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블록체인 서비스가 롤업의 형태로 출시하는 것은 점차 보편화 되어 가고 있다. 글을 작성하고 있는 중간에도 기 운영되던 서비스가 L2로 피봇하거나, 신규 서비스가 L2로 출시되는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 롤업이라는 시스템이 모든 어플리케이션의 기반이 되는 시스템으로 발돋움 하기에는 명확한 한계점 또한 존재한다. 롤업의 시장 침투와 확장이 충분히 예견 가능한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롤업을 구축하고 운영하기 위한 솔루션들의 발전과 시장의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모듈러 블록체인이라는 내러티브에 걸맞게 다양한 레이어의 프로토콜들이 제시되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현재 롤업이라는 시스템이 가진 한계점과 이를 해소하기 위해 제시되는 솔루션들에 대해 살펴본다.
구체적으로 1) 현재 롤업이라는 시스템의 기틀을 제시하고 운영하고 있는 롤업 프레임워크(Rollup Framework)와 2) 시퀀서의 탈중앙화를 주된 가치로 내세우며 등장한 공유 시퀀서, 마지막으로 3) 롤업의 복잡하고 번거로운 운영 과정을 Web2 수준의 사용자 경험으로 제공하는 Rollup-as-a-Service(RaaS)에 관해 다루고 있다. 각각의 솔루션 마다 독자적인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으나, 그들이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가치 측면에서는 공통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각각의 솔루션이 어떤 메커니즘과 특징을 가지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향후 롤업이라는 생태계의 발전이 어떻게 전개될 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Source: Polygon 2.0 Protocol Architecture
새로운 기술과 시스템이 처음으로 등장할 때, 다양한 아이디어가 제시되면서 시스템의 디자인은 발산의 단계에 놓인다. 이 과정에서 실험적인 프로젝트들이 등장했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하지만 특정 임계점을 지나게 되면 메커니즘과 디자인은 점차 정규화된 방향으로 수렴하기 시작한다. 현재의 롤업과 모듈러 생태계가 이제 막 임계점을 지나 공통적인 방향으로 수렴하는 상태로 표현할 수 있다. 현재의 롤업 생태계는 태동기를 지나 시장에서 적극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했으며, 서로 다른 방식을 택하던 프로젝트들이 유사한 방향으로 수렴하고 있는 모양새이다.
모듈러 블록체인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롤업 프레임워크와 공유 시퀀서, 그리고 RaaS느 각자 겹치지 않는 영역에서 새로운 레이어를 구축하고 이를 확장해 나가는 모양새가 펼쳐지고 있다. 롤업이라는 시스템에 기반한다는 사실을 제외하고는 아직 이들 모두 다양한 아이디어가 전개되는 발산 단계에 놓여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과거 Layer 2 솔루션 중 Sidechain과 Plasma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롤업이라는 시스템으로 수렴한 것과 유사하게, 가까운 미래에 이들 또한 실험 단계를 지나 한 두가지의 디자인으로 수렴할 것을 기대할 수 있다.
블록체인에 한정되지 않고 모든 솔루션과 비즈니스는 장기적으로 그들만이 가진 해자(moat)를 갖추기 위해서 가치 축적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가치를 축적하기 위해서는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거나, 네트워크 효과를 구축함으로써 지속적으로 가치가 축적되는 플라이 휠을 창출해야 한다. 이번 글에서는 롤업을 구축하고 운영하기 위한 솔루션들이 어떻게 자신들의 고유한 가치 축적 모델을 구축할 지 살펴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본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하나의 메커니즘이 나머지에 비교해 우월하다는 전개를 펼치고자 하는 의도가 아니라는 것에 유의하기 바란다. 아직 블록체인은 실질적인 가치가 없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각각의 솔루션이 상호 발전을 통해 블록체인이 더 많은 사용자가 원활하게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변모시키는 것이 서로에 대한 경쟁을 이어나가는 것보다 중요한 과제임은 명확하다. 또한 아직 이 글에서 설명하는 대부분이 이제 막 시장에서 채택되기 시작했거나 혹은 그 이전인 상태로, 그들이 최종적으로 도달할 형태에 가깝다고 보기 어렵다. 기술의 발전은 대개 경로 의존성을 보인다. 최종적인 솔루션에 도달하기 까지 정해진 방법은 단일하지 않으며, 외부 요인에 의해 이 경로는 수시로 수정되기 마련이다.
일반적으로 블록체인의 보안성은 해당 네트워크가 보유하고 있는 경제적 또는 비경제적 가치에 의해 결정된다. 따라서 새로운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있어서 충분한 수준의 보안성을 확보하는 것은 가장 큰 진입 장벽으로 자리한다. Layer 1 블록체인과 달리 롤업은 다른 블록체인에 자신의 데이터를 기록 및 참조함으로써 해당 블록체인의 보안과 데이터 가용성을 상속받는다. 롤업에게 있어 블록체인의 보안과 데이터 가용성은 수수료를 내고 사용하는 Consensus as a Service로 대체된다. 이를 통해 롤업은 블록체인이 가진 보안과 검열 저항성을 거의 희생하지 않으면서도, 확장성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해결책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롤업은 이제 막 태동기를 벗어난 참에 불과하며, 아직 그 목적성과 비전에 부합하기 위해서 완전한 수준의 요구사항을 달성했다고 보기 어렵다. 이번 장에서는 현재까지 롤업이라는 시스템의 한계점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비탈릭이 제시한 Rollup Stage Framework 상에서 대부분의 롤업은 아직도 Stage 0에 위치한다. 아직 우리는 롤업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중앙화된 시퀀서에 의존해야 하며, 여러 체인 간에 자산을 전송하기 위해 극단적인 사용자 경험을 감내해야 한다. 또한, 자체 Layer 1 블록체인을 출시하는 것에 비할 바는 아니라 하더라도, 여전히 롤업을 직접 운영하는 것은 많은 노력과 비용을 요구한다. 아래에서 언급하는 문제점들은 롤업이라는 시스템에 대한 논의가 등장하던 시점부터 제시되어 왔으며, 현재까지 다양한 해결 방안이 제시되어 왔다. 여기서 나열한 문제점의 목록은 완전하지 않다는 점에 유의하기 바란다. 이외에도 롤업의 최적화를 위한 디자인과 변수들은 다양하며, 이번 글에서 다루는 주체들이 중점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들에 한정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Source: Starknet’s new Sequencer
롤업을 구성하는 요소와 각각의 역할은 다음과 같다;
Sequencer: 사용자로부터 트랜잭션을 제출 받아 수집 및 정렬한다
Executor: Sequencer가 제공한 순서에 따라 트랜잭션을 실행하고, 다음 블록체인의 상태를 도출한다
Submitter: L1에 트랜잭션 데이터와 트랜젝션의 실행을 통해 구해진 상태 값을 제출한다 (도표 상에는 시퀀서에서 L1에 제출하는 과정까지 포함되어 있음에 유의하자)
Prover: 트랜잭션의 완결(Finalization) 및 검증(Verification)을 위해 실행에 대한 증명을 생성한다
각각의 역할이 꼭 물리적으로 분리된 주체에 할당될 필요는 없다. 그림에서도 시퀀서가 Executor와 Submitter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것으로 나타나 있음에 유의하자.
시퀀서는 롤업 노드 중 하나로써, 사용자로부터 트랜젝션을 수집한 뒤 Batch 형태로 묶어 Layer 1 블록체인에 제출한다. 따라서 시퀀서는 사용자의 트랜젝션의 포함(Inclusion)과 정렬(Ordering)에 대한 지배적인 권한을 가지게 된다. 롤업의 핵심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데 있어서 시퀀서의 존재은 필수가 아니다. 시퀀서는 롤업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더 나은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도입되었다. 시퀀서는 사용자의 트랜젝션이 Layer 1 블록에 포함되기 이전에 Soft Commitment를 제공함으로써 롤업이 즉각적인 반응성을 확보할 수 있게 한다.
