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파이어 어택은 프로토콜의 초기 성장 전략으로 널리 사용되어왔으나, 스시스왑 혹은 블러(Blur), X2Y2, 룩스레어(LooksRare)와 같은 사례를 보면 초반의 과도한 인센티브, 보상 중심의 유저, 낮은 브랜딩 해자 등의 이유로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역효과를 발생시켰다.
뱀파이어 어택과 달리 인센티브 하이재킹은 인센티브 시스템을 통해 기존 플랫폼 내의 사용자의 특정 행동을 유도하며 공생하는 관계를 형성한다. 이는 지속가능한 인센티브, 자연스러운 사용자 활동, 기존 브랜딩 레버리지 등의 장점을 가지며, 카이토가 해당 플레이북을 통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로젝트들의 성공적인 인센티브 하이재킹을 위해선 본질이 뒤바뀌어 역효과를 내는 코브라 효과를 조심해야하며, 뱀파이어 어택에 자유롭지 않다는 점을 명시해야한다.
크립토 산업에서 만약 프로젝트가 성장하기 위해 꼭 읽어야 할 바이블이 있다면, 챕터 2 즈음에 무조건 언급될 플레이북이 있으니, 바로 뱀파이어 어택이다. 뱀파이어 어택이라는 이름은 2020년 8월에 스시스왑이 유니스왑을 대상으로 실행한 공격적인 유동성 이전 전략이 마치 뱀파이어가 인간의 피를 빨아먹는 것과 비슷하다고 하여 붙혀진 이름이다.
AMM DEX의 해자는 거대한 유동성이다. 스시스왑은 어떻게 뱀파이어 어택을 거대한 유동성을 구축하려 했을까? 스시스왑은 유니스왑의 오픈소스 코드를 포크하여 자체 플랫폼을 출시하고, 유니스왑의 유동성 공급자들이 LP 토큰을 스시스왑에 예치하면 SUSHI 토큰을 보상으로 지급하는 프로그램을 시작하였다.
Uniswap TVL | Source: DefiLlama
이 당시 유니스왑의 토큰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스시스왑은 효과적으로 유니스왑의 유동성을 흡수할 수 있었고, 2주도 안된 시기에 무려 $830M의 유동성이 유니스왑에서 스시스왑으로 이동하였다. 유니스왑은 스시스왑의 뱀파이어 어택을 방지하기 위해 2020년 9월 17일 급히 UNI 거버넌스 토큰을 런칭하기도 했다.
Sushiswap TVL | Source: DefiLlama
성공적인 뱀파이어 어택 이후 스시스왑은 승승장구하며 최고점 기준 $8B에 달하는 TVL을 기록하였다. 유니스왑의 TVL 최고점이 $10B임을 감안하면, 이는 엄청난 수치인 것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았을 땐 어떨까? 현재 약 $5B 정도의 TVL을 유지하고 있는 유니스왑과 달리 스시스왑의 TVL은 $120M 밖에 하지 않으며, 아래 그래프에서도 볼 수 있듯이, 유니스왑이 스시스왑에 비해 압도적인 거래량을 보여주고 있다.
Source: Dune (@Dune)
이러한 현상은 비단 유니스왑-스시스왑에서만 발견되는 것은 아니다. NFT 마켓플레이스 카테고리 내에서도 과거에 Blur, X2Y2, Looksrare 등 수 많은 NFT 마켓플레이스들이 오픈시를 겨냥하여 뱀파이어 어택을 실행했고, 짧은 기간 동안 효과를 보긴 했지만, 결과론적으로 결국 오픈시가 다시 거래량 1위를 차지하게되며, 과연 뱀파이어 어택이 유효한 전략인지에 대한 의문을 강화시켰다.
Source: Dune (@sealaunch)
디파이, NFT 마켓플레이스, 소셜 미디어 등의 카테고리에서 뱀파이어 어택의 다양한 사례들을 보았을 때 아래 두 명제는 높은 확률로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
단기적인 프로토콜의 성장 전략 측면에서 뱀파이어 어택은 효과가 굉장히 뛰어난 플레이북이다.
