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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년 12월 15일 · 19분 분량
    2026 Outlook: Restructuring - 스티브의 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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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ey Takeaways

    • 스마트 컨트랙트 플랫폼의 성장 단계는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고 본다. 첫 번째는 시장의 관심을 얻는 관심 단계, 두 번째는 그 관심이 실질적인 기대와 투심으로 전환되는 하이프 단계, 마지막은 단기적인 열풍을 넘어 시장의 기대를 충족시키며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구축하는 성숙 단계다. 이러한 기준으로 보면 현재 성숙 단계에는 이더리움과 솔라나가 위치해 있으며, 하이프 단계에는 수이와 하이퍼리퀴드, 그리고 관심 단계에는 모나드와 리알로가 있다고 판단된다. 앞으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수이와 하이퍼리퀴드, 그리고 모나드와 리알로가 각각 다음 단계로 진입할 수 있는가이다. 수이와 하이퍼리퀴드는 생태계 확장에 더욱 집중해야 하며, 모나드와 리알로는 자신들만의 명확한 차별적 가치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 크립토라는 자산군도 이제 펀더멘탈이 실제로 구축되기 시작하는 전환점에 들어섰다고 본다. 특히 SEC의 토큰에 대한 스탠스가 점차 명확해지면서, 그동안 ‘밈코인’ 취급을 받던 앱 토큰들까지도 매출 기반 토큰 바이백 모델을 통해 앱의 매출과 토큰의 가치가 연동되기 시작했다. 이는 토큰의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을 한층 더 명확하게 만들었다. 더 나아가 스마트 컨트랙트 플랫폼들 역시 단순한 거버넌스 및 트랜잭션 수수료를 넘어, 생태계 성장과 토큰 가치가 직접 연결되는 구조를 실험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어떤 플랫폼이 얼마나 탄탄한 펀더멘탈을 구축해 나갈지가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 마지막으로,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도 큰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테더와 써클의 양강 구도였지만, 앞으로는 각 메인넷이 자체 스테이블코인의 발행·성장에 적극 나설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스테이블코인 비즈니스를 통해 확보한 수익을 다시 생태계에 환원하는 움직임도 강화될 것이다. 특히 브릿지가 제시한 Stablecoin-as-a-Service 모델은 각 생태계가 자체 스테이블코인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걸림돌로 작용해왔던 문제들을 해소해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제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자가 체인을 만들고, 체인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는 시대가 열린 셈이다. 그렇다면 이 경쟁의 끝은 어디로 향하게 될까?


    1. 초기의 관심을 벗어나, “하이프” 단계와 “성숙”단계에 진입할 수 있는 스마트 컨트랙트 플랫폼들은 무엇이 있을지 주목하자.

    스마트 컨트랙트 플랫폼의 성장 과정은 대체로 세 가지 단계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시장의 관심을 얻는 ‘관심 단계’, 두 번째는 그 관심이 실질적인 기대와 투심으로 전환되는 ‘하이프 단계’, 마지막은 시장의 기대를 충족시키고 단기적인 열풍을 넘어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구축하는 ‘성숙 단계’다.

    하지만 냉정히 말해, 현재 시장에서 ‘성숙 단계’에 진입했다고 평가할 수 있는 스마트 컨트랙트 플랫폼은 이더리움(Ethereum) 과 솔라나(Solana) 두 곳뿐이다. 그 외의 플랫폼들은 초기에는 시장의 주목을 받는 데 성공했지만 아직 지속 가능성을 입증하지 못한 ‘하이프 단계’에 머물러 있거나, 시장의 기대는 존재하지만 뚜렷한 성과나 실체를 보여주지 못한 ‘관심 단계’에 머물러 있다.

    더 나아가, 현재 메인넷 출시를 준비 중인 다수의 인프라 프로젝트들은 이 단계들조차 밟지 못한 채, 시장으로부터 철저히 외면받는 현실에 놓여 있다. 필자 역시 이번 글에서는 그러한 프로젝트들을 굳이 언급하지 않겠다.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이미 그 생명 주기를 다한 프로젝트들이라 보기 때문이다.

    이에, 이번 글에서는 ‘하이프 단계’와 ‘관심 단계’에 머물러 있는 주요 스마트 컨트랙트 플랫폼들이 어떤 특징을 지니고 있으며, 이들이 어떻게 ‘성숙 단계’로 나아갈 수 있을지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


    1.1 하이프 단계에 진입한 인프라: Sui, HypeEVM

    이번 상승 사이클에서 시장의 가장 큰 하이프를 받았던 인프라 두 개를 꼽는다면, 그것은 바로 수이와 하이퍼리퀴드일 것이다. 이 둘은 거의 대부분의 측면(설계 철학, 전략, 비전등에서)에서 완전히 다른 접근법을 취하고 있지만 각자만의 방식으로 성공적인 하이프를 만들어내는데에 성공했다. 각각의 플랫폼들을 살펴보면서, 이들이 어떻게 하이프 단계에 진입했는지를 살펴보자.

