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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yperEVM의 ‘대죄’

    2025년 12월 19일 · 11분 분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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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ey Takeaways

    • 지난 수개월간 HyperEVM은 크립토 시장 전반에서 프로젝트를 출시하고 존속시키기 가장 어려운 환경 중 하나로 작동해왔다.

    • HyperEVM에서 관측된 다수의 실패는 체인 설계의 결함이 아니라, 보조금·특혜·마켓메이킹 지원이 배제된 환경에서 기존 프로젝트 구조의 취약성이 그대로 드러난 결과다.

    • CEX 상장, 헤지 수단, 전담 마켓메이커가 부재한 조건에서는 가격 발견이 구조적으로 비대칭화되며, 유동성 위축과 가격 하락이 연쇄적으로 발생한다.

    • HyperEVM은 이미 성숙한 거래 인프라 위에서 신규 제품이 즉각적으로 검증되는 확장 레이어에 가깝다.

    • 출시와 동시에 다수의 트레이더와 높은 수준의 유동성 풀에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이 HyperEVM의 구조적 강점이다.

    2025년 2월 HyperEVM이 출시했을 당시 시장의 전제는 비교적 명확했다. 하이퍼리퀴드는 이미 크립토 시장에서 가장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를 상당 부분 해결한 상태였다. 실질적인 사용자 기반이 존재했고, 유동성은 충분했으며, 거래량 역시 단기 인센티브가 아닌 실제 트레이딩 수요에 기반해 형성되어 있었다. 이러한 환경 위에 애플리케이션을 배포할 경우, 유통(distribution)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라는 인식이 당시에는 널리 공유되고 있었다.

    그러나 이후의 생태계 발전 전개는 이 가정이 성립하지 않았음을 보여주었다. 지난 수개월 동안 HyperEVM은 크립토 전반에서 프로젝트를 출시하고 지속시키기 가장 까다로운 환경 중 하나로 기능해왔다. HyperEVM 상에서 출시된 모든 토큰은 상장 이후 가파른 가격 하락을 경험했고, 일부 프로젝트는 수 주 내 시장의 관심에서 이탈했으며, 소수는 운영을 중단했다. 현재 HyperEVM을 둘러싼 전반적인 시장 센티먼트는 저점 구간에 근접해 있으며, 하이퍼리퀴드 커뮤니티 내부에서도 HyperEVM의 전략적 가치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흔히 ‘실패’라는 단어로 요약된다. 토큰 가격 하락, 프로젝트 소멸, 생태계 위축 등이 그 근거로 제시된다. 본 글에서는 이러한 현상들을 소위 대죄(Deadly Sins)라 지칭한다. 이는 HyperEVM의 설계 오류나 과실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보조금·특혜·마켓메이킹 보조 등이 부재한 환경에서 보호 장치에 의존해온 프로젝트들의 한계가 그대로 노출된 결과에 가깝다.

    HyperEVM에는 그랜트가 없다. 재단 주도의 유동성 지원 프로그램도 존재하지 않는다. 마켓메이킹 계약 혹은 가격 안정화 장치 역시 마련되어 있지 않다. 토큰은 퍼미션리스 방식으로 상장되며, 즉시 크립토 시장에서 가장 활발한 온체인 거래소에 노출된다. 출시 초기부터 명확하고 직관적인 효용을 제시하지 못하는 프로젝트는 시장에서 빠르게 배제된다.

    이러한 구조가 장기적으로 바람직한지에 대한 평가는 별개의 논의다. 본 글의 목적은 HyperEVM을 옹호하거나 폄하하는 데 있지 않다. 보조금이나 킹메이킹 등이 없는 환경에서 시장 참여자들이 무엇을 걸러내고, 무엇을 사용하는지를 설명하는 데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다수의 프로젝트가 빠르게 도태된다. 특히 기존 모델을 단순히 복제한 포크형 프로젝트나 단기적인 수익 창출만을 노리는 프로젝트일수록 생존 가능성은 낮다. 반면 소수의 프로젝트는 이러한 환경에서도 잔존하거나 오히려 성장한다. 그리고 그 차이는 구조적 요인에서 비롯된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HyperEVM이 실제로 어떤 시스템인지, 하이퍼리퀴드 커뮤니티가 공정성(fairness)과 HYPE 토큰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그리고 이 아키텍처가 어떤 유형의 제품을 구조적으로 수용하는지를 명확히 짚을 필요가 있다.

