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리움 재단은 2025년 6월, 새로운 재무 정책을 도입하며 $ETH 매각 기준, 지출 한도, 수익 전략, 보고 체계, 디파이펑크 기준 등을 발표했다. 재단은 새로운 구조를 통해 자산 매각을 정량화하고, 재정 운영의 예측 가능성과 투명성을 강화하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번 변화는 재단을 단순한 후원자에서 생태계 운영 주체로 재정립하려는 움직임이다. 특히 디파이펑크 기준은 철학 중심의 투자 원칙을 제시하며, 수익보다 가치에 기반한 선택을 지향한다.
하지만 생태계 다양성 위축이나 SEC 규제 리스크 등 우려도 존재하는만큼, 재단이 이 변화 흐름을 균형 있게 이끌 수 있을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Source: Ethereum Foundation
이더리움 재단(Ethereum Foundation)은 2025년 6월 4일, 이더리움 재단 재무 관리 정책(Ethereum Foundation Treasury Policy)이라는 제목의 블로그 글을 통해 전에 없던 규모의 재무 정책 전환을 발표했다. 과거의 비공식적이고 불투명한 자산 운용 방식을 버리고, 명시적 기준과 구조화된 프레임워크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전략을 공개한 것이다. 이번 발표에 포함된 정책 내용은 단순한 재정 운용 개선에 그치지 않고, 거버넌스, 생태계 거점 역할, 커뮤니티와의 관계 재정립을 아우르는 종합적인 전략이기도 하다. 이 발표는 그 시점 자체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데, 이더리움 재단이 2025~2026년을 이더리움의 핵심적 분기점으로 규정하면서 커뮤니티 신뢰 확보와 생태계 지속 가능성 확보를 위한 선제적 조치로서 정책을 정비한 것이기 때문이다.
Source: stani.eth X, vitalik.eth X
이더리움 재단은 오랜 기간 동안 “필요”와 “상황”에 맞추어 자산을 운용해 왔다. 그러나 이 과정은 커뮤니티와 $ETH 홀더들이 느끼기에 불투명하고 예측 가능하지 않은 부분이 있었다. 가장 대표적인 문제는 시장 참여자들에게 사전 고지 없이 이루어지는 $ETH 대량 매각이었다.
실제로 2025년 1월, 이더리움 재단은 $ETH 판매용 지갑을 통해 100 $ETH를 평균 $3,364에 추가 매도했다. 이는 이더리움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이더리움 재단의 체질 개선과 교통 정리가 필요함을 역설하고 있던 분위기와 이에 대해 비탈릭 부테린 자신도 검토할 가치가 있다고 인정한 상황에서 이루진 매도로 더욱 큰 논란을 낳았다. 이로 인해 재단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으며, 때때로 $ETH 가격에 영향을 주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처럼 이더리움 재단의 불투명한 재무 관리 의사결정은 커뮤니티의 신뢰를 갉아먹는 결과로 이어졌다.
Source: Ethereum Foundation
정기적인 재무 보고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보고서는 주로 자산 구성과 예산 집행 내역을 기술적으로 나열하는 수준이었고, 자산 운용 철학이나 의사결정 기준, 리스크 관리 전략은 거의 담기지 않았다. 예컨대 디파이나 스테이킹에 대한 투자 기준, $ETH 매각 시점과 방식 등에 대해 일관된 원칙 없이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결정된 것으로 보여지기 충분했다.
결국 이 같은 방식은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ETH 자산을 보유한 재단의 위상에 비해 너무 느슨한 재무 관리였다는 평가를 피할 수 없었다. 체계적이지 않은 운용안으로 커뮤니티의 비판, 시장의 변동성, 규제의 압박 등으로부터 책임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확보하기 어려워짐에 따라, 이더리움 재단은 보다 성숙하고 정형화된 조직 운영 모델로 전환할 필요가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발표된 새로운 재무 관리 정책의 핵심은 운영의 체계화와 전략적 정합성에 있다. 이더리움 재단은 이전의 자유방임적 자산 운용 방식에서 벗어나, 아래 다섯 가지 중심 항목을 통해 예측 가능하고 책임 있는 재무 운영을 제도화하고자 한다.
