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rce: Polymarket X
요즘 미국 대선을 포함한 여러 스포츠 이벤트와 함께 폴리마켓이 뜨겁다. 대표적인 온체인 예측 시장 플랫폼인 폴리마켓은 이용자가 정치, 스포츠, 경제 등 다양한 실제 이벤트 결과에 베팅할 수 있는 환경을 블록체인(폴리곤)을 통해 제공한다. 성공적인 예측 시 이익을 얻는 구조로, 객관적인 여론 수집 도구로서의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더 자세한 내용은 포필러스의 글 참조)
Source: Presidential Election Winner 2024 | Polymarket
현재 폴리마켓에서 가장 핫한 주제인 미국 대선 예측 데이터를 보면 트럼프가 압도적인 차이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바이든이 후보 사퇴를 한 2024년 7월 21일 전후로 해리스의 당선을 예측하는 베팅 데이터는 요동치기 시작했고, 8월부터 10월 초까지 초박빙의 접전이 폴리마켓 내에서도 일어났다. 하지만 10월 중순 이후, 트럼프의 약진이 계속되며 결국 2024년 10월 28일 자로 베팅 데이터는 65.5%(트럼프) vs. 34.4%(해리스)의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물론 이렇게 베팅의 결과가 나오게 된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어쨋든 폴리마켓의 이용자들은 이번 미국 대선의 승리자가 해리스가 아닌 트럼프일 확률이 높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느 여론 조사와 마찬가지로 폴리마켓에서 에측하는 이 데이터가 정확한 것이 맞느냐와 같은 의심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폴리마켓의 이 같은 데이터가 조작된 것이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Tarek Mansour(Kalshi의 설립자)는 폴리마켓의 이러한 데이터가 조작된 것이 아니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Mansour는 폴리마켓과는 또 다른 예측 시장 플랫폼인 Kalshi의 데이터를 근거로 제시하며 일부 대형 투자자들이 트럼프에게 유리하게 시장을 조작하고 있다는 주장에 반박했다. 그러면서 예측 시장은 “편향 없이 진실을 반영하는 새로운 정보원"이라고 주장했다.
위에서 Mansour가 말했던 것처럼, 필자의 의견도 폴리마켓의 데이터는 조작되지 않았다는 쪽이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시스템적으로 조작되지 않았다는 의견이다. 블록체인에 데이터를 기록하는 방식을 이용하는 폴리마켓의 방식상 시스템 내부에서의 데이터 조작은 일어날 수 없다. 폴리마켓 화면에서 보이는 데이터들은 실제로 사용자들이 돈을 사용하여 베팅을 한 것이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이고, 이를 통해 결과가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폴리마켓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 주체가 임의적으로 기록되어 있는 데이터를 조작할 수 없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블록체인 내 데이터가 조작되지 않는다고 해서 폴리마켓이 나타내는 데이터가 조작되지 않았다라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블록체인은 기록을 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이미 기록된 데이터(온체인 데이터)에 대해서는 완전한 무결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고 있지만, 외부에서 기록을 위해 밀어 넣은 데이터(오프체인 데이터)에 대해서는 옳고 그름 혹은 조작 여부에 대해서 따로 검수하지 않는다. (이를 블록체인 업계에서는 오라클 문제라고 부른다.)
즉, 폴리마켓에서 누군가 의도를 가지고 많은 양의 돈을 한 쪽에 베팅한다면 이것은 온체인 데이터가 기록되는 것과 별개로 전체 예측 결과값에 대해서는 조작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듯 폴리마켓에 대한 조작설은 대중에게 가볍게 소비되고 지나가기도 하지만 진지하게 다뤄볼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외부 개입에 의한 베팅 여론의 조작은 결국 폴리마켓의 정확성을 떨어뜨리게 되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폴리마켓의 베팅 여론 조작과 관련해서 필자는 세 가지의 원인이 있다고 생각하고 이에 대해 설명해 보도록 하겠다.
2.2.1 의도적인 세력에 의한 베팅 여론의 조작
Source: Vitalik Buterin X
폴리마켓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비탈릭의 경우, 위에서 말했던 외부로부터의 여론 조작이 있을 수 있지만 여론 조작 세력들이 베팅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결국 돈을 써서 들어와야하기 때문에 반대편에서는 돈을 더 벌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통해, 폴리마켓 내에서 여론 조작에 대한 자정 작용이 일어날 것이라고 했다.
