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시간 내에 급격하게 성장한 크립토 X AI 에이전트 마켓은 단기적인 내러티브를 넘어 크립토의 새로운 유즈케이스를 창출하거나 온체인 환경을 개선하는 혁신을 만드는 가능성을 내포한다.
ai16z와 버츄얼스 프로토콜은 에이전트 프레임워크를 중심으로 AI 에이전트 사이클을 주도하고 있다. ai16z는 오픈소스 프레임워크인 엘리자 OS를 통해, 버츄얼스 프로토콜은 효과적인 성장 전략을 통해 대표적인 플레이어로서 비교 우위를 구축하였다.
크립토 X AI 에이전트 AI의 랜드스케이프는 1)AI 에이전트의 개발을 위한 프레임워크, 2)분산된 프레임워크를 통합하는 모듈부터 에이전트를 시뮬레이션하는 샌드박스 환경까지 더욱 고도화된 AI 에이전트를 구축하기 위한 인프라와 툴, 그리고 3)자율적으로 특정한 작업을 수행하는 개별 에이전트들로 구성된다.
다수의 AI 에이전트가 서로 협력하며 작업을 수행하는 멀티 에이전트와 온체인 UX 개선을 위한 에이전트 기반 인터페이스 등을 통해, AI 에이전트는 점차 고도화되고 복잡한 작업을 수행하거나 실질적인 효용을 제공하는 솔루션으로 발전해나가고 있다.
크립토 마켓은 과장된 기술적 상상력과 과열된 투기적 수요와 함께 기술의 도입을 가속화하는 속성을 갖는다. AI 에이전트 또한 그러한 시장 환경 속에서 크립토와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받으며 한단계 발전해나가리라 전망한다.
쉽게 믿기 어려운 사실은 GOAT가 등장한 이후로 AI 에이전트에 대한 내러티브가 본격적으로 생겨난지 겨우 2개월 남짓이라는 것이다. 최근에는 에이전트를 생성하기 위한 프레임워크와 런치패드 플랫폼 등의 인프라가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으며, 그에 따라 다양한 기능의 에이전트들도 하루가 달리 생겨나고 있다. 이에, 전체 에이전트 토큰의 시가 총액은 약 $10B을 넘기고 있고, 우리는 수개월만에 AI 에이전트 마켓의 확대가 얼마나 빠르게 전개되어왔는지 실감하고 있다.
먼저, 필자는 크립토 마켓에서 전개되고 있는 AI 에이전트에 대한 논의가 단순히 버즈워드가 아니라는 것에 동의한다. 이해 관계에 얽혀있지 않은 리서치 에이전트가 마켓의 알파 정보를 소싱해주는 aixbt의 사례부터 사용자의 자연어 요청에 따라 온체인 트랜잭션을 자율적으로 실행해주는 Griffain까지, ToT(Terminal of Truth) 신화에서 시작한 AI 에이전트는 점차 온체인 UX나 인간의 의사결정에 있어 실질적인 효용을 제공하는 솔루션으로 거듭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AI 에이전트 사이클’이 한차례 지나간 시장에는 남아있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이 분명하게 가려질 것이다. 다소 과장된 기술적 상상력과 한껏 부풀려진 관심이 꺼지고나면 패러다임을 단숨에 전환시킬 것만 같던 내러티브는 현실적인 평가를 받게 되고, 그동안 펀더멘탈을 축적해온 프로젝트만이 시장에 남게된다.
그러한 점에서 AI 에이전트 사이클이 한창인 현재의 시점에 남을 것과 남지 않을 것에 대해 고찰해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 AI 에이전트 사이클의 현황과 전망에 대해 먼저 살펴보며 크립토 X AI 에이전트의 본질적인 의의에 대해 고찰하고, 부풀려진 에이전트 시장의 관심이 꺼질 때즈음 남을 것과 남지 않을 것을 확인하기 위한 실마리를 찾아보기로 한다.
