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인프라, L1, 알고리즘 기반 스테이블코인
최고 가격 및 시가총액: $119.18 (2022. 04. 05), $139.11B (2022. 05. 12)
현재 가격 및 시가총액: $0.0001037 (2025. 01. 10) [-99.9999%], $571.19M (2025. 01. 10) [-99.6%]
특징: 알고리즘 기반 스테이블코인 UST와 이를 뒷받침하는 네이티브 토큰 LUNA를 통해 탈중앙화 금융 생태계를 구축하고, 안정적인 스테이블코인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블록체인 플랫폼이다.
“실종 크립토 프로젝트 시리즈”는 한 때 많은 주목을 받으며 스포트라이트의 중심에 있었지만, 모종의 이유로 지금은 예전과 같은 인기를 구가하지 못하고 그림자 뒤로 숨어버린 프로젝트에 대해 조명해보는 시리즈입니다.
1.1.1 원래 테라는 페이먼트를 위한 스테이블 코인이었다.
Source: CHAI
많은 사람들이 잊었거나, 모르는 사실 중 하나가 바로 초창기 테라의 비전은 “페이먼트를 위한 알고리즘 기반 스테이블 코인과 블록체인”을 만드는 것이었다는 사실이다. 해서, 테라는 다양한 국가의 화폐 가치에 페깅되는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을 만들기도 하였고, 차이(CHAI)라는 간편 결제 서비스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KRT(Terra Won)를 충전하여 실물경제에 직접 사용할 수도 있었다(물론 KRT로 원화를 충전할 수 있는 한도는 있었지만, 일상생활에서의 결제를 함에 있어서 불편하지 않을 정도의 한도였다). 하지만 이러한 효용성만으로는 테라의 사용처를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없었다. 사실 이도 그럴 것이,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수요의 대부분은 필자가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중앙/탈중앙 거래소의 표시통화(Quote Currency)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페이먼트는 유망한 섹터이긴 했지만, 지금도 그 규모가 작고, 테라가 한참 시장에서 주목을 받고있던 2021년도엔 더 작았다. 이들이 페이먼트만 고집할 수 없었던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뭐, 물론 결과론적인 이야기이긴 하지만, 만약 테라가 공격적인 성장을 고민하지 않고, 페이먼트만 고집했었다면 디페깅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1.1.2 테라를 맡기면 20%를 드립니다! 테라 사태의 블랙홀: 앵커 프로토콜
Source: Anchor Protocol
좀 더 자세히 후술하겠지만, 테라와 루나의 구조상 테라(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야 루나의 가치도 상승할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의 목적은 테라에 대한 수요를 급진적으로 늘리는 것에 있었다. 그렇다면, 테라의 수요를 늘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테라폼랩스(테라 블록체인의 개발사)는 답을 “안전한 자산에 대한 일정하고 높은 이자”에서 찾았다. 스테이블 코인은 변동성이 굉장히 작은 반면,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창구가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해서, 테라폼랩스는 20%라는 높은 이자를 꾸준히 줄 수 있다고 주장하는 프로덕트를 내놨는데, 앵커 프로토콜(Anchor Protocol)이 바로 그것이었다.
앵커 프로토콜이 작동하는 방식은 간단하다. 현재 모든 체인들마다 존재하는 스테이킹 자산 유동화(Liquid Staking Protocol)에서 한 발 더 나아간 방식이다. 당시 스테이킹된 루나에는 연간 10%의 스테이킹 보상이 지급되었는데, 이 루나를 담보로 잡고 담보인정비율(LTV)을 50%로 설정한 뒤 스테이블 코인을 빌리고, 이를 빌려준 사람에게 스테이킹 보상 전액을 이자로 지급하면 스테이블 코인 제공자는 연 20%의 이자 수익을 얻을 수 있게 설계된 것이 바로 앵커 프로토콜이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예시를 들어보면, A라는 사람이 100달러 어치의 루나를 스테이킹한 다음 이를 담보로 50달러 어치의 스테이블 코인을 빌렸다면, 해당 50달러 어치의 스테이블 코인을 예치한 예치자는 100달러 어치의 루나에서 발생하는 10%의 이자를 받게 되므로, 50달러 기준으로는 20%의 이자가 되는 것이다.
