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시장의 성장은 규제 준수가 핵심 경쟁력이 되었으며, 칼시의 급부상이 이를 증명했다. 폴리마켓이 CFTC 제재로 미국 시장에서 차단된 동안, 정식 라이선스를 보유한 칼시는 공격적인 마케팅과 시장 확장으로 선두 자리를 차지했다.
글로벌 규제 환경의 분열로 인해 예측시장의 확장이 제약받고 있으며, 특히 아시아 국가들의 보수적 접근이 주요 장애물이다. 미국이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규제 완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반면, 한국, 싱가포르, 태국 등은 예측시장을 불법 도박으로 규정하거나, 직접적으로 차단 조치를 취하고 있다.
탈중앙화와 예측시장의 공익적 가치 입증은 보수적 국가들의 규제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 아이겐레이어 같은 상호주관적 결정 프로토콜로 시장 조작 위험을 줄이고, 학술적·경제적 헤징 도구로서의 유용성을 강조하여 도박과의 경계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올해 들어 예측시장 생태계에 발생한 가장 큰 변화는 바로 칼시(Kalshi)의 급부상일 것이다. 올해 3월까지만 하더라도 폴리마켓(Polymarket)의 약 10분의 1 수준의 거래량을 보인 칼시는 8월 이후 폴리마켓의 거래량을 추월하며 시장 선두로 도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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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급성장의 직접적 계기로는 인기 애니메이션 "사우스 파크(South Park)"에서의 등장을 들 수 있다. 사우스 파크는 올해 9월 예측시장 산업을 풍자하는 테마로 채운 에피소드를 방영했으며, 해당 에피소드에서는 칼시 모바일 앱을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등 칼시를 집중적으로 조명했다. 이 에피소드 방영 직후 칼시의 시장 점유율은 급격한 상승세를 보였으며, 대중의 관심이 실제 사용자 증가로 이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대담한 마케팅이 가능했던 근본적 이유는 칼시의 규제 지위에 있다. 폴리마켓이 CFTC 제재로 미국 사용자 접근을 차단당한 상황에서, 칼시는 정식 라이선스를 보유한 합법적 플랫폼으로서 미국 시장을 독점적으로 공략할 수 있었다. 규제 준수는 단순히 법적 리스크를 회피하는 수준을 넘어, 적극적인 마케팅과 파트너십을 가능하게 하는 전략적 자산이 되었다.
칼시의 사례는 예측시장에서 규제 준수가 단순한 제약이 아닌 핵심 경쟁 요소임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예측시장에 대한 규제는 커뮤니티 사이에서 크게 논의가 되고 있지 못한 주제 중 하나이기에, 본 글에서는 예측시장에 대한 복잡한 규제 환경과 이를 해소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거쳐야하는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미국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예측시장에 대한 감독을 맡으며, 이들은 상품거래법(CEA) 하에 규제된다. 예측시장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법적으로 '이벤트 계약(event contracts)' 또는 '이진 옵션(binary options)'으로 분류, 기초 사건의 발생 여부에 따라 0 또는 고정 금액을 지급하는 파생상품으로 취급하기 때문이다.
현재의 예측시장은 다음과 같이 광범위한 절차적, 구조적 규제 준수를 요구한다.
상품거래법 준수: 공정한 거버넌스, 감독 메커니즘, 그리고 사기 방지 조치를 요구한다. 모든 거래소는 이러한 핵심 원칙을 구현하는 상세한 룰북을 제출하고 승인받아야 한다.
이벤트 유형 제한: 테러, 암살, 전쟁, 게임, 불법 활동과 관련된 시장은 개설이 금지된다. 경제 지표 또는 날씨 관련 계약은 일반적으로 허용된다.
규제 감독 위원회 운영: 과거 법적 문제를 겪지 않은 인원들로 구성된 규제감독위원회를 설립, 규제 프로그램 감독 / 인사 관리 / 연례보고서 작성을 담당하도록 해야한다.