    1.1.1 수이: 계획 경제 방식의 성장, 새로운 플레이북을 제시하다

    필자는 블록체인을 종종 ‘국가’에 비유하곤 한다. 블록체인 생태계는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경제 생태계이며, 사람들이 모여 거버넌스적 결정을 내리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국가와 닮아 있다. 그렇다면 블록체인의 성장 방식 역시 국가의 성장 방식과 유사할 수 있지 않을까? 필자는 수이(Sui)의 성장 전략이 바로 그런 국가적 성장 모델과 닮아 있다고 본다. 특히 한국이나 싱가포르처럼, 초기에는 국가 주도로 경제 인프라를 확충하고 이후 민간 주도로 경제를 성장시킨 사례가 그렇다.

    수이는 무브(Move)라는 새로운 프로그래밍 언어를 만들고, 모든 기술을 독자적으로 설계함으로써 혁신적인 기술력을 확보했다. 그러나 동시에 이러한 독자성은 생태계 확장에 장애물이 되었다. 누군가 수이 위에서 의미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려면, 먼저 수이의 기술을 깊이 이해해야 하고, 그 과정에는 시간적·인적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초기 단계에서 빌더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어떻게 생태계를 키울 수 있을까? 정답은 명확했다. 수이를 가장 잘 아는 주체, 즉 미스텐랩스(Mysten Labs)가 직접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다.

    실제로 미스텐랩스는 개발도상국의 정부가 도로와 전력을 확충하듯, 초기부터 핵심 인프라를 직접 설계하고 배포했다. 대표적으로 유동성 레이어인 딥북(DeepBook), 데이터 마켓플레이스인 월루스(Walrus), 그리고 아이덴티티 레이어인 수이 네이밍 서비스(SuiNS)가 있다. 이들은 단순한 인프라 구축을 넘어, 자사 프로덕트의 토큰을 커뮤니티에 대규모로 에어드롭함으로써 생태계 참여자들에게 명확한 보상을 제공했다. 이러한 전략은 업계 전반으로 퍼져나가며 화제를 일으켰고(이러한 전략의 성공은 앱토스나 스토리 같은 다른 레이어1도 비슷하게 모방하며 수이의 전략이 새로운 플레이북이 되었음을 증명하게 되었다), 새로운 유저들이 대거 수이 생태계에 편입되었다. 그 결과, 커뮤니티의 활발한 참여와 기술적 기대감이 맞물리며 수이는 본격적인 ‘하이프’ 단계에 진입하는 데 성공했다.

    1.1.2 하이퍼리퀴드: 하나의 킬러 앱이면 충분하다

    반대로 하이퍼리퀴드(Hyperliquid)는 생태계 전체가 아닌, 단 하나의 앱, 즉 거래소에 집중했다는 점에서 수이와 정 반대의 전략을 채택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필자는 이 업계에서 명확히 증명된 PMF(Product Market Fit)는 세 가지뿐이라고 본다 — 스테이블코인, 거래소, 그리고 토큰 비즈니스. 하이퍼리퀴드는 이 중 거래소와 토큰 비즈니스를 결합하여 성공적인 하이프를 만들었다. ‘탈중앙화된 바이낸스(Decentralized Binance)’라는 슬로건 아래 수많은 자산을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고, VC 물량 없이 초기부터 충성도 높은 사용자들에게 토큰의 상당수를 분배했다. 이 전략은 마치 종교와도 같은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또한 하이퍼리퀴드는 ‘거래소’라는 검증된 모델을 기반으로, 매출이 발생하면 토큰을 바이백(buyback) 하는 구조를 도입했다. 덕분에 대규모 에어드롭 이후에도 토큰 가격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었을 뿐 아니라, TGE 대비 10배 이상의 상승을 이루며 커뮤니티의 결속을 더욱 강화했다. 이러한 결과는 단순한 토큰 가격 상승을 넘어, 유저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냈다.

    이로써 하이퍼리퀴드는 더 이상 에어드롭이나 포인트 인센티브 없이도 유저들이 자산을 거래하는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필자가 글을 쓰는 시점에도 하이퍼리퀴드는 프로토콜 매출 기준 1~2위를 다투는, 블록체인 업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프로덕트 중 하나가 되었다. 나아가 ‘매출과 바이백’이라는 실질적 경제 모델을 새로운 트렌드로 만들며, 결국 수이와 마찬가지로 자신만의 방식으로 ‘하이프(hype)’ 단계에 진입하는 데 성공했다.

    1.1.3 생태계, 생태계, 생태계: 이 둘 모두가 직면한 문제.

    수이와 하이퍼리퀴드는 성격도, 성장 방식도 다르지만 공통점은 분명하다. 이번 시장 사이클에서 새롭게 부상한 블루칩 블록체인 인프라라는 점, 그리고 모두 ‘하이프(hype)’에는 성공했지만 생태계 조성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어, 아직까지 “성숙”단계에 진입했다고 보기에는 어렵다는 점이 바로 그것들이다.