    1. HyperEVM은 무엇인가

    HyperEVM의 성과를 논하기에 앞서 먼저 아키텍처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HyperEVM을 둘러싼 논의는 종종 하이퍼리퀴드를 단일 실행 환경을 가진 체인으로 간주하는 오해에서 출발하며, 이 경우 이후 현상에 대한 해석이 쉽게 어긋난다.

    하이퍼리퀴드는 HyperCore와 HyperEVM, 두 개의 실행 환경으로 구성된 프로토콜이다. 두 환경은 밸리데이터 셋을 공유하며 동일한 HyperBFT 합의 알고리즘을 사용하지만 상태 머신(state machine)을 공유하지는 않는다.

    Source: Hyperliquid Docs

    HyperCore는 거래를 위해 설계된 결정적(deterministic) 실행 환경이다. 현물 및 무기한 선물 시장이 이 레이어에서 구동되며, 오더북, 마진 계정, 청산 로직, 오라클 가격 산출, 스테이킹 등 거래소 운영에 필요한 핵심 구성요소가 HyperCore에 구현되어 있다. 이 레이어는 범용 프로그래머빌리티보다 정확성(correctness), 지급능력 및 건전성(solvency), 그리고 지연(latency) 최소화와 같은 거래 인프라의 요구사항을 우선한다.

    HyperEVM은 2025년 2월 20일 도입된 범용 목적의 EVM 실행 환경이다. 표준 EVM 툴링 기반의 스마트컨트랙트 퍼미션리스 배포를 지원하며, HyperCore와 병렬적으로 작동한다. HyperEVM 상의 컨트랙트는 프리컴파일(precompile) 및 CoreWriter와 같은 시스템 인터페이스를 통해 HyperCore의 상태를 읽을 수 있고, 특정 액션을 HyperCore로 제출(write)할 수 있다. 반대로 HyperCore가 EVM을 호출할 수는 없으며, HyperCore의 실행은 EVM 실행에 의존하지 않도록 설계되어 있다. 즉, 컴포저빌리티(composability)는 의도적으로 비대칭적으로 제한되어 있다.

    블록 생성 방식 역시 상이하다. HyperCore는 거래를 지원하기 위해 고빈도로 지속 업데이트되는 반면, HyperEVM은 이중 블록 구조를 따른다. 1초마다 생성되는 fast block(가스 한도 2M)과, 상대적으로 낮은 빈도로 생성되는 large block(가스 한도 30M)이 병존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HyperEVM이 이더리움이나 솔라나와 같이 중립적인 베이스 레이어로 출발한 플랫폼이 아니라는 점이다. 하이퍼리퀴드는 먼저 거래소를 구축했고, 그 위에 사용자·유동성·거래 문화가 형성되었다. HyperEVM은 이후에, 이미 성숙한 거래 경제에 접근하기 위한 보조적 인터페이스로 추가되었다.

    따라서 HyperEVM 프로젝트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 미래의 사용자 기반을 상정해 제품을 설계하는 것이 아니다. 이미 성숙한 거래 환경과 높은 기준을 가진 사용자 집단 안으로 진입하는 데 가깝다.

    이 출발점을 이해하지 못하면 HyperEVM 프로젝트들이 직면한 어려움은 우연적 결과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하이퍼리퀴드의 구조를 전제로 놓고 보면, 이후 관찰되는 대부분의 현상은 보다 논리적으로 설명 가능해진다.

