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lymarket은 온체인 기반의 예측시장 플랫폼으로, 2024년에 들어 미국의 대선 이슈와 맞물려 높은 성장세를 기록해 예측시장 산업에서 가장 큰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나 크립토 산업 내 컨슈머 어플리케이션의 중요성이 대두되는 시점에 Polymarket의 성공은 중요한 시사점을 제시한다.
예측시장은 참여자에게 정치 선거, 스포츠 경기 결과, 경제 동향 등, 다양한 실제 이벤트의 결과를 예측하여 베팅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며, 이벤트의 결과가 공개되는 만기일에 이르러 예측에 성공한 참여자가 베팅한 금액 규모에 따라 이익을 얻는 구조이다.
예측시장은 어떠한 이벤트와 연관된 자산에 간접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아닌 이벤트 자체에 대한 직접적인 투자를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더욱 다각화된 투기적 수요를 창출하며, 투기적 수요의 결과는 다수의 예측이 하나의 예측 여론으로 모여 객관적인 여론 수집도구가 된다는 점에서 의의를 가진다.
기존 미디어의 부정확한 정보를 시장의 속성으로 해결하고자 출발한 Polymarket은 성장 과정에서 미국선물거래위원회(CFTC)로부터 규제를 받았지만, 글로벌 마켓으로의 확장 전략을 모색함으로써 규제 환경을 효과적으로 헤쳐나가고, 기관의 요구 사항을 준수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Polymarket은 사용자의 학습곡선을 최소화하고 예측과 베팅이라는 핵심 기능의 전달에 집중하여 초기 사용자 유입에 성공하였으며, 온체인 환경에 최적화된 상호 운용성과 무허가성에 기반하여 기능을 도입함으로써 추가적인 확장 잠재력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Source: Polymarket
세계 정세에 가장 중요한 이벤트 중 하나인 미국 대선이 다가오는 가운데, 온체인 예측시장 플랫폼인 Polymarket은 대선 결과에 대한 관심과 함께 높은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예측시장이 무엇이기에, 미국 대선이 플랫폼의 성장에 영향을 주고 있을까? 예측시장이란, 참여자가 특정 이벤트의 결과에 자산을 베팅하고 그 과정에서 미래에 대한 예측을 도출하는 시장의 한 유형이라 할 수 있다. 특히나 최근 미국 대선에 세간의 안목이 집중된 가운데, 예측시장에는 수많은 사용자가 몰려 누가 미국 대선의 승자가 될 지에 대한 베팅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예측시장 중에서는 가장 점유율이 높은 Polymarket 역시 일일 기준 1000만 달러의 거래량, 약 4천명의 이용자 수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Polymarket의 매서운 성장세가 미국 대선과 같은 특정 이벤트에만 의존하는 단기적 성장이라면 큰 의미가 없을 것이다. 따라서 필자는 이번 글을 통해 Polymarket이 대선 이슈와 맞물려 하이프를 만들어낸 일시적 현상이 아닌, 사용자 중심의 어플리케이션으로 지닌 잠재력이 있을지를 중점적으로 다뤄보고자 한다.
Source: Dune(@rchen8)
컨슈머 어플리케이션은 크립토 산업 내에서 점차 중요한 주제가 되어가고 있다. 특히 근래 밈코인 사이클과 함께 Pump.Fun이 보여준 어플리케이션의 시장 파급력과 수익성(약 200만 달러의 일간 수입으로 한 때는 이더리움을 추월한다)은 PMF(Product Market Fit, 제품 시장적합성)를 찾은 어플리케이션이 지닌 잠재력을 여실히 증명하였다. 이와 같이 필자는 온체인 예측시장 또한 시장 참여자들의 투기적 수요와 예측 정보에 대한 수요, 두 측면의 수요를 충족시키며 크게 성장할 수 있는 섹터가 되리라 생각한다.
이에, 아래서부터는 온체인 예측시장 섹터를 견인하고 있는 Polymarket이 컨슈머 어플리케이션으로서 가진 잠재력을 분석하기 위하여 예측시장에 대한 기본적인 배경부터, 투기적 수단 및 여론 수집도구로서 예측시장이 갖는 중요성을 살펴본다. 마지막으로 크립토 산업이 전개되어 온 예측시장과 관련한 시도와 논의를 기반으로 Polymarket이 구축한 현재의 차별적인 시장적 지위와 더 나아가서의 미래를 전망해 볼 것이다.
예측시장에서 참여자는 정치 선거, 스포츠 경기 결과, 경제 동향 등, 다양한 실제 이벤트의 결과를 예측하여 베팅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벤트의 결과가 공개되는 만기일에 이르러 예측에 성공한 참여자는 베팅한 금액 규모에 따라 이익을 얻는다.
예측시장에서 예측에 대한 베팅의 지분을 나타내는 주식(Shares)의 가격은 해당 결과에 대한 예측의 여론을 나타낸다. 예를 들어 ‘이더리움 현물 ETF의 승인 여부’를 YES 또는 NO로 결정할 수 있는 이진형(Binary) 마켓이라고 가정해 보자. 이때 YES 주식의 가격이 $0.7라면, 예측시장 참여자들이 예측하는 이더리움 현물 ETF 승인 가능성은 70%로 해석할 수 있다. 반대로 NO 주식의 가격은 $0.3이 되면서 반대의 가능성은 30%로 예측됨을 나타낸다. 최종적으로 이벤트의 결과가 밝혀지는 만기일에 이르러서 주식의 가치는 $0 또는 $1로 수렴한다. 예측을 성공한 참여자의 주식은 $1가 되고, 틀린 예측에 베팅한 참여자의 주식은 $0가 되어 손익이 결정되는 방식이다.
예측시장은 두 가지 측면에서 유의미한 역할을 한다. 첫 번째는 다각화된 투기 경로의 제공이다. 두 번째는 투기 행위의 결과를 통해 예측 여론을 도출하는 것이다. 미래 이벤트의 결과가 밝혀지기 전 베팅의 현황은 이벤트 결과에 대한 예측 여론을 보여주는 지표이므로, 예측시장은 그 자체로 하나의 여론 수집도구가 된다. 이렇듯 예측시장은 시장 참여자들의 투기적 수요를 여론 수집도구로 전환하는 의의를 가지며, 예측시장이 미래를 비추는 하나의 방법으로 군중의 지혜를 동원할 수 있는 이유도 이러한 관계에 놓여있다.
우리는 모두 암호화폐의 가격, 선거 결과, 경제 지표 등과 같은 미래 사건의 결과를 미리 예측하길 원하며, 미래를 앞서 보기 위한 방법으로 전문가의 소견이나 여론 조사, 혹은 데이터 통계 등을 다양하게 사용한다. 그러나 어느 방법이든 정보의 왜곡이나 편향된 사고 혹은 이해관계에 의해 적절한 예측을 도출하는 데 한계가 있으며, 모든 예측 방법은 각자의 장단점을 갖는다. 이에 예측시장도 미래를 예측하는 또 하나의 방법으로 ‘군중의 지혜(Wisdom of the Crowd)’를 빌려온다.
2.1.1 투기 경로의 다각화
Source: GSR
자산의 가격 변동성은 대부분 어떠한 이벤트와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마치 암호화폐 친화적인 정치 지도자가 당선되면 전체 암호화폐의 인덱스 자산처럼 간주되는 비트코인의 가격이 상승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처럼 말이다. 다시 말해, 가격 변동의 촉매제로 작용할만한 어떠한 정보가 베팅의 근거가 될 때, 해당 정보와 상관관계를 갖는 자산은 정보가 내포하고 있는 잠재적 가치를 반영하는 지표가 된다. 이처럼 정보가 지닌 가치에 베팅하기 위한 방법으로, 정보와 관련한 자산에 베팅하는 행위는 간접적이나마 이익을 위해 정보를 활용하는 방식에서 일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시장의 행동 패턴이다.
