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블록체인 리서치를 한다고 하면 사람들은 우리에게 "그래서 무엇을 사면 될까요?" 혹은 "어떤 것이 전망이 좋나요?"라고 물어보곤 한다. 사실 리서처는 블록체인의 기술이나 시장에 대한 트렌드를 분석하는 직업이지, 투자에 대한 조언을 해주는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질문에 대한 답변은 꺼리는 편이다. 하지만 포필러스의 리서처들은 리서처임과 동시에 자산을 거래하는 주체들이기도 하기에, "투자에 대한 조언" 대신 포필러스 리서처들이 가지고 있는 포트폴리오와 왜 그 자산들을 구매하였는지에 대한 의견 공유가 훨씬 더 건강하고 생산적일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렇다면 매일 밥만먹고 블록체인 관련 리서치/컨텐츠 생산만 하고있는 포필러스의 리서처들은 어떤 자산들을 가지고 있으며, 그 자산을 구매/홀딩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각자의 이유를 알아보기 전에, 포필러스 리서처들의 전체 포트폴리오를 아래와 같이 비주얼화하였다.
위 그림을 보면 아시겠지만 리서처들의 포트폴리오가 정말로 다양한 섹터, 다양한 생태계에 걸쳐서 분포되어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럼 이들은 각자가 어떠한 이유로 해당 자산들에 투자하였고, 향후 이 자산들에 대해서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한 명 한 명 그 이유를 들어보도록 하자.
주목하는 프로젝트/코인: 수이(@SuiNetwork, $SUI), 인젝티브(Injective, $INJ), 지토(@jito_sol, $JTO), 에뗴나(@ethena_labs , $ENA),아주키(@Azuki, #Azuki), 루틀렛(@rootlets_nft, #Rootlet), 쿠모(@Kumo_TheKat, #Kumo)
2.1.1 스마트 컨트랙트 플랫폼은 승자독식이 아니다.
포필러스가 처음 만들어졌던 지난 2023년 5월, 한때는 이더리움의 지위를 위협할 것만 같았던 새로운 레이어1 체인들은 테라 사태(Terra Collapse)와 FTX 사태(FTX Incident)를 겪으며 처참하게 무너졌고 이더리움의 도미넌스는 사실상 시장을 지배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다음 불장에 이더리움의 도미넌스가 30%대로 떨어질 것이라고 자신했는데, 그 이유는 1) 지난 사이클의 크립토 시장보다 다음 사이클의 크립토 시장에 더 많은 사람들이 들어올 것이고 2) 더 많은 사람들이 들어올수록 더 다양한 가치관과 관점들을 가질 것이며 3) 이더리움이 이 모든 사람들의 취향과 입맛을 맞춰줄 수 없기 때문이었다. 이더리움을 중심으로 만들어지는 생태계는 "탈중앙화 철학"이 가장 중요시되는 곳이지만, 우리가 진정으로 "대중화"를 논하기 위해서는 탈중앙화가 지상의 가치가 아닌 사람들도 크립토를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 필자가 주목했던 부분이다.
물론 블록체인 기술 특성상 “어느 정도의 탈중앙성”은 확보해야 하겠지만, 모두가 만족하는 탈중앙성의 정도가 이더리움의 그것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오히려 탈중앙화 말고 다른 가치들이 더 부각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고 이러한 “가치의 다양성”이 이더리움 외의 다른 체인들에 대한 꾸준한 수요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보았다. 그리고 실제로 이더리움의 도미넌스는 20%~30%대(2025년 1월 9일 기준, 398.5B/1.35T)를 오가며 2023년 대비 꾸준히 하락하는 추세를 보여주고 있다.
이더리움 생태계의 가장 큰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모든 것이 이더리움으로 수렴해야 한다는" 자만과 오만이었다고 생각한다. 어찌 보면 자신들이 추구하는 탈중앙성과 전혀 맞지 않는 태도였다. 열린 세계를 추구하는 블록체인 세상은 절대로 특정 집단의 의도나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해서, 앞으로도 스마트 컨트랙트 플랫폼 섹터가 승자독식으로 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새로운 레이어1을 만들 수 있고, 새로운 혁신도 언제든지 나올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블록체인에 익숙해지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기에 새로운 블록체인을 사용함에 있어서 어려움이 줄어들 것이라는 점을 미루어 보아, 스마트 컨트랙트 플랫폼 시장은 앞으로도 무한경쟁을 이어나가지 않을까 싶다. 물론, 예전처럼 무작위로 블록체인을 찍어내는 시대가 지속될 것이라는 이야기는 아니고, 지금보다 소수의 블록체인들이 경쟁하겠지만 지속적으로 새로운 프레임워크와 플랫폼들이 등장하거나 기존 상위 블록체인들이 끊임없이 자신들의 인프라를 개선해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새로운 블록체인 프레임워크와 기술은 언제나 필자의 관심 대상이며, "새로운 인프라 기술"의 선두주자였던 수이(Sui)에 대한 관심 역시 2025년에도 지속될 것이다. 이외에도 솔라나(Solana)와 인젝티브(Injective)처럼 각각의 장점(솔라나의 경우는 압도적인 커뮤니티, 수이에 버금가는 확장성이겠고 인젝티브의 경우 빠른 속도와 더불어 유연한 비즈니스 확장성, 그리고 인젝티브만의 고유한 토크노믹스일 것이다)을 살려서 자신들만의 독보적인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블록체인들은 분명히 언젠가 시장에 더 큰 주목을 받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2.1.2 이미 시장에서 검증된, 하지만 더 발전된
Source: X (@leptokurtic_)
누군가가 필자에게 "블록체인이 검증한 PMF(Product Market Fit)이 뭐냐"고 물어보면, 필자는 항상 거래소, 스테이블코인, 그리고 밸리데이터를 꼽는다. 물론 아직 검증되지 않은 새로운 프로덕트의 시장성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에 검증된 시장성을 발전시키는 것 역시나 투자 측면에서 매력적인 베팅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측면에서 스테이블코인 분야는 아직도 가능성이 많은 시장이라고 보고 있고, 잘 만들어진다면 수요도 많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테더나 USDC가 아닌 크립토 네이티브한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수요는 이미 테라가 한 번 증명한 바 있기 때문에 테라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면서 기존 스테이블코인과 다른 방식으로 작동되는 프로덕트를 만든다면 충분히 시장에서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그리고 그 대표적인 예시가 바로 Ethena였다. Ethena는 기존 테더나 USDC와는 본질적으로 차별화된 구조를 가져가면서도 펀딩비에서 비롯된 높은 이자로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뿐만 아니라 Ethena의 스테이블코인인 USDe의 활용처를 높여 단순히 "높은 이자" 외에도 USDe를 사용해야 하는 환경들을 조성하였다(바이빗에 USDe페어를 런칭한 것이 대표적인 예시). 물론 이자를 펀딩비로 충당하기 때문에 하락장에서는 고이율 이자를 유지하기 힘들겠지만, Ethena는 이러한 리스크를 고려하여 USDe 외에도 다양한 상품(USDtb와 같은)들을 만들어내며 시장의 변동성으로부터 나오는 리스크를 최소화하려고 하고 있다.
Ethena 말고도 필자가 위에서 언급한 세 가지 비즈니스 중에서 프로덕트화가 가능한 비즈니스(밸리데이터 제외)를 독창적인 방식으로 만들려는 시도들은 대부분 좋게 보고 있다. 필자가 투자하지는 않았지만, 매우 좋게 보고 있는 하이퍼리퀴드도 같은 맥락에서 꾸준히 기대해볼 수 있는 위치라고 생각한다.
2.1.3 진짜 커뮤니티
"커뮤니티"라는 말만큼 웹3에서 남용되는 단어도 드물다. 모든 프로젝트들이 "커뮤니티를 위한다"라고 하지만, 사실상 대부분의 경우 커뮤니티는 그들에게 "유동성 출구" 또는 "상장을 위한 충족 조건" 정도에 불과하다. 가식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리테일들도 이제는 수많은 프로젝트들이 표면적으로만 커뮤니티를 위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필자는 초기 에어드랍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다. 에어드랍은 초기 커뮤니티를 구성하는 데에 있어서 매우 유용한 도구인 것은 맞다. 하지만 에어드랍은 그저 시작일 뿐이고, 이를 통해 들어온 유저들이 단순히 토큰 그 이상의 가치를 느껴야 비로소 커뮤니티가 유지될 수 있다. 블록체인은 여러 방면에서 국가와 비슷하지만, 강제력이 없다는 점에서 좀 더 종교와 그 궤를 같이한다. 강제력 없이 사람들을 묶어둘 수 있는 것은 인센티브도 있겠지만, 사람들이 열광할 만한 스토리와 서사도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이더리움과 솔라나가 강력하고 어찌 보면 광적인 커뮤니티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이더리움은 다오 해킹, 솔라나는 FTX 사태를 통해 무너졌고 부활했기 때문).