현재 대부분의 롤업은 사용자의 트랜젝션을 수집 및 제출하는 중앙화된 시퀀서를 운영하고 있으며, 허가된 노드만이 이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중앙화된 시퀀서를 사용하는 데 있어서 얻을 수 있는 이점은 명확하다. 여러 노드간 합의 또는 리더 도출을 위한 통신이나 암호화된 연산을 필요로 하지 않으므로 운영에 있어 효율적이다. 하지만 중앙화된 시퀀서는 약한 Liveness 와 검열 저항성을 제공한다. 롤업들은 대부분 일반적으로 사용자가 Layer 1 수준에서 트랜젝션을 강제할 수 있는 Escape Hatch를 제공하기는 하나, 상당한 수고와 노력을 필요로 한다는 단점이 있다. 또한 중앙화된 시퀀서는 불공정한 트랜젝션 정렬에 대한 문제를 야기한다. 현재 환경에서 사용자는 자신의 트랜젝션이 시퀀서로부터 악용되지 않을 것이라는 완전한 믿음을 필요로 한다.
다른 롤업의 구성 요소와는 다르게, 시퀀서는 Layer 1 의 보안을 상속 받을 수 없다. 시퀀서는 Layer 1에 상에 증명을 제출하지도, 롤업의 실행 환경과 같이 결정론적으로 구해질 수 없으므로, 자체적인 보안 가정 하에서 작동한다. 따라서 시퀀서의 탈중앙화는 자체적인 보안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Source: L2 MEV wat, Taiko Labs
롤업이 시퀀서 운영을 위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다. 현재와 같이 중앙화된 노드 운영을 지속하는 경우를 포함해, 자체적인 탈중앙화 시퀀서 네트워크 구축, Shared Sequencer 또는 Layer 1을 활용해 외부의 네트워크에 시퀀서 역할을 위임할 수도 있다. 이 중 롤업의 시퀀서 탈중앙화를 위해 현재 자주 논의되고 있는 대안은 아래와 같다.
2.1.1 중앙화 시퀀서 운용
현재와 같이 중앙화된 노드를 지속해서 운영하는 것 또한 롤업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배제할 수 없는 선택지이다. 사용자에게는 충분한 수준의 보안과 공정성을 제공하면서도 기업 또는 재단은 노드 운영에 대한 주권을 가져갈 수 있다. 특히나, 대기업이나 기관 등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집단이라면 Enterprise, Private blockchain 보다 훨씬 매력적인 선택지로 여겨질 수 있다.
2.1.2 자체 탈중앙화 시퀀서 구축
롤업 자체적으로 탈중앙화된 시퀀서를 구축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롤업이 시퀀서를 탈중앙화하기 위한 방법은 Proof of Authority 부터 Leader-based PoS, Commitee 구성에 이르기 까지 다양하다. 분명 모든 롤업들이 각자의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것은 생태계 전체를 두고 보았을 때 상당히 비효율적이며, 신규 진입자에게는 높은 장벽으로 작용한다. 이는 Layer 1 블록체인을 만들기 위해 직접 밸리데이터 네트워크를 구축할 필요가 없다는 롤업의 가치를 크게 제약시킨다. 하지만 개별 롤업이 아니라 롤업 스택 레벨에서 공유하는 형태의 시퀀서 탈중앙화는 합리적인 선택지로 볼 수 있으며, 많은 롤업들이 이와 같은 형태로 시퀀서 네트워크 구축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상세한 내용은 아래에서 이어가도록 한다.
2.1.3 공유 시퀀서
어떤 롤업이든 공유 시퀀서의 네트워크에 연결함으로써 자체적인 시퀀서 노드나 네트워크를 구축할 필요 없이 시퀀서 탈중앙화를 달성할 수 있다. 이 때 롤업은 공유 시퀀서에 의해 정렬된 블록을 실행하고 상태 값을 도출하는 최소한의 기능만을 수행한다. 롤업 입장에서는 최소한의 노력으로 자신의 네트워크를 운영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롤업의 주된 수익원인 시퀀서 운영 수익을 다른 주체와 공유해야 한다는 점, 그리고 노드 운영에 대한 주도권을 포기하게 된다는 점이 공유 시퀀서의 시장 침투를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위 목록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Layer 1 블록체인을 트랜젝션 정렬을 위한 레이어로 활용하는 Based Rollup의 개념 또한 제시된 바 있다. 직관적으로 Layer 1 블록체인의 밸리데이터에 시퀀서를 위임하는 방식은 롤업이 자체적으로 시퀀서 네트워크를 구축하거나 Shared Sequencer의 네트워크에 비해서 높은 Liveness와 Censorship Resistance를 가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실용성 면에서는 다소 제한적이다. 롤업의 사용자들은 대체로 제출한 트랜젝션에 대해서 거의 즉각적인(~1s) 완결성을 기대한다. 하지만 우리가 일반적으로 경험하는 롤업의 빠른 완결성은 블록이 Layer 1 에 기록되기 이전에 시퀀서 레벨의 Soft Commitment로 인해 주어진다. 만약 Layer 1 블록체인을 시퀀서로 사용한다면 사용자가 기대할 수 있는 트랜젝션에 걸리는 시간은 최소 몇 초에서, 일반적으로는 몇 분 이상을 기다려야 완결될 수 있다. 따라서 Based Rollup은 분명 인상적인 시스템이긴 하나, 특수한 경우에 한정적으로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Source: Understanding rollup economics from first principles, BARNABÉ MONNOT
먼저 롤업의 기본적인 경제 구조에 관해서 살펴보자. 롤업의 매출은 사용자가 제출한 트랜젝션 수수료와 이로 부터 추출한 MEV 수익의 합으로 나타난다. 경우에 따라 롤업의 Congestion Fee까지 이에 포함될 수 있다. 현재까지는 대부분의 롤업에 있어 트랜젝션 수수료가 사실 상 지배적인 매출원이다. 아직 직접적으로 MEV 수익을 수집하는 롤업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PBS가 적용된 모듈러 시스템 상에서는 이 또한 롤업의 매출 중 유의미한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더리움 기준으로 전체의 약 5-10% 가량의 수익은 MEV로부터 발생한다.
다음으로 롤업의 운영에서 발생하는 비용은 시퀀서 또는 RPC 노드를 운영하는 데서 소요되는 운영 간접비와 Layer 1 에 데이터를 제출하는 데에서 발생하는 가스비로 나뉜다. Layer 1 제출하는 데이터에 대한 비용은 옵티미스틱 롤업의 경우 데이터의 압축 및 기록, ZK 롤업의 경우 증명 생성 및 검증에 소요되는 비용에 해당한다. EIP-4844가 적용되면 데이터 제출에 대한 비용은 큰 폭으로 절감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종합하면 롤업의 이익은 Transaction Fee + MEV Revenue - Operation Cost - L1 Submission Fee
로 표현된다
롤업이라는 시스템이 점차 모듈화 되어 가면서 발생하는 문제점 중 하나는, 매출과 비용을 분배하기 위한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이다. 롤업 생태계가 발전하면서 SUAVE 또는 공유 시퀀서와 같이 점차 많은 참여자들이 새로운 레이어와 네트워크로 등장할 것으로 예견되나, 아직 이들에 대한 구체적인 보상 메커니즘 등은 열린 논제로 남아있다.
1) 수평적 분배
먼저 여러 롤업 간 수익을 분배하는 경우에 대해 고려해보자. 트랜젝션 수수료는 비교적 단순하게 각각 롤업의 기여도를 구해낼 수 있다. 하지만 Cross-Domain MEV 수익과 같이 여러 도메인이 결합된 형태로 발생하는 이익의 경우, 각 롤업에게 환원할 비율을 구분하기 위한 방식이 마땅하지 않다. 현재의 이더리움과 같이 경매 방식을 도입한다고 하더라도, 개별 Searcher 또는 빌더 입장에서 정확하게 각 롤업의 입찰가를 구하기 어렵다는 점은 동일하다.
