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크로스 프로토콜(Across Protocol)은 DAO 및 토큰 구조를 폐지하고 미국 C-Corp인 어크로스코(AcrossCo)로 전환하는 제안을 게시했다. ACX 토큰 홀더들에게는 1:1 비율의 주식 전환 또는 30일 평균 대비 25% 프리미엄인 $0.04375에 USDC로 바이아웃하는 두 가지 선택지가 제공된다.이 제안 발표 직후 ACX 가격은 약 85% 급등했으며, 시장은 "토큰에서 주식으로의 전환"이라는 내러티브 자체에 강하게 반응했다.
백팩(Backpack)의 토큰-주식 스테이킹과 코인베이스(Coinbase)의 벡터(Vector) 인수 과정에서 드러난 TNSR 홀더 소외 등 최근 사례들은 토큰과 주식 사이의 경계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편, 유니스왑(Uniswap)의 피(fee) 스위치, 스카이(Sky)의 바이백 프로그램, 아베(Aave)의 수익 공유 제안 등은 DAO 구조 내에서도 토큰에 경제적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 가능함을 보여주며, 토큰-주식 수렴이 유일한 해법이 아님을 시사한다.
어크로스의 실험은 단순한 개별 이벤트가 아니라, 크립토 프로젝트의 법적 구조와 토큰의 본질적 가치에 대한 업계 전체의 질문이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이다. 다만 그 해법은 단일하지 않으며, 프로토콜의 수익 구조와 비즈니스 모델에 따라 최적 경로가 달라진다.
Source: @AcrossProtocol
2026년 3월 11일, 크로스체인 인텐트(intent) 기반 브릿지 프로토콜 어크로스의 핵심 개발팀 리스크 랩스(Risk Labs)가 거버넌스 포럼에 "The Bridge Across"라는 제목의 제안을 게시했다. 골자는 현재의 DAO와 토큰 구조를 폐지하고, 미국법인(C-Corporation)인 어크로스코(AcrossCo)를 새로운 운영 주체로 전환하겠다는 것이었다.
ACX 홀더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주어진다. 첫째는 토큰을 어크로스코의 주식으로 1:1 비율로 전환하는 것이다. 500만 ACX 이상 보유자는 직접 주식으로 교환할 수 있고, 그 미만의 소규모 홀더는 수수료 없는 특수목적기구(SPV) 구조를 통해 참여할 수 있다. 다만 최소 교환 규모는 약 25만 ACX(약 $10,000 상당)로, 미국 증권법상의 실무적 제약에 따른 것이다. 둘째는 토큰을 USDC로 매도하는 바이아웃 옵션으로, 가격은 직전 30일 평균 거래가 대비 25% 프리미엄인 $0.04375이다. 바이아웃 창구는 제안 통과 후 약 3개월 이내에 열려 6개월간 유지될 예정이며, 프로토콜의 유동 자산(현재 시가총액과 대략 동일한 규모)으로 재원을 충당한다.
공동 창업자 하트 람버(Hart Lambur)는 X에 올린 장문의 글에서 자신이 원래 "토큰 맥시멀리스트"였음을 강조하면서도, 현재의 매크로 환경에서는 토큰을 보유하는 것이 도움보다 해가 더 크다고 진단했다. 어크로스가 법적 실체가 없는 상태에서 수많은 티어1 프로젝트들과 계약을 체결해왔지만, 모든 합의를 파운데이션을 경유해야 하는 구조가 전통 금융기관이나 크립토 인접 기업과의 비즈니스에서 실질적 장벽이 되어왔다는 것이다.
람버가 이 전환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이유는 어크로스의 방향성과도 관련이 있다. 그는 어크로스의 미래를 한마디로 "스테이블코인"이라고 요약했다. USDC, USDT를 넘어 USDH, USDe, PYUSD 등 수많은 스테이블코인이 난립하는 상황에서, 사용자가 달러를 옮기는 데 수수료를 내야 하는 현재 구조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사용자가 아니라 이자 수익을 올리는 자산 발행자가 비용을 부담해야 하며, 어크로스는 이미 하이퍼리퀴드(Hyperliquid)의 네이티브 스테이블코인 USDH와의 합의를 통해 이 모델을 구현했다. 아직 미공개인 두 건의 추가 파트너십도 같은 "무료 브릿징" 구조를 채택할 예정이며, 이런 종류의 딜은 프로토콜 외부의 법적 계약이 필수적이라는 것이 람버의 설명이다.
