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은 규제가 명확해지고 이더리움이 ‘디지털 상품’으로 인정 받으면서 기관 투자자들이 본격적으로 이더리움을 매집하고 제도권 금융에 도입하기 시작한 해였다. 기관들은 이더리움의 단순 보유를 넘어, 보안과 KYC·AML 기준을 충족하는 강화된 디파이 생태계에 직접 참여해 추가 수익을 노리는 이른바 ‘액티브 머니’ 전략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이더리움 네트워크와 주요 프로토콜들은 확장성 업그레이드와 기관 전용 인프라 구축을 통해 대규모 자본이 생태계 안에서 안정적으로 돌 수 있는 환경을 갖춰가고 있다. 연기금처럼 큰 장기 자본의 유입이 이어지고 401(k) 등 제도적 지원도 강화되는 만큼, 2026년에도 기관들의 이더리움 생태계 투자는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영지식(ZK) 기술은 단순한 블록체인 확장성 솔루션을 넘어, 인프라와 시장 구조를 갖춘 독립적 산업 생태계로 성장하는 전환기에 있다. 산업화의 핵심 기반인 ‘zkVM(영지식 가상머신)’의 빠른 발전으로 개발 진입 장벽이 크게 낮아졌고, 실시간 증명을 충족하기 위한 기술 경쟁도 속도를 내고 있다.
여기에 고성능 연산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고파는 ‘증명자 네트워크’와 비용 절감을 겨냥한 ‘검증자 네트워크’가 등장하며 경제적 시장 구조도 갖춰지기 시작했다. 앞으로 AI와 금융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서 수요가 폭증하면 영지식 증명 시장은 PoS 스테이킹 시장에 견줄 만큼 커질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HTTPS처럼 디지털 생태계의 핵심 신뢰 계층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2025년은 기관 투자자들이 본격적으로 암호화폐 시장에 진입한 해였다. 규제가 명확해지고 시장이 성숙하면서, 기관들은 높은 수익 가능성과 포트폴리오 다각화 측면에서 암호화폐를 전략적 자산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실제로 EY의 2025년 설문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기관 투자자의 83% 2025년 안에 디지털 자산 비중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응답했다.
이 가운데 가장 큰 관심을 받은 자산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었다. 특히 이더리움은 DAT(Digital Asset Treasury) 기업들의 지속적인 매수세가 두드러졌다.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이더리움 DAT인 비트마인(Bitmine)은 2025년 한 해에만 약 300만 개의 ETH를 추가로 매수해, 이더리움 전체 발행량의 약 2.8%에 해당하는 350만 개 이상의 ETH를 보유하게 됐다. 이런 기관들의 매수 확대 이유는 이더리움이 이미 비트코인에 이어 제도권 내에서 확고한 입지를 구축한 자산으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평가는, 2024년 말 비트코인에 이어 이더리움 현물 ETF가 승인된 데 이어, 2025년 7월 CLARITY Act가 통과되면서 더욱 공고해졌다. 이 법안은 비트코인, 이더리움, 카르다노와 같은 암호화폐를 ‘디지털 상품(Digital Commodity)’으로 분류할 근거를 마련했다. 해당 블록체인들이 ‘성숙한 블록체인(Mature Blockchain)’으로 인정받으면서, 이더리움은 ‘증권’으로 분류될 위험에서 벗어나 CFTC(Commodity Futures Trading Commission) 관할의 ‘상품’으로서 지위를 확보했다.
이러한 규제적 명확성은 전통 금융권이 이더리움을 활용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강화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블랙록(BlackRock)의 BUIDL 펀드나 도이치 뱅크(Deutsche Bank)의 토큰화 사업처럼, 주요 금융기관들이 실제 비즈니스 운영에 이더리움을 적극 도입하기 시작한 것도 같은 흐름의 연장선상에 있다.