    먼저 수이를 보자. 수이에는 백여개의 앱들이 존재하지만, 정작 유저들이 ‘수이 생태계’ 하면 떠올릴 만한 대표적인 서비스는 많지 않다. 그나마 손꼽히는 곳이라면 시투스(Cetus), 수이랜드(Suilend), 블루핀(Bluefin), 프라임머신(Prime Machine) 정도다. (물론 이것이 다른 빌더들의 노력을 폄하하려는 뜻은 아니다.) 다만 냉정히 보았을 때, 이들이 수행하는 비즈니스 모델은 “수이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은 아니다. 예컨대 수이랜드가 수이의 기술적 특성을 활용해 UX를 개선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자체가 수이에서만 구현 가능한 모델이라고 보긴 어렵다. 결국 수이는 초창기에 미스텐랩스의 주도적 전략 덕분에 빠르게 가치를 높이고, 생태계 전반의 TVL과 매출을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고 할 수 있지만, 이후 눈에 띄는 성장을 이어간 ‘순수 생태계 주도형 빌더’는 거의 부재하다. 또 다른 DEX, 또 다른 렌딩 프로토콜이 아닌, 수이의 독자적 인프라를 십분 활용하여 수이에서만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보여주는 프로젝트가 아직 본격적으로 등장하지 않았다는 점이 현재 수이의 구조적 한계로 남아 있다.

    물론 이카(IKA)와 같은 인프라 프로젝트도 수이 생태계에 빌딩되고있고, 다양한 기술들을 소개하고 있지만 이들도 수이를 대표하는 생태계 프로젝트의 느낌은 아직까지 내고있지 못하다. 지금 수이 생태계 프로젝트들 중에서 미스텐랩스가 만든 인프라를 제외하고는 가치가 $1B은 커녕 $500M에 도달한 것조차 찾아보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수이의 생태계가 이렇게 성장을 못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필자가 봤을 때 수이의 생태계가 성장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수이를 만든 미스텐랩스가 계속해서 프로덕트를 만들고 있고, 때로는 이 프로덕트가 생태계 플레이어들과 직접 경쟁하는 프로덕트라는 부분이있다.

    물론 미스텐랩스가 초창기에 좋은 퀄리티의 프로덕트를 내줬기 때문에 수이가 성장할 수 있었지만, 과연 언제까지 미스텐랩스 주도로 수이 생태계가 성장할 수 있을까? 폭발적인 성장을 경험한 개발도상국들의 처음은 전부 국가주도의 성장이었을지 몰라도, 그 이후엔 민간이 주도해서 국가의 경제를 이끌어나갔듯, 수이도 언젠가는 생태계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수이 생태계를 확장해나가야 할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수이는 그 시점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할 필요가 있어보인다. IKA의 파운더인 데이빗이 주장했듯, 미스텐랩스가 언제 어떤 프로덕트를 추가적으로 만들지 모르는 상황에서, 개발자들이 그런 수이 생태계를 매력적이라고 느끼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신들이 만드는 프로덕트에 대한 경쟁 프로덕트를 미스텐에서 만들어버리면 애초에 기울어진 운동장이 되기 때문이고, 이러한 불확실의 리스크를 빌더 입장에서 지고 가는 것 자체가 큰 위험요소기 때문이다).

    Source: Messari

    하이퍼리퀴드(Hyperliquid) 역시 예외는 아니다. 이들은 자사 토큰인 $HYPE를 강력한 디플레이션 자산으로 만드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정작 HyperEVM 생태계를 지속가능하게 유지하는 데에는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HyperEVM 생태계 내 주요 토큰들의 가격 흐름을 보면, 런칭 이후 대부분이 지속적인 하락세를 그리고 있으며, 이는 커뮤니티가 HyperEVM의 장기적 비전에 회의적인 시선을 갖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이러한 문제의 근본 원인은 하이퍼리퀴드 코어(거래소)와 HyperEVM 생태계의 단절에 있다. 하이퍼리퀴드 코어는 이미 성공한 프로덕트로, 충성도 높은 트레이더층을 확보하고 있지만, 이들이 굳이 HyperEVM으로 자본을 옮길 이유는 크지 않다. 애초에 양측의 유저 페르소나가 다르기 때문이다. 파생상품 거래에 집중하는 트레이더들이 자산을 묶거나 NFT를 구매하는 행위에 흥미를 느낄 가능성은 낮다. HyperEVM이 처음 런칭될 당시, 하이퍼리퀴드 코어의 유저가 자연스럽게 생태계로 유입될 것이라 기대했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시간이 지나며 HyperEVM의 하이프는 점점 식어가고 있다.

    이 하락세의 정점은, 최근 하이퍼리퀴드 팀이 코어 테스트넷에 BLP(BorrowLendingProtocol)로 추정되는 기능을 시험 중이라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드러났다. 만약 이 기능이 실제로 코어에 통합된다면, HyperEVM 내 렌딩 프로토콜들은 하이퍼리퀴드 코어의 기능과 직접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러한 결정은 단기적으로는 $HYPE의 토큰 가치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HyperEVM 생태계 전체에는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생태계 프로젝트들이 코어팀과 시장을 두고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질문은 남는다. 수이와 하이퍼리퀴드는 어떻게 이 생태계적 한계를 돌파할 것인가?

