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은 포크할 수 있어도 커뮤니티는 포크할 수 없다. 내일이면 더 확장성이 뛰어난 블록체인은 반드시 등장할 것이다. 특히, 오픈 소스 철학이 근간에 깔려 있는 블록체인 업계에서는 기술의 공유와 차용이 그 어느 산업보다도 용이하다. 하이퍼리퀴드는 이를 너무 잘 이해하고 있기에 늘 커뮤니티를 최우선시하는 운영 방식을 고수하며 커뮤니티를 해자로 삼아왔다.
하이퍼리퀴드는 첫 단추를 제대로 뀄다. 첫째, VC 자본에 의존해 밸류에이션을 부풀리고, 대형 거래소 상장을 통해 리테일 투자자들에게 높은 가격에 매도하는 기존 관행에 지친 시장에 신선한 활력을 불어넣었다. 둘째, 결점 없는 제품 퀄리티를 통해 업계 표준을 제시하며 기술적 완성도를 입증했다. 셋째, 성공적인 에어드랍 캠페인을 통해 크립토 역사상 몇 안 되는 마케팅의 귀감이 될 사례를 남겼다. 이러한 점에서 하이퍼리퀴드는 단순히 자신들의 생태계뿐 아니라 크립토 업계 전반에 걸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프로젝트로 평가받을 만하다.
"온체인 바이낸스”라는 별명은 하이퍼리퀴드가 추구하는 비전의 단면에 불과하다. 하이퍼리퀴드는 단순히 트레이딩 플랫폼에 머무르지 않고, 온체인 금융의 메카로 거듭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하이퍼리퀴드는 하이퍼리퀴드 L1과 HyperEVM을 중심으로 아키텍처를 설계했는데, 이 구조는 기존 금융 시스템과 견줄 만한 트랜잭션 처리 속도와 일반화된 스마트 컨트랙트 환경을 결합하여 온체인 트레이딩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하이퍼리퀴드의 여정은 이제 막 시작이다. 2장은 금융 생태계가 하이퍼리퀴드 L1과 HyperEVM 기반으로 구축되어 새로운 유스 케이스를 창출해낼 때 본격적으로 펼쳐질 것이다.
*리포트 작성 과정에서 귀중한 피드백을 제공해주신 Bidencho님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아웃라이어. 통계학에서 표본 중 다른 대상들과 확연히 구분되는 관측치를 의미하며, 흔히 보통 사람들의 범주를 벗어난 사람들을 일컫는 단어다. 하이퍼리퀴드와 그 공동 창립자 Jeff Yan과 iliensinc를 포함한 코어 멤버들을 가장 잘 설명하는 표현이 아닐까 싶다.
하이퍼리퀴드가 걸어온 행보는 단순히 인상적인 것을 넘어선다. 확고한 신념을 바탕으로 한 서비스 빌딩, 통념에 도전하는 마인드셋, 그리고 작은 디테일에도 타협하지 않는 그들의 철학은 그 자체로 독보적이다.
처음 하이퍼리퀴드를 접했을 때, 나는 다소 회의적이었다. dYdX와 같은 프로젝트들이 에어드랍을 통해 사용자층을 급격히 늘리긴 했으나, 시간이 지나며 그 영향력이 희미해졌던 사례를 떠올렸다. 하이퍼리퀴드 역시 비슷한 경로를 밟을 것이라 예상하며, 포인트 파밍 이후에는 사용자층의 이탈이 시작될 것으로 생각했다. UX가 타 DEX 대비 훌륭하다는 점은 인정했지만, 이 점 또한 내가 데이 트레이더가 아니었기에 그 가치를 과소평가했다. 그러나 하이퍼리퀴드는 나의 예상을 깨뜨렸고, 나는 뼈아픈 교훈을 얻었다. 포인트 인센티브가 종료된 이후에도 하이퍼리퀴드의 인기는 오히려 더 고공행진했고, 커뮤니티는 에어드랍이 아닌 제품 자체에 더욱 열광하기 시작했다. 하이퍼리퀴드 커뮤니티에서 흔히 언급하는 ‘온체인 바이낸스’라는 별명이 더 이상 허상이 아님을 실감하는 바이다.