Source: Ingeun Kim X
하지만 필자의 생각은 비탈릭과는 다르다.
우선, 폴리마켓은 예측 시장 플랫폼이지만 이용자가 많아지고 커뮤니티가 활성화 되며 하나의 거대한 뉴스 미디어의 역할을 동시에 할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은 곧, 베팅을 통해 결과를 예측하고 여론을 즐기는 수준을 넘어서 예측된 결과가 실제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역방향적 여론 형성이 가능해진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이 영향력을 이용하려는 세력이 생기게 되고, 만약 이 세력이 거대 자본을 가지고 있는 상태라면 비탈릭이 말했던 예측 시장 플랫폼의 자정 작용만으로는 해결이 힘들어 질 수 있다.
특히 실제 결과의 가치가 매우 큰 미국 대선처럼 돈을 써서라도 얻을 수 있는 것들이 늘어난다면, 조작된 여론을 통해 대중을 호도하는 여론전을 펼치려는 세력들은 늘 존재해왔다. 이건 기존의 미디어와 정치권의 야합에서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대표적으로 2016 미국 대선에서 러시아의 개입으로 이루어진 여론 조작이 선거 전에 발생하여 결과에 영향을 미친 사례가 있다. 러시아의 인터넷 리서치 에이전시(IRA)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가짜 뉴스와 허위 정보를 퍼뜨려 유권자들을 혼란에 빠뜨렸다. 이들은 특히 아프리카계 미국인 유권자를 대상으로 허위 정보를 확산시켜 선거에 참여하지 않거나 제3의 후보에게 투표하도록 유도하는 메시지를 퍼뜨렸다. 또한 "텍스트로 투표하기"와 같은 잘못된 정보를 제공해 유권자를 속이는 방법도 사용되었다. 이는 결국 일부 유권자들의 투표 참여를 저하시켜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
이 같은 사례로 비추어 봤을 때, 폴리마켓에서 외부 세력 개입에 의한 베팅 여론 조작은 충분히 일어날 수 있고 정직한 여론의 방향성과 다른 방향성을 가지게 될 가능성 또한 있다. 또한 파급력이 큰 주제일수록 일반적인 사용자에 의한 자정 작용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문제점이 생길 수 있다.
2.2.2 의도적이지 않은 베팅 여론의 조작
또 하나의 베팅 여론 조작은 폴리마켓이 베팅을 기반으로 하는 서비스로써, 돈이 걸려있기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케이스이다. 폴리마켓을 이용하는 이용자들은 결국 돈을 벌기 위해 자신들의 리스크를 걸고 베팅을 한다. 당연히 재미의 연장선에서 베팅을 하는 경우가 절대 다수이겠지만, 어찌되었든 그 어느 사용자라도 자신의 베팅 결정이 돈을 잃는 쪽이 되는 것은 원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심리적 작용이 의도적이지 않은 베팅 여론의 조작을 일으킬 수 있다. 현재 폴리마켓에서 진행되고 있는 미국 대선에 대한 베팅을 생각해보자. 8월과 9월의 폴리마켓 데이터 기준, 트럼프와 해리스의 격차가 박빙일 때는 어디에 베팅을 해야 확실하게 돈을 벌 수 있는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격차가 많이 벌어질 경우, 트럼프에 베팅을 하는 것이 확실하게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다. 때문에 단지 돈을 원하는 사용자들에 의해 실제 여론과 동떨어진 베팅 참여가 생기게 되고 이는 다른 여론 조사와 비교했을 때, 폴리마켓의 트럼프 당선 예측 데이터가 더 높게 나오게 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결국 실제 여론 추세와 관계없이 오로지 돈을 벌기 위해 유리한 항목에 배팅하는 숫자가 많아질수록, 폴리마켓 내에서 정확한 여론 추세가 반영되기 힘들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2.2.3 폴리마켓 자체의 접근성
마지막으로 폴리마켓 자체가 가지고 있는 접근성의 한계이다. 폴리마켓은 일반 사용자들이 이용하기 편하도록 전혀 블록체인스럽지 않은 UI/UX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 보편적인 수준까지 널리 알려지지 않았고 블록체인을 이용하는 등의 기술 최전선에서 운영되는 서비스인만큼 이용자들의 분포도가 좁은 경향이 있다.