그러나 기관들이 이더리움을 선택하는 이유는 단순히 규제 완화나 제도권 내 비트코인과의 동등한 지위 때문만은 아니다. 이더리움은 스마트 컨트랙트를 통해 '프로그래머블 머니(Programmable Money)'라는 개념을 현실화하여, 기관 투자자들이 이더리움의 단순 보유를 넘어 자신들이 보유한 이더리움을 활용해 유동성과 수익 기회가 공존하는 디파이 시장에 직접 참여할 수 있게 했다. 이런 점은 기관들이 이더리움을 선호하는 중요한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
EY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향후 2년 내 디파이 프로토콜에 직접 참여할 계획이 있는 기관 투자자는 52%에 달했으며, 이미 디파이를 활용 중인 기관도 24%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은 스테이킹(40%), 파생상품(38%), 대출(34%) 등 이더리움 기반 디파이 영역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여전히 약 76%의 기관이 이더리움을 현물로 보유하는 이유는 규제 요건 때문이다. 현물 ETF는 SEC의 수탁 규정에 따라 자산을 자격 있는 수탁자가 보관해야 하는데 디파이는 비수탁 구조라 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초기 ETF 승인 당시에는 슬래싱과 중앙화 우려 때문에 스테이킹이 금지되었지만, 2025년 들어 SEC가 리퀴드 스테이킹을 증권으로 보지 않는다고 판단하면서 그레이스케일 ETH ETF 등 일부 상품을 중심으로 스테이킹 허용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그럼에도 디파이 참여는 미등록 증권 이슈나 은행비밀보호법(BSA) 기반의 KYC·AML 의무 위반 위험을 여전히 포함한다.
DAT는 고객 자산을 직접 운용하지 않아 ETF보다 운용 자유도는 높지만, 상장 기업 특성상 내부 통제와 회계 보고 의무가 있어 디파이를 통한 손실이 발생하면 수탁자 의무 위반 소송 위험이 있고 SEC나 CFTC로부터 추가 등록 요구가 제기될 가능성이 있어 많은 기관이 보수적 현물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보안 리스크도 기관들의 디파이 진입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2025년 11월 발생한 밸런서(Balancer) 해킹은 스마트 컨트랙트의 batchSwap 기능에서 숫자 내림 처리 방식이 부정확하게 구현된 점을 노린 공격이었다. 이 취약점을 이용해 해커는 이더리움, 폴리곤, 베이스 등 여러 체인에서 트랜잭션을 반복 실행하며 스왑 과정에서 생기는 미세한 토큰 차액을 계속 끌어모았다. 단일 거래 수준에서는 거의 의미 없는 차이였지만, 이를 대량으로 누적한 결과 피해 규모는 1억 달러를 넘어섰다. 스마트 컨트랙트의 작은 허점 하나가 거대한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이번 사건은 기관들에게 디파이 리스크의 현실성을 각인시켰다.
그러나 이더리움 디파이 생태계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아베(Aave), 이더파이(EtherFi), mETH 프로토콜(mETH Protocol), 아이겐클라우드(EigenCloud) 등 주요 프로토콜들은 제도권 자본 유입을 목표로 보안 강화와 규제 대응에 집중하고 있다.
보안 강화: 2025년 이후로 아베는 Certora, Enigma Dark에게, 이더파이와 아이겐클라우드는 Certora, mETH 프로토콜은 MixBytes, Blocksec 등 다수의 기관에서 스마트 컨트랙트 검증을 받으며 취약점을 사전에 차단하고 있다.
규제 대응: 규제 대응 측면에서는 아베가 기관 전용 실시간 트랜잭션 모니터링과 AI 기반 KYC 시스템을 도입해 FATF의 AML 가이드라인을 준수하고 있으며, 이더파이는 DAT인 ETH Strategy와 협력해 KYC를 준수하는 리스테이킹 솔루션을 제공함으로써 기관이 내부 통제 의무를 충족하면서도 디파이 참여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이처럼 보안과 규제 측면에서 신뢰성을 강화하려는 노력 덕분에 이더리움 디파이 생태계는 점차 제도권 자본이 참여할 수 있는 수준의 금융 인프라로 성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관 투자자들도 점차 현물 보유를 넘어, 이더리움을 활용한 새로운 수익 기회를 탐색하기 시작하고 있다.