시장의 반응은 즉각적으로, 제안 발표 직후 ACX는 약 85% 급등하며 $0.06 수준에 도달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 급등이 프로토콜의 펀더멘털 변화가 아니라 "토큰이 주식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내러티브 자체에 대한 반응이라는 것이다. ATH인 $1.69 대비 여전히 96% 이상 하락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이 구조적 전환의 가능성에 프리미엄을 부여했다.
어크로스의 이번 제안이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이것이 고립된 이벤트가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수 개월간 크립토 업계에서는 토큰과 주식 사이의 경계를 재정의하려는 시도가 연이어 나타났다. 이 흐름들을 함께 놓고 보면, 하나의 구조적 전환이 진행 중임을 감지할 수 있다.
2026년 2월 23일, 솔라나 기반 거래소 백팩은 토큰 홀더들에게 회사 주식의 20%에 접근할 수 있는 스테이킹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1년간 토큰을 스테이킹하면 고정 비율로 주식를 교환받을 수 있는 구조다.
백팩의 토크노믹스가 흥미로운 이유는 기존 업계의 관행을 뒤집으려 했다는 점에 있다. TGE 시점에서 전체 공급량 10억 개 중 25%(2.5억 개)만 유통시키되, 그중 24%를 포인트 프로그램 참여자에게, 1%를 매드 래드(Mad Lads) NFT 홀더에게 배분한다. 팀 토큰은 IPO 이후 1년까지 락업된다. 페란테는 그간 크립토 업계에서 반복되어온 "인사이더 우선 배분 후 리테일에 덤핑"하는 패턴을 정면으로 비판하면서 이 구조를 설계했다고 밝혔다.
백팩이 어크로스와 다른 점은 방향이다. 어크로스는 토큰에서 주식으로 전환하는 것이고, 백팩은 토큰에 주식의 속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하지만 두 사례 모두, 토큰만으로는 홀더에게 충분한 가치를 전달하기 어렵다는 인식을 공유한다.
Source: @coinbase
반대의 사례도 있다. 2025년 11월, 코인베이스가 솔라나 기반 트레이딩 플랫폼 벡터를 인수했을 때, 벡터의 팀과 인프라는 코인베이스로 흡수되었지만 텐서 파운데이션(Tensor Foundation)과 TNSR 토큰은 독립적으로 남겨졌다. 표면적으로는 탈중앙화를 유지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벌어진 일은 달랐다. 벡터는 텐서의 소비자 대면 제품이었고 TNSR 토큰의 핵심 유틸리티를 구동하는 자산이었다. 인수 소식에 TNSR이 일시적으로 급등했지만, 주식 가치를 취한 것은 인수자인 코인베이스이고, 토큰 홀더는 핵심 자산을 잃은 채 거버넌스 권한만 남겨진 구조가 되었다.
이 상황을 두고 커뮤니티는 주식 홀더가 인수로 인한 가치를 포착하는 반면 토큰 홀더는 핵심 자산에 대한 보상 없이 박탈되는 구조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사례는 어크로스의 제안이 왜 토큰 홀더들에게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적어도 어크로스는 토큰 홀더에게 주식 전환의 기회를 명시적으로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위의 사례들만 놓고 보면, 토큰이 홀더에게 가치를 전달하는 데 구조적으로 실패해왔다는 결론에 쉽게 도달할 수 있다. 하지만 같은 시기에, DAO 구조를 유지하면서 토큰과 프로토콜 수익 사이의 직접적 연결고리를 구축하려는 시도들도 존재했다.