거래 데이터 저장: 모든 거래 데이터는 CFTC 규정에 따라 5년간 열람 가능한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해야 한다.
시장 조작 방지 조치: CEA는 비경쟁거래, 워시트레이딩, 스푸핑, 프론트러닝 등을 엄격히 금지하며, 플랫폼들은 이를 탐지하고 방지하기 위한 정교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외에도 각 예측시장 거래소는 공정한 절차의 보장을 위해 징계 패널과 항소위원회를 운영하고 있으며, 공정한 시장 결과 결정 메커니즘을 구축해야한다.
결과 결정 메커니즘에 대해 칼시와 폴리마켓은 다른 접근을 택했는데, 칼시는 자체 결과 검토 위원회를 통해 시장 결과를 최종 결정하는 중앙화된 방식을 사용하는 반면 폴리마켓은 UMA Oracle이라는 탈중앙화 시스템을 도입했다. UMA는 낙관적 해결 메커니즘을 사용해 제안된 결과가 2시간의 챌린지 기간 동안 분쟁이 없으면 자동으로 수락되고, 분쟁이 제기되면 UMA 토큰 보유자들의 투표로 해결된다.
그러나 예측시장을 도박의 일종으로 보는 해석은 규제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든다. 특히 불법 인터넷 도박 시행법(UIGEA)과 CFTC 규제가 일부 충돌하는 지점이 있다. UIGEA는 CFTC에 의해 규제되는 활동을 제재 대상에서 제외하지만, 이는 주 정부의 도박 규제와 세금을 우회할 수 있는 규제 차익거래의 여지를 만든다. 2025년 10월 펜실베이니아 게임 통제 위원회는 의회에 연방 파생상품법과 주의 기존 게임 규제 권한 사이의 충돌을 우려하며, 지속적인 주-연방 갈등 가능성을 경고했다.
스포츠나 오락 이벤트 관련 시장에 대한 충돌은 특히 첨예하다. 2025년 1월 칼시가 스포츠 마켓을 출시하자 네바다, 뉴저지, 메릴랜드 등 6개 주가 즉시 중지 명령을 발행했다. 이들은 칼시의 서비스가 주 도박법을 위반하는 무면허 베팅이라고 주장했으며, 칼시는 연방 선점 원칙을 내세워 맞대응했다.
2.3.1 폴리마켓
Source: Cointelegraph
폴리마켓은 2020년 6월 출시 이후 빠르게 성장했으나, 2022년 1월 CFTC로부터 미등록 거래소 운영을 이유로 140만 달러의 벌금을 납부하고 미국 사용자를 차단하도록 하는 결정적인 처분을 받았으며, 이후 폴리마켓은 이후 2년간 미국 외 국가에 대해서만 운영되었다. CFTC는 폴리마켓의 서비스가 CEA 정의상 '스왑(swaps)'에 해당하며, 지정계약시장(DCM) 또는 스왑실행시설(SEF)로 등록된 거래소에서만 제공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2024년 11월 FBI가 CEO 셰인 코플란의 집을 압수수색하면서 미국 사용자 접근 허용 의혹이 제기되었지만, 2025년 7월에 이르러 상황이 급반전되었다. CFTC 라이선스를 보유한 파생상품 거래소 QCX LLC를 인수한 것이다. 이 인수를 통해 폴리마켓은 DCM 및 DCO(파생상품청산소) 라이선스를 확보했고, 9월에는 CFTC로부터 스왑 데이터 보고 및 기록 보관 규정에 대한 비조치의견서(no-action letter)를 받으며 미국 시장 재진입을 공식화했다.
2.3.2 칼시
칼시는 폴리마켓과 달리 처음부터 완전한 규제 준수 경로를 택했다. 2020년 11월 5일, 칼시는 미국 역사상 최초로 이벤트 계약 거래 전용 CFTC 승인 DCM 지위를 획득했다.