기관 투자자들이 디파이 생태계로 유입될 수 있는 기반이 갖춰지면서, 이더리움과 디파이 프로젝트들은 기관 자본이 곧 미래 성장의 동력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단순히 자본을 끌어오는 단계를 넘어, 이더리움 생태계 내로 유입된 자본의 ‘체류’와 ‘순환(유량)’을 극대화하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L1/L2 확장성 업그레이드
2024년 3월 덴쿤(Dencun) 업그레이드에서 프로토-댕크샤딩(EIP-4844)이 도입되며 블롭(Blob) 기반 데이터 구조가 적용되었고, 이를 통해 데이터 가용성 비용이 크게 낮아졌다. 이후 진행된 펙트라(Pectra) 업그레이드는 이 블롭 용량을 2배로 확대해 L2 수수료 절감 효과를 더욱 강화했다.
2025년 12월로 예정된 푸사카(Fusaka) 업그레이드는 PeerDAS(Peer-to-Peer Data Availability Sampling)를 적용해 데이터 샘플링 효율을 높여 롤업 비용을 추가로 낮출 계획이다. 이러한 일련의 확장성 개선은 이더리움 네트워크가 글로벌 수준의 처리량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기관급 디파이 플랫폼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다.
Source: institutions.ethereum.org
기관을 위한 이더리움
이더리움 재단은 기관 채택을 촉진하기 위해 전용 전략을 정비하고, 이를 실행하는 전담 채널을 만들기 시작했다:
기관형 게이트웨이 공개: 2025년 1월 말, 이더리움 재단은 기관 투자자를 위한 공식 웹사이트를 개설해 보안 구조, 프라이버시 기술, L2 확장성, RWA·스테이블코인·디파이 활용 사례 등을 종합적으로 안내하고 있다. 특히 블랙록(BlackRock), 비자(Visa), 코인베이스(Coinbase) 등의 사례를 중심으로 온체인 금융 인프라로서의 이더리움을 이해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트릴리온 달러 보안’ 이니셔티브: 수조 달러 규모 자산을 수용할 수 있는 보안 수준을 갖추기 위한 계획으로, 프로토콜 자체의 기술적 안정성은 물론 지갑 사용성과 보안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이는 기관 자본이 요구하는 신뢰 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Etherealize: 이더리움 재단과 긴밀히 협력하며 기관 대상 제품·마케팅 기능을 담당하는 조직으로, 전통 금융(TradFi) 경험을 바탕으로 월스트리트와 이더리움을 연결하는 교두보 역할을 맡고 있다. 토큰화, 프라이버시 인프라 등 기관 맞춤형 기술 솔루션을 개발하고, 이더리움을 '현금 흐름을 창출하는 자산’으로 재정의하는 연구·BD 활동을 전개해 기관 자금 유입을 촉진하고 있다.
아베 (Aave)
2025년 4분기 V4 업그레이드를 통해 "hub-and-spoke" 유동성 모델을 도입하고, 체인링크(Chainlink)의 Automated Compliance Engine (ACE) 통합 및 Maple Finance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기관 자산을 400억 달러 규모의 디파이 대출 시장에 통합했다. 이 모델은 기관 자본의 효율적 배분을 가능하게 하며, RWA 확장을 통해 장기 자본 유치를 촉진한다.
추가로, 아베는 호라이즌(Horizon) 플랫폼을 출시하여 기관이나 자격 있는 사용자가 토큰화된 RWA를 담보로 스테이블코인을 빌릴 수 있게 했다. 특히 호라이즌은 SEC와 같은 규제 기관의 요구사항(KYC/AML, 보고 의무)을 준수하도록 설계되어 ETF나 DAT 같은 기관이 디파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브릿지의 역할을 하면서도 법적 리스크를 최소화한다.
