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 FX는 통화를 프로그래머블 자산으로 바꾸어 온체인에서 직접 이동하게 만들며, 중개기관 없이 글로벌 지갑 간 환전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외환의 주도권이 금융기관에서 사용자로 이동하면서, 지갑과 상점이 새로운 레이어로 자리 잡고 있고 환전 자체가 보다 즉각적이고 사용자 중심적인 경험으로 변하고 있다.
Numo, Mento, Virtual Finance 같은 프로젝트들은 온체인 FX가 헤지, 패리티, 희소성을 처리하는 방식을 보여주며, 디지털 금융의 범용 결제 인프라로 발전할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외환(FX)은 오랫동안 글로벌 상거래의 보이지 않는 인프라로 기능해왔지만, 금융의 다른 영역과 달리 혁신의 속도가 크게 뒤처져 왔다. 그러나 스테이블코인은 이 흐름을 바꾸기 시작하고 있다. 통화를 프로그래밍 가능한 실물 자산 형태로 전환함으로써, 블록체인 위에서 즉시 이동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로써 외환 거래는 은행이나 결제망을 거치지 않고 온체인 상에서 직접 발생할 수 있는 구조로 진화하고 있다.
이 변화는 최근 ‘스테이블코인 FX’라 불리는 새로운 흐름을 낳고 있다. 이는 스테이블코인 간, 혹은 스테이블코인과 현지 법정화폐 간의 가치 교환을 의미한다. 전통적 FX가 은행 간 네트워크와 마켓메이커를 기반으로 작동했다면, 스테이블코인 FX는 지갑만 있으면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개방형 온체인 FX 인프라로 기능할 수 있다.
본 글은 이 새로운 FX 구조가 왜 중요한지, 현재 시장은 어디에 서 있는지, 그리고 Numo, Mento, Virtual Finance가 어떤 방식으로 스테이블코인 FX의 미래를 설계하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FX는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금융 시스템 중 하나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일일 거래 규모는 7조 달러를 넘는다. 그러나 그 인프라는 여전히 파편화되어 있고, 결제 속도 또한 느리다. 반면 스테이블코인은 국경 없는 결제 수단으로, 이미 월 수천억 달러의 거래와 2천억 달러 이상의 유통량을 기록하며 글로벌 결제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다.
이 빠른 성장세는 한 가지 중요한 문제를 드러냈다. 현재 대부분의 법정화폐 담보 스테이블코인은 달러(USD)에 고정되어 있으며, Cumberland Research (2023)에 따르면 그 비중은 전체의 99% 이상에 달한다. 반면 EURC, JPYX, BRLC 등 비달러 스테이블코인은 극히 제한적이다. 이로 인해 달러 집중 리스크가 심화되고, 현지 통화 유동성에 대한 접근성이 제약된다. Cointelegraph (2024)는 비달러 스테이블코인의 확대가 글로벌 채택의 핵심 과제라고 분석한다.
스테이블코인 FX는 이러한 공백을 메운다. 스테이블코인을 단순한 가치 저장 수단이 아니라, 즉시 환전·결제·헤지할 수 있는 상호운용 가능한 통화 네트워크로 전환시킴으로써, 진정한 글로벌 결제 레이어의 완성으로 나아가고 있다.
온체인 FX 거래는 규모와 효율성 모두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Robert Leifke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이더리움 네트워크에서만 약 14억 달러 규모의 FX 거래가 이루어졌다. 그는 또한 Uniswap V3의 EURC/USDC 페어의 스프레드가 1,000달러 거래 기준 6bp(0.06%)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이는 전통적인 소매 FX 브로커(예: Wise)의 약 60bp(0.6%) 대비 열 배 이상 저렴한 수준이다. Base 등 고속 L2 네트워크에서는 스프레드가 이미 1bp 이하까지 떨어져, 사실상 은행 간 시장 수준의 효율성에 근접하고 있다.