반면, 예측시장은 하나 혹은 다수의 결과로 결정되는 거의 모든 것에 대한 투기를 가능하게 함으로써 시장 참여자들로 하여금 보다 다각화된 투기적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한다. 특히나 어떠한 이벤트나 정보와 상관관계를 갖는 자산에 간접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아닌, 이벤트 자체에 대한 직접적인 투자를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예측시장은 또 하나의 유의미한 투기 경로를 제공한다.
Source: Binance Research
시장의 복잡성을 고려한다면, 이벤트로부터 생성된 정보와 자산 가격 간의 상관관계를 명확히 설명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가격 변동성에는 항상 다양한 시장 변수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정보와 가격 변동 간의 인과를 단편적으로 해석할 수 없다. 따라서 정보의 진위 검증, 정보가 생성된 시점의 시장 상황, 정보에 대한 벨류에이션, 정보와 상관관계에 놓인 자산의 선별 및 가격 변동성에 미칠 영향 판단 등과 같은 시장 요소가 포괄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다만, 그러한 과정에서 시장의 불확실성과 정보에 대한 인지 편향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로 인해 적절한 시장 판단을 내리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게 된다.
반면 예측시장은 이벤트의 결과에 따라 주식의 가격이 $0 혹은 $1로 수렴하는 메커니즘을 통해 정치 선거, 스포츠 경기 결과, 경제 지표 등과 같은 이벤트에 직접적인 투기를 가능하게 한다. 다시 말해, 예측시장에서는 특정 경제 지표(ex. GDP 성장률, 기준 금리)의 발표에 따라 정보를 취합하고 가공한 다음, 이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자산을 선택하여 베팅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 지표에 직접적으로 베팅이 가능하다. 이렇듯 예측시장에서는 정보가 직접적으로 주식의 가격에 반영되므로 정보가 자산에 미칠 간접적인 영향력을 고려할 필요가 없다. 이는 시장 참여자로 하여금 정보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곡해와 오류의 가능성을 줄임으로써 정보 활용의 효율성을 높이며, 의사결정의 과정을 단순화한다.
2.1.2 여론 수집도구
암호화폐 시장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로는 유난히 큰 변동성을 꼽을 수 있다. 암호화폐 시장은 여전히 펀더멘탈 가치에 대한 명확한 합의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특정한 내러티브가 자산의 가격 변동성에 많은 영향을 주는 특성을 띤다. 더욱이 프로젝트의 기술 업데이트나 토큰 런칭 등과 같은 크립토 시장의 내부적인 이벤트뿐만 아니라 거시경제 지표부터 각국의 정치적 이슈까지, 갖가지 이벤트들은 시장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끼치며, 그에 따라 시장 참여자들이 흡수해야 하는 정보의 규모와 다양성도 증가한다. 이에 예측시장은 정보 과잉을 특징으로 하는 암호화폐 시장에서 미래의 리스크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예측도구로서 중요성이 부각된다.
Sorce: X(@JoeBiden)
24년 7월, Joe Biden이 미국 대선 후보직에서 중도 하차한다는 결정을 세상에 알리기까지, Biden의 건강 문제가 가시화됨에 따라 언론과 소셜 미디어에서는 그의 후보직 사퇴 여부에 대한 온갖 추측과 의견들을 쏟아내었다. 그러한 와중 Polymarket에서는 Biden이 사퇴를 결정하기 한참 이전인 23년 9월부터 “Biden drops out of presidential race?”라는 주제로 사퇴 여부에 대한 예측시장이 개설되었고, 10개월 동안 약 2000만 달러가 해당 마켓에 유입되어 베팅이 진행되었다.
Source: Polymarket Blog
선거 캠페인이 시작된 이래로, Biden의 행보와 일련의 사건들이 전개되면서 후보직 사퇴 여부에 대한 관심은 증폭되었으며, 관심에 따른 사람들의 예측 여론은 예측시장의 가격으로 고스란히 반영되었다. 3월, Biden의 국정 연설에 대한 평가가 미디어로부터 긍정적으로 보도되자, 연설 이후에 사퇴 확률은 26%에서 16%로 하락한다. 나아가 6월, Trump 후보와의 CNN 토론에서 Biden이 부진한 소통 능력을 보이면서, 사퇴 확률은 18%에서 42%로 두 배 이상 증가하였다. 7월 중에는 Trump에 대한 암살 시도가 있던 이후에 Trump의 당선 가능성이 높게 평가되고, 이와 함께 AP-NORC 여론조사에서 3분의 2에 달하는 민주당원이 바이든의 사퇴를 원한다는 결과가 나옴에 따라 Biden의 후보직 사퇴가 확실시되는 분위기로 기울자, 사퇴 확률은 70%로 크게 증가하였다.
이와 같이 잇따른 사건의 전개 및 다양한 의견과 추측들이 난무하는 상황 속에서, 우리는 효과적으로 판단을 내리기 위해 예측시장을 유의미한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 예측시장은 여기저기 파편화된 정보를 하나의 가격으로 집약하여 보여줌으로써 이벤트에 대한 여론을 분명하게 드러낸다. 또한 예측시장의 여론은 언론 미디어나 소수의 전문가에 의해 제기되는 의견 뿐만 아니라, 분산되어 있는 다수의 예측이 하나의 예측시장으로 모인 결과이다. 이로써 예측에 대한 의견을 배포하는 주체의 이해관계 혹은 소수의 몰이해에 의해 왜곡되지 않은, 더욱 객관적인 예측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된다.
Source: IEM
실제로 예측시장을 통한 정보 예측은 다른 예측 모델과 비교하여 높은 정확성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아이오와 대학의 연구 프로젝트인 예측시장, IEM(Iowa Electronic Market)에서 1988년부터 2000년까지 4차례의 미국 대통령선거에 대한 예측시장의 오차범위를 여론조사와 비교하여 측정한 결과, 여론조사의 오차는 평균 2.6%의 오차를 보이는 반면, 예측시장은 평균 1.5%로 예측시장이 비교적 더 정확하다는 연구 결과를 제시한다. 이밖에도 Polymarket에서 2020년에 진행된 미국 대통령 선거 예측시장 또한 Joe Biden의 승리를 정확히 예측한 바 있다.
어떠한 예측 모델도 완벽히 정확한 예측을 보장한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예측시장이 최소한의 오차범위를 보장한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는 예측의 참여자에게 정확한 예측을 제시하게 하는 경제적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이로 인한 시장의 효율성이 예측의 정확성을 높일 수 있다는 데서 나온다. 예측시장에서 이루어지는 예측이 실제 결과와 비교하여 적은 오차범위를 보장하는 방법을 자세히 알아보면 다음과 같다.
2.2.1 Skin in the Game
예측시장은 경제적 동기에 의해 더 나은 예측자가 예측에 참여하게끔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예측자의 손익이 예측의 성공과 실패에 의해 결정되는 구조에 따라 예측의 참여자는 자신이 가진 정보를 최대한 활용하여 더 나은 예측을 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그렇게 모인 군중의 지혜가 예측의 오차범위를 줄일 수 있다는 논리가 근거로써 작용할 수 있다.
Source: Consensys
Vitalik Buterin도 예측시장이 가진 가능성에 주목하였는데, 이더리움의 매우 초창기인 2014년부터 이더리움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예측시장을 이용한 의사결정 모델을 제안하였다. 퓨타키(Futarchy, Future + Archy)라는 개념으로도 불리우는 예측시장 기반의 의사결정은 특정 정책에 대한 투표와 함께 투표자의 자산을 베팅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가령, 2025년까지 실업률을 2% 낮추는 것을 목표로 양자택일될 A정책과 B정책이 제안되었다고 가정해보자. 투표의 참여자는 자신이 옳다고 판단하는 정책에 투표권을 행사함과 동시에 자신의 자산을 베팅한다. 투표 결과 A정책이 선정되고 실제로 정책이 시행되었을 때, 할당된 기한(2025년)까지 실업률 2% 감소라는 초기 목표를 달성하였을 경우 A정책에 투표(베팅)한 사람들은 보상을 수령한다. 반대로 A정책이 실업률 개선에 실효하지 않아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을 경우, 손실을 입는다.