유니스왑(Uniswap)의 피 스위치(fee switch)가 대표적이다. 2025년 12월 25일, 유니스왑 DAO는 "UNIfication" 제안을 약 1.25억 UNI의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이 제안은 프로토콜 수수료 수익의 일부를 스마트 컨트랙트를 통해 UNI 토큰 바이백 및 소각 메커니즘에 배분하고, 트레저리에서 1억 UNI를 추가 소각하며, 유니스왑 랩스가 프론트엔드 수수료 징수를 중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법인 전환 없이, 온체인 메커니즘으로 토큰과 프로토콜 성공을 직접 연동한 가장 대규모 사례다. 2026년 2월에는 아비트럼, 베이스, 옵티미즘 등 8개 L2 네트워크로 피 스위치를 확대하는 추가 제안이 진행 중이며, 승인 시 연간 프로토콜 수익이 약 $6,100만까지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
주) 유니스왑의 피스위치는 TokenJar/Firepit 시스템으로, 프로토콜 수수료가 TokenJar에 축적되고 UNI 홀더가 자발적으로 UNI를 Firepit에서 소각하면 그에 상응하는 금액을 TokenJar에서 인출하는 구조다.
스카이(Sky, 구 MakerDAO)의 바이백 프로그램도 주목할 만하다. 스카이 프로토콜은 2025년 2월 이후 $1억 200만 이상을 투입해 SKY 토큰을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매입해왔으며, 이는 디파이에서 가장 크고 투명한 바이백 프로그램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스카이 프론티어 파운데이션은 2026년 총 프로토콜 수익을 약 $6억 1,150만으로 추산하며 이는 전년 대비 81% 성장한 수치다. 프로토콜 이익은 전년 대비 198% 증가한 $1억 5,780만으로 예상된다. DAO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수익-토큰 가치 정렬을 이루고 있는 대표적 사례다.
아베(Aave) 역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2026년 1월, 아베 랩스 창업자 스타니 쿨레초프(Stani Kulechov)는 프로토콜 외부에서 발생하는 수익(프론트엔드 앱, 스왑 통합, 기관 대출 상품 등)을 AAVE 토큰 홀더와 공유하겠다는 공식 제안을 예고했다. 다만 이 과정은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2025년 12월, DAO 멤버들이 프론트엔드 수수료가 DAO 트레저리가 아닌 아베 랩스로 향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면서 거버넌스 분쟁이 촉발되었고, 수익 공유 제안은 이 갈등을 봉합하기 위한 조치이기도 하다. 이는 DAO 거버넌스가 실제로 작동할 때 토큰 홀더의 권리가 보호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거버넌스 과정의 마찰 비용 또한 드러내는 양면적 사례다.
이러한 사례들이 2026년 초에 집중적으로 등장하는 것에는 구조적 변화의 맥락이 있다.
규제 측면에서의 변화로는, SEC는 2026년 1월부터 크립토 기업을 위한 혁신 면제(innovation exemption) 프로그램을 가동한 것을 들 수 있다. DTCC가 토큰화 서비스의 파일럿 운영을 3년간 허가받은 것, 나스닥(Nasdaq)이 토큰화된 증권 거래를 위한 신청서를 제출한 것도 같은 흐름이다. 규제 불확실성이 줄어들면서, 프로토콜들이 전통적 법인 구조를 택하는 데 따르는 리스크가 크게 낮아졌다. 동시에, 이 규제 완화는 어크로스처럼 토큰을 폐지하는 방향뿐 아니라, 유니스왑처럼 피 스위치를 활성화하는 방향에도 동일하게 기여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유니스왑의 UNIfication 제안이 명시적으로 겐슬러 SEC 하에서의 규제 적대적 환경이 변화했음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또한 DAO 구조의 한계에 대한 업계의 피로도가 누적되었다. 아베 창업자 쿨레초프가 DAO의 내부 작동 방식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디파이 커뮤니티 전체에 논쟁을 촉발한 것도 이 시기다. 집행 가능한 계약을 체결할 수 없고, 법적 상대방이 존재하지 않으며, 기업 파트너와의 협업에 구조적 마찰이 생기는 문제는 어크로스만의 것이 아니다. 그러나 이것이 업계 전체의 다수 의견인지, 특정 유형의 프로토콜에 집중된 문제인지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스카이(Sky)나 유니스왑처럼 온체인 수수료 기반 수익 모델이 잘 작동하는 프로토콜에서는 DAO 구조의 한계가 상대적으로 덜 부각되고, 어크로스처럼 오프체인 B2B 계약에 대한 의존성이 더 강한 프로토콜에서 이 문제가 더 돋보인다.