Source: CFTC
그러나 2023년 6월, 칼시가 의회 통제권에 대한 시장을 자체 인증해 출시하자 CFTC는 이러한 시장이 일종의 게임에 대한 베팅이며, 이는 주법상 불법 활동에 해당하며 공익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칼시는 동년 11월 연방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고, 2024년 9월 법적 승리를 거두었다. 이후 CFTC가 항소를 철회하면서 칼시는 해당 규제 이슈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승소 이후 칼시는 스포츠 예측시장을 공격적으로 확장, 2025년 1월 NFL, NHL, NBA, NCAA 시장을 50개 주 전체에서 출시했다. 이는 3월 매드니스 기간에만 5억 달러 이상의 거래량을 기록하는 성과를 거뒀지만, 네바다, 뉴저지 등 6개 주가 중지 명령을 발행하며 새로운 법적 도전에 직면했다. 칼시는 연방 선점 원칙을 내세워 대응했고, 2025년 5월 뉴저지 연방 법원은 칼시의 입장을 지지하는 판결을 내렸다.
2.3.3 그 외
폴리마켓과 칼시 이외에도 다양한 예측시장 거래소들이 미 정부의 규제 대상이 되어왔다. 대표적으로 프레딕트잇(PredictIt)을 들 수 있는데, 이들은 2014년 뉴질랜드 빅토리아대학교의 연구 프로젝트로 시작해 CFTC로부터 비조치의견서를 받았으나, 계약당 850달러 한도와 계약당 5,000명 거래자 제한 등 엄격한 제한을 받아왔다. 이후 2022년 8월 CFTC가 비조치의견서를 철회하고 폐쇄를 명령했으나, 장기간의 법적 소송 끝에 2025년 7월 유리한 판결을 받았다. 이후 이들은 2025년 9월 DCM 라이센스를 승인받아 파생상품 거래소로서의 정식 지위를 확보한 채로 운영되고 있다.
크립토닷컴(Crypto.com)은 2025년 9월 마진 파생상품 라이센스를 취득한 뒤 언더독(Underdog)과의 협업으로 16개 주에서 스포츠 예측시장을 도입했지만, 네바다 주 법원에서 일부 패소하는 등 주정부 차원의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신규 예측시장 플랫폼 중 하나인 레일버드(Railbird)는 2025년 8월 비조치의견서를 받아 기업 대 기업 위험 헤징에 중점을 둔 좁은 범위에서 운영이 허용된 사례이다.
2.3.4 미국의 예측시장 규제 완화 분위기
Source: Polymarket
앞선 사례에서 알 수 있듯, 그동안 미 정부는 예측시장 플랫폼들에 대해 매우 까다로운 기준을 두고 관리해왔으나, 트럼프 행정부의 등장으로 인해 예측시장에 대한 규제 환경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 소셜(Truth Social)에 폴리마켓 확률을 게시하며 개인적 관심을 보였고,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는 칼시의 유급 고문이자 폴리마켓의 이사회 구성원 겸 투자자로 활동한다. 그의 회사인 1789 Capital은 폴리마켓에 수천만 달러를 투자하기도 했다. 이어 2025년 9월 29일 SEC 위원장 폴 앳킨스와 CFTC 대행 위원장 캐롤라인 팜은 포괄적인 조화 노력을 발표했는데, 관할권 경계에 관계없이 이벤트 계약이 이용 가능한 기회를 검토하고, 규제 공백을 방지하겠다고 명시했다.
미국에서 예측시장이 점진적으로 합법화되는 동안, 다른 지역들은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러한 규제 분열은 글로벌 플랫폼들에게 심각한 도전이 되고 있으며, 특히 아시아 시장의 보수적 접근은 예측시장의 글로벌 확장에 중대한 제약이 되고 있다.
