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rce: Adobe Stock, scoutori
지구촌 전체가 들썩거리는 이벤트가 곧 다가온다. 미국 대선이 바로 그것이다. 2024년 11월 5일에 치러질 미국 대통령 선거는 미국의 60번째 대통령 선거이며, 7월 19일 기준으로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민주당 후보인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이 각축전을 펼치고 있다. (7월 22일 기준,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조 바이든이 후보직에서 사퇴했음을 참고바란다.)
여러가지 산업 분야에서 이 대선의 향방을 지켜보고 있지만, 블록체인 산업계에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왜냐하면 각 진영의 후보들이 암호화폐를 대하는 온도차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대략적으로 살펴보면, 이번에 재선을 노렸던 민주당 진영의 조 바이든은 원래 암호화폐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다는 반암호화폐 스탠스였고, 공화당 진영의 도널드 트럼프는 암호화폐로 자금을 모금한다던가 비트코인 컨퍼런스에 참석하는 등 친암호화폐 스탠스로 알려졌다. 물론, 올해 바이든 측은 국회와 협력해야할 사항이라고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지만 말이다.
Source: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405237249i
미국의 방향성 그리고 조금 과장을 보태 세계의 방향성을 결정 지을 수도 있는 이 중요한 선거에서 암호화폐에 대한 내용이 하나의 주류 토픽이 되다보니, 여기저기에서 많은 의견들이 튀어나오고 있다. 가장 대표적으로 현재 블록체인 산업계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한 비탈릭 부테린이 7월 17일 자신의 블로그에 “Against choosing your political allegiances based on who is ‘pro-crypto’.”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또한, 이 글을 X에 올린 트윗은 현재 약 2백만 조회수를 달성하였고 2천번이 넘는 리트윗이 되며 큰 파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Source: https://x.com/VitalikButerin/status/1813621264017207581
해당 글에서 비탈릭은 정치적 신념을 결정할 때 단순히 '친암호화폐' 정책을 지지하는지 여부만으로 판단하는 것은 좋지 않으며, 그러한 판단은 결국 본래 암호화폐의 가치를 훼손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정치인의 전반적인 비전과 가치가 본인의 가치와 일치하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암호화폐의 근본적인 목표는 자유와 탈중앙화를 통한 개인의 권리 보호인데, 단순히 암호화폐 거래의 자유만을 강조하는 것은 이 목표를 놓친다는 것과 암호화폐에 대한 입장이 자유와 국제주의를 지지하는 것인지 아니면 권력을 추구하는 것인지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는 의견을 통해 자신의 주장에 힘을 보탰다.
이번 비탈릭의 글이 기폭제가 되어 암호화폐와 정치에 대한 아고라가 형성되었다. 이에 대한 필자의 생각부터 블록체인 산업계에 내노라 하는 인물들의 의견까지 한 번 정리해 보고자 한다.
우선 필자는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미국 대선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기 때문에 미국의 다른 정치적 이슈는 담백하게 빼고 암호화폐의 정치적 이슈와 비탈릭의 의견에 대해서만 집중적으로 생각해보았다는 점을 미리 말한다.
먼저, 필자가 비탈릭의 의견에 동의하는 부분은 정치가 바라보는 블록체인 산업에 대한 “진심성”을 의심하라는 것이다. 그것이 정치인의 개인 의견이든 진영별 어젠다이든 말이다. 정치란 자고로, 무수히 많은 분야에 대해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하나의 공동체가 나아가야할 방향성을 결정하기 위해 의견을 취합하는 일련의 과정이다. 현재 많은 국가들이 택하고 있는 간접 민주주의 하에서 의견 취합의 방식으로 가장 대표적인 것이 투표이기 때문에, 단기간에 표가 될 것 같고 이슈를 몰고 다닐 것 같은 주제가 있으면 정치인은 해당 이슈에 휩쓸릴 수 있다. 따라서 아무리 친암호화폐 성향을 가진 쪽이라 해도, 수박 겉핥기 식의 배경 정보 조사와 주먹구구 식의 정책 및 규제 남발은 오히려 블록체인 산업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가능성이 농후하다. 비탈릭은 이 부분에서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산업이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철학에 무게를 둔 것이 아닌, 단지 돈으로만 귀결되는 암호화폐적 특성이나 거래의 자유도에 정치가 집중한다는 점을 우려했다. 필자는 대한민국에서도 국회의원 선거나 지자체 선거 그리고 대통령 선거를 거치면 정책과 규제의 기조가 손바닥 뒤집히듯 바뀌는 사례들이 떠오르며 이 부분에 동감했다.