이더파이 (EtherFi)
2025년 3분기 업그레이드로 기관 등급 ETH 스테이킹을 강화하고, 5,000만 달러 규모의 ETH 바이백 프로그램을 승인했다. 또한 팔콘엑스(FalconX)와의 통합을 통해 디파이와 전통 금융을 잇는 브릿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기관 자본의 안정적 유입을 돕고, 유동성 스테이킹 및 리스테이킹을 통한 수익 창출을 가속화한다.
또한 이더파이는 리니아(Linea), 아이겐클라우드, 앵커리지 디지털(Anchorage Digital)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샤프링크(SharpLink)의 2억 달러치의 기관 보유 ETH를 배포하며, 샤프링크의 ETH를 위한 주요 스테이킹 솔루션 역할을 할 예정이다.
mETH 프로토콜 (mETH Protocol)
리퍼블릭 테크놀로지(Republic Technologies)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공기업 트레저리가 선택한 최초의 유동성 스테이킹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다. 또한 CopperHQ의 커스터디 지원을 통해 기관이 안전하게 mETH의 네이티브 수익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며, 대형 CEX인 바이빗(Bybit)과의 통합으로 기관 투자 접근성과 편의성을 높이고 있다. 그리고 리스테이킹 수익을 추가로 얻을 수 있는 cmETH 상품을 통해 기관들이 mETH 프로토콜의 기관형 디파이 서비스 내에서 자본 효율화와 수익 극대화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아이겐클라우드 (EigenCloud)
아이겐클라우드는 리스테이킹 메커니즘을 통해 이더리움의 보안을 강화하는 동시에 기관에게 추가적인 수익 기회를 제공하며, 기관 자본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 샤프링크의 2억 달러 규모 ETH 배포를 유치하며 기관 ETH 자본의 중심 허브로 자리 잡았다.
또한 2025년 11월 토큰 터미널(Token Terminal)과의 데이터 파트너십을 통해 기관 투자자들에게 표준화된 지표를 제공함으로써 투명성을 한층 높였다. 더불어 리니아와의 통합을 통해 아이겐디에이(EigenDA)를 내장하고 확장성을 강화함으로써, 기관급 인프라의 안정성을 확보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기관 전용 자본 파이프라인이 본격적으로 작동하며 기관 자본이 유입되기 시작하면, 이더리움과 디파이 생태계 그리고 기존 리테일 투자자들은 여러 방면에서 구조적 변화를 맞게 될 가능성이 크다.
2025년 트럼프 행정부의 행정명령(EO)으로 401(k) 플랜에서 약 9.3조 달러 규모의 자금이 암호화폐 투자에 활용될 수 있게 된 것은, 리테일 자본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대규모 기관 자금 유입의 신호탄이었다. 특히 급여 일부를 정기적으로 투자하는 DCA(dollar-cost averaging) 구조는 암호화폐 시장으로의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자본 유입을 의미하며, 이더리움 생태계에 강력한 선순환 효과를 만들어낸다.
시장 안정성 및 신뢰도 향상: 기관의 대규모 ETH 매수 및 장기 보유는 시장 변동성을 낮추고, 이더리움을 보다 성숙한 자산으로 만든다. 이는 리테일 투자자에게 이더리움 장기 보유 신뢰를 높여주며, ETF와 같은 상품의 확대는 규제 명확성을 높여 시장 전반의 신뢰도를 강화한다.
이더리움 보안 강화 및 및 디파이 효율 개선: 기관의 스테이킹 참여는 이더리움 네트워크의 보안을 강화하고, 디파이 프로토콜에 대한 대규모 유동성 공급은 거래 슬리피지를 줄여 리테일 이용자에게 더 낮은 거래 비용과 높은 유동성을 제공한다.
접근성 증가: 기관의 디파이 참여는 이더리움을 주류 금융 자산으로 끌어올리며, 리테일 투자자에게 간접 투자 기회를 제공한다. ETF나 기관형 플랫폼을 통한 접근은 초보 디파이 투자자에게 교육적 효과를 주고, 기관의 시장 참여는 더 양질의 데이터와 리서치 자료를 시장에 제공한다.