뱀파이어 어택으로 성장한 프로젝트들은 장기적인 측면에서 지속가능성을 유지하기 어렵다.
쉽게 생각해본다면, “뱀파이어 어택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확보한 유저 베이스를 프로덕트를 통해 리텐션을 달성하면되는거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는 역사적 사례를 기반으로 보았을 때 그리 쉽지 않아 보인다. 그 이유는 아래와 같다.
초반의 과도한 인센티브: 뱀파이어 어택 특성상 초반에 더 많은 인센티브를 지급할 수 밖에 없고, 이는 장기 지속가능성을 저하한다.
보상 중심 (mercenary) 사용자: 뱀파이어 어택을 통해 유치한 사용자는 프로젝트의 장기 방향성보다는 단기 인센티브를 추구하는 경향이 높다. 따라서, 추후에 다른 프로젝트에게 뱀파이어 어택을 또 당했을 때 유저 베이스를 빼앗기기 슆다.
낮은 브랜딩 해자: 기존에 거대한 브랜드를 구축한 프로젝트와 달리, 새로운 프로젝트가 이러한 신뢰를 단기간에 구축하기는 어렵다.
기존 플랫폼의 대응: 유니스왑, 오픈시는 뱀파이어 어택에 당하고만 있지 않았으며, 이들 또한 네트워크 효과를 방어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펼친다.
뱀파이어 어택의 시대는 끝났다.
최근 크립토 커뮤니티에서 가장 화제가 되는 프로젝트 탑 10을 뽑으라고 하면, 아무에게나 물어봐도 카이토는 무조건 포함될 것이다. 카이토는 AI 알고리즘을 활용하여 X.com의 크립토 커뮤니티를 분석하는 대시보드를 제공하고, 이를 기반으로 다른 웹3 프로젝트들이 효과적으로 마케팅 이니셔티브를 전개할 수 있도록 하여, 인포파이(InfoFi)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선두 주자로 평가받는다.
인포파이 분야의 개척도 훌륭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더 훌륭한 것은 카이토의 성장 전략이다. 나는 이 방식을 “인센티브 하이재킹”으로 부르고자 한다.
카이토는 X의 거대한 유저베이스를 레버리지하고자 했다. 웹3 생태계에서 X를 레버리지하려는 시도는 과거부터 있어왔다. 파캐스터(farcaster), 프렌텍(friendtech) 등 수 많은 웹3 소셜 미디어 프로젝트들이 X를 레버리지하고자 했지만 초반에 반짝 관심을 끌었을 뿐, 결과론적으로 유의미한 네트워크 효과를 구축하지 못했다. 뱀파이어 어택의 한계는 명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센티브 하이재킹은 다르다. 뱀파이어 어택과 달리, 인센티브 하이재킹에서 신규 프로젝트는 기존 프로젝트와 경쟁하지 않으며, 기존 프로젝트의 사용자들에게 추가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사용자들의 기존 플랫폼 내의 행동을 유도한다. 사용자들은 기존 프로젝트 내에서 머물며, 추가적인 인센티브를 받기 위해 행동 양식만 바꾸면 된다.
카이토의 예시를 살펴보자. 자체 소셜 플랫폼을 구축하여 X 사용자들을 온보딩시키려고 했던 파캐스터나 프렌텍과 달리, 카이토는 X와 직접적으로 경쟁하지 않는다. 또한 카이토는 얍스(yaps)라는 인센티브 시스템을 구축하여, X 사용자들이 X 플랫폼 내에서 특정 프로젝트에 대한 컨텐츠를 생성하도록 유도한다. 인센티브 하이재킹을 통해서 카이토는 X의 거대한 네트워크 효과를 효과적으로 레버리지할 수 있었고 지금의 지위를 달성할 수 있었다.
