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 프로젝트 한강: 한국은행의 wCBDC 및 예금토큰 실험
한국은행은 2020년 디지털화폐연구팀을 신설하고, 2021년부터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의 기술적 타당성과 실현 가능성에 대한 모의실험에 착수했다. 초기 실험은 소매형 CBDC 구조에 기반했으며, 1단계에서는 발행·유통·환수 등 기본 기능을, 2단계에서는 스마트컨트랙트, 오프라인 결제, 디지털 자산 연계 기능 등을 중심으로 기술적 완성도를 검증했다. 실험 과정은 지갑 기능, 거래 추적, 이중지불 방지 등 디지털 통화의 핵심 요소를 점검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이후 한국은행은 글로벌 정산 시스템의 변화와 국내 금융 인프라 연계를 고려해, 실험의 방향을 도매형 CBDC(wCBDC) 중심으로 전환했다. 이에 따라 2023년에는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BIS 아시아 혁신허브 등과 함께 ‘프로젝트 한강’을 출범시켰다. 이 프로젝트는 한국은행이 발행한 wCBDC를 시중은행이 수령하고, 이를 기반으로 예금토큰(Deposit Token)을 발행한 뒤, 일반 소비자가 해당 토큰을 활용해 실생활에서 결제하는 구조를 실험하는 것이다.
프로젝트 한강: 한국은행 디지털화폐 테스트 홍보물
Source: 한국은행
실험은 2025년 4월부터 6월까지 약 3개월간 진행되며, 최대 10만 명의 국민이 직접 참여한다. 참여자는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 IBK기업은행, 국민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의 앱을 통해 예금토큰을 발행받고, 세븐일레븐, 이디야커피, 교보문고 등 오프라인 매장과 현대홈쇼핑, 땡겨요, 모드하우스 등 온라인 플랫폼에서 결제에 활용할 수 있다. 또한 송금, 바우처 수령, 사후 정산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통해 사용성과 정책 적용 가능성을 함께 검증하고 있다.
이번 실험은 단순한 기술 검증 단계를 넘어, 민간 결제망, 소비자 접점, 정산 인프라 등과의 연계를 통해 디지털 원화의 제도권 내 활용 방식을 구체화하려는 정책적 시도로 평가된다. BIS는 2023년 설문조사에서 한국을 CBDC 응용 실험 단계에 진입한 국가로 분류했으며, 한국은행은 BIS 아고라 프로젝트 등 국제 공동 연구에도 참여 중이다.
프로젝트 한강은 디지털 원화가 실생활 상거래 환경에서 실제 사용되는 방식을 시뮬레이션한 국내 최초의 사례로, 향후 디지털 정산 인프라 설계, 민간 응용 모델 확산, 제도 연계 전략 수립에 있어 핵심적인 정책 참고자료로 기능할 수 있다.
1.1.2 한국형 CBDC의 기술적·제도적 한계
한국형 CBDC 실험은 wCBDC를 기반으로 예금토큰을 활용한 실생활 결제를 시뮬레이션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는 제도권 금융 인프라 내에서 디지털 원화가 어떻게 작동할 수 있는지를 점검하는 데 의미가 있지만, 구조적 측면에서는 여러 기술적·제도적 제약이 존재한다.
우선 네트워크 인프라가 허가형 프라이빗 블록체인으로 구성되어 있어, 참여 은행 등 제한된 주체만이 노드 접근 권한을 가진다. 이로 인해 퍼블릭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자산 생태계나 스마트컨트랙트 기반 시스템과의 기술적 연동은 고려되지 않았으며, 글로벌 디지털 통화 네트워크와의 상호운용성 확보도 어렵다. 결과적으로 탈중앙화 기반 응용 서비스나 Web3 기술과의 결합 가능성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예금토큰의 발행 주체는 시중은행이며, 토큰의 사용자 발행, 잔액 관리, 송금 등은 모두 은행의 자체 시스템 내에서 처리된다. 사용자는 별도의 지갑 없이도 은행 앱에서 예금토큰을 수령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으며, 기존 계좌 기반 간편결제 서비스와 유사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한다. 그러나 이러한 구조는 커스터디, 담보 관리, 정산 기능이 모두 은행 내부에 종속되어 있어, 개방형 설계와는 거리가 있다.
제도적 해석과 규제 정합성 측면에서도 아직 명확한 기준이 부족하다. 예금토큰이 기존 예금의 디지털 표현으로 해석될 경우 예금자보호법이 적용될 여지가 있으며, 전자화폐·디지털 지급수단·자본시장법상 증권 등 다양한 법적 분류 가능성에 따라 적용 법률과 감독체계가 달라진다. 특히 예금자보호 적용 여부, 이자 지급 가능성, 지급준비금 규정 준수 여부, 회계상 자산 분류 기준 등은 향후 제도화 논의에서 핵심 쟁점이 될 수 있다.
가장 근본적인 한계는 민간 기술 주체 및 다양한 결제 사업자의 참여가 구조적으로 배제되어 있다는 점이다. 예금토큰의 발행과 유통은 은행권에 의해 독점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비은행 핀테크 기업, Web3 지갑 사업자,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결제망 등은 실험 구조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이는 디지털 통화 유통 인프라가 단순히 디지털화되었을 뿐, 생태계의 개방성과 기술 혁신성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요약하면, 현재의 CBDC 실험 구조는 디지털 정산 수단으로서 제도권 내 실현 가능성을 검증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네트워크 폐쇄성, 사용자 확장성 부족, 제도 정합성의 불명확성, 민간 참여의 구조적 배제 등은 향후 제도 설계 과정에서 반드시 보완되어야 할 과제로 평가된다.
1.1.3 CBDC 정책 실험의 교훈과 병렬 설계 필요성
한국은행의 wCBDC 및 예금토큰 실험은 디지털 정산 수단을 제도권 금융망 내에 구현하고자 하는 정책적 시도로, 기술 실증을 넘어 다양한 응용 시나리오를 담은 종합적 실험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실제로 프로젝트 한강은 송금, 바우처 지급, 실생활 결제 등 소비자 접점까지 포함한 구조를 통해 정책 실험의 깊이를 넓혔다.
그러나 현재 실험 구조는 기존 금융기관 중심의 폐쇄형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참여 주체와 유통 범위가 제한적이다. 예금토큰의 발행 및 사용은 주로 은행 앱과 제휴 가맹점 내에서 이뤄지며, 개방형 유통이나 민간 기술 생태계와의 연계는 고려되지 않았다. 이는 초기 실험의 설계 조건에 기인한 부분도 있지만, 향후 제도화 과정에서도 동일한 한계가 반복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책적 고민이 필요하다.
이러한 구조적 제약은 해외 주요국들도 공통적으로 마주하고 있는 문제다. 유럽연합은 디지털 유로 개발과 함께 민간 스테이블코인을 제도화하는 MiCA(Markets in Crypto-Assets) 규제를 병행하고 있으며, 일본은 디지털 엔 개발과 별개로 신탁 기반 민간 스테이블코인의 발행을 허용하는 법체계를 정비했다. 싱가포르 또한 도매형 CBDC와 민간 스테이블코인의 병행 운용을 전제로 단일통화 스테이블코인(SCS)에 대한 명확한 규제 프레임워크를 마련했다.
이처럼 주요국들은 디지털 통화 정책을 단일한 형태로 수렴시키기보다는, 공공과 민간이 역할을 분담하는 병렬 구조로 접근하고 있다. 중앙은행은 통제가 용이한 도매 정산망에 집중하고, 민간은 기술 기반 유통망과 소비자 결제 접점을 담당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기술 발전 속도와 정책 통제력 간의 균형을 도모하고, 전체 디지털 통화 생태계의 확장성을 확보하고 있다.
한국도 이러한 병렬 구조 설계가 필요하다. 현재 wCBDC 실험은 정산 인프라로서의 기술적 정합성과 운영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지만, 이를 유통 및 결제 영역까지 확장하기에는 구조적 제약이 존재한다. 특히 소비자 활용이 집중되는 영역에서는 민간 주체의 참여와 기술 유연성을 확보한 별도 구조가 필요하다. wCBDC는 도매 정산망으로서 유지하되, 민간 중심의 스테이블코인이 유통·결제 수단으로 병행되는 구조를 고려해야 한다.
요약하면, 현재의 wCBDC 실험은 중요한 정책적 시사점을 제공하지만, 디지털 원화의 실질적 활용 확장을 위해서는 정산과 유통 기능이 병렬적으로 작동하는 이중 구조 설계가 필수적이다. 이는 기술 변화와 민간 수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정책 방향으로 평가된다.
1.2.1 개요 및 논의 배경
원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정책 논의는 2024년 중반부터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그전까지는 디지털 통화 논의의 중심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에 집중되어 있었으나, 최근에는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별도로 제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정치권과 산업계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특히 2025년 대선을 앞두고, 주요 정당과 후보들이 관련 공약을 검토하면서 기술적 실현 가능성과 정책 설계 방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제도 수용성이 높은 시나리오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 바로 ‘은행 중심 발행 모델’이다. 이 모델은 시중은행이 고객의 예금을 담보로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고, 기존에 보유한 결제 인프라를 활용해 이를 유통시키는 방식이다. 발행과 정산이 모두 은행의 내부 시스템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기존 금융 인프라 및 소비자 보호 체계와의 정합성이 높고, 규제 당국의 수용 가능성도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에서 유력한 대안으로 평가받고 있다.
해외에서도 유사한 구조의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JP모건 체이스의 JPM Coin은 기관 고객이 은행에 자금을 예치하면 동일 금액의 디지털 토큰이 발행되고, JP모건의 프라이빗 블록체인인 Onyx 상에서만 거래된다. 발행, 유통, 환매가 모두 은행 내부 시스템 내에서 폐쇄적으로 이루어지며, 일반 사용자 접근은 차단된다. 프랑스 SG-Forge의 EURCV는 프랑스 금융당국(ACPR)의 인가를 받아 유럽연합의 MiCA 규제를 준수하는 형태로 설계되었으며, 유로화 기반 기관용 스테이블코인으로 제한적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이처럼 은행 중심 발행 모델은 제도권 금융 시스템 내부에서 디지털 자산 유통 수단을 구축하려는 정책적 실험으로서 의미를 가진다. 제도적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디지털 금융 환경에 점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구조로 작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러한 모델이 실제로 어떤 기술적 구조와 제도적 쟁점을 수반하는지는 다음 항목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분석한다.
1.2.2 법적 쟁점 및 제도 정합성
은행 중심 발행 모델은 기존 금융 시스템 내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구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책 수용성이 높지만, 실제 제도화 과정에서는 여러 규제·법적 쟁점을 동반한다. 특히 예금 기반 디지털 토큰이라는 특수한 구조는 기존 금융법, 회계 기준, 소비자 보호 체계와의 충돌을 유발할 수 있으며, 이에 대한 정밀한 정합성 검토가 필요하다.
우선 예금자 보호 적용 여부가 핵심 쟁점이다. 스테이블코인이 예금의 디지털 표현으로 간주된다면, 토큰 보유자 역시 예금자 보호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이 경우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규모가 은행 예금 총액과 중복되어 산정될 수 있고, 보호 한도나 우선 변제권 해석에서 법적 모순이 발생할 수 있다.