NFT 프로젝트 중에서도 그러한 "서사"가 있는 프로젝트가 있다. 바로 아주키(Azuki)다. 아주키의 시작은 굉장히 큰 성공이었지만, 지난 3년간 NFT를 운영해 오면서 아주키와 자가본드는 크고 작은 시련들과 난관들이 있었다(자세한 내용은 포필러스 포뇨의 자가본드 스토리를 참고하시라). 그리고 그런 것들을 전부 극복하고 오늘날의 커뮤니티를 만들었기 때문에 아주키 커뮤니티는 굉장히 탄탄한 베이스를 가질 수 있었다. 이처럼, 커뮤니티는 돈을 뿌린다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함께 경험하는 것"을 거쳐서 인센티브 그 이상의 존속감을 느끼게 해줘야 한다. 그런 점에서 그러한 커뮤니티를 구성한 프로젝트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서 매우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고, 탄탄한 커뮤니티 베이스를 가지고 있는 프로젝트라면 앞으로도 이 업계에서 큰 선전을 해주리라 생각한다. 기술은 포크할 수 있지만, 커뮤니티는 포크할 수 없기에.
주목하는 프로젝트/코인: 솔라나(@solana, $SOL), 수이(@SuiNetwork, $SUI), 지토(@jito_sol, $JTO), 온도 파이낸스(@OndoFinance, $ONDO), 에뗴나(@ethena_labs , $ENA), 센드(@thesendcoin, $SEND), 순걸(@SOONGirl_, $SOONGIRL),매드래즈(@MadLads, #MadLads), 쿠모(@Kumo_TheKat, #Kumo), 순(@soon_svm, #SOON)
2.2.1 Beyond EVM
2024년은 유난히 non-EVM 생태계의 성장이 두드러지는 해였다.
SVM으로 대표되는 솔라나의 경우, 펌프닷펀(Pump.fun), 포톤(Photon), 다오스닷펀(Daos.fun) 을 비롯한 여러 디파이 프로젝트와 컨슈머 애플리케이션들이 이더리움 생태계의 프로젝트들을 능가하는 성과를 보이기도 했다. 특히 스테이블코인 결제(Payment) 부문에서는 비자(Visa), 쇼피파이(Shopify) 등 주요 기업들과의 통합을 성공적으로 이루어내며 대중 채택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높이기도 하였다.
무브온수이(Move on SUI)로 대표되는 수이의 경우, 레이턴시를 극단적으로 낮출 수 있는 미스티세티(Mysticeti) 도입을 비롯하여 여러 기술적 특징들을 강화했고, SuiPlay0X1 와 같이 수이의 집약된 기술력을 리테일들에게 선보일 수 있는 핸드헬드(Handheld) 기기 출시 예고를 폭발적인 생태계 성장의 출발을 알렸다.
이외에도, EVM 생태계를 벗어나 자신만의 가상머신(VM)을 구축하거나 조합하여 저마다의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많은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이더리움이 최초의 스마트 컨트랙트 플랫폼으로써 업계를 선도하고 그간 많은 아이디어들을 최초로 논의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가 앞으로 이더리움 생태계의 확장보다 다른 네트워크 생태계의 확장에 조금 더 기대를 거는 이유는 본질적으로 EVM이 뚜렷하고 일관된 미션이 부재한 상태로 발전해왔기 때문에 보완할 점이 너무나도 많을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다양한 VM들이 등장하고 있고, 덕분에 우리는 EVM 생태계에서 볼 수 없었던 다양한 혁신들을 관찰하고 있다. 결국, 어플리케이션의 다양성과 최종 품질을 좌우하는 핵심은 ‘고도화된 VM들의 발전’에 달려 있으며, 각 VM의 강점을 어떻게 활용해 각 목적에 최적화된 풀스택 어플리케이션을 구축할 수 있을지가 중요한 화두가 될 것이다. 2025년에는 non-EVM 인프라, 그리고 저마다의 방식으로 이를 조합하는 인프라의 성장이 더욱 기대되는 한 해가 될 것이다.
2.2.2 웹2와 웹3의 생리를 제대로 이해하는 RWA 프로젝트
블록체인의 가장 큰 효용은 무엇일까? 필자는 ‘모든 유형의 자산을 토큰화’ 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토큰화는 어떤 자산이든 유동화하여, 해당 자산을 투자하거나 활용함에 있어 대해 개선된 자본 효율성 및 접근성, 민첩한 인프라, 스마트 컨트랙트를 통한 자동화 및 더 나은 규정 준수, 투명성 등의 수많은 장점들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크립토 업계의 영원한 숙제인 매스 어답션(Mass Adoption)이라는 것도, 결국 기저하는 메커니즘은 토큰화에서 시작된다.
하지만 그간 수없이 많은 프로젝트들이 다양한 자산들을 토큰화하려는 시도를 해왔지만, 실질적으로 채택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진 사례가 거의 관찰되지 않았다. 그 이유는 결국 토큰화의 가치를 명확히 느낄 수 있도록 충분한 가치 흐름을 제시하는데 실패하였기 때문이다. 기존 업계에서 크립토 업계를 향한 관심이 날로 증가함에 따라, 앞으로 가장 주목받을 프로젝트는 '토큰화'를 효과적으로 구현하는 곳이 될 가능성이 높다.
Source: How Ondo Finance Is Redefining Tokenization to Lead the RWA Market
예를 들어, RWA 섹터를 선도하는 온도 파이낸스(Ondo Finance)는 단순히 미국채 상품을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유동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웹2와 웹3 생태계를 아우르는 파트너십을 통해 1) 자산에 대한 기관급 투자자 보호를 보장하며, 동시에 2) 유틸리티를 극대화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토콜과의 상호작용을 지원함으로써 웹2와 웹3 투자자 모두에게 가치 있는 프로덕트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처럼 오프체인과 온체인 영역의 특성을 깊이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각각의 공간을 더욱 의미 있게 확장하며 새로운 시너지를 창출하는 프로젝트들이 점차 큰 주목을 받을 것이다.
2.2.3 커뮤니티에게 실질적인 효용을 주는 프로젝트
외부 자금 조달 없이 모든 개발 리소스를 자체적으로 감당하며 커뮤니티와 함께 성장해온 하이퍼리퀴드의 런칭은 그야말로 파격적이었다. 생태계에 할당된 전체 토큰 발행량의 70% 중 약 절반이 TGE 시점에 유통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단 일주일 만에 FDV가 $10B를 돌파했기 때문이다.
이후 토큰 가격이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모습은 마치 기존 관행에 대한 시위를 연상시킬 만큼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으며, 이를 통해 업계는 커뮤니티 친화적인 이니셔티브를 전개하는 것의 중요성을 다시금 인식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커뮤니티 친화적인 프로젝트란 것은 무엇인가? 간단히 말해서, 커뮤니티에게 큰 효용을 줄 수 있는 프로젝트이다. 그리고 필자는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커뮤니티가 큰 효용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는 (당연히) 경제적 측면이고, 두 번째는 문화적 측면이다.