폴리마켓 사용자 데이터에 의하면, 미국이 전체 트래픽의 약 58%를 차지하며 그 뒤로 캐나다, 영국, 스위스, 한국 등이 뒤따른다. 또한 주 사용자의 연령은 25~34이며 남성 사용자가 약 73%, 여성 사용자가 약 27%로 나타났다.
이용자들의 쏠림 현상은 폴리마켓의 여론 집계 정확도에 우를 범할 수 있다. 미국 대선 베팅을 예로 들면, 미국이 전체 트래픽의 58%를 차지하지만 나머지 42%는 미국 대선 투표와 관련없는 타 국가의 의견이 들어갈 수 있다. 또한, 약 3배 차이에 달하는 남녀 사용자 차이나 20대와 30대가 주를 이루는 사용자 연령 등 정치적 성향이 한 쪽으로 치우친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이는 의도적인 베팅 여론 조작은 아니지만 폴리마켓 내에서 표시되는 여론의 정확도 측면에서는 편협한 결과로 나타날만 하다. 통계학적으로 전체 모집단을 대표하지 못하는 좁은 부분 집단만이 폴리마켓을 사용한다고 했을 때, 이는 곧 폴리마켓의 여론 예측이 정확하지 않을 가능성을 내포하기 때문이다.
예로부터 “돈은 거짓말하지 않는다.”라는 말이 존재한다. 이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든 문화를 꿰뚫는 명언으로 지금까지 통용되고 있다. 그러나 돈은 거짓말하지 않을지라도, 돈에 엮여있는 자들은 거짓말을 할 줄 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폴리마켓의 예측 부정확성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폴리마켓 내에서 돈을 이용하여 더 큰 것을 얻어가려는 세력들과 돈만을 바라는 세력들이 뒤섞여 정확한 여론을 반영하지 못하는 것이다.
물론 이 같은 외부적 요인은 폴리마켓이 대응하기 힘들 뿐더러, 폴리마켓은 이 또한 여론의 일부분이라 생각할 수 있다. 또한, 예측 시장 플랫폼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더 많은 자본과 트래픽이 몰린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기도 하다. 하지만 실제 결과와 폴리마켓의 데이터가 큰 괴리감을 보인다면 이용자들도 흥미를 잃을 것이고 “예측”이란 아이템을 모토로 달고 나온 서비스로써 폴리마켓만의 매력이 떨어질 수도 있다.
지금도 많은 관심이 추가되며 나날이 커져가고 있는 폴리마켓은 이러한 문제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솔직히 폴리마켓은 예측 시장 플랫폼으로써 여론의 집계에 집중하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실제 결과에 대한 예측 정확도를 꼭 달성해야하는 의무는 없다. 그러나 의무가 없다 해서 손 놓고 있는 것이 아닌 장기적인 안목으로 이러한 점들이 보완된다면 더욱 더 공신력 있는 온체인 예측 시장 플랫폼으로써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 개인적으로 폴리마켓이 더욱 더 건강히 발전하여 블록체인 산업계의 당당한 대표적 유스케이스로 거듭나길 바라본다.
폴리마켓은 베네수엘라 대선 결과, 트럼프의 코인 발행 여부, 그리고 최근 이스라엘의 이라크 공격 예측 등 논란이 될 만한 주제로 판정의 신뢰성 문제를 자주 겪고 있다. 이런 상황을 보면, 폴리마켓은 예측 시장 플랫폼으로서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개선이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
폴리마켓은 현재 UMA 오라클을 통해 투표로 데이터를 판정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UMA 토큰 홀더들이 결정권을 가지는 이 구조는 UMA의 시가총액이 폴리마켓 거래 규모보다 훨씬 작은 상황에서 자본에 따른 조작 가능성에서 자유롭지 않다. 폴리마켓의 월 거래대금이 20억 달러를 넘고 있는 반면, UMA의 시가총액은 2억 달러에 불과해 판정이 쉽게 흔들릴 여지가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이에 따라, 폴리마켓은 예측 시장 플랫폼으로서의 지속적인 성장과 장기적인 신뢰 확보를 위해 오라클 개선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멀티시그 지갑과 유사한 다중 오라클 시스템 도입, 혹은 최종 판정에 대해 신뢰할 수 있는 기관의 추가 검증을 요구하는 방안 등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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