다음은 지급준비금 및 유동성 규제와의 관계다. 예금을 담보로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는 구조에서, 해당 토큰이 지급준비금 규제를 받아야 한다면, 자금 운용의 제약과 유동성 비율 유지에 따른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 반면 스테이블코인이 전자화폐나 유가증권으로 분류될 경우, 은행법 이외의 규제가 적용되며, 발행 주체 및 감독 체계가 완전히 달라진다.
또한, 회계 처리 기준과 이자 지급 구조 역시 중요한 고려 사항이다. 스테이블코인이 디지털 자산으로 유통될 경우, 이를 현금성 자산으로 회계 처리할 수 있는지, 아니면 별도의 자산 항목으로 분류해야 하는지가 불분명하다. 아울러 이자를 지급하지 않으면 소비자 유인이 약화되고, 이자를 지급할 경우 기존 예금과의 경쟁 문제 및 금리 규제와의 정합성이 쟁점이 될 수 있다.
간편결제 수단으로서의 범용성도 제한될 수 있다. 은행 중심 모델은 유통 범위가 자체 결제망 또는 제휴된 네트워크에 국한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전자금융거래법상 간편지급수단으로 분류되기 위한 범용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수 있다. 유사한 기능을 하는 간편결제 서비스들과 비교할 때, 스테이블코인의 경쟁력 확보가 쉽지 않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스테이블코인의 법적 성격 자체가 명확하지 않다. 예금 기반 토큰이 지급수단, 전자화폐, 유가증권 중 어떤 법적 범주에 해당하는지에 따라 적용 법률이 달라진다. 특히 스마트컨트랙트 기반 기능이 탑재될 경우, 자산의 법적 분류는 더욱 복잡해질 수 있으며, 이는 투자자 보호 조치나 공시·보고 의무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
종합하면, 은행 중심 발행 모델은 제도권 내 디지털 유통 수단 구축이라는 정책적 장점을 갖지만, 현실적인 제도화를 위해서는 예금자 보호, 유동성 규제, 회계 기준, 법적 성격 정의 등 다층적인 법제도 정비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법적 기반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구조적 제약으로 인해 모델의 확장성과 실효성은 제한될 수 있다.
1.2.3 구조적 한계와 민간 확산의 제약
은행 중심 발행 모델은 제도권 금융 인프라에 기반해 설계되었기 때문에 정책 수용성은 높지만, 시장 확장성과 기술 개방성 측면에서는 본질적인 한계를 갖는다. 특히 이 모델이 디지털 원화 구현의 주된 형태로 채택될 경우, 다음과 같은 제약 요소들이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
첫째, 기술적 확장성과 실사용성의 제약이다. 은행 중심 모델은 허가형 프라이빗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구축되며, 발행·유통·환매가 모두 은행 내부 시스템 내에서 이루어진다. 퍼블릭 블록체인이나 스마트컨트랙트 기반 온체인 생태계와의 연동은 구조적으로 어렵고, 이로 인해 디지털 자산과의 연계성, 자동화 기능, 글로벌 확장성 측면에서 경쟁력이 제한된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기존 간편결제 시스템과 차별성이 불분명하며, 자발적인 채택을 유도하기 힘들다.
둘째, 민간 기술 사업자와 Web3 기반 기업의 참여가 원천적으로 배제된다. ****발행, 정산, 유통 전 과정을 은행이 독점하는 구조이므로, 핀테크·블록체인 인프라 기업·Web3 지갑 사업자 등이 협력할 여지가 거의 없다. 이는 생태계의 다양성과 기술 혁신을 저해하고, 장기적으로는 디지털 자산 생태계 전체가 특정 금융기관 중심의 폐쇄적 구조로 고착화될 위험을 내포한다.
셋째, 자발적 대중 채택(Mass Adoption)을 달성하기 어렵다.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사례에서 확인되듯이, 유통 확산을 위한 핵심 요건은 개방성, 범용성, 상호운용성이다. 그러나 은행 중심 모델은 사용처가 제한적이고, 소비자에게 주어지는 리워드나 인센티브 설계가 미흡한 경우가 많다. 결과적으로 유통 초기에는 정책 주도로 일정 수준의 사용률을 확보할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자연스러운 사용자 기반 확대가 어렵고,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기도 쉽지 않다.
넷째, 정책 논의가 은행 중심 구조에만 집중될 경우 전체 생태계의 방향성이 폐쇄적으로 고착화될 수 있다. 디지털 자산이 글로벌 퍼블릭 환경에서 유통되고, 탈중앙 생태계와 결합되는 흐름 속에서 은행 단독 모델만으로는 기술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 특히 국제 자산거래, 국경 간 결제, 글로벌 온체인 상호운용성 등과의 정합성이 떨어질 경우, 한국형 디지털 통화 인프라의 경쟁력 자체가 약화될 수 있다.
요약하면, 은행 중심 발행 모델은 제도권 인프라의 디지털화를 통해 단기적인 정책 수용성을 확보할 수는 있지만, 기술적 개방성, 민간 참여 가능성, 대중 확산 구조 등 디지털 통화의 핵심 가치 측면에서는 본질적 한계를 내포한다. 이러한 구조적 제약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민간 기술 기반의 개방형 생태계를 전제로 한 자본시장 중심 발행 모델과의 병행 설계가 불가피하다.
1.3.1 개요 및 논의 배경
은행 중심 발행 모델은 제도 수용성과 기술 구현 측면에서 현실적인 대안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유통 확장성과 기술 개방성 측면에서는 구조적 한계를 내포한다. 이에 따라, 국내외 디지털 자산 정책 환경의 변화에 대응하고 자본시장 중심의 디지털 전환 흐름을 반영한 대안으로서 자본시장 중심 발행 모델이 주목받고 있다.
이 모델은 은행이 아닌 신탁회사,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 비(非)예금취급 금융기관이 준비자산을 보관하거나 발행 주체로 참여하고, 블록체인 기술사업자가 유통 인프라를 제공하는 역할 분리형 구조를 기반으로 한다. 발행 기능과 기술 인프라가 분리되기 때문에 퍼블릭 블록체인, 스마트컨트랙트, Web3 인터페이스 등 개방형 설계가 가능하며, 국내 인허가 체계를 기반으로 한 민간 참여도 보다 유연하게 구성할 수 있다.
해외 사례에서도 유사한 구조가 빠르게 제도화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PayPal이 발행한 PYUSD는 자산 수탁과 운용을 Paxos가 담당하고, 토큰 발행은 이더리움 기반 ERC-20 구조로 구현되었다. 이처럼 발행과 수탁, 기술 운영이 분리된 구조는 리스크를 분산하고, 규제 수용성을 높이며, 시장 내 다양한 민간 주체의 참여를 유도하는 장점을 가진다.
일본은 2023년 자금결제법 개정을 통해 신탁회사와 전자결제사업자가 스테이블코인 준비자산을 보관하고, 별도 사업자가 토큰을 발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였다. 이러한 구조는 스테이블코인의 증권성 논란을 피하면서도 민간 금융기관의 역할을 확대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정책 실험으로 평가된다.
국내에서도 자산운용사, 증권사, 커스터디사, 블록체인 기술기업 등이 참여하는 디지털 유통 구조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토큰증권(STO), 디지털 MMF, 실물 자산 기반 토큰 등 자산 연계형 디지털 상품이 확대되면서, 이를 결제·청산·유통할 수 있는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인프라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 자본시장 중심 발행 모델은 글로벌 상거래 및 플랫폼 결제에서 이미 현실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스테이블코인의 구조와도 부합한다. 일상적인 결제 수단으로서의 활용도를 제고하고, 디지털 자산 기반 실물 거래의 인프라로서 기능할 수 있도록 설계된 이 모델은, 제도 정합성과 기술 확장성 양 측면에서 가장 실효성 높은 대안으로 평가된다.
1.3.2 법적 쟁점 및 제도 정합성
자본시장 중심 발행 모델은 민간 금융기관이 준비자산을 운용하고, 퍼블릭 블록체인 기반으로 스테이블코인을 발행·유통하는 구조인 만큼, 기존의 은행 기반 모델과는 상이한 법적 쟁점과 제도 정합성을 수반한다. 특히 발행 주체와 자산 수탁자의 분리, 금융투자상품 기반의 담보 구조, 탈중앙 유통 인프라의 활용 등은 기존 금융 규제 체계와의 접점을 새롭게 정의해야 하는 영역이다.
첫째, 준비자산의 운용 및 수탁 구조에 대한 법적 근거 정립이 필요하다. 자본시장형 스테이블코인에서는 자산운용사, 증권사, 신탁회사 등이 예치 자금을 단기 국채, MMF 등으로 운용하고, 이에 대응하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는 구조가 주를 이룬다. 이 경우, 단순 현금 예치 기반이 아닌 수익 창출형 자산을 기초로 하기 때문에, 해당 스테이블코인이 자본시장법상 수익증권 또는 기타 금융투자상품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이는 발행 주체가 금융투자업 인가를 보유한 기관이어야 하며, 투자자 보호 요건 및 운용보고의무 등 자본시장 규제가 적용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둘째, 발행 주체와 수탁 주체의 분리에 따른 감독 체계 설정이 요구된다. 예를 들어 미국의 USDC와 PYUSD 사례처럼, 준비자산은 은행이나 신탁회사가 보관하고, 발행은 별도 기술사업자 혹은 계열 법인이 수행하는 분업형 구조가 일반적이다. 국내에서도 유사한 구조를 채택할 경우, 발행사는 전자금융업자 또는 지급결제업자 등록이 필요한지 여부, 수탁사는 자본시장법상 수익증권 수탁 규제를 충족하는지 여부 등을 판단할 수 있는 감독 체계가 필요하다. 또한 커스터디, 지갑, 오더북 등 유통 인프라에 참여하는 중간 사업자들의 규제 정합성도 함께 검토되어야 한다.
셋째, 퍼블릭 블록체인 기반 유통 구조의 수용 가능성이 제도적으로 불투명하다. 자본시장형 스테이블코인은 본질적으로 탈중앙 네트워크 위에서 발행·유통되며, 사용자는 자체 지갑을 통해 직접 전송, 결제, 정산을 수행하게 된다. 이 경우 KYC/AML 요건 충족 여부, 트랜잭션 추적 가능성, 스마트컨트랙트의 통제력 확보 등 다양한 규제 요소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 특히 퍼블릭 체인 상에서 발생하는 모든 거래가 규제 대상인지, 또는 발행 주체가 통제할 수 있는 범위에 한정하여 감독할 수 있는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요구된다.
