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마켓은 2024년 미국 대선으로 큰 성장을 이루었지만, 대선 종료 후 지표가 급감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블록체인 네트워크 다각화, 오라클 리스크 최소화 등 서비스 개선이 필요하며, 정보 금융 개념을 도입해 예측 시장의 가치를 높이는 방안이 제시된다.
정보 금융은 예측 시장을 단순 베팅 플랫폼에서 정보를 효율적으로 제공하는 시스템으로 발전시키는 접근이다. AI와 집단 지성을 활용해 고품질 정보를 제공하고, DAO 등 응용 사례를 통해 의사결정 체계를 개선할 가능성이 크다.
폴리마켓을 필두로 윈터뮤트와 드리프트 같은 신규 프로젝트들이 시장에 등장하며 규모가 커지고 있는 예측 시장은 정보 금융화를 통해 더 큰 성장과 혁신을 이룰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Source: Presidential Election Winner 2024 | Polymarket
미국 시간 2024년 11월 6일, 미국 대선이 트럼프의 승리로 끝나면서 폴리마켓에서 진행되었던 미 대선에 대한 베팅이 종료되었다. 단언컨데 이번 미 대선은 폴리마켓이 등장한 이래로 가장 많은 이목을 끈 이벤트였고, 이용자 수, 트랜잭션 수, TVL 등 모든 수치들을 최고치로 갱신하는 등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기록했다. 특히, 폴리마켓을 포함한 예측 시장을 웹2와 웹3 양쪽에서 이름을 알린 아주 좋은 기회가 됐다.
그러나 빅 이벤트가 지나간 탓일까, 폴리마켓의 전체적인 지표들은 미 대선 이후로 급감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대표적으로 폴리마켓의 TVL은 2024년 11월 6일 5억 12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최고점을 기록했지만, 11월 17일 9천 6백만 달러로 최저점을 기록하고 현재 작성일인 12월 3일에는 1억 7백만 달러로 살짝 회복한 모양새를 띄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폴리마켓 서비스 내에서 실질적인 활동 수치에서도 강하게 나타났다. 폴리마켓의 일별 거래 규모는 10월 초 부터 약 2천 2백만 달러 수준에서 증가하기 시작하여 11월 6일 약 3억 6천 7백만 달러까지 증가했다가 지금은 평균 약 5천만 달러의 거래 규모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선물 및 옵션 거래에서 시장 심리를 파악하거나 추세 지속 가능성을 판단하는 데 자주 쓰이는 지표인 미결제약정의 총 액수는 11월 5일 약 5억 달러를 기록하고 지금은 80%가 감소한 1억 달러 수준에 머물고 있다.
물론 아직 폴리마켓 내에서는 2025 슈퍼볼 챔피언 예측, 프리미어 리그 우승자 예측 등 여러 스포츠, 정치, 사회 관련 베팅 항목들이 건재하다. 하지만 이들의 베팅 규모들도 미 대선 당시의 폭발적인 베팅 규모에 비하면 굉장히 약세인 것 또한 사실이다. 데이터를 확인했을 때, 미 대선 당시 1위 항목 베팅 볼륨은 $36억 달러였고 미 대선 이후 1위 항목 베팅 볼륨은 9억 달러인 것을 보면 확인할 수 있다.
물론 4년에 한 번씩 열리는 너무나 큰 이벤트였던 미국 대선이기 때문에, 누구나 이 이벤트가 끝나면 어느정도의 지표 하락은 있을 것이라 예측했다. 그러나 위의 데이터에서 보이는 것처럼 그 낙폭이 누구나 예측하는 수준이 아니었던 것이 놀라운 점으로 다가왔다.
사실 지표 하락의 과정은 심플하다.
이슈를 몰고 다니는 빅 이벤트의 실종
사람들의 관심이 자연스럽게 몰리지 않음
베팅 참여도 감소 및 베팅 볼륨 감소
[2] ~ [3]의 과정이 반복
폴리마켓의 전체적인 지표의 하락
다만, 폴리마켓의 관점에서 아쉬운 점은 폭발적인 관심 속에서 더 적극적인 의견 수렴 및 이어지는 추가적인 성장 요인을 덧붙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점이다.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라는 말처럼 기회를 잡았을 때 조금 더 서비스와 마케팅 측면에서 노력했으면 이 정도의 낙폭까지는 아니지 않았을까 한다.
폴리마켓이 이렇게 살짝 주춤하는 동안 예측 마켓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여러 신규 프로젝트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 중 주목할 만한 것들은 윈터뮤트의 아웃컴마켓과 드리프트의 BET이다.