한국 규제기관은 예측시장 플랫폼에 대해 매우 보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모든 베팅 시장은 국민체육진흥법에 따라 규제되며,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운영하는 “스포츠토토”를 제외한 모든 베팅 사이트가 불법으로 간주되어 사용자와 운영자가 모두 처벌받을 수 있다. 유일하게 허용된 스포츠토토는 정부 감독 하에 극히 일부의 스포츠에 대해서만 제공되며, 티켓당 최대 10만 원으로 매우 적은 금액의 베팅만이 가능하다.
Source: Maeil Business Newspaper, one of the top general economic media in Korea.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 정국이 이어지던 2025년 초, 대한민국 정치 관련 이슈를 기반으로 하는 계약들이 폴리마켓에 다수 등장하며 예측시장이 대중과 언론의 많은 관심을 받은 바 있다. 당시 대한민국 언론은 일제히 폴리마켓을 “사설 불법 토토”로 규정하며, 한국 현행법상 한국인이 예측시장 베팅에 참여할 경우 속인주의에 따라 도박죄로 처벌받을 수 있음을 강조했다.
싱가포르 또한 예측시장을 도박으로 간주하고 있다. 싱가포르 정부는 2025년 1월 폴리마켓을 전면 차단하는 강력한 조치를 취했으며, 도박통제법에 따라 폴리마켓을 무면허 온라인 도박 운영자로 분류했다. 해당 법에 따르면 무면허 도박 플랫폼의 이용자는 최대 1만 싱가포르 달러의 벌금 및 6개월 징역 수준의 처벌이 가능하다.
태국은 2025년 1월 기술범죄진압과 기자회견에서 도박법 위반을 근거로 폴리마켓 차단 준비를 발표했는데, 도박 플랫폼에서 가상화폐를 사용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이렇듯 아시아 국가들은 여전히 예측시장에 대해 극히 보수적인 접근법을 취하고 있으며, 암호화폐 시장에서 아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할 때 예측시장 플랫폼의 향후 확장에 매우 치명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프랑스는 2024년 11월 폴리마켓을 차단한 바 있다. 국가게임청(ANJ)은 폴리마켓이 프랑스 라이선스 없이 온라인 게임과 베팅 활동을 제공한다고 판단했으며, 암호화폐를 사용하더라도 베팅 활동은 프랑스에서 합법이 아니라고 명시했다.
캐나다의 경우 2017년 30일 만기 미만의 이진 옵션을 소매 투자자에게 금지한 것을 근거로 예측시장의 이용을 금지하고 있다. 2025년 4월 온타리오 증권 위원회는 폴리마켓 관련 회사들과 20만 캐나다 달러의 합의금으로 합의했으며, 폴리마켓은 캐나다에서의 규제 위반을 인정했다.
반면 영국은 보다 허용적인 접근을 취하고 있다. 금융행위감독청(FCA)이 로빈후드(Robinhood)와 영국에 예측시장을 도입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며, 로빈후드는 영국과 유럽이 예측시장 상품에 가장 강한 수요를 보인다고 밝혔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예측시장의 글로벌 규제 환경은 지역별로 상이한 접근법과 법적 해석으로 인해 상당한 복잡성을 띠고 있다. 이러한 분열은 예측시장 플랫폼들이 글로벌 사용자 기반을 확대하고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데 중대한 장애물로 작용한다. 특히, 탈중앙화된 예측시장 프로토콜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국경 없는 거래를 지향하더라도, 각국의 규제 당국, 특히 도박성 상품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아시아 국가들은 여전히 자국 법률을 우선시하며 도메인을 차단하고 운영자를 직접적으로 제재하는 등 플랫폼의 운영과 사용자 접근을 제한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물론 현재의 폴리마켓과 칼시 등은 미국 시장을 성공적으로 개척했으나, 아시아를 비롯한 글로벌 시장의 잠재력은 무시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특히 암호화폐 거래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아시아 시장의 참여 없이는 예측시장의 진정한 글로벌화는 요원할 것이다.
예측시장이 글로벌 국가로 확장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이들이 엄격한 규제의 대상이 되는 원인을 해소하려는 노력을 필요로 하며, 이를 통해 규제 샌드박스에서라도 시험적으로 도입되는 사례가 생길 수 있을 것이다.