그와 반대로 비탈릭의 의견에 동의하기 힘든 부분은, 비탈릭이 암호화폐의 관점에서만 바라보며 정치가 가지고 있는 “순기능”을 외면하려 한 것에 있다.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과도 같다고 말한다. 그 말인 즉슨, 언제든지 변할 수 있고 수많은 변수에 즉각적으로 반응한다는 의미이다. 정치라는 생물의 머리인 정치인은 공동체의 다수가 원하는 것이 뭔지 시류를 파악하고 대응한다. 정치인들이 이슈에 대한 냄새를 맡게 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그것에 대한 목소리를 내고 찬성이든 반대든 지지하며 표를 던지는 것이다. 이를 통해, 시류와 관련된 산업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인프라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면 그것이 정치의 순기능이다. 특히, 이번 대선에서 촉발된 친암호화폐와 반암호화폐의 정치적 대립은 이 대립 자체로도 큰 이슈를 몰고 오며 블록체인 산업에 대한 관심을 증대시켰기 때문에, 찬성 혹은 반대에 목소리를 높인 지지자들의 행위를 부정하는 의견은 동의하기 힘들다.
필자가 동의하고 동의하지 않는 부분은 역설적이게도 엮여있다. 암호화폐에 대해 정치인이 관심을 가져야 인식이 개선되고 산업이 발전하지만, 그 관심이 암호화폐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하는 것이 아닌 이슈몰이일 뿐일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단발적 표심 찾기에 그치지 않고,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적절한 정책과 규제를 도입한다면 이상적이겠지만 어떻게 첫 술에 배가 부르겠는가. 복권에 당첨되려면 복권부터 긁어야 하는 것처럼, 암호화폐 및 블록체인 산업이 발전하려면 우선은 친암호화폐 진영이나 인물을 지지하고 목소리를 내야할 것이다. 당연히, 지지자들은 그들이 암호화폐에 대한 이슈를 체스말 버리듯이 쓰지 않고 제대로 끌고 나가도록 끝까지 의심하고 감시하는 일도 병행해야 할 것이다.
3.1 Four Pillars의 Steve
우선 비탈릭의 의견에는 몇 가지 맹점이 있다:
첫 번째,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치가 다루는 모든 이슈들보다 자신의 생계와 생활에 직결된 한 가지 이슈를 중심으로 투표한다는 부분이다. 이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본성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애초에 민주주의를 통해 모든 국민에게 투표권을 부여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면, 이들이 어떤 방식으로 투표하는지 역시 받아들여야 한다. 만약 비탈릭의 주장대로 국민들이 단일 이슈가 아니라 정치 전반을 보고서 투표하려면 1) 정책 전반을 살펴볼 수 있는 교육이 선행되어야 하며 2) 정책 전반을 살펴보고 투표할 수 있을 정도의 시간적/경제적 여유가 있어야 한다. 과연 그럴 수 있는 국민들이 얼마나 될까? 너무 나이브한 생각이다. 비탈릭이 금권 정치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면, 이 주장은 현실적이지 못하다.
두 번째, 트럼프 행정부가 크립토/블록체인과 반하는 정책들도 있겠지만, 그 사상들과 합치되는 부분도 많다. 크립토가 국제주의를 지지한다는 비탈릭의 주장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오히려 크립토는 미국의 적극적인 외교 간섭이 아닌, 미국의 비-개입주의와 평화주의를 지지한다고 볼 수 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국제 정치 아젠다와 합치되는 부분도 많다. 단순히 크립토가 글로벌한 자산이고, 블록체인은 국경이 없기 때문에 국제주의 외교정책과 크립토가 합치된다고 생각한다면, 이 생각 역시 나이브하다. 오히려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은 미국의 적극적인 외교 간섭에 대한 반발로 나왔다고 생각한다.