다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아 있다:
수익률 하락: 기관 자금이 유입되면서 디파이 전반의 수익률은 점차 낮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위험 대비 수익 매력도가 떨어질 수 있으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 실물 자산(RWA)을 온체인으로 연결하려는 시도가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중앙화 리스크: 스테이킹된 ETH가 라이도(Lido) 등 대형 플랫폼에 집중되며 중앙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비탈릭 부테린 역시 이 문제를 지적한 바 있으며, 대형 기관 자본이 안정성을 이유로 특정 플랫폼에 몰릴 경우 이더리움의 탈중앙성은 약회될 수 있다. 이를 완화하기 위해 스테이킹 플랫폼의 다양화를 촉진하는 인센티브를 마련하고, 디파이 시장 점유율을 의도적으로 분산시켜 기관 투자자들이 다양한 스테이킹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관들의 이더리움에 대한 러브콜은 쉽게 멈추지 않을 전망이다. 미 노동부(DOL)가 암호화폐를 ‘중립적 자산’으로 인정하며 401(k) 외에도 연기금과 대학 기부금 등 다양한 기관 자본의 암호화폐 투자 접근성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로 약 1,000억 달러 규모의 미시간 주 연기금(MSRS)은 2025년 초 그레이스케일 ETH Trust(ETHE) 46만 주(약 960만 달러)를 보유하며 이더리움 직접 노출을 확대했다. 또한, 약 1,500억 달러 규모의 위스콘신 주 투자 위원회(WSIB)는 2024년 암호화폐 펀드 투자로 약 2억 달러의 수익을 실현한 뒤, SEC의 리퀴드 스테이킹 승인 등에 힘입어 2026년까지 RWA 및 디파이 분야에 기금의 약 5%를 할당할 계획을 밝혔다.
이처럼 제도권 친화적 구조 개선과 기술적 신뢰가 더 확보되면 2026년에도 기관들의 이더리움에 대한 러브콜은 계속될 것이다. 기관들은 기존에 현물로만 들고 있던 이더리움을 ‘데드머니(dead money)’가 아닌, 지속적인 파생 수익을 창출하는 ‘액티브머니(active money)’로 활용하게 되고, 이런 전환은 이더리움 네트워크의 보안 강화와 디파이의 자본 효율성 개선으로 연결될 것이다. 그 결과 리테일 투자자들도 이더리움의 가치 안정성과 디파이의 거래 효율성 측면에서 더 나은 환경을 제공받게 될 것이다.
현재 영지식(Zero-Knowledge, ZK) 기술은 독립적인 산업 생태계로 자리 잡기 전 단계에 있으며, 블록체인에 강하게 의존하는 과도기적 국면을 지나고 있다. 시장 규모도 2025년 기준 약 18억 달러 수준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글로벌 IT 인프라 시장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규모이다.
지금까지의 수요는 거의 대부분 이더리움 L2 확장을 위한 ZK 롤업(ZK-Rollup)에 집중되어 있다. 반면 애플리케이션이나 인프라 영역에서 영지식 기술이 활용되는 비중은 통계적으로 의미 있다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낮다. 이런 상황은 영지식 기술이 아직 독자적 산업으로 자리하기보다, 블록체인 성능을 높이기 위한 보조 기술로 쓰이는 단계에 머물러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블록체인 외부에서는 여러 실험적 시도가 나타나고 있다. 디지털 신원(DID), 금융 분야의 정보 보호, AI 모델 검증(zkML) 등은 영지식 기술이 가진 데이터 프라이버시와 검증 능력이 블록체인 영역 밖에서도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이러한 시도가 산업적 확산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있다.
Source: American Experiment
19세기 초, 전기는 실험실을 벗어나지 못한 기술이었다. 마이클 패러데이의 발견이 산업이 되기까지는 두 가지 단계가 필요했다.
먼저 ‘인프라(Infrastructure)’가 깔려야 했다. 에디슨, 테슬라, 웨스팅하우스가 발전소와 송전선, 변압기를 연결하려는 ‘전력망(The Grid)’을 구축하기 전까지 공장들은 자체 발전기를 돌려야 했고, 전기는 여전히 비효율적이었다. 전력망이 자리잡자 누구나 전원 플러그만 꽂으면 전기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고, 전기는 생산성을 크게 끌어올린 범용 자원이 되었다.
