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스테이블코인 얼라이언스(Asia Stablecoin Alliance)는 포필러스의 강희창, 복진솔, 그리고 레이어제로 한국 알렉스림(임종규) 대표가 시작하여 아시아 전역에서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촉진하고, 명확한 규제 환경 구축과 견고한 기술 인프라 개발을 위한 리서치 및 교류 플랫폼으로써 출범하였다. (X Link, Substack Link)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목적이 아닌 수단이 되어야 하며, 구체적인 활용처 위에서만 존재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스테이블코인은 증권형 자산의 유통 및 결제 인프라로 실질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한국 국채가 토큰화될 경우 기존 시장에서 실질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자산 구조에 기술적 효율성을 결합할 수 있다. 한국 국채뿐만 아니라 비상장 주식, 사모펀드의 경우에도 전략적으로 토큰화하기 좋은 자산일 것이다.
스테이블코인 산업이 성장하기 위해선 디지털자산기본법, STO, 가상자산 ETF를 아우르는 이른바 ‘디지털자산 3법’을 유기적으로 설계하고 함께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통합적 접근이 있어야만,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진정한 디지털 자산 시장의 중심 자산으로 기능할 수 있다.
한국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이미 상당히 형성되었다. 국가적 차원에서 디지털 시대의 통화 주권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존재해야만 한다’는 논의가 다수다. 그러나 진짜 중요한 질문은 그다음이다. 과연 어디에, 어떻게 쓰일 수 있는가? 실사용처 없는 기술적 실험은 종종 정책 실패로 귀결된다. 한때 메타버스가 그랬던 것처럼, 원화 스테이블코인도 명확한 목적 없이 추진된다면 유사한 실패를 반복할 위험이 있다.
특히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USDC, USDT 등)은 그 자체로 신흥국에서는 인플레이션 회피 및 달러 자산에 대한 목적으로써 기능할 수 있다. 하지만 원화는 글로벌 통용 통화가 아닌 만큼,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그 자체로 목적이 되기 어렵다. 따라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반드시 ‘수단’이 되어야 하며, 구체적인 활용처 위에서만 존재 의미를 가질 수 있다.
그렇다면 실제로 어떤 영역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쓰일 수 있을까? 간편결제 시스템, 온라인 커머스, 디지털 자산 플랫폼, 국경 간 결제 등 여러 가능성이 열려 있다. 이 중에서도 현재 가장 주목받는 방향은 금융 자산과의 결합, 특히 토큰 증권(tokenized securities)과의 시너지이다. 실제로 BCG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전체 스테이블코인 거래액 26.1조 달러 중 약 3%에 해당하는 8천억 달러가 토큰화된 증권(tokenized securities) 결제에 사용되었다. 이는 크립토 트레이딩(88%)이나 온/오프램핑(4%)을 제외한 실사용 영역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며, 스테이블코인이 증권형 자산의 유통 및 결제 인프라로 실질적 역할을 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데이터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 토큰 증권’ 조합이 단순한 아이디어가 아닌, 실제 글로벌 시장에서 검증 중인 구조임을 시사하며, 향후 한국 금융 시스템 내에서도 주요 활용 사례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현재 토큰화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자산은 미국 국채(UST)다. BlackRock의 BUIDL, Franklin Templeton의 BENJI 등 다양한 사례가 이미 소개되었고, 이는 온체인에서 운용 가능한 안정적인 수익형 자산으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그렇다면 “달러 스테이블코인 - 미 국채 토큰” 구조처럼, “원화 스테이블코인 - 한국 국채 토큰”의 조합도 유사한 매력도를 가질 수 있을까?
먼저 미 국채 토큰의 주요 수요층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전통 금융기관 등 국채 자체에 대한 수요가 있는 투자자, 다른 하나는 온체인 금융에 참여하려는 리테일 투자자이다. 한국 국채(KTB)의 경우, 굳이 글로벌 투자자가 KTB에 접근할 이유는 희박하기 때문에 후자는 한정적일 것이다. 그러나 전자의 경우, 즉 KTB를 필요로 하는 국내 기관 투자자층은 분명히 존재한다.
예컨대 국내 은행과 보험사는 바젤Ⅲ의 규제를 충족하기 위해 고유동성자산(HQLA)으로서 KTB를 대규모 보유한다. 증권사는 KTB를 담보로 RP, 선물, 옵션 거래의 증거금으로 활용한다. 이렇듯 이미 KTB는 국내 금융 시스템에서 핵심 담보 자산으로 기능하고 있으며, 이제 질문은 ‘과연 토큰화가 이 구조를 더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는가?’이다.
Source: DTCC, Digital Asset Tokenize US Treasuries for Collateral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은 미국의 예탁결제원(DTCC)과 Digital Asset이 함께 실행한 UST 토큰화 파일럿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해당 파일럿은 총 26개의 은행, 투자자, CCP, 수탁기관 등이 참여하여 마진 거래의 전주기에서 토큰화된 UST가 담보 자산으로서 실질적인 개선을 가져올 수 있음을 입증하였다.
