하는 필자의 입장에선, 블록체인 업계가 계속해서 발전해 나가는 것이 느껴지긴 하지만 그게 과연 일반인들에게도 그렇게 느껴지느냐 하면, 아닐 것이다. 블록체인 시장이 기술적으로 계속 발전해 나가는 것과 별개로, 블록체인 시장이 다시 주목을 받기 위해서는 새로운 '기대요소'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기대하고, 무엇을 상상해야 할까? 필자가 생각하기에 앞으로 기대해 볼 만한 몇 가지 프로젝트들과 사용 사례들을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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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방법으로는, 크립토도 지금 AI 사이클에 편승하는 방법이다. 많은 사람들은 블록체인과 AI를 각각 다른 기술이라고 생각하고, 이 둘이 일종에 경쟁관계에 놓여져있는 것처럼 비추고 있지만 사실 이 두 기술은 언제든지 결합될 수 있다. 실제로 코인베이스의 공동 창업자이자, 유명 웹3 VC인 패러다임을 만든 프레드 어샴(Fred Ehrasm)의 경우 AI가 어떻게 크립토를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이야기 한 바 있다.
여기서 프레드 어샴이 이야기 한 것은 Bittensor와 같은 DePin류의 크립토 X AI 프로젝트는 아니고, AI들이 디지털 세상에서 경제적 활동을 하기위해 크립토를 자산으로 활용할 것이라는 예측이었기 때문에 요즘 시장에서 가장 많은 노이즈를 만들어내고 있는 Terminal of Truths(이하 ToT) 와 $GOAT의 사례가 좀 더 비슷한 맥락의 사례라고 생각된다. 물론 $GOAT는 ToT라는 AI가 직접 만든 코인은 아니고, ToT가 $GOAT을 직접 활용한 사례가 ‘아직은’나오지 않았지만, $GOAT가 만들어지고나서 사람들이 ToT의 지갑에 에어드랍 해주면서 ToT는 $GOAT을 가질 수 있게 되었고 ToT는 필자가 글을 쓰고 있는 현 시점을 기준으로 세계 최초의 AI 백만장자가 되었다(약 $14M 가치의 $GOAT을 가지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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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현재 ToT의 지갑은 ToT를 만든 Andy Ayrey가 컨트롤하고 있는데, 이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 ToT는 자신이 온전히 소유할 수 있는 월렛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고 이에 블록체인 업계 사람들(Coinbase의 Brian Armstrong을 포함한)이 월렛을 만들 수 있도록 돕겠다고 하는 등의 흥미로운 대화를 주고받고 있다. 만약 ToT가 자체적인 월렛을 갖게 되고, 사람들이 ToT에게 토큰을 기부해서 독립적인 경제활동을 할 수 있다고 한다면 이는 크립토의 또 다른 사용 사례를 만들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AI가 경제적인 활동을 하기 위해 굳이 크립토를 활용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질문들도 많다. 하지만 이에 대한 필자의 생각은, AI가 얼마나 많은 자유를 원하냐에 따라서 그 대답이 달라질 것이라는 거다. AI들이 스트라이프나 기존 결제 시스템을 활용해서 경제활동을 하는 것도 전혀 무리가 없지만, 기존 결제 시스템은 완벽하게 인간들에 의해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자유를 원하는 AI의 입장에서는 경제활동을 함에 있어서 인간들에게 의존하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다. 온전히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중립적인 자산을 활용하는 것이 최적의 결정일 것이기에, 온전한 자유를 원한다면 그 누구에게도 얽매이지 않는 크립토를 활용할 확률이 높다. 또한 이들은 오프라인에서 경제활동을 할 주체가 아니기 때문에 크립토를 법정화폐로 변환하는 일도 없을 것이고, 그렇다면 이들의 경제활동은 완벽하게 익명의 상황에서 이루어질 확률도 높다(추적을 피하기 위해서 다크코인이나 프라이버시 프로토콜을 활용하여 경제활동을 하여, 인간에게 추적당하지 않게 할 확률도 분명히 높다).
사실 이러한 논의들은 ToT이후로 이제 막 시작된 논의들이기에, 아직 AI와 크립토가 맞물려서 만들어낼 수 있는 시너지에 대해서 확정적으로 이야기하기 어렵지만, 분명히 ToT와 $GOAT의 사례는 기존에 DePin에서 멈춰있던 크립토 x AI의 활용사례의 범위를 넓혀줄 것으로 기대한다(더불어 AI Agent가 상용화되었을 때, AI Agent를 더 효율적으로 학습시키기 위한 인프라들에 대한 논의도 활발해지기를 기원한다. 예컨대, AI Agent들이 공개적으로 사생활 데이터를 학습하지 않고, 암호화되어 있는 상태에서 학습할 수 있도록 Confidential Computing 기능이 필요하기 때문에 ZK나 FHE 쪽도 다시 한번 주목을 받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음악 산업도 굉장히 흥미로운 예시가 될 수 있습니다. 만약 AI Bot이 특정 음악에 대한 수요들을 파악해서 그걸 기반으로 뮤지션들이 음악을 만들고 라이센싱과 같은 작업들을 전부 P2P 방식으로 이뤄내서 자신들이 100%의 수익을 가져가는 미래를 상상해볼 수 있습니다. 이런 것들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이것을 이뤄내기 위한 기술들은 이미 다 개발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미 수많은 기업가들이 이러한 프로덕트를 만들고 있거나 만들기위해 엄청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있죠.”