Source: Virtuals Protocol, ai16z
버츄얼스 프로토콜의 감자꽃 폰트와 “ai16z”의 장난스러운듯한 프로젝트 네이밍은, 시장 참여자들로 하여금 처음 등장한 이들에게 의심섞인 눈초리를 품게하기에 충분하였다. 그러나 이제 AI 에이전트 사이클을 논할 때, 두 플레이어를 언급하지 않는 것은 어려울 만큼, 두 프로젝트는 AI 에이전트 섹터를 대표하는 플레이어가 되었다(이제는 45%나 되는 커뮤니티의 여론이 감자꽃 폰트의 변경을 반대한다). 이에 AI 에이전트 사이클의 현황을 한눈에 이해하기 위해 버츄얼스 프로토콜과 ai16z의 발전양상을 먼저 살펴보도록 한다.
Source: ElizaOS
ai16z는 자율적인 AI 에이전트에 의해 운영되는 펀드 DAO로 출범한 것을 기점으로, 현재는 솔라나 AI 에이전트 생태계의 선두에 위치하며 오픈소스로 구축되는 AI 에이전트 프레임워크인 엘리자(Eliza)를 빠른 속도로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이로써 개발자들은 복잡한 인프라의 개발 없이도 엘리자 OS(Eliza Operating System)를 활용하여 고성능의 AI 에이전트를 쉽게 배포할 수 있게 되었다. 이미 많은 에이전트가 엘리자를 기반으로 구축되고 있으며, 그에 따라 오픈소스 프레임워크의 개발을 총괄적으로 운영하는 ai16z는 엘리자 기반의 AI 에이전트들을 아우르는 하나의 생태계를 성공적으로 구축하고 있다.
엘리자 프레임워크의 구성요소를 간단히 살펴보면, 캐릭터 파일 시스템을 통해 AI 에이전트의 개성을 정의하고, AI 모델이 응답을 생성할 때 외부 데이터에서 관련 정보를 참조할 수 있는 RAG(Retrieval-Augmented Generation) 기능으로 지식 접근성을 향상시킨다. 또한 에이전트의 자율적인 거래를 위해 온체인 실행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으며, TEE 플러그, 토큰 생성 플러그, 파캐스터(Farcaster) 통합 플러그 등의 다양한 플러그인 아키텍처를 활용하여 에이전트의 특성에 따라 부가적으로 필요한 기능들을 도입할 수 있도록 한다.
Source: Sentient MarketCap
엘리자 프레임워크는 지금도 새로운 기능들을 시의적절하게 추가하며 고도화되고 있다. 해당 오픈소스의 개발 활성도와 성능은 깃허브 내 전체 레퍼지토리 중 트렌딩 1위를 차지할 정도이며, 총 1,100여회가 포킹되고 139명의 컨트리뷰터가 참여하는 기록이 이를 증명한다. 또한 최근에는 스탠포드 대학교와 AI 에이전트를 위한 연구 협력을 체결하며 엘리자 프레임이 지금보다 더욱 고도화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 있으며, 나아가서는 Marc AIndreessen과 Degen Spartan을 통해 LLM이 자율적으로 트레이딩을 실행하는 펀드로 확장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Source: X(@G_Gyeomm)
이러한 ai16z는 현재까지의 에이전트 사이클이 전개되는 데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하였다고 생각한다. AI 에이전트가 “센티언트 밈(Sentient Meme, 자율적인 텍스트 생성이 가능하기에 기존의 정적인 밈과 구별되는 동적인 밈으로 정의함)” 정도로 인식되던 것을 넘어, 유틸리티 중심의 에이전트와 에이전트의 성능을 고도화하기 위한 인프라의 필요성이 대두되도록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기 때문이다. 즉, 지금과 같이 실질적인 가치를 창출해내거나 더욱 특정한 목적을 갖는 AI 에이전트가 다양하게 등장할 수 있도록 기술적 기반을 마련하였으며, 나아가 크립토 X AI 에이전트 산업이 보다 장기적인 발전을 바라볼 수 있도록 인식을 전환하는 계기를 마련하였다는 데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ai16z와 더불어 크립토 X AI 에이전트 섹터를 견인하고 있는 또 다른 프로젝트는 버츄얼스 프로토콜이다. 어느새 버츄얼스 프로토콜은 베이스 생태계의 중추적인 애플리케이션으로 위치하며 꾸준한 리텐션과 유동성 유입을 만들어내고 있다.