    2. HyperEVM은 결코 만만한 환경이 아니다

    지금까지 HyperEVM에서 출시된 토큰들은 모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는 특정 시점의 시장 환경이나 단순한 타이밍 문제로 설명되기 어렵다.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토큰이 노출되는 거래 환경 자체에 있다.

    형식적으로 보면 HyperEVM은 많은 프로젝트가 선호할 만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HyperCore 상의 토큰 상장은 퍼미션리스 방식으로 이루어지며, 상장에 필요한 비용(티커 옥션) 역시 주요 중앙화 거래소(CEX)에 비해 현저히 낮다. 전통적인 상장 수수료나 거래 운영팀과의 사전 협의 과정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러한 개방성은 유통(distribution)과 유동성(liquidity)이라는 핵심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는다. 다른 L1+CEX 조합을 통해 출시되는 프로젝트들과 달리, HyperEVM 토큰은 어떠한 완충 장치도 없이 하이퍼리퀴드 거래 환경에 곧바로 노출된다. 재단 주도의 유동성 지원, 사전에 조율된 마켓메이킹, 마케팅을 통한 수요 창출 모두 전제되지 않으며, 상장된 토큰은 트레이더의 거래 대상이 된다.

    여기에 유통 측면의 제약이 추가된다. HyperEVM 빌더 다수는 하이퍼리퀴드의 철학과 일관되게 CEX를 파트너가 아닌 하이퍼리퀴드의 경쟁 상대로 인식하며, 그 결과 CEX 상장은 후순위로 밀리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CEX 입장에서도 상장 수수료, 마케팅 예산, 지속적인 거래량이 뒷받침되지 않는 자산을 적극적으로 상장할 유인은 제한적이다.

    이로 인해 외부 거래소, 헤지 수단, 전담 마켓메이커가 부재한 상태에서 가격 발견이 이루어지는 구조가 형성된다. 신규 토큰은 이미 깊은 유동성과 효율적인 자본 배분이 이루어지고 있는 기존 토큰들과 직접 경쟁하게 되며, 메이커는 헤지 수단 없이 재고 위험(inventory risk)을 감수해야 한다. 그 결과 유동성 공급에 소극적이 될 수밖에 없다. 테이커 입장에서도 스프레드는 넓고 호가는 얕아 거래 매력도가 떨어진다. 유동성은 점차 고갈되고, 수요 부진 속에서 가격은 지속적인 하방 압력을 받는다. 일단 이러한 현상이 지속되면 이를 되돌리기는 쉽지 않다. 결과적으로, 출시 초기 단계에서 명확한 효용을 증명하지 못한 프로젝트는 빠르게 시장의 관심에서 이탈하게 된다.

    하이퍼리퀴드 재단은 이러한 과정을 완화하거나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 개입하지 않는다. 이러한 방향성은 생태계 지원을 둘러싼 커뮤니티의 거버넌스 논의와 의사결정 과정에서도 일관되게 확인된다. 예컨대 HIP-5 제안에 대한 커뮤니티의 반응은 빌더의 어려움을 부정하거나 생태계 프로젝트의 필요성을 외면한 것이 아니었다. 핵심은 HYPE로부터 가치를 이전하거나, 재량적(discretionary) 배분을 통해 시장 신호를 왜곡할 수 있는 메커니즘에 대한 거부였다. 하이퍼리퀴드 커뮤니티는 관리된 성장(managed growth)보다 공정성, 예측 가능성, 중립성을 우선시한다.

    종합하면 HyperEVM은 명확한 트레이드오프 위에서 작동한다. 지름길도, 킹메이킹도, 보호 장치도 없다. 프로젝트는 빠르게 유의미함을 증명하거나, 그렇지 못할 경우 자연스럽게 소거된다. 이러한 환경은 하이퍼리퀴드 프로토콜 전반을 규정하는 가치관의 직접적인 연장선상에 있으며, 동시에 HyperEVM을 크립토 전반에서 토큰 출시 난도가 가장 높은 환경 중 하나로 만든다.