즉, 정치는 일반 국민들에게 본질적으로 생계와 연관되어 있어 단일 이슈 유권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부분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또한, 트럼프 정권의 정책들이 크립토의 사상과 반하는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바이든/리버럴 정권보다 더 심하다고 생각되지는 않으며, 오히려 트럼프의 비-개입주의가 크립토가 주창하는 평화주의와 결을 같이 한다는 측면에서 크립토 사람들이 트럼프를 지지하는 것이 모순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3.2 MulticoinCap의 Tushar Jain
필자는 비탈릭이 대부분의 정치인들이 어떻게 그들의 정책을 선택하는지에 대한 현실 정치를 근본적으로 오해한다고 생각한다. 정책에 대한 선택은 그들이 지닌 개인적인 신념이나 이념에 기반한 것이 거의 아니며,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는 정책을 선택한다.
비탈릭은 글에서 "정치인들이 올바른 이유로 이 일을 하는가?"라고 묻는데, 이는 너무나 높은 잣대라고 생각한다. 정치인이 어떠한 정책을 지지하는 이유가 자신이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것이라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만약 해당 정책이 나중에 인기를 잃으면 정치인들은 그 정책에 온 힘을 쏟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필자의 생각에 정치인의 임무는 지지자들과 유권자들의 의지를 반영하는 것이지, "올바른 이유로 이 일을 하는 것"이 아니다.
비탈릭은 훌륭한 사상가이며, 비탈릭이 쓴 이 글은 좋은 글이라고 생각한다. 정치가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비탈릭의 견해에 동의하지 않지만, 그의 반권위주의적 가치를 공유하며, 우리가 같은 정치적 결과를 원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단지 그 결과에 도달하는 방법에 대해 의견이 다를 뿐이다.
3.3 Coinbase의 yuga.eth
(아래의 내용은 본 내용을 요약한 것이니, 모든 내용을 보려면 참고 자료의 링크를 참조해 주세요.)
비탈릭이 최근에 게시한 “Against choosing your political allegiances based on who is ‘pro-crypto’.”라는 블로그 글에서, 암호화폐에 대한 정치인들의 입장만으로 그들을 지지하는 것은 근시안적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암호화폐의 근본 원칙인 프라이버시, 국제주의, 탈중앙화에 대한 중요성을 간과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내용인데, 필자는 비탈릭의 의견이 세 가지 측면에서 틀렸다고 생각한다.
먼저 프라이버시 측면이다. 비탈릭은 암호화폐 이외에도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는 기술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암호화폐에 반대하면서 프라이버시 보호 기술을 지지하는 정치인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국가 차원에서는 통제력을 강화하기 위해 프라이버시를 제한하려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정치인의 암호화폐에 대한 입장은 고로, 프라이버시 기술에 대한 입장으로 대입하여 볼 수 있다.
또 한 가지는 국제주의에 대한 생각이다. 비탈릭은 국제주의를 언급하지만, 이는 국가 정치에서 쉽게 채택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미국의 공직자들은 자국을 우선시해야 하는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국제주의는 지구촌 단위로 이루어야 할 숭고한 목표지만, 국가 정치에서는 실현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탈중앙화이다. 비탈릭은 AI와 관련하여 탈중앙화의 중요성을 언급하는데, 사실상 암호화폐를 지지하는 정치인들이 탈중앙화된 AI도 지지하는 모습을 보인다. 예를 들어, 바이든 행정부의 AI 관련 행정명령은 공룡 IT 회사들을 규제하려는 의도로 작성되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작은 AI 스타트업들의 발전을 느리게 할 수 있다. 따라서 탈중앙화의 원칙은 암호화폐와 중소 IT 회사들 모두에게 중요하며, 두 가지를 동시에 지지하는 정치인이 많다.
결론적으로, 비탈릭은 중요한 시점에서 스스로 혼란을 부추기고 있으며, 암호화폐의 발전을 위해서는 현재의 정치 시스템에 참여하고 정치적 방향성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3.4 Solana Labs의 Toly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민주주의에서 국민과 유권자를 대변하는 것은 곧, 정치의 유일하고도 옳게된 동력이다. 국민과 유권자들이 의견에 대한 정당한 이유, 프라이버시, 자유 등에 관심을 가지면 정치가 이를 반영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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