    미스텐랩스는 언제쯤 중앙집중적 주도 대신, 유능한 빌더들을 ‘킹메이킹(king-making)’하여 진정한 생태계 자립을 이끌 수 있을까? 하이퍼리퀴드는 왜 코어 레벨에서 렌딩 프로토콜을 개발하고 있으며, 이러한 선택이 HyperEVM과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까?

    그 답은 시간이 말해주겠지만, 만약 이들이 지금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 수이는 “그저 그런 스마트컨트랙트 플랫폼”, 하이퍼리퀴드는 “매출만 잘 나오는 탈중앙 거래소”로 머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이들이 고민하는 수준의 문제조차 논의할 수 없는 프로젝트가 시장의 9할이라는 점은 더 큰 아이러니이자 현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프로젝트 모두 이 난관을 현명하게 돌파해 이 시장에 좋은 선례를 남겨주는 것이 업계 전반에 이롭다. 하지만 아직까지 실망하기엔 이르다. 지금은 “성숙”단계에 진입한 솔라나 역시 하이프 단계에 있을 때 FTX 사태를 겪으며 거의 빈사상태까지 다녀왔기 때문이다. 이더리움 역시도 비슷한 위기가 있었다. 성장통은 어떤 생태계든 반드시 겪어야 하는 과정이다.

    1.2 주목 단계에 진입한 인프라: Monad, Rialo

    수이와 하이퍼리퀴드는 이미 TGE도 끝냈고, 성숙단계에 진입하느냐 마느냐의 논의가 진행될 수 있을 정도로 나름대로의 성공을 거두고 있는 프로젝트라면, 아직 TGE 전 단계지만, 시장의 관심은 받고있고 훗날 수이와 하이퍼리퀴드처럼 성장할 수 있는 프로젝트들도 있다. 필자의 관점에서는 모나드(Monad)와 리알로(Rialo)가 바로 그것들이다. 하나씩 살펴보자.

    1.2.1 비판도 관심이다, 초기의 마인드셰어를 확실히 잡은 모나드

    최근 크립토 시장에서 모나드(Monad)만큼 강렬한 관심을 받은 프로젝트는 드물다.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는 이들도 있고, 기대가 과도하다고 지적하는 이들도 있지만, 아직 TGE(토큰 생성 이벤트) 이전 단계에 있는 모나드에게는 이러한 ‘관심 그 자체’가 곧 자산이다. 이 시장에서 관심은 곧 가치이기 때문이다. 현재 업계에서 모나드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으며, 대부분은 그들의 메인넷 런칭을 주시하고 있다. 물론 그 기대가 반드시 긍정적인 의미만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시장의 시선이 집중되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모나드는 여느 pre-TGE 프로젝트들과 비교해 훨씬 유리한 위치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모나드가 앞서 언급한 수이나 하이퍼리퀴드처럼 시장에서 “하이프”있는 프로젝트로 자리매김 하려면, 에코시스템 구축은 차치하더라도 모나드만이 가진 차별점을 확실하게 보여줘야한다. 수이가 수이만의 플레이북을 만들고, 하이퍼리퀴드가 하이퍼리퀴드만의 플레이북을 만들었듯, 모나드도 모나드만의 확실한 차별점이 필요해보인다. 물론 모나드는 “기술”을 이야기 하지만, 기술을 내세웠던 수이조차도 기술만으로는 하이프를 만들기엔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에 구체적인 전략을 세우고 에어드롭을 받은 유저들이 단순히 토큰을 팔고 떠나는 것이 아닌, 모나드 생태계에 자본을 묶어두고 추가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들을 모색할 수 있도록 다양한 장치들을 마련하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그래도 모나드가 수이나 하이퍼리퀴드에 각각 비교했을 때 비교적으로 우세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수이와 비교했을 땐, 방대한 개발자 커뮤니티에 접근할 수 있다(EVM 개발자 생태계)는 장점이 있고, 하이퍼리퀴드와 비교했을 땐 비교적으로 이해관계가 일치된다는 점이 있을 수 있다(하이퍼리퀴드는 코어의 유저와 HyperEVM 유저간에 괴리가 있다보니). 그 각각의 장점을 잘 활용하고, 앞선 두 프로젝트의 선례를 잘 학습하여 자신들만의 플레이북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모나드도 충분히 하이프 단계에 도달할 수 있는 인프라 프로젝트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희망해본다.