즉, 주요 스테이블코인 간 거래는 이미 병목이 아니다. 온체인 유동성은 깊어졌고, 거래 비용은 낮아졌으며, 가격은 전통 시장과 거의 동일한 수준으로 수렴하고 있다. Uniswap Labs (2024)의 연구에 따르면 온체인 FX는 기존 결제망 대비 국경 간 결제 비용을 최대 80% 절감할 수 있다.
다만 여전히 법정화폐와 스테이블코인 간의 전환 구간, 즉 온·오프램프에서는 높은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 MoonPay, Ramp, Transak 등 주요 서비스는 여전히 거래당 1~4.5%(100~450bp)의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이는 온체인에서 달성된 효율성의 상당 부분을 잠식한다.
이 문제의 해결책으로 은행이 직접 ‘토큰화 예금(Deposit Token)’을 발행하는 모델이 주목받고 있다. 이는 은행의 실물 예금 자산으로 완전히 담보된 규제된 디지털 부채 형태다. BIS Innovation Hub (2023)는 이러한 구조가 은행 인프라를 블록체인과 직접 연결해 발행·상환·결제를 간소화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결국 법정화폐 전송도 온체인 스왑처럼 즉시성·투명성·확정성을 갖춘 결제 행위로 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술보다 더 근본적인 변화는 FX가 발생하는 지점이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송금업체나 은행이 송금 전에 달러를 현지 통화로 바꾸는 구조였다. 그러나 스테이블코인의 등장은 이를 뒤집었다. 이제 사람들은 달러를 그대로 전송하고, 수취인이 언제, 어떤 환율에 환전할지를 직접 결정할 수 있다.
Stablecoin Blueprint 저자 Chuk과 Etherfuse CEO Dave Taylor는 이를 “FX 거래의 중심축이 은행과 송금업체에서 지갑, 오프램프, 현지 상점으로 이동하는 과정”이라 표현한다. 이제 환전은 목적지에서 발생하며, 이곳의 유동성은 더 깊고 스프레드는 더 낮다.
FX는 도매 금융 기능에서 소비자 수준의 서비스로 재편되고 있다. 이로써 수취인은 환전 시점과 환율 선택의 자유를 얻고, 상점은 더 저렴한 현지 유동성에 접근하며, 지갑 서비스는 기존 은행이 가져가던 스프레드 수익을 확보하게 된다.
이 변화는 특히 아르헨티나와 같은 고인플레이션 국가에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개인과 기업은 스테이블코인을 운영 자금으로 보유하고, 필요할 때만 현지 통화로 환전한다. 결국 FX는 지갑과 네오뱅크의 하류 레이어에서 작동하는 시장 기반 기능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통제권과 수익이 기관에서 사용자로 이동하고 있다.
오늘날 여러 프로젝트들이 외환 시장의 구조 자체를 온체인에 재구성하려 하고 있다. 이들은 전통적인 FX 데스크를 단순히 복제하지 않는다. 대신 환전, 가격 결정, 리스크 관리 메커니즘을 블록체인 레이어에 직접 내장하는 설계를 통해 완전히 새로운 금융 인프라를 만들어가고 있다. 그중에서도 Numo, Mento, ViFi Labs는 각기 다른 접근으로 이 미래를 보여준다.
Numo는 글로벌 금융의 오래된 공백, 즉 신흥국 중소기업의 환위험 헤지 접근성 부족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기존 선도환 시장은 USD/EUR, USD/JPY 같은 주요 통화 중심으로 작동해왔고, 대중적이지 않은 통화의 헤지는 거의 불가능했다. 달러로 매출을 올리지만 현지 통화로 비용을 지불하는 기업에게 이는 지속적인 환율 리스크를 의미한다.
Numo는 YieldSpace AMM 모델을 변형해 온체인 FX 선도(Forward) 시장을 구축한다. 각 Numo 풀은 특정 통화의 제로쿠폰채 곡선을 나타내며, 현재 가치와 미래 가치의 관계를 수학적으로 표현한다. 두 통화(예: USD와 KES)의 할인율 곡선을 결합하면 그 비율이 암묵적 선도환율을 결정한다. 유동성이 변하면 곡선도 즉시 갱신되어, 자율적으로 작동하는 선도시장이 형성된다.