    3. 그럼에도 불구하고, HyperEVM은 여전히 빌딩할 가치가 있다

    일부 논의에서는 HyperEVM을 HyperCore의 테스트베드(testbed)으로 규정한다. 이 관점에 따르면, HyperEVM은 새로운 아이디어와 설계를 시험하는 공간이며, 이 중 가치를 증명한 제품들은 HyperCore 기능으로 흡수되어 핵심 인프라로 편입된다. 이러한 관점 하에서는 HyperEVM 상의 제품들은 HyperCore내 기능으로의 편입 가능성을 검증하는 대체품 정도로 인식될 수 있다. 이로 인해 HyperEVM 위에서의 빌딩이 장기적으로 정당성을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루어진다.

    그러나 이러한 해석은 HyperEVM이 하이퍼리퀴드 아키텍처 내에서 담당하는 기능적 역할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 HyperEVM은 HyperCore를 대체하거나 복제하기 위해 설계된 레이어가 아니라, 단일 개발 주체에 의해 통제되는 폐쇄적 시스템으로의 수렴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된 퍼미션리스 실행 환경이다. 즉, HyperEVM은 HyperCore와 경쟁하는 계층이 아니라, 외부 빌더가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도록 열어둔 사용자 실행 영역(user execution layer)에 해당한다.

    Source: X (@MavenHL)

    이러한 역할 분리는 포트폴리오 마진(portfolio margin) 구조에서 명확히 확인된다. HyperCore 상의 차입 메커니즘은 거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내부적 기능에 한정되며, 마진 계정 내에서만 작동한다. 차입에는 명확한 한도가 설정되어 있고, 허용되는 자산 범위 역시 제한적이다. 예치 자산은 토큰화되지 않으며, 양도 가능한 수취 토큰이나 컴포저블한(composability) 대출 프리미티브는 제공되지 않는다. 사용자는 별도의 대출 시장에 접근하거나 금리를 선택하지 않으며, 차입은 거래 과정에서 자동적으로 발생하는 결과로 처리된다.

    하이퍼리퀴드 재단은 의도적으로 포트폴리오 마진 기능을 이런 방식으로 설계했다. 예치 자산의 토큰화 혹은 범용 대출 시장의 형성은 HyperCore의 설계 범위에서 배제되어 있다. 이러한 기능은 HyperCore 내부가 아니라, 독립적인 빌더들이 HyperEVM 상에서 구축해야 할 영역으로 구조적으로 분리된다. 결과적으로 HyperCore는 거래를 통해 수요를 생성하고, HyperEVM은 해당 수요를 금융 상품, 애플리케이션, 인프라로 전환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Source: Discord

    이 관점에서 HyperEVM이 HyperCore에 의해 대체되고 있다는 해석은 적절하지 않다. 오히려 HyperEVM은 시스템 전체의 확장성과 개방성을 책임지는 계층에 해당한다. HyperEVM 상의 빌더는 보호 장치나 사전적 정당성을 부여받지 않는다. 프로젝트의 지속 가능성은 실제 사용 여부에 의해 결정된다. 즉, 실제 트레이더의 행위와 수요를 통해서만 경제적 정당성이 검증된다.

    또한 HyperEVM은 공정한 출발(fair launch)을 전제로 한다. 초기 성장 국면에서는 툴링과 문서가 충분히 정비되지 않을 수 있으며, 빌더는 시스템의 실제 작동 방식을 이해하는 데 상당한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대신 HyperEVM에서는 내부자들을 위한 특혜가 존재하지 않으며 모든 빌더가 동일한 조건과 동일한 출발선 상에서 시장의 검증을 받는다.

    정리하면, HyperEVM은 빌딩 난이도가 높은 환경인 동시에 빌딩할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는 환경이다. HyperEVM에서 시작하는 애플리케이션은 출시 초기부터 실수요에 의해 검증되며, 이러한 조건을 통과한 제품은 상대적으로 높은 지속성을 갖는다.