아래와 같은 이유로 나는 인센티브 하이재킹이 뱀파이어 어택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한다:
인센티브의 지속가능성: 인센티브 하이재킹을 감행하는 프로젝트는 기존 프로젝트와 경쟁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성장 초반 단계에서 과도한 인센티브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
자연스러운 사용자 참여: 뱀파이어 어택을 통해 유치한 사용자의 많은 비율이 기회주의적(mercenary)이라면, 인센티브 하이재킹은 기회주의적 사용자뿐만 아니라 기존 플랫폼의 오가닉한 사용자에게까지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이는 사용자의 플랫폼이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기존 브랜딩 레버리지: 기존 브랜드와 경쟁해야하는 뱀파이어 어택과 달리, 인센티브 하이재킹은 기존 프로젝트의 브랜딩을 활용하여 함께 성장할 수 있다.
인센티브 하이재킹의 개념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미 이전부터 인센티브 하이재킹의 사례는 작게나마 있어왔다.
스테이킹 유도: 코스모스 생태계에서 몇몇 웹 3프로젝트들의 경우,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밸리데이터 노드에 위임 스테이킹한 사용자들에게 추후에 출시될 프로젝트의 거버넌스 토큰 에어드랍을 제공하여 사용자를 유치한 사례가 있다.
에테나(Ethena) 프로토콜: 에테나는 렌딩, 볼트, DEX, 롤업 등 수 많은 프로젝트들과 협업하여, 해당 플랫폼 내에서 USDe를 사용하는 유저들에게 에테나 포인트를 지급한다. 즉, 에테나는 디파이 프로토콜들과 경쟁하는 것이 아닌, 공생하며 거대한 디파이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었다.
카이토가 훌륭한 점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카이토는 특정 프로젝트들에 대한 컨텐츠를 생성한 사용자들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할 때 KAITO 토큰과 같은 자체적인 인센티브 뿐만 아니라, 다른 프로젝트들의 거버넌스 토큰과 같이 외부에서 추가적인 인센티브를 가져온다. 이는 인센티브의 지속가능성까지 해결할 수 있는 궁극의 솔루션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기존 프로젝트를 인센티브 시스템을 통해 하이재킹하는 것을 넘어서, 그 인센티브를 다른 프로젝트로부터 하이재킹하기에, 나는 이를 “인센티브 하이재킹 x2”로 부르고자 한다.
만약 카이토가 기존 프로젝트의 사용자들에게 자체적인 인센티브만 제공한다고 생각해보자. 초기 성장 단계에서 과도한 인센티브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뱀파이어 어택과 비교하여 지속가능성이 높다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센티브가 계속 지급되어 장기적으로 제공할 토큰 인센티브가 적어진다면, 플랫폼 내 사용자들의 행동을 유도할 여력이 떨어질 것이다.
카이토는 얍스(yaps)를 모으는 야퍼(yapper)들에게 자체적인 KAITO 토큰 인센티브 뿐만 아니라, 카이토 플랫폼을 활용하는 프로젝트들의 거버넌스 토큰 혹은 마케팅 비용까지 제공한다. 즉, 사용자는 카이토에 온보딩된 프로젝트에 대한 컨텐츠를 생성하고, 이에 대한 대가로 해당 프로젝트의 보상을 얻을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카이토는 X와 웹3 프로젝트들 사이에서 중개자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며, X 플랫폼을 레버리지함과 동시에 온보딩한 프로젝트들의 인센티브까지 양쪽에서 이점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인센티브 하이재킹 x2 플레이북은 초기 단계에서 X 의 네트워크 효과를 기반으로 빠른 속도로 성장할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카이토에 온보딩한 프로젝트들이 지속적으로 지급하는 인센티브를 통해 장기적인 지속 가능성까지 달성할 수 있는 것이다.
Source: The Good Boss
과거 19세기 영국령 인도 델리에서는 독사인 코브라가 사람들에게 위협이 되자, 영국 정부는 코브라를 잡아오면 포상금을 지급하는 정책을 시행한다. 처음에는 효과가 있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일부 주민들이 포상금을 받기 위해 코브라를 사육하는 일이 벌어졌다.