20%의 이자는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테라를 수요하게 만드는데에 충분했다. 특히 디파이를 잘 알지만, 지속 가능하지 않은 유동성 파밍에 지쳐있던 크립토 유저들은 테라의 “지속 가능해보이는 20%”라는 이자가 안정적이게 다가왔을 것이다. 또, 디파이를 잘 모르는 사람들도 테라의 20%는 “리스크를 최소화하며 얻을 수 있는” 수익으로 여겨졌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앵커 프로토콜 이후로 테라는 승승장구하여, USDT, USDC 다음가는 스테이블 코인이 되는등 엄청난 임팩트를 만들어냈었다.
1.1.3 앵커 프로토콜의 본질적인 문제와 테라 디페깅
하지만 결국 문제도 20%에서 터졌다. 앵커의 작동 방식은 이론적으로는 완벽해 보이나, 몇 가지 고질적인 문제가 있었다: 이 구조가 유지되려면 1) 루나의 스테이킹 이자가 10%를 항상 상회해야 하고 2) 담보로써 맡겨진 스테이킹된 루나의 가치도 일정하게 유지되거나 상승해야 하며 3) 스테이킹된 루나의 담보 총량이 스테이블 코인 예치 수량과 늘 일정 비율을 유지해야 한다는 조건들을 모두 충족해야만 20%라는 이자율이 유지될 수 있다는 점이었다. 만약 이들 중 하나라도 지켜지지 않는다면 20% 이자 제공을 지속할 수 없으므로, 상황에 맞게 이자율을 조정해야 하거나 테라의 예치량에 한도를 걸어서 담보 자산과 스테이블 코인 예치량간의 비율을 적절하게 조정해야 했었다.
하지만 테라폼랩스는 앵커를 보호하기 위한 그 어떠한 행동도 취하지 않고, 그저 인위적으로 돈을 앵커에 “주입하여” 20%의 이자율을 유지하는데에 급급했다. 당연히 이러한 악순환은 테라에 긍정적이지 않았고, 결국 앵커에 있었던 수많은 테라가 시장에 매도되면서 디페깅(스테이블 코인이 원래 가져야 하는 가치가 깨지는 상태)이 발생되었다.
1.1.4 하지만 앵커가 불투명 하게 운영되지는 않았다
Source: Anchor Protocol
많은 언론과 정치인들이 테라와 앵커를 “폰지사기”라고 손가락질 하는 이유가, 20%의 이자를 유지할 수 없으면서도 계속해서 20%를 홍보하고 줄 수 있을 것처럼 사용자들을 기만했기 때문인데. 엄밀히 말하면, 테라나 앵커는 20%라는 이자가 나오는 “원천”을 단 한 번도 숨긴적이 없긴하다. 위에서 보여준 사진이 그 예시인데, 당시에는 앵커에 들어가면 대시보드에 “Yield Reserve”라고 해서, 테라를 예치한 사람들에게 주는 이자가 나오는 금고에 돈이 얼마나 있는지를 보여주는 란이 따로 있었다. 즉, 이들이 명시한 이자가 계속 나올 수 있는지, 그렇다면 얼마동안 이게 유지될 수 있는지를 대략적으로 짐작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본인이 보지 못했다고 해서, 이들이 이자의 원천을 숨겼다는 의미는 아니기 때문에, 이 점은 명확하게 짚어주고 가고싶었다.
오히려 테라의 디페깅은, 앵커가 이자의 원천을 너무 투명하게 공개했기 때문인 것이 더 크다. 앵커에 테라를 예치했던 예치자들은, 앵커의 대시보드를 보고 자신들에게 줄 수 있는 이자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예치해뒀던 테라를 출금하여 시장에 매도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것이 디페깅의 시발점들중 하나가 됐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좀 아이러니한 부분들도 확실히 존재한다.