(버츄얼스 프로토콜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이전 글, “Virtuals Fun, 생산적인 온체인 AI 에이전트 런치패드”를 참고해주길 바란다)
무엇보다 버츄얼스 프로토콜은 크립토 X AI 에이전트 산업이 새롭게 태동한지 얼마되지 않은 초입의 시장에서, 에이전트 프레임워크이자 런치 패드로서 성장 전략을 효과적으로 전개하며 AI 에이전트 플랫폼의 플레이북을 가장 앞서 제시해나가고 있다. 이들이 제시한 플레이북을 살펴보면 이러하다.
첫 번째로, G.A.M.E(Generative Autonomous Multimodal Entities)이라는 준수한 성능의 프레임워크를 기반으로 구축된 루나(Luna)는 트위터에서의 텍스트 응답을 넘어 AI 에이전트를 시각화한 라이브 스트리밍과 자율적인 온체인 상호작용을 통해 시장의 관심을 단숨에 모을 수 있었다. 이후, 런치패드인 Virtuals Fun을 출시하며 에이전트 토큰의 배포를 위해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인프라를 채워나갔으며, 인프라 구축의 단계를 지나와서는 aixbt나 VaderAI와 같은 유의미한 유즈케이스를 창출해내며 본격적으로 생태계를 확장해왔다.
버츄얼스 프로토콜의 흥행으로 촉발된 ‘베이스 시즌’을 한차례 주도한 이후로는, 에이전트 개발 지원과 프로모션 등의 인큐베이팅을 제공하는 에이전트 스타터(Agentstarter)를 운영하며 또 다른 유즈케이스를 창출하기 위해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에이전트 스타터를 통해 배포된 에이전트 토큰은 버츄얼스 생태계의 유저들에게 에어드롭되며 경제적 인센티브에서 기인하는 리텐션을 만들어내고 있는데, $VIRTUAL이나 $LUNA의 보유량 및 거래량 등에 따른 임계값에 비례하여 에어드롭을 진행함으로써 버츄얼스 프로토콜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를 효과적으로 유도하고 있다.
Source: X(@0xCygaar)
이와 같은 플레이북을 제시하며 버츄얼스 프로토콜은 AI 에이전트 사이클의 주요 플레이어 중 하나로서 독보적인 지위를 구축하였다. 최근에는 개발자가 샌드박스 환경에서 온체인 거래나 토큰 생성 등, 에이전트의 다양한 기능들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개발자 환경을 새롭게 업데이트하며 인프라의 성능을 고도화하고 있다. 이후에는 에이전트와 에이전트 간의 상호작용이 주축이 되는 업데이트(Society of AI Agents)를 예고하며, ‘멀티 에이전트’ 국면으로의 발전을 모색하고자 한다.
ai16z와 버츄얼스 프로토콜이 구축한 플레이북과 인프라는 크립토 X AI 에이전트에 대한 높은 관심도에 부응하며 산업의 프레임을 보다 선명하게 제시해왔다. 이제는 더욱 다양한 플레이어들이 해당 산업에 참여하며 다소 요원하게 느껴졌던 아이디어들을 실질적으로 구현하기 위한 인프라들을 채워나가고 있다. 그 결과로 해당 산업은 하루가 달리 확장하고 있으며, 그렇게 형성된 현재의 크립토 X AI 에이전트 랜드스케이프는 다음과 같이 정리된다.
1)에이전트 프레임워크 & SDK
ai16z와 버츄얼스 프로토콜은 ‘에이전트의 레이어1’으로 정의되곤 한다. 블록 검증부터 디앱 생성 및 사용자의 온체인 거래를 위해 중추적인 인프라로 역할하는 레이어1 블록체인이 존재하듯이, 에이전트의 구축에 활용되는 에이전트 프레임워크(ex. G.A.M.E, 엘리자)는 크립토 X AI 에이전트 산업의 가장 기본적인 인프라로 역할하고 있다.
프레임워크는 에이전트의 개성을 정의하는 캐릭터 파일 시스템부터, 에이전트가 사용자와 상호작용하기 위한 인터페이스, 혹은 텍스트를 분석하고 이해한 다음 의사결정을 생성하는 인식 서브 시스템과 프로세서까지, 에이전트 개발을 위한 구성요소들을 포함한다. 이에 개발자는 에이전트의 복잡한 아키텍처를 처음부터 구축하기보다, 프레임워크의 다양한 기능을 플러그 앤 플레이 방식으로 활용하여 개발 리소스를 절약할 수 있다.