2) 수직적 분배
수직적으로 다양한 주체가 롤업이라는 시스템을 구성하는 상황 또한 각자에 대한 매출 및 비용 분배에 있어서 모호함이 존재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 롤업을 구성하는 요소들; 실행 노드, 시퀀서, 증명자 등 모든 요소는 별개의 주체로 분리될 수 있다. 또한 각각의 시스템에 마다 발생하는 비용을 환원하기 위한 프레임워크 또는 방법론의 개발을 필요로 한다. 만약 각각의 레이어가 서로 다른 토큰을 사용한다면 문제는 더욱 복잡해 질 수 있다. 대표적으로 롤업과 공유 시퀀서가 서로 다른 토큰을 수수료 단위로 사용하는 경우, 해당 롤업과 시퀀서에 트랜젝션을 제출하기 위해서는 한 번에 2가지 토큰을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다음으로는 롤업 운영의 비용 측면에서 문제점을 살펴보자. 중소 규모의 롱테일 서비스에서 롤업을 직접 운영하는 것은 상당히 부담스러운 경제적/비경제적 비용을 요구한다. 지금의 롤업은 수 많은 어플리케이션을 구축할 시스템으로 자리잡기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롤업을 구성하기 위해서 필수적으로 구축해야 하는 요건은 사소하지 않다. 시퀀서 뿐만 아니라 트랜젝션을 실행 및 검증하기 위한 노드, 롤업의 상태를 L1에 제출하는 Submitter, RPC 제공자 등을 필요로 한다. OP Stack과 같이 기구축되어 있는 오픈 소스를 활용한다고 하더라도, 각각의 구성 요소를 자체적인 인프라 시스템에 통합하고 운영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이미 높은 수준의 기술 장벽과 유지 보수를 위한 공수를 요구한다. 만약 여기에 특수한 실행 환경이나 메커니즘을 구축하게 되면 개발 및 유지 보수를 위한 비용은 기하 급수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는 프로젝트마다 자신의 어플리케이션에 최적화된 실행 환경을 구성하는 것이 이상적으로 보일 수 있으나, 이는 중소 규모의 서비스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상당한 자본 지출과 비효율성을 야기한다.
위에서 언급한 운영 간접비가 사소하지 않은 것을 차치하더라도, 롤업의 Liveness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데에는 지속적인 고정비가 발생한다는 점 또한 신규 프로젝트에게는 장벽으로 작용한다. 롤업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자신의 체인에서 발생한 트랜젝션과 상태 값에 대한 증명을 Layer 1 블록체인에 제출해야 한다. 현재 상태의 OP Stack은 트랜젝션이 제출되지 않더라도 정기적으로 블록을 Layer 1 에 제출하도록 설계되어 있으며 (이는 이후 업데이트를 통해서 개선될 예정이라고 함), 이는 옵티미즘 체인 기준으로 L1 데이터 제출에만 매달 가스비로 $30-40K 정도를 발생시킨다. 심지어 대부분의 롤업의 증명 생성 비용이 처리하는 트랜젝션의 양이 적을 때 더욱 비용 효율성은 더욱 낮아진다. 규모가 크지 않은 프로젝트에게 롤업의 유지 비용은 상당히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밖에 없다. 이미 충분한 사용자와 이로 부터 꾸준히 수수료를 수집할 수 있는 프로젝트와 달리 초기 프로젝트는 충분한 가스 수수료 이익을 기대할 수 없는 환경에서도 체인을 유지하기 위해서 해당 비용을 고정비로 감수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L2Beat에 등록된 롤업은 현재까지 30개 가량이나, 그 수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해당 목록에 포함되지 않은 새로운 롤업의 출범 또한 이어지고 있으며, 가까운 미래에는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수의 롤업들이 시장에 나타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현재의 롤업은 각자의 체인마다 단절되고 분리된 생태계를 가지고 있다. 이로 인해 여러 체인을 사용하는 사용자는 서로 다른 체인 간에 불편하고 비효율적인 방식으로 브릿지에 의존해야 했고, 많은 체인에 걸친 유동성의 파편화를 겪어야 했다. 특히나 효율적이고 쾌적한 사용자 경험을 지향하는 어플리케이션의 경우 더욱 체인 간 호환성(Compatibility)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Web2 수준의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사용자가 자신이 어떤 체인 상에서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지 인식도 못 한채 여러 체인에 트랜젝션을 제출하고 자산을 교환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블록체인이 점차 모듈화 되어 가면서 수 많은 롤업들이 등장하고 상호 작용하기 위해서는 신뢰할 수 있는 호환성을 제공하는 레이어의 존재가 필수적이다.
이 글에서 의미하는 블록체인의 호환성은 결합성(Composability)과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 두 가지 주요 속성으로 구분할 수 있다. 롤업에서 말하는 결합성은 서로 다른 블록체인이 하나의 레이어를 공유하면서 트랜젝션의 정렬과 실행이 원자성(Atomicity)을 띄는 것을 뜻한다. 여기서 원자성이란 서로 다른 체인에 제출한 트랜잭션이 모두 실행되거나 전혀 실행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상호운용성은 서로 다른 블록체인 간에 데이터를 교환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 블록체인에서 주고 받는 데이터의 무결성은 동일한 상태 변환 함수를 공유하는 단일 체인 내에서만 유지된다. 한 체인의 자산 또는 데이터를 다른 체인으로 전송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추가적인 레이어의 개입이 필요하다. 여기에서 레이어는 특정한 주체에 대한 신뢰 가정 또는 암호학적인 검증이 해당될 수 있다.
여러 체인에 걸쳐 원활하게 자산을 교환하고 애플리케이션 호환성을 띄기 위해서는 결합성과 상호 운용성이 모두 필요하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여러 롤업이 트랜잭션의 정렬 또는 체인의 상태의 동기화를 위해 연결된 집계(Aggregation) 레이어를 필요로 한다. 결합성의 경우 다양한 롤업 간 트랜잭션 순서에 대한 합의를 필요로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각 롤업의 시퀀서가 단일의 레이어로 통합되어야 한다. 시퀀서 레이어는 여러 롤업에서 발생하는 트랜잭션을 수집하고 연결된 체인에 걸쳐 원자성을 띄는 정렬을 보장한다. 한편, 상호 운용성은 다른 체인 간 상태의 검증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트랜잭션 실행 노드(Executor) 또는 상태의 검증(Prover)을 제공하는 레이어를 필요로 한다. 상호 운용성 레이어는 다른 롤업이 각 체인의 상태에 대해 신뢰할 수 있도록 트랜젝션 실행에 대한 검증 또는 경제적 보안을 제공한다.
결합성과 상호운용성의 차이를 이해하기 위해, 하나의 트랜젝션 또는 블록 내에서 Flashloan을 사용하여 서로 다른 체인에서 차익 거래를 실행하는 경우를 고려해보자. 차익거래가 일어나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Rollup A에 위치한 Flashloan 스마트 컨트랙트를 통해 1000 USDC를 대출한다
Rollup A의 WETH-USDC Pair에서 1000USDC 를 1 ETH로 교환한다
1 ETH 를 Rollup A의 브릿지로 송금해 Rollup B의 브릿지에서 출금한다
Rollup B의 WETH-USDC Pool 에서 1 ETH를 1001 USDC로 교환한다
1001 USDC를 Rollup B의 브릿지로 송금해 Rollup A의 브릿지에서 출금한다
1000 USDC로 Flashloan 대출금을 상환하고, 남는 1 USDC의 이익을 회수한다
앞서 언급된 롤업 호환성의 특성이 각 단계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 살펴보자. 먼저 각 체인에서 발생하는 Swap 트랜잭션(2, 4)은 트랜젝션이 원자성을 띄는 것을 가정한다. 트랜잭션이 한 체인에서만 발생하면 차익 거래 전략은 실패하고, 차익 거래자는 의도하지 않은 자산 위험에 노출된다. 다양한 롤업에 걸쳐 트랜잭션의 순서와 원자성을 보장하는 것이 바로 결합성이다. 다음으로 차익 거래자는 정해진 시간 범위 내에 한 체인에서 자산을 다른 체인으로 전송해야 한다(3, 5). 이는 두 체인 간에 상호 운용성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체인 A에서 체인 B로 또는 그 반대로 자산을 이전할 때, 상대 체인의 상태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 검증의 방법에는 제 3자에 대한 신뢰 또는 영지식 증명 등이 포함될 수 있다.
현재 모듈러 블록체인과 롤업 생태계 상에서 가장 지배적인 지위를 구축하고 있는 것은 롤업 프레임워크들이다. 여기서 일반적인 의미의 Layer 2 솔루션인 롤업과 구분하기 위해서 롤업 프레임워크라고 명명했다. 우리가 잘 아는 Arbitrum, Optimism, zkSync, Starknet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롤업 프레임워크의 목적은 과거의 Alt-L1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자신의 생태계를 확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다만 차이점이 있다면 자신의 생태계의 범위가 해당 롤업의 체인 뿐 아니라 동일한 스택(Stack)을 사용하고 자원을 공유하는 체인들까지 확장된다는 점이다.
