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제안된 이니시아의 #39 거버넌스 제안은 네트워크의 안정성과 탈중앙화를 한층 더 강화하기 위해 네 가지 핵심 변경 사항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일부 어젠다의 경우, 애초에 설계된 프로토콜 설계임에도 불구하고 이해관계자들과의 충분한 소통이 없이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커뮤니티 구성원간에는 본 제안의 통과 여부를 두고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이니시아 측은 이에 대한 충분한 인지와 함께, 추후 적합한 거버넌스 절차 도입의 필요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포필러스 구성원들은 거버넌스 프레임워크의 도입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고, 이니시아 프로토콜의 비전에 맞는 프레임워크 설립 방식을 제안한다.
이니시아의 최근 #39 거버넌스 제안(Initia Chain Upgrade Proposal #1)에 대해 커뮤니티 내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해당 제안은 메인넷 런칭 한 달여 만에 초기 부트스트래핑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고 판단하고, 네트워크의 안정성과 탈중앙화를 한층 더 강화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네 가지 핵심 변경 사항을 담고 있다:
긴급 제안 제출을 위한 화이트리스트 기능 추가(Emergency Proposal Submitter Whitelisting)
롤업 자산 인출 시간 및 확정 시간 조정(OP Withdrawal Period)
Enshrined Liquidity 파라미터 조정(Adjusting Staking Rewards)
IBC 후크 기능 개선
각 항목에 대한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로, ‘Emergency Proposal Submitter Whitelisting’ 항목은 네트워크에 치명적인 이슈 발생 시, 화이트리스트에 포함된 검증인들이 5분 이내의 긴급 제안(emergency proposal)을 제출하고 처리할 수 있도록 프로세스를 도입하자는 내용이다. 일반 제안(normal proposal)은 7일의 투표 기간, 신속 제안(expedited proposal)은 1일의 집계 기간을 요구하는 반면, 해당 항목은 예외적인 상황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도입하고자 한다.
두 번째, ‘OP Withdrawal Period’ 항목은 Interwoven 롤업 전반에 걸쳐 자산 인출 시간과 롤업 확정 기간을 이니시아 L1 거버넌스 차원에서 일괄적으로 표준화하여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제안이다. 이는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고 롤업 간 일관성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세 번째, ‘Adjusting Staking Rewards’ 항목은 스테이킹 리워드 보상을 연 25% APR 수준으로 정상 조정하여 총 보상 규모를 1,250만 INIT으로 축소하자는 제안이다. 장기적으로는 약 3,000만 달러 규모의 TVL을 유지하며 30% APR 수준을 목표로 한다.
마지막으로, ‘Miscellaneous’ 항목은 IBC Hooks 개선을 포함해, 해시된 주소를 확인하는 작업 등 세부적인 기술 업데이트를 포함한다.
이번 제안은 이니시아 팀이 기존 토크노믹스 문서 등을 통해 예고했던 방향성과 대체로 부합하며, 체인 안정화와 롤업 중심 토큰 수요 구조 정립, 그리고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한 정당한 시도로 평가된다. 하지만 커뮤니티 구성원들의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안 과정에서 공개적이고 투명한 논의가 부족했고, 특히 21일의 언스테이킹 기간에 비해 투표 기한이 7일에 불과해, 결과에 따라 적절한 대응을 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커뮤니티 내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Source: 팽팽히 맞서는 이니시아 거버넌스 제안 #39의 투표 결과 | scan.initia.xyz, Twitter, Keplr
찬성 측은 이번 거버넌스 절차가 애초에 공지된 프로토콜 설계에 따라 자연스럽게 진행되는 만큼, 프로토콜의 원래 의도에 맞게 추진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반대 측은 설계에 따른 절차라 하더라도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이익이 걸려 있는 사안인 만큼, 그 시기와 절차에 대해 충분한 사전 논의가 있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에 대해 이니시아 팀은 반대 측의 우려를 충분히 인지하고 수용한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향후 거버넌스 프레임워크의 도입 및 고도화에 대해 열린 자세로 임할 것임을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도 해당 안건에 대한 투표는 팽팽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블록체인 업계는 ‘탈중앙화(Decentralized)’라는 수식어에 유독 관대한 편이다. 거버넌스 또한 예외는 아니다. 탈중앙화된 거버넌스는 네트워크 참여자들에게 자율성과 책임을 광범위하게 부여하고, 조직의 의사결정 과정에 유연성을 더함으로써 커뮤니티 구성원 각자의 효용을 보장하는 데 의의를 두는 듯하다.