우선, 경제적 측면에 대해서 먼저 논의해본다. 특히, 인센티브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웹3 생태계의 특성상, 프로젝트들은 토큰 홀더로 구성된 커뮤니티를 장기적으로 유지하고 지속적으로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다양한 경제적 인센티브 메커니즘을 고심해왔다 - 필자가 지난 아티클에서 다룬 바에 따르면, 지금까지 커뮤니티에 경제적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법으로는 플랫폼 수익을 직접 공유하는 방식, 그리고 에어드랍 / 소각 / 바이백 / DAO 트레저리에 할당 등의 간접적인 방법을 통해 네이티브 토큰 자체의 가치를 높이는 간접적인 방식 등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더욱 정교하고 커뮤니티에 친화적인 전략이 등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초기 출시 단계의 낮은 밸류에이션에 대중에게 프로젝트 투자 기회를 공개하는 방식을 통해 커뮤니티와의 친화적인 가치 흐름을 만들어가는 사례(e.g., 리전(Legion), 에코(Echo) 등)가 늘고 있다. 이러한 고도화된 전략을 통해 커뮤니티와의 관계를 세밀하게 설계하는 프로젝트들은 앞으로 출시 초기부터 더욱 주목받을 가능성이 크다.
경제적 측면이 유저들을 아웃바운드 방식으로 효과적으로 유입시켰다면, 문화적 측면은 유저들에게 프로토콜에 대한 소속감을 심어주며 커뮤니티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통합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마치 종교적 공동체가 하나의 정신 아래 단결하도록 문화를 형성하는 과정과도 유사한 이 과정은, 프로젝트가 지속적인 모멘텀을 유지하고 창의적이며 도전적인 이니셔티브를 추진할 수 있는 강력한 원동력이 된다. 이를 위해 프로젝트는 단순히 온라인에서 슬로건을 만들거나 밈을 공유하는 수준에 머무르지 않고, 국경을 초월한 교류를 촉진할 수 있는 다양한 크고 작은 이벤트를 주최하며, 나아가 커뮤니티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유대감을 강화할 수 있도록 활동을 기획하고 실행할 수 있는 환경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할 것이다.
주목하는 프로젝트/코인: 에테나(@ethena_labs, $ENA), 레이어제로(@LayerZero_Core, $ZRO), 모포(@MorphoLabs, $MORPHO), 온도 파이낸스(@OndoFinance, $ONDO), 유니스왑(@Uniswap, $UNI)
필자는 2~3년이 아니라 10년 이상을 이 업계에 있자는 마음 가짐으로 들어왔다. 그래서 좀 더 장기적인 관점으로 업계를 보고 있다. 사람들은 크립토에서 각각의 내러티브가 갖는 사이클이 짧다 하지만 실제로는 돈을 가장 많이 벌기 위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등의 패턴이 관측되고, 이러한 패턴의 핵심이 되는 것은 디파이이다. 디파이가 없다면 블록체인은 탈중앙화만을 외치는 니치한 유저들만이 사용하는 인프라일 뿐이다. 디파이를 통해 사람들은 보유한 자산을 늘리려한다. 또한 디파이 활동은 NFT 커뮤니티, 다오(DAO) 활동 등 크립토에서의 모든 활동의 근간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필자는 더 나은 디파이 서비스를 구축하는 프로젝트에 주목하고 보유한다.
디파이의 역사는 짧지만 2020년에 TVL이 10억 달러를 넘은 기점으로 빠른 속도로 발전해 왔다. 사용도 측면에서 AMM을 기반으로 한 온체인 스왑으로 탄력을 받은 후, 대출(Lending), 유동성 스테이킹(Liquid Staking), 무기한 선물(Perpetual Trading)과 같은 여러 디파이 요소들이 많이 사용되기 시작했다. 각각의 디파이 요소들은 다양하게 발전되었는데, 특히 온체인 스왑 측면에서는 AMM과 오더북 기반 매커니즘이 다양하게 혼합되어 최적화되었다. 이러한 온체인 스왑, 무기한 선물, 대출과 같은 성공적인 기본 요소들이 안정적으로 운영되면서 이제는 더 많은 가치를 획득하기 위하여 인프라를 확장을 하는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이것이 필자가 디파이 인프라에 집중하는 이유이다. 크립토의 개방적이고 무허가적인 특성을 고려할 때, 프로젝트가 더 많은 가치를 획득하기 위해 인프라를 확장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디파이 프로토콜들은 그간 대부분 스마트 컨트랙트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크로스체인으로 확장하거나 자체 레이어 2를 구축하는 등의 확장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러한 프로토콜들은 트랜잭션 순서를 정렬할 수 없다는 점, 높은 가스 수수료를 내야 한다는 점으로 인하여 가치가 누수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인프라를 확장하고 있다. 롤업 프레임워크, 애플리케이션별 시퀀싱(ASS), 상호운용성 프레임워크와 같은 툴들이 보다 쉽게 적용될 수 있게 되면서 이러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더욱 쉬워졌다.
필자는 이러한 디파이 인프라의 발전을 주도하는 프로젝트들을 주목하고 있고 앞으로 크립토가 커지면서 시장에서 성장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다음 섹션에서는 디파이 인프라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고, 어떤 프로젝트가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Source: Application Activity | Artemis Terminal
2.3.1 디파이 머니 레고는 점점 더 두꺼워지고 있다 (Feat. 모포, 에테나)
크립토에서 머니 레고라고 하면은 디파이 간의 결합을 통하여 서로의 서비스에 상호보완을 해주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 프로토콜들은 각각의 분야에 특화된 요소들을 결합하여 사용자들로 하여금 보다 나은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한다. 대표적인 예로 라이파이(LI.FI)와 같은 크로스체인 스왑 어그리게이터를 들 수 있다. 라이파이를 통해 사용자는 하나의 웹사이트에서 15개 이상의 탈중앙 거래소와 20개 이상의 브릿지에서 최적화된 경로로 토큰을 스왑하거나 브릿지할 수 있다. 스왑과 브릿지 프로토콜들이 허가형으로 운영된다면 불가능했을 일이지만, 스마트 컨트랙트 기반의 디파이의 개방된 특성 덕분에 운영 가능했던 서비스이다.
이러한 서비스들은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최근 모포(Morpho), 스파크(Spark), 에테나(Ethena) 간의 협업에서도 이러한 머니 레고의 특징이 잘 드러난다. 이 협업을 통해 모포의 랜딩 인프라(모포 블루 및 메타모포)에 스파크가 DAI 토큰을 할당하였으며 이 토큰은 에테나의 USDe, sUSDe 등의 풀에 할당되면서 추가적인 이자 수익이 발생되고 있다. 이러한 협업은 기존 금융에서는 불가능했던 금융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디파이 머니 레고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기존 메이저 디파이 프로토콜들은 그간의 안정적인 운영을 통해 신뢰할 수 있을만큼 평판을 많이 쌓았고, 또 기술적으로 서로간 통합도 더욱 쉬워지면서 디파이 프로토콜들 간의 협업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이러한 트렌드에 있어 커스텀 가능한 랜딩 인프라를 제공하는 모포와 디파이에서 가장 높은 스테이블코인 이자율을 제공하는 에테나와 같이 명확한 벨류를 제공하는 메이저 프로토콜들이 성장을 주도할 것이다.
Source: DeFi Value Flows: Understanding DeFi Business Models and Revenues | by Aw Kai Shin
2.3.2 디파이 인프라가 두꺼워지고 있다(Feat. 유니스왑, 에테나, 레이어제로)
2022년에 댄 엘리처(Dan Elitzer)는 “유니체인의 필연성”이라는 글을 통해 기존 스마트 컨트랙트 기반의 탈중앙화 거래소(DEX) 시스템에서 발생되는 가치 누수로 인하여 유니스왑(Uniswap)은 자체 체인을 출시할 것이라고 주장했었다. 저자에 따르면 유니스왑 트레이더들은 유동성 공급자에게 지불하는 스왑 수수료, 이더리움 밸리데이터에 지불하는 트랜잭션 수수료, MEV 비용 등 세 가지 비용을 많이 지불하고 있지만 이러한 비용들이 유니스왑에게 흘러가지 않아 가치 누수가 발생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유니스왑이 2024년 10월에 자체 레이어 2를 발표함에 따라 유니체인이 현실화 되었다. 유니체인은 위 가치 누수들을 획득하기 위해 설계되었으며 이를 통해 유니체인은 기존의 유니스왑 사용자들을 기반으로 더 많은 가치를 획득하고 유니 토큰($UNI)에 유틸리티를 추가할 수 있게 되었다. 2024년에는 유니스왑뿐만 아니라 다른 디파이 프로토콜 또한 자체 레이어 2를 발표하였는데 대표적인 예시로 프랙스 파이낸스의 프랙스탈, 스웰 프로토콜의 스웰체인 등이 있다.