$ETH 매각 기준의 공식화: 재단은 법정화폐 기준으로 2.5년분의 운영 자금을 보유하도록 설정하고, 이 목표를 초과하는 경우에만 $ETH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통해 무계획적인 자산 매도에서 벗어나,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고 재단 활동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며 커뮤니티의 신뢰를 회복하려는 목적을 가진다.
연간 지출 한도 설정: 재단은 총 자산 대비 연간 15% 지출 한도를 설정하고, 이를 향후 5년간 점진적으로 5%까지 축소할 계획이다. 이 같은 계획은 단기 소비보다 장기적인 존속 가능성을 중시하는 보수적인 재정 운영 전략을 반영하며, 자산 보존과 지속 가능성 간의 균형을 도모한다.
디파이 및 스테이킹을 통한 수익 창출 전략 도입: $ETH 자산의 일부를 디파이 및 스테이킹을 통해 운용함으로써, 수익을 창출하고 운영 자금의 자립 기반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는 단순히 자산을 보유하기보다 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해 재정적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방안으로, 이전과는 달리 적극적인 자산 운용을 정당화하는 기반이 된다.
내부 및 외부 보고 체계 강화: 이사회 및 경영진을 대상으로 분기별, 연간 보고를 의무화하고, 주요 재무 지표를 커뮤니티에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내외부 책임성을 동시에 강화한다. 이 체계는 단순한 회계 절차를 넘어서, 재무 운영의 정당성과 신뢰성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디파이펑크(Defipunk)” 기준 도입: 재단이 지원하는 디파이 프로젝트는 정해진 기준과 사이퍼펑크적 이념에 부합해야 한다. 이 기준은 단지 기술적 조건이 아니라, 이더리움 재단이 추구하는 철학적 정체성과 재무 전략을 일관되게 연결하는 기준선이며, 수익 중심의 투자 대신 가치 중심의 선택을 가능하게 한다.
이러한 재무 관리 정책의 재정비는 이더리움 재단을 단순한 자산 보유 기관에서 철학적 책임과 전략적 실천을 모두 수행하는 의사결정의 주체로 거듭나게 한다.
새 정책은 재무 보고 절차의 개선뿐 아니라, 정책 수립 자체가 원칙 기반으로 전환되었다는 점으로 인해 자산 운용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구조화된 기준에 따라 책임 있게 자산을 운영할 수 있게 되었다. 예를 들어, 이전에는 $ETH를 언제 얼마나 매도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었지만, 이제는 재단이 보유한 자산의 “운영 자금 대비 잔여 재단 수명”에 따라 매각을 결정한다. 이는 내부적 리스크 관리뿐 아니라 외부 이해관계자에 대한 신뢰를 동시에 고려한 결과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이더리움 재단은 두 가지 핵심 변수를 중심으로 재정 운용 원칙을 수립하고 있다:
A: 연간 운영비용(총 자산 대비 비율)
B: 운영 자금 보유 기간(년 단위)
A와 B를 곱한 값(A × B)은 현금 및 스테이블코인 형태로 보유해야 하는 목표 법정화폐 자산의 규모를 의미하며, 이 값이 $ETH 매각의 시기와 규모를 결정한다. 나머지 자산(총 재단 기금 - A × B)은 $ETH 형태로 보유되며, 이를 $ETH 가격으로 나누면 향후 보유할 $ETH 수량이 정해진다. 이 같은 모델은 $ETH 매각을 정량화된 기준에 따라 구조화하여 자의적인 판단을 줄이고 예측 가능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현재 이더리움 재단에 의해 설정된 기준은 A = 15%, B = 2.5년이며, 이 수치는 재단이 2025~2026년을 이더리움에게 “중요한 시기”로 간주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따라서 단기적 운영 자금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되, 시장의 주기성과 커뮤니티의 의견을 반영해 필요 시 전략적 조정을 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또한 연간 운영비용은 향후 5년간 선형적으로 줄여나가서, 장기적으로는 5% 수준의 지출로 안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는 재단의 장기 생존성과 탈중앙화를 동시에 고려한 것이며, 이 수치는 시장 및 생태계의 상황 변화에 따라 유동적으로 재검토될 수 있다.