이 모든 사례를 관통하는 하나의 질문이 있다. 토큰은 무엇인가?
거버넌스 토큰은 이름 그대로라면 투표권이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거버넌스 토큰 홀더는 투표에 참여하지 않으며, 토큰의 시장 가격은 프로토콜의 거버넌스 품질과 거의 무관하게 움직인다. 유틸리티 토큰이라 불리는 것들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경우, 토큰의 "유틸리티"는 프로토콜 사용에 필수적이지 않으며, 있어도 없어도 서비스 이용에 큰 차이가 없다.
이 상황에서 토큰은 배당도, 의결권도, 잔여재산청구권도 명확하지 않은 "유사 증권"이다. 주식이라면 당연히 가져야 할 권리가 토큰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것이 토큰의 구조적 할인(structural discount)을 만들어내고, 프로토콜의 실제 가치와 토큰의 시장 가치 사이에 괴리를 발생시킨다.
그러나 이 진단에는 숨겨진 전제가 있다. "토큰 홀더에게 가치를 전달하려면 법적 권리(주식)가 필요하다"는 가정이 그것이다. 이 전제는 당연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실제로는 증명이 필요한 명제다. 왜냐하면 온체인 메커니즘을 통해 법적 권리 없이도 경제적 가치를 전달하는 경로가 존재하며, 2025~2026년에 이 경로가 실제로 활성화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일례로 피 스위치(fee switch) 모델을 들 수 있다. 유니스왑의 사례에서 보듯, 프로토콜 수수료의 일부를 스마트 컨트랙트를 통해 자동으로 토큰 소각에 연결하면, 토큰 보유자는 법적 배당을 받지 않더라도 공급량 감소를 통한 경제적 이익을 얻는다. 이는 디파이 블루칩 토큰 중 가장 중대한 토큰 이코노믹스 변화 중 하나로 평가받으며, UNI 토큰과 프로토콜 수익·거래 활동 사이에 보다 직접적인 연결고리를 만들었다. 이 메커니즘은 코드로 실행되므로 이사회의 배당 결정이나 법적 강제력에 의존하지 않는다. 오히려 법적 권리보다 더 확정적인 메커니즘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스마트 컨트랙트는 이사회의 재량적 판단 없이 조건이 충족되면 자동으로 실행되기 때문이다.
바이백-소각 모델 역시 마찬가지다. 프로토콜 수익으로 시장에서 토큰을 매입한 뒤 소각하는 것은 주식 시장의 자사주 매입과 경제적으로 동등한 효과를 갖는다. 차이가 있다면, 자사주 매입은 이사회 결의에 의존하지만, 온체인 바이백은 거버넌스 투표로 파라미터를 설정하면 자동 실행된다는 점이다.
이렇게 보면, 토큰의 "구조적 할인"은 두 가지 서로 다른 원인에서 비롯될 수 있다. 첫째는 설계의 부재다. 피 스위치, 바이백 등 가치 전달 메커니즘을 아예 도입하지 않은 경우이며, 이때의 해결책은 메커니즘 도입이지 반드시 주식 전환이 필요하지 않다. 둘째는 형태의 한계다. 메커니즘이 존재하더라도, 법적 강제력, 기업 정보 접근, 잔여재산청구권 등이 부재하여 투자자 보호가 불충분한 경우이며, 이때는 법인 전환이 합리적 선택이 될 수 있다.
어크로스의 경우, 브릿지 프로토콜이라는 특성상 수수료 수익이 점차 0에 수렴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지향하고 있으므로, 피 스위치 같은 온체인 가치 전달 메커니즘이 작동하기 어렵다. 프로토콜 수수료가 아닌 B2B 계약에서 수익이 발생하는 구조에서는 법적 실체가 있는 법인이 필수적이며, 이 맥락에서 어크로스의 선택은 합리적이다. 다만 이것은 토큰의 구조적 한계로 일반화하기보다 어크로스의 특수한 비즈니스 모델에서 토큰의 한계로 한정하여 해석하는 것이 보다 정확하다.