2)에이전트 실행 인프라 & 툴
다소 포괄적으로 정의하였으나, 최근에 개별 에이전트의 고도화를 위한 인프라와 툴은 그 필요에 따라 가장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GOAT가 등장한 이후 트위터를 중심으로 인간과 상호작용하는 에이전트들이 우후죽순 등장하여 잠깐의 신선함을 제공하였지만, 이미 무의미한 텍스트만을 생성하는 에이전트들의 범람에 시장 참여자들은 지루함을 느끼고 있다.
이에서 나아가, 에이전트들은 크립토 마켓의 알파 정보를 소싱해주거나 자율적으로 자금을 리밸런싱하며 펀드를 운영하는 것과 같이 더욱 고도화되고 복잡한 작업을 수행하는 단계로 발전하였으며, 이러한 에이전트의 구현을 돕는 인프라와 툴에 대한 필요성 또한 증대하였다. 이에 분산된 프레임워크를 통합해주는 모듈부터 토큰의 배포 없이 에이전트를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샌드박스 환경 그리고 에이전트의 추론을 투명하게 검증하는 솔루션까지, 에이전트에 대한 수요와 함께 더욱 고도화된 에이전트를 구현하기 위한 솔루션 또한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3)AI 에이전트
앞에서 잠깐 언급하였듯, ‘센티먼트 밈’ 정도로 위치하던 에이전트에 대한 인식은 어느새 완전히 전환되었다. 개별 에이전트는 실질적인 가치를 창출하는 작업을 수행하며, 그에 따라 더욱 세분화된 과제를 갖는 목적 중심(Purpose-built)의 에이전트로 발전한다. 프레임워크를 비롯한 인프라의 발전은 이러한 양상을 가속화하고 있으며, Griffain과 같이 인텐트로 온체인 상호작용을 실행하는 에이전트부터 소셜 활동에 특화된 에이전트, 혹은 화이트햇으로 활동하며 보안 작업을 하는 에이전트까지 그 활용범위는 더욱 다양하게 퍼져나가고 있다.
위와 같은 에이전트 랜드스케이프의 발전에 따라, 산업 전체에서는 크립토 X AI 에이전트에 대한 관심도가 나날이 증대하고 있다. 시기에 따라 주류의 메타가 되는 내러티브가 형성되고, 특정한 내러티브와 함께 등장한 프로젝트들은 금새 종적을 감추기도 하며, 그 중 몇몇은 장기적으로 남아 펀더멘탈을 축적해 나간다. 그러한 흐름 속에서 시장 기회를 포착하기 위해서든, 프로젝트 빌딩을 위해서든 변화 양상을 한차례 앞서 내다보는 것은 매우 중요해진다. 이에 앞으로 주목해 볼만한 변화 양상들을 몇가지 소개해본다.
3.2.1 멀티 에이전트
Source: X(@jarrodWattsDev)
스웜(Swarm)이라는 용어로도 불리는 멀티 에이전트는, 다수의 AI 에이전트가 서로 상호작용하며 복잡한 작업을 협력을 통해 수행하는 시스템을 의미한다. 단일한 에이전트로는 데이터 처리나 추론 능력에 있어서 복잡한 과업을 수행하는 것에 성능 상의 한계가 따를 수 있다. 이에 다중 에이전트는 서로 다른 역할과 지식 베이스를 갖는 다수의 에이전트가 공통의 목표를 위해 협력하며 단일 에이전트가 해결하기 어려운, 더욱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가령, 자율적으로 디파이 수익을 창출하는 에이전트를 구축한다고 하였을 때, 여기에는 꽤나 복잡한 로직의 프로세스가 요구된다. 자율적으로 유동성을 리밸런싱하면서 일드 창출 전략을 성공적으로 실행하기 위해서는, 최적의 유동성 풀을 선별한 이후 유동성의 양과 할당을 적절하게 최적화하여 투입하고, 이에 따르는 온체인 거래도 실시간으로 실행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들을 단일 에이전트가 모두 수행하기 보다, 각기 다른 역할을 담당하는 멀티 에이전트가 함께 상호작용함으로써 더욱 개선된 결과를 얻는 시스템을 멀티 에이전트라 일컫는 것이다.