대부분 롤업 프레임워크마다 각자의 스택을 기반으로 다른 체인들을 온보딩 시키기 위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옵티미즘의 Superchain, Polyogon 2.0, Starknet의 SHARP 등 증명 생성 방식과 목적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대부분이 상당히 유사한 구조를 보이고 있다. 롤업 프레임워크에서 공통적으로 채택된 방식 중 하나는 여러 롤업(또는 체인 네트워크) 간에 구성 요소를 공유한다는 점이다. 하나의 롤업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컴포넌트를 구축 및 관리하기 위해 적지 않은 노력과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어려움이 존재한다. 롤업이 레이어 1에서 보안과 합의 메커니즘을 상속받는 것과 유사하게, 다른 롤업들도 이미 구축된 롤업의 구성 요소를 활용할 수 있다. 공통적인 구성 요소에는 실행자, 증명자 또는 레이어 1에 위치한 검증 브릿지가 포함될 수 있다. 실행자 또는 증명자를 공유하는 롤업들은 통합된 레이어를 형성해 상호 운용성을 달성할 수 있다.
롤업 프레임워크의 체인 네트워크 구조는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
3.1.1 공유 브릿지 (Shared Bridge)
Source: zkSynz Docs
롤업 프레임워크의 공유 브릿지를 활용한 구조는 Layer 1 상에 존재하는 브릿지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여러 개의 Layer 2와 Layer 3가 혼재되어 프랙탈 또는 평형 구조로 이루어진 것이 일반적이다. 이와 같은 구조는 동일한 브릿지로 연결된 롤업끼리 빠르고 원활한 상호 검증을 가능하게 한다. 브릿지는 더 이상 그 안에 묶인 자산을 저장하는 역할 뿐 아니라, 해당 브릿지를 공유하는 롤업들이 보낸 메시지를 검증하고 교환하는 매개체로 작동한다. 이와 같은 구조의 가장 큰 장점은 해당 네트워크 상에 존재하는 롤업들이 트랜젝션을 실행하는 과정을 다른 주체(i.e. 롤업의 브릿지)로 위임할 수 있다는 점이다. 공유 브릿지와 연결된 롤업은 트랜젝션의 실행과 검증을 외부로 위임하며, 그 역할은 사용자로부터 트랜잭션을 수집하고 순서를 정한 후 다른 실행자에게 제출하는 것으로 축소된다.
Source: zkSync Docs
이해를 돕기 위해 zkSync의 Hyperchain의 구조를 살펴보자. 하이퍼체인은 레이어 1에 위치한 브릿지(세틀먼트 레이어)를 공유하는 프랙탈 구조로 되어 있다. 하이퍼체인에 속하는 롤업들은 하이퍼브릿지(Hyperbridge)와 연결되어 해당 시스템 내에 존재하는 다른 체인들과 무신뢰(Trustless) 조건 하에서 자산을 전송할 수 있다. 하이퍼브릿지는 자산을 출금하는 체인의 트랜젝션과 머클 루트를 전달해 공유 브릿지에 해당 트랜젝션의 유효성을 검증한다. 자산을 전송 받은 체인에서는 L1에서 검증된 루트 값과 출금 체인에서 릴레이를 통해 전달된 트랜젝션을 비교해 최종적으로 트랜젝션이 실행된다.
하나의 체인에서 다른 체인 상에 존재하는 스마트 컨트랙트를 호출한다 하더라도, 사용자는 직접 브릿지를 통해 자산을 전송할 필요가 없으며, 릴레이를 통해서 자산의 전송부터 해당 체인에서 트랜젝션의 실행까지 일어난다. 증명 생성에 일정 시간(1-15분 가량)이 소요된다는 점을 제외하고 사용자 경험이나 가스비에 있어 체인 내 트랜젝션과 차이는 미미하다.
3.1.2 증명 취합 (Proof Aggregation)
Source: Joining Forces: SHARP, Starknet
롤업이 L1에 제출하는 증명은 사기 증명과 유효성 증명 모두 데이터의 크기에 따른 변동비보다 고정비에 비해 적은 편이다. 일반적으로 한 번 증명을 제출할 때 많은 양의 데이터에 대해 증명을 생성할 수록 한계 비용은 줄어든다. 옵티미스틱 롤업의 경우 Shared Batch Posting, ZK 롤업의 경우 Shared Prover를 통해 단일 체인에서 증명을 생성하는 것보다 더 높은 비용 효율성을 달성할 수 있다. 비용 절감 효과는 물론 옵티미스틱 롤업에 비해 ZK 롤업에서 더욱 크다.
증명 취합 방식의 예시로 Starknet의 SHARP의 구조를 살펴보자. Starknet의 SHARP는 'Shared Prover'의 약자로, 다수의 트랜젝션을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한 시스템이다. SHARP는 여러 트랜젝션을 하나의 증명으로 묶어 하나의 증명으로 검증함으로써 롤업의 확장성을 강화하고 운영 비용을 줄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Layer 1 에서 증명을 처리하는 비용이 증명자를 공유하는 모든 롤업에 걸쳐 공유되기 때문에, 특히 트랜젝션이 많이 발생하지 않는 소규모의 어플리케이션에게 더욱 큰 비용 효율성을 제공한다. SHARP는 재귀적 증명을 사용하여 여러 STARK 증명을 병렬로 처리하고 검증할 수 있다. SHARP는 모든 배치가 제출될 때까지 기다리는 방식이 아닌, 각 롤업에서 제출한 진술(Statement)이 도착할 때마다 증명이 생성되어 효율성을 달성했다.
3.1.3 Layer 3
Source: Arbitrum Docs
우리가 아는 롤업이 Layer 1 블록체인을 세틀먼트 레이어로 활용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Layer 3 롤업은 Layer 2 롤업을 자신의 세틀먼트 레이어로 활용해 확장성을 달성하고 비용을 절감한다. L3 롤업은 이미 구축되어 있는 Layer 2의 인프라를 활용해 자신의 서비스를 만드는 기틀로 활용하거나, 이를 변형해 자체적인 기능과 특수한 실행 환경을 구현할 수 있다. 특히나 신규 서비스나 Web2 기업들의 입장에서 이더리움을 Settlement Layer 로 유지하면서도 저렴한 Data Availability 를 사용하는 Validium 등이 Layer 3로 온보딩 하기에 적절한 구조가 될 수 있다. 이와 같은 구조는 특히나 저렴한 연산 비용, 간편한 배포 그리고 상대적으로 보안에 대한 중요도가 높지 않은 어플리케이션 레벨의 롤업을 타겟으로 한다. 게임, 소셜 네트워크, NFT 관련 프로덕트 등 보안 요구 사항이 높지 않고 많은 사용자를 빠르게 확보하기 위한 서비스에서 활용될 수 있다.
대표적인 L3 서비스로는 Arbiturm Orbit이 있다. Arbitrum Orbit은 Arbitrum L2 상에 존재하는 L3 롤업을 배포하기 위한 플랫폼이다. Orbit을 이용해 배포된 롤업은 Arbitrum에 구축된 Fault Proof와 Account Abstraction 같은 인프라를 레버리지 하면서도, Stylus를 활용한 자체적인 실행 환경이나 별도의 DA 레이어, 가스 토큰 등을 비즈니스 요구 사항에 맞게 구성할 수 있다. 당장 Orbit의 Portal에서 롤업 체인 하나를 배포하기 위해서는 Docker와 테스트넷에서 1.5 ETH 이상을 보유한 지갑만 있으면 된다. 또한 Orbit을 이용해 구축된 체인들은 단절된 체인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닌 Orbit을 통해 구현된 체인 간 자산 전송 및 상호 운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도 단일 롤업 대비 이점을 갖는다. (해당 기능은 아직 개발 중이다).
Source: Rollups are Real, Davide Crapis
참고로 각각의 구조마다 다른 프로젝트를 예시로 언급한 이유는 상대적인 차이점과 유사점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위에서 언급한 내용을 정리하자면 각 체인마다 제공하는 방식이나 키워드가 조금씩 차이가 있으나, 롤업의 네트워크 구조가 하위의 롤업 어플리케이션에 제공하고자 하는 가치는 일반적으로 유사하다. 공유 경제 모델의 도입을 통해 여러 롤업 간 공유하는 요소에 대한 비용 효율성을 높이면서 롤업 간 호환성을 달성할 수 있다.