하지만 군중심리학에 따르면, 개인에게 지나친 자율이 주어지면 군중은 오히려 혼란스럽고 비이성적인 방향으로 움직이며, 그 결과 감정적인 의사결정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강해진다고 한다. 실제로 우리는 블록체인 생태계에서 여러 거버넌스 사례를 통해, 적절한 프레임워크 없이 실행된 탈중앙화 거버넌스가 오히려 조직의 비전 달성에 해가 되거나, 해킹·시빌 어택·재산권 침해 등 심각한 문제를 초래하는 모습을 목격해왔다. 이러한 사례들은 탈중앙화 거버넌스가 아직은 악용에 취약한 상태이며, 보다 정교하고 진화된 형태로 나아갈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아직도 모호하고 추상적인 개념으로 남아 있는 이 ‘탈중앙화된 거버넌스’를 제대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비전과 정렬된 거버넌스 프레임워크가 필수적이다. 이니시아 역시 탈중앙화된 생태계 조성을 위해 VIP 프로그램 등 다양한 이니셔티브를 추진 중인 만큼,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서도 커뮤니티의 의사를 정교하게 반영하며 생태계를 운영해 나갈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한 거버넌스 프레임워크의 골자는, 우선 해당 생태계에 적합한 참여자들을 정의하고, 이들이 제안된 안건에 대해 균일한 정보와 이해를 가질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거버넌스의 안정성과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모든 참여자에게 공평하고 접근 가능한 참여 기회를 보장해야 하며, 특정 집단에게 편향된 결과를 유도하는 비중립적인 구조는 지양되어야 할 것이다.
거버넌스 프레임워크는 크게 4가지 정도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겠다.
참여자 및 거버넌스 범위의 최적화
적합한 참여자를 유인하기 위한 스킴
의사결정 피로도의 완화
중립지향적인 디자인
2.2.1 참여자 및 거버넌스 범위의 최적화
프로토콜 거버넌스를 설계함에 있어 가장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것은, 프로토콜의 목적에 따라 거버넌스 안건의 범위를 명확히 정의하고, 해당 안건을 다룰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춘 참여자들을 식별하는 일이다. 실제로 블록체인 생태계에서 다뤄지는 거버넌스 안건의 범위는 네트워크 레이어의 통신표준과 같은 근본적인 기술적 사안부터, 최종 사용자에게 가치를 제공하는 어플리케이션 차원의 이슈까지 매우 넓게 분포되어 있다.
특히 네트워크 레이어와 관련된 안건일수록, 이는 프로토콜의 핵심 동작이나 네트워크의 불변 속성을 규정하는 표준들로 구성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해당 거버넌스에 참여하는 이들은 프로토콜의 비전과 역사에 대한 깊은 이해뿐 아니라, 네트워크 통신, 인프라 구조 등 기술적 배경까지 갖추고 있어야 한다. 이러한 조건을 충족하는 참여자는 한정적일 수밖에 없고, 안건 자체의 연속성과 중요도 또한 높기 때문에, 유연하고 긴밀한 커뮤니케이션 체계가 요구된다. 이에 따라 많은 메인넷들은 오프체인 방식의 유연한 소통 구조를 채택하거나, 아예 거버넌스의 범위를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보다 안정적이고 신뢰 가능한 시스템 구축을 추구하고 있다.