예시와 같이, 퓨타키는 재정적인 이득과 손실을 의사결정에 대한 책임과 연동함으로써 의사결정의 참여자들이 더 나은 결정을 내리도록 유도한다. 예를 들어 대표 민주제의 경우, 정치 대표자에게는 약속을 이행하거나 조직에 이로운 의사결정을 내리게끔 하는 명확한 프로토콜이 정해져있지 않다. 또는 정치 대표자가 자신의 전문 영역 밖의 사안에 대한 결정을 담당하게 되어 권력이 중앙집중화되거나 잘못된 정책을 낳을 수 있다. 이에 퓨타키는 조직의 구성원들이 특정한 사안의 결정에 직접 참여하는 직접 민주제와 의사결정 참여자들의 경제적 동기를 결합하여 보다 나은 의사결정을 도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물론 Polymarket을 비롯한 예측시장 플랫폼의 경우, 실제 의사결정을 위해 베팅을 하는 것이 아니며 예측과 베팅 그 자체에 목적이 놓여있다. 그럼에도 예측 참여자의 손익이 예측의 성공과 실패에 의해 좌우되는 속성은 동일하다. 예측의 참여자들은 각자의 예측에 돈을 걸기 때문에 예측에 대한 주장을 펼치고 정보를 전파하는 데 있어 책임을 더하게 된다. 이러한 예측시장의 속성은 예측마켓에 의해 수집된 여론이 신뢰할 수 있는 지표로 기능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다.
2.2.2 효율적 시장 가설(Efficient-market hypothesis)
Source: Martineau
예측 참여자에게 경제적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예측시장의 속성이 개별 참여자의 행동을 설명한다면, ‘효율적 시장 가설’은 경제적 동기에 의한 개인들의 집단적 행동이 예측시장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한다. 효율적 시장 가설에 따르면, 자본시장에서 자산의 가격은 시장 참여자들이 얻을 수 있는 모든 정보를 빠르고 완전하게 반영한다. 이를 바탕으로, 예측시장 또한 언제나 효율적이기에 잘못된 예측, 곧 시장의 비효율 상태를 해소하며 정확한 예측에 도달할 가능성을 갖는다.
Source: X(@PolymarketSport)
특정 이벤트에 대한 새로운 정보가 세간에 알려지면 예측시장의 참여자들의 주식을 매수하거나 매도함에 따라 예측시장에서 이루어지는 예측의 확률은 실시간으로 변화한다. 가령 어떠한 스포츠 경기의 주요 선수가 부상을 당했다는 소식이 발표되면, 관련된 예측시장의 확률은 곧바로 조정될 것이다.
정보가 공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예측시장에서 잘못된 가격이 형성되어 있다면, 시장 참여자들은 어떤 사건의 발생확률이 과도하게 낮거나 높게 평가되어 있다고 판단하고 이익을 얻기 위해 빠르게 대응할 것이다. 해당 과정에서 시장의 비효율은 실시간으로 해결된다. 가격의 조정을 통해 가격은 자연스레 ‘올바른’ 가격을 찾아가게 되고, 결과적으로 예측시장에서 형성되는 예측 여론은 보다 정확한 예측에 도달할 수 있다.
지금까지 예측시장의 작동원리와 투기적 경로이자 여론 수집도구로써의 역할, 그리고 예측시장이 여타 예측 방법과 비교하여 적은 오차범위를 제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살펴보았다. 정리하자면, 예측시장은 이벤트 결과에 대한 직접적인 투기 경로를 창출함과 동시에, 정보의 파편화와 왜곡 속에서 분산되어 있는 다수의 예측을 하나로 모아 최대한의 객관적인 예측 여론을 제공할 수 있다. 더불어 예측 참여자의 경제적 인센티브와 그에 의한 시장의 효율성은 예측시장이 도출하는 예측의 정확도를 높이는 기반이 된다.
Source: X(@TrumpDailyPosts)
객관성과 적은 오차범위에 기반한 예측시장은 최근 미국 대선 캠페인 중에 여론을 보여주기 위한 지표로 빈번하게 사용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예측시장을 중개하는 Polymarket은 대표적인 예측시장 플랫폼으로써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Donald Trump, Vitalik Buterin과 Balaji Srinivasan 등 영향력 있는 인물들로부터 주목을 받기도 했으며, Polymarket에서 나타나는 여론이 여느 미디어보다 정확한 시그널로 인식되면서 Wall Street Journal을 포함한 전통 미디어와 기관들 또한 Polymarket을 신뢰할 수 있는 여론 지표로 참고하는 사례가 늘어가고 있다.
Source: X(@NTmoney)
베팅 규모의 측면에서도 Polymarket은 미국 대선에 대한 전체 베팅 금액 가운데 80%에 달하는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어 Web2 예측 시장 플랫폼과 비교했을 때도 우위에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Polymarket이 최근에 보여주는 퍼포먼스가 흥미로운 점은 온체인 환경에서 만들어진 어플리케이션이 기존 시장에서 경쟁하여 가장 높은 시장 점유율을 갖는, 흔치 않은 사례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Polymarket이 여타 예측시장 플랫폼을 제치고 주류 플랫폼으로 자리잡을 수 있던 기반은 무엇이었을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컨슈머 어플리케이션으로서 Polymarket을 보다 자세하게 조명해보자. 구체적으로, Polymarket이 출시되기까지의 청사진과 그 계획이 구현된 모습, 그리고 현재까지의 성장과정을 살펴봄으로써 Polymarket이 만들 수 있었던 특장점이 어디에 놓여있는지 볼 것이다.
3.1.1 설립 스토리
Polymarket의 CEO인 Shayne Coplan은 10대 시절, 음악과 기술에 깊은 조예를 가지고 있었고, 두 분야의 조합은 자연스럽게 2010년대 초반 활발했던 P2P 파일 공유 문화에 대한 관심으로 그를 이끈다. 탈중앙화 시스템에 대한 그의 관심은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로 확장되었고, 초기 GPU 채굴기를 사용해 라이트코인 등의 암호화폐 채굴로 이어졌다.
블록체인에 대한 그의 열정은 이더리움이 세상에 처음 등장했을 때 큰 전환점을 맞이했다. 단순한 디지털 통화 그 이상의 어플리케이션 생태계를 지향하는 이더리움 블록체인의 비전에 공감했고, 16세의 나이로 이더리움의 프리세일 이벤트에 참가하기도 하였다. 그는 이후 뉴욕 대학교(NYU)에 입학하여 컴퓨터 공학을 공부했다. 그러나 그의 기업가적인 성향에 비해 대학은 그의 호기심과 포부를 충족시킬 수 있을 만한 장소가 아니었고,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학교를 떠나게 된다. 대학을 떠난 후, 그는 크립토 산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고, 다양한 기업과 스타트업을 전전한 끝에 DeFi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인 Union.market을 창립하게 되었다. 해당 프로젝트에서 DeFi 서비스를 만든 경험은 이후 Polymarket으로 발전하게 되는 직접적인 배경이 된다.
Source: The Use of Knowledge in Society by Friedrich Hayek
Coplan이 가진 비전의 핵심에는 시장이 가진 힘에 대한 믿음이 자리 잡고 있다. 그에게 시장은 단순한 경제적 매개체가 아니라 진실을 탐구하고 정보를 취합하기 위한 도구인 셈이다. Coplan은 다양한 관점과 행동을 통합함으로써, 시장은 전통적인 미디어 매체보다 더 신뢰할 수 있는 진실의 지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하이에크의 에세이 “The Use of Knowledge in Society”로부터 깊은 영감을 얻었으며, 이는 Coplan이 가진 예측시장에 대한 관심과 목적 의식에 영향을 줬다.