    1.2.2 혁신이 가진 파괴력 그 자체, 리알로

    모나드가 시장의 관심을 이끌어내는데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다면, 리알로(Rialo)는 기술 그 자체로 승부를 본다. 업계에서 “기술”이야기 하면 흔히들 이야기 하는 TPS나 지연시간(Latency)같은 진부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리알로는 기존 블록체인의 설계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기존에는 새로운 블록체인이 등장하면 이에 따른 필수 인프라로 “오라클, 브릿지”같은 것들이 언급되고는 했다. 하지만 리알로는 이러한 인프라의 수요가 본질적으로 왜 필요한지에 대해서 의구심을 제기한다. 처음 블록체인이 등장했던 시기에는 블록에 담을 수 있는 데이터가 극도로 제한되었기 때문에 제3자에게 다양한 역할들을 분담하는 것이 당연했지만, 이제는 블록 공간이 넉넉하고 체인 자체적으로 다양한 외부 데이터를 가져올 수 있는 능력이 충분하다.

    만약 오라클이 체인 외부에 있는 데이터를 체인으로 가져오는 것이고, 브릿지란 다른 체인에 있는 데이터를 자신의 체인으로 가져오는 것에 불과하다면, 리알로는 “굳이 제 3자에 의존하지 않고, 체인이 직접 수행할 수 있다.”는 새로운 설계 철학을 제시한다. 이는 기존에 블록체인들이 가지고 있었던 설계철학을 뒤집는 접근법으로, 여태까지 정적이었던 블록체인이 동적인 블록체인으로 바뀌는 새로운 시도이기 때문에 그 자체만으로도 주목할만한 프로젝트라는 생각이다.

    리알로가 이론대로 작동하기만 한다면, 리알로를 활용해서 만들어질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의 종류는 그야말로 무궁무진해진다. 예를 들어서 CEX와 DEX 통합 어그리게이터가 있다. 리알로는 HTTPS/REST API를 스마트 컨트랙트에서 직접 호출할 수 있기 때문에 유저가 직접 CEX를 가지 않아도 API 호출로 매수를 체결하고 출금을 할 수 있다. 이와 동시에 다른 체인에 있는 DEX도 API 호출로 제어할 수 있기 때문에 실시간으로 CEX와 DEX에서 최적의 가격을 찾아 유저에게 제공할 수 있는 기능이 구현될 수 있다.

    이미 리알로는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리알로기 때문에 가능한”앱들이 구현될 수 있는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게 얼마나 “실현가능하냐” 여부에 따라서 “주목”단계에서 “하이프”단계로 넘어갈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리알로는 이론과 현실의 괴리가 얼마나 크냐 아니냐에 따라서 평가가 갈릴 것으로 사료된다. 만약 리알로가 성공적인 론칭을 한다면, 앞으로 나올 블록체인은 대부분 리알로의 설계 철학을 따를 것으로 보인다.

    2. 이제는 “펀더멘탈”을 논의할 때, 성숙한 자산의 시대를 대비하자

    혹자는 크립토에는 펀더멘탈이 없다며 시장을 비관적으로 바라본다. 그런데 펀더멘탈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간단히 말해서 펀더멘탈은 그 자산이 실제로 만들어내는 가치, 수익, 수요의 기반을 의미한다. 주식에서의 펀더멘탈이라면 그것은 매출, 영업이익, 순이익을 비롯해 현금흐름과 자본구조가 될 것이다.

    이 정의를 이해하고 다시 질문해보자. 크립토에는 아직도 펀더멘탈이 없는가? 필자는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물론 아직까지 대부분의 자산이 펀더멘탈이 아닌 내러티브와 ‘기대’에 의해 가격이 형성되고 있지만, 필자가 봤을 땐 이 흐름이 점점 내러티브 쪽에서 펀더멘탈 쪽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이렇게 보는 가장 큰 이유로는 SEC의 입장 변화를 들 수 있다. 바이든 정권 시기의 SEC는 토큰을 곧 증권으로 간주했다. 그래서 디파이 프로토콜을 비롯한 애플리케이션들은 토큰을 발행해 시장에 판매하더라도, 프로토콜의 수익을 토큰 가치와 연동시킬 방법이 없는 상태였다. 증권으로 간주될 수 있는 리스크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SEC가 이더리움이 증권이 아님을 명확히 밝힌 데다, 리플과의 소송에서도 XRP가 모든 상황에서 증권은 아니라는 판결이 내려졌기 때문에 ‘토큰=증권’이라는 리스크가 사라졌다. 또한 최근 하이퍼리퀴드를 비롯한 다양한 프로토콜들이 프로토콜에서 발생하는 매출을 토큰 바이백에 사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이것이 성공적으로 작동하면서 이제는 많은 프로토콜이 자신들의 매출로 토큰을 바이백해 자사 토큰을 디플레이션 자산으로 만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마지막으로, 각 생태계가 자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해 그 수익을 다시 생태계로 환원하려는 흐름 역시, 이미 시장에서 PMF가 증명된 모델을 활용해 자체적 재투자 구조를 만들고 펀더멘털을 강화하려는 전략적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바라보면 앞으로 흥미롭게 볼 수 있는 프로토콜들과 이니셔티브들이 꽤 있다.