넷째, 스테이블코인의 법적 성격에 대한 판단 기준 마련이 필수적이다. 준비자산이 국채, MMF 등 실물 금융자산으로 구성되고, 사용자에게 해당 자산에서 발생하는 수익이 간접적으로 귀속되는 구조라면, 이는 자본시장법상 수익증권 또는 집합투자기구와 유사한 구조로 간주될 수 있다. 이에 따라 공시 의무, 청약 요건, 증권신고서 제출, 투자자 보호 조치 등 관련 규제의 적용이 불가피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쟁점들은 단지 규제 장벽이 아니라, 시장 수용성과 제도 실험의 기회로도 기능할 수 있다. 미국, 일본, 싱가포르 등은 자본시장형 스테이블코인의 제도화를 전제로, 발행 주체와 수탁 주체의 분리, 전자화폐 또는 금융투자상품 등록, 퍼블릭 체인 활용에 대한 기술 가이드라인 등을 병행 마련하고 있다. 한국 역시 자본시장법, 전자금융거래법, 특정금융정보법을 종합 고려한 스테이블코인 전용 규제 체계를 단계적으로 구축할 필요가 있다. 특히 제도 정합성의 불확실성은 기술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으므로, 시범사업 및 실증 규제 특례를 통해 다양한 구조의 민간 발행 실험을 유도하는 접근이 효과적이다.
요약하면, 자본시장 중심 발행 모델은 구조적으로 다양한 법률의 교차 적용을 전제로 하며, 준비자산 운용 구조, 발행·수탁 분리 체계, 퍼블릭 체인 활용 범위 등에서 세부적인 제도 설계가 선행되어야 한다. 특히 스테이블코인의 수익증권성 여부와 감독 당국 간 역할 분담 체계 정비는 정책 실효성과 민간 수용성을 동시에 확보하기 위한 핵심 요소다. 한국이 제도권 내에서의 민간형 스테이블코인 실현을 목표로 한다면, 자본시장법 중심의 명확한 분류 기준과 유연한 제도 운영 방침이 병행되어야 한다.
이에 따라, 자본시장 중심 발행 모델과 은행 중심 발행 모델은 주요 제도 설계 항목에서 구조적 차이를 보이며, 각 모델에 따라 적용 가능한 법적 해석과 회계 기준, 유통 구조 등도 상이하다. 아래는 두 모델 간 핵심 쟁점별 비교 표이다.
은행 중심 vs. 자본시장 중심 발행 모델 스테이블코인 주요 쟁점
1.3.3 확장 가능성과 정책적 의의
자본시장 중심 발행 모델은 퍼블릭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다양한 민간 주체가 역할을 분담할 수 있는 구조로, 기술적 확장성과 정책적 유연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대안으로 평가된다. 특히 글로벌 주요 스테이블코인 대부분이 유사한 구조를 채택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도 이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첫째, 기술적 개방성과 상호운용성 측면에서 높은 확장 가능성을 가진다. 이더리움, 솔라나, 아발란체 등 퍼블릭 체인을 기반으로 하는 스테이블코인은 글로벌 디지털 자산 생태계와의 연계가 용이하며, 스마트컨트랙트를 통해 자동 정산, 조건부 지급, 리워드 연동 등 다양한 기능을 설계할 수 있다. 이는 정산 효율성과 프로그래머블 기능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
둘째, 민간 기술기업과 제도권 금융기관의 협업 구조가 가능하다. 자산운용사, 증권사, 신탁회사 등은 담보 운용과 수탁 기능을 맡고, 블록체인 기술사업자와 커스터디사는 발행 인프라와 사용자 지갑 등을 운영하며 기능을 분담할 수 있다. 써클의 USDC처럼 은행 및 신탁기관이 준비자산을 보관하고, 기술사는 퍼블릭 체인 위에서 발행과 운영을 담당하는 구조는 단일 사업자 독점을 방지하고, 생태계의 안정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셋째, 공공과 민간의 병렬적 역할 분담이 가능하다. wCBDC는 중앙은행이 정산망을 통제하는 구조로 설계되고 있는 반면, 스테이블코인은 민간 주도의 유통·결제 수단으로 기능할 수 있다. 유럽연합, 일본, 싱가포르 등은 이러한 병렬 구조를 제도화하고 있으며, 한국도 이를 반영한 정책 설계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넷째, 경제적 실효성과 사용자 기반 확산 가능성이 크다. 자본시장형 스테이블코인은 송금과 정산을 넘어, 포인트 및 리워드와 연동된 소비자 결제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 특히 커머스, 플랫폼 기반 서비스 등에서 정산 효율성과 사용자 경험을 동시에 개선할 수 있어, 자발적인 유통 확산이 기대된다.
마지막으로, 한국 디지털 자산 생태계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 수단이 될 수 있다. USDC, PYUSD 등 글로벌 스테이블코인은 이미 크로스체인 인프라, 글로벌 커스터디, 탈중앙화 거래소와 연계되어 범용 결제 수단으로 작동하고 있다. 한국이 자본시장형 스테이블코인을 제도화하고 이를 글로벌 디지털 금융망에 연동할 수 있다면, 향후 원화 기반 디지털 자산의 국제적 확장성과 활용 가능성은 크게 높아질 수 있다.
요약하면, 자본시장 중심 발행 모델은 기술·정책·산업 측면에서 균형 잡힌 확장성과 실효성을 갖춘 현실적인 대안이다. wCBDC와 병행 가능한 설계로서 한국형 디지털 원화 전략의 중요한 축이 될 수 있으며, 제도화 및 실증 실험의 우선적 추진이 요구된다.
2.1.1 발행주체의 컨소시엄 구성: 금융기관 및 기술사업자
자본시장형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구조는 금융기관과 기술사업자가 기능을 분담하는 컨소시엄 모델을 전제로 한다. 이는 은행 단독 발행 구조가 가진 폐쇄성과 확장성의 한계를 극복하고, 규제 수용성과 기술적 유연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설계 방식이다.
이 컨소시엄에는 자산운용사, 증권사, 은행, 신탁사, 커스터디사, 회계법인, 핀테크 및 블록체인 기술기업 등이 각자의 인허가 및 전문 역량을 바탕으로 참여하게 된다. 각 주체는 다음과 같은 기능을 분담한다:
자산운용사는 단기 국채, MMF 등 고유동성 원화 자산을 운용하여 스테이블코인의 담보자산을 실질적으로 관리한다.
증권사는 국채·MMF 매수에 필요한 거래 인프라를 제공하고 운용계좌 개설, 결제 등 실무적 집행을 지원한다.
은행 또는 신탁사는 담보자산을 전용 계정에 보관하며, 신탁계정 기반 수탁 구조를 통해 법적 분리성과 안정성을 확보한다.
핀테크 및 블록체인 기술기업은 발행 시스템 구축, 스마트컨트랙트 설계, 온체인 트리거 자동화, 외부 결제망 연동 API 등의 기술 인프라를 제공한다.
커스터디사는 스마트컨트랙트의 관리자 키와 긴급 중단 트리거를 보관·통제하여 보안과 중립성을 확보하며,
회계법인은 준비자산과 유통량의 정합성을 검증하는 PoR(Proof of Reserve) 리포트를 발행한다.
이러한 기능 분담 구조는 특히 금융그룹 단위 추진 전략과 결합될 때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다. 예컨대 신한금융, KB금융, 하나금융, 우리금융 등은 은행, 증권, 자산운용, 카드사 등 복수의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어, 내부적으로 기능 분리형 컨소시엄 구성이 가능하다. 여기에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토스 등 빅테크 기반 결제 사업자가 참여하면, 그룹 단위의 브랜드화된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고, 온·오프라인 채널에 유통하는 전략을 실행할 수 있다.
이러한 구조는 단순히 기술 구현을 넘어, 그룹별 마케팅 전략, 사용자 리워드 프로그램, 자체 결제망 통합 등 다양한 활용 방안을 가능하게 하며, 스테이블코인의 자발적 확산을 유도하는 실질적 인센티브 구조로 작용할 수 있다.
요약하면, 자본시장형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은 단일 사업자가 아닌 기능별 전문 주체들이 협력하는 구조로 설계되어야 하며, 금융그룹 단위 추진과 민간 기술기업의 참여가 결합될 경우, 제도 수용성, 기술 확장성, 소비자 친화성을 모두 만족시키는 현실적인 모델이 될 수 있다.
2.1.2 담보자산 운용 구조와 발행 시스템 설계
자본시장형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설계 핵심은 담보자산의 안전성과 유동성 확보, 그리고 온체인 발행 시스템과의 실시간 정합성 유지에 있다. 담보자산은 단순한 예치 대상이 아닌, 발행된 스테이블코인의 상환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실질 자산이며, 온체인 시스템은 이를 기술적으로 검증하고 연동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준비자산은 일반적으로 단기 국고채, MMF(머니마켓펀드), 수시입출금 예치금 등 고안정성 원화 자산으로 구성된다. 단기 국고채는 만기 1년 이하의 초단기물 위주로 구성되어 신용위험과 가격 변동성이 낮고, MMF는 일 단위 환매가 가능하여 유동성과 분산투자의 이점을 제공한다. 수시입출금 예치금은 은행 발행의 예금성 자산으로, 즉시 현금화 가능성이 높아 대규모 상환 요청에 대비한 현금성 비축 자산으로 기능한다.
글로벌 사례인 Circle(USDC)의 경우, 전체 준비자산 중 약 90%를 단기 국채 및 MMF, 나머지 약 10%를 현금성 자산으로 구성하고 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역시 이를 참고하여, 80~90%를 단기 국고채 및 MMF, 10~20%를 수시입출금 예치금 형태로 구성하는 비율이 적절할 수 있다.
이 자산 구성은 자산운용사–증권사–핀테크 간의 연계 구조를 통해 실시간 운용된다. 자산운용사는 전체 포트폴리오의 구성과 전략을 수립하고, 증권사는 국고채 매수 및 MMF 설정 등 실거래 창구로서 운용 지시를 집행한다. 운용 전략은 유동성 커버리지, 예치금 비중, 위험 분산 기준 등에 따라 조정되며, 이는 발행 시스템과 상시 동기화된 상태로 유지되어야 한다.
발행 시스템은 스마트컨트랙트 기반의 온체인 구조로 설계된다. 사용자의 원화 입금 또는 상환 요청은 자동으로 발행·소각 트리거를 실행하며, 스마트컨트랙트는 정산 내역 검증, 발행 한도 관리, 담보 상태 확인 등의 기능을 수행한다. 이 시스템은 백엔드 회계 시스템, 외부 결제망, 사용자 지갑과 연동되며, 담보자산 총액과 유통 중인 스테이블코인의 총량이 항상 1:1로 유지되도록 구성된다.
스마트컨트랙트는 사전에 설정된 조건(예: 준비자산 충족, 유동성 기준, AML/KYC 검증 등)을 만족할 경우에만 발행이 가능하도록 설계되며, 상환 요청 시에는 자동 소각과 자산 유동화가 연계된다. 이 구조는 과잉 발행, 회계 불일치, 유동성 위기 등의 리스크를 사전에 방지하는 안전장치로 작용한다.
요약하면, 자본시장형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담보자산 운용과 발행 시스템은 금융기관과 기술사업자의 실시간 연계 구조를 통해 구성되어야 하며, 글로벌 기준을 참고하되 한국의 제도 및 회계 환경에 적합하도록 조정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상환 보장, 회계 투명성, 정책 대응력이라는 세 가지 핵심 목표를 동시에 충족할 수 있다.