“광기란 건, 알다시피, 중력 같은거야! 살짝 밀어주기만 하면 되거든!”
— Joker
어떤 스테이블 코인이든지 간에 디페깅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바로 해당 스테이블 코인을 들고 있는 사람들의 심리 상태이다. 실제로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이 아닌 실물 자산 기반의 스테이블 코인인 USDT나 USDC도 여러차례 디페깅이 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디페깅은 단순히 알고리즘 기반 스테이블 코인만의 문제는 아닌 것이다. “내가 현재 가지고 있는 스테이블 코인의 가치와 동일한 가치의 자산을 돌려받을 수 없을지도 못한다는 두려움.”이 바로 스테이블 코인 디페깅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다.
그리고 이 두려움은 아무래도 실물 기반의 스테이블 코인들 보다는 알고리즘 기반의 스테이블 코인에게 더 크게 작용한다. 그리고 이러한 심리를 이용한 것은, 테라를 의도적으로 공격한 익명의 고래들이었다. 고래들이 두려움을 어떻게 활용헀는지를 더 자세히 이해하기 위해서 컨텍스트를 좀 더 제공하자면, 당시에 테라폼랩스는 테라의 페깅을 지켜내기 위해서 테라의 가격이 떨어질 때 테라를 사들일 수 있는 루나 파운데이션 가드(Luna Foundation Guard,이하 LFG)를 설립했고, LFG는 비트코인을 매수하여 테라의 페깅을 지키고자 했었다. 또한 스테이블 스왑 프로토콜인 커브 파이낸스에 USDT, USDC와 스테이블 풀을 만들어서 이들과 1:1로의 교환이 될 수 있도록 유동성을 제공하기도(이것을 3pool이라고 한다) 하였다. 그리고 문제는 테라가 더 나은 안정성을 위해 기존 3pool에서 FRAX를 추가한 4pool로 유동성을 옮기면서 발생한다. LFG가 3pool에서 4pool로 자금을 옮길 때, 3pool의 유동성은 상대적으로 말라있었다. 그리고 고래는 유동성이 마른 틈을 타 UST를 대량 매도하여 페깅을 깨트렸다.
진짜 중요한 것은 이 다음인데, 이들은 페깅을 깨트림과 동시에 시장에 UST가 페깅이 깨졌다는 소식과,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이 얼마나 페깅을 복구하기 어려운지에 대한 온갖 이야기들을 퍼트리기 시작했다. 아까 필자가 말헀듯, 실물 자산으로 교환이 보장되는 스테이블 코인은 말 그대로 책임을 지는 주체(USDT의 경우는 테더, USDC의 경우엔 써클)들이 어떻게든 교환을 해주면 되지만 테라의 경우엔 그렇지 못한다는 것이 UST 보유자들로 하여금 공포에 떨게 만들었고, 엎친데 덮친격으로 앵커에 있던 이자의 원천도 말라가는 상태였다(당시에 도권은 20%를 유지하기 위해서 지속적으로 수천억원대의 돈을 앵커에 투입하던 시기였고, 앵커의 이자 금고는 빈번하게 고갈됐었다).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두려움과, 앵커의 이자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사람들의 공포가 지속되면서 테라는 겉잡을 수 없는 나락에 빠지게 된 것이다.