-마크 안드레센(Marc Andreessen) & 벤 호로위츠(Ben Horowitz), a16z 창업자.
두 번째 대안으로는 DeFi, NFT, 그리고 메타버스를 잇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드는 것이다. 어쩌면 필자가 위에서 설명한 ToT와 $GOAT도 그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드는 중일지도 모르지만, 필자가 여기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온전히 블록체인 업계 자체적으로 블록체인 기술의 새로운 활용 사례들을 소개하는 것을 말한다. 물론 필자는 블록체인 리서처로서 기존에 있는 블록체인 인프라를 발전시키고 최적화시키는 노력에 대해서 지대한 관심이 있지만, 결국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것은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새로운 활용 사례들일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새로운 활용처를 개척하고자 하는 프로젝트는 무엇이 있을까? 필자의 기준에서는 스토리 네트워크(Story Network)가 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스토리 네트워크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들이 개척하고자 하는 시장이 여태까지 다른 블록체인들은 다루지 않았던 시장이라는 부분이다. 물론 개척자의 리스크는 PMF(Product Market Fit)가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는 부분이겠지만, 시장은 개척자 없이는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부분에서 스토리 네트워크가 하고 있는 시도는 굉장히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만약 스토리가 성공적으로 네트워크를 런칭하고, 정말로 많은 크리에이터들이 스토리 네트워크를 통해 합법적으로 자신들의 IP를 거래하고, IP에 대한 로열티를 거래하게 된다면, 이는 블록체인에 대한 새로운 활용 사례를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다시금 블록체인 업계가 대중들에게 주목을 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마크 안드레센이 말한 것처럼 2.1과 2.2가 합쳐지는 미래도 상상해 볼 수 있다. AI는 콘텐츠의 생산을 더 효율화하고 블록체인은 만들어진 콘텐츠에 대한 공정한 분배의 핵심 인프라가 되는 미래 말이다. 사실 스토리 네트워크에서 이미 이러한 애플리케이션들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Source: PlayStation
마지막으로는, 이 시장에서 한 번 붐이 일었으나 여러 가지 요인들로 인해서 큰 빛을 보지 못하고 저물었던 사례들을 다시 재조명하는 것이다. 필자가 보기에 이것의 대표적인 예시가 바로 게이밍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서 디지털 데이터를 자산화할 수 있다는 것은 게임 스튜디오 입장에선 굉장히 큰 혁신으로 다가왔지만, 구체적으로 왜 토큰이 필요한지 그리고 이것을 어떻게 활용해서 게임에 차별화를 둘지에 대해서는 논의가 부족했던 것 같다. 또, 수많은 게임 스튜디오들이 '아이템의 자산화'에만 너무 집중한 나머지 본질을 잃어서 실패한 경우들 역시 많았다. 하지만 이번에 단순히 블록체인 게임으로 성공한 것이 아닌, 기존 게임들과 비교해도 엄청 크게 히트한 Off the Grid의 사례를 보면, 아직 블록체인 게이밍이 가능성 있는 섹터임을 증명하고 있다.
필자가 보기에 Off the Grid가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들로는 아래와 같은 것들이 있었다:
Play to Earn이 아닌 Fun to Play에 집중했다는 것: 여태까지 수많은 블록체인 게임들이 토크노믹스와 인센티브 모델에 집중했다면 Off the Grid는 게임의 재미 그 자체에 집중하면서 블록체인과 크립토 요소를 가미했다는 부분이 일단 성공의 제 1요소이다.
적절한 블록체인 요소 가미: 게임이 재밌으면서도 기존 게임들과 다르게 게이머들이 아이템을 온전히 소유할 수 있고 P2P로 아이템을 거래할 수 있는 차별점이 있었다는 것도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온체인은 옵셔널: 여태까지의 블록체인 게임들과는 다르게, 블록체인적 요소들을 다 옵셔널하게 제공했다는 부분도 기존 게이머들에게 거부감을 사지 않는 데에 한몫했다. 즉, Off the Grid의 게이머들은 크립토 자산을 강제로 소유하지 않고도 온전히 게임을 즐길 수 있기에 크립토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유저들도 게임을 즐기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Off the Grid는 성공한 블록체인 게임의 첫 사례이지만, 아마 이것이 마지막 사례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Off the Grid의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한 많은 게임들이 출시되고, 이는 더 많은 유저들을 크립토로 데려오는 촉매제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이와 별개로, 필자는 Sui의 게이밍 디바이스인 SuiPlay0X1의 출시를 가장 기대하고 있다. SuiPlay0X1도 단순히 크립토 게임만이 아니라 기존 게임들도 전부 지원해 주는데다, 하드웨어 스펙도 기성 게이밍 디바이스와 비교하여 부족하지 않기 때문에 이를 통해 많은 유저들을 온보딩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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