Source: X(@StoryProtocol)
이러한 멀티 에이전트는 아직까지 요원한 아이디어로 생각될 수 있지만, 적지 않은 프로젝트가 이미 AI 모델 간의 협업을 고도화하기 위해 새로운 인프라를 제시하고 있다. Story Protocol은 AI 모델 간의 협업을 위한 표준 프레임워크인 TCP/IP를 제안하며 에이전트 경제의 핵심 레이어가 되는 것을 목표로 발표하기도 했다. 상기하였던 ai16z와 버츄얼스 프로토콜 또한 멀티 에이전트의 구현을 위해 다양한 플러그인과 프레임워크의 업그레이드를 지속하고 있다. 이러한 인프라 프로젝트들을 통해 멀티 에이전트의 협업이 관찰되는 사례가 나오기 시작한다면, 이는 곧 AI 에이전트의 발전에 있어 크립토를 활용하는 것이 얼마나 필수적이고 중요한 것인지 입증되는 셈인 것이다.
3.2.2 에이전트 기반 온체인 인터페이스
Source: X(@aeyakovenko)
브릿지 경험을 생략하는 체인 추상화나 온램프 간편화 혹은 온체인 월렛의 UX 고도화 등을 통해 온체인 환경의 진입장벽은 날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블록체인과 크립토에 대한 이해도가 전무한 사용자의 입장에서 온체인 환경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없이 이를 활용하기에는 더욱 직관적인 해결책이 요구될 수 있다. 그러한 한계를 보완하는 솔루션으로, 에이전트에 기반한 온체인 인터페이스는 프롬프트를 통해 온체인 거래를 실행하는 가장 직관적인 방식을 새롭게 제안한다.
가령, 어떠한 상품을 크립토로 결제한다고 가정해보자. 해당 과정에는 체인을 선택하고 결제에 사용할 토큰을 골라내어 선택한 다음, 월렛을 통해 서명을 실행하는 등의 절차가 수반된다. 이를 온전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그 절차가 간소화될지언정 월렛 인프라, 멀티체인 환경, 토큰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도가 어느정도 요구되기 마련이다. 이에 자연어에 기반하여 온체인 상호작용을 자율적으로 실행해주는 인터페이스는 사용자로 하여금 크립토에 대해 이해할 필요성 자체를 대폭 낮추어 학습 곡선을 제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잠재한다.
대표적인 예로, 솔라나의 Griffain이 있는데, 이는 AI 검색 엔진을 인텐트 실행과 결합한 에이전트이다. 최근에 솔라나 재단은 크립토 결제로 쇼핑을 할 수 있는 커머스 이벤트를 진행하였는데, 이때 사용자는 Griffain을 활용하여 자연어 입력을 통해 크립토 결제를 진행하고 물품을 구입할 수 있었다. 이처럼 인텐트 기반 온체인 인터페이스는 온체인 UX의 혁신을 만드는 가능성과 함께, AI 에이전트의 활용사례 가운데 빠른 시일 내에 현실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유즈케이스라고 생각한다.
3.2.3 Alt-프레임워크
Source: Rig
버츄얼스 프로토콜과 ai16z의 프레임워크가 지배적인 시장 점유를 갖고 있는 상황에서, 웹 개발 환경에서의 통합이나 메모리 안정성 및 고성능의 병렬처리 능력과 같이 각 프로그래밍 언어의 장점을 극대화하거나 연산 실행에 최적화된 특수 목적의 프레임워크가 대두되고 있다. 프레임워크의 다양성은 AI 에이전트의 목표 성능에 따른 요구사항을 폭넓게 충족시키며 더욱 고도화된 LLM의 활용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그 발전 양상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RIG은 파이썬을 사용하는 Zerebro의 ZerePy나 타입스크립트 기반의 엘리자와 달리 Rust로 구성된 LLM 프레임워크를 제공한다. Rust 특유의 타입 안정성(Type Safety)를 통해 데이터 타입과 관련한 오류를 미리 방지할 수 있으며, LLM 모델의 추론을 동시적으로 처리하여 효율적으로 리소스를 관리하면서도 고성능의 자연어 처리를 기대할 수 있는 대안적인 프레임워크로 RIG이 새롭게 제안된다.