“저는 항상 시장을 사랑했습니다. 저는 유동적인 시장의 팬이고, 암시장을 비롯한 다양한 시장 구조에 매료되었습니다. 저는 시장이 정보를 집합하는 가장 효과적인 메커니즘이라고 믿습니다. 저는 미디어에서 읽은 모든 것을 믿는 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반면 시장은 진실을 취합하기 위한 훨씬 더 신뢰도 높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참가자가 자신의 신념을 바탕으로 행동할 때, 시장은 그 정보를 단일한 균형이나 시그널로 추출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입니다.”
- Shayne Coplan, Founder & CEO of Polymarket
Source: Brave New Coin
Source: COVID-19 Misinformation is Ubiquitous
Polymarket의 아이디어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한창이던 당시, 전통 미디어와 소셜 미디어에서 나타난 부정확한 정보의 범람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Coplan은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근본적인 진실을 밝히기 위한 도구로서의 대체 시장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Polymarket은 팬데믹 당시 성행하던 오류와 잘못된 정보에 대응하기 위해 시작되었지만, 이후 이들의 성장과 활용 사례는 더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Coplan은 소셜 미디어에서 의견이 부정확해도 책임을 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Coplan은 종종 가장 크게 말하고 극적인 이야기를 꾸미는 사람들이 가장 적게 알면서도 가장 많은 청중을 끌어들인다고 언급한다. 반면 시장은 노이즈를 걷어내고, 미래의 동향을 예측하는 명확하고 편향되지 않은 시그널을 제시한다고 주장한다. Polymarket은 참가자들이 자신의 예측에 대해 재정적으로 투자하도록 요구함으로써 이를 해결하여, 그들의 주장에 대한 이해관계를 가지게 한다.
Polymarket은 2020년 출시 직후 곧바로 시장의 주목을 받으며 400만 달러의 상당한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해당 시드 라운드에는 Polychain Capital, Naval Ravikant, Balaji Srinivasan, Aave의 Stani Kulechov 등 크립토 및 기술 산업의 주요 기관 및 인사들이 참여하여 플랫폼에 대한 탄탄한 지원을 확보했으며, 이로 인해 시장의 높은 기대를 한 몸에 안게 되었다.
3.1.2 규제로 인한 위기와 전략적 조정
Source: CFTC
Polymarket은 명확한 비전을 전파하며 시장의 높은 기대를 받는 유리한 상황에 놓여있었지만, 충분한 빛을 보기도 전에 플랫폼의 명운이 흔들릴 만한 큰 위기를 맞이하고 만다. 2022년 1월, Polymarket은 필수적인 규제 조치를 따르지 않고 운영했다는 이유로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로부터 140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받고 미국 내 영업 중지 명령을 받았다. CFTC는 2020년 이후 Polymarket이 적절한 등록 과정 없이 이벤트 기반 바이너리 옵션에 대한 온라인 거래 서비스를 불법적으로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시장 관련 이슈의 진원지이자 가장 큰 경제 규모를 가진 미국에서의 영업 중지 명령은 예측시장 플랫폼인 Polymarket에게 사실상 사형 선고나 다름이 없었다. 규제로 인해 서비스의 지속적인 운영에 어려움을 맞이하며 미국 내 운영을 축소했지만, 한편으로는 국제적인 입지를 지속적으로 확장하고자 노력하였다. 또한 Polymarket은 전 CFTC의 수장인 J. Christopher Giancarlo을 자문위원회로 임명하여 규제 환경을 효과적으로 해쳐나가고 기관의 요구 사항을 준수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그러한 과정에서 블록체인 네트워크의 활용과 USDC 페이먼트 기능은 전통적인 금융 인프라에 구애받지 않고 글로벌 마켓으로 사용자 범위를 확장하는 데 있어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였다. 이와 같이 Polymarket은 글로벌 마켓으로의 확장 전략을 모색하면서 규제 환경을 효과적으로 헤쳐나가고 기관의 요구 사항을 준수하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러한 노력은 지금에 와서 가파른 성장세를 안정적으로 소화할 수 있는 중요한 배경이 되고 있다.
Polymarket은 사용자가 스포츠, 선거 결과뿐만 아니라 Elon Musk가 일주일에 몇 번 트윗을 할지와 같은 특수한 사건에 대해 베팅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Shayne Coplan의 리더십 아래 Polymarket은 빠른 성장을 이루어냈으며, Polymarket은 이제 크립토 산업에서뿐만 아니라, 세계 최대의 예측시장 플랫폼이라는 타이틀을 얻게 되었다.
Source: X(@Domahhhh)
미국의 대통령 선거가 점차 다가오면서, Polymarket은 올해 예측 시장의 부활을 견인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선거에 관한 여론은 변동성이 매우 높으며, 많은 이해관계자가 현실을 왜곡하려는 충분한 동기를 가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Polymarket은 Kamala Harris가 민주당 후보로 지명될 가능성이 높다는 예측과 JD Vance가 Trump의 부통령 후보로 선정될 것이라는 예측을 공식 발표가 있기 전 포착해냄으로써 두각을 보이기도 했다.
Source: Dune(@rchen8)
2024년 6월 기준으로 Polymarket은 전례 없는 수치를 기록하며 활발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Polymarket의 월간 총거래량이 1억 1천만 달러를 넘어섰고 약 3천 명의 거래자들이 하루에 약 1만 건 이상의 거래를 기록하고 있다. 미국 대통령 선거 캠페인의 첫날에만 약 4천 명의 거래자들이 Polymarket의 예측시장에 참여했으며, 최근 선거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고조됨에 따라 3000만 달러에 가까운 일간 거래량을 기록하기도 했다.
Source: Flipside(@Ario)
Polymarket의 미결제 약정(Open Interest) 규모는 현재 5천만 달러를 넘어섰으며, 플랫폼의 총 TVL 또한 4천만 달러로 최고 기록을 달성했다. 플랫폼에는 현재까지 6,000개 이상의 시장이 생성된 가운데, 1,000개 이상의 시장이 운영되고 있다. 또한, Polymarket의 트레이더들은 대통령 선거와 관련된 단일 시장에만 총 2억 5천만 달러 이상을 투입하는 등 놀라운 성과를 이어나가고 있다.
괄목할 만한 성장세에 힘입어 Polymarket은 최근 시리즈 B 펀딩 라운드에서 4천5백만 달러를 확보했다는 소식을 발표했다. 이번 라운드에는 Peter Thiel의 Founders Fund, Vitalik Buterin, 1confirmation과 같은 저명한 투자자들이 참여했다. Polymarket은 직전의 2천 5백만 달러의 시리즈 A를 포함해 총 7천만 달러 이상의 투자액을 기록해, 최근 보여준 놀라운 성장세가 단기적인 하이프에 그치는 것이 아닌, 새로운 시장과 플랫폼을 만들어나가고 있음을 증명했다.
Polymarket은 사용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통합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예측시장 분야의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폴리마켓은 단순한 사용자 경험 개선을 넘어 서비스의 메커니즘, 유동성, 그리고 투기 관련 기능을 고도화 시키는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같이 Polymarket은 사용자 친화적 디자인과 고급 마켓 기능을 균형 있게 발전시키는 전략을 통해 경쟁적인 예측시장 분야에서 지속적인 우위를 유지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3.3.1 마켓
Polymarket은 주로 동전 던지기와 같은 이진형 이벤트(Binary Event)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으며, 해당 종류의 이벤트의 결과는 ‘YES’ 또는 ‘NO’로 제한된다. 특정 이벤트에 대한 결과의 가능성은 $0에서 $1 사이의 가격으로 표현되며, 이는 각 이벤트가 일어날 확률을 의미한다. Polymarket의 시장 참여자들은 제로섬 게임을 형성하여 ‘YES’ 결과에 대한 가격이 상승하는 만큼 ‘NO’ 결과에 대한 가격이 하락한다. 따라서 Polymarket의 시장 참여자들은 각 결과에 대한 토큰을 거래하는 과정에서 토큰의 가격은 집단의 여론에 따라 지속적으로 변동한다.