어크로스와 백팩과 같이 주식을 택한 이들은 토큰이라는 형태만으로는 홀더에게 프로토콜의 가치를 온전히 전달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유니스왑과 아베 등은 적절한 메커니즘이 설계되면 토큰도 주식에 준하는 가치 전달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음을 보여주려 시도하고 있으며, 차이는 "토큰이냐 주식이냐"의 형태가 아니라 "가치 전달 메커니즘이 존재하느냐"의 설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반대 방향의 질문도 가능하다. 토큰에 주식의 속성을 부여하거나, 토큰을 주식으로 전환하는 것이 크립토의 근본 가치인 탈중앙화와 양립할 수 있는가? 어크로스의 경우, 어크로스코라는 중앙화된 법인이 IP를 소유하고 개발과 사업을 주도하게 된다. 프로토콜 인프라 자체는 오픈되고 허가 없이 접근 가능한 상태를 유지한다고 하지만, 경제적 가치의 포착 구조가 전통적 기업과 동일해진다.
결국, 토큰-주식 수렴은 단일한 방향이 아니라 양방향에서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 토큰이 주식으로 가는 경로와, 주식이 토큰의 형태로 발행되는 경로가 동시에 존재한다. 여기에 더해, 토큰이 토큰으로 남으면서도 피 스위치 등을 통해 주식에 준하는 가치 포착 기능을 갖추는 세 번째 경로도 부상하고 있다. 이 세 흐름이 만나는 지점에서, 토큰과 주식의 구분보다 "가치 전달 메커니즘의 유무"가 더 본질적인 구분선으로 떠오르고 있다.
Source: @RyanSAdams
뱅크리스(Bankless)의 라이언 션 애덤스(Ryan Sean Adams)는 어크로스가 투자자의 이익을 최우선에 놓은 점에 경의를 표하면서도, 크립토 네이티브 팀이 "토큰을 보유하는 것이 해가 더 크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는 사실 자체가 업계의 현주소를 반영한다고 짚었다. 그는 현재 토큰에 권리도, 정렬(alignment)도, 수탁 의무(fiduciary responsibilities)도 없으며 시장이 그에 맞게 할인을 적용하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오늘 우리는 토큰에서 후퇴하고 있다. 언젠가 되찾을 수 있겠지만, 오늘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 시각은 어크로스 제안에 대한 지지이면서 동시에 업계 전체에 대한 자기비판이기도 하다.
비슷한 맥락에서, 시아 리서치(Theia Research)의 펠리페 몬테알레그레(Felipe Montealegre)는 어크로스의 움직임을 몰포(Morpho), 유니스왑, 아베, 카미노(Kamino) 등 토큰 홀더를 적절히 대우하는 프로토콜들의 흐름에 놓고 평가했다. 그는 점점 더 많은 프로젝트가 "올바른 일"을 선택하고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고 언급했다.
Source: @Defiignas
반면, 리서처 디파이이그나스(DefiIgnas)는 이 제안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토큰을 주식로 전환하는 것이 크립토의 핵심 가치, 즉 누구나 어디서든 투자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을 훼손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미국 투자자 중 500만 ACX 미만 보유자는 적격 투자자(accredited investor) 자격을 갖춰야 주식 교환에 참여할 수 있다. ACX가 DEX에서 자유롭게 거래되지 않게 되고, 혹시 미래에 IPO가 일어나더라도 그 유동성은 전통금융 쪽으로 넘어가게 된다는 점도 이그나스의 우려 사항이다. 그는 방향이 반대여야 한다고 봤다. 주식를 토큰화하는 것이 업계의 진보이지, 토큰을 주식로 되돌리는 것은 퇴보라는 것이다.
다만 이그나스도 전환의 이유 자체는 설득력이 있다고 인정했다. 토큰이 저평가되어 있고, 법적 실체 없이는 효과적인 BD가 불가능하다는 문제 제기에는 공감하면서도, 이것이 다른 DAO들의 트렌드로 번져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특히 폴리마켓이 토큰 발행 자체를 건너뛰는 시나리오에 대한 우려도 함께 표했다.