지출 한도 설정도 같은 맥락으로, 일정 비율 이상은 지출하지 않겠다는 명시적 약속은 재단이 단기적 생태계 확장에 휘둘리지 않고 장기적 존속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지출 한도는 분기별 보고를 통해 보고되며, 초과 사용분이 발생할 경우 커뮤니티와 이사회가 문제 제기를 할 수 있는 구조로 되어있다.
이러한 이더리움 재단의 재무 운영 투명성 강화는 단지 공개의 수준을 넘어, 재단 내부의 책임 체계를 강화하고 외부와의 커뮤니케이션을 일관되게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
이더리움 재단은 또한, 수익 창출을 위한 디파이 참여와 스테이킹 운용을 발표 내용에서 명시하고 있다. 이는 단지 재단의 재정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 아닌, 보다 본질적으로 생태계가 외부 자금에 의존하지 않고도 자체 자산으로 장기적인 연구와 개발을 이어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시장이 불안정하더라도 이더리움 생태계는 $ETH에서 발생한 수익을 통해 핵심 인프라 개발, 연구 보조금, 커뮤니티 교육 등에 대한 자금 지원을 지속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자산 운용이 단기적 수익보다 장기적 공공재 지원에 맞춰진다는 점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단순히 고수익 디파이에 자금을 넣는 것이 아니라, 디파이펑크 기준에 부합하는 프로토콜을 선별적으로 지원함으로써 $ETH의 기술적 기반과 철학을 동시에 강화할 수 있다.
디파이펑크 기준은 다음과 같다:
프라이버시 중심: 사용자 익명성과 데이터 보호를 핵심으로 하는 시스템
자체 커스터디(Self-Custody): 사용자가 직접 자산을 통제할 수 있도록 설계된 구조
오픈소스 소프트웨어(FLOSS): 자유롭게 접근 가능하며 검토 및 기여가 가능한 소스코드 기반
무신뢰 환경에 가까운 로직(Trust-Minimized Logic): 중앙 관리자 없이 작동 가능한 스마트 계약 및 시스템
탈중앙화된 사용자 인터페이스(UI): 특정 기업이나 서버에 의존하지 않고 누구나 접근 가능한 사용자 인터페이스
이러한 조건을 충족하는 프로젝트들은 이더리움 재단의 온체인 수익화 전략의 대상이 될 수 있으며, 이는 단순한 수익성을 넘어서 철학적 정체성과의 일치를 추구하는 정책 방향성을 보여준다.
이더리움 재단의 보다 구조화되고 전략적인 재정 운용은 시장 안정성과 의사결정 측면에서는 긍정적일 수 있지만, 동시에 “증권성” 문제를 촉발할 가능성을 높인다. 특히 재단이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디파이 및 스테이킹 활동에 참여하고, $ETH 매각을 전략적으로 관리하는 모습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시선에서 “기업적 행위”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이러한 행위가 투자자에게 수익을 안겨주리라는 기대를 조성할 경우, SEC는 $ETH을 증권으로 간주할 명분을 얻게 된다.
Source: SEC X
SEC가 자산의 증권성을 판단할 때 사용하는 기준은 잘 알려진 하위 테스트(Howey Test)로, 1946년 미국 연방대법원의 판결에서 유래했으며 다음 네 가지 요소를 기준으로 삼는다:
금전의 투자가 이루어졌는가 (An investment of money)
공동 기업성이 있는가 (In a common enterprise)
기대되는 수익이 있는가 (With the expectation of profit)
이 수익이 타인의 노력(운영 주체)에 의해 발생하는가 (To be derived from the efforts of others)
만약 이 네 가지 조건이 모두 충족되면, 해당 자산은 증권으로 간주될 수 있다.