해당 파일럿에서 테스트한 핵심 기능은 크게 다음과 같다:
토큰화된 자산 생성: 투자자는 자신의 UST를 기반으로 토큰화된 자산 생성을 요청하고, 수탁기관이 DTCC 잔고와 일치하는 만큼의 실물 UST를 격리하여 대응한다.
담보 제출: CCP 또는 Prime Broker가 마진콜을 발행하면, 투자자는 담보로 UST 토큰을 선택하고, 실시간으로 토큰화된 UST가 담보로 설정된다.
담보 회수: 투자자가 마진 회수를 요청하면, 토큰은 즉시 락 해제되며, 이는 다시 다른 거래에 담보로 활용하거나 유동화가 가능하다. 이는 기존의 T+1, T+2 회수 구조보다 현금화 회전율을 극단적으로 개선한다.
디폴트 상황의 청산: 가상의 디폴트 상황에서 담보 자산을 법적으로 강제 회수하는 시나리오를 실험하였고, 마스터계약(ISDA 등)에 따른 절차를 따르되, 스마트 컨트랙트 기반으로 소유권 이전이 자동 실행된다.
이 실험은 단순히 국채를 디지털로 전환하는 것을 넘어, 마진거래, 담보 관리, 레포 구조 등 기존 자본시장 운용 방식을 근본적으로 재설계할 수 있다는 실험적 확신을 제공한다.
특히 한국 국채(KTB)는 이미 국내 금융기관들에 의해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는 핵심 담보 자산이다. 은행과 보험사는 바젤Ⅲ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규제를 충족하기 위해 고유동성자산(HQLA)으로서 국고채를 대규모로 보유하며, 증권사는 RP(환매조건부채권), 선물·옵션 증거금, 채권대차 등 다양한 금융거래에서 이를 담보로 활용하고 있다.
2022년 기준 전체 국채 발행 잔액 중 연기금이 29.3%, 은행이 21.7%, 증권사가 15.2%, 보험사가 6.7%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들 금융기관의 합산 비중은 약 77%에 달한다. 이는 KTB가 단순한 투자 상품을 넘어, 제도적 수요 기반 위에서 상시적으로 운용되고 있는 실사용 자산임을 의미한다.
Source: 우리나라 국채 유통시장 현황 및 유동성 분석 | | 보고서 | 자본시장연구원
이러한 구조에서 KTB가 토큰화될 경우, 기존 시장에서 실질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자산 구조에 기술적 효율성을 결합하게 된다. 예를 들어, 한국은행의 RP 거래 시스템, 증권사의 증거금 관리, 기관 간 담보 교환 등에서 담보 등록 및 해제 절차의 자동화, 24시간 활용, 실시간 회수 및 재사용, 스마트컨트랙트를 통한 자동 청산 등 다양한 효율 개선이 가능해진다. 이는 단순한 기술 실험이 아니라, 제도적으로 뒷받침되는 수요 위에서 현실적인 적용 가능성을 가진 전략적 전환이라 할 수 있다.
KTB 외에 토큰화가 매력적인 다른 증권은 무엇이 있을까? 나는 토큰화의 근본적인 가치는 비유동적인 증권을 유동화시킴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매력적인 대상은 비상장 주식이나 사모펀드 등이 존재한다. 각기 다른 매력이 있는데, 비상장 주식의 경우, 최근 Robinhood에서 유럽 투자자를 대상으로 OpenAI나 SpaceX와 같은 비상장 주식의 거래를 지원할 계획을 밝힐 정도로 가장 첫 번째 타깃 대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다음으로 사모펀드의 경우, 현재로써는 최소 수억 원 단위의 청약을 강제하고, 만기 전에 환매가 불가능한 등 비유동성의 끝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토큰화되었을 때 개선될 여지가 가장 많아 보인다.
채권이 아닌 대체 투자 수단의 토큰화 사례로는 대표적인 토큰화 플랫폼인 Securitize에서 제공하는 Apollo의 Apollo Diversified Credit Securitize Fund(ACRED)와 Blockchain Capital의 Blockchain Capital III Digital Liquid Venture Fund(BCAP)를 들 수 있다. 각각 사모 대출과 벤처 캐피탈 분야를 대표하는 이 두 상품은 Securitize 플랫폼 내에서 해당 분야별로 가장 큰 총자산 규모를 기록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다.
Apollo Diversified Credit Securitize Fund (ACRED)는 글로벌 대체자산 운용사 Apollo가 운용하는 멀티 전략 사모 대출 펀드로, Securitize 플랫폼을 통해 토큰화되어 제공된다. 이 펀드는 미국 증권법상 Reg D 조항에 따라 등록된 사모펀드로, 미국 내 적격 투자자(Accredited Investor)를 대상으로 하며, 법인은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설립되었다.