2.1.3 인허가 체계와 규제 적용 가능성
자본시장형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제도화를 위해서는, 발행에 참여하는 각 주체들이 어떤 인허가 체계 내에서 기능을 수행하게 될지를 명확히 정의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한국에는 현재 스테이블코인 전용 인가 체계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전자금융법, 특금법(가상자산사업자 신고 제도), 자본시장법 등 기존 법률에 따라 구조별로 상이한 규제가 적용될 수 있다. 따라서 각 컨소시엄 구성원은 설계 초기 단계부터 역할별 법적 지위와 규제 적용 가능성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
스테이블코인 발행 구조는 기술적으로 퍼블릭 블록체인 또는 프라이빗 블록체인 기반 모두를 선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퍼블릭 블록체인을 통해 누구나 접근 가능한 형태로 토큰을 발행하고, 일반 사용자가 이를 직접 구매하거나 상환할 수 있는 구조를 채택할 경우, 해당 발행사는 특금법상 가상자산사업자(VASP) 등록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스마트컨트랙트를 통해 지갑 간 자유로운 전송이 가능하고, 발행 주체가 실질적인 유통 관리를 수행한다면, 유통 책임을 수반하는 것으로 간주될 수 있다.
반면, 제도권 실증을 위한 접근으로는 전자금융업 등록 또는 혁신금융서비스 특례 제도 활용이 가능하다. 담보자산 100% 예치, 이자 미지급, 상환 보장 등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지급형 전자지급수단 또는 선불전자지급수단으로 해석되어 전자금융법상 인허가 또는 실증 특례 지정이 가능하다. 실제로 한국은행의 예금토큰 실험도 혁신금융 특례를 통해 추진되고 있으며, 민간형 스테이블코인에도 유사한 적용이 검토될 수 있다.
주체별 인허가 체계는 다음과 같이 정리된다.
자산운용사: 자본시장법상 인가를 통해 준비자산 운용 가능
은행 및 신탁사: 신탁법·은행법 기반으로 담보자산 수탁 가능
증권사: 국고채 및 MMF 매수·결제를 위한 실거래 창구 기능
커스터디사 및 기술사업자: 특금법상 VASP 등록 여부가 핵심 쟁점
회계법인: PoR 보고서 작성 및 담보-발행 정합성 검증 수행
특히 발행 시스템 운영자 또는 커스터디사가 스마트컨트랙트에 대한 제어 권한(예: 발행/소각 트리거, 관리자 키, 유통 통제권한 등)을 보유하는 경우, 해당 주체는 실질적인 발행책임자로 간주될 수 있으며, 이때는 전자금융업 인허가 또는 VASP 등록 요건을 충족해야 할 수 있다. 따라서 발행 컨소시엄은 기능별로 권한을 분산하고, 책임 주체를 명확히 구분하는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요약하면, 자본시장형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제도화는 단일 인허가 방식이 아닌, 기능별 규제가 병렬적으로 적용되는 복합 구조로 설계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초기 컨소시엄 설계 시점에서부터 기술 구조와 서비스 범위에 따라 어떤 인허가 체계를 적용받을 수 있는지를 분석하고, 각 주체별 책임과 역할을 인가된 기관 중심으로 할당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이는 제도 수용성과 시장 실행 가능성을 동시에 확보하기 위한 핵심 조건이다.
2.2.1 담보자산 수탁 및 지급보증 역할
자본시장형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구조에서 담보자산의 실질적 수탁과 지급 안정성 확보는 핵심 기능이자 제도 설계의 기초다. 단순히 자산을 어디에 예치할지의 문제가 아니라, 누가 자산의 법적 소유권을 보유하며, 상환 시점에 어떤 주체가 지급 책임을 지는지를 구조적으로 명확히 해야 한다.
담보자산은 일반적으로 자산운용사가 운용하며, 국고채, MMF, 수시입출금 예치금 등 원화 기반 고안정성 자산으로 구성된다. 이 자산은 실질적인 수탁 단계에서 은행 또는 신탁회사의 신탁계정 또는 별도 예치계정에 귀속된다. 이 구조는 자산운용사의 고유 자산 또는 거래 창구로 활용된 증권사 계정과는 명확히 분리되며, 스테이블코인 보유자를 위한 독립된 계정으로 관리된다.
이와 같은 수탁 구조는 기존 MMF, 채권형 펀드 등에서 활용되는 법적·회계적 기준과 유사하다. 신탁법 또는 은행법상 자산 분리 원칙, 선관주의 의무, 수탁자 책임 조항이 적용되며, 특히 신탁계정은 발행 시스템 운영자나 커스터디사의 파산과 무관하게 독립적으로 보호된다. 이는 회계상 자산 분리, 법적 소유권 명시, 사용자 보호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제도 기반을 제공한다.
글로벌 사례에서도 유사한 원칙이 적용된다. Circle은 USDC의 준비자산을 BNY Mellon, BlackRock MMF 등 복수의 제3자 기관에 분산 예치하며, 자체 자산과 분리된 회계 체계를 유지한다. Tether 역시 복수의 은행 계좌에 국채·예치금 형태로 분산 보관하며, 실시간 PoR(Proof of Reserve) 시스템을 통해 발행량과 수탁잔고 간 정합성을 검증하고 있다. 한국의 원화 스테이블코인도 이러한 구조를 준용할 수 있으며, 수탁 자산은 국내 금융기관 기준에 부합하는 저위험 원화 자산으로 운용될 수 있다.
한편, 수탁기관이 단순 보관을 넘어 일정 조건 하에 구조적 지급보증 역할을 수행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은행이 일부 지급준비금을 보유하고 상환 요청 시 이를 활용해 조건부 대응을 하는 경우, 이는 사실상 부분 지급보증 기능을 수행하는 셈이다. 다만 이러한 구조는 은행법상 예금자 보호 체계, 지급보증 가능 한도, 신용위험 회피 메커니즘과의 정합성 검토가 전제되어야 하며, 명확한 제도적 근거 없이 도입하기는 어렵다.
요약하면, 자본시장형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담보자산 수탁 구조는 다음 세 가지 요소를 반드시 충족해야 한다.
회계적 자산 분리: 운용 주체와 수탁 주체, 발행 시스템 간 자산 경계를 명확히 설정
법적 보호 체계: 신탁법 또는 은행법에 근거한 법적 소유권 명시 및 사용자 보호
상환 기반 안정성 확보: 수탁구조의 회계 투명성 및 지급 여력 검증
이러한 구조를 통해 자산 회계의 투명성과 사용자 신뢰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으며, 제도화 과정에서는 신탁계정 명시, 수탁자 책임 범위 설정, 지급보증 가능성 검토 등 법적 기준이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2.2.2 키 관리·스마트컨트랙트 보안·PoR 감사
자본시장형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신뢰성과 기술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발행 시스템의 핵심 인프라인 키 관리, 스마트컨트랙트 보안, PoR(Proof of Reserve) 기반 감사 체계가 유기적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특히 다수의 민간 주체가 협력하는 컨소시엄 구조에서는, 권한의 집중을 피하고 기능별 책임과 통제를 분리하는 것이 제도화의 전제 조건이다.
(1) 프라이빗 키 관리: 보안과 통제의 출발점
스테이블코인 발행 컨트랙트의 관리자 키, 스마트컨트랙트 변경 권한, 긴급 중단 트리거 등은 해킹·내부자 위협·운영상 실수의 주요 타깃이 되기 때문에, 철저한 보안 체계가 필수적이다. 글로벌 프로젝트들은 HSM(Hardware Security Module), MPC(Multi-Party Computation), 다중 서명(Multisig)을 활용하거나, Fireblocks·Anchorage 등 전문 커스터디사에 키 보관을 위탁하는 방식으로 보안성을 확보하고 있다.
국내 환경에서도 이러한 방식은 그대로 적용 가능하다. 특히 커스터디사를 별도 지정해 키 보관과 스마트컨트랙트 접근 권한을 위임하고, 기술사업자와 공동 통제 구조를 구성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식이다. 이를 통해 권한 오용과 시스템 오작동을 예방하고, 보안 사고 발생 시 신속한 대응 체계를 마련할 수 있다.
(2) 스마트컨트랙트 보안: 기능 통제와 리스크 대응
스마트컨트랙트는 단순한 코드가 아닌 정책 집행 수단이다. 주요 글로벌 스테이블코인은 블랙리스트, 조건부 전송 제한, 긴급 중단 기능 등을 내장하여, 이상 거래 대응이나 법 집행 요청에 따라 즉시 조치가 가능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자본시장형 원화 스테이블코인 또한 발행량 한도, 발행·소각 트리거, AML/KYC 검증 조건 등을 컨트랙트에 내장하고, 운영 권한을 커스터디사와 기술사업자 간에 분산 관리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이중 서명 구조나 조건부 승인 방식 등을 통해 운영권의 투명성과 법적 대응력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3) PoR 감사 시스템: 회계 투명성과 사용자 신뢰 확보
스테이블코인의 핵심은 담보자산과 유통량 간의 정합성이다. 이를 검증하기 위한 수단으로 Proof of Reserve(PoR) 시스템이 필수적으로 도입되어야 하며, 기술 시스템과 회계 시스템 간 실시간 연동이 가능해야 한다.
글로벌 사례에서는 Circle이 월간 회계법인 보고서 외에도 실시간 대시보드를 운영하고 있으며, Tether 역시 준비자산 구성 내역을 주기적으로 공시하고 있다. 국내 스테이블코인도 유사한 방식으로 회계법인을 통한 PoR 보고 체계를 구축하고, 블록체인 대시보드를 통해 유통량·준비자산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필요하다.
나아가 PoR 시스템은 단순 감사 보고가 아니라, 회계 기준에 따른 보고서 표준화, 리스크 상황 발생 시 실시간 공시, 감사 주체의 독립성 확보라는 구조적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회계기준원, 금융당국 등과의 협의를 통해 스테이블코인 감사 표준 마련도 병행되어야 한다.
요약하면, 자본시장형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핵심 운영 인프라는 다음 세 가지 기능을 충족해야 한다.
보안성 확보: 키 관리 기능의 위탁·분산과 기술적 보호 장치(HSM, MPC 등)
운영 통제: 스마트컨트랙트 기능에 기반한 정책 집행 및 위기 대응 체계
회계 투명성: PoR 기반 실시간 감사와 공시 체계의 표준화
이러한 요소는 기술적 안전성뿐만 아니라 정책 수용성과 사용자 신뢰의 기반이 되며, 컨소시엄 내 기능 분리와 제3자 검증 체계의 핵심적 출발점이 된다.
2.2.3 회계·공시 인프라 및 산업 확장 기회
자본시장형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제도화되기 위해서는, 준비자산의 회계 처리 기준 정립, PoR(Proof of Reserve) 감사 체계 구축, 실시간 공시 인프라 설계가 필수적으로 병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회계·공시 인프라는 단순한 투명성 확보를 넘어, 관련 산업의 고도화와 신규 전문 서비스 수요 창출로 이어질 수 있다.
(1) 회계 기준 정립: 법적 소유권과 귀속 주체의 명확화
자산운용사가 운용하고 은행 또는 신탁사가 수탁하는 준비자산은, 그 법적 소유권이 누구에게 있으며, 회계상 어떤 주체의 자산으로 귀속되는지가 명확히 정의되어야 한다. 이는 단순한 자산 분리 여부를 넘어서, 투자자 보호, 재무제표 공시, 감독기관 보고의 기준을 결정짓는 핵심적 요소다.