    4. 제품 설계 범위

    이러한 조건 하에서 논의의 초점은 HyperEVM이 범용적인 애플리케이션 플랫폼으로 기능할 수 있는지 여부가 아니라, 어떤 유형의 애플리케이션이 이 구조에서 성공할 수 있나에 맞춰져야 한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HyperEVM에서 가장 설득력을 가지는 제품군은, 이미 HyperCore 상에서 발생하고 있는 거래 행위를 확장하는 제품들이다. 거래 자체는 HyperCore에서 이미 효율적으로 처리되고 있기 때문에, HyperEVM의 역할은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내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기존 거래 활동을 보다 해석 가능하게 만들거나, 자동화하거나, 금융 상품의 형태로 재구성하는 데에 있다.

    대표적으로는 HyperCore 상의 마진·차입 구조를 기반으로 한 대출 시장, 특정 트레이딩 전략이나 포지션 운용 방식을 하나의 상품으로 묶은 구조화 상품, 교차 마진 관리를 자동화하는 볼트, 혹은 포지션 리스크와 자본 사용 현황을 정리해 보여주는 인터페이스 등이 이에 해당한다.

    두 번째로 의미 있는 영역은 거래 참여자의 운영 부담을 낮추는 인프라 성격의 애플리케이션이다. 분석 도구, 리스크 모니터링 시스템, 회계 및 정산 레이어, 개발자 툴링, 외부 시스템과의 연동을 위한 브리지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이러한 제품들은 단기적으로 주목받기 어렵지만, 거래 규모가 커질수록 필수재에 가까워진다. 전통 금융 시장에서 백오피스·미들웨어가 차지하는 위치와 유사하다.

    Source: Hypurrcollective

    마지막으로는 HYPE의 자본적 활용도를 높이는 애플리케이션이다. 하이퍼리퀴드의 핵심 이용자는 단기 트레이더이면서 동시에 장기적인 HYPE 홀더인 경우가 많다. 현재 네이티브 스테이킹 수익률은 약 2% 정도로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HyperEVM 상에서 HYPE의 수익성 및 자본 효율성을 개선하는 구조는 비교적 명확한 수요를 가진다. 이는 HYPE를 단순한 네이티브 토큰이 아니라, 시스템 전반의 핵심 자산으로 고도화하는 방향과도 맞닿아 있다.

    반대로, HyperEVM에서 반복적으로 성과를 내지 못하는 유형도 비교적 분명하다. 사용자가 새로운 사고 체계나 행동 양식을 선행적으로 학습해야 가치가 발생하는 제품들은 쉽게 정체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HyperEVM은 실험을 배제하는 환경이 아니다. 다만 실험이 허용되는 범위를 명확히 구분한다. 거래 안정성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영역은 HyperCore에 엄격히 제한되고, 그 외의 금융적 실험과 제품화는 HyperEVM으로 이전된다.

    결과적으로 HyperEVM의 역할은 독립적인 범용 플랫폼이라기보다, 하이퍼리퀴드 거래 경제를 확장하는 사용자 계층(user layer)에 가깝다. HyperEVM이 없다면, 하이퍼리퀴드 위에서 가능한 애플리케이션의 범위는 Hyperliquid Labs의 내부 개발 역량에 의해 제한될 수밖에 없다. 이는 구조적으로 확장성이 낮다. HyperEVM은 외부 빌더에게 시스템을 개방함으로써, 어떤 애플리케이션이 유효한지는 개별 팀이 아니라 시장이 결정하도록 만든다.

    5. HypurrCo의 관점: HyperEVM은 붕괴가 아니라 ‘압축(compression)’ 국면에 있다

    현재 HyperEVM을 둘러싼 외부 평가는 대체로 부정적이다. 토큰 성과는 저조하고, 프로젝트 이탈 사례가 이어지고 있으며, 시장의 관심은 다른 신규 거래 인프라로 이동했다. 이러한 관측은 HyperEVM이 구조적으로 실패 단계에 진입했다는 해석으로 종종 이어진다. 그러나 HypurrCo의 판단은 다르다. 현 시점의 HyperEVM은 붕괴 단계라기보다, 압축 국면에 가깝다.