크립토 인프라의 독특한 점은 어떤 외부 주체도 “가치 흐름”을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각 프로토콜들은 자신들이 획득할 수 있는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인프라를 구축하거나 확장할 수 있다. 기존 전통 비즈니스에서는 이가 안 되는 이유는 공개되는 정보가 많이 없기에 다른 기업이 어떻게 가치를 포착하는지, 확장을 통해 얼마나 더 많은 가치를 포착할 수 있는지를 산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크립토에서는 다르다. 프로토콜이 인프라에 대한 주권을 가진 상태로, 가치 흐름을 쉽게 구축해 나아 갈 수 있다.
이러한 추세에서 가장 유망한 두 가지 프로토콜은 에테나와 레이어제로이다. 에테나는 1년 만에 TVL이 60억 달러 규모로 성장했으며, 이번 사이클에서 가장 성공적인 신규 디파이 프로젝트로 자리매김했다. 이제 이들은 자체 네트워크를 출시하여 ENA 토큰에 더 많은 유틸리티를 추가하고 USDe를 위한 생태계를 구축할 준비를 하고 있다. 자체 네트워크를 통해 ENA 및 USDe의 사용처를 늘리는 시도와 더불어 다른 네트워크로의 확장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 ENA, USDe, sUSDe는 레이어제로의 토큰 프레임워크인 OFT를 통해 솔라나를 포함한 17개 넘는 네트워크에 배포되었다. 레이어제로는 토큰 프레임워크 시장과 체인 간 연결 인프라 분야에서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더 많은 레이어 1과 레이어 2가 출현하는 상황에서도, 가장 신뢰성 있는 연결성을 제공하는 레이어제로는 앞으로도 이 시장을 계속 주도해 나갈 것이다.
2.3.3 전통 금융권의 참여로 디파이가 두꺼워지고 있다 (Feat. 온도, 에테나)
크립토의 사용자층은 과거 반정부 성향의 사람들과 트레이딩을 과감하게 하는 사람들로 한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디파이가 제공하는 자산 관리의 편의성과 실용적인 활용 사례들이 분명해지면서, 전통 금융권도 크립토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크게 두 그룹 - 핀테크 기업들과 전통 금융 기관들 - 이 디파이 생태계에 접근하고 있다.
첫 번째 그룹인 핀테크 기업들은 규제 범위 내에서 기존 금융의 경계를 넓혀온 역할을 하던 집단이다. 핀테크 기업들은 모바일 시대가 열리면서 결제, 트레이딩, 자산 관리를 위해 기존 금융 서비스의 대안으로 여러 서비스를 출시했었다. 대표적으로 스트라이프(Stripe), 로빈후드(Robinhood), 레볼루트(Revolut)와 같은 회사가 등장하면서 핀테크는 급속도로 발전했다. 금융권에서 도전 정신을 갖고 기존 시장을 넘봤던 핀테크 기업들의 도전 정신은 이제 크립토로 향하고 있다. 주목할 만한 사례로 페이팔이 스테이블코인 PYUSD를 출시하여 현재 5억 달러의 TVL을 달성한 것과 스트라이프가 11억 달러 규모로 브릿지(bridge.xyz)를 인수를 한 것을 들 수 있다. 2025년에는 로빈후드가 스테이블코인을 출시할 준비를 하고 있으며, 레볼루트 또한 디파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기에 디파이와 핀테크 간의 융합은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 다음으로 블랙록(Blackrock), JP모건과 같은 거대한 전통 금융 기관들 또한 디파이 생태계를 탐색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 USDT 발행사인 테더(Tether)는 2024년 상반기에 52억 달러를 벌어들였는데 2024년 상반기 블랙록의 순이익이 31억 2,600만 달러인 것과 비교했을 때 이러한 높은 수익은 많은 전통 금융 기관들에게 신선한 충격이였다. 현재 블랙록은 비트코인 및 이더리움 ETF를 출시한 것과 더불어 국채 수익률을 지급하는 자체 스테이블코인인 $BUIDL을 출시하여 여러 디파이 프로젝트들과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추가적으로 크립토 진영에서는 온도 파이낸스($ONDO)와 같은 디파이 프로토콜이 금융 기관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으며, 프랙스 파이낸스와 같은 프로토콜들은 블랙록의 BUIDL을 기반으로 스테이블코인 frxUSD를 운영하기로 발표했다. 앞으로 규제 장벽이 낮아지고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점점 기회로 다가오면서 전통 금융 기관들이 어떻게 디파이와 융합될지 지켜보는 것이 중요하다.
주목하는 프로젝트/코인: 펭구(@PudgyPenguins, $PENGU), 앱스트랙트(@AbstractChain, $ABS), MegaETH(@MegaETH_labs)
2.4.1 투기의 제품화와 소비자 어플리케이션의 채택
2025년에는 크립토에서 소비자 어플리케이션의 부상이 돋보일 것으로 기대한다. 크립토는 언제나 디젠들의 손에 의해 발전해 점차 더 넓은 범주의 사용자의 채택으로 확장되어 왔다. 비트코인과 스테이블코인, 디파이가 그 경로를 거쳐왔고, 이제는 컨슈머 어플리케이션의 차례를 목전에 두고 있다. 결국 크립토가 디젠들 간의 PvP를 넘어 시장 전체의 파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새로운 사용자와 자금의 유입이 필연적이며, 밈과 소셜, NFT와 게임 등 결국 가장 직관적이면서도 크립토의 특성을 살린 서비스들이 다시금 주목받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물론 이전 사이클 보다 더 나은 방식으로.
밈이건 NFT이건 AI이건, 더 많은 이들이 사용자를 끌어모으고 높은 거래량을 달성하기 위한 제품을 만드는 데 산업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크립토만의 강점과 고유의 경험을 살린 어플리케이션의 등장이 이어지고 있으며, 이제 크립토는 탈중앙화의 이념이나 기술 내러티브만을 추종하는 너드들만의 전유물이 아니게 되었다.
특히나 2024년 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밈 코인 열풍과 AI 에이전트, 탈중앙화 과학(DeSci) 등은 투기를 하나의 제품이자 카테고리로 파생된 케이스로 볼 수 있다. 투기적 수요는 더 넓은 사용자의 유입을 이끌어내고, 이들 중 일부는 디파이나 스테이블코인 결제, 예측 시장 등 더 넓은 크립토의 활용 사례와 맞닿을 수 있는 기회를 가질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크립토 시장의 대내외적 환경이 소비자 어플리케이션 도입에 우호적으로 변화했다는 점 또한 채택을 앞당기는 요인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지갑 사용의 경험은 충분히 추상화 되어 사용자가 인지하기 어려운 수준에 가까워졌고, 모바일 환경이 점차 보편화되고 있으며, 확장성 문제도 상당 부분 개선되어 일반적인 금융 서비스를 사용하는 것과 비교해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전반적인 시장 상황 또한 매우 긍정적이라, 사이클의 정점을 향해 나아가는 동안 새로운 사용자들의 유입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트럼프 당선으로 예상되는 친화적 크립토 정책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규제 환경의 개선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미국의 정책 변화는 단순히 자국 시장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크립토 시장 전반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2.4.2 AI 에이전트 열풍의 정점과 하락
$GOAT의 등장 이래로 2024년 하반기 가장 성공적인 분야로 자리매김한 AI 에이전트는 2025년까지도 새로운 정점을 향해 나아갈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기술은 언제나 사람들의 관심을 이끌어내는 훌륭한 재료였으며, 강력한 밈의 원천이 되어왔다. 과거의 메타버스, 모듈러 블록체인 그리고 현재의 AI 에이전트 등, 모두 기술과 투기적 수요가 결합하여 만들어낸 극단적 낙관주의의 산물이다. 여기서 의미하는 AI는 기존 AI 산업 전반이 아닌 크립토에서 자주 발견되는 AI 에이전트 또는 자의식(Sentient) AI 등에 관한 사용 사례에 한정된다.