Polymarket의 사용자는 만료일 전까지 언제나 이벤트에 대한 토큰을 사거나 팔 수 있다. 이는 참가자들에게 새로운 정보나 여론의 변화에 대응해 전략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게임적 요소를 부가한다. 만료일이 도래하거나 시장의 기반이 되는 이벤트가 발생하면, 각각의 토큰에 대한 정산이 일어난다. 만료 시점에 옳은 결과에 해당하는 토큰을 보유한 사용자는 각각 $1를 받게 되고, 잘못된 결과에 베팅한 사용자는 아무것도 받지 못한다. 보다 자세한 이해를 위해 Polymarket에서 예측시장이 조성되고 결과의 결정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예시와 함께 따라가 보자
Source: Breakthrough DeFi Markets
초기 설정
-마켓 조성: “이더리움 현물 ETF가 7월에 승인될 것인가?”
-결정 조건 정의: “2024년 7월 26일 시장 마감 시간까지 현물 이더리움 ETF가 나스닥, 뉴욕증권거래소,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서 거래를 시작하면 이 시장은 YES로 결정; 그렇지 않으면 이 시장은 NO로 결정됨”
-주식 생성: 임의의 초기값과 함께 승인 가능성(YES)을 60%, 미승인 가능성(NO)을 40%로 설정
베팅 및 트레이딩
-주식 거래: Bob과 Alice가 이더리움 현물 ETF 승인에 대한 YES 또는 NO 주식의 거래를 진행
-Bob은 이더리움 현물 ETF가 승인될 것으로 예측하여 $0.6인 YES 주식에 $6를 지불하여 10개의 주식 매수
-Alice는 승인되지 않을 것으로 예측하여 $0.4인 NO 주식에 $4를 지불하여 10개의 주식 매수
마켓 결정
-2024년 7월 26일, 스마트컨트랙트는 이더리움 ETF의 승인 여부를 오라클을 통해 확인 및 마켓 결정
정산
-결과를 맞춘 Bob이 소유한 YES 주식의 가격은 하나당 $1가 되고, 반대로 예측에 실패한 Alice의 주식은 하나당 $0에 수렴함
-예측에 성공한 Bob이 소유한 주식은 도합 $10가 되어 $4의 이익을 얻음
-예측에 실패한 Alice가 소유한 주식은 도합 $0가 되어 $4의 손실을 입음
Source: Polymarket Docs
위의 예시와 같은 이진형 시장 이외에도 Polymarket은 범주형(Categorical) 시장과 스칼라(Scholar) 시장 또한 제공하고 있다. 범주형 시장에는 여러 가지 선택지에 대해 베팅할 수 있으며, 각 선택지는 결과에 따라 $1 또는 $0으로 결정된다. 예를 들어, 2025년에 가장 인기 있는 아이스크림을 예측하는 시장의 경우 초콜릿, 딸기, 바나나와 같은 옵션이 포함될 수 있다. 스칼라 시장은 위 두 가지 방식의 시장과 다소 상이하게 작동하며, 최종 결과 값이 미리 정의된 범위 내에서 어디에 위치하느냐에 따라 수익이 결정되고 정산이 이루어진다.
3.3.2 하이브리드 오더북
Source: Polymarket Docs
Polymarket의 오더북은 하이브리드 형태의 탈중앙화된 모델로, 사용자에게 편리한 경험과 안전한 온체인 경험을 동시에 제공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사용자가 제출한 주문은 Polymarket의 오퍼레이터에게로 전달되며 오퍼레이터는 오프체인에서 주문의 매칭 및 순서를 정렬한다. 네트워크에 제출된 실제 거래의 정산은 사용자가 서명한 메시지를 기반으로 온체인에서 비 커스터디 형식으로 이루어진다.
Polymarket의 오더북은 이진형 시장에 맞게 자체 설계된 Exchange 컨트랙트를 사용한다. 해당 컨트랙트는 사용자가 서명한 지정가 주문을 기반으로 이진형 결과에 대한 토큰과 담보 자산(ERC20) 간의 스왑을 가능하게 한다. 또한 Polymarket은 오더북을 통합하여 상반된 포지션의 주문을 매칭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
3.3.3 P2P 대출을 통한 레버리지
Polymarket은 조건부 토큰 포지션을 담보로 USDC를 대출할 수 있는 대출 프로토콜인 PolyLend를 도입할 계획이다. PolyLend는 NFT를 담보로 하는 대출 프로토콜인 Blur의 Blend 메커니즘을 차용한다. PolyLend의 주요 특징은 가격 오라클 없이 P2P 과담보(Over-Collateralized) 대출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Source: Blend
PolyLend는 사용자가 조건부 토큰 포지션을 담보로 USDC를 대출받을 수 있도록 하며, 다음 세 가지 주요 단계로 구성된다:
매칭: 초기 단계에서 조건부 토큰 포지션을 담보로 대출을 받고자 하는 차용자는 먼저 온체인 대출을 요청한다. 대출 요청에는 포지션의 규모와 유형, 그리고 대출이 필요한 최소 기간이 자세히 명시된다. 대출자는 차용자의 요청을 검토한 후 대출 금액과 제공할 이자율을 명시한 제안을 제시한다. 대출자의 제안과 차용자의 요구가 일치하게 되면 차용자는 이를 수락하고, 자금이 대출자로부터 차용자에게 이전되며 조건부 토큰은 프로토콜에 의해 에스크로로 보관된다.
종료: 차용자는 언제든지 대출을 상환할 수 있다. 상환 시, 원금과 발생한 이자를 모두 갚으면 담보로 제공된 조건부 토큰이 반환된다. 만약 차용자가 최소 기간 내에 상환하지 않으면, 대출자는 24시간 기한의 Dutch 경매를 시작할 수 있으며, 해당 경매에서는 대출 이자가 점진적으로 증가하며 새로운 대출자를 모집하게 된다. 새로운 대출자가 대출을 인수하면, 그들은 원래의 대출자에게 자금을 지불하고 차용자와 새로운 대출 계약을 시작하게 된다. 만약 새로운 대출자가 나타나지 않고 종료 시점까지 차용자가 상환에 성공하지 못하면, 원래의 대출자가 담보를 청구할 수 있다.
레버리지: 조건부 토큰을 담보로 대출받는 주요 목적은 레버리지를 얻기 위함이다. 차용자는 대출받은 USDC를 사용하여 시장에 다시 진입하거나 포지션을 증가시켜 잠재적인 수익을 증대시킬 수 있다. 해당 전략은 시장이 유리하게 움직일 경우 더 높은 이익을 제공할 수 있지만, 시장이 하락할 경우 상당한 손실을 초래할 수 있는 높은 위험을 동반한다.
PolyLend의 대출 기능은 아직 상용화를 염두에 두고 구현되지 않았으며, 실험적인 계획으로 제안되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아직 PolyLend는 오딧을 거치지 않아 코드 상에 버그가 존재할 수 있으며, 커뮤니티에서의 실험적 활용과 피드백을 얻기 위한 목적으로 제공되고 있다.
3.3.4 오라클
Source: Introducing UMA’s Optimistic Oracle
Polymarket은 선거 결과나 스포츠 경기와 같은 미래의 이벤트에 대한 질문을 제시하고, 사용자는 그 결과에 대해 베팅을 할 수 있다. 이때, 이벤트의 결과는 오프체인 상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질문의 결과를 온체인 상에서 결정하고 정산하기 위한 연결 장치가 필요하다. 이에 Polymarket는 빠르고 신뢰할 수 있는 답변을 제공하는 시스템인 UMA의 Optimistic Oracle을 사용하고 있다. UMA의 Optimistic Oracle은 시장의 참여자들이 정직한 결과 제출을 장려하고 잘못된 보고를 처벌하도록 경제적인 인센티브를 부여하며, 이벤트의 결과에 대한 진위 여부를 판별하기 위한 효과적인 방안을 제시한다.