그 다음은 ‘경제적 구조(Economic Structure)’의 형성이었다. 전력망 위에 ‘전력 미터기’가 도입되면서 생산자와 소비자가 분리되고, 사용량에 따라 요금을 지불하는 ‘유틸리티 시장’이 생겼다. 이 구조 덕분에 공장들은 자가 발전기를 버리고, 효율적인 중앙 전력을 선택할 수 있었다.
현재 영지식 기술은 마치 ‘자가 발전기’ 시대에서 ‘전력망’ 시대로 넘어가는 시점에 와 있다. 복잡한 암호 회로를 누구나 쉽게 돌릴 수 있게 해주는 범용 인프라인 ‘영지식 가상머신(zkVM)’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고, 그 위에서 증명과 검증 연산을 사고파는 경제 구조도 형성되기 시작했다.
전력망이 전기를 범용 에너지로 만들었듯, zkVM은 영지식 기술을 일부 전문가의 영역에서 범용 컴퓨터 환경으로 확장시켰다. 과거에는 애플리케이션마다 ‘전용 회로(Circuit)’를 직접 설계해야 했지만, zkVM 덕분에 개발자는 러스트(Rust)나 C++ 같은 일반 프로그래밍 언어로 코드를 작성하면 되고, zkVM이 이를 자동으로 ‘증명 가능한 형태’로 변환한다. 이는 진입 장벽을 크게 낮춘 표준 인프라의 등장으로 볼 수 있다.
또한 기술의 발전은 언제나 경쟁이 붙을 때 속도가 더 빨라진다. 이런 흐름에 기름을 부은 것이 2025년 7월 이더리움 재단의 실시간 증명(Real-Time Proving, RTP) 벤치마크 기준 공개였다. 재단은 “이더리움 블록을 10초 이내에 99%이상 증명해야 한다”와 “소요 비용은 10만 달러 이하여야 한다”를 포함한 6개의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이 기준은 zkVM이 실제 블록체인 네트워크 속도를 따라갈 수 있는지 판단하는 중요한 지표가 되면서 주요 zkVM 프로젝트들은 이를 충족하기 위한 경쟁에 돌입했다.
피코 프리즘(Pico Prism) made by 브레비스(Brevis)
브레비스의 피코 프리즘은 현재 속도와 효율성 측면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64개의 RTX 5090 GPU를 사용해 45M 가스 규모의 이더리움 블록 99.6%를 평균 6.9초 만에 증명하며, 이더리움 재단이 제시한 실시간 증명 기준에 가장 근접한 성능을 보였다. 피코 프리즘은 비용 효율성 개선을 통해 개인이 집에서 증명을 생성할 수 있는 '홈 프루빙(home proving)' 시대를 목표하고 있으며, 모듈러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검증 가능한 AI와 지능형 디파이 응용을 겨냥하고 있다.
SP1 하이퍼큐브(SP1 Hypercube) made by 석싱트(Succinct)
석싱트의 SP1 하이퍼큐브는 이미 아비트럼(Arbitrum)과 맨틀(Mantle) 등 주요 롤업들이 공식 채택한 SP1 모델의 내부 성능을 끌어올린 새로운 모델이다. 약 93%의 이더리움 블록을 12초 내에 증명하며 실시간 증명 기준에 근접했고, 네더마인드 시큐리티(Nethermind Security)와의 협력을 통해 ‘형식적 검증(Formal Verification)’ 작업까지 완료해 금융권 인프라에 수준의 보안성을 확보했다.