Source: X (@0xSisyphus)
하이퍼리퀴드는 11월 29일 $HYPE TGE 이후 불과 1주일 만에 FDV 기준 $10B을 돌파했다. 물론, 하이퍼리퀴드가 성공했다고 단언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하지만 이들이 제품을 설계하고 커뮤니티와 함께 성장해 온 방식은 분명 업계에서 배울 점이 많다. 본 리포트는 하이퍼리퀴드의 여정을 돌아보며,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교훈과 앞으로의 미래를 전망하고자 한다.
하이퍼리퀴드의 공동 창립자인 제프는 하버드 대학교를 졸업한 후 Hudson River Trading에서 HFT(High Frequency Trading)으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2018년, 이더리움을 처음 접한 그는 단순히 퀀트 분석의 흥미를 넘어 디파이가 가진 무한한 가능성을 깨닫고, 크립토 산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이후, 그는 가상자산 마켓메이커 기업인 카멜레온 트레이딩(Chameleon Trading)을 설립하며 가상자산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특히, 카멜레온 트레이딩은 당시 가상자산 시장에서 상위 10위 안에 드는 마켓메이커로 자리 잡으며 그 실력을 입증했다.
2022년 말, FTX의 붕괴는 제프와 그의 팀에게 또 다른 전환점이 되었다. 한때 사용자 중심의 거래 경험을 제공하며 빠르게 성장했던 FTX가 결국 신뢰를 잃고 몰락한 사건은 제프에게 디파이의 투명성과 탈중앙화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우는 계기가 되었다. 크립토 트레이딩 분야에서 활동하던 그는 중앙화 거래소가 가진 구조적 문제와 한계를 직접 목격하며, 사용자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새로운 탈중앙화 금융 플랫폼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이 과정에서 하이퍼리퀴드가 탄생했다.
하이퍼리퀴드에 대한 제프의 철학은 언제나 사용자, 즉 커뮤니티 중심이다. 그의 접근 방식은 제품 설계부터 운영에 이르기까지, 사용자 경험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커뮤니티에 진정한 가치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이러한 철학은 아마존의 창립자 제프 베조스의 고객 중심(Customer Obsession) 원칙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베조스는 “리더는 고객을 출발점으로 삼아 역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고객의 신뢰를 얻고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며, 경쟁에 주목하기보다는 고객에 집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마존의 리더십 원칙에서 중요한 핵심 개념 중 하나는 바로 “역방향 작업 방식(Working Backwards)”이다. 이 방식은 혁신 과정의 출발점을 고객의 관점으로 삼아, 그들이 직면한 지속적인 문제와 장기적인 니즈를 깊이 이해하는데 있으며, 커뮤니티 중심의 제품으로 성장하게 만든 하이퍼리퀴드의 근본적인 비전과도 일맥상통한다.
Source: When Shift Happens
제프의 가치관은 When Shift Happens의 Kevin과의 인터뷰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그는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크립토 산업은 너무나 착취적입니다. 리테일 투자자들에게서 가치를 추출하기 위한 기계와도 같습니다. 프로젝트들은 VC로부터 여러 라운드에 걸쳐 자금을 조달하고, 영향력 있는 사람들에게 저가로 진입할 기회를 주며, 대형 거래소에 상장해 리테일 투자자들에게 높은 가격에 판매합니다. 그 이후에는 더 이상 프로젝트를 계속 개발할 의무가 없습니다. 이는 비윤리적이고 크립토의 가치와 평판을 파괴합니다.”