이로써 Numo는 과거 은행 전용이던 선도 거래를 모두에게 개방된 프로토콜 서비스로 전환시킨다. 즉, 누구나 온체인 유동성을 활용해 미래의 환율을 직접 고정할 수 있는 공공 헤지 인프라를 제공하는 것이다.
Mento는 시장 조성보다는 가격 안정성에 초점을 맞춘다. 여러 통화 스테이블코인이 존재하더라도, 이들 간 거래는 종종 슬리피지와 불균형 문제를 겪는다. Uniswap과 같은 전통 AMM은 변동성 자산에는 적합하지만, 안정적 자산끼리 거래할 때는 비효율적이다.
Mento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고정가격 마켓메이커(FPMM)을 도입한다. 이 모델은 오라클이 제공하는 실시간 환율(mid-rate)을 기준으로 미세한 스프레드 내에서 거래를 수행한다. 가격 곡선 대신 고정 환율 + 수수료 밴드 구조를 사용하고, 유동성이 한쪽으로 치우치면 플래시 스왑 리밸런싱(flash-swap rebalancing)을 통해 준비금이나 CDP, 제3자 발행자 등 외부 유동원으로 즉시 균형을 회복한다. 이 구조는 사실상 온체인 통화위원회(currency board)와 같으며, cUSD↔cEUR, cCOP↔cUSD 등 다양한 스테이블코인 쌍을 현실 환율과 긴밀히 연동된 상태로 유지한다.
Mento는 이렇게 예측 가능한 저비용 환전을 제공해 송금, 결제, DeFi 등 확실성을 요구하는 서비스에 적합한 환경을 만든다. 결과적으로 Mento는 블록체인을 다통화 디지털 결제의 신뢰 가능한 기반 레이어로 끌어올리고 있다.
ViFi Labs는 스테이블코인 FX를 합성 구조(Synthetic Model)로 접근한다. Mento가 외부 오라클을 통해 현실 환율을 반영한다면, ViFi는 외화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현실 시장의 역학을 온체인에 직접 구현한다. 이 구조는 자본 통제가 존재하거나 이중 환율이 형성된 국가에서 특히 유용하다.
핵심 메커니즘은 VARQ (Virtual Access Reserved Quota)다. 사용자가 USDC를 예치하면 vUSD로 전환되고, 이는 담보로 사용되어 vFiat(합성 외화)와 vRQT(공식 환율로 다시 달러를 살 수 있는 권리)로 분리된다. 즉, vFiat은 외화 노출을, vRQT는 달러 복귀 권리를 나타낸다.
ViFi의 Virtual Exchange (VEX)는 이 세 자산을 하나의 시장으로 연결한다. 달러 접근이 어려워지면 vRQT 가격이 상승하고, 안정되면 차익거래가 이를 정상화한다. 이 과정에서 모든 포지션은 USD로 완전 담보되어, 현실 FX 시장의 긴장과 수급 압력이 온체인 상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ViFi는 이를 통해 제한적 외환 제도를 완전 담보 기반의 투명한 온체인 시스템으로 대체할 수 있는 모델을 제시한다. 이는 특히 달러 접근이 어려운 신흥국 사용자와 기관에게 실질적인 해법이 될 수 있다.
스테이블코인 FX는 조용하지만 꾸준히 글로벌 디지털 금융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다. 온체인 스프레드는 좁아지고, 온·오프램프 효율은 개선되고 있으며, 가치 이동의 중심은 은행에서 지갑으로 옮겨가고 있다. 이 모든 변화는 통화 교환 자체가 개방적이고 프로그래머블한 구조로 재탄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FX는 여전히 스테이블코인 논의에서 가장 간과되는 영역이다. 효율적이고 상호운용 가능한 FX 레이어가 없이는 스테이블코인은 각자의 시장 안에 갇혀 진정한 글로벌 머니로 발전하지 못한다. 따라서 FX 인프라에 대한 논의와 혁신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결국 이 레이어가 스테이블코인이 진짜 글로벌 화폐로 자리잡을지, 아니면 국지적 결제 수단에 머물지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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