반면 어플리케이션 중심의 프로토콜은 불특정 다수의 참여자들이 존재하며, 일반적으로 깊은 기술적 이해가 요구되지 않는 단발성 안건들이 많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거버넌스가 때때로 본래의 목적을 벗어나는 경우도 발생하며,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낮은 안건들은 토큰 기반의 온체인 투표로 처리되는 경우도 흔하다. 보다 복잡한 거버넌스가 요구될 경우에는, 안건을 세분화해 다양한 DAO나 위원회를 구성하고, 전문 인력을 배치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기도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때, 이니시아는 인프라부터 VIP 프로그램을 위한 어플리케이션 성 안건까지 그 범위가 넓을 것으로 사료된다. 따라서 이러한 특성과 운영 목적에 맞춰 거버넌스 안건의 범위를 신중하게 설정하고, 기대하는 참여자의 페르소나를 명확히 정의할 필요가 있다. 만약 안건의 범위를 지나치게 넓게 설정하고도 이를 뒷받침할 구조적 장치 없이 모든 참여자에게 동등한 책임을 부여할 경우, 참여자들이 개별 안건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투표에 임하게 되어 의사결정의 효력이 약화되거나, 거버넌스가 교착 상태에 빠지는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
2.2.2 적합한 참여자를 유인하기 위한 스킴
앞서 살펴본 것 처럼 현실적으로 효율/효과적인 거버넌스의 운영을 위해서는 거버넌스의 적합한 범위 및 참여자들의 설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아무런 장치없이 이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바라는 것은 요행일 수 있으며, 이러한 요행에만 의존하는 것은 되려 더욱 불안정한 거버넌스 시스템을 만들어낼 우려가 있을 것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하나의 방안으로 경제적 인센티브가 활용될 수 있는데, 이는 참여 유인을 위한 강력한 수단인 동시에, 설계가 미비할 경우 거버넌스의 질을 저해할 수 있다. 특히 거버넌스는 기여나 처벌 기준이 정량화되기 어렵기 때문에, 단기 수익만을 노리는 참여자가 유입될 경우 오히려 커뮤니티 내 합의 수준을 저해할 수 있다.
반면, 평판 기반의 비경제적 인센티브는 상대적으로 참여자 수의 급격한 유입을 기대하긴 어렵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프로토콜의 비전과 일치된 참여자들을 유도하는 데에 효과적이다. 이더리움의 EIP처럼 명시적인 보상이 없음에도 활발한 참여가 지속되는 사례는, 사회적 인정이나 기여의 가시성 등이 유효한 동기부여 수단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최근에는 온체인 기여 내역에 따라 평판을 스코어링하고, 이를 바탕으로 거버넌스 권한을 부여하는 시도들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결국 경제적 인센티브와 비경제적 인센티브는 각기 다른 장단점을 가지며, 프로토콜의 목적과 거버넌스 구조에 따라 그 조합과 활용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 예를 들어 Optimism은 두 가지 거버넌스를 병행하며 각각 토큰 기반과 평판 기반의 역할을 분리하고 있고, Lido는 단일 토큰 권한의 집중을 방지하기 위해 듀얼 거버넌스 모델을 검토 중이다. 이런 방식들은 각 인센티브 방식의 단점을 보완하며, 더욱 정교하고 지속가능한 거버넌스 모델 구축에 기여할 수 있다.
2.2.3 의사결정 피로도의 완화
프로토콜 거버넌스에 적합한 참여자들이 충분히 온보딩되었다 하더라도, 그들이 지속적으로 참여하기 위해서는 효율적인 거버넌스 프로세스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안건의 수가 과도하게 많거나 참여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구조라면 참여자들은 피로감을 느끼고 거버넌스에 대한 관심을 잃게 될 수 있다. 이때 중요한 개념이 ‘의사결정 피로도(Decision Fatigue)’인데, 이는 의사결정이 반복될수록 판단의 질이 떨어지는 현상으로, 블록체인 거버넌스 환경에서도 종종 나타난다.