이를 위해 스테이블코인 보유자를 위한 별도 계정 체계, 수탁자의 책임 범위에 대한 명문화, 회계기준원과 협의된 회계 처리 기준 마련이 요구된다. 특히 준비자산의 가치 변동, 환매 시점 기준, 유동성 비율 반영 여부 등도 함께 규정될 필요가 있다.
(2) PoR 기반 감사 체계: 지속적 검증과 보고의 일상화
스테이블코인의 신뢰는 유통 중인 토큰과 준비자산이 항상 1:1로 대응되고 있음을 외부 제3자가 정기적으로 검증하는 시스템에서 비롯된다. 이를 위해 회계법인은 발행 주체로부터 자산 내역과 발행량 데이터를 전달받고, 회계 기준에 따른 월간 단위 PoR 보고서를 발행해야 한다.
이 과정은 단순 외부감사 수준이 아닌, 회계정보의 실시간 연동, 주기적 샘플링 검토, 자동화된 감시 체계 도입 등으로 고도화될 수 있다. 이와 같은 감사 수요는 회계법인뿐만 아니라 데이터 분석 기업, RegTech 솔루션 기업, 백오피스 시스템 운영사 등에게도 새로운 사업 기회를 제공한다.
(3) 온체인 공시 인프라: 사용자 신뢰 기반 구축
준비자산은 오프체인에 존재하지만, 유통량은 블록체인상에서 실시간으로 추적 가능하다는 점에서, 온체인 공시 시스템의 구축은 스테이블코인 제도화의 핵심 기반이다. 대표적 사례인 Circle(USDC)은 담보 구성, 유통량, 발행 내역 등을 대시보드로 상시 공개하고 있으며, 체인 간 전송 현황까지 추적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국내 스테이블코인도 블록체인 기반 대시보드 구축, 월간 PoR 리포트와의 연동, 비정상 거래 발생 시 즉시 공지 시스템 마련 등을 통해 사용자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 이러한 시스템은 Web3 특화 SaaS 기업, 블록체인 데이터 분석 기업, 금융 보안 기업의 기술적 진입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요약하면, 회계·공시 인프라는 다음 세 가지 기능을 충족해야 한다.
회계 기준 정립: 자산 귀속 주체와 수탁 책임을 명확히 하는 회계 표준 마련
감사 체계 구축: PoR 기반 정기 감사와 회계법인의 제3자 검증 시스템 도입
공시 시스템 설계: 블록체인과 오프체인 데이터를 통합한 실시간 투명성 확보
이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의 신뢰 기반이자, 회계·감사·블록체인 인프라 산업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다.
2.3.1 자산 연동 구조와 온체인 유통 전략
자본시장형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유통 확산을 위해서는, 현재 국내 가상자산거래소의 원화(KRW) 마켓이 갖는 구조적 한계를 보완하는 방향으로 자산 연동 구조 설계와 온체인 유통 인프라 구축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 특히 원화 마켓은 거래소 계좌에 기반한 폐쇄형 시스템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원화를 외부로 직접 전송하거나 온체인 상에서 자유롭게 활용하는 것이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예컨대 사용자가 가상자산거래소 계좌에 있는 원화를 외부 지갑으로 옮기고자 할 경우, 원화를 직접 전송할 수는 없으며, 달러 스테이블코인(예: USDT, USDC) 또는 기타 가상자산을 먼저 매수한 후 이를 출금해야 한다. 하지만 그동안 국내 원화 마켓은 거래소 내 계좌 기반 폐쇄형 구조였기 때문에, 원화를 외부 지갑으로 전송해야 할 ‘수요 자체’가 구조적으로 발생하지 않았다. 온체인 기반 글로벌 결제 또는 자산 운용과의 연계가 배제된 상태에서는, 원화를 블록체인 상에서 사용해야 할 이유도 시장에서 제기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자본시장형 디지털 자산 인프라가 본격화되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토큰화된 MMF, 단기 국채 등 자산운용 기반의 금융상품이 블록체인 상에서 유통되는 구조가 실현되면, 사용자들은 원화 기반 자산을 외부 지갑에서 직접 보관·활용·교환하기 위한 전송 수단을 필요로 하게 될 것이다. 이는 단순한 기술 혁신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유통 및 정산 구조가 새롭게 열리는 전환점으로 해석할 수 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이러한 구조적 변화를 실현할 수 있는 온체인 기반의 확장 수단이다. 발행 시에는 은행 계좌 연동을 통해 기존 금융 규제 요건을 이행하고, 유통 이후에는 퍼블릭 블록체인 상에서 자유롭게 전송, 보관, 결제에 사용될 수 있다. 특히 토큰화된 자본시장 상품과의 자동화된 정산 구조 설계에 적합하며, 이는 자본시장형 디지털 자산 인프라의 핵심으로 기능할 수 있다.
또한,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도입은 기존 가상자산거래소가 취급하는 비제도권 가상자산과 달리, 제도권 인프라 기반의 결제 수단을 유통 구조 내에 편입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할 수 있다. 금융당국이 통제 가능한 범위 내에서 스테이블코인의 발행·유통 경로를 설계한다면, 이용자 보호와 AML/KYC 측면에서도 보다 규율된 유통 구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체인 간 유통 정합성 확보 역시 중요하다. USDC의 Cross-Chain Transfer Protocol(CCTP) 사례에서 보듯, 체인 간 자산 정합성을 유지하는 메커니즘은 온체인 감사, 회계 투명성, 리스크 통제의 핵심 기반으로 작용한다. 원화 스테이블코인도 이러한 구조를 통해 체인 간 정산 일관성 및 정책 대응력을 확보할 수 있다.
요약하면, 자본시장형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기존의 가상자산거래소 원화 마켓을 완전히 대체하기보다는, 그 한계를 보완하고 외부 유통과 글로벌 활용이 가능한 ‘온체인 원화’로 기능할 수 있는 실용적 대안이다. 자금 이동성, 국제 상호운용성, 기술 확장성이라는 과제를 균형 있게 해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책적 실효성과 시장 수요 모두를 충족시키는 인프라로 평가될 수 있다.
2.3.2 유통 구조 설계와 VASP 등록 검토사항
자본시장형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유통 구조는 아직 제도화되거나 상용화된 사례가 없으나, 해외 주요 스테이블코인 설계를 참고할 때 퍼블릭 블록체인 기반의 유통 인프라가 핵심 축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사용자 간 직접 전송, 스마트컨트랙트 기반 정산 기능 등이 포함되며, 기능별 운영 주체의 역할에 따라 「특정금융정보법」상 가상자산사업자(VASP) 등록 의무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초기 설계 단계에서 유통 방식과 기능 분리를 면밀히 고려해야 한다.
현행법상 가상자산과 관련된 매매, 교환, 보관, 중개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자는 FIU에 가상자산사업자로 등록해야 하며, 실무적으로는 대부분 단일 기능에 특화된 사업자 형태를 따른다. 이는 업권 분리를 전제로 한 전통 금융 시스템과 유사하며, 거래소·커스터디·브로커리지 등이 각기 다른 주체에 의해 분담되는 구조로 작동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적 맥락을 고려할 때,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유통 설계 또한 기능별 명확한 역할 분담이 바람직하다. 예컨대:
발행 기능은 전자금융업자 등록 또는 혁신금융서비스 특례를 통해 제도권 기반을 확보하고,
유통 기능은 VASP 등록 대상이 될 수 있으며,
보관 기능은 은행 또는 신탁회사를 통한 자산 수탁 구조로 처리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특히 퍼블릭 블록체인 상에서 사용자의 스테이블코인 전송, 스마트컨트랙트 기반 정산 자동화 기능 등을 기술적으로 운영·관리하는 주체는, 실질적인 유통 책임 주체로 간주되어 VASP 등록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탈중앙화 지갑 인터페이스를 제공하거나 유통 경로에 대한 기술적 통제력을 가진 플랫폼은 그 통제권한 여부에 따라 등록 요건이 적용될 수 있다.
해외 사례도 유사한 방향성을 보이고 있다. 유럽연합의 MiCA, 일본의 자금결제법 등에서는 퍼블릭 블록체인 상 유통을 원칙적으로 허용하되, 발행자와 유통 주체 간의 기능 분리와 역할 명확화를 전제로 인허가 체계를 차등 적용하고 있다. 국내 제도 설계 역시 이와 유사한 접근을 취할 필요가 있다.
요약하면, 자본시장형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유통 구조는 확장성과 유연성을 갖는 퍼블릭 블록체인 기반으로 설계되되, VASP 등록 여부는 기술적 운영 권한의 소재, 유통 기능의 통제 범위, 사용자 인터페이스 구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설계 초기부터 기능 분리 원칙을 명확히 하고, 각 기능별 인허가 요건을 충족할 수 있는 구조로 설계해야 정책 수용성과 사업 지속 가능성을 모두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2.3.3 국내외 유통 생태계와 협력 기회
자본시장형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유통 인프라가 실질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국내외 디지털 자산 생태계와의 전략적 연계가 필수적이다. 기존의 유통 논의가 주로 발행과 상환 구조에 집중되어 있었다면, 이 항목은 실제 사용 단계에서의 확산성과 활용성 확보를 위한 협력 전략에 초점을 둔다.
우선 국내 측면에서 보면, 현재 가상자산거래소는 원화 기반 거래가 가능한 유일한 플랫폼이지만, 대부분 거래소 내 계좌 기반 폐쇄형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온체인에서 유통 가능한 형태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기술적·제도적 재설계가 요구된다.
퍼블릭 블록체인과 연동 가능한 온체인 전송 시스템
스테이블코인 기반의 오더북 구조 및 거래 API
AML/KYC 연동, 회계 정보 통합 등 정산 및 규제 대응 인프라
특히 스테이블코인의 유통을 단순 상장에 그치지 않고, 거래소의 거래 체계, 정산 시스템, 사용자 인증 체계와 유기적으로 연동하기 위해서는 깊이 있는 기술 협력과 제도적 정합성 검토가 병행되어야 한다.
한편 금융그룹 단위의 브랜드 중심 발행 전략은 유통 채널 확대의 실질적 촉진 수단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특정 금융그룹이 발행한 스테이블코인을 해당 그룹의 카드사, 핀테크 계열사, 지급결제사 등과 연결해 온·오프라인 유통 채널에서 활용할 경우, 단일 브랜드 내 유통 생태계를 형성할 수 있다. 이러한 구조는 초기 확산 기반 확보와 함께, 중장기적으로 외부 제휴망 확장에 필요한 신뢰 자산으로 작동한다.
브랜드별 스테이블코인 간 경쟁은 사용자 유인을 자극하고, 유통 생태계의 혁신을 유도할 수 있다. 특히 고객 리워드, 멤버십 혜택, 결제 마일리지 등과 결합할 경우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히는 중요한 유통 전략이 될 수 있다.
