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EIP 전반 흐름은 토큰 확장, 컨트랙트 구조 개선, 메시징 등의 ERC를 중심으로 신규 제안과 상태 격상이 고르게 나타났으며, 이는 기관 관심과 자금 유입 흐름, 그리고 12월 후사카 업그레이드 이후 회복된 개발 모멘텀이 함께 반영된 결과라고 보여진다.
네트워크 레벨 측면에서는 후사카 업데이트와 직접 연관된 EIP들의 진전이 두드러진 반면, 롤업 개선 표준(RIP)은 비교적 정체된 모습을 보였다.
한편, 이더리움이 기관 친화적인 인프라로써 시장의 큰 관심을 받는 가운데 특히 주목할 만한 흐름은 스테이킹을 기점으로 기관형 온체인 수익 파이프라인을 구축하려는 여러 생태계 플레이어들의 시도이다.
이더리움은 스마트 컨트랙트라는 개념을 기존의 분산 원장 구조에 접목하며 블록체인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이러한 설계 철학은 EIP(Ethereum Improvement Proposal)라는 형태를 통해 점진적으로 구체화되었고, 그 결과 블록체인은 단순한 가치 저장 수단을 넘어 실제 비즈니스와 다양한 유스케이스를 담아낼 수 있는 인프라로 진화하고 있다. 이러한 발전의 흐름 속에서, 각기 다른 시각과 문제의식을 지닌 오피니언 리더들이 EIP 논의에 더욱 폭넓게 참여한다면, 우리가 그려보는 디지털 네이티브한 미래 역시 한층 더 풍부해질 수 있을 것이다.
본 아티클은 매월 새롭게 Draft 단계로 채택되는 제안들과, 그 과정에서 상태(status)가 변화하는 주요 제안들을 하이레벨에서 조망하며 EIP 트렌드를 정리한다. 이를 통해 빌더와 비즈니스 관계자들이 EIP의 흐름과 맥락을 보다 입체적으로 이해하고, 나아가 각자의 영역에서 새로운 가치를 제안하는 데 참고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본 아티클과 관련된 EIP 데이터는 EIP, ERC, RIP 공식 깃허브 레포지토리를 각각 활용해 수집·분석되었다.
1월의 EIP 흐름은 이더리움이 활용 범위를 넓히는 과정과 인프라 안정화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신규 제안과 상태가 격상된 EIP들은 토큰 확장 표준, 컨트랙트 구조 개선, 메시징 관련 ERC를 중심으로 비교적 고르게 분포했으며, 이는 최근 수개월간 이어진 기관 관심과 자금 유입 흐름, 그리고 12월 후사카(Fusaka) 업그레이드 이후 회복된 개발 활동이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
인프라 측면에서는 후사카 업그레이드와 직접적으로 연결된 EIP들의 상태 격상이 특히 두드러졌다. 반면 롤업 개선 표준(RIP) 영역에서는 이번 달 뚜렷한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는데, 이는 단기적으로 L1 안정화와 기반 정비에 개발 리소스가 집중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편 AI 트렌드와 맞물려, 최근 메인넷 런칭을 완료한 ERC-8004*를 중심으로 한 에이전트 표준 논의도 주목할 만하다. 이는 이더리움이 에이전트 중심의 자율 시스템의 신원과 권한, 그리고 상호작용을 온체인에서 다룰 수 있는 조정 레이어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며, 향후 애플리케이션과 표준 설계의 방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RC-8004(Trustless Agents) ; 에이전트를 표준화된 ID, 평판 및 검증 메커니즘을 갖춘 온체인 엔티티로 표현하기 위한 프레임워크
1월 한달 간 새로이 Draft로 채택된 EIP의 수는 총 24개로, 전월대비 14개가 증가하였다. 당월의 새로운 Draft 상태의 EIP는 ERC가 지배적이었다.
아래는 새로이 Draft로 채택된 EIP들을 더욱 세부적으로 분류해보고, 특별히 주요깊게 살펴볼만한 EIP들을 살펴본다.