ACRED는 선순위 기업 대출, 자산담보 대출, 유동성 높은 우량 채권, 일시적 시장 왜곡 자산, 구조화 채권(CLO, RMBS, CMBS 등)을 포함한 5가지 핵심 축을 중심으로 다양한 신용 자산에 분산 투자하며, 안정적인 수익과 자본 이익을 동시에 추구한다.
최소 투자금액은 5만 달러이며, Ethereum, Solana, Aptos, Avalanche 등 다양한 퍼블릭 블록체인에서 ERC-20 또는 각 체인의 표준 토큰 형태로 발행된다. 2025년 1월 출시 이후 약 9,800만 달러의 총자산 가치, NAV는 $1,036, 운용 보수는 연 2%, 성과보수는 없음이다.
Blockchain Capital III Digital Liquid Venture Fund (BCAP)는 블록체인 기술과 암호화폐 프로젝트에 특화된 벤처캐피탈 Blockchain Capital이 2017년 발행한 세계 최초의 토큰화된 벤처 펀드이다. 싱가포르 법인 TokenHub를 통해 발행되었으며, 미국 증권법상 Reg D 조항에 따라 등록된 사모펀드로 운영된다. 법적 분쟁 시 관할은 케이맨 제도다.
BCAP은 Coinbase, Circle, Kraken, Securitize, OpenSea, Ripple 등 주요 블록체인 기업을 포함해 Filecoin, Bitcoin, Ethereum 등 디지털 자산에도 투자하며, SAFEs, SAFTs, 프라이빗 에쿼티, 전환사채 등 다양한 포맷의 자산을 활용한 초기 및 성장 단계 벤처 전략을 추구한다.
최소 투자금은 2만 달러이며, 현재는 zkSync Era 네트워크 기반 ERC-20 토큰 형태로 유통된다. 2025년 6월 기준 총자산 가치는 약 1억 4,800만 달러, NAV는 $16.29, 운용 보수는 연 2.5%, 성과보수는 25%다. 수익 배분은 연 단위로 carried interest 형태로 집계되며, 일부 수익은 재투자 목적으로 유보될 수 있다.
토큰 증권의 성공적인 구현을 위해서는 적합한 블록체인 인프라가 필수다. 현재 다양한 인프라 플레이어들이 경쟁하고 있다.
우선 이더리움을 필두로 EVM 계열 체인은 토큰 증권을 다루기에는 구조적 제약이 있다. 토큰 증권은 투자자 정보(KYC), 국적, 자격 여부 등에 따라 투자자들의 거래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추가적인 장치들이 필요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프로젝트는 Securitize 같은 전문 토큰화 플랫폼을 활용하는데, Securitize는 자체 DS Protocol을 통해 토큰 이동을 투자자 자격 정보에 따라 통제하며, 현재 BlackRock, Apollo, VanEck 등 주요 토큰 증권들을 담당하고 있다.
반면 Stellar와 같이 이러한 기능을 프로토콜 차원에서 기본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Franklin Templeton의 BENJI는 Stellar 상에서 가장 많은 발행량을 기록하고 있으며, 이는 Stellar의 trust-line 기능 덕분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해당 기능은 특정 주소가 특정 자산을 보유할 수 있는 권한을 미리 지정할 수 있어, 투자자 제한을 효과적으로 구현한다. Ripple 역시 유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어 최근 RWA 토큰화 논의에 자주 등장한다.
또 다른 축은 프라이빗 체인 기반 인프라다. 대표적인 예가 Canton Network로, Daml이라는 스마트계약 언어를 기반으로, 트랜잭션 참여자 외에는 내용을 볼 수 없는 구조(프라이버시 보장)를 제공한다. 앞서 언급한 미국 국채 실험도 Canton 위에서 진행되었으며, 서클(Circle), Hashnote, Broadridge 등 전통 금융기관들이 테스트 중이다.
개인적으로 생각할 때 토큰 증권 인프라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다음과 같다:
내장된 RBAC(역할 기반 접근 제어)
펀드 백오피스와의 연계성 (예: 회계, 거래 매칭, 컴플라이언스 시스템)
퍼블릭 체인 수준의 개방성과 프라이빗 체인 수준의 통제력의 조화
Delta Network의 경우, 글로벌 자산 원장과 프라이빗 도메인의 two-tier 시스템을 통해 위와 같은 주요 포인트들을 만족하는 인프라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처럼 토큰 증권은 스테이블코인의 다음 단계일 뿐만 아니라,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실질적 사용처로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미 미국에서는 전통 금융기관들이 국채, 사모펀드, 부동산 등 다양한 자산을 온체인화하며 새로운 금융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한국 역시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고민하고 있다면, 한발 더 나아가 토큰 증권(STO)까지 함께 고려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디지털자산기본법을 대표 발의한 민병덕 의원의 인터뷰에서도 언급된 것처럼, 디지털자산기본법, STO, 가상자산 ETF를 아우르는 이른바 ‘디지털자산 3법’을 유기적으로 설계하고 함께 추진하는 것이 규제 측면에서도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통합적 접근이 있어야만,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진정한 디지털 자산 시장의 중심 자산으로 기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