R0VM 2.0 made by 리스크제로(RISC Zero)
zkVM의 초기 선구자인 리스크제로는 R0VM 2.0에서 효율성과 확장성을 강화했다. 이전 버전 대비 메모리 효율을 15배 개선하고 증명 비용을 5배 절감해 대규모 연산이 필요한 환경에서도 경제적으로 운용할 수 있게 되었으며, 메모리 제한을 3GB로 확장하여 기존에는 불가했던 복잡한 프로그램까지 증명할 수 있게 되었다.
zkVM 인프가 자리 잡기 시작하자, 이를 기반으로 연산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기 위한 '증명·검증 시장'이 등장하고 있다. 아무리 뛰어난 인프라도 경제적 효율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산업화될 수 없기에, 증명과 검증이 하나의 ‘자산’이자 거래 단위로 기능하기 시작한 것이다.
증명자 네트워크 (Prover Network)
증명 생성에는 고성능 GPU가 필요하고, 이는 높은 고정비용을 요구한다. 이런 비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성능 GPU를 직접 갖추지 않아도 외부 참여자가 유휴 자원을 제공하고 보상을 받는 '양면 시장(Two-sided Market)'이 커지고 있다. 사용자는 클릭 몇 번으로 글로벌 GPU 클러스터의 증명 능력을 빌릴 수 있는 ‘증명 클라우드’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2025년 하반기부터는 이 시장이 본격적인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Succinct Prover Network: SP1 인프라를 기반으로 하는 이 네트워크는 2025년 8월 메인넷 출시 이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증명 콘테스트’ 메커니즘을 통해 가장 효율적인 가격과 속도를 제시한 증명자가 작업을 도맡게 되며, 2025년 11월 기준 누적 72만 건 이상의 증명을 처리했다.
Boundless: 리스크제로 zkVM을 기반으로 한 바운드리스는 2025년 9월 베이스(Base) 체인에 메인넷을 론칭했다. 무의미한 해시 연산 대신 유용한 증명 작업을 수행하는 ‘PoVW(Proof of Verifiable Work)’ 방식을 도입하여, 출시 2개월 만에 2,700명 이상의 프루버가 참여하고 156만 건 이상의 요청을 처리하는 성과를 냈다. 이는 중소 규모의 증명자들도 $ZKC 인센티브를 통해 생태계에 기여할 수 있는 개방형 시장이 안착했음을 의미한다.
검증자 네트워크 (Verifier Network)
이더리움 메인넷과 같이 상대적으로 느리거나 수수료가 비싼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검증을 하려 할 때 수많은 증명을 하나로 묶어 검증 비용을 낮추는 특화 레이어도 등장했다.
zkVerify: 영지식 증명 검증에 특화된 L1 블록체인으로, 수천 개의 개별 증명을 하나의 ‘최종 증명(aggregated proof)’으로 압축하여 이더리움에 제출함으로써, 기존 대비 가스 비용을 최대 90% 이상 절감시키고 1초 미만의 검증 속도를 제공한다. 테스트넷에서 이미 600만 건 이상의 검증을 마친 후 2025년 9월 메인넷을 출시했으며, 현재 40개 이상의 네트워크와 파트너십을 맺고 ‘범용 검증 레이어’로 확장 중이다.
Aligned Layer: 아이겐클라우드의 AVS로 작동하는 영지식 증명 검증 레이어로, 이더리움 메인넷에서 영지식 증명을 ~250K 가스 수준에서 빠르고 저렴하게 처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레이어는 증명 집계 서비스를 활용해 수천 개의 증명을 한 번에 처리함으로써 가스 한계 문제를 줄이고, 다양한 영지식 시스템(SP1, RISC Zero, Groth16 등)을 지원하는 범용성과 탈중앙 보안 구조를 기반으로 40개 이상 파트너와 함께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영지식 산업의 성장 가능성은 추상적인 기대가 아닌, 실제로 늘어나는 수요에 기반하고 있다. 코러스원 자료에 따르면, 2024년에 이미 약 5억 9천만 건의 영지식 증명 필요 트랜잭션이 발생했고, 2030년에는 약 6,000억 건 이상으로 1,000배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수요는 블록체인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영지식 산업은 AI, 전통 금융, 헬스케어 등 데이터 신뢰성과 프라이버시가 중요한 산업군 어디에든 적용할 수 있는 높은 ‘이식성(Portability)’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AI/ML: 최근 zkML(Zero-Knowledge Machine Learning) 연구가 활발해지며, 모델의 학습 데이터나 파라미터를 공개하지 않고도 AI의 결과값이 조작되지 않았음을 검증하는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전통 금융: EU의 디지털 신원 지갑(EUDI Wallet)이나 캐나다 중앙은행의 CBDC 설계 보고서에서 볼 수 있듯, 계좌 잔액이나 신용 점수 같은 민감 정보를 숨긴 채 '자격 요건'만 증명하는 프라이버시 보호 기술로 채택되고 있다.