다만 디파이나 모듈러 블록체인 등이 거품이 꺼진 이후에도 계몽의 경사(Slope of Enlightenment) 단계에 돌입해 실질적인 수요를 기반으로 천천히 도입을 늘려간 반면, 현재의 AI 에이전트는 지난 사이클의 메타버스와 마찬가지로 명확한 사용 사례나 고객에 대한 정의 없이, 불명확한 목적과 모호한 용어로 점철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AI 에이전트 또한 단기적으로 기술적 내러티브에 기반해 시장의 관심을 독식하며 빠르게 상승할 것은 분명해 보이나, 이를 뒷받침할 만한 중장기적 성장 동력이나 사용 사례를 찾기 어려워 이후 소멸의 길을 걸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누가 먼저 수익을 실현하고 시장을 빠져나갈 수 있느냐를 겨루는 치킨 게임으로 귀결될 것으로 전망된다.
2.4.3 체인과 어플리케이션 관계의 재정립
2025년 블록체인 업계는 체인과 어플리케이션 간의 전통적 위계 관계가 근본적으로 재정립되는 시기를 맞이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체인이 생태계의 중심이라는 기존 관념이 흔들리며, 어플리케이션이 주도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블록체인 산업은 체인이 최상위 개념이 되어 생태계를 구축하는 탑다운 방식이 주류였다. 2025년에도 모나드, 베라체인, 메가이쓰, 이니시아 등 시장의 기대를 받는 체인들의 출시가 예정되어 있다. 그러나 이들은 범용 체인으로서 성공을 거두는 마지막 세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대신 하이퍼리퀴드나 에테나처럼 검증된 어플리케이션을 중심으로 생태계를 확장하거나, 유니스왑과 같이 단일 기능에 특화된 체인으로 스핀오프하는 바텀업 방식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을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동인으로는 현재 업계가 직면한 구조적 불균형을 들 수 있다. 블록 공간은 넘쳐나는데 반해 이를 채울만한 양질의 어플리케이션은 부족한 상황이다. 반면 작년 한 해만 해도 폴리마켓, 버츄얼스 프로토콜, 펌프닷펀 등의 연이은 성공이 어플리케이션 또한 체인이 가진 영향력과 매출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점을 입증했다. 체인 구축 기술과 사용자 경험의 제약이 점차 해소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성공적인 어플리케이션들이 자체 체인으로 스핀 오프하는 사례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패러다임의 변화는 자금 조달 방식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메가이쓰가 보여준 ICO 방식의 부활이나 하이퍼리퀴드, 펭구의 대규모 에어드랍과 같이 커뮤니티 중심의 토큰 분배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 VC를 통한 자금 조달이 선호되었던 것과 달리, 이제는 초기 자본보다 실제 사용자와 커뮤니티의 지지가 더 중요한 성공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이미 검증된 어플리케이션이 자체 토큰이나 체인을 출시하는 경우, 기확보된 사용자 기반을 통해 충분한 유동성과 네트워크 효과를 창출할 수 있어 더 이상 전통적인 투자 유치에 의존할 필요성이 크게 감소하게 되었다.
주목하는 프로젝트/코인: 이더리움(@ethereum, $ETH), 솔라나(@solana, $SOL), 에테나(@ethena_labs, $ENA), 맨틀(@0xMantle, $MNT), 아이겐레이어(@eigenlayer, $EIGEN), 퍼퍼파이(@puffer_finance, $PUFFER), 저킷(@ZircuitL2, $ZRC), 이더파이(@ether_fi, $ETHFI)
비트코인은 2024년 불장에서 저점 대비 약 2.4배 이상의 가격 상승을 보여줬다. 4년마다 돌아오는 비트코인 반감기와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등 크립토적으로 호재가 많은 것도 한 몫을 했지만, 결국은 크립토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점진적 인식 변화와 점점 더 탄탄해지는 블록체인 산업계 그리고 기존 금융계가 참여할 수 있도록 기반 환경이 마련된 것들이 더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비트코인은 블록체인 산업계의 바로미터와 같은 역할을 하기에, 비트코인 가격의 상승은 전반적인 크립토 가격의 상승을 이끌었다. 그러나 비트코인 도미넌스에서도 보이듯, 아직 비트코인의 과점유는 산업계의 다른 분야로 자본의 재분배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지금까지 거쳐왔던 불장들의 사이클을 보면, 비트코인의 가격 상승 후 비트코인의 도미넌스가 줄어들며 각 분야들로 자본이 이동해왔다.
이렇듯 모두가 비트코인의 상승에만 주목하고 있을 때, 2025년에는 자본의 이동성 관점에서 이더리움을 비롯한 L1, L2 체인 등 인프라와 관련된 프로젝트들을 주목해야 한다. 이들은 비트코인의 그림자 아래에서 묵묵히 기술적 생태계적 준비를 해오고 있었고, 올해에는 자본의 재분배가 이루어지며 이들이 빛을 볼 수 있는 해라고 예상하고 있다.
필자의 포트폴리오는 이 관점에 따라 구성되어 있으며, 대표적인 프로젝트들에 대한 관점을 설명하도록 하겠다.
2.5.1 대표적인 인프라 거점 체인, 이더리움과 솔라나
이더리움은 이번 불장에서 꽤나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많은 이더리움 홀더들의 기대를 받으며 데브콘 2024(Devcon 2024)에서 야심차게 빔 체인(Beam Chain)과 추후 로드맵을 공개했지만, 솔라나를 필두로 한 L1 체인들의 계속되는 약진과 대비되는 이더리움의 행보는 결국 가격적으로 쓰라린 2024년 결과 보고서를 받아들이게 되었다.
특히, ETH/BTC 가격 추이를 살펴보면 최근 계속 우하향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아직 비트코인에 이어 시가총액 2위로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어느정도 모멘텀이 소실된 흐름이다.
하지만 필자는 이더리움이 다시 기지개를 펼 때가 머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많은 L1들이 이더리움의 왕좌를 넘본다고 해도 이더리움은 아직까지 압도적인 체급을 자랑한다. 왕좌에 도전하는 후보들 중 가장 강력한 솔라나는 이더리움과의 시가총액(2025. 01. 14 기준)이 약 4배 이상의 차이를 보이며, 디파이 생태계 내에 묶여있는 자산의 양(2025. 01. 14 기준)으로는 약 7배 이상의 차이를 보인다.
또한 이더리움은 비트코인에 이어 ETF의 승인이 이루어진 자산이기 때문에, 기존 기관들이나 전통 금융권에서 접근하기 쉬운 고지를 점하고 있다. 이더리움 ETF를 통한 자금 유입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는데, 2024년 12월에는 총 20억 8,000만 달러의 순유입이 발생하여, 11월의 10억 달러 대비 두 배 이상의 증가를 보였다. 특히, 블랙록의 ETHA 펀드는 12월에만 14억 달러의 순유입을 기록하였으며, 피델리티의 FETH 펀드에는 7억 5,200만 달러가 유입되었다.
대내외적으로 이더리움의 내실 다지기도 계속되고 있다. 조금은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던 L2 생태계도 이제 어느정도의 궤도권에 오르며 자신들의 역할을 찾아가고 있고 이더리움이 계속해서 강조하는 영지식(Zero-Knowledge, ZK) 기술도 여러 프로젝트들을 토대로 성장하고 있다. 이더리움 생태계에서 가장 먼저 생겨난 리스테이킹 서비스도 독보적인 스탠스를 유지하며 발전 중에 있다.
이더리움 보유를 고민하는 분들이 가장 걱정하는 무한 발행의 문제도 2021년 8월에 이루어진 런던 하드포크 이후에 발행량이 점점 줄어들어 현재의 전체 유통량은 부분적 디플레이션을 기록할 정도로 안정되어졌다.
2025년이 된지 얼마 안된 지금이 이더리움의 위기인가? 라고 묻는다면 필자는 그렇다 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러나 위기를 극복하면 가장 찬란한 때가 찾아오는 법이다. 비트코인이 구조적으로 펼치지 못한 글로벌 컴퓨팅이란 개념을 도입하고 지금까지 꾸준히 갈고 닦아온 이더리움은 2025년에 위기를 딛고 왕관의 무게를 이겨내는 모습으로 증명할 것이라 믿는다.
이어서 이더리움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인 솔라나는 블록체인 생태계 내 여러 분야에서 이더리움을 맹추격 중이다. 이미 커질대로 커져버린 솔라나만의 생태계는 다른 후발 L1 체인들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독자적인 규모를 자랑한다.