어찌보면 초기에 UST의 디페깅을 시작했던 고래는, 최소환의 자본으로 UST를 무너트렸는지도 모르겠다. 결국 그 고래에게 필요했던 것은 테라의 가격을 밑으로 살짝 밀어주는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그 이후엔, 테라를 좋아헀지만 마음속 깊숙한 곳에는 테라가 언제 디페깅이 될까 두려워했던 사람들의 두려움이 테라를 무너트린 것이다. 테라가 폰지사기인가? 뭐, 폰지스러운 부분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테라가 사기였느냐? 글쎄. 애매한 구석들이 많다. 도권은 테라를 더 키우고 싶었을 것이다. 해서 루나의 시총은 이더리움을 넘어서고, 자신의 오만했던 이고와 자만심을 검증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에겐 테라를 인위적으로 무너뜨릴 명분이 없다. 하지만 테라는 블록체인 역사상 가장 큰 실패를 했고, 그 실패의 원인에는 도권의 공격적인 전략과 자신과 프로젝트에 대한 오만함이 있었다고 생각할 뿐이다. 누군가는 테라를 FTX와 견주어 보기도 하지만, 필자의 관점에서 이 둘은 본질부터가 다른 이슈라고 생각한다. 전자는 프로덕트 설계의 실패이고, 자만과 오만방자함의 결과요, 후자는 정말로 의도한 사기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테라가 남긴 것이 있다면, 수많은 교훈들과 우리가 이를 통해 어떻게 발전하고 성장해왔는지에 대한 발자취일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테라-루나 사태로 어떤 교훈을 얻었을까?
알고리즘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중앙화된 담보물이 없이 내부 설계된 경제적 알고리즘과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을 활용해 가치를 유지하려는 혁신적인 접근 방식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모델은 본질적으로 내재된 몇 가지 심각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고, 테라 프로젝트의 사례를 통해 전세계에 알고리즘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위험성을 일깨워주었다.
테라의 UST는 경제적 알고리즘과 루나(LUNA)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가치를 유지하려 했다. 2021년부터 이어진 크립토 시장의 불장은 이러한 상호작용이 긍정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했고, 문제는 없어보였다. 루나의 가격이 상승하며 UST 발행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수익이 높아졌고, 이는 테라 생태계 확장과 더불어 UST의 유통량 증가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로운 자금 유입에 의존하는 형태로써 가치 안정화의 극단성 문제는 테라의 메커니즘에 내재되어 있었다. 다만,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었다.
결국 UST와 달러의 가격적 연계가 깨지고 루나와의 경제적 알고리즘도 무너지기 시작하며 테라의 구조적 취약성이 외부 충격이나 투자자의 신뢰 부정으로 인해 쉽게 붕괴될 수 있음이 증명되었다. 일명 “죽음의 소용돌이”로 알려진 이러한 붕괴의 악순환은 시가총액 6위까지 올라갔었던 테라를 한 순간에 주저앉게 만들었다. 이는 알고리즘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경제적 설계에 있어 보다 안정적인 대안이 필요함을 상기시켜 주었다.
테라는 UST의 가치 안정을 위해 루나파운데이션가드(Luna Foundation Guard, LFG)를 통해 비트코인을 매입하여 단일 리저브 풀로 활용했다. 이를 통해 만약 1UST의 가치가 1달러 미만으로 내려갈 시, LFG에 있는 비트코인을 매도하여 그 가치로 가격적 연계를 복구하겠다는 의도였다. 물론 이 같은 방식은 단기적인 시장 안정화에는 효과적일 수 있다. 그러나 복구를 해야 하는 UST나 루나가 시장의 신뢰를 잃은 상황에서, 단일 담보물인 비트코인의 가치가 같이 하락할 경우에는 걷잡을 수 없는 큰 불이 되어 복구가 불가능할 가능성도 있었다.
우려하던 일은 UST와 달러의 가격적 연계가 깨지며 촉발되었고, 뒤이어 발생한 뱅크런으로 LFG는 과매도에 대응하지 못한 채 짧은 시간 안에 무너졌다. 특히, 비트코인 중심으로 되어있던 단일화된 리저브 풀은 비트코인의 가격마저 떨어지기 시작하자 애초에 의도했던 방지책으로써 역할을 더더욱 잃게 되었다.