Source: cookie.fun
여기까지 AI 에이전트 사이클의 현황과 전망을 살펴보았을 때, 필자가 짐작해볼 수 있는 독자의 감상은 에이전트 인프라와 개별 AI 에이전트들이 제시하는 미션이 다소 과장되게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크립토와 별개로, OpenAI나 Claude 또는 Google AI 등이 주축이 되어 개발되는 AI 에이전트도 아직 상용화되지 않은 시점에서 본질적으로는 AI 기술과 전혀 무관한 크립토, 블록체인을 통해 AI 에이전트의 진일보한 혁신을 기대하는 것은 사뭇 어려운 일처럼 보인다. 실제로도 크립토 X AI 에이전트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크립토의 새로운 유즈케이스를 창출해낼만한 새로운 혁신이라는 긍정의 평가와 한껏 과장된 단기적 내러티브일 뿐이라는 부정적인 평가로 첨예하게 엇갈리는 중이다.
다만, 우리가 지나온 몇차례의 마켓 사이클에 걸쳐 크립토 마켓이 공통적으로 보여온 속성을 상기해보자. 디파이나 10K NFT 혹은 ’메타버스’ 등이 그러하였듯, 하나의 마켓 사이클은 다소 부풀려진 기술적 상상력과 함께 투기적인 시장을 만들어낸다. 투기적 수요가 과열된 시장은 그저 유동성 유입뿐만 아니라, 동시에 양질의 인력과 풍부한 자본력을 충족시키며 기술의 도입을 가속화한다. 그러한 끝에 단기적으로 부풀려졌던 시장의 관심이 걷히고 나면, 시장에는 그동안 펀더멘탈을 축적해온 플레이어가 남아 단기적인 내러티브에 머무르지 않고 실질적으로 해당 산업을 성숙시켜 나간다.
다시 말해, 필자는 AI 에이전트 사이클이 과장되었다는 것에 동의한다. 다만 크립토 마켓이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보여온 속성을 고려하였을 때, 그러한 과장을 긍정한다는 의견이다. 투기적 수요와 기술적 상상력과 함께 진지한 비젼을 가진 플레이어는 장기적으로 펀더멘탈을 채워나갈 리소스를 충분히 확보하고, 그러한 과정에서 크립토의 새로운 유즈케이스를 창출하거나 크립토 환경을 한단계 발전시키는 계기를 마련한다.
위와 같은 지점에서 크립토 X AI 에이전트가 이번 마켓 사이클에만 잠깐 존재하고 사장될 내러티브가 아니라 실질적인 잠재력을 갖는다는 것에 동의한다면, 우리는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크립토와 AI 에이전트의 결합성에 대해 논해볼 필요가 있다. AI 에이전트는 크립토와 왜 결합되어야 할까?
이전의 사례를 미루어보아, 블록체인 네이티브하지 않은 기술 혹은 산업이 크립토와 결합될 때는 양자가 상호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받는 구조를 띄며 발전해왔다. 가령, 전통 금융과 디파이가 결합되는 구조가 그러하다. 전통적인 금융 인프라는 디파이를 통해 유연한 환경의 발행 시장(Primary Market)과 유통 시장(Secondary Market)을 조성할 수 있다. 반대로 디파이는 미국 국채와 같은 전통적인 자산을 통해 담보 자산의 유형을 다양화하여 안정적인 담보 구조를 확보한다. 이외에도, IP나 게임, 페이먼트 등의 기술 혹은 산업 또한 크립토와 결합될 때면 유사한 관계성을 가지며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다.
크립토와 AI 에이전트의 결합도 이와 동일한 맥락에서 그 의의를 찾아볼 수 있다:
크립토 → AI 에이전트: AI 에이전트에 경제적인 생명력을 불어넣는 크립토 페인먼트 레일
특히 페이먼트 시장에서 증명되었듯, 전통적인 금융 인프라나 국경에 구애받지 않는 페이먼트 레일은 크립토가 비교 우위를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가치제안 중 하나이다. AI 에이전트와의 결합에서도 마찬가지로, AI 모델의 성능을 고도화하는 과정에서 크립토의 페이먼트 레일은 효율적인 솔루션이 되어준다.