Source: Solscan
특히, 솔라나는 이더리움이 강조하는 완전한 탈중앙성을 어느정도 내려놓고 성능과 유저 친화성을 더 중점에 두고 발전해 왔다. 이 때문에 이더리움보다는 조금 더 중앙성을 띄는 구조를 취하고 있지만, 덕분에 현재 약 45,000에 육박하는 초당 트랜잭션 처리속도(Transaction per Second, TPS)를 자랑한다. 이는 솔라나 사용자들이 더 쾌적하고 빠른 환경에서 블록체인 애플리케이션들을 이용하고 불필요한 리스크를 지지 않아도 되는 효과와 연결된다.
또한 솔라나는 거대한 개발자 및 사용자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빠르게 트렌드를 읽고 이를 적용하려는 시도를 계속해서 하고 있다. 이번 불장 초기에 굉장히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밈 코인 메타에서도 다른 L1 체인들보다 빠른 문화적 도입을 통해 트렌드를 이끌어 갔다. 요즘에는 AI 메타에 걸맞게 솔라나 AI 해커톤을 여는 등 계속해서 뉴메타를 선점하려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이더리움과 차별되는 내러티브를 가지고 성장하고 있는 솔라나는 크립토 씬에서 탈중앙화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하게 만든 장본인이다. 이더리움이 그렇게 강조하는 탈중앙성이 결국 사용자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더 많이 끼친다면 탈중앙성을 고집해야 하는가? 에 대한 답을 찾아가기 위한 솔라나의 여정은 2025년에도 계속될 것이다. 위로는 강력한 라이벌 이더리움을 바라보며, 아래로는 여러 L1 체인들의 치기어린 도전을 받으며 솔라나가 어떠한 행보를 보일지 필자도 주의 깊게 지켜볼 것이다.
2.5.2 리스테이킹 생태계의 지속적인 성장
“리스테이킹은 사용자가 이미 스테이킹한 자산을 다시 활용해 여러 블록체인 네트워크나 애플리케이션에 추가적인 보안을 제공하는 메커니즘이다. 이를 통해 기존 스테이킹 자산을 재활용하여, 확장성과 유동성을 높이면서도 추가적인 보상을 얻을 수 있게 한다.”
리스테이킹은 위의 인용에서 설명된 것처럼, 금융 공학에 기반한 새로운 형태의 네트워크 보안이다. 리스테이킹은 기존 스테이킹 자산의 재활용을 통해 확장성과 유동성을 높이는 참신한 개념을 가지고 2024년 엄청난 성장을 이루어냈다.
특히, 리스테이킹 생태계의 인프라로 볼 수 있는 아이겐레이어(Eigenlayer)와 플랫폼으로 분류되는 이더파이(Etherfi), 퍼퍼파이(Pufferfi), 저킷(Zircuit)은 많은 자금을 끌어모으며 리스테이킹 시장을 견인 중에 있다.
2024년의 리스테이킹 키워드는 “리스테이킹의 첫 등장”과 “이더리움 생태계 중심의 리스테이킹 활성화”였다면, 2025년의 키워드는 “더욱 많은 리스테이킹 플레이어의 등장”과 “다른 L1 체인으로의 리스테이킹 전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리스테이킹의 본고장인 이더리움 내에서는 리스테이킹 인프라 역할을 두고 아이겐레이어, 심바이오틱(Symbiotic) 그리고 카락(Karak)이 경쟁 중에 있다. 심바이오틱과 카락은 아이겐레이어에 비해 후발주자이며 아직 예치된 자산의 양도 부족하다.
그러나 심바이오틱의 경우, 에테나(ENA)와 같은 다양한 자산의 리스테이킹을 지원하며 자산 예치량을 늘리고 있으며 카락은 아비트럼이나 맨틀 그리고 바이낸스 스마트 체인 등 여러 체인들을 통해 자산을 예치할 수 있도록 구성하여 각자만의 차별성을 내세우고 있다.
따라서 2025년에는 이더리움 생태계 내에서도 리스테이킹 인프라 간 불꽃 튀는 경쟁이 계속해서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이러한 리스테이킹의 영향력은 이더리움을 넘어 다른 L1 체인들로도 퍼지고 있다. 이더리움 외에 리스테이킹 생태계가 성장하고 있는 대표적인 체인은 비트코인과 솔라나이다.
먼저, 비트코인은 지금까지 한 번도 뒤집힌 적 없는 총 자산 규모를 활용하여 다른 블록체인에서 추가적인 수익성을 창출할 수 있도록 리스테이킹을 활용한 프로젝트들이 관찰된다. 바빌론(Babylon)은 비트코인의 스테이킹과 리스테이킹을 통해 다른 지분증명 기반 블록체인의 보안을 강화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특히, 비트코인을 브릿징이나 래핑 없이 직접 비트코인 블록체인에서 스테이킹 할 수 있게하여 더욱 높은 사용성을 자랑한다.
또한 솔라나는 매우 빠른 트랜잭션 처리 능력과 낮은 거래 수수료를 바탕으로 지토(Jito), 솔레이어(Solayer) 등 많은 리스테이킹 인프라 서비스들을 탄생할 수 있게 했다. 지토는 이미 솔라나의 스테이킹 인프라로 인지도가 있는 상황에서 리스테이킹 서비스까지 출시를 하여, 미리 구축되어 있던 스테이킹 노하우를 토대로 안정성 있게 리스테이킹 서비스를 이어가고 있다. 솔레이어도 아이겐레이어를 벤치마킹하여 사용자들의 편의성은 올리고 솔라나의 리스테이킹을 통해 솔라나 생태계의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2025년에는 이더리움 뿐만 아니라, 비트코인과 솔라나 등 다른 L1 체인에서도 리스테이킹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질 것으로 본다.
2.5.3 새해에 우리가 주목해야 할 블록체인 인프라 프로젝트들
2024년에는 정말 많은 프로젝트들이 새롭게 런칭하고 자신들만의 특장점을 뽐내는 한 해였다. 2025년은 2024년에 등장하여 내실을 견고히 하고 있는 프로젝트들과 2025년에 등장할 프로젝트들의 전쟁터가 될 예정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에테나(Ethena)와 맨틀(Mantle)을 살펴보겠다.
에테나는 크립토 달러의 시대가 도래하며, 가장 빠르게 성장했다. 에테나는 독특한 고이자율 전략과 블랙록 BUIDL 기반의 안전한 담보 관리 그리고 미국 국채 담보 스테이블코인과 에테나 네트워크의 포괄적인 확장 계획을 통해 2024년 큰 성장을 기록했다.
Source: 크립토 달러 전쟁의 서막과 에테나의 전략 (Feat. UStb와 에테나 네트워크) | 포필러스
특히, 에테나의 달러 페깅인 USDe는 스테이킹 보상, 델타-중립 시장 전략 그리고 리퀴드 스테이블코인 수익률을 통해 사용자에게 사용 및 보유의 이점을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이는 곧, USDT, USDC 등 다른 달러 페깅 스테이블코인으로부터 자금의 유동을 이루어냈다.
날이 갈수록 스테이블코인의 사용처가 많아지고 스테이블코인을 사용하는 주체가 핀테크 대기업들까지 확장되고 있다. 크립토 달러의 강세가 이대로 쭉 계속되는 한, 에테나와 USDe의 성장은 2025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맨틀은 2024년 메인넷을 V2로 업그레이드하고 맨틀의 스테이킹을 통한 보상 지급과 다른 토큰들의 에어드랍을 통해 저변을 넓히는 한 해를 보냈다.
기술적으로는 석싱트(Succinct)와 함께 옵티미즘 방식의 롤업에서 영지식 방식의 롤업으로 전환하려는 연구를 진행했다. 또한, 체인링크(Chainlink)와의 협업을 통해 Chainlink Cross-Chain Interoperability(CCIP)를 도입하고 이를 통해 맨틀 생태계를 멀티체인 생태계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기술적 기반을 마련하려는 시도를 했다.