국외 협력 측면에서는 퍼블릭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탈중앙화 거래소(DEX), Web3 결제 인프라, 크로스체인 브릿지 등과의 연계가 핵심이다. Circle의 USDC는 이더리움, 솔라나, 아발란체 등 다양한 체인에서 유통되며, 체인 간 자산 정합성을 확보하기 위해 Cross-Chain Transfer Protocol(CCTP) 등을 도입하고 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도 향후 멀티체인 호환성과 체인 간 정산 일관성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이를 위한 실질적 협력 구조로는 금융기관–기술사업자–글로벌 파트너 간 3자 협업 모델이 유력하다. 금융기관은 자산 수탁과 규제 준수(AML/KYC)를 담당하고, 기술사업자는 온체인 발행과 유통 관리 인프라를 구축하며, 글로벌 파트너는 유통 채널 확보와 결제 연계를 지원하는 구조다.
이러한 협업 구조는 다음과 같은 단계적 확장 전략으로 이어질 수 있다:
1단계: 국내 거래소 상장을 통한 초기 유통 확보
2단계: Web3 지갑, 온체인 결제 시스템과의 연동
3단계: 글로벌 DEX, 브릿지, 해외 결제 플랫폼과의 통합
이러한 확장을 위해서는 설계 초기부터 API 표준화, 규제 정합성, 체인 선택 전략을 포함한 기술 및 정책 프레임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
요약하면, 자본시장형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유통 구조는 국내외 디지털 생태계와의 연결성을 전제로 설계되어야 하며, 금융그룹 중심의 브랜드 전략과 글로벌 유통 파트너십을 병행할 경우, 실질적 시장 확장성과 제도적 수용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2.4.1 PG/VAN 연계와 실물 결제 확장 전략
자본시장형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실물경제에서 실질적인 결제 수단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기존 국내 결제 인프라인 PG(Payment Gateway) 및 VAN(Value Added Network) 시스템과의 연계가 필수적이다.
한국은 해외와 달리 카드사 중심의 3자 결제 구조를 채택하고 있으며, 온라인에서는 PG사가, 오프라인에서는 VAN사가 가맹점과 카드사 간 거래 승인 및 정산을 중개한다. 카드사는 최종 결제 승인과 자금 정산을 담당하며, 별도의 매입사(acquirer)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러한 구조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결제 수단으로 사용되기 위해서는, 블록체인 기반 트랜잭션과 기존 카드 결제망 간의 기술적 인터페이스가 필요하다. 다만 PG/VAN사의 기술 인프라는 대부분 Web2 환경에 최적화되어 있어, 직접적인 블록체인 연계는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핀테크 기업 또는 전자금융업자가 중간 기술 중계자로 참여하는 방식이 현실적인 대안이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스테이블코인을 보관한 지갑에서 결제를 요청하면, 중개 핀테크 사업자는 해당 트랜잭션을 블록체인 상에서 검증하고, 이를 PG 또는 카드사로 전달한다. 결제 승인 여부는 기존 카드사 프로세스를 따르되, 정산은 스테이블코인 기반으로 별도 계정에서 처리된다. 이 과정에서 AML/KYC, 거래 추적, 이상 거래 탐지 기능은 스마트컨트랙트와 백엔드 시스템에 의해 자동 수행될 수 있다.
글로벌 사례에서도 이와 유사한 구조가 등장하고 있다. Visa는 Circle과 협력하여 USDC 기반 결제 정산 시스템을 자사 카드망에 통합하고 있으며, Checkout.com은 Fireblocks 인프라를 통해 스테이블코인 결제를 PSP 시스템에 연동하는 실험을 진행 중이다. 이들은 모두 기존 결제 네트워크에 블록체인 기반 유연성을 접목한 하이브리드 정산 모델로 평가된다.
국내에서도 이 같은 연계 모델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PG/VAN사와 중개 핀테크 간의 API 연동 체계
체인 상 승인 정보와 결제 결과 간의 정합성 확보
실명확인, 거래 모니터링, 긴급 중단 기능 등 감독당국 요건 반영
카드사 전용 계정 또는 정산 채널 구축을 통한 자금 흐름의 안정성 확보
이와 같은 구조를 통해 블록체인 트랜잭션을 실물경제의 결제 흐름에 접목할 수 있으며, 스테이블코인은 신용카드 결제, 모바일 결제, QR 기반 결제 등 다양한 채널에서 사용될 수 있다. 특히 PG 및 카드사와의 협력이 성사될 경우, 초기 가맹점 확보 및 유통 확산에 있어 결정적인 기폭제 역할을 할 수 있다.
요약하면, 자본시장형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실물 결제 수단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기존 카드 기반 결제 인프라와의 기술 연계가 필수적이며, 이를 중개할 전자금융업자 또는 핀테크 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 국내 3자 결제 구조의 안정성과 블록체인의 유연성을 결합하는 하이브리드 결제 모델은, 스테이블코인의 실생활 활용 가능성을 실질적으로 확대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2.4.2 크로스보더 송금 및 글로벌 확장 가능성
자본시장형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정책적 활용성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단순 국내 유통을 넘어 글로벌 결제 및 송금 인프라와의 연계 구조를 확보하는 것이 핵심 과제다. 특히 블록체인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제공하는 국경 간 실시간 정산, 중개기관 축소, 저비용 가치 전송이라는 특성은 기존 SWIFT 기반 외환 인프라를 대체 또는 보완할 수 있는 실질적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 글로벌 송금 구조는 다수의 중개은행을 거치는 복잡한 프로세스로 인해 수수료 부담과 정산 지연 문제가 상존한다. 반면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송금은 블록체인 네트워크 상에서의 직접 전송, 체인 기반 검증, 스마트컨트랙트 기반 정산으로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실제로 미국의 USDC, USDT 등은 개발도상국 송금, 이민자 커뮤니티, 암시장 환전 등에서 이미 비공식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구조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에도 동일하게 적용 가능하다. 특히 한국과 교역, 관광, 유학, 노동 이주 등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아시아 주요국(베트남, 필리핀, 태국 등)을 중심으로, 소액 송금 및 경상수지 결제 용도로의 활용 가능성이 존재한다. 예컨대 외국인 근로자가 국내에서 발행된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자국의 온·오프체인 인프라를 통해 직접 수령·환전하는 구조는 실현 가능한 모델로 평가된다.
이러한 글로벌 활용을 실현하기 위해 고려되어야 할 주요 요건은 다음과 같다.
Cross-chain 인프라 연계: Circle의 CCTP(Cross-Chain Transfer Protocol) 사례처럼, 다중 체인 간 정산 정합성을 유지할 수 있는 기술 설계가 필수이다. 이는 외화 기반 토큰과의 전환 연계, 체인 간 스왑, 브릿지 트랜잭션 등의 안전성과 일관성을 보장하기 위한 기반이 된다.
글로벌 커스터디·지갑·DEX 파트너십: 외화 수신 및 환전을 지원할 수 있는 글로벌 서비스와의 기술 연계가 요구된다. 단순 전송을 넘어서 결제·환전·자산관리까지 포괄하는 전체 사용자 경험(UX)을 고려해야 한다.
KYC/AML 및 외환 규제 준수: 국경 간 자금 전송에 있어 거래소 등록, 환전업 인허가, 외환신고 체계 등과의 정합성 검토가 필수다. 특히,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환매가 국내에서만 가능하도록 제한된 경우와, 해외 직접 전송이 가능한 구조 간에는 적용 가능한 규제가 달라질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디지털 증권 기반 해외 결제 수단으로의 활용 가능성: 자본시장형 스테이블코인이 디지털 증권 해외 매매 또는 수익 정산 시에 결제 수단으로 사용된다면, 이는 단순한 송금을 넘어서 자본시장 수출의 정산 인프라로 기능할 수 있다. 특히 글로벌 거래소 상장을 고려하는 디지털 증권 프로젝트에게는 핵심적 기반이 될 수 있다.
한편, 국내 VASP 체계의 기능 분리 구조는 글로벌 확장에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글로벌 파트너가 단일 인프라 내에서 커스터디·거래소·유통 기능이 통합된 구조를 요구하는 경우, 국내 법인의 역할 분리 요건과 충돌할 수 있다. 따라서 발행 컨소시엄은 글로벌 확장 기능을 전담할 별도 법인 또는 협력 파트너 구조를 설계해야 하며, 이와 관련된 인허가 및 규제 정합성 검토가 병행되어야 한다.
요약하면, 자본시장형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글로벌 확장은 단순 송금을 넘어 원화의 디지털 유통 경로를 국경 너머로 확장하는 전략적 수단이 될 수 있다. 기술적 상호운용성, 외환 규제 정합성, 글로벌 파트너십 확보라는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한다면, 이는 한국 자본시장 디지털화의 핵심 인프라이자, 블록체인 기반 원화 유통 확대의 기초로 기능할 수 있다.
국내에서 스테이블코인 관련 논의는 주로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발행에 집중되어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미래의 지급결제 인프라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이나 아직까지 시장에서 통용되는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시장을 선점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고 관리하기 위해서는 기술력 뿐 아니라 자본력, 잘 갖추어진 유통 채널이 필요하며, 규제 측면에서는 발행과 유통, 보관이 분리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각 역할을 담당할 주체들 간에 협업 가능성이 예상된다. 특히, 주요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한 컨소시움, 가상자산거래소와 블록체인 기술업체 또는 가상자산거래소와 금융기관 간 제휴 등이 논의되고 있으며 핀테크 업체들 간 제휴 움직임도 포착된다.
그런데,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국내에서 발행되고 사용되려면 규제가 먼저 정립되어야 한다. 현재 국회를 중심으로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가상자산 2단계 입법)이 논의되고 있으나, 이 법이 실제 국회를 통과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일부 사업자들은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통한 테스트 기회가 제공되기를 희망하고 있으며, 금융 감독당국으로서도 금융안정과 지급결제 시스템, 외환 시장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스테이블코인을 전면 허용하는 것보다는 샌드박스를 통한 테스트를 거쳐 점진적으로 제도를 설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점에서 샌드박스를 통해 우선 소규모로 허용되다가 향후 법이 마련된 이후에 정식으로 시행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생각된다[1]. 금융규제 샌드박스는 혁신적 금융 서비스를 제한된 환경 내에서 실험하고 규제의 적합성을 평가하는 제도로, 본격적인 법적 체계가 갖추어지기 전에 기술적, 제도적 타당성을 사전에 점검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으로 평가받고 있다.
본 보고서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을 규율하는 정식 법제가 마련되는 것을 전제로 하여, 국내에서 스테이블코인은 어떤 형태로 사용될 것이며 이를 구현하기 위해 필요한 조항과 수정되어야 하는 조항을 함께 생각해보고자 한다.
HOR의 1차 스테이블코인 보고서에서는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규제를 하이레벨에서 제안한 바 있다. 1차 보고서에서 규제대상, 발행인 자격, 발행인 규제, 준비자산 규제, 운영 실패시 규제, 외국환거래 규제 등을 어떻게 설정하여야 하는지에 대한 대략적인 그림을 그려 보았다면, 이번 2차 보고서에서는 보다 구체적이고 정밀한 설계도를 그려보고자 한다.