암호화폐 트레이딩 기업이자 유동성 제공업체인 윈터뮤트(Wintermute)는 온체인 예측 시장 플랫폼인 아웃컴마켓(OutcomeMarket)을 개발 중이며 곧 출시한다고 밝혔다. 이 플랫폼은 카오스 랩스(Chaos Labs)의 엣지 프루프(Edge Proofs) 오라클 기술을 활용하여 변조 방지 데이터 피드를 제공함으로써 정보의 정확성 및 데이터의 신뢰성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이더리움, 코인베이스의 베이스(Base), L2 체인인 아비트럼(Arbitrum) 등 주요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출시될 예정으로, 이를 통해 다양한 디파이 생태계와 거래소에서 토큰을 사용할 수 있게 준비 중이다. 특히, 레이어제로(LayerZero)의 기술을 활용한 멀티체인 방식을 도입하여 사용자가 복잡한 자산 브리징 없이 각자의 네이티브 블록체인 생태계에서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또 하나의 프로젝트는 솔라나 기반의 무기한 선물 거래 플랫폼인 드리프트가 선보이는 새로운 예측 시장 플랫폼인 BET이다. BET를 통해 트레이더들은 자신의 포지션에 대해 이자를 얻을 수 있으며, 30개 이상의 암호화폐를 담보 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다. 드리프트는 솔라나의 빠른 트랜잭션 처리 능력과 낮은 수수료를 활용하여 사용자들에게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거래 환경을 제공한다.
이렇게 여러 경쟁자들이 등장하는 예측 시장 무대는 판이 커짐과 동시에 각 프로젝트들은 각자의 특색을 살려 사용자들을 유치해야할 정교한 전략이 필요한 전장이 되었다.
그렇다면 예측 시장의 사이즈가 커지고 여러 경쟁자들이 등장하는 이 때, 폴리마켓이 다시 일어서기 위해서는 어떠한 방안을 강구해야 할까?
2.1.1 기존 서비스의 개선
먼저 기존 서비스를 개선하며 내실을 다지는 방식이다.
온체인 다각화: 현재 폴리마켓은 폴리곤 네트워크를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이더리움이나 솔라나 등 이미 이용하는 사용자가 많은 다양한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지원함으로써 사용자에게 더 편리한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 이러한 온체인 다각화는 사용자가 별도의 브릿징 과정을 거치지 않도록 하여 이용 과정 내의 이탈률을 감소시킬 수 있다. 이 부분에 대해 아웃컴마켓은 레이어제로의 기술을 활용하여 멀티체인을 도입했고, BET는 처음부터 생태계가 갖춰져있는 솔라나를 선택했다.
“폴리마켓은 베네수엘라 대선 결과, 트럼프의 코인 발행 여부, 그리고 최근 이스라엘의 이라크 공격 예측 등 논란이 될 만한 주제로 판정의 신뢰성 문제를 자주 겪고 있다.”
오라클 리스크 최소화: 폴리마켓은 현재 UMA 오라클을 통해 투표로 데이터를 판정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UMA 토큰 홀더들이 결정권을 가지는 이 구조는 시가총액이 폴리마켓 거래 규모보다 작은 상황에서 자본에 따른 조작 가능성에 노출될 수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오라클 서비스를 도입하거나, 탈중앙화된 판정 메커니즘을 강화하여 판정의 신뢰성을 높여야만 한다. 참고로 아웃컴마켓은 이것에 대한 해결을 위해 카오스 랩스의 엣지 프루프 오라클 기술을 활용했다.
2.1.2 새로운 네러티브의 적용 - 정보 금융
또 하나는, 폴리마켓이 예측 시장 플랫폼에서 가장 큰 프로젝트이자 예측 시장을 주도하는 입장으로서 네러티브 강화를 통한 한 단계 도약을 이루는 방법이다. 이는 폴리마켓 뿐만 아니라, 예측 시장에 참가하고 있는 모든 플레이어들이 한 번 쯤 생각해야할 부분이라 생각한다.
“예측 시장과 의사 결정 시장에 대한 아이디어는 수십 년 전부터 이론화되었고, 유사한 금융 이론도 더 오래되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이야말로 이러한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제공한다고 생각합니다.”
비탈릭 부테린은 자신의 블로그에 폴리마켓과 같은 예측 시장 플랫폼들이 예측 시장에서 단순히 재미만을 위한 베팅 역할만이 아닌 금융 시스템 내에서 돌아가는 정보 금융의 역할을 도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서의 정보 금융이란, 예측자가 예측을 제공하고, 독자가 이 예측을 소비하며, 시장이 공공재로서 미래에 대한 예측을 제공하는 구조를 의미한다. 즉, 금융을 활용하여 인센티브를 조정하고 이를 통해 독자들에게 더 가치 있는 예측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는 기존 금융과는 다르게 예측 정보를 원하는 독자들이 알고 싶은 사실에서 시작해, 시장 참여자들로부터 해당 정보를 최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도록 시장을 의도적으로 설계하는 것이라는 큰 특징이 있다. 이 같은 특징을 이용해 예측 시장이 이제는 시장과 비시장 요소의 균형을 위해 정보 금융화를 이루어야 한다.