이 기준을 $ETH와 이더리움 재단의 활동에 적용하면 이전보다 증권성 문제로 좀 더 복잡해질 여지가 있다. $ETH 구매자는 네트워크 이용이 주목적이라 주장할 수 있지만, $ETH의 가격 상승을 기대하고 매수한 사람도 존재한다. 또한 이더리움 재단이 적극적으로 자산을 운용하고, 디파이 프로토콜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려는 모습은 “타인의 노력”으로부터 수익을 기대하게 만들 수 있다. 특히 디파이펑크 프레임워크라는 이름 아래 특정 프로젝트에 자산을 배분하는 과정에서 재단의 영향력이 부각될 경우, “공동 기업성”이 충족될 수 있다. 이는 향후 이더리움 ETF가 문제에 봉착할 수 있는 가능성뿐 아니라, 전반적인 법적 리스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만, 스테이킹과 같은 활동은 최근 SEC가 일반적인 참여자에 대해서는 증권 등록 요건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조정했다는 점에서 일정 부분 완충 효과가 있다. 또 이더리움 재단은 수익 배당을 하지 않으며, $ETH는 기술적 유틸리티를 갖는다는 점도 반론으로 제시할 수 있다. 그러나 지분증명(PoS) 체계에서 이더리움 재단이 이더리움 네트워크의 미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은 여전히 말이 나올 수 있는 부분이다. 이처럼 새로운 재무 정책은 기술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매우 정교하게 설계되어야 하며, 단순한 수익성 논리가 전면에 드러날 경우 예상치 못한 법적 마찰을 초래할 수 있다.
“디파이펑크” 기준은 이상적인 정책으로 보이지만, 그 적용 방식에 따라선 오히려 중앙집중화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 특정 프로토콜이 프라이버시 중심,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자체 커스터디 기반이 아니라는 이유로 지원에서 제외된다면, 그것이 커뮤니티나 시장에서 얼마나 유용하든 간에 이더리움 재단의 자금으로는 개발이 어렵게 된다. 이는 기술적 다양성을 저해할 수 있으며, 커뮤니티 일부가 이더리움 재단을 지나치게 정치적인 존재로 인식하게 만들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더리움 재단의 선택 그 자체가 중앙화 행위로 비춰질 수 있다는 점이다. 어떤 기준을 따르든 간에, 지원 여부를 재단이 판단하고 결정하는 행위는 탈중앙화라는 이더리움의 핵심 원칙과 멀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한다. 이는 과거 이더리움 재단이 직접적인 프로젝트 개입을 자제하고, “신뢰할 수 있는 중립성”을 유지하려 했던 철학과도 상반된다. 특히 이번 정책에서 재단은 적극적으로 디파이에 참여하고, 옳다고 판단하는 기준을 중심으로 자산을 배분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러한 영향력은 실질적인 파급 효과를 낳을 수 있는데, 예를 들어 재단이 “지원할 만한 프로젝트”로 간주하지 않으면 해당 프로젝트는 후원과 주목을 받지 못해 생존이 어려워질 수 있다. 물론 프로젝트들이 이 기준을 충족하며 발전 및 개선해 나가는 과정 또한 생태계를 위한 일이기는 하지만, 생태계의 다양성과 실험 정신을 위축시킬 수 있으며 특정 가치관에 맞지 않으면 소외된다는 불신을 야기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디파이펑크 기준이 탈중앙화 생태계를 선별적으로 조율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정책은 이더리움의 철학과 실무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잡아야하는 필요성이 있다.
Source: imgflip.com
2024년 말부터 이더리움 재단은 점진적이지만 분명한 변화의 흐름을 이어오고 있다. 내부 팀 개편과 전략적 구조조정을 통해 활동의 범위를 정비하고, 핵심 역량에 집중하려는 방향으로 전환이 시작됐다. 이러한 움직임은 이번 재무 관리 정책의 전면적인 개편으로까지 이어졌으며, 이는 단순한 조직 운영의 조정을 넘어, 이더리움을 하나의 공공재로서 보다 전략적으로 관리하고자 하는 재단의 시선이 엿보인다.
특히 이번 발표는 이더리움이 오랫동안 강조해온 탈중앙성과 개방성의 가치를 실제 자산 운용 전략에 반영하겠다는 의지를 공식적으로 드러낸 계기다. 전략적인 $ETH 매각 기준, 연간 지출 한도 설정, 디파이를 활용한 수익 창출, 그리고 철학적 기준이 담긴 투자 프레임워크인 디파이펑크의 도입은 이더리움 재단이 이제 더는 생태계의 방관자가 아닌, 실질적이고도 책임 있는 주체로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물론 이 변화에는 우려도 존재한다. 디파이펑크 기준이 생태계 다양성을 제한하거나, 재단의 적극적인 자산 운용이 SEC와의 규제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 그러나 언제나 기대와 우려가 공존할 수 밖에 없다. 대신 우리는 이더리움 재단이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얼마나 균형감 있게 이끌어갈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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