    2.1 꾸준한 매출과 가치의 축적이 일어나는 프로토콜에 집중하자

    얼마 전 유니스왑은 자신들의 프로토콜 수익으로 거버넌스 토큰인 $UNI를 소각하는 거버넌스 안건을 제출했다. 주목할 점은, 이 안건이 단지 앞으로의 수익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과거부터 유니스왑에서 발생해온 수수료를 모아둔 트레저리 자금까지 활용해 약 1억 개의 $UNI 토큰을 한 번에 소각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유니스왑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꾸준히 수익을 창출해온 모든 프로토콜에 있어 중요한 이정표로 평가할 수 있다. 이제 유니스왑을 시작으로, PMF를 찾고 안정적인 매출이 발생하는 프로토콜이라면 자신들의 수익을 활용해 토큰 홀더와 프로토콜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키려는 다양한 시도가 이어질 것이다.

    당장의 매출이 없더라도, 미래에 매출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프로토콜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내러티브가 형성될 것이다. 그동안 크립토의 내러티브가 투기적 수요에 치우쳐 있었다면 앞으로는 “이 프로토콜이 수익성 측면에서 얼마나 가능성이 있는가”를 중심으로 시장이 평가될 것이다. 단순히 “기술이 좋다”거나 “커뮤니티가 탄탄하다”는 이유가 아니라, 실제 시장성과 매출 잠재력이 곧 내러티브가 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이 흐름 속에서는 단기적 감(레프트 커브)이 아니라, 펀더멘탈과 수익성을 동시에 고려하는 ‘미드 커브’ 시각이 시장을 가장 잘 읽는 시대가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 가장 먼저 주목해야 할 것은 이미 PMF가 검증된 섹터 내에서 안정적으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프로토콜들이다. 필자는 “토큰의 거래”, “토큰의 생성”, “스테이블코인”, 그리고 “레버리지” 네 가지가 현재 크립토 시장에서 PMF를 명확히 증명한 업종이라고 본다. 유니스왑은 “토큰의 거래” 카테고리에 속하고, 토큰 바이백을 주요 전략으로 삼은 하이퍼리퀴드 역시 유사한 부류다. 펌프닷펀은 “토큰의 거래”와 “토큰의 생성”을 모두 충족하는 사례이며, SKY는 “스테이블코인”과 “레버리지” 섹터에 교차하는 프로토콜이라고 볼 수 있다. 렌딩 프로토콜의 경우에는 인위적인 인센티브 없이도 지속 가능한 모델을 유지하는 프로젝트에 집중할 필요가 있는데, 주로 아베(Aave)나 몰포(Morpho)와 같은 EVM 생태계의 주요 렌딩 프로토콜들이 여기에 속한다.

    또한 기관 참여가 활발해질 경우, 실물 자산을 온체인으로 전환하는 RWA 플랫폼들도 주목할 만하며, DAT(Digital Asset Treasury) 기업들이 보유한 자산을 스테이킹하게 된다면 스테이킹 인프라 프로토콜 또한 수혜를 입게 될 것이다. 결국 이제 시장은 밈(Meme)보다(그렇다고 밈 시장이 망할것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실질적 숫자”와 “지속 가능한 매출”을 중시하는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크립토 시장에서도 드디어 펀더멘탈이 내러티브를 이끄는 구조적 변화가 시작된 것이다.

    물론 ‘바이백’이라는 단어 자체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일부 프로젝트의 바이백은 실질적인 매출 기반이 아니라 단순한 인위적 매수에 불과한 경우도 있으며, 매출을 기반으로 하더라도 매출의 95% 이상을 바이백에 투입하는 과도한 방식은 그 지속 가능성을 의심할 만하다. 매출을 그대로 바이백에 사용한다고 해서 항상 좋은 것은 아니다. 때로는 사업의 성장과 확장을 위해 매출을 재투자해야 하는 경우도 있으며, 전통 산업의 대부분의 기업들이 실제로 그렇게 성장해 왔다.

    최근 바이백이 하나의 내러티브로 작동하면서 일부 프로토콜들이 바이백 자체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실체 없는 바이백이나 지속 불가능한 극단적 바이백에 대해서는 분명히 유의해야 한다.

    어떤 프로토콜이 실질적으로, 꾸준하게 매출을 발생시켰는지가 궁금하다면, 디파이라마(DeFiLlama)와 같은 데이터 플랫폼들을 참고해보자.

    2.2 토큰기반 경제를 재설계하는 프로토콜

    필자가 생각하는 또 다른 ‘펀더멘탈’은 크립토 자산이 지닌 구조적 성격 자체를 보다 건전하고 실질적인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것에 있다. 지금까지 우리가 말해온 ‘토큰 기반 경제’란 사실상 대부분 느슨한 인센티브 얼라인먼트에 머물렀다. 예를 들어, 하나의 레이어1 블록체인과 그 블록체인의 토큰이 있다고 할 때, 이 토큰의 역할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체인의 경제적 보안(스테이킹·검증 참여) 을 담당하고, 둘째, 거버넌스 참여 권한을 부여하며, 셋째, 체인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수수료 지불의 매개 통화로 쓰이는 것이다. 얼핏 보면 토큰의 효용이 다양해 보이지만, 이러한 기능만으로는 펀더멘탈을 논하기에 다소 부족하다.