Source: Mantle Reward Station
생태계적으로는 중앙 거래소인 바이빗(Bybit)과의 끈끈한 파트너십을 통해 맨틀의 사용처를 넓히고 맨틀 홀더들을 확보했다. 이외에도 자체 맨틀 스테이킹을 통해 MNT Power(MP)를 보상으로 받고 이를 다른 에어드랍의 기회로 활용하는 등의 적극적인 연계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크립토 홀더들에게 맨틀을 홍보하는 아주 좋은 결과를 낳았고, 2025년에도 이 흐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아무래도 맨틀은 현재 바이낸스를 바짝 뒤쫓고 있는 바이빗이라는 중앙 거래소와 긴밀한 관계에 있고, 때문에 맨틀 홀더들이 더 늘어날 것이다. 이는 곧 맨틀을 사용하려는 활동들이 맨틀 메인넷에서 이루어지고, 결국 맨틀 생태계 전체적으로 선순환이 일어나는 효과로 다가온다. 따라서, 이 선순환을 바탕으로 2025년에는 $MNT 생태계적으로 더 커지는 한 해가 되지 않을까 싶다.
주목하는 프로젝트/코인: 버츄얼스 프로토콜(@virtuals_io), Axal(@Gekko_Agent), 테츠오(@7etsuo), 리덱티드 R&D(@rndterminal)
2.6.1 새로운 리테일 유입의 촉매제: 온체인 스몰캡 트레이딩
온체인 자산으로의 유동성 흐름은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예상된다. 특히 중소형 시가총액의 자산은 CEX에 리스팅되어 있는 대형 시가총액 자산과 비교하여 더욱 다변화된 시장 기회를 제공할 것이며, 나아가서는 높은 기대 수익률과 함께 리테일 투자자들의 크립토 마켓 유입을 견인하는 핵심 동력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와 같은 양상은 지난해의 밈코인 사이클을 통해 이미 가시화되었다. 프로젝트에 대한 과도한 벨류에이션은 높은 FDV라는 관행을 낳았고, 이에 대한 반감과 제한적인 기대 수익률은 시장 참여자들의 관심을 대형 CEX의 메이저 프로젝트 토큰에서 온체인 상의 밈코인 트레이딩으로 전환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배경 아래, 지난 한해의 마켓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을 꼽으라면, 칠가이(Chillguy)나 무뎅(Moodeng)과 같이 보편적인 밈을 주제로 하는 밈코인의 가격이 높은 가격을 기록함과 함께 팬텀 월렛의 앱스토어 다운로드 순위가 상위권을 차지하던 순간이었다. 이는 온체인 경험이 전무하던 유저들도 높은 기대 수익의 고위험 자산인 밈코인을 트레이딩하기 위해 온체인 월렛이나 문샷(Moonshot)과 같은 도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주었다.
해당 장면은 크립토 채택 방식의 중요한 전환점을 시사한다. 기존에는 온체인 유저를 확보하기 위한 방법으로 인프라의 발전과 혁신적인 애플리케이션의 등장을 기대해왔다면, 크립토 마켓의 유난히 투기적인 성향과 높은 상방 여력을 가진 기대 수익의 실현 가능성이 크립토 채택을 견인하는 데 있어 무엇보다 효과적인 촉매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2025년에 더욱 뚜렷해질 변화는 온체인 상의 중소형 자산에 대한 트레이딩이 더이상 크립토 디젠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리테일 유입을 가속화하는 강력한 촉매제로 작용하는 양상이며, 이에 따라 변화될 시장의 흐름 또한 유심히 따라갈 필요가 있다. 가령, CEX 대비 DEX의 거래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며, 현재 AI 에이전트나 탈중앙화 과학이 밈코인의 뒤를 이은 것처럼 중소형 자산의 생성에 적합한 내러티브가 새롭게 부상할 수 있을 것이다. 또는 펌프닷펀 모델에서 나아가, 페어 런치와 모금 과정을 통합한 다오스닷펀과 같이 페어 런치 방식을 유지하면서도 지속가능한 프로젝트 빌딩을 가능케하는 방법이 발전의 단계를 거칠 것으로 보인다.
2.6.2 AI 에이전트: AI 에이전트의 범람 속에서 남을 것과 남지 않을 것
지난해 AI 에이전트는 전체 마켓에서 70% 이상에 달하는 마인드쉐어를 달성하며 가장 주목받는 내러티브로 자리하였다. 2025년에 들어선 현재도 AI 에이전트 사이클은 지속되고 있으며, 거의 모든 산업에서 AI가 핵심적인 키워드로 꼽히는 현황을 미루어 앞으로도 크립토와 AI 에이전트의 결합은 여전히 중요한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크립토 마켓 전반의 상승장이 점차 접어들고 장기적인 조정장에 진입한다는 전제 하에, 단기적인 투기적 수요에 의해 부풀려졌던 관심이 꺼지고 나면 범람하고 있는 AI 에이전트 중에서 남을 것과 남지 않을 것이 분명하게 가려지리라 전망한다.
그러한 시장 환경에서 살아남을 프로젝트는 기술적 상상력과 참신한 아이디어를 넘어 실질적 가치를 창출하는 프로젝트일 것이다. 그 대표적인 예시로는 버츄얼스 프로토콜을 꼽을 수 있다. 크립토와 AI 에이전트의 결합이 장기적인 관점에서도 유효한 유즈케이스와 비즈니스를 만들어나간다고 하였을 때, AI 에이전트 개발을 위한 프레임워크와 AI 에이전트 토큰 생성을 위한 런치패드의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버츄얼스 프로토콜은 AI 에이전트 생태계의 기반 레이어로서 독보적인 시장적 지위를 현재와 같이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VIRTUAL은 모든 에이전트 토큰과 페어로 거래되며 런치패드를 비롯한 도구를 활용할 시에 기축통화처럼 소비된다. 이처럼 플랫폼 내의 모든 상호작용으로부터 가치를 축적하는 토크노믹스는 버츄얼스 프로토콜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펀더멘탈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버츄얼스 프로토콜과 동일한 맥락에서 AI 에이전트가 실질적인 이익을 창출해야 한다는 관점으로 본다면, 디파이와 AI 에이전트의 결합은 합리적인 방안이라고 생각된다. 디파이 프로토콜의 거래 수수료나 예대 마진 혹은 구조화 상품을 통한 일드 창출은 이미 분명하게 검증된 PMF 중 하나이다. 따라서 게임이나 소셜 등의 영역에서 AI 에이전트가 새로운 비즈니스를 개척하기보다, 이미 PMF를 찾은 디파이의 비효율을 해결하는 솔루션으로 AI 에이전트를 도입하는 것이 더욱 현실적인 접근이다. 특히, 포트폴리오 관리의 자율화나 자연어 기반의 사용자 경험 개선, 나아가서는 자율화된 트레이딩 툴로써 기능하는 AI 에이전트는 AI 에이전트와 크립토의 결합을 이끄는 핵심적인 유즈케이스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주목하는 프로젝트/코인: 펭구(@pudgypenguins, $PENGU), 에테나(@ethena_labs, $ENA), 팜닷펀(@thefarmdotfun, $FARM), 미즈키(@_AnonDev, $MIZUKI)
올해 주목하고 있는 세 가지 흐름은 1) Crypto X AI 2) 수수료 전환 (fee switch) 기능의 활성화에 따른 디파이 토큰 가치 제고, 그리고 3) 하이퍼리퀴드의 부상에 따른 커뮤니티 우선주의 마인드의 확산 및 ICO, 에어드랍 메타의 부활이다. 1번의 경우, 필자 외에도 다른 훌륭한 AI 리서처들이 많이 커버하고 있으니, 남은 두 주제를 중심으로 서술하도록 하겠다.
2.7.1 수익 공유와 디파이 토큰 가치 제고
현재 대부분의 디파이 토큰들은 거버넌스 기능에만 국한되어 있다. 이는 탈중앙화라는 블록체인 철학에 부합하지만, 실질적인 경제적 가치를 제공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수많은 디파이 프로토콜들의 자체 서비스 성과는 꾸준히 성장했음에도 토큰 가격은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채 할인된 밸류에이션에 머물러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수수료 전환 기능은 프로토콜 수익의 일부를 토큰 홀더들과 공유하는 방식으로, 토큰의 가치를 명확하게 정의하고 투자 매력도를 높일 수 있는 해결책으로 오랫동안 주목받아 왔다.