이를 쉽게 설명하면 비시장 요소를 시장으로 끌어들여 비시장 요소에 대한 결과물을 쉽고 빠르게 얻을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모두가 원하는 가치는 재화이고 이 재화는 인간이 어떠한 프로세스를 진행하기 위한 동기부여 수단이므로, 재화의 관리는 블록체인으로 해결하면서 재화에 대한 본능을 이용해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 지는 것이다. 지금 예측 시장 플랫폼의 예시로는 베팅 금액을 벌기 위해 참여자들이 광범위한 정보들을 끌어모아 미래에 벌어질 일을 집단 지성으로 예측하는거라 볼 수 있다.
여기에는 AI의 접목도 충분히 가능하다. AI를 활용하면 사람이었을 때 관심이 비교적 적어 좋은 예측 정보가 나올 수 없는 10 달러에 불과한 항목에서도 비교적 높은 품질의 정보를 도출할 수 있다. AI를 운용할 경우 예측 정보를 제공할 때 손익구간 자체가 낮다보니 이익이 필요하다 하더라도 질문당 이익의 규모가 매우 저렴해지기 때문이다.
AI는 또한 인간 참여자가 제한된 상황에서도 정보를 추출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많은 소규모 질문에서 기존보다 더 효율적이고 정확한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게 할 수 있다. AI는 정보 금융의 확장을 가속화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수 있다.
아직 연구 단계이긴 하지만, 예측 시장에 정보 금융 개념이 적용되고 이 네러티브를 구체화한 기능이나 서비스가 나온다면 많은 활용 사례가 나올 수 있다.
예를 들면, 탈중앙화 자율 조직(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 DAO)에 적용하는 방안이다. DAO의 주요 문제 중 하나는 결정해야 할 사항이 너무 많아 대부분의 사람들이 대부분의 결정에 참여하려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는 대리 권한 위임의 광범위한 사용으로 이어지며, 대표 민주주의에서 발생하는 것과 유사한 중앙화 및 대리인 문제를 초래하거나 공격에 취약해질 위험이 있다.
그러나 만약 DAO의 투표 자체가 예측 시장 내에서 일어나는 투표 예측 값으로 이루어진다면 이를 바탕으로 운영되는 DAO는 잘 작동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 투표가 매우 드물게 이루어지는 환경에서 인간과 AI가 결합된 예측 시장의 투표 예측값을 그대로 의사 결정에 사용한다면 오히려 더 정확한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는 것이다.
폴리마켓은 이런 새로운 네러티브의 적용을 통해 정보 금융의 플랫폼으로 발전한다면 성장세를 회복하는 것 이상으로 더 높은 곳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선 정보 금융에 대한 충분한 연구와 집단 지성을 활용한 의사 결정 지원 시스템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개발적인 기획이 진행되어야 한다.
폴리마켓이 가장 대표적인 예측 시장 플랫폼이기 때문에 폴리마켓의 성장세 회복 방안을 중심으로 서술했지만, 윈터뮤트의 아웃컴마켓이나 드리프트의 BET처럼 최근에는 예측 시장에 자신들만의 장점을 가진 프로젝트들이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다.
이들이 모두 포함되어 있는 예측 시장의 규모가 점점 커지는 것은 멈출 수 없는 추세로 보여진다. 그와 별개로 더 발전된 형태의 네러티브가 예측 시장 전반적으로 뒷받침 되는 것 또한 중요해 보인다.
저번 본 저자의 글에서도 폴리마켓이 블록체인 산업계의 당당한 대표적 유스케이스로 거듭나길 바라본다고 언급했었다. 이번 미 대선을 거치며 이러한 생각은 더욱 확고해졌다. 예측 시장의 가능성은 충분히 확인이 되었다.
이제는 앞으로 더 나아갈 요인들이 필요하다. 각 역할군들의 참여 인센티브가 증가하고 정확한 정보만을 분류하는 메커니즘이 고도화되면 이 집단 지성은 미래의 일을 예측하는데 더 쓸모있어 질 수 있다. 블록체인의 매스 어답션과 인간의 집단 지성(AI를 포함하여)이 실현화 될 수 있는 방법의 교집합은 의외로 예측 시장으로 구체화된 정보 금융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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