“그러나, 가상자산은 선의를 위한 도구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금융과 관련된 장벽을 허물어 사람들이 더 생산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혁신을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하이퍼리퀴드는 매우 커뮤니티 중심적이며, 반체제적이고 특히 VC에 반대하는 입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프 베조스가 아마존을 운영할 때 항상 고객을 최우선적으로 생각하듯이, 하이퍼리퀴드 또한 프로토콜을 사용자와 커뮤니티 중심으로 운영하고 발전시키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하이퍼리퀴드를 구축하면서 기술적으로 많은 혁신이 필요했습니다. 사실상 세 가지 사업을 하나로 통합했습니다. L1 블록체인, 온체인 거래소, 그리고 최적화된 사용자 경험을 모두 개발해야 했습니다. 이는 굉장히 어려운 작업입니다. 하지만 기존 금융 서비스 대비 10배 이상의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사용자는 제품을 사용해 보고도 떠날 것입니다.”
“반대로, 사용자에게 기존 시스템 대비 10배 이상의 가치를 제공하는 훌륭한 제품과 프로토콜이 등장한다면, 사용자는 자연스럽게 옮겨갈 것입니다. 크립토 산업에 있는 개발자들은 도덕적 나침반을 갖추고 새로운 시스템에서 지속 가능한 가치를 창출하는데 집중하기를 희망합니다.”
이러한 가치관을 기반으로, 하이퍼리퀴드는 프로젝트 운영 방식과 토큰 분배 과정에서 독보적인 접근 방식을 채택했다. 일반적인 프로젝트와 달리, 하이퍼리퀴드는 외부 자금 조달 없이 자체 자금으로만 개발과 운영을 진행했으며, 프라이빗 투자자나 중앙화 거래소, 마켓 메이커를 위한 $HYPE 물량은 전혀 할당하지 않았다. 이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HYPE 매수 기회를 제공하려는 하이퍼리퀴드 팀의 의지를 반영한다.
프라이빗 투자를 받지 않은 덕분에 하이퍼리퀴드는 전체 $HYPE 발행량의 70%를 커뮤니티에 할당할 수 있었다. 이를 실행하는 과정에서 하이퍼리퀴드 팀은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시빌 계정(sybil account)을 철저히 조사했다. 약 27,000개의 지갑 주소가 부정 행위를 시도한 것으로 밝혀졌으며, 해당 주소에 페널티를 부과해 실제 사용자들에게 돌아가는 보상량을 증가시켰다. 결과적으로, 전체 발행량 중 31%에 해당하는 2억 7,400만 $HYPE가 약 94,000명의 초기 사용자에게 에어드랍으로 분배되었고, 이는 2024년 12월 2일 기준 사용자 1인당 약 $26,000의 가치를 지닌다. 에어드랍 과정 또한 간소화되어, 복잡한 절차 없이 약관 동의 후 지갑에 자동으로 분배되었다. 다만, 에어드랍 기간 동안 약관 동의를 하지 않은 사용자들은 보상을 받지 못해 일부 커뮤니티 구성원들로부터 아쉬움을 사기도 했다.
Source: ASXN
하이퍼리퀴드의 커뮤니티 우선 접근 방식은 거래 수수료의 활용 방식을 통해서도 드러난다. 현재 하이퍼리퀴드는 거래소에서 발생하는 거래 수수료를 운영 수익으로 취하지 않고, 커뮤니티와 토큰 보유자들에게 환원하는데 사용한다. 현물 거래에서 발생한 거래 수수료는 $HYPE 소각에 사용되어, 2024년 12월 2일 기준 총 4.5만 개의 $HYPE가 소각되었다. 또한, 하이퍼리퀴드는 TGE 이후 거래 수수료를 통해 벌어들인 매출로 $HYPE를 바이백했으며, 결과적으로 하이퍼리퀴드 팀은 어시스트 펀드에 약 천 만개의 $HYPE를 보유 중이다 (12월 5일 기준 약 $124M에 해당). 일정 기준을 초과하면 추가적인 바이백과 소각이 지금도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아마존이 초기 사업 단계에서 수익보다는 매출과 시장 점유율 확대에 집중했던 전략과 유사하며, 토큰 가치를 안정화하고 커뮤니티에 가치를 분배하려는 하이퍼리퀴드 팀의 비전을 보여준다. 다만, 장기적으로 거래 수수료는 밸리데이터와 $HYPE 스테이커들에게 직접 분배되는 방식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HYPE 바이백 및 소각에 사용되지 않은 나머지 거래 수수료는 Hyperliquid Liquidity Provider(HLP) 볼트를 통해 유동성 제공자들에게 분배된다. HLP는 하이퍼리퀴드의 주요 기능 중 하나로, 사용자가 USDC를 예치해 거래소에 상장된 모든 자산에 유동성을 제공할 수 있는 구조다. 예치자들은 거래 수수료와 함께 HLP의 마켓 메이킹 전략에서 발생하는 수익의 일부를 받는다. 2024년 11월 기준, HLP 볼트는 약 1.78%의 월간 수익률을 기록했으며, 이를 연 환산하면 약 24%에 달한다. 이러한 구조는 외부 유동성을 플랫폼으로 끌어들이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한다.