결국, 테라가 전략적으로 선택했던 단일 담보 체계는 실패했다. 만약 테라가 비트코인 뿐만 아니라 이더리움이나 각종 법정화폐 그리고 금이나 채권 같은 실물 자산 등으로 구성된 다각화된 담보 체계로 방어선을 구축했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결과는 장담할 수 없지만, 단일 자산의 변동성에 의한 위험을 줄이고 다양한 자산의 안정적인 조합을 통해 시장의 갑작스러운 충격에 더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을 것이다. 요컨대, 테라 사건은 스테이블코인의 가치 붕괴에 대응할 수 있는 리스크 관리 메커니즘 뿐만 아니라, 동시에 이 메커니즘을 실행할 수 있게 해주는 다각화된 담보 체계가 필요하다는 점을 일깨워주었다.
테라는 프로젝트 런칭 초기부터 커뮤니티의 중요성을 깨닫고, 이것을 성장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테라는 상대적으로 높은 APY를 제공하는 디파이 서비스와 다양한 에어드롭 이벤트를 시행하여 홀더들에게 매력적인 수익 기회를 제공했다. 또한, 커뮤니티 주도로 루나 토큰의 소각을 정기적으로 진행했는데, 이는 루나 토큰의 공급량을 줄여서 가치를 유지하거나 상승시키는 역할을 했다.
특히 이런 이벤트나 공지사항들은 트위터, 텔레그램 그리고 디스코드 등 다양한 SNS 매체를 통해 적극적으로 홍보되어서 홀더들에게는 뜨거운 지지를 얻고, 일반인들에게는 커뮤니티 진입의 초석을 다져주었다. 테라의 설립자인 도권은 루나 홀더들의 선봉장으로서 부정적인 의견에 대해 과격한 토론을 마다하지 않으며 SNS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떨쳤다.
이를 통해 생성되고 견고해진 테라의 열혈 지지층은 프로젝트의 성장을 견인하고 초기의 신뢰를 확보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또한, 열혈 지지층들은 활발한 웹상 활동을 통해 테라와 루나의 노출도를 크게 증가시키고 루나의 가치 상승과 UST의 안정성 강화를 불러일으켰다. 이는 테라 생태계의 핵심 요소인 UST와 달러의 가격적 연계를 더욱 견고하게 만들었다.
Source: Kyle Samani X
하지만 뭐든지 과하면 독이 되는 법. 마치 정치적인 극단주의의 폐해를 보는 것처럼, 지나치게 배타적인 커뮤니티의 폐쇄성과 맹목적인 지지를 바탕으로한 과도한 낙관주의는 테라의 문제를 은폐하거나 대응 능력을 저하시키는 부작용을 낳았다.
이 시점에 나온 도권의 리더십 또한 이러한 분위기를 강화하는데 일조했다. 테라에 의문을 가지거나 문제를 제기했던 사람들을 향한 그의 도발적이고 강경한 발언은 커뮤니티 내에서는 열광적인 지지를 얻었지만, 중립적으로 지켜보던 다른 사람들에게는 불편함으로 다가왔다.
이는 테라가 대중과의 소통에서 더 넓은 공감대를 형성하기 어렵게 만들었으며, 결과적으로 커뮤니티가 테라 생태계 외부로 확장되기 어려운 요인이 되었다. 결국 커뮤니티 내부의 지나친 폐쇄성은 프로젝트의 문제를 조기에 인지하고 대응할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하게 했고, 테라가 일반적인 사람들 사이에서 부정적으로 인식될 수 밖에 없는 결말로 이어졌다.
테라의 실패를 밑거름으로 하여 알고리즘 기반 스테이블코인과 담보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장점을 결합한 유연한 담보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인기를 얻고 있다.