3.1.5 롤업 프레임워크가 제공하는 가치
1) 상호운용성
롤업의 브릿지는 단순히 자산을 전송하는 것 이상의 역할을 차지한다. 각자의 롤업에서 수행된 트랜젝션의 연산은 서로에게 오프체인 오라클 데이터처럼 작용한다. 브릿지는 그 사이에서 각 롤업에서 제출된 트랜젝션을 정렬하고, 수행된 연산에 대한 보장을 제공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하나의 브릿지에서 모든 롤업의 트랜젝션의 정렬과 연산을 검증함으로써, 모든 롤업들은 통합된 시퀀싱 & 검증 레이어를 보유하게 된다. 공유 브릿지로 제출된 트랜젝션들은 Global Sequencing Layer로 작용해 별개의 체인에 제출된 트랜젝션을 원자성을 띈 번들로 묶는 것 또한 가능하다. 마찬가지로 해당 브릿지에서 각각의 롤업의 상태에 대한 검증을 수행하기 때문에 서로 다른 롤업 간 브릿지를 통해 메시지를 주고 받는 것 또한 가능하다.
2) 공유 경제 모델을 통한 효율성
동일한 롤업 스택으로 개발된 롤업들은 브릿지, RPC 노드, 실행 노드 등 모두가 거의 동일한 구성 요소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들 모두를 처음부터 구축하기 보다는 기존에 구축된 Layer 2 의 자원을 활용함으로써 신규로 온보딩하는 체인들이 겪어야 하는 부트스프래핑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 또한, 동일한 네트워크 내의 롤업들이 브릿지 또는 검증자를 공유하는 방식은 고정비를 많이 소요하는 항목에 대해서 조합형(Cooperative) 경제 구조를 도입한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 이는 모든 롤업 체인을 운용하는 데 있어서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증명 생성과 Layer 1에 블록을 제출하는 과정을 효율적이고 저렴하게 만든다.
3) 사용자화
신규 롤업은 자신의 체인을 발행함에 있어서 특수한 실행 환경이나, 보안에 대한 타협을 대가로 저렴한 Data Availability 레이어를 선택할 수 있다. 특히나 비용에 대한 민감도가 높고 보안에 대한 기준이 높지 않은 신규 프로젝트에게 이는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반대로, privacy 또는 매우 높은 연산량 등 특수한 실행 환경을 필요로 하는 경우라면 더 많은 공수를 투입해 커스텀한 환경을 구축하면서도 기존 시스템과 호환되는 생태계 상에 머물 수 있는 이점을 가진다.
3.1.6 한계 및 리스크
높은 구축 및 운영 효율성과 동일 네트워크 내 호환성을 제공함에도 불구하고, 프로젝트 입장에서 개별 롤업의 프레임워크를 선택하는 것은 다소 리스크로 느껴질 수 있다. 새로운 서비스 또는 사업을 전개하는 프로젝트 입장에서 염려할 수 있는 요소는 ‘어떻게 탈출(exit)할 수 있는가’이다. 롤업 생태계는 이제 막 부흥을 맞이했을 뿐더러, 각각의 프로젝트가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춘추전국시대에 들어와 있다. 이제는 거의 막을 내리고 있는 Alt-L1 전쟁에서 보았듯이 몇 년 가량이 지나면 참여자는 2-3개 정도로 수렴하고 강력한 네트워크 효과를 구축하지 못 한 생태계는 도태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어떤 생태계가 장기적으로 성공할 수 있을 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단계에서 하나의 생태계에 깊이 구속되는 것은 프로젝트 입장에서 꽤나 큰 리스크로 여겨질 수 있다.
앞서 zkSync의 Hyperchain 예시로 돌아가보자. Hyperchain으로 연결된 체인은 Layer 1 의 브릿지로 연결되어 같은 보안 수준을 공유한다. 따라서 한 번 출시된 체인은 임의로 하드 포크할 수 없다. 간단히 말해서 자신이 출시한 롤업 체인을 업그레이드 할 수 없다는 뜻이다. 유일한 하드 포크 방법은 zkSync의 롤업들 전체가 하드 포크하는 것이다. 이는 물론 매우 심각한 수준의 보안 위협이 있는 경우가 아니고서는 발생할 것으로 보기 어렵다 (만약 있다면 더 큰 문제일 것이다). 물론 필요하다면 개별 프로젝트 또한 사회적 합의에 의해 새로운 체인을 출시하고 마이그레이션 하는 것이 가능하겠지만, 적지 않은 마찰을 겪게 될 것은 분명하다.
Source: Sharing a Sequencer Set by Separating Execution from Aggregation
공유 시퀀서(Shared Sequencer)의 디자인의 본질은 롤업의 운영에서 트랜젝션을 정렬하는 시퀀싱과 트랜젝션을 실행해 체인의 상태를 연산하는 실행 노드의 분리에 있다. 롤업에서 시퀀서의 역할을 분리에 외부의 주체에 위임함으로써, 롤업은 정말 가장 최소화된 형태의 블록체인으로 축소된다. 컴퓨터 공학의 지연 평가(Lazy Evaluation)의 개념에 빗대어 이를 Lazy Rollup이라고 표현한다. 이를 통해 새롭게 출시한 롤업은 자신의 시퀀서를 비롯해 트랜젝션 정렬 규칙과 mempool을 구성해야 하는 노고를 덜어낼 수 있다. 이 때 롤업은 시퀀싱을 단지 외부에 위임하고 자신은 제출된 트랜젝션에 대한 연산만을 수행한다.
공유 시퀀서는 트랜젝션의 정렬에만 특화된 시퀀서의 네트워크로, 트랜젝션을 실행하고 상태를 연산하는 임무로부터 배제된다. 공유 시퀀서는 여러 롤업으로부터 트랜젝션을 수집하고 이에 대한 내용을 확인하지 않고 단지 순서만을 정렬해 Layer 1 또는 Layer 2에 제출한다. 이와 같은 무상태성(Statelessness)은 공유 시퀀서로 하여금 상대적으로 증명과 실행에 필요한 연산에 대한 요구사항을 제거해 여러 롤업에게 수평적인 확장성을 제공할 수 있게 한다.
공유 시퀀서는 내재적으로 기반하는 롤업의 유형이나 종류에 구애받지 않는다. 따라서 다양한 롤업으로부터 수집하는 트랜잭션을 통합된 시퀀서 블록으로 통합할 수 있다. 롤업 간에 공동의 시퀀서 집합을 공유함으로써, 사용자는 각 롤업의 트랜젝션이 원자성을 띄는 것에 대한 보장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공유 시퀀서가 보장하는 원자성은 트랜잭션을 블록 내에 포함시키는 것에 한정된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공유 시퀀서에서 제출된 트랜젝션 또는 블록은 롤업 내에서 트랜잭션이 실제로 실행되는 것에 대해서는 보장하지 않는다. 실제 트랜젝션이 실행되는 시점에 자산이 부족하거나, 외부 변수의 변화로 실행이 실패할 수 있다. 따라서 최종 실행과 트랜잭션 완료의 책임은 개별 롤업의 노드에게 있다.
3.2.2 Shared Sequencer가 PBS를 만났을 때
Source: SUAVE, Anoma, Shared Sequencers, & Super Builders
공유 시퀀서에서 트랜젝션을 실행하는 기능의 부재는 Proposer-Builder-Separation(PBS)의 도입을 통해 해소할 수 있다. 앞서 공유 시퀀서가 롤업의 시퀀서와 실행 노드의 분리에서 비롯되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서, 시퀀서의 역할 중 트랜젝션의 정렬과 블록 생성의 역할을 외부의 Searcher들에게 위임함으로써 공유 시퀀서는 단지 제출된 블록에 대해 서명하고 이를 제출하는 제출자의 역할로 축소된다. 이는 현재 이더리움의 MEV Boost에서 사용되는 PBS가 모듈러 블록체인에 적용된 방식으로 볼 수 있다.