Source: @masonnystrom
판테라 캐피탈(Pantera Capital)의 메이슨 니스트롬(Mason Nystrom)은 이 논쟁을 한 단계 높은 수준에서 정리했다. 그는 기업과 토큰이 단일 자산 모델로 수렴하고 있으며, 현재 두 가지 경로가 제시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나는 어크로스처럼 토큰에서 주식로 가는 경로로, 인수합병이 용이하고 전통 파트너십의 법적 구조를 갖추기 쉽지만 공개 시장의 유동성을 잃게 된다. 다른 하나는 유니스왑이나 몰포처럼 주식에서 토큰으로 가는 경로로, 넓은 유동성과 이해관계자 기반의 이점이 있지만 시장을 지배하는 프로토콜에 유리한 구조다. 니스트롬의 이 프레임은 앞서 4장에서 다룬 "양방향 수렴"의 논지와 정확히 겹치며, 어크로스의 사례가 단일 프로젝트의 문제가 아닌 업계 전체의 구조적 전환점임을 확인시켜준다.
어크로스 프로토콜의 이번 제안은 크립토 업계에 오랫동안 암묵적으로 존재해왔지만 아무도 정면으로 말하지 않았던 문제를 건드린다. 대부분의 거버넌스 토큰은, 솔직히 말해, 홀더에게 프로토콜의 경제적 가치를 전달하는 데 실패해왔다.
그 실패의 원인에 대해서는 보다 정밀한 진단이 필요하다. 토큰이라는 그릇 자체가 가치를 담기에 구조적으로 부족한 것인지, 아니면 그릇에 내용물을 담는 메커니즘이 설계되지 않은 것인지는 별개의 문제다. 유니스왑의 피 스위치, 스카이의 바이백 프로그램, 아베의 수익 공유 제안은 후자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적절한 메커니즘이 설계되면, 주식이라면 당연히 수반되는 법적 보호, 배당 가능성, 잔여재산청구권이 없더라도, 스마트 컨트랙트를 통한 자동 수익 분배가 이를 부분적으로 대체할 수 있다.
반면, 어크로스처럼 프로토콜 수수료가 아닌 오프체인 B2B 계약에서 수익이 발생하는 구조에서는 온체인 메커니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 경우, 법적 실체를 갖춘 법인으로의 전환과 토큰의 주식 전환이 합리적 선택이 된다. 이 간극을 "탈중앙화의 정신"이나 "커뮤니티의 힘"이라는 수사로 메워온 것이 지난 몇 년간의 현실이었고, 시장은 그에 대해 구조적 할인으로 답해왔다.
결국 "토큰인가 주식인가"는 이분법적 질문이 아니다. 프로토콜의 수익 구조와 비즈니스 모델에 따라 최적 경로가 달라진다.
온체인 수수료 기반 수익이 핵심인 프로토콜에서는 피 스위치와 바이백이 토큰의 가치 전달 메커니즘으로 기능할 수 있다. 글로벌 접근성과 무허가 참여가 핵심 가치인 경우, 토큰 구조를 유지하면서 메커니즘을 보강하는 것이 더 적합하다.
오프체인 B2B 계약 수익이 핵심인 프로토콜에서는 법적 실체가 필수적이며, 토큰에서 주식으로의 전환이 합리적이다. 전통 금융기관과의 계약, 기업 파트너십, IP 소유권이 비즈니스의 핵심 경쟁력인 경우 이 경로가 적합하다.
어크로스의 정식 거버넌스 투표는 4월 초에나 진행될 예정이지만, 제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매우 높게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며 이 제안이 촉발한 논의의 방향성 또한 명확하다. 토큰의 가치는 프로토콜의 성공에 연동되어야 하며, 그 연동의 메커니즘은 추상적 약속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실행 가능한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메커니즘이 법적 권리(주식)의 형태를 띠는지, 스마트 컨트랙트(피 스위치)의 형태를 띠는지, 또는 네트워크 유틸리티(가스/스테이킹)의 형태를 띠는지는 각 프로토콜의 조건에 따라 다르다.
한 가지는 분명하다. 토큰이 홀더에게 아무런 구체적 가치를 전달하지 못하면서 탈중앙화의 이름으로 존재하는 시대는,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