2.1.1 EIP-8141: Frame Transaction
전통적인 이더리움 트랜잭션 모델은 고정된 서명 스킴인 ECDSA와 외부 소유 계정(EOA)을 전제로 설계되어 왔다. 이러한 구조는 초기 네트워크의 단순성과 보안성을 확보하는 데 효과적이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프로토콜이 보다 유연한 검증 로직과 다양한 서명 방식, 나아가 발전하는 암호체계(Post-Quantum 등)를 수용하는 데 구조적인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특히 인증 방식과 실행 조건이 복잡해질수록, 이더리움의 단일 서명과 단일 계정에 기반한 트랜잭션 모델은 현실적인 요구를 담아내기 어려운 틀이 되었다.
계정 추상화(Account Abstraction)를 포함한 여러 개선 제안들은 이러한 문제를 완화하려는 시도였다. 가장 대표적으로 ERC-4337은 스마트 컨트랙트 계정을 통해 서명 검증과 가스 지불 로직을 유연하게 구성할 수 있는 길을 열었지만, 트랜잭션 레벨 자체는 기존 ECDSA 기반 구조를 그대로 유지했다. 그 결과, 다양한 서명 방식과 검증 로직은 컨트랙트 내부에서 우회적으로 처리될 뿐, 프로토콜이나 밈풀, 블록 빌더가 이를 직접 이해하거나 해석할 수는 없었다.
EIP-7702 역시 이러한 한계를 어느정도 인식하고, EOA가 트랜잭션 단위로만 스마트 컨트랙트 코드를 위임 실행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UX와 전환 비용을 낮추는 접근을 제안했지만, 트랜잭션 입구와 검증 모델 자체는 여전히 ECDSA에 묶여 있었다. 이는 그간의 계정 추상화가 기능적으로는 진전되었지만, 트랜잭션 모델 차원에서는 근본적인 제약이 남아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등장한 EIP-8141 (Frame Transactions)는 문제를 보다 근본적인 수준에서 재정의한다. EIP-8141은 기존의 단일 트랜잭션 형식을 확장해, 검증·실행·가스 지불 방식을 각각 독립적인 프레임(frame)으로 표현할 수 있는 새로운 트랜잭션 구조를 도입한다. 즉, 트랜잭션은 더 이상 하나의 고정된 서명 객체가 아니라, 여러 개의 프레임이 결합된 집합으로 해석되며, 네트워크는 이 프레임들을 조합적으로 처리해 유효성을 판단한다.
EIP-8141이 제안하는 프레임 트랜잭션의 핵심은 프로그램 가능(programmable)하고 조합 가능한(composable) 검증 프레임(validation frames)의 구성에 있다. 이러한 프레임 구조는 단일 계정·단일 서명에 의존하는 구조를 벗어나, 트랜잭션이 포함한 여러 프레임을 순차적 혹은 선택적으로 처리함으로써 지갑 UX, 인증 체계, 검증 로직을 프로토콜 레벨에서 정의하고 확장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스마트 컨트랙트 기반 검증이나 가스 후원(gas sponsorship)과 같은 계정 추상화의 핵심 기능들이, 더 이상 예외적인 우회 구조가 아니라 프로토콜 단위의 트랜잭션 모델의 자연스러운 일부로 편입될 수 있다.
기술적 당위성은 서명과 검증 로직을 수용하는 표준화된 틀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더욱 분명해진다. 기존에도 EIP-2718 등을 통해 트랜잭션 타입의 확장 자체는 가능했지만, 서명 방식과 검증 체계의 유연성은 여전히 제한적이었다. EIP-8141은 밈풀 정책, 빌더의 트랜잭션 수용 기준, 페이마스터 구조 등을 프레임 단위로 정의할 수 있게 함으로써, 프로토콜이 특정 서명 스킴에 고정되지 않고 다양한 검증 방식을 병렬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확장성있는 솔루션을 제시한다.
결과적으로, EIP-8141은 밈풀 정책, MEV 흐름, 트랜잭션 이코노미 등 다양한 영역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프레임 트랜잭션은 어떤 트랜잭션이 밈풀에 들어올 수 있는지, 어떤 조건에서 블록에 포함되는지를 보다 명시적으로 드러내기때문에 주문 흐름(order flow)과 경제적인 유인 체계를 재구성할 여지를 만든다. 더 나아가 Post-Quantum 환경을 고려할 때, 프레임 트랜잭션은 새로운 암호체계를 기존 ECDSA와 공존시키거나 혹은 다양한 체계로써 점진적으로 전환할 수 있는 구조적 기반을 제공한다.