PBS가 적용된 방식에서 트랜젝션의 정렬은 SUAVE와 같은 탈중앙화된 블록 생성 네트워크에 의해 대체된다. 이러한 구조에서 공유 시퀀서와 SUAVE, 두 가지 레이어는 롤업에게 더 나은 완결성과 보장을 제공하기 위한 상호 보완적인 관계를 갖는다. SUAVE는 여러 체인에서 제출된 트랜젝션을 모아 블록 또는 번들 형태로 제출(Builder)할 뿐, 그 자체로는 해당 체인에서 블록이 제안되는 과정(Proposer)에는 개입하지 않는다. 반면 체인의 상태에 대해 무지한 공유 시퀀서는 블록 생성 과정이나 그 안에서 MEV를 추출하는 과정에 참여할 수 없다. 공유 시퀀서와 PBS의 결합을 통해 이들은 제출하는 블록에 대해 더 큰 확신을 얻게 된다. 이러한 방식은 현재 이더리움의 MEV 공급 방식에서 Optimistic Relay의 작동 방식과 궤를 같이 한다. Optimistic Relay는 블록 빌더가 제출한 블록에 대해서 직접 실행하지 않고 단지 이를 블록 제안자에게 전달하는 역할만을 수행한다. 이 때 블록 빌더가 잘못된 블록을 제출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는 경제적 인센티브에 의해 보장되며, 전체 시스템의 보안을 거의 희생하지 않으면서도 효율성을 달성할 수 있다.
3.2.3 공유 시퀀서가 제공하는 가치
공유 시퀀서가 롤업에게 제공하는 이점은 다음과 같다
1) 시퀀서 탈중앙화 및 결집된 보안
공유 시퀀서는 롤업들이 자체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하지 않고도 시퀀서를 탈중앙화 할 수 있도록 돕는다. 롤업마다 자체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하게 되면 유동성과 보안의 파편화가 일어날 수 밖에 없다. 많은 체인들에게 단일의 시퀀서 레이어를 제공함으로써 롤업은 자체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하는 비효율로 부터 벗어나게 된다. 또한 하나로 결집된 보안(Pooled Security)는 개별 롤업이 각기 구축한 네트워크에 비해 더 높은 수준의 보안과 안정성을 제공한다. 트랜젝션에 대한 수집 및 정렬만 수행하는 공유 시퀀서의 특성 상 수평적 확장성이 높아 신규 롤업이 추가된다고 하더라도 성능이나 보안을 희생하지 않고 처리량을 증가시킬 수 있다.
2) 경제적 효용 및 운영 복잡도 감소
공유 시퀀서는 연결된 롤업들이 공통의 자원을 공유함으로써 경제적 효율성을 제공한다. 롤업 프레임워크의 방식과 유사하게, 시퀀서를 공유하는 방식은 각 롤업이 독립적으로 트랜잭션 순서를 정렬하고 레이어 1에 블록을 제출하는 것에 비해 더 높은 비용 효율성을 달성할 수 있다. 각 롤업이 지출하는 시퀀서 네트워크 구축 및 유지 비용은 여러 당사자들에게로 분산된다. 이러한 조합형 구조는 해당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롤업들에게 경제적으로 더 효율적인 시스템을 만든다.
공유 시퀀서를 활용하는 것은 롤업에게 있어 기술적, 그리고 운영 상의 비용과 노력을 축소시킨다. 롤업의 배포 및 운용에 있어 시퀀서의 비중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을 감안할 때, 이를 공용화 하는 것은 신규 롤업을 출시하는 것을 사소하게 만든다. 롤업은 더 이상 자체적인 시퀀서 또는 그들의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연연하지 않고, 그들의 프로젝트가 비즈니스와 프로덕트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
3) 롤업 간 결합성(Composability)
공유 시퀀서는 이와 연결된 롤업들에게 Global Sequencing Layer로 기능한다. 여러 롤업들의 트랜젝션이 시퀀서 네트워크 상에서 하나의 블록으로 제작되며, 따라서 서로 다른 롤업에 대해서도 원자성을 띄는 트랜젝션을 제출할 수 있다. 시퀀싱 레이어에 의해 달성된 원자성은 각 롤업들에게 결합성을 제공하며, 이를 통해 Cross domain MEV의 추가 수익원을 제공할 수 있다.
3.2.4 한계 및 리스크
반면 롤업 입장에서 공유 시퀀서를 사용하게 될 경우 시퀀서 운용에 대한 비용 및 공수를 필요로 하지 않는 대신에, 자신의 롤업에 제출된 트랜젝션에 대한 특권을 포기하게 된다. 트랜젝션의 연산은 결정론적으로 수행되는 과정임을 고려했을 때, 시퀀서 권한을 외부에 위임하는 것은 사실상 해당 롤업을 운영하는 프로젝트의 권한을 크게 축소시킨다. 앞서 말한 롤업 프레임워크에서 브릿지를 공유하고 시퀀서는 개별 프로젝트가 운영하는 것과는 대비되는 개념이다. 아직 소비자와 공급자 모두에게 시퀀서 탈중앙화에 대한 중요도가 그리 높지 않은 상황에서, 프로젝트 입장에서 시퀀서 권한을 외부로 위임하는 것은 자신의 체인에 대한 주도권을 상당 부분 포기하는 것으로 여겨질 수 있다.
특히나 Optimism, Arbitrum 등 현재 활발히 운영되고 있는 롤업 체인들에게 갑자기 자신의 시퀀서 사용을 중단하고 외부의 시퀀서로 위임할 만한 동기가 충분해 보이지는 않는다. 단기적으로는 시퀀서 탈중앙화는 그들의 우선순위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이며, 추후 필요성이 대두된다고 하더라도 자체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더욱 합리적으로 보인다. 비록 시스템 전체로 보았을 때 각자의 네트워크를 발행하는 것이 비효율로 여겨질 수 있으나, 프로젝트 입장에서 이는 토큰을 발행할 주요 명분이 된다. 대부분의 롤업이 사실 상 유틸리티가 거의 없는 토큰을 운영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시퀀서 네트워크 구축은 자신들의 토큰 발행을 정당화할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다.
또한 공유 시퀀서는 일반적으로 롤업들에게 호환성을 제공하는 것으로 자주 묘사되나, 이들은 한정적인 범위의 호환성만을 제공한다. 공유 시퀀서가 제공하는 호환성은 여러 롤업에서 제출된 트랜젝션들이 하나의 블록에 포함하는 것 까지만을 보장할 수 있다. 하지만 사용자가 서로 다른 롤업에서 상호 작용하기 위해서는 트랜젝션의 원자성 뿐만 아니라 서로의 상태에 대한 검증(브릿지)를 동시에 필요로 한다. (2장의 Cross Chain Arbitrage 예시 참고) 하지만 공유 시퀀서는 트랜젝션의 내용에 대해서는 실행 또는 검증의 기능을 포함하지 않기 때문에, 롤업 간 데이터 전송에 활용될 수 없다. 이는 롤업 간 상호 운용성을 위해서는 또 다른 레이어(브릿지 네트워크 또는 릴레이 등)와 연결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Rollup-as-a-Service(RaaS)는 누구나 롤업을 배포할 수 있는 턴키 솔루션이다. 이들이 제공하는 사용자(또는 개발자) 경험은 가히 기존의 블록체인의 경계를 넘어서 Web2 수준의 편리함을 제공한다. 말 그대로 코드 한 줄 작성하지 않고도 몇 번의 클릭만으로 롤업 체인을 배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Explorer, Faucet, Wallet Integration 등 부가 기능까지 제공 받을 수 있다. 롤업과 모듈러 블록체인의 AWS, 또는 Stripe라 부르기에 모자람이 없다.
위에서 언급한 롤업 프레임워크들 또한 롤업의 배포와 운영 효율 면에서 많은 혜택을 제공하지만, RaaS와 같이 기반 기술이 아닌 개별 고객의 만족도에 의존하는 서비스의 수준에는 따라가기 어려울 것이다. 스타트업 입장에서 그들의 프로덕트나 사업 모델에만 집중하고 이외의 엔지니어링/오퍼레이션 문제는 다른 서비스로 위임하는 모델이 성공 방정식이라는 점은 이미 Web2에서 충분히 입증되었다.
3.3.1 RaaS가 제공하는 가치
롤업을 출시하는 프로젝트에게 RaaS가 제공하는 장점들은 다음과 같다.
1) 안정적인 확장성 및 성능: 롤업의 시퀀서는 트랜젝션을 처리하는 데 중대한 역할을 수행하며, 시퀀서의 불안정이나 중단은 프로젝트와 사용자에게 있어 치명적이다. RaaS는 유연한 확장성과 가용성이 높은 시퀀서를 제공해 롤업이 변화하는 네트워크 트래픽에 대해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끔 한다. 이는 어플리케이션과 사용자에게 안정적인 성능과 신뢰도를 제공한다.