아래는 UMA의 Optimistic Oracle이 시장에 대한 이벤트의 결과를 결정하는 과정을 나타낸다:
초기 설정: Polymarket에서 새로운 질문이나 시장이 생성될 때, 질문의 내용과 답변 규칙을 정의하는 구체적인 세부 사항이 설정된다. 여기에는 질문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추가 정보, 지불에 사용할 통화 유형, 질문 해결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주어질 보상 등이 포함된다.
답변 제안: 누구나 보증금을 걸고 질문에 대한 답변을 제안할 수 있다. 이때 다른 사람들이 답변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이의 제기를 제안할 수 있는 카운트다운이 시작된다.
이의 제기: 누군가 제안된 답변이 틀렸다고 생각하면, 보증금을 걸고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제안자와 이의를 제기한 주체의 의견 불일치는 더 광범위한 검토 과정으로 이어지게 된다.
검토 및 결정: 이의 제기가 있을 경우, 질문은 UMA 토큰 보유자들로 구성된 더 큰 그룹으로 넘어가 그들이 올바른 답변을 결정하기 위해 투표를 하게 된다. 투표를 통해 내려진 결정은 확정적이며, 당사자 간의 갈등은 해당 결과에 따라 해소된다.
다중 제안 및 이의 제기: 최종 답변이 수용될 때까지 여러 번의 제안과 이의 제기가 있을 수 있다. 이 과정은 결과가 철저히 검토되고 합의에 도달하도록 하여 오류나 조작의 가능성을 최소화한다.
Source: Instigation Protocol
아직까지 온체인 어플리케이션은 기존에 존재하는 Web2 서비스들의 대안적인 시도로 비칠 뿐, 실제로 기존의 서비스를 대체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온체인 어플리케이션이 여전히 부진한 성과를 보이는 이유로는 블록체인 환경에 의한 사용자의 긴 학습곡선과 그로부터 생기는 진입 장벽이 대표적이다. 이에 Chain Abstraction과 같은 구조적 개선과 더불어, Solana 혹은 Base를 중심으로 어플리케이션 생태계가 활발히 생겨나며 다양한 사업적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와 같이, 크립토 산업은 인프라 개발에 열중하던 시기를 지나 컨슈머 어플리케이션에 대한 고민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Source: a16z
현재와 같은 산업의 국면에서 Polymarket의 사례는 중요한 시사점을 남긴다. Polymarket이 채택한 전략 중 하나는 어플리케이션 구축 초기의 과정에서 탈중앙성 혹은 무허가성에 구애받지 않고 사용자 유입에 집중한 것이다. 그에 따라 Polymarket은 불필요한 복잡성으로 인한 진입장벽을 최소화하고 예측시장이라는 핵심 기능에 초점을 맞춰 어플리케이션을 디자인하였다.
이는 때때로 <Progressive Decentralization: A Playbook for Building Crypto Application>에서 제안된 온체인 어플리케이션의 점진적 탈중앙화 전략으로 설명되곤 한다. 전략의 요지는 단계적으로, 1)초기 어플리케이션은 작동하는 비즈니스를 만들기 위해 중앙집중화된 운영으로 PMF을 찾는 것에 주력하고, 2)인센티브 모델을 통하여 커뮤니티를 구축한 다음, 3)토큰 분배와 함께 충분한 탈중앙화를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위의 성장 사이클 안에서 보자면, Polymarket도 초기 단계에서 사용자 유치에 집중하여 PMF를 찾아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우리는 향후 Polymarket이 어떠한 어플리케이션의 디자인과 플레이북을 통해 현재의 PMF를 찾았는지 진단하고, 현재의 단계를 기반하여 어떠한 확장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을지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Polymarket 이전에도 Augur라는 프로젝트가 블록체인 기반의 예측시장을 선보였다. 2014년에 출시된 매우 초기의 프로젝트인 Augur는 2018년 당시의 온체인 활성도를 고려한다면 꽤나 높은 수치라고 할 수 있는 $40만의 거래량을 기록하며 이더리움의 대표적인 어플리케이션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현재 Augur는 잠정적으로 운영을 중단한 것으로 보인다.
4.1.1 Augur Network의 메커니즘 결함
Source: Augur network whitepaper v2
Augur가 고질적으로 겪은 문제는 메커니즘의 결함으로 인한 악의적인 공격에 있었다. 해당 공격으로 인해 다른 사용자들이 피해를 입는 사례가 지속적으로 나타났고, 이는 제품 신뢰도에 큰 타격을 주는 계기가 되었다. 공격 벡터의 핵심은 Polymarket과 다르게 REP(Reputation, Augur의 거버넌스 토큰)를 스테이킹하여 누구나 마켓을 생성할 수 있다는 데서 기인한다.
Augur의 메커니즘 상 마켓을 생성하는 시점에서 마켓을 이루는 구성요소(마켓 정의, 마켓 만료시점, 마켓 결정 조건)에 오류가 발생하면 마켓은 무효화된다. 공격의 전략은 해당 메커니즘을 악용하여 마켓을 고의적으로 무효화하고 이익을 취하는 것이었다. 실제로 발생했던 공격의 사례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Source: Binance Research
오류가 있는 시장을 생성:
2019년 3월 31일(UTC)이 끝나는 시점, ETH의 현물 가격을 예측하는 마켓이 생성되었다. 여기에서 마켓을 생성할 때, 고의적으로 ‘마켓이 만료되는 시점’과 ‘ETH 가격을 측정하는 시점’을 교묘하게 다르게 정의하였다. 즉 마켓의 만료시간은 UTC+8을 기준으로, 결과를 결정하는 조건인 ETH의 가격 측정 시점은 UTC를 기준으로 설정된 것이다. 이처럼 시간의 표시를 혼용(UTC+8, UTC)하여 설정한 것은 언뜻 보기에는 문제가 없는 마켓처럼 보이지만 만료 시점에서 마켓이 무효화 되게끔 오류로써 동작하게 하였다.
베팅 유도:
참여자들이 베팅할 수 있던 결과 옵션은 다음과 같다.
-
$0~$100 사이에서 거래
-
$100~$1000 사이에서 거래
-$1000 상회
당시는 $200~$300 사이에서 ETH의 가격이 횡보하던 시기였고 가격의 변동 범위가 넓었기 때문에, 제시된 옵션들 중에서는 상대적으로 달성하기 쉬운 것처럼 보이는 결과 옵션($100~$1000)에 사용자들의 베팅이 몰렸다. 한편 나머지 두 가지의 결과 옵션은 달성될 가능성이 희박해 보이기 때문에 베팅이 저조하게 이루어졌다. 이때, 공격자는 달성 가능성이 희박해보이는 결과 옵션들을 모두 매수하였다.
3. 마켓 무효화:
마켓이 만료되는 시점에 공격자는 만료시점과 ETH 가격의 측정하는 시점 간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오류를 명분으로 삼아 마켓을 무효화하였다. 마켓이 무효가 되면 프로토콜이 결과를 결정할 수 없기 때문에 세 가지의 결과를 모두 옳은 것으로 간주한다. 따라서 프로토콜은 해당 마켓에서 베팅된 금액을 각각 1/3로 나누어 세 가지 결과에 베팅한 참여자 모두에게 공평하게 분배하였고, 참여자들은 각 결과의 옵션에서 자신이 갖고 있는 지분에 따라 보상액을 수령하였다.
결과적으로, 베팅이 몰린 ‘$100~1000’ 결과의 소유자들은 해당 결과의 옵션에 대한 지분을 많은 사람들이 나눠가졌으므로 개인당 소유하는 지분은 적어졌던 반면, 나머지 두 가지의 결과에 베팅한 사람들은 극히 적기 때문에 공격자는 해당 결과 옵션들에 대한 많은 지분을 소유하게 되었다. 즉, 1/3로 나눈 보상을 각 옵션에 공평하게 분배한 결과, 가장 지배적인 결과 옵션을 선택한 다수의 참여자들은 자신이 베팅한 금액에 비해 낮은 보상액을, 공격자는 자신이 베팅한 금액에 비해 큰 보상액을 받게된 것이다.