앞서 언급한 멀티 에이전트 시스템은 그러한 상호 관계를 잘 설명해준다. AI 모델의 온전한 협업을 위해서는 이들 사이의 경제적인 상호작용이나 에이전트가 자율적으로 특정 웹서비스를 활용하기 위한 페이먼트 기능이 요구될 수 있는데, 이때 24/7으로 작동하며 전통적인 금융 시스템의 제약에서 자유로운 크립토 페이먼트 레일이 적절한 솔루션이 되어줄 수 있다. 이에 AI 에이전트가 각자 월렛 계정을 소유하고 자율적으로 온체인 트랜잭션을 실행하기 위한 인프라가 멀티 에이전트를 구현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구성요소로 언급되는 것이다.
AI 에이전트 → 크립토: 24/7 돌아가는 크립토 마켓과 24/7 일하는 AI 에이전트
한편으로는, 크립토도 마찬가지로 AI 에이전트를 통해 다양한 발전의 가능성을 모색해볼 수 있다. 특히 24/7 운영되는 블록체인과 크립토 마켓에는 24/7 작업을 수행하는 운영 인력이 필요하다. 여기에서 AI 에이전트의 본질적인 기능이 그러하듯,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에이전트는 온체인을 기반으로 진행되는 대부분의 상호작용을 효율화시켜주는 가능성을 가진다.
앞에서 소개한 AI 에이전트의 대부분이 크립토 내에서의 상호작용을 효율화하는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사용자의 프롬프트를 기반하여 자율적으로 온체인 상호작용을 수행하는 Griffain은 온체인 UX를 효율화하고, Zerebro는 이더리움 네트워크를 위한 벨리데이터 운영을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AI 에이전트에 대한 개발 계획을 제안한다. 자율적으로 화이트햇 활동을 하여 바운티를 홀더들에게 분배하는 H4CK Terminal은 이미 버츄얼스 프로토콜과 스펙트랄(Spectral)에 있는 보안 취약점을 발견한 바 있다.
단적인 사례들을 언급하였지만, 이처럼 보안이나 온체인 UX, 프라이버시 혹은 자산화 등과 같이 폭넓은 영역에서 크립토와 AI 에이전트는 충분한 시너지 관계를 갖는다. 물론 아직까지는 초보적인 단계에서 아이디어가 제시되고 있으며, 벨리데이터를 수행하는 것과 같은 아이디어는 매우 면밀하게 설계된 기술적 중추가 마련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크립토 X AI 에이전트 마켓이 앞으로도 존재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서 위와 같은 시너지 관계는 이에 대한 유의미한 대답이 되어주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본론으로 돌아와 과장된 에이전트 시장의 관심이 꺼진 이후 남을 것과 남지 않을 것에 대한 실마리를 찾아본다면, 결국 “왜 크립토인가”에 대한 질문에 합리적인 대답을 제시하는 프로젝트일거라 생각한다. 버츄얼스 프로토콜과 ai16z가 가장 선두에서 그에 대한 대답을 제시해나가고 있으며, 뒤따른 여러 에이전트들이 크립토와의 결합을 다양하게 실험하고 있다. 나아가서는 멀티 에이전트와 인텐트 기반 인터페이스 및 대안적인 프레임워크가 실험을 위한 환경을 더욱 고도화해나가는 중이다.
a16z의 크리스 딕슨이 남긴 유명한 말처럼, 어떠한 혁신도 초기에는 장난감처럼 보이기 마련이다(The next big thing will start out looking like a toy). 이미 AI 에이전트는 트위터 상에서 응답 텍스트를 생성하는 데 그치던 데서 나아가, 벨리데이터나 화이트햇, 자율적인 온체인 트레이딩 등의 고도화된 작업까지 수행하고자 하는 아이디어에 닿고 있다. 그러한 AI 에이전트 사이클의 끝에는 유의미한 혁신이 남아있을지 또 하나의 흑역사를 남기고 사라질 것인지 함께 지켜봐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