2) 포괄적인 인프라: 충분한 사용자 경험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체인 뿐 아니라 부가 기능의 구현이 필수적이다. RaaS가 제공하는 요소에는 시퀀서에 한정되지 않으며, 자체 체인을 운영하는 데 있어 필요한 Bridge, Explorer와 Tracer 등을 포함한다. 이는 개별 프로젝트의 배포 과정을 간편하게 만들 뿐 아니라 롤업의 운영자 및 사용자에게도 원활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한다.
3) 고객 성공 및 유지 보수: 자체 롤업 체인을 운영하기 위한 비용과 노력은 배포 과정에서 끝나지 않는다. 많은 기술 제품과 마찬가지로 기술적인 지원과 지속적인 유지 보수를 필요로 한다. RaaS 플랫폼은 롤업의 운영자를 위한 교육 및 기술 서포트를 포함하며 장기적인 성공을 위한 도움을 제공한다.
RaaS는 롤업의 출시부터 지속적인 운영에 이르기까지 롤업의 구축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지원을 위한 포괄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는 복잡한 인프라를 관리하기 위한 간접비를 지불하지 않고 롤업과 블록체인을 활용하고자 하는 서비스들에게 특히나 매력적인 선택지로 작용한다.
3.3.2 한계점 및 리스크
반대로 어플리케이션 수준에서 RaaS 프로젝트를 사용해 롤업을 출시할 때 고려할 수 있는 제약 요소 또한 존재한다:
1) 공유 경제 모델의 부재
이 글에서 다루는 다른 솔루션들, 롤업의 스택 구조 내에 포함되거나 공유 시퀀서에 연결하는 것과 비교했을 때 RaaS 플랫폼을 사용해 출시한 롤업은 Layer 1 을 제외하고는 다른 롤업과 어떤 구성 요소도 공유하지 않는 단절된 상태로 존재한다. 따라서 공유 시퀀서나 브릿지를 사용하는 다른 솔루션과 비교해 공유 경제를 통한 비용 절감 효과가 없거나 적을 수 있다. 또한 이는 롤업 스택에서 공유 브릿지 모델이 정착했을 때 낮은 호환성의 문제를 겪을 수 있다는 점을 함의한다. 아직은 롤업 간 호환성 솔루션이 대부분 개발 중인 상태로 남아있지만, 점차 롤업 스택이 발전할 수록 이와 단절된 체인은 네트워크 효과에 의한 혜택을 누리기 어려워 질 수 있다.
2) Lock In
RaaS 플랫폼을 사용해 롤업을 출시하는 방법은 말 그대로 대리인에게 자신의 롤업을 운용할 권한을 맡기는 것과 같다. 직접 롤업 체인을 운용하는 것과 비교해 당연히 일정 수준의 서비스 운영에 대한 의존도가 발생하게 된다. 특히나 별개의 체인을 출시하는 것은 스마트 컨트랙트를 이용한 어플리케이션 보다 높은 보안 수준을 요구하는 것을 감안하면, 체인의 운영과 업그레이드 권한이 제 3자에게 부여되어 있는 구조는 사용자와 운영자 모두에게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그들이 제공하는 시퀀서의 중단, 가격 정책의 변동, 롤업 생태계의 구조적인 변화, 더 나은 RaaS 플랫폼의 등장 등 기존의 서비스 제공자를 변경할 유인은 미래에 충분히 발생 가능하다. 하지만 Web2 수준의 완결성을 제공하는 RaaS 서비스 특성 상 롤업 체인 뿐만 아니라 롤업과 연결된 인프라, 그리고 많은 부가 요소들까지 그들이 제공하는 패키지와 깊이 연동되어 있다. 이는 해당 롤업을 배포한 서비스 제공자로부터 벗어나는 것을 상당히 까다롭게 만들 수 있다.
Source: Value accrual for Rollup frameworks and RaaS
마지막으로 RaaS가 Rollup과 상반된 이해관계에 놓여 있다는 점 또한 이들 솔루션이 장기적으로 발전할 방향성에 대해 중요한 고려 요소가 될 수 있다. RaaS 서비스가 제공하는 롤업은 롤업 프레임워크에서 개발한 오픈 소스를 기반으로 한다. RaaS는 공개되어 있는 소스를 가져다 이를 가공해 고객에게 제공한다. RaaS는 롤업을 구축하는 데 드는 비용과 시퀀서를 운용하면서 발생하는 수익의 일부를 취한다. 문제는 이 때 발생하는 수익이 롤업 프레임워크에게 공유되지 않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롤업을 프로젝트 입장에서는 이성적으로 판단했을 때 오픈 소스로 공개된 코드를 굳이 롤업 프레임워크에 수익을 일부 양도하면서 사용할만한 유인이 없다. 따라서 롤업 프레임워크 입장에서 토큰 발행 이외에 장기적으로 자신의 서비스를 발전 시키기 위해서는 고객 유치를 위한 방편이 필요하다. 앞서 3.1 롤업 프레임워크에서 설명한 대로 공유 경제 모델 또는 롤업 간 호환성을 통해 네트워크 효과를 구축하는 것이 고객을 유입시키기 위한 가치 축적 모델로 고려될 수 있다.
각각의 솔루션은 독자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고, 롤업이라는 시스템의 한계점을 해소하기 위해 각기 다른 접근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각 솔루션마다 장단점과 트레이드 오프가 존재한다. 지금까지 설명한 내용들에 대해 간단히 정리하고 각각의 솔루션을 비교해보자
3.4.1 Sequencer Decentralization
시퀀서 탈중앙화는 롤업이 더 신뢰할 수 있는 시스템이 되기 위해서 필수적이다. 롤업 프레임워크들은 대게 시퀀서의 탈중앙화를 그들의 중요한 로드맵 중 하나로 꼽는다. 하지만 냉정하게 아직 롤업에게는 탈중앙화 이외에도 그들의 시장 지위를 굳건히 하기 위한 더 높은 우선순위를 가진 임무가 많다. 롤업 자체적으로 탈중앙화 시퀀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이를 다른 롤업들이 사용하는 구조는 충분히 실현 가능하나, 아직 재단 측에서 우선적으로 가져갈 만한 유인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공유 시퀀서 프로젝트, Espresso나 Astria 등은 롤업들이 탈중앙화된 시퀀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을 기본 옵션으로 제공하고 있다. 롤업은 자신의 체인을 출시함과 동시에 시퀀서 또는 시퀀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비용과 시간을 쓰는 대신, 공유 시퀀서 네트워크에 연결함으로써 높은 수준의 보안과 신뢰도를 얻게 된다.
RaaS는 자체적인 서비스 범위 내에서 탈중앙화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방안을 제공하지 않는다. 하지만 다른 프로토콜과의 통합을 통해 간접적으로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 대표적인 RaaS 중 하나인 Caldera는 공유 시퀀서인 Espresso 등과의 파트너십을 발표하며 자신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체인에 대해서 공유 시퀀서 연결을 지원할 것임을 밝혔다.
3.4.2 Cost Efficiency
롤업 프레임워크와 공유 시퀀서의 공통점은 롤업들간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구성 요소 또는 서비스를 공유함으로써 비용 효율성을 달성한다는 점이다. 롤업 프레임워크의 접근은 다수의 롤업끼리 브릿지와 증명자를 공유하는 공유 브릿지로 표현할 수 있다. Layer 1 에 위치한 검증 브릿지를 공유함으로써 개별 롤업들은 자체적인 실행 노드 또는 증명자를 구축해야 하는 번거로움으로 부터 벗어난다. 이와 반대로, 공유 시퀀서는 시퀀서의 네트워크를 여러 롤업들에게 제공해 공유 경제의 효율성을 달성한다. 각각의 롤업이 시퀀서를 구축 및 운영에 들어가는 비용과 노력은 이미 존재하는 시퀀서 네트워크에 연결하는 것으로 대체된다.