    예를 들어, 어느 블록체인 위에 소위 ‘킬러앱’이라 불릴 만큼 폭발적인 인기를 끄는 서비스가 등장해 매일 수십억 원의 매출을 올린다고 가정해보자. 유저들은 해당 앱을 이용하기 위해 해당 체인의 토큰을 구매하겠지만, 그 앱이 창출하는 매출이 체인 토큰의 가치로 직접적으로 전이되기는 어렵다. 특히 솔라나나 수이처럼 속도가 빠르고 수수료가 저렴한 체인의 경우, 트랜잭션당 수익이 매우 낮기 때문에 단순히 “수수료 수요”가 증가한다고 해서 체인 토큰의 경제적 가치가 함께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특정 앱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 수수료 토큰의 수요도 증가해 가격에 일정 부분 영향을 줄 수 있겠지만, 결국 가장 큰 수혜를 보는 주체는 킬러앱 그 자체일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앞서 언급했듯, 이제는 디앱들도 자신들의 매출을 활용해 자사 토큰을 바이백(자사주 매입)할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에, 투자자의 관점에서 보면 킬러앱이 올라간 블록체인의 토큰보다는 킬러앱 자체의 토큰을 보유하는 것이 더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다. 이는 마치 메타(Meta)가 자회사 인스타그램(Instagram)을 별도로 상장했을 때, 인스타그램이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더라도 인스타그램 주가는 급등하지만 메타 주가는 큰 영향을 받지 않는 상황과 유사하다. 결국 가치가 한 곳에 집중되지 않고 분산되는 구조인 셈이다. 한국 기업으로 비유하자면, 다양한 자회사에서 성과가 발생하더라도 그룹 지주사 주가에는 직접적인 반영이 어려운 카카오의 사례와도 비슷하다. (물론 블록체인은 본질적으로 비허가형, 자발적인 생태계를 추구하기 때문에 모회사가 자회사를 지배하는 구조와는 전혀 다르지만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위해 이렇게 비유를 했다)

    이러한 문제를 타계하기 위해서는, 결국 수수료 토큰과 애플리케이션간에 좀 더 끈끈한 경제적 연결고리가 필요하다. 우리는 이러한 예시를 미국 대기업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현재 구글(Google), 웨이모(Waymo), 딥마인드(Deepmind), 구글 클라우드(Google Cloud)와 같은 세계적인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 미국의 거대 기업인 알파벳의 경우 각각 사업 부문이 웬만한 대기업 수준을 상회하는 규모임에도 불구하고 각각의 자회사들이 별도의 상장을 하지 않고 알파벳의 자회사로 남아있다. 그러다보니 알파벳의 규모도 매우 클 뿐만 아니라, 알파벳 산하에 다양한 자회사들이 큰 매출을 냈을 때 그 모든 가치가 지주회사엔 알파벳으로 축적된다. 어찌보면 크립토 업계에서도 이러한 방식의 가치 축적 방식을 제시할 때도 되었다.

    그런 점에서 아치(Arch) 는 상당히 흥미로운 플레이북을 제시하고 있다. 바로 앱에서 발생하는 매출의 일부를 아치 네트워크 토큰의 바이백에 사용하는 구조다. 이는 단순한 수익 배분이 아니라, 네트워크와 애플리케이션 간의 인센티브를 직접적으로 연결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물론 앞서 언급했듯, 아치 위에 앱을 배포하는 모든 빌더들이 반드시 아치 코어팀과 매출을 공유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아치 재단이 초기 단계에서 직접 지원하고 킹메이킹하는 프로젝트들의 경우, 그들의 성공이 곧 아치 네트워크 토큰의 가치 상승으로 이어지도록 설계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즉, 아치는 네트워크 토큰과 생태계 내 주요 앱들의 성장을 하나의 경제적 흐름으로 묶어내려는 구조적 실험을 하고 있는 셈이다.

    아치의 이러한 시도가 성공적으로 안착한다면, 우리는 아치 토큰을 매수할 때 더 이상 “수수료가 많이 발생할 것 같아서”라는 모호한 기대에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 대신 어떤 앱이 얼마의 매출을 창출하고, 그 매출 중 얼마가 매달 아치 토큰 매수에 사용되는가라는 구체적인 수치를 근거로 아치의 가치를 평가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물론 이러한 접근은 매우 실험적이며, 실패할 가능성도 높다. 초기에는 효과적으로 작동하더라도, 시간이 지나 앱들의 규모가 커지면 아치 네트워크와 이해관계가 충돌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치가 제시한 이 가치 축적(Value Accrual) 프레임워크는 크립토라는 자산군이 보다 성숙한 금융 자산으로 인식되는 데 중요한 전환점을 마련할 수 있는 시도라 생각한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토큰 기반 경제’의 본질이 참여자 간 인센티브를 긴밀히 정렬시키는 데 있다면, 필자의 기준에서 아치 네트워크가 제안하는 인센티브 구조는 지금까지 등장한 모델 중 가장 합리적이고, 가장 펀더멘탈이 탄탄한 구조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2.3 각자만의 네이티브 스테이블 코인을 갖는 시대가 올것이다