예를 들어, 에테나(Ethena)는 담보 기반 스테이블코인 프로토콜로 델타-중립 헷징 전략을 활용하여 스테이블코인인 USDe의 가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한다. 이는 USDe를 담보하는 자산의 종류와 가치만큼 공매도 포지션을 열어 놓는다는 뜻이기 때문에, USDe의 기준 가치는 담보 자산 자체의 변동성과는 무관하게 유지될 수 있다. 이러한 전략을 통해 테라와 다르게 안정적이며, 가치 안정화를 위한 과담보도 필요 없고 담보로 활용하는 자산도 기존 금융권과 크게 연계되어 있지 않은 스테이블코인 메커니즘을 가능하게 했다.
또한, 온도 파이낸스(Ondo Finance)에서 만든 USDY의 경우도 미국의 단기 국채와 은행 요구불예금을 담보로 하는 자산이다. 특히, USDY의 경우 발급하는 회사가 파산 등으로 ‘지급불능’의 상태가 되었을 때도 개개인에게는 피해가 최소로 돌아간다는 점과 담보를 통해 자동으로 수익이 창출된다는 점 그리고 법의 테두리 내에서 보호를 받는다는 점 등이 장점으로 꼽힌다.
위의 예시들과 같이 현재의 스테이블코인들은 유연한 담보를 기반으로 하여, 기존의 알고리즘 기반이나 담보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가지고 있는 위험성과 단점을 최대한 상쇄하고 사용자들에게 많은 혜택과 편리함을 주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다.
단일적인 담보는 위험성이 너무 크고 비상 상황에서 대응이 잘 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한 스테이블코인 프로젝트들은 이 점을 보완하기 위해 담보의 다각화를 진행했다.
USDC는 달러에 1:1로 가격적 연계가 된 담보 기반 스테이블코인으로 서클(Circle)과 코인베이스(Coinbase)가 발행과 담보 관리를 하고 있다. 특히, USDC는 미국 은행의 예금과 단기 국채를 담보로 채택하여 스테이블코인으로써의 안정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또한 매월 회계 감사를 공식적으로 진행하여 투명성도 보장하고 있다. 이 같은 프로세스는 미국 금융 규제를 철저히 준수하는 환경 내에서 운영되므로 더욱 더 높은 신뢰성을 바탕으로 스테이블코인이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
메이커다오(MakerDAO)도 초기에는 이더리움만을 담보로 사용했지만, 현재는 다양한 크립토를 담보로 활용하는 멀티콜렉터럴 다이(Multi-Collateral DAI)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이 시스템은 메이커다오 거버넌스 투표를 통해 선정된 특정 자산을 담보로 받아들이고 스테이블코인인 DAI를 발행하게 된다. 현재 메이커다오에서 사용되는 담보 자산은 이더리움(ETH), 랩트비트코인(WBTC), USDC, 베이직어텐션토큰(BAT), 체인링크(LINK) 등이 있다. 메이커다오는 이를 통해 담보 자산의 다각화를 이루어내고, 특정 자산의 가격 및 유동성 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분산시켜 안정성을 높이고 있다.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가장 가까이서 스스로 활동하고 영향력을 끼치는 커뮤니티의 중요성은 테라 사태 이후에도 계속해서 대두되었다. 특히, 베라체인, 모나드, 하이퍼리퀴드 그리고 펏지펭귄과 같은 프로젝트들은 테라의 사례를 교훈 삼아 폐쇄적이지 않고 열렬한 커뮤니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Source: Smokey The Bera X
베라체인은 이러한 커뮤니티 빌딩을 봉베어즈(Bong Bears) NFT부터 시작했다. 베라체인의 창립자인 스모키더베라(smokeythebera)는 2021년 8월 봉베어즈를 출시하여 커뮤니티 형성의 기초를 마련했다. 특히, 리베이싱(Rebasing) 방식을 통해 기존 NFT 홀더들에게 추가적인 NFT 에어드롭을 실시하여 커뮤니티의 충성도를 키우고 확장을 자연스럽게 유도했다. 또한, “Ooga Booga” 등 커뮤니티 내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밈을 통해 내부 결속력을 키우고 일반 대중을 겨냥한 외연 확장도 꾀할 수 있었다.