스테이블코인을 포함한 가상자산 규제에 있어 무엇보다 유의하여야 하는 부분은 바로 글로벌 시장과의 규제차익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가상자산 시장은 기존 금융시장과 달리 특정 관할권에 국한된 폐쇄 시장이 아니라 복수 관할권에서 동일한 가상자산이 거래되는 상호 대체가능한 열린 시장이라는 특징을 지닌다. 따라서, 규제 차익이 발생할 경우 이는 곧바로 시장 수요의 증감으로 이어질 뿐 아니라 종국적으로는 시장 전체의 경쟁력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2]. 따라서, 본 보고서에서는 규제의 설계도를 그림에 있어 글로벌 시장 표준과의 규제차익을 최소화함으로써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하고자 한다. 규제 설계의 기준은 미국의 스테이블코인 법안인 GENIUS Act로 설정하되, 필요한 경우 EU, 영국 등 해외 주요국의 규제 방향을 참고하고자 한다.
5.1일 수정 제안된 GENIUS Act는 초안에 비하여 다방면으로 규제가 촘촘하게 보완되었다. 적용범위에 있어서는 미국 법에 따라 허가받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인이 발행한 스테이블코인 외에는 디지털자산 서비스제공자를 비롯하여 누구든지 미국인에게 스테이블코인을 제공하거나 판매할 수 없도록 함으로써 해외에서 발행된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역시 미국 규제를 준수할 것을 엄격히 요구하고 있다.[3][4]
해외 발행인에 대한 예외로서 이 법에 따라 수립된 규제 및 감독 제도와 동등하다고 판단되는 수준의 제도를 갖춘[5] 외국의 규제기관의 규제 및 감독을 받는 경우에는 (ⅰ)미국 내 회계감사관에게 등록하고 (ⅱ)미국 고객의 유동성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충분한 미국 금융기관 준비금을 보유할 경우, 디지털자산 서비스제공자를 통해 스테이블코인을 제공하거나 판매할 수 있다.
위 규제는 해외 발행 코인이 국내에 유통될 수 있으려면 갖추어야 하는 요건을 의미한다. 이를 국내에 적용하여 보면 다음과 같다. 예컨대, 국내 거래소가 USDT를 거래지원하고 싶다면 테더가 설립된 국가가 국내와 유사한 수준의 스테이블코인 규제를 마련한 국가로서 테더가 해당 설립국 감독당국의 감독을 받고 있어야 할 뿐 아니라, 국내 감독기관에 등록하고 국내 은행에 준비금을 보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시장과 국내 시장의 차이를 생각할 때 이러한 규제는 현실적이지 못한 측면이 있다.
이에 반하여, 영국 재무부는 스테이블코인에 대하여 공시 의무, 최소 자본금 요건, 준비자산 관리 요건 등을 마련함으로써 전자화폐가 아니라 증권에 준하여 규제하고 있다. 이는 스테이블코인이 아직 지급수단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영국 정부는 최근 발표한 policy note를 통해 명시적으로 밝히고 있다. 이러한 규제에 따르면, 해외에서 발행된 스테이블코인은 발행인 자체가 직접 영국에서 인가를 받을 필요가 없으므로 영국의 인가받은 거래소를 통해 유통이 가능하다. 다만, 이 같은 규제 방식은 영국에서 발행되는 파운드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상대적으로 불리한 입장에 놓이게 하고, 해외 발행 USD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영국 시장을 사실상 지배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가능성이 크다는 비판을 받고 있으며, 이는 해외 발행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규제를 설계함에 있어 유의하여야 할 중요한 고려사항으로 생각된다.
생각건대, 상호주의가 적용될 수 있는 외국의 리스트를 공개하되(이 경우 국가 간 MOU 체결 등 국제 공조를 통하여 실제 파산 발생시 준비자산으로부터 실질적인 우선변제를 받을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에 해당하지 않는 스테이블코인을 거래지원 하고자 할 경우에는 거래소 또는 법정 협회가 발행재단과 체결한 계약에 거래소[6]에 대한 상환청구권을 보장하고 이를 실질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준비금을 국내에 보관하게 하는 이유는 결국 파산시 상환청구권 행사를 담보하기 위한 것인데, 거래소가 이용자를 대신하여 발행재단과 명확한 약정을 체결할 경우, 향후 국제 분쟁이 생기더라도 상환청구권을 행사할 절차는 확보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스테이블코인은 지급결제 수단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산으로서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이자 지급을 허용할 경우 스테이블코인의 투자자산으로서의 매력이 높아질 것이며, 스테이블코인을 보유하고자 하는 수요가 커질 것이므로 단기간 내 시장 침투력이 높아질 수 있으나, 금융시스템 안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스테이블코인의 이자 지급을 반대하는 측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의 이자 지급을 허용하게 되면 스테이블코인이 은행 예금의 대체제로 기능하여 은행이 대출을 제공할 수 있는 여력을 감소시키고 결국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이 증가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 은행의 신용중개 기능이 약화되고 통화정책의 실효성도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따라서, 스테이블코인의 이자 지급을 금지함으로써 은행 예금의 대체제로 기능하지 못하게 하고 지급결제 수단으로만 사용되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PYUSD가 연 3.7%의 수익률 지급을 도입한 바 있고, JPMorgan에 따르면 이러한 ‘yield-bearing stablecoins’는 전체 스테이블코인 마켓의 점유율을 현재의 6%에서 향후 50%까지 확대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렇다면, 스테이블코인의 이자 지급 금지를 현 시점에 법에 명시적으로 반영하는 것은 다소 섣부른 결정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스테이블코인의 이자 지급은 이용자들에게 강력한 경제적 유인을 제공하여 스테이블코인 수요를 높이고 유통량을 확대시키는 원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이자 지급으로 인해 스테이블코인은 단순한 지급결제 수단이 아니라 예금 이자나 채권 수익률에 상응하는 인플레이션 대응이 가능한 투자자산으로서도 기능하게 된다. 수익을 공유한다는 측면에서도 스테이블코인의 이자 지급 모델은 설득력이 있다. 현재 테더나 서클이 발행한 스테이블 코인은 준비자산 운용으로 막대한 이자 수익을 얻고 있음에도 이를 이용자들과 공유하고 있지 않은데, 이를 이용자들과 공유하게 되는 것이므로 여러모로 이러한 이자 지급형 스테이블코인은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미국의 경우 GENIUS Act 초안에는 이자 지급을 금지하는 조항이 들어있지 않았으나, 수정 제안된 법안에는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수익률이나 이자 지급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포함되었다. 스테이블코인이 이자를 지급하게 되면 이는 기존 증권법상 증권에 해당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되는 바[7], 동 법은 기존 1940 투자자문법과 1940 투자회사법을 개정하여 증권에 스테이블코인이 포함되지 않도록 하는 명시적 조항을 두고 있다. 우리 법에도 같은 조항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핀테크 업체들 역시 은행과 마찬가지로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음은 당연하다. 남은 쟁점은 2가지인데, 핀테크 업체들로 하여금 발행과 유통을 모두 허용할 것인지와, 대형 핀테크 업체에 대하여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있어 제한을 부과할지 여부이다.
먼저 핀테크 업체의 경우 이미 잘 갖추어진 유통 채널을 확보하고 있으므로 스테이블코인의 확산에 대단히 유리한 지위에 있다. 핀테크 업체로서는 기존에 사용하던 간편 결제수단과 스테이블코인을 모두 지급수단으로 사용하고자 할 것인데, 양 지급수단에 대한 규제에 차이가 존재한다. 전자금융거래법상 선불업자는 선불전자지급수단을 발행하고 유통도 할 수 있지만, 현행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은 자기 또는 특수관계자가 발행한 가상자산의 매매, 그 밖의 일체의 거래를 금지하고 있으므로 핀테크 업체는 직접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는 경우 이를 자신의 유통 채널을 통해 취급하기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발행과 유통 중 어느 영역을 차지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한편, 대형 핀테크 업체에 대하여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있어 제한을 부과할 것인지와 관련하여, GENIUS Act는 민주당의 요구로 비금융 상장회사의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제한하는 조항이 최근 추가되었다. 즉, 하나 이상의 금융 활동에 종사하지 않는 상장 기업(즉, 빅테크 기업)은 독립적인 스테이블코인 인증 검토 위원회가 미국 은행 시스템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해당 기업이 스테이블코인 거래 데이터를 이용하여 고객을 타겟팅하거나 해당 데이터를 제3자에게 판매하지 않는 경우에만 스테이블코인 발행 가능하다는 조항이 포함되었는데, 다만 해당 상장 기업은 고객의 서비스 약관 동의를 얻는 한 원하는 방식으로 스테이블코인 거래 데이터를 사용 및 판매하는 것은 가능하다.
이에 대하여 상원 은행위원회에 소속된 민주당 의원들은 다음과 같은 비판 의견을 공표하였다.
요컨대, GENIUS Act에 따르면 비금융 상장기업은 엄격한 요건을 충족하여야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으나, 발행 자체가 불가한 것은 아니며 비상장 기업 또는 상장기업의 계열사 등은 여전히 스테이블코인을 자유롭게 발행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형 핀테크 업체에 대하여 미국과 같은 제한을 부과할 것인지 문제되는데, 원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정책 목표가 효율적인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확산일 경우 별도 제한을 부과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고, 새로운 산업에서 기회의 평등을 도모하고자 할 경우라면 일정한 제한을 부과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스테이블코인의 발행인에게 어느 범위의 업무까지 허용할 것인지가 문제될 수 있다. GENIUS Act에 따르면, 허가받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인은 코인의 발행(issue) 및 상환(redeem), 준비자산 관리(manage related reserves, 매수, 매도, 보유 뿐 아니라 준비자산에 대한 관리 서비스 제공을 포함한다) 및 스테이블코인의 보관관리 서비스만 제공할 수 있다. 이러한 발행 전업주의의 입법례는 MiCA에서도 발견되는데, 스테이블코인의 발행은 원칙적으로 발행, 환매, 준비금 관리 등 지정된 핵심업무만 할 수 있고, 거래소, 커스터디, 브로커리지는 법적으로 겸영할 수 없도록 명시하고 있다(MiCA 제36조 및 제45조).
발행사가 다른 가상자산업을 영위할 경우 이해상충이 발생할 수 있고, 특히 투명성이 부족하게 되어 부적절한 유동성 및 담보 관리가 발생할 수 있다. 과거 FTX는 자기가 발행한 토큰인 FTT를 Alameda에 대규모 담보로 제공하고 대출을 받았는데, 이처럼 자기가 발행한 코인을 계열사의 자금조달 수단으로 유통할 경우 공정한 시장가격 형성이 어렵고 발행량 및 유통 구조를 임의로 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있다. 따라서 스테이블코인의 규제를 설계할 때에는 준비자산 운용 주체와 유통 주체를 분리할 필요가 있고, 준비자산에 대한 실사와 제3자 감시 체계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스테이블코인의 건전한 운영을 보장하고 금융 시장의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발행인에 대한 엄격한 인가 및 건전성 요건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국내에서는 이미 전자금융거래법상 전자화폐 발행에 필요한 최소 자본금을 50억원으로 설정하고 있으며, 이는 민병덕 의원실에서 발의한 디지털자산기본법안에서도 동일하게 제안되고 있다. 자본금 요건 설정에 있어서는 단순한 최소 자본금 기준 외에도 발행량과 위험 수준에 비례하여 추가적인 자기자본을 적립하는 규제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발행인은 증가하는 발행 규모 및 잠재적 위험 요인에 대비할 수 있는 충분한 재정적 완충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더불어 지속적인 스트레스 테스트와 유동성 관리를 통한 선제적 대응 체계가 필수적이다. 스트레스 테스트는 극단적인 시장 상황을 가정하여 발행인의 건전성을 점검하고, 충분한 유동성을 유지할 수 있는지 지속적으로 평가하는 프로세스인데, 이를 통해 예상치 못한 금융 시장 충격에 대한 내구성을 평가하고 발행인의 경영 건전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GENIUS Act 사례를 살펴보면, 허가받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인의 자본 요건을 사업 모델과 위험 프로파일에 맞춰 유연하게 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발행인의 실제 운영 방식과 리스크 특성을 고려하여 자본 요건을 다르게 설정함으로써 시장 상황에 맞는 현실적이고 효율적인 규제를 가능하게 하고 있다.