특히 블록체인 거버넌스는 안건 수가 많고 불규칙하게 제안되는 경우가 많으며, 내용 또한 기술적이거나 긴급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참여자들이 안건의 경중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모든 안건을 팔로우업해야 하는 부담이 크다. 이 과정에서 정보의 접근성이 떨어지거나, 과거 안건과의 연계성을 파악하기 어려운 구조는 의사결정 피로를 더욱 가중시킨다.
게다가 다양한 언어적·지리적 배경을 지닌 참여자들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의사소통 구조나, 불편한 UX/UI를 가진 거버넌스 인프라도 참여 장벽을 높이는 요소가 된다. 이는 신규 참여자의 유입을 어렵게 만들고, 기존 참여자의 활동 지속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프로토콜은 단순히 많은 참여자를 확보하는 것을 넘어서, 이들이 지속적으로 안정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의사결정 피로도를 줄이는 시스템적 설계를 갖춰야 한다. 이를테면 안건의 논의 프로세스 강화, 거버넌스 범위에 따른 유연한 프레임워크의 채택, 반복적인 안건을 위한 거버넌스 자동화, 거버넌스 역사를 톺아볼 수 있는 랜드스케이프 도입 등 다양한 도구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의사결정 피로도를 완화시키려는 노력을 필수적으로 해야할 것이다.
2.2.4 중립지향적인 디자인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면 반드시 중립적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판단은 해당 시스템의 목적, 활용되는 정보의 성격, 그리고 시스템이 미치는 영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으로’ 블록체인 생태계에서 탈중앙화를 지향하는 시스템은 본질적으로 중립성을 띄어야 한다. 이는 다양한 참여자들의 요구를 공정하게 수용하고, 누구에게나 일관된 신뢰를 제공함으로써 지속가능한 구조를 형성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은 거버넌스 시스템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거버넌스 프레임워크는 특정 주체에 유리하게 설계되지 않도록 구조적으로 중립성을 유지해야 하며, 개별 안건 역시 일부 소수의 이익에 편향되어 전체 시스템의 공정성과 신뢰를 훼손하는 일이 없도록 주의해야 한다.
실제로, Juno 프로토콜의 제안 4번과 16번은 지갑을 분할해 에어드랍을 받은 계정의 자금을 몰수하자는 안건으로, 개인의 권리를 침해한 사례로 남아 있다. Osmosis의 제안 320번은 Tornado Cash를 사용한 이력이 있는 68개의 이더리움 주소를 제재하는 파일을 삭제하자는 내용이었지만, 해당 제안이 부결되면서 오랜 기간 OFAC 제재 기준에 기반한 검열 상태가 유지된 채 프로토콜 업데이트가 이루어졌다.
이러한 사례들은 참여자들에게, 자신이 사용하는 프로토콜이 언제든 재산권을 침해하거나 과거 활동 이력을 이유로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불안감을 안겨주었다. 무한한 자율성과 책임이 핵심 가치로 작동해야 할 탈중앙화 시스템이 오히려 특정 개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방향으로 작동한다면, 이는 오히려 다수의 자유로운 참여를 억제하게 된다. 그 결과, 해당 시스템은 누구에게나 신뢰받는 거버넌스 구조로 자리 잡기 어려워진다.
이니시아는 런칭된 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커뮤니티 중심의 다양한 이니셔티브를 빠르게 추진하며 성공적으로 전개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전개 속도가 다소 빠른 탓에, 생태계가 과연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할 만큼 충분히 성숙했는지를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른 시점인 것도 사실이다.
이니시아가 커뮤니티와 함께 지속적으로 성장해나가기 위해서는 커뮤니케이션이 필수적이다. 해당 거버넌스 제안의 투표기간동안 관찰했던 점 중 한 가지 고무적이었던 점은 재단이 이러한 커뮤니티의 피드백에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이를 수용하려한다는 것이다. 이번 계기를 통해 커뮤니티와 재단이 함께 거버넌스 프레임워크에 대해 논의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정립해 나간다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각자의 효용을 극대화할 수 있는 건강하고 진성적인 커뮤니티가 구축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이니시아의 ICUP1은 “어쨌든 옳은 내용을 프로포절에 올린 것이니 된 것 아닌가?” 하는 이야기도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안건이다. 프로포절 자체가 내용적으로 틀린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이들은 토크노믹스 페이퍼에서 명시한 대로 자신들의 토크노믹스를 조정하고자 하는 것뿐이다.