4.1.2 초기 Polymarket이 채택한 전략
Augur는 최초의 온체인 예측시장으로 주목받았으나, 메커니즘의 과도한 복잡성으로 인해 지속적인 사용자 유치와 운영에 실패하였다. 누구나 다양한 토픽으로 예측시장을 생성할 수 있으며, 토큰 경제를 통해 자생적인 에코시스템을 설계한 Augur는 온체인 예측시장이라는 섹터를 새롭게 여는 신선한 접근이었으나, 결과적으로 복잡한 프로토콜의 디자인은 되려 공격 벡터로 작용하여 어플리케이션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협하였다고 볼 수 있다.
이와 비교하여 Polymarket은 예측시장이라는 핵심 기능 외에 메커니즘의 복잡함을 야기하는 요소들을 배제하고, 보다 넓은 범위의 사용자의 타겟에 최적화된 환경을 제공하는 데 집중한다. 마켓 생성 방식과 학습곡선 최소화, 두 가지의 관점에서 Polymarket의 차별화된 전략을 확인할 수 있다.
마켓 생성 방식
2018년에는 Augur에서 “유명 인물이 암살될 것인가, 자연사할 것인가”에 대한 암살 베팅이 진행되어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예측시장은 실제 사건의 결과에 베팅하는 구조 상, 현실과 밀접한 관계를 갖기 때문에 모호한 마켓 정의로 인한 오류뿐만 아니라, 어플리케이션의 운영에 불필요한 잡음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문제를 방지하기 위한 전략으로 Polymarket은 새로운 마켓에 대한 커뮤니티의 제안과 논의를 기타 소통 채널에서 수렴하고, 마켓을 새롭게 생성하는 권한은 내부화하는 방식을 채택하였다. 물론 이는 Augur와 비교하여 사용자에게 한정된 권한을 부여한다고 보여질 수 있다. 이에 따라 중앙화된 운영의 대안으로 제안된 탈중앙화 어플리케이션의 초기 비전과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역시 온체인 어플리케이션의 궁극적인 존재 의의와 목적성은 탈중앙성을 구현하는 것이 아닌,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기반으로 보다 효율적이고 구매력 있는 어플리케이션 환경을 제공하는 데 있다. Polymarket은 탈중앙화 오라클인 UMA를 기반으로 투명하게 마켓의 결과를 결정하고 USDC를 통해 법정 통화에 구애받지 않는 글로벌 결제 환경을 제공하는 등, 블록체인 및 암호화폐의 이점을 적극 활용하면서도 별다른 학습 없이 누구나 예측시장이라는 핵심 기능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
그러나 커뮤니티와 어플리케이션 간의 인센티브가 아직 완전히 일치되지 않았고, 커뮤니티의 기여를 유도 및 추적하는 프로토콜이 정착하지 않은 초기 단계에서 무허가적인 접근을 허용하는 것은 오히려 어플리케이션의 성장을 저해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이에 초기 단계의 Polymarket은 사용자에게 이해하기 쉬운 마켓을 제공하고, 윤리적 분쟁의 여지가 없으며 사회적으로도 유용할 수 있는 시장을 큐레이션하는 전략으로 안정적인 초기 사용자 확보에 주력하였다.
이러한 초기 전략을 통해 Polymarket은 꾸준한 사용자의 리텐션을 유지하며 안정적인 사용자 기반을 구축하였다. 따라서 이제는 점진적 탈중앙화의 일환으로, 사용자에게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하고 참여를 확대할 수 있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후술하겠지만, 사용자가 자체적으로 새로운 마켓을 생성할 수 있는 기능은 보다 넓은 범위의 이벤트를 예측시장의 주제로 다루고 어플리케이션의 확장 방안을 모색하는 데 있어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학습곡선 최소화
마켓의 결과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Augur는 REP 보유자가 결정에 필요한 자료와 함께 공개적인 리포트를 진행하며, 그 과정에서 REP를 담보로 이의를 제기하거나 투표하는 절차를 따른다. 다시 말해, 오프체인의 정보를 온체인에 연동하는 오라클 절차가 예측시장 프로토콜에 자체적으로 내재하고 있는 구조이다.
반면, Polymarket은 마켓의 결정 과정을 UMA의 Optimistic Oracle로 아웃소싱한다. 이에 최종 사용자는 예측과 베팅이라는 예측시장의 핵심 기능 외의 복잡한 메커니즘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을 덜 수 있다. 이밖에도 Ethereum 메인넷이 아닌 Polygon을 블록체인 인프라로 채택하여 준수한 가스비 환경과 거래 속도를 담보하는 점, 거의 모든 CEX에서 편리하게 온램프할 수 있는 USDC를 거래 통화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최종 사용자가 체감하는 복잡성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하는 Polymarket의 노력이 엿보인다.
Polymarket은 미국 대선이라는 시류와 사용자 친화적인 설계를 통해 성공적으로 사용자를 확보한 초기 단계에서 나아가, 더 큰 규모와 영향력을 가진 어플리케이션으로 발전하기 위해 잠재적 경로를 찾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를 위한 접근으로 상호 운용성을 통한 기능적 확장, 그리고 무허가성을 통한 마켓의 다양성 및 규모의 확장을 기대해볼 수 있다.
어플리케이션 간의 상호 운용성과 프로토콜 참여자들의 무허가적인 접근은 기존의 어플리케이션들이 제공할 수 없는, 온체인 어플리케이션의 특징적인 사용자 경험 중 하나이다. 토큰 이코노미에 의한 경제적 인센티브와 오픈소스의 개발 환경이 뒷받침하는 특성들은 어플리케이션의 확장성을 도모하는 데 있어 블록체인 환경이 지닌 효용성에 최적화된 전략이라 할 수 있다. Polymarket이 다음 단계로 도약하기 위한 전략 역시 초기 단계에서 PMF를 찾기 위해 유보하였던 상호 운용성과 무허가성을 확보하는 데에서 확장의 가능성을 모색해볼 수 있겠다.
4.2.1 상호 운용성
상호 운용성은 다른 프로토콜과의 통합을 통해 온체인 어플리케이션의 기능적 확장을 달성하는 하나의 접근일 수 있다. 예를 들어 무기한 선물 DEX에서 Wormhole과 같은 브릿지 솔루션을 활용하여 크로스 체인 환경의 자산 거래를 지원하거나 Pyth와 같은 오라클 솔루션을 통합하여 자산의 시장 가격을 업데이트 하듯이, 온체인 어플리케이션은 솔루션의 통합에 용이한 특성에 따라 독자적으로 모든 솔루션을 구축하지 않아도 확장성을 추구하기에 유리한 환경을 가진다. 이에 Polymarket 또한 어플리케이션의 기능적 개선이나 사용자 범위의 확대를 달성하기 위한 접근으로 상호 운용성을 통한 양적 및 질적 확장의 가능성을 모색해볼 수 있다.
Source: Azuro Developer Hub
상호 운용성을 기반으로 온체인 예측시장 섹터에서 시장적 지위를 구축해나가고 있는 기존 사례로는 Azuro를 꼽을 수 있다. Azuro는 베팅 어플리케이션이 통합할 수 있는 유동성 및 오라클 솔루션을 제공한다. Elixir가 오더북 기반의 무기한 선물 DEX를 대상으로 AMM 유동성을 대리 공급해 주는 것과 같이, EVM과 호환되는 베팅 어플리케이션은 별도의 AMM 혹은 오더북을 관리하지 않고 Azuro Protocol에서 생성된 유동성 풀을 아웃 소싱하여 거래 환경을 구축할 수 있다. 현재 스포츠 베팅 어플리케인션인 bookmaker.XYZ를 포함하여 다양한 온체인 예측시장 및 베팅 어플리케이션들이 Azuro로 통합되는 생태계에 참여하고 있다.
Source: Do Prediction Markets Need Web3?