예측시장이 현재 엄격한 규제의 대상이 되고 있는 주 원인은 다음과 같다.
시장 조작의 가능성: 현재 다수의 예측시장이 갖고 있는 문제로, 실시간으로 투표 현황이 공개되는 예측시장은 군중 심리를 발생시켜 자본규모가 큰 개인이 초기 추세를 주도할 수 있다. 또한, 계약의 결과 결정이 소수에 의해 진행되거나 불투명할 경우 조작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예측시장으로 인한 대중 의견 편향: 대규모 자본 투입을 통해 예측시장에 노출되는 확률의 조작이 가능할 경우, 예측시장으로 인해 역으로 대중의 의견이 편향되어 실제 사건의 결과에 간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는 특히 정치적·사회적 사건에서 민감하게 작용할 수 있다.
도박과의 모호한 경계: 예측시장은 확률적 성격을 갖는 사건의 결과에 대한 베팅 형식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많은 규제 기관에서 이를 도박으로 분류한다.
여기서 주목할만한 점은, 도박과의 모호한 경계를 제외한 나머지 두 문제는 탈중앙화를 통해 일정부분 해소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이겐레이어(EigenLayer)와 같은 상호주관적 결정 프로토콜을 활용한 탈중앙화 오라클 시스템은 결과 결정의 투명성과 조작 저항성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 다수의 검증자가 경제적 인센티브를 기반으로 정직한 결과 보고를 하도록 유도하고, 악의적 행위자에게는 슬래싱 메커니즘을 통해 처벌하는 구조는 시장 조작의 위험을 현저히 낮출 수 있다. 물론 UMA 프로토콜 등 거버넌스 기반의 기존 결정 메커니즘의 공정성에 대한 도전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나, 아이겐레이어의 경우 임의 조작이 의심될 경우에 대한 조치 (챌린지 후 슬래싱, 포크 가능한 토큰 시스템) 등이 구축되어있어 보다 나은 공정성을 제공할 수 있다.
도박과의 경계 문제는 보다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단순히 기술적 해결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예측시장의 사회적 가치를 입증하는 실증적 사례들이 축적되어야 한다. 실제로 아이오와 전자시장(IEM)이나 굿저지먼트 프로젝트(Good Judgment Project)와 같은 학술적 예측시장은 이미 정치·경제 예측에서 전통적인 여론조사보다 높은 정확도를 보여주었다. 이러한 성공 사례들을 바탕으로 예측시장이 단순한 도박이 아닌 집단지성을 활용한 정보 집계 메커니즘임을 지속적으로 알려나가야 한다.
1848년 시카고에서 곡물 선물이 탄생한 이래, 파생상품 시장은 농산물에서 금융 자산까지 꾸준히 확장되어 왔다. 우리가 살고 있는 소셜 미디어 시대에 개인의 의견과 예측을 새로운 자산 클래스로 분류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이벤트 계약을 제공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진화일 수 있다. 칼시의 공동설립자 만수르(Mansour)가 예측시장을 "헷징의 민주화"라고 표현했듯이, 예측시장은 개인 투자자나 중소기업이 다양한 위험에 대해 헷지할 수 있는 가장 접근성 높고 비용 효율적인 도구 중 하나다.
예측시장의 미래는 규제 당국과 플랫폼 운영자, 그리고 기술 개발자들 간의 건설적인 대화와 협력에 달려 있다. 무조건적인 금지보다는 혁신을 수용하면서도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는 균형잡힌 규제 프레임워크가 필요하다.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예측시장을 전면 금지하는 국가와 적절한 규제 하에 육성하는 국가는 정보 효율성과 금융 혁신 측면에서 상당한 경쟁력 차이를 보일 것이다. 예측시장이 단순한 투기 도구가 아닌, 불확실성을 관리하고 집단지성을 활용하는 현대 경제의 주요 인프라로 자리잡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