이러한 점에서 EIP-8141은 단순히 단기적인 UX 개선 따위의 의의를 넘어, 이더리움이 장기적으로 확장성과 보안성을 함께 가져가며 진화하기 위한 핵심적인 이니셔티브로 평가될 수 있다.
2.1.2 EIP-8125: Temporary Contract Storage
Source: EIP-8125
이더리움은 수년간 영구 상태(persistent state)의 지속적 누적으로 인해 확장성·탈중앙성 및 장기 유지비 측면에서 구조적 부담을 겪어왔다. 대부분의 스마트 컨트랙트 저장 슬롯은 한 번만 쓰이고 거의 다시 읽히지 않으며, 이 상태가 영구히 남음으로써 노드 운영 비용을 증가시키고 노드 싱크 시간 및 실행 효율성에 부정적 영향을 주어왔다. 이러한 문제점은 stateless 클라이언트, 상태 만료(state expiry), 버클(Verkle) 트리 등 일련의 프로토콜 개선 논의를 촉발했고, 상태 증명과 보관(storage)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기술적인 접근들이 시도되어 왔다.
EIP-8125는 이처럼 영구 상태의 무한 성장 문제를 완화하기 위한 방향성으로 제안된 개념 중 하나이다. 기존의 SSTORE/SLOAD 스토리지 모델은 상태 슬롯을 영구 저장하는 반면, EIP-8125는 bounded lifetime storage - 즉 유한한 기간 동안만 유효한 임시 저장소를 도입한다. 이를 통해 영구 보존이 필요 없는 데이터—예컨대 여러 거래에 걸쳐 일시적으로 참조되는 값, 세션 데이터, 캐시성 중간 상태 등—가 불필요하게 long-term state에 쌓이는 것을 막는 역할을 수행한다.
구체적으로, EIP-8125는 두 가지 새로운 EVM opcode를 정의한다 - TMPSTORE(key, value)는 실행 중인 컨트랙트의 임시 저장소에 값을 기록하고, TMPLOAD(key)는 이를 읽어온다. 이 임시 저장소는 프로토콜 수준에서 고정된 기간(TEMP_STORAGE_PERIOD) 동안 유지되다가 자동으로 지워지며, 두 개의 period 슬롯을 순환하는 메커니즘 덕분에 “적어도 한 기간, 최대 두 기간” 동안 값이 보존된다는 예측 가능한 시맨틱을 보장한다. 즉, 이 방식은 transient storage(EIP-1153)처럼 트랜잭션 단위로 즉시 사라지지도, 영구 상태처럼 무기한 남지도 않는 중간 성격의 저장 계층을 제공하는 셈이다.
EIP-8125은 기존 상태 트라이(state trie) 구조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진 않지만, 상태 증가 억제라는 넓은 로드맵의 한 축으로 기능한다. 결과적으로, 프로토콜이 임시 데이터를 위한 명시적 저장 영역을 제공함으로써 개발자들은 “영구 저장소에 써야 하는가”를 더 신중하게 설계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장기적 state 부담을 줄이는 애플리케이션 아키텍처를 채택할 수 있다. 스토리지 자체의 경제적 비용이 여전히 underpriced 상태라는 근본적 제약은 남지만, EIP-8125는 state 부담을 경감한다는 방향성을 강화하는 개선점으로써 의의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2.1.3 EIP-8115: Batch priority fees at end of block
이더리움의 수수료 메커니즘은 EIP-1559 이후 기본 수수료(base fee)와 우선 수수료(priority fee)를 포함해 동적인 수요-공급 기반으로 설계되어 왔다. 하지만 현재 구조에서는 각 트랜잭션이 개별적으로 실행될 때마다 우선 수수료가 수취 계정으로 즉시 적립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동시 병렬 처리(parallel execution)를 어렵게 하고, 멤풀(mempool) 및 수신자 계정의 상태에 대한 복잡성을 증가시키며, 수수료 기록을 정확하게 남기기 어렵게 만드는 기술적인 한계를 낳는다. 즉, 우선 수수료가 트랜잭션 단위로 연속적으로 기록되는 현재 구조는 이더리움 네트워크가 더 높은 처리량과 명확한 회계 추적성을 얻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이다.