그러나 이는 그간 규제의 벽에 가로막혀 실행에 옮겨지지 못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수익을 제공하는 토큰을 증권으로 분류하며, 해당 프로토콜들이 엄격한 규제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유니스왑은 수수료 전환 도입을 위한 거버넌스 투표를 세 차례나 시도했으나, 규제 리스크를 이유로 모두 부결된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a16z와 같은 주요 투자자들이 규제 부담을 우려하며 도입을 반대한 것은 디파이 시장 전반에 퍼져 있던 불안감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그러나, 이러한 분위기는 2024년 트럼프가 대선에 성공하면서 급격히 변화하기 시작했다. 백악관은 물론, 상원, 하원, 그리고 연방대법원까지 공화당이 장악하면서 친크립토 정책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커졌다. 트럼프 정권은 규제 완화를 통해 미국을 ‘크립토의 수도(crypto capital)’로 만들겠다고 선언했으며, 비트코인을 전략 자산(strategic reserve)으로 비축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특히, 트럼프 캠프의 정책 라인업은 크립토 산업에 긍정적인 시그널을 제공하고 있다. 폴 앳킨스(Paul Atkins)는 SEC 위원장으로 임명되었고, 데이비드 삭스(David Sacks)는 백악관의 크립토 정책 고문으로 기용되었다. 이들은 바이든 정권 시절의 ‘Chokepoint 2.0’과 같은 기존의 강경 규제 기조를 완화하고, 보다 명확하고 우호적인 규제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시장 참여자들이 안정적으로 프로토콜을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나아가, 게리 겐슬러(Gary Gensler)의 해임 소식과 크립토 자문위원회 구성 발표는 이러한 전환을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디파이 프로토콜들은 수수료 전환 모델 도입을 다시 적극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 이미 $ENA, $UNI, $AAVE, $RAY 등 안정적으로 매출이 발생하고 있는 프로토콜들은 수익 공유 모델에 대한 논의를 거버넌스 포럼에서 진행 중이며, 규제가 구체화되는 대로 실행에 옮길 가능성이 크다. 수수료 전환 기능의 도입은 수익을 토큰 홀더들에게 직접 분배함으로써, 기존의 거버넌스 중심 구조에서 실질적 수익 기반 구조로 전환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는 기존 금융 시스템과의 경쟁에서 디파이 프로토콜들이 실적과 가치 창출 측면에서 뒤처지지 않는 강점을 확보하게 된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결국, 이러한 움직임은 디파이 르네상스(DeFi Renaissance)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번에는 2020년 디파이 썸머에서 봤던 양상과는 사뭇 다를 것으로 예상한다. 혁신적인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유동성 채굴을 중심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경험했던 2020년 디파이 썸머 때와는 달리, 금번 붐은 보다 지속 가능하고 안정적인 수익 모델이 자리 잡아 디파이 토큰들의 가치가 재평가되는 양상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2.7.2 하이퍼리퀴드의 성공과 커뮤니티 우선주의 마인드의 확산
2024년 크립토 시장의 하이라이트을 꼽으라면 단연 하이퍼리퀴드다. 11월 29일에 TGE를 진행한 하이퍼리퀴드는 $HYPE 토큰 출시 1달 만에 FDV 기준 $34B을 돌파한 바 있으며, 2025년 1월 14일 현재 $20B 부근에서 횡보중이다. 그러나, 하이퍼리퀴드의 성공은 단순히 $HYPE의 시가총액 상승에 그치지 않는다. 이들이 보여준 커뮤니티 중심의 운영 철학은 2025년 이후 웹3 프로젝트들의 방향성을 재정립하는 중요한 선례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구체적으로, 이러한 성과는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정리할 수 있다.
먼저, 하이퍼리퀴드는 외부 자금 조달 없이 자체 자금으로 개발과 운영을 진행했다. 프라이빗 투자자나 중앙화 거래소, 마켓메이커를 위한 $HYPE 물량은 전혀 할당하지 않으며, 누구나 공평하게 $HYPE 매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설계했다. 이는 VC 자본에 의존하여 밸류에이션을 부풀린 뒤 대형 거래소 상장을 통해 리테일 투자자들에게 높은 가격에 덤핑하는 기존의 관행에 지친 시장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이러한 접근은 개인 투자자들로 하여금 기존 관행에 대한 인식을 환기시키며, 프로젝트들의 자금 조달 및 토큰 분배 방식에 대한 기대 수준을 한층 높였다. 결과적으로, 프로젝트들은 커뮤니티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 보다 투명하고 공정한 방식을 도입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직면하게 되었으며, 이는 장기적으로 시장 전반에 걸쳐 보다 건전한 생태계 형성을 촉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영향을 받아, 2025년부터 개인 투자자들은 프로젝트 초기 단계부터 참여할 수 있는 기회도 차츰 많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사실 커뮤니티 중심의 펀딩 모델은 2018년 ICO 붐에서 그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지만, 당시에는 사기성 프로젝트의 난립과 규제 부족으로 인해 신뢰를 잃었다. ICO는 국경을 초월한 자금 조달 방식으로 주목받았으나, 별도의 스크리닝 과정 없이 무분별하게 자금이 유입되면서 수많은 피해자들을 양산하는 문제를 낳았다. 결국 SEC와 국내 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각국 규제 당국이 ICO를 금지하게 되었다.
그러나 트럼프 집권 이후 규제가 명확해지고,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제도가 마련된다면, ICO는 새로운 모습으로 부활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에코(Echo)나 리전(Legion)과 같은 서비스들이 이러한 흐름을 주도하며 주목받고 있다. 이는 커뮤니티 중심의 자금 조달 모델이 다시 주목받고 있으며, 개인 투자자들에게 더 많은 참여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개인적으로 이는 Web3의 본질에 더 가까운 접근 방식이며, 2025년에는 이 같은 모델이 더욱 확산될 것으로 기대된다.
둘째, 하이퍼리퀴드는 전체 $HYPE 발행량의 70%를 커뮤니티에 할당하며, 성공적인 에어드랍 캠페인을 통해 크립토 역사상 몇 안 되는 마케팅의 귀감이 될 사례를 남겼다. 기존에는 에어드랍이 사용자들에게 단기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는데 그치며, 장기적인 커뮤니티 형성에는 실패한다는 비판이 많았다. 몇몇 프로젝트 파운더들조차 에어드랍에 대해 비관적인 시선을 보였다. 실제로 에어드랍은 일부 사용자들로 하여금 일회성 인센티브에만 집중하게 하여 서비스 이탈을 가속화하는 효과도 있었기 때문에 비용 대비 효과가 낮은 마케팅 방법이라는 것이 시장의 컨센서스였다.
그러나, 하이퍼리퀴드는 이러한 고정관념을 깨뜨리며, 에어드랍이 커뮤니티와 성장을 함께 향유하는 도구로 사용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이러한 접근은 향후 더 많은 프로젝트들이 커뮤니티 중심의 토큰 분배 전략을 채택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최근 아주키 팀은 전체 $ANIME 발행량의 50.5%를 커뮤니티에 할당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흐름은 점차 가속화될 것으로 보이며, 2025년에는 에어드랍 메타가 재부상하는 주요 트렌드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있다.
셋째, 하이퍼리퀴드는 결점 없는 제품 퀄리티를 통해 업계 표준을 제시하며 기술적 완성도를 입증했다. 하이퍼리퀴드는 제품 시장 적합성(PMF)을 확보한 뒤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이후 토큰 출시를 통해 커뮤니티와의 유대를 강화하는 전략을 채택했다. 이는 토큰 발행부터 서두르고 제품 개발은 뒷전으로 미루던 크립토 시장의 기존 악습과는 확연히 다른 접근이었다. 결과적으로, 하이퍼리퀴드는 제품 우선주의 전략을 통해 커뮤니티의 신뢰를 얻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끌어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2025년 이후 프로젝트들이 반드시 참고해야 할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다.
결론적으로, 하이퍼리퀴드의 성공은 2025년 이후 웹3 프로젝트들의 청사진을 제시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비록 하이퍼리퀴드의 방식을 그대로 복제하기는 어려울 수 있지만, 보다 커뮤니티와 제품 중심의 접근법을 따르는 프로젝트들이 더 많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웹3의 본질인 커뮤니티 주도 성장과 분산화된 가치를 실현하는 방향으로 시장이 재편되는 전환점이 될 것이다. 2025년은 웹3가 가고자 했던 지향점과 조금 더 가까워지는 해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