Source: Pudgy Penguins X
또 하나의 사례는 펏지펭귄이다. 펏지펭귄은 누가 보아도 귀여운 펭귄 캐릭터를 자체 지적재산권(Intellectual Property, IP)으로 강조하며, 이를 중심으로 NFT 프로젝트를 진행하여 많은 인기를 끌고 커뮤니티를 차근차근 만들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펏지펭귄은 티셔츠, 모자 등 의류와 장난감 등의 실물 상품을 출시하여 커뮤니티의 니즈를 충족해 나갔다. 또한, 현재는 $PENGU 토큰을 발행하고 에어드롭을 실시하여 커뮤니티의 충성도를 최대로 끌어올리고 이러한 열혈 지지층이 만들어내는 추가 콘텐츠들을 바탕으로 대중적 확장성을 가져가고 있다. 특히, 펏지펭귄은 커뮤니티가 중심이 되어 자금을 남용하고 프로젝트를 매각하려 했던 창립자를 교체하고 #savethepenguins 해시태그 운동을 통해 프로젝트를 다시 정상화 시킨 이력이 있는만큼, 열혈 지지층의 긍정적인 효과도 증명해 냈다.
Source: The Block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테라의 전성기 시절, 테라 생태계엔 그 어떤 생태계들 보다도 훌륭한 인재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그만큼 테라는 단기간에 압도적을 성장을 했던 생태계였고,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테라와 도권을 향한 압도적인 충성심은 유능한 빌더들로 하여금 테라에 좋은 프로덕트를 만들 훌륭한 인센티브가 됐었다. 어쨌거나 테라는 망했고, 테라는 이 훌륭한 빌더들을 시장에 쏟아냈다. 대표적으로 테라의 인턴이었으나 지금은 이니시아(Initia)라는 블록체인을 만들고 있는 Zon Mangalji가 있고, 이제 곧 메인넷 런칭을 예고했던 SVM 기반 롤업인 이클립스(Eclipse)또한 테라 출신들이 만들어서 많은 관심을 모았다. 이들 말고도 일렉트릭 캐피탈의 개발자 리포트에 따르면 5명의 개발자가 솔라나 생태계로, 11명의 개발자가 오스모시스로 갔다고 전해진다.
아마 우리가 몰라서 그렇지 이미 테라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했던 인재들은 우리가 앞서 언급한 프로젝트들을 제외하고도 다양한 생태계에서 재미있는 프로덕트를 만들고 있다. 이들이 테라에서 한 경험이, 이번에 새로운 여정을 계획함에 있어서 아주 큰 교훈과 자산이 되었을 것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테라의 실패 원인과 실패가 남긴 교훈들, 그리고 그 결과물들에 대해서 하나씩 살펴보았다. 필자가 아쉬운 것은, 너무 자극적인 키워드에 매몰돼서 본질을 보지 못하는 것이다. 모두가 의도한 대형 사기였다면 비판 받고 지탄 받아야 마땅하지만, 테라는 한 쪽으로 몰아가기엔 복잡한 것들이 많이 얽혀있다. 물론 테라는 실패했고, 실패하면 많은 이들에게 경제적,심리적 타격을 준다는 것을 알고있다. 필자도 그 피해자중 한 명이다. 하지만 꼭 실패한 프로젝트만 타인에게 경제적 피해를 입히는 것은 아니며, 실패를 했다면 자극적인 키워드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실패의 원인과 이 사태로 얻은 교훈에 대해서 나눌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만약 우리가 실패에 대해서 관용스럽지 못하고, 한 쪽으로만 몰아간다면 한국에서, 그리고 더 나아가서 크립토 업계에서 누가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겠는가. 우리 산업이 무엇이 실패고 무엇이 사기인지를 분별할 수 있고, 이런 주제에 대해서 자유롭게 논쟁할 수 있으며, 그 결과로 산업이 좀 더 성숙해지고 더 많은 것들을 얻어갈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해나갔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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