마지막으로, 하이퍼리퀴드의 사용자 경험(UX) 역시 하이퍼리퀴드 팀이 사용자 편의를 중심에 두고 설계한 노력을 보여준다. 가스비 없는 즉각적인 거래 체결과 CEX 수준의 높은 유동성과 빠른 속도를 온체인에서 구현한 점은, 현재 온체인 트레이딩 시장에서 사용자들이 겪는 주요 문제를 해결하려는 실질적인 접근에서 비롯되었다. 특히, 원클릭 인터페이스와 직관적인 UI는 데스크톱과 모바일 환경 모두에서 사용자가 보다 쉽게 접근하고 거래를 진행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으며, 하이퍼리퀴드를 시장에서 돋보이게 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이처럼 하이퍼리퀴드는 커뮤니티 중심의 운영 철학과 사용자 경험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설계 덕분에 단기간 내 크립토 선물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DEX로 자리매김했다. 이러한 노력은 단순한 기술적 우수성을 넘어, 사용자와의 깊은 신뢰를 기반으로 한 성장 전략으로 이어졌다.
하이퍼리퀴드의 선물 거래대금은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며, 2024년 YTD 기준 $443B를 기록했다. 특히 11월 거래대금은 $77B로 최고치를 갱신하며, 크립토 선물 DEX 시장에서 약 45%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이는 주피터(Jupiter), 신퓨쳐스(SynFutures), dYdX 등의 경쟁자를 크게 앞서는 수치다. 더욱 주목할 만한 점은 5월과 10월, 포인트 파밍이 중단된 기간에도 각각 $26.3B, $33.1B의 거래대금을 기록했다는 점이다. 이는 하이퍼리퀴드가 단순히 인센티브에 의존한 거래소가 아니라, 사용자들이 제품 자체에 만족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또한, 12월 2일 기준, 하이퍼리퀴드는 24시간 거래대금 기준으로 후오비와 쿠코인을 제치고 전 세계 거래소 중 26위에 올랐다. 이는 단순히 온체인 트레이딩 시장에서만 두각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전체 크립토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입증한 사례다.
Source: Hyperliquid
Source: Hyperliquid
미결제약정(Open Interest, OI)은 특정 시점에 청산되지 않은 선물 계약(롱과 숏)의 총 수량을 나타내는 지표로, 선물 거래소의 거래 활성도와 유동성을 평가하는 핵심 척도로 사용된다. 거래대금과 달리 OI는 자전거래가 포함되지 않아 플랫폼의 실제 거래 활동과 자본 유입을 보다 정확히 반영하며, 높은 IO는 사용자와 자본이 안정적으로 유입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하이퍼리퀴드의 OI는 지속적인 상승세를 기록하며, $HYPE TGE 이후 $2.4B로 최고치를 경신했다. 특히, TGE 직후 불과 이틀만에 $220M의 자본 순유입이 이루어진 점은 시장의 관심이 하이퍼리퀴드로 집중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Source: Hyperliquid
사용자 기반 또한 하이퍼리퀴드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또 다른 지표다. 2024년 11월 30일 기준, 하이퍼리퀴드의 누적 사용자 수는 20만 명을 넘어섰으며, TGE 이후 불과 이틀 만에 1.1만 명의 신규 사용자가 유입되었다. 최근 7일 동안 활성 트레이더 수는 2.4만 명에 달하며, 이는 전체 선물 DEX 시장에서 약 62%의 점유율에 해당한다. 주피터(9.1천 명)와 dYdX(1.7천 명) 등 경쟁 거래소들을 크게 앞서는 수치다.