    Source: Stripe

    우리는 특정 토큰의 또는 체인의 펀더멘탈을 볼 때, 체인이 발생시키는 수익을 주로 보고는 한다. 그 외에는 TVL이나, 스테이블코인 유통량들을 참고하지만 이들은 토큰의 가치를 직접적으로 대변하는 지표들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추후에는 “얼마나 많은 스마트 컨트랙트 플랫폼들이 자체적인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했으며, 그들의 유통량이 얼마나 늘어나는가.”에 따라서 해당 플랫폼의 펀더멘탈한 가치를 측정해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필자가 위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스테이블 코인은 이미 시장에서 그 PMF를 증명한 프로덕트이고, 앞으로도 시장에서 꾸준한 수요가 발생할 수 있는 프로덕트다. 문제는, 블록체인을 배포하는 재단들이 이 사실을 알면서도 자체적인 스테이블 코인 발행에 굉장히 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는 부분이다. 왜 그럴까? 일단 첫 번째로 규제 이슈가 있었을 것이고, 두 번째로 규제가 해소되었다고 해도 자체적인 인프라를 만드는 것의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 문제들이 해결된다고 하더라도, 각자의 체인마다 자체적인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하면, 멀티체인을 이용할 때 스테이블코인간 상호 운용이 어렵기 때문에 유저 경험도 많이 훼손할 수 있다. 해서, 스테이블 코인 발행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테더와 써클이 사실상 복점(duopoly) 형태로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스테이블 코인 관련 규제가 명확해지고, 재단이 쉽게 자체적인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할 수 있는 인프라가 갖춰진다면 어떨까? 그리고 이들이 서로 상호운용 된다면? 그렇다면 신규 스마트 컨트랙트 플랫폼들이 더 이상 테더와 써클에 의존하지 않을 수 있는 새로운 지평이 열릴 수도 있을 것이다.

    우선 규제 측면에서는, 미국이 지니어스 법안을 통해 스테이블코인 관련 규제를 명확히 한 상황에서, 기술적 요소만 해결하면 되던 찰나에 스트라이프가 인수한 브릿지가 스테이블코인 발행 인프라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재단은 발행 주체 역할만 맡고, 법무·준법·커스터디·결제 인프라는 브릿지가 담당하는 Stablecoin-as-a-Service 모델이 등장했고, 이제 재단들은 이 인프라를 통해 자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게 되었다. 더 중요한 점은 브릿지 인프라를 활용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경우, 다른 체인에서 동일한 방식으로 발행된 스테이블코인과 상호 운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즉, 필자가 지적했던 파편화 문제 역시 해결되며, 이러한 구조가 자리 잡는다면 테더와 써클은 브릿지 기반 스테이블코인 인프라와 직접 경쟁해야 할 가능성도 생긴다.

    더 중요한 사실은, 이렇게 “스테이블코인 발행자”가 됐을 때 발행하는 수익을 어떻게 처분하느냐이다. 수이를 비롯하여 브릿지의 솔루션을 활용하여 자체적인 스테이블 코인을 만들려는 재단들은, 스테이블 코인에서 발생하는 모든 수익을 다시 자신들의 생태계에 재투자하는 데에 사용할 것이다(실제로 그렇게 발표하였다). 이것은 여태까지 테더나 써클이 가져갔던 수익을 생태계에 환원하겠다는 재단의 의지이다. 만약 이렇게 된다면, 자체적인 스테이블 코인이 얼마나 발행되었고 얼마나 쓰이고 있는지도 해당 플랫폼의 가치를 평가하는 데 매우 중요할 수 있다. 현재 자체적인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겠다고 발표한 체인들은 하이퍼리퀴드(USDH), 수이(USDsui), 메가이더(USDM)등이 있는데, 필자는 이 숫자가 내년이 되면 이보다 훨씬 늘어날 것으로 보고있고, 브릿지의 서비스를 활용한 스테이블코인들의 규모가 테더와 써클을 장기적으로 위협할 수 있는 수준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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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ey Takeaways
    1. 초기의 관심을 벗어나, “하이프” 단계와 “성숙”단계에 진입할 수 있는 스마트 컨트랙트 플랫폼들은 무엇이 있을지 주목하자.
    1.1 하이프 단계에 진입한 인프라: Sui, HypeEVM
    1.2 주목 단계에 진입한 인프라: Monad, Rialo
    2. 이제는 “펀더멘탈”을 논의할 때, 성숙한 자산의 시대를 대비하자
    2.1 꾸준한 매출과 가치의 축적이 일어나는 프로토콜에 집중하자
    2.2 토큰기반 경제를 재설계하는 프로토콜
    2.3 각자만의 네이티브 스테이블 코인을 갖는 시대가 올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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