제조 및 공급망: 일본의 테이진(Teijin)과 네덜란드의 서큘러라이즈(Circularise) 사례처럼, 기업 기밀을 공개하지 않고도 원자재의 탄소 배출량이나 규제 준수 여부를 검증하는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전방위적인 수요 증가는 영지식 산업의 인프라(zkVM)와 경제적 구조(증명·검증 시장)의 고도화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다양한 산업군에서 쏟아지는 수천억 건의 증명과 검증 요청을 처리하기 위해선, 더 빠르고 저렴한 ‘범용 컴퓨팅 엔진(zkVM)’과 이를 뒷받침할 효율적인 ‘연산 자원 시장’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코러스원 보고서에 따르면, 영지식 증명·검증 시장은 더 이상 기술 지원의 세부 영역이 아니라 비트코인 채굴(PoW), 이더리움 스테이킹(PoS)에 이은 새로운 암호 경제 인프라로 부상하고 있다. 2025년 초 기준 주요 PoS 체인에서 발생하는 연간 스테이킹 보상은 약 163억 달러로 추정되며, 이 가운데 인프라 제공자인 검증자가 가져가는 수수료 규모는 약 8억 달러 수준으로 계산된다.
반면 영지식 증명 시장은 2025년 약 9,700만 달러에서 연평균 68.6%의 속도로 성장해 2030년에는 약 13억 4천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현재 PoS 검증 보상 시장과 비교하면 약 1.6배 정도 되는 규모다. 즉, 영지식 증명·검증 인프라가 본격적으로 자리 잡을 경우 오늘날의 PoS 검증 인프라와 비슷하거나 그 이상 수준의 수익 기회를 만들어내며 암호 경제에서 세 번째 축으로 자리할 가능성이 있다.
이처럼 대규모 수요와 자본이 유입되면 ‘전문적인 분업화’는 자연스럽게 더 빨라질 것이다. 6,000억 건 수준의 트랜잭션을 처리하려면 증명 시장은 고성능 GPU 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제공하는 대규모 증명자 네트워크 중심으로 재편될 수 밖에 없다. 검증 시장 또한 수많은 증명을 낮은 비용으로 처리해 주는 전문 검증 네트워크 없이는 지속되기 어렵다. 결국 향후 5년 내에 영지식 기술은 단순한 소프트웨어 단계를 넘어, 연산 자원을 사고파는 거대한 ‘컴퓨팅 원자재 시장’을 형성하게 될 것이다.
zkVM과 증명·검증 시장의 성장은 곧 영지식 산업 전체의 펀더멘털 강화로 연결된다. 더 커진 증명 시장은 인프라의 단가를 낮추고, 낮아진 진입 장벽은 다시금 AI, 금융, 헬스케어 등 타 산업의 더 많은 도입을 이끌어내며 강력한 선순환을 만들어낸다.
OECD가 AI와 프라이버시 기술(PET)의 융합을 강조하고, EU가 디지털 ID의 설계 단계부터 영지식 증명을 기본 요소로 포함시키는 흐름은 영지식 기술이 단순한 ‘옵션’이 아님을 방증한다. 이러한 선순환이 본격적으로 자리 잡으면, 영지식 기술은 특정 산업의 도구를 넘어 디지털 상호작용 전반을 지탱하는 기본 산업 인프라가 될 것이다. 마치 HTTPS가 웹의 기본 신뢰 계층이 된 것처럼, 영지식 기술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모든 데이터의 신뢰를 유지하는 기반 기술로 자리잡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