RaaS는 자체적으로 롤업의 시퀀서, 브릿지 등을 구축하고 운영할 역량과 의의가 높지 않은 팀에게 이에 대한 용역을 제공함으로써 그들의 수익의 일부를 취한다. RaaS를 사용하는 고객은 인프라 운영에 소요되는 간접비를 상당 수 제거하고, 핵심 프로덕트와 비즈니스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
3.4.3 Compatibility
롤업 프레임워크에서 사용하는 공유 브릿지 방식의 경우 각각의 롤업이 개별적으로 트랜젝션의 수집과 정렬을 담당한다. 트랜젝션은 최종적으로 공통된 Layer 1의 브릿지에 제출된다. 실행 노드 또는 증명자를 공유하는 공유 브릿지 구조에서 동일한 네트워크에 존재하는 롤업들끼리는 서로의 상태에 대한 검증이 가능해 상호 운용성을 달성할 수 있다.
반면, 공유 시퀀서는 트랜잭션을 실행하거나 검증하지 않고, 트랜잭션의 순서를 결정하는 데 중점을 둔다. 공유 시퀀서는 다른 롤업에 걸쳐 트랜잭션이 원자성을 가지고 블록에 포함되도록 보장한다. 그러나 공유 시퀀서만으로는 트랜젝션의 실행과 검증이 불가능해 체인 간 토큰이나 데이터의 실제 전송을 처리할 수 없으며, 완전한 상호 운용성을 달성하기 위해 추가적인 레이어와의 연결이 필요하다.
RaaS는 그 자체로 프로토콜이 아니기에 본질적으로 상호 운용성을 제공할 수는 없다. 그러나 외부 프로토콜과 연결함으로써 상호 운용성을 달성할 수 있다. 여기에는 롤업 프레임워크나 다른 브릿지 네트워크가 포함될 수 있다. 경우에 따라 오히려 RaaS의 개방되고 중립적인 특성은 다양한 프로토콜과 연계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자리할 수 있다. 특히나 롤업의 생태계가 고도로 세분화된 채로 존재하고, 하나의 생태계에 귀속되지 않기 위해서는 더욱 유리한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롤업 프레임워크, 공유 시퀀서 그리고 RaaS는 모두 독자적인 시스템과 고객 가치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롤업 생태계는 제한적인 고객군과 활용 사례를 가지고 있기에 일정 수준의 경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 롤업 프레임워크들이 제공하는 Layer 3 또는 공유 브릿지 방식은 RaaS와 많은 부분에서 중복된 가치를 제공하고 있다. 실제로 Arbitrum의 Orbit Portal과 Conduit에서 롤업을 배포하는 과정은 매우 유사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는 극단적으로는 한 쪽의 서비스에 가치 축적이 집중될 경우 수직적 통합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물론 롤업의 배포 이후 시퀀서 운용에도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는 것을 감안하면 RaaS가 제공하는 고객 가치는 롤업 프레임워크와는 확연히 구분된다. Web2에서 데이터 파이프라인 또는 웹 페이지를 구축하는 솔루션들이 다채로운 스펙트럼 상에서 공존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롤업을 위한 솔루션들 역시 다양한 레벨의 추상화를 제공하는 방식이 공존할 수 있다. 따라서 한 쪽이 일방적으로 잠식 당하거나 서비스의 의의를 상실하는 경우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선택의 다양성이 시장에서 더 빠른 혁신의 속도와 고객 군의 역량과 수요에 따라 다른 수준의 만족도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유 시퀀서는 내재적으로 롤업에서 발생하는 트랜젝션과는 무관하기 때문에, 많은 롤업을 묶는 어그리게이터로 기능할 수 있다. 가장 긍정적인 시나리오를 고려했을 때, 많은 롤업과 프레임워크들이 파편화된 채로 존재하고, 공유 시퀀서는 이들을 엮는 어그리게이터 혹은 플랫폼과 같은 레이어로 자리잡을 수 있다. 롤업 프레임워크 차원에서 제공할 수 있는 롤업 간 호환성과 원활한 사용자 경험은 같은 네트워크 내의 롤업들로 제한된다. 롤업 프레임워크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하나의 롤업으로 수렴하기 전까지는 이들은은 여전히 파편화 된 생태계로 존재할 것이다. 공유 시퀀서는 하나의 롤업 프레임워크에 한정되지 않고 이들에게 단일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그들만의 네트워크 효과를 구축할 수 있다.
반면 이들에게 보수적인 시나리오에 대한 고려도 충분히 가능하다. 공유 시퀀서가 시장에 침투하는 데 있어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는 현재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Layer 2들, Optimism, Arbitrum 등 공급자 경쟁력이 높은 프로젝트 입장에서는 자신의 중앙화된 시퀀서 사용을 중단하고 갑자기 공유 시퀀서의 도입을 검토할 만큼 탈중앙화에 대한 수요가 높다고 보기 어렵다. Cross-domain MEV 등이 롤업의 부가 수익원으로 자리잡는 경우도 고려할 수 있으나, 아직 롤업이 자체적으로 얻는 시퀀서 수익의 일부를 포기하면서 까지 도입할 유인이 높을 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Source: EthCC, Vitalik Buterin
비탈릭은 2022년 EthCC 에서 현재 프로토콜의 발전은 가장 급진적인 발전의 시기를 앞두고 있다고 예견했다. 그의 발표로부터 1년 간 우리는 이전과는 다른 속도로 블록체인의 인프라가 발전하는 모습을 목도했으며, 이는 현재에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현재 단계에서 어떤 방향으로 수렴할 지 결론 내리는 것은 자칫 섣부른 판단이 될 수 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 글에서 소개한 솔루션들은 서로 지속적으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롤업 생태계의 확장을 이끌어 갈 것이라는 점이다. 시장과 시스템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일정 수준의 경쟁과 수직적 통합이 일어나는 과정을 동반할 수는 있으나, 더 중요한 것은 상호 발전하면서 시장 전체 파이를 키우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 것이다.
롤업 인프라의 발전에서 중요한 전제는 사용자와 블록 스페이스의 수요가 현재의 수요와는 비할 수 없을 정도로 증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인프라의 발전 속도에 비해 실제 활용 사례의 증가 수준은 더딘 편이다. 아직 2020년, 2021년도에 등장한 어플리케이션 이상의 잠재력을 보여주는 서비스가 성공적으로 자리잡은 사례는 드물고, 그나마 높은 시장 침투율을 보이는 사례는 고객 가치보다 토큰 출시를 미끼로 사용자를 유혹하고 있다. 아직 롤업의 발전 수준은 초기에 머물러 있는 것은 사실이나, 불편한 진실은 사용자가 더 많은 확장성과 블록 스페이스에 대한 수요를 가질 만한 어플리케이션의 등장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혁신적인 어플리케이션의 등장으로 블록 공간에 대한 수요가 확대되는 시점과 그 시기에 맞춰 가장 가용성이 높은 인프라를 제공하는 솔루션이 표준의 디자인으로 자리잡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
롤업은 이제 태동기를 벗어나 솔루션이 시장에서 적극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하는 초입에 와있다. 점차 새로운 블록체인 서비스가 출시하는 데 있어 롤업의 형태로 배포하는 것이 보편화 되고 있으며, 글을 쓰는 와중에도 신규 롤업 출시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롤업이라는 시스템을 배포하기 위한 기틀로 자리 잡는 솔루션이 어떤 것이 될 지에 대해 사용자와 빌더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현재 롤업이라는 시스템이 더 많은 사용자를 온보딩 시키는 시스템이 되기 위해 남은 과제,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제시된 시스템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롤업 프레임워크, 공유 시퀀서 그리고 RaaS는 각각 독자적인 디자인과 고객 가치를 제안하며 모듈러 블록체인 생태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각각의 솔루션에 대한 비교와 상대적인 특징에 대해 서술하고 있지만, 향후 모듈러 블록체인의 발전 과정에서 이들 중 하나의 솔루션으로 수렴할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 블록체인이라는 시스템이 더 많은 사용자에게 누군가의 신뢰에 의존하지 않는 개방적이고 검증 가능한 네트워크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실험과 연구가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각각의 솔루션은 더 큰 사용자 군으로 확대하기 위해 상호 긍정적인 영향을 주며 발전할 것으로 기대한다. 우리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시스템의 대부분은 경로 의존적으로 발전해왔다. 시스템의 특징만으로는 발전하는 과정에서 벌어질 상호 작용과 수요의 변화에 따른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 서로 다른 특징과 가치를 가진 솔루션들 간 비교에 의의를 두고 있지만, 하나의 솔루션이 나머지와 비교해 절대적인 우위에 있다는 섣부른 결론으로 이어지는 것에 대해서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
이 글의 비주얼을 제공해주신 Kate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