Source: Hyperliquid
청산 규모(Liquidation)는 특정 기간 동안 강제 청산된 포지션의 총 합계를 나타내며, 거래소의 리스크 관리 시스템과 시장 메커니즘의 효율성을 평가하는 중요한 지표다. 하이퍼리퀴드는 누적 청산 규모 약 $8B를 기록하며, 특히 2024년 8월 5일 비트코인 가격이 몇 시간 만에 $58K에서 $50K 아래로 급락했던 시기에는 $33.5M의 청산 규모를 기록, 최대치를 경신했다.
하이퍼리퀴드는 사용자들로부터 “온체인 바이낸스”라는 별명을 얻으며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아왔다. 그러나 사실 이러한 별명은 하이퍼리퀴드가 추구하는 비전의 단면에 불과하다. 하이퍼리퀴드는 단순히 트레이딩 플랫폼에 머무르지 않고, 온체인 금융의 메카로 거듭나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하이퍼리퀴드는 하이퍼리퀴드 L1과 HyperEVM이라는 두 가지 축을 중심으로 한 아키텍처를 설계했으며, 이러한 구조는 기존 금융 시스템과 견줄만한 트랜잭션 처리 속도와 일반화된 스마트 컨트랙트 환경을 결합하여 온체인 트레이딩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고자 한다.
하이퍼리퀴드 L1은 금융 활동을 위한 목적 중심의 블록체인(purpose-built blockchain)으로, HyperBFT 합의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설계되었다. 이는 Meta의 LibraBFT와 HotStuff에서 영감을 받아 Rust로 개발되었으며, 이론상으로는 초당 최대 200만 건의 주문을 처리할 수 있는 성능을 자랑한다. 하이퍼리퀴드는 2024년 5월 Tendermint에서 HyperBFT로 전환한 이후 20,000 TPS와 0.2초의 파이널리티를 안정적으로 달성하며 온체인 트레이딩 시장에서 CEX 수준의 속도와 유동성을 구현했다. 이러한 성능은 특히 알고리즘 트레이더와 고빈도 트레이딩(HFT) 전략을 구사하는 기관 투자자 및 전문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요소로 작용하며, 하이퍼리퀴드가 CEX들과 경쟁할 수 있는 근본적인 이유가 된다.
일각에서는 네트워크의 초기 설계가 지나치게 중앙화되어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실제로 오늘날 하이퍼리퀴드 L1은 팀에서 운영하는 4개의 노드가 블록 생성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테스트넷에서는 42개의 글로벌 분산 노드가 안정적으로 작동하며, 유사한 성능 지표를 기록했다. 이러한 결과는 속도를 희생하지 않은 채 탈중앙화를 점진적으로 강화하려는 하이퍼리퀴드의 계획이 현실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이며, $HYPE를 이용한 PoS 메커니즘이 도입되면 네트워크의 탈중앙화 수준은 비약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하이퍼리퀴드 L1은 금융에 특화된 컴포넌트들을 온체인에 내장하여 온체인 트레이딩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췄다. 현물 및 선물 오더북, 커스텀 오라클 등의 기능은 온체인 트레이딩 환경에서 기존 금융 시스템에 가까운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면서도 온체인의 투명성과 보안성을 동시에 확보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Source: ASXN Dashboard
HyperEVM은 하이퍼리퀴드의 또다른 핵심 구성 요소로, 하이퍼리퀴드 L1과 동일한 HyperBFT 합의 알고리즘을 사용하여 고성능과 보안성을 유지하면서도 일반화된(general-purpose) 이더리움 스마트 컨트랙트 환경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ERC-20 토큰, 디앱, 브릿지, 지갑 등 이더리움 생태계의 자산과 툴을 하이퍼리퀴드 네트워크로 원활히 통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며, 디앱들이 HyperEVM 위에서 빌딩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