인센티브 하이재킹을 성공적으로 하기 위해선 이러한 코브라 효과를 조심해야한다. 예를 들어 게임 내의 쌀먹(mercenary) 유저들을 살펴보자. 게임의 본질은 플레이어에게 재미를 제공하는 것이며, 게임사는 플레이어들이 재미를 느끼기 위해 과금한 수익을 주 비지니스 모델로 한다. 하지만 우리는 자본주의의 시대에 살고 있다. 넓은 의미에서 자본주의는 모든 시스템에 인센티브 하이재킹을 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데, 이는 게임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게임 내의 몇몇 유저들은 돈을 벌기 위해 게임 플레이를 통해 아이템을 파밍하고, 이를 다른 사용자들에게 판매하여 궁극적으로 생태계 내의 가치를 착취한다.
이러한 쌀먹 유저들이 적당히 있을 때에는 오히려 생태계의 효율성이 증가하기도 한다. 하지만 쌀먹 유저가 과도해진다면 게임 생태계 내의 수요와 공급의 균형은 깨지게 되며, 기존 플레이어들도 영향을 받고 생태계를 이탈하는 결과가 벌어질 수 있다.
Source: Kaito, 2025-05-30 10:30 AM KST
현재 카이토에서도 코브라 효과와 정확히 똑같은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카이토의 초기 취지는 양질의 컨텐츠 생성을 통해 정보를 제공하여 생태계를 이롭게 하는 사용자를 보상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인센티브가 과도해지자, 기존에 컨텐츠를 생성하지 않는 수 많은 사용자들이 야핑(yapping)에 참여하였으며, X 플랫폼 내에 수요 없는 컨텐츠의 공급이 과도해져, 오히려 역설적으로 기존의 오가닉한 사용자들이 이에 상당한 피로도를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loud 사태가 이의 대표적인 예시이다 (자세한 내용은 “Loud! is a Kaito Testnet” 참고).
결국 인센티브 하이재킹의 플레이북 내에서 코브라 효과를 방지하기 위해선 어뷰징 및 게이밍이 불가능한 정교한 인센티브 구조를 설계해야할 것이다.
인센티브 하이재킹이 프로젝트의 성장 측면에서 아주 훌륭한 플레이북이지만, 인센티브 하이재킹에 성공한 프로젝트들 또한 뱀파이어 어택에 자유롭지 않다는 것을 염두하자.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카이토를 벤치마킹한 월체인(Wallchain)과 쿠키닷펀(Cookie.fun)이다.
아직까지 이 두 프로젝트가 카이토와 비교하여 이렇다 할 성과를 못내고 있긴 하지만, 추후에 카이토 생태계의 본질이 바뀌는 코브라 효과가 발생할 경우, 두 프로젝트가 기회를 포착해 카이토를 뱀파이어 어택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 인센티브 하이재킹을 성공적으로 한 프로젝트는 항상 뱀파이어 어택에 자유롭지 않다는 것을 염두하고, 강력한 해자를 구축하는데 힘써야할 것이다.
Source: Dune
베네 제세리트는 듄 시리즈에 등장하는 비밀스럽고 강력한 여성 집단으로, 정치, 종교, 유전학, 심리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류의 미래를 조종하고자 한다. 이들의 주 업무 중 하나는 미션아리아 프로텍티바(Missionaria Protectiva)로 외부 세계에 자신들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종교적 신화를 퍼뜨린다. 이를 통해 원시적인 행성에 예언과 전설을 심어두고, 필요시 이를 활용하여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한다.
인센티브 하이재킹은 베네 제세리트의 플레이북과 그 궤를 같이 한다. 신규 프로젝트는 정교한 인센티브 시스템을 통해 기존 프로젝트의 거대한 유저 베이스에 접근하여 특정 유저들의 행동 양식을 유도하고, 이를 통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과연 카이토는 X 내에서 베네 제세리트의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아니면 수 많은 코브라의 창궐이라는 역효과를 낼지, 지켜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