    이러한 판단의 출발점은 HyperEVM이 작동하는 조건의 특수성에 있다. HyperEVM에서는 유통이 보장되지 않으며, 유동성 역시 외생적으로 공급되지 않는다. 그랜트, 재단 인센티브, 사전 조율된 마켓메이킹, 내러티브 보호 장치가 구조적으로 부재하다. 이로 인해 초기 진입 비용과 실패 확률은 높아지지만, 동시에 크립토 생태계 전반에서 흔히 관찰되는 인위적 성장 요인은 제거된다. 즉, HyperEVM은 허수적 성과를 빠르게 제거하는 환경으로 기능한다.

    현재 관측되는 부정적 센티먼트는 이러한 조건의 직접적인 결과다. 빌더는 신중해지고, 트레이더는 보수적으로 접근하며, 단기적 주목도는 감소한다. 그러나 과거 크립토 인프라의 발전 과정을 보면, 지속 가능한 시스템은 대체로 과도한 기대가 해소되는 구간에서 실질적인 기반을 형성해왔다. 압축 국면은 실패의 전조라기보다, 구조가 정제되는 과정으로 해석할 수 있다.

    보조 장치가 제거된 환경에서 HyperEVM 프로젝트는 초기 단계부터 명확한 질문에 직면한다. 해당 제품은 누구를 대상으로 하며, 어떤 구체적 효용을 제공하는가. 다수의 프로젝트는 이 질문에 충분히 답하지 못하고 시장에서 이탈한다. 반면 일부 프로젝트는 사용자와의 피드백 루프를 빠르게 구축하고, 제품 설계를 반복적으로 개선하며, 하이퍼리퀴드의 핵심 사용자 및 HYPE 보유자와의 이해관계를 강화해간다. 이 과정에서 프로젝트 간 격차는 빠르게 확대된다.

    HypurrCo는 HyperEVM이 종종 범용 EVM 체인으로 오해되고 있다고 본다. HyperEVM은 투기적 애플리케이션이 내러티브 모멘텀에 의존해 성장하는 환경이 아니다. 보다 적절한 해석은, HyperEVM을 하이퍼리퀴드 거래 인프라의 기능적 확장 레이어로 이해하는 것이다. HyperEVM은 거래, 유동성, 온체인 자본 활동을 보다 효율적이고, 표현 가능하며, 자본 인지적인(capital-aware) 구조로 전환하기 위한 도구와 프리미티브가 구축되는 공간이다. 궁극적으로는 하이퍼리퀴드가 지향하는 ‘금융 활동 전반을 수용하는 블록체인’이라는 장기적 목표에 종속된 레이어다.

    커뮤니티 관점에서 볼 때, 센티먼트의 저점은 종종 실질적 채택의 전제 조건으로 작용한다. 기대가 제거된 이후에는 공개적인 반복 실험을 감내하는 빌더, 인센티브 없이도 제품을 테스트하는 사용자, 그리고 토큰 가격이 아닌 실제 효용을 중심으로 형성되는 커뮤니티만이 잔존한다. HyperEVM은 현재 이러한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

    종합하면 HyperEVM의 성과는 출시된 프로젝트의 수나 단기적 토큰 가격으로 평가되기 어렵다. 보다 중요한 지표는 실사용을 통해 경제적 정당성을 확보한 소수의 프로젝트가 무엇을 구축하고, 어떤 기능을 시스템에 남기는가다. 이 과정에서 생태계의 외형적 규모는 당초 기대보다 작아질 수 있다. 그러나 그만큼 구조적 완결성과 지속 가능성은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HypurrCo는 HyperEVM이 크립토 생태계 전반에서 가장 빠르게 비효율을 제거하고, 실수요 기반 구조만을 남기는 환경 중 하나라고 판단한다. 이러한 압축 국면이 종료된 이후에 형성될 생태계는 단기적 화려함보다는, 장기적 안정성과 실질적 활용성에 더 가까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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