HyperEVM의 주요 특징 중 하나는 System Contract라는 고유 기능을 통해 EVM 개발자들에게 L1 블록 높이, 표시 가격(mark price), 스팟 가격과 같은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참조하거나 활용할 수 있게끔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EVM 개발자들에게 하이퍼리퀴드 L1에 내장된 금융 컴포넌트를 디앱 개발에 직접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HyperEVM은 하이퍼리퀴드의 네이티브 자산(HIP-1)과 ERC-20 토큰 간 아토믹 스왑을 지원함으로써 자산의 이동을 단순화하고, 유동성을 최적화한다. 하이퍼리퀴드 네트워크는 HIP-1 자산 배포자가 EVM내 ERC-20 토큰 컨트랙트를 스팟 자산의 표준(canonical representation)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를 통해 사용자는 하이퍼리퀴드 L1의 네이티브 자산과 EVM 자산간 스왑을 간편하게 실행할 수 있다. 이러한 기능은 하이퍼리퀴드 네트워크가 기존 이더리움 생태계의 자본, 사용자, 개발자 풀을 효과적으로 흡수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현재 HyperEVM에는 Hypurr Fun, PVP Trade, HyBridge를 포함하여 20개 이상의 프로젝트가 이미 배포되었거나 준비 중에 있다. 메인넷 출시 이후 더 많은 프로젝트가 하이퍼리퀴드 생태계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HyperEVM이 단순히 기술적 성과를 넘어 개발자와 사용자 모두에게 실질적인 가치를 제공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현재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합성자산 프로토콜 에테나(Ethena)의 창립자 Leptokurtic 역시 2024년 1분기에 하이퍼리퀴드 거래소와의 연동을 하지 않았던 것을 “가장 큰 실수”로 꼽으며, 하이퍼리퀴드에 대한 인기를 인정했다.
Source: X(@leptokurtic_)
기술은 포크할 수 있어도 커뮤니티는 포크할 수 없다. 내일이면 더 확장성이 뛰어난 블록체인은 반드시 등장할 것이다. 특히, 오픈 소스 철학이 근간에 깔려 있는 블록체인 업계에서는 기술의 공유와 차용이 그 어느 산업보다도 용이하다. 기술은 크립토 업계에 있어 필요 조건이지, 충분 조건이 될 수 없다. 하이퍼리퀴드는 이를 너무 잘 이해하고 있기에 커뮤니티 중심의 운영 방식을 고수하며 커뮤니티를 해자로 삼아왔다.
하이퍼리퀴드는 첫 단추를 제대로 뀄다. 첫째, VC 자본에 의존해 밸류에이션을 부풀리고, 대형 거래소 상장을 통해 리테일 투자자들에게 높은 가격에 매도하는 기존 관행에 지친 시장에 신선한 활력을 불어넣었다. 이로써 크립토 시장의 대화와 방향성을 새롭게 설정했다. 둘째, 결점 없는 제품 퀄리티를 통해 업계 표준을 제시하며 기술적 완성도를 입증했다. 셋째, 성공적인 에어드랍 캠페인을 통해 크립토 역사상 몇 안 되는 마케팅의 귀감이 될 사례를 남겼다. 이러한 점에서 하이퍼리퀴드는 단순히 자신들의 생태계뿐 아니라 크립토 업계 전반에 걸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프로젝트로 평가받을 만하다.
하이퍼리퀴드의 여정은 이제 막 시작이다. 2장은 금융 생태계가 하이퍼리퀴드 L1과 HyperEVM 기반으로 구축되어 새로운 유스 케이스를 창출해낼 때 본격적으로 펼쳐질 것이다. 하이퍼리퀴드가 온체인 금융 허브로 거듭나며 기존 금융 시스템을 혁신해 나갈 미래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