유럽의 MiCA(Markets in Crypto-Assets Regulation) 규정은 더욱 구체적이고 엄격한 건전성 요건을 제시하고 있다. MiCA에 따르면 자산준거토큰 발행인은 최소 35만 유로 또는 준비자산 평균 규모의 2%, 직전 연도 고정 간접비의 1/4 중에서 가장 큰 금액을 자본으로 확보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또한 감독당국은 발행인의 위험 수준이 높다고 판단할 경우 자본 요건을 최대 20%까지 증가시킬 수 있으며,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에 따라 최대 40%까지 추가 자본을 요구할 수 있다. 이머니토큰 발행인의 경우에도 유사하게 최소 자본금 35만 유로 또는 전자화폐 평균 발행가액의 2%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이처럼, MiCA는 발행인의 자본 요건을 세 가지 주요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첫째, 사업 시작을 위한 초기 자본(initial capital), 둘째, 준비자산 크기에 비례하여 설정되는 지속 기업 자본(사업 규모에 따라 감독당국이 상향 조정할 수 있다), 셋째, 소비자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고정 간접비 충당 자본이다. EU는 이처럼 다각적인 자본 관리 방식을 통해 시장과 소비자를 모두 보호하는 균형 잡힌 건전성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국내 스테이블코인 규제 체계를 설계할 때에도 발행인의 인가 및 건전성 요건을 위와 같은 국제적 기준과 국내 현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체계적으로 설정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스테이블코인의 준비자산에 MMF 편입을 허용할지 여부도 논쟁의 대상 중 하나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준비자산에 편입할 수 있는 만기 3개월 이하의 정부 발행 채권으로는 한국은행이 발행한 통화안정증권(MSBs)이 있는데 3개월 이하 단기물이 있기는 하나 물량이 많지는 않아 실제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발행되면 준비자산으로 사용하기에 충분하지 않아 보인다. 또한, 통안채는 발행 목적 자체가 통화량 조절에 있으므로 그 발행량을 함부로 늘리는 것도 어려운 실정이다. 기획재정부가 발행하는 국고채의 경우 일반적으로 만기가 2년 이상이고 3개월 이하 만기의 국고채는 발행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기획재정부가 발행하는 무이표 할인채의 경우 단기로도 발행되기는 하나 유동성이 낮고 수시 발행되기 때문에 시장에 물량이 많지는 않다. 그렇다면,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의 경우 준비자산에 편입하기에 충분한 정부 발행 단기 채권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
이런 점에서 현실적인 대안으로 MMF의 준비자산 편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는데, 미국GENIUS Act의 경우에도 1940년 투자 회사법( 15 USC 80a–8(a) ) 제8조(a)에 따라 등록된 투자 회사 또는 기타 등록된 정부 자금 시장 기금이 발행한 증권으로, 조항(i)부터 (v)에 명시된 기초 자산에만 투자하는 MMF의 준비자산 편입을 허용하고 있고, 유럽의 MiCA 역시 준비자산의 최소 30%는 예금으로 보유하고, 나머지는 고유동성, 저위험, 동일 통화로 표시된 우량 금융상품에 투자 가능하다고 하면서, 양도성 증권에 투자하는 개방형 집합투자기구(UCITS) 단위 등도 일정 요건 충족시 편입이 가능함을 설명하고 있음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인이 파산하는 등 운영실패가 발생할 경우, 적절한 제도가 갖추어져 있지 않으면 뱅크런과 유사한 런(Run)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제도적으로 발행인의 파산시 스테이블코인 보유자들이 준비자산으로부터 어떻게 상환을 받을 수 있는지를 규정해놓을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스테이블코인 보유자에게 준비자산에 대한 우선변제권을 부여한다던지, 일정한 경우 감독당국이 발행인에 대하여 상환을 중단하도록 명령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시장 혼란을 방지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금융기관에 대한 적기시정조치와 유사하게 발행인이 파산에 이르기 전 부실화가 진행되는 과정에 감독당국이 미리 개입하여 경영개선 등을 명하고, 파산이 현실화된 경우에는 가교 발행사 등의 설립을 통해 자산을 이관하고 운영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미국의 GENIUS Act 역시 스테이블코인 보유자가 발행자의 다른 채권자보다 우선적 권리를 가진다는 점을 법에 명시하고 있으며, 감독당국이 발행인의 적시 상환의무에 대해 재량권을 가질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허가받은 스테이블코인이라 하더라도 미국 정보의 전적인 신뢰와 신용에 의해 뒷받침되지는 않으며 연방정부의 보증은 적용되지 않고 연방예금보험공사의 예금보험 대상에도 해당되지 않는다는 점을 법에 명시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많이 활용되고 있는 스테이블코인의 지급결제 구조를 살펴보면, 신용카드사가 관여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신용카드는 현재 가장 널리 사용되는 지급수단이므로, 해외에서는 신용카드를 이용하여 가상자산을 직접 매입하거나 신용카드의 대금결제을 가상자산으로 결제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아래는 VISA 사례인데, VISA는 앵커리지(Anchorage)와 협업하여 스테이블코인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커스터디 계정을 만들고 크립토닷컴과 같은 거래소와 제휴하여 새로운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거래소 이용자가 (거래소가 신용카드사와 제휴하여 발급한) 거래소 자체 신용카드를 이용하여 가상자산 매입을 할 수 있고 매입한 가상자산 – 예컨대 USDC – 을 이더리움 네트워크를 통해 앵커리지의 커스터디 계정으로 전송하여 정산을 마칠 수 있다.
USDC 기반 정산 구조가 매입사에도 적용되며, 매입사는 가맹점의 요청에 따라 USDC 또는 USD로 지급할 수 있는데, USDC를 USD로 지급하기 위해서는 거래소 등 유통시장에서 법화로 환가하여야 할 것이고 이는 가상자산 매매대행업 등으로 규율될 수 있다. 다만, 현재 국내에서는 여신전문금융업법상 신용카드를 이용한 가상자산 구매가 금지되어 있으며, 카드대금도 원화로만 결제 가능하므로 이러한 신용카드를 이용한 가상자산 지급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령의 개정이 필요하다.
핀테크 업체가 지급결제 업무를 수행하게 되면 아래와 같은 구조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아래는 Paypal 사례인데, 이용자는 Paypal 앱에서 발급된 지갑을 통해 계좌이체, 신용카드, 간편결제 등의 방식으로 스테이블코인을 매입하는데, 이 과정에서 Paypal은 보유하고 있는 PYUSD를 이용자에게 지급하거나(가상자산 매매업), 아니면 거래소 등 유통시장에서 이용자를 위하여 PYUSD를 매수하게 될 것이므로(가상자산 매매대행업) 가상자산업 라이선스가 필요할 수 있다. 이용자가 매입한 스테이블코인을 지급수단으로 하여 상점에서 재화나 용역을 구매 후 결제할 경우, Paypal은 스테이블코인을 이용한 결제 과정에 관여하게 되는데 이는 결제 과정 중 대금결제 또는 결제대행에 해당할 수 있다(가상자산 결제업). 현행 전자금융거래법은 가상자산을 적용대상으로 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되므로, Paypal이 수행한 상기 업무들을 국내 핀테크 업체가 수행하게 될 경우 앞서 설명한 가상자산 매매업, 매매대행업, 결제업 등의 라이선스를 취득하여야 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1] 혁신금융서비스 특례 대상 법령은 금융관련법령에 한정되는데, 특정금융정보법과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은 이에 해당하지 않으나 전자금융거래법은 포함된다. 따라서, 만약 샌드박스가 허용될 경우 전자금융거래법상 허가(등록) 조항(제28조), 발행 및 이용한도 조항(제23조), 양도 시 중앙전산시스템 경유 의무(제18조), 거래기록 보존 및 파기(제22조), 실명확인 및 식별번호(제16조) 등에 예외를 인정함으로써 스테이블코인을 전자금융거래법상 전자화폐 또는 선불전자지급수단으로 규율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2] 예를 들어, 이용자 보호를 위해 국내 발행규제를 글로벌 시장 표준보다 엄격하게 규율할 경우 발행인으로서는 굳이 국내에서 발행할 이유가 없으므로 규제가 완화된 해외 시장으로 빠져나가게 된다. 이 경우 발행이 해외에서 일어나게 되므로 국내 거래소 및 이용자는 해당 가상자산의 발행에 대하여 충분한 정보를 얻기 어렵고 국내 금융감독당국의 직접 감독대상이 되지도 않으며 스테이블코인의 경우 준비자산이 국내에 보관되어 있지 않아 파산시 담보자산 환가를 통한 채권 만족을 얻기도 어렵다. 이러한 상황은 상장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발생하는데, 국내 거래소 상장 요건을 글로벌 시장 표준보다 지나치게 엄격하게 할 경우 발행인으로서는 국내 시장 대신 해외 시장을 선택하게 되고 이용자 역시 해외 거래소를 이용하게 될 것이므로 국내 시장의 이용자가 줄어들고 국내 시장 전체의 경쟁력이 약화되게 된다.
[3] 디지털자산 서비스제공자의 경우 예외가 인정되지 않는 것과 달리, 일반적인 해외 발행 스테이블코인의 제공, 판매의 경우 safe harbor 조항을 두어 재무부 장관이 결정한 최소한의 거래량에 미달하는 경우에는 허용하는 조항을 두고 있다.
[4] 위반시 형사처벌 조항(100만달러 이하의 벌금 또는 5년 이하의 징역)을 두고 있다.
[5] 재무부장관이 연방 규제기관과 협의하여 외국이 이 법 특히 4(a)에 따른 요건과 비교 가능한 규제 및 감독제도를 갖추고 있는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상호주의가 인정된 외국의 목록은 보관하고 공개하여야 한다.
[6] 거래소는 발행인으로부터 수령한 자금을 다시 거래소 이용자에게 배분하여야 할 것이다.
[7] 최근 규제를 모두 준수하면서도 이자를 지급하는 스테이블코인이 미국에서 출시되었다. 2025년 미국 SEC는 연 3.85% 이자를 제공하는 YLDS 스테이블코인을 최초로 승인하여 스테이블코인이 공식적인 금융상품으로 승인받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