이처럼 Polymarket과 예측시장 혹은 베팅 마켓이라는 동일한 버티컬에 있는 어플리케이션 및 인프라 솔루션과의 상호 운용은 어플리케이션의 성능 개선에 실효할 수 있다. 특히나 예측시장 마켓의 양적 확장을 위해서는 사용자의 원활한 거래를 위한 유동성의 확보가 가장 중요해진다. 물론 Polymarket도 유동성 리워드 프로그램을 통해 유동성 메커니즘에 대한 개선을 지속하고 있지만, 마켓의 수가 많아지고 그에 따라 유동성이 파편화됨에 따라 과도한 슬리피지의 발생 혹은 스푸핑을 방지하기 위한 고민은 계속해서 이어져야 할 것이다. 유동성과 관련한 문제 외에도 가격 발견 메커니즘, 페이먼트 모듈, 오라클 등의 상호 운용 솔루션을 통한 아키텍처에서의 개선은 앞으로 눈여겨볼 만하다.
Source: X(@dwr)
디스커션이 수반될 수밖에 없는 예측시장의 특성상 Polymarket과 소셜 어플리케이션의 결합은 가장 자연스러운 상호운용 모델이다. 소셜 네트워크 프로토콜인 Farcaster에는 Farcaster 어플리케이션 내에서 Polymarket의 예측시장 베팅을 바로 실행할 수 있는 Frame도 존재한다. Frame은 Farcaster에 게시되는 소셜 피드 안에 상호작용이 가능한 어플리케이션을 삽입하는 기능으로, 외부 플랫폼으로 이동할 필요 없이 소셜 피드 내에서 다른 어플리케이션의 직접적인 실행이 가능하게 한다. 그리하여 Polymarket Frame을 활용하면 Polymarket의 URL을 자동으로 Frame으로 전환할 수 있으며, 사용자는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된 Coinbase Wallet과 함께 Farcaster 내에서 바로 베팅을 진행할 수 있다.
Farcaster 외에도 Solana는 최근에 Action and Blinks라는 기능을 출시하였는데, 해당 기능은 URL을 표시할 수 있는 모든 웹사이트에서 링크를 통해 곧바로 솔라나 기반 트랜잭션을 실행할 수 있도록 한다. 물론 네트워크 호환과 같은 해결 과제가 존재하긴 하나, 커뮤니티의 소통 채널과 예측시장 마켓을 심리스하게 연결하는 솔루션, 그리고 소셜 관련 온체인 어플리케이션과의 상호 운용은 사용자 편의성을 개선하고 Polymarket이 도달할 수 있는 사용자 범위를 확대하는 데 있어 다양한 청사진을 그려볼 수 있다.
4.2.2 무허가성
일각에서는 예측시장의 부족한 정기성으로 인해 사용자의 반복적인 베팅을 유도하지 못한다는 것을 현재 Polymarket이 직면한 한계로 언급하였다. 미국 대선과 같은 선거 이벤트는 매우 주목도가 높지만, 이벤트의 빈도가 적고 불규칙적이기 때문에 일정한 관심과 충분한 거래 규모를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이에 스포츠 경기를 비롯한 정기성을 띠는 마켓의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Polymarket이 당면한 과제는 미국 대선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사용자의 리텐션을 유지하고 확대해 나갈 수 있는, 지속적인 신규 마켓의 발굴과 마켓 다양성의 확보일 수 있겠다.
이에, 마켓 생성 권한의 개방을 통한 무허가성의 확보와 그로부터 달성할 수 있는 커뮤니티 주도의 성장은 Polymarket이 확장성을 달성하기 위한 또 하나의 방안으로 가능성을 모색해볼 수 있다. Farcaster의 Frame이나 Friend.Tech의 Keys 등, 소셜 관련 온체인 어플리케이션은 커뮤니티의 무허가적인 접근을 통해 자생적으로 생성되는 콘텐츠와 기능이 어플리케이션의 확장을 크게 도모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먼저 앞서 보여줬다. Polymarket 역시 누구나 임의의 베팅 주제를 마켓으로 생성하는 기능이 네트워크 효과를 통한 운영 리소스 감소와 더불어, 신규 마켓을 계속해서 실험하고 발굴함으로써 마켓의 다양성을 증대하는 측면에 있어 높은 효과성을 보일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Source: X(@UMA Protocol)
그러나 앞서 살펴본 Augur의 사례에서도 확인했듯이, 마켓 생성의 권한을 개방하는 것은 기대효과가 큰 만큼 높은 리스크를 수반한다. 특히나 마켓 정의와 결정 조건 등의 설정에 대해 세밀한 프로토콜을 갖춰 불필요한 오류와 분쟁을 방지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이미 Polymarket은 몇 차례의 마켓 결정에서 UMA에서 내려진 결정의 모호함으로 인해 커뮤니티와 논쟁적인 상황을 겪은 바 있다. UMA에 따르면 2%를 제외한 대부분의 결정이 분쟁 과정 없이 해결되고 있으나, 예측시장은 현실 세계와 밀접한 관계를 갖기 때문에 언제든지 예외나 모호성이 생길 수 있으며, 판단 주체의 결정도 항상 무결할 수는 없다. 따라서 커뮤니티의 마켓 생성에 무허가적인 접근을 허용하는 미래를 그려본다면, 마켓의 생성과 결정 과정에서 세밀하게 합의된 프로토콜이 명확히 작동하는 것은 가장 중요한 문제로 고려되어야 한다.
현재까지 크립토 산업에서 컨슈머 어플리케이션이 등장하고 사라진 히스토리를 조명하였을 때, 다수의 케이스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실패 원인은 투기적 수요를 둘러싼 두 가지 상반된 요인에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어떠한 문제를 해결할지(혹은 어떠한 가치를 제공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전혀 없이 투기적 수요에만 초점을 맞춘 어플리케이션이다. 이 경우 단기적인 하이프가 있을지언정 생명력은 길지 않다. 과열된 시장 분위기와 함께 많은 관심을 끌다가 더 이상 투기적 수요를 충족하지 못하게 되었을 때, 자연스럽게 사장되는 케이스이다.
컨슈머 어플리케이션이 실패하는 다른 하나의 원인은 투기적 수요와 지나치게 동떨어진 가치에만 치중하는 경향에 있다. 물론 대부분의 어플리케이션이 각자의 일리가 있는 문제 정의와 해결 방법을 제안한다. 그러나 그들이 정의한 문제와 해결 방안은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이들에게만 중요한 비전과 미션일 뿐, 정작 사용자들의 공감을 얻는 것은 어렵다. 그리하여 이와 같은 어플리케이션을 누가, 왜 써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만 남긴 채 시장 참여자들의 관심 밖에 놓이는 케이스이다.
Polymarket의 핵심적인 기능은 베팅으로써, 그 자체로 투기적 수요를 충족시키기에 매우 유리한 디자인의 어플리케이션이다. 한편으로 베팅의 결과로 도출되는 예측은 경제적 인센티브에 기반하여 객관적인 여론을 반영하는 여론 수집도구의 역할을 한다. 다시 말해, 투기적 수단에서 나아가 보다 광범위하게 사용될 수 있는, 실용적인 가치를 낳는 어플리케이션의 가능성도 동시에 보여준다. 이렇듯 Polymarket은 투기적 수요와 예측 정보에 대한 수요, 두 가지 측면의 수요를 충족시키며 시장 참여자들에게 유의미한 투기적 경로를 제공하면서도 넓은 사용자 범위를 타겟할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 디자인으로 시장 내 고유한 지위를 구축하고 있다.
크립토 산업이 컨슈머 어플리케이션 국면에 들어선 지금, 일시적이나마 기존의 예측시장을 이미 대체하는 것에 성공한 Polymarket의 사례는 함의하는 바가 크다. Polymarket이 미국의 대선 이후에도 지금의 관심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며 ‘세상에서 가장 큰 예측시장(The World’s Largest Prediction Market)’으로 남아있을 수 있을지, Polymarket이 어떠한 확장 전략을 모색해 나갈 것인지는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