하지만 이들은 탈중앙 거버넌스를 선택했다. 비효율적이지만, 최대한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이 모여서 토론하고 의논하며 최대한 많은 이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할 수 있는 방법 말이다. 이러한 거버넌스 시스템 내에서는 내용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바로 절차다.
거버넌스를 주도하는 자들이 스스로 “체인에게 이로운 것”을 선택하고, 충분한 논의 절차 없이 체인에 적용시킨다면, 그것은 탈중앙이 아니고 철인정치에 가까운 것이다. 결국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체인에 이로운 결과를 도출하더라도, 더 이상 이니시아는 탈중앙 네트워크로 불릴 수 없을지도 모른다.
탈중앙 거버넌스는 효율적이지 않다. 만약 이니시아가 의사결정의 효율성을 추구했다면, 탈중앙 거버넌스는 포기해야 맞았을 것이다. 물론, 어떠한 거버넌스 시스템이 더 옳으냐에 대한 가치판단은 어렵다. 주관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니시아가 탈중앙 거버넌스 시스템을 채택했다면, 그 시스템이 정치적 정당성을 얻는 절차를 반드시 존중해야만 한다. 그들의 선택이다.
물론 이니시아는 이제 메인넷을 론칭한 지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았다. 앞으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무궁무진하기에,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한, 성숙한 거버넌스 프레임워크를 갖춰 나가기를 바라는 바이다. 포필러스도 이니시아의 이해당사자로서, 이니시아가 더 성숙한 거버넌스 체계를 갖출 수 있도록 기여할 것이다.
VIP의 지속 가능한 인센티브를 위해 이니시아에게 INIT의 인플레이션을 통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실제로 이니시아는 초기 설계 단계부터 인플레이션 조정을 위한 강도 높은 정책을 마련해왔다. 이번 프로포절 역시, 지속 가능한 인센티브 시스템과 이를 뒷받침할 토크노믹스를 구축하기 위한 필연적인 조정이었다는 점에서 그 필요성 자체는 분명하다.
그러나 그 절차에 있어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앞서 언급했듯, 체인의 핵심 파라미터를 조정하는 문제인 만큼, 이해관계자들과의 충분한 사전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었으며, 향후에는 체인 업그레이드와 관련된 의사결정에 있어 보다 정교한 거버넌스 프로세스를 마련하는 체계적 보완이 요구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향후 의사결정 구조의 개선을 기대해볼 수 있는 이유는, 이니시아가 그동안 커뮤니티와 이해관계자들과의 소통에 있어 신뢰할 만한 행보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이니시아는 VIP 부스팅 과정에서 전체 토큰 공급량 중 VIP 할당 비중을 15%에서 25%로 상향 조정했으며, 커뮤니티 보상 비중이 높아지며 상대적으로 감소한 보안 비용을 보완하기 위해 프라이빗 물량(VC 및 초기 투자자 지분)의 스테이킹을 공식 허용한 바 있다. 이는 업계에서 비공식적으로 이뤄지던 관행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해당 물량에 대해 연 2~4% 수준의 낮은 보상률과 4년의 락업을 적용함으로써, 민감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그 필요성과 정당성을 커뮤니티에 충분히 납득시킨 사례였다.
이러한 사례는 단순한 조치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이는 단순히 특정 정책을 실행하는 것에서 나아가, 이니시아가 지향하는 오케스트레이션 레이어를 실제로 구현한 사례이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이니시아는 체인의 아키텍처에서부터 조율이 핵심으로 놓여있다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향후, 신뢰할 수 있는 방식으로 거버넌스를 운영해나가는 것은 이니시아가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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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니시아 포럼 - Initia Chain Upgrade Proposal #1: Taking Off the Training Whe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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