EIP-8115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블록 내 모든 트랜잭션 실행이 끝난 후에 우선 수수료를 일괄 집계(batch)하여 정산하는 새로운 처리 방식을 제안한다. 즉, 이 방식에서 우선 수수료는 블록 처리 최종 단계에서 한번에 수수료 수취 계정에게 적립되며, 트랜잭션 각각이 수취 계정을 반복적으로 업데이트하지 않는다.
이러한 방식은 병렬 처리를 보다 수월하게 만들고, 트랜잭션 수행 과정에서 수취 계정의 유동성이나 지급 가능성(solvent status)에 대한 의존도를 낮춘다. 그 결과 실행 로그의 정확성과 경제적 회계 추적성(traceability)이 개선되며, 수수료 정산 전반의 효율성도 함께 향상된다. 또한, 멤풀과 블록 빌더는 우선 수수료가 누적·정산되는 시점을 보다 일관되게 예측할 수 있으며, 수취 계정은 다음 블록부터 수령한 우선 수수료를 보다 안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요컨대, EIP-8115로 인한 변화는 병렬 처리 및 MEV 인프라, 블록 빌더 설계, 실행 레이어 최적화 전략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빌더들에게 인프라 업데이트나 유동성 관리 방식의 변화가 요구될 수 있겠지만, EIP-8115는 이더리움이 더 고효율적이고 투명한 수수료 모델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유의미한 개선 과정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2.1.4 Others
2.2.1 EIP-8123: RPC Method for Transaction Gas Limit Cap
EIP-8123은 네트워크가 허용하는 트랜잭션의 최대 가스 한도(tx.gas) 를 노드가 직접 질의(query)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JSON-RPC 메서드(eth_txGasLimitCap)를 정의하는 표준이다.
기존에는 트랜잭션 가스 한도를 알아내기 위해 실패한 트랜잭션을 관찰하거나 클라이언트 소스 코드를 직접 분석해야 했고, 지갑·SDK·번들러 등 도구들은 외부 정보에 의존하는 비결정적 방식으로 한계값을 추정해야 했다. EIP-7825와 같은 프로토콜 레벨의 트랜잭션 가스 캡(Transaction Gas Limit Cap)이 도입되긴 하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질의(query)할 공식적인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도구 개발과 사용자 경험 측면에서 가스 한도에 대한 불확실성이 지속되어 왔다.
EIP-8123은 이러한 간극을 메우고, 환경 설정이나 프로토콜 업그레이드에 따라 변화 가능한 캡을 개발자와 지갑 설계자들에게 명확하고 신뢰 가능한 방식으로 반환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우선, 이 표준이 도입되면 지갑, SDK, 그리고 기타 RPC 기반 서비스들은 사전 시뮬레이션이나 추정 없이도 정확한 가스 한도 정보를 제공할 수 있어, 트랜잭션 생성 로직의 견고성과 UX가 크게 개선될 수 있다. 특히 EIP-7825가 활성화된 체인뿐 아니라 각 체인이 자체적으로 설정하는 정책 기반 한도*까지 반영한 실질적인 캡 정보를 반환함으로써, 네트워크 간 상호 운용성과 예측 가능성도 향상될 수 있다. 즉, 지갑과 도구는 사용자가 설정한 가스 한도를 초과해 불필요한 실패를 겪을 가능성이 줄고, 클라이언트는 네트워크 정책을 보다 명시적으로 공개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비트럼(Arbitrum)과 폴리곤(Polygon)은 2^24 대신 32,000,000의 가스 리밋 캡을 사용한다.
2.2.2 Others
2.3.1 ERC-8092: Associated Accounts
현대의 대부분의 IT 서비스는 복수의 기능을 가지고 있는 플랫폼에 의해 작동되거나, 혹은 다른 서비스와 서로 긴밀하게 엮이면서 시너지를 만들어낸다. 즉, 사용자는 복수의 서비스가 하나의 정체성 아래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환경에 익숙해졌고, 이러한 구조는 사용자들로하여금 사용성이나 편의성 뿐 아니라 신뢰, 효율성, 그리고 확장성을 동시에 강화해왔다.
스마트 컨트랙트 플랫폼 역시, 현실 세계의 가치와 자산을 디지털 환경으로 옮겨와 프로그래머블한 상호작용을 정의할 수 있기에 ‘다양한 애플리케이션 사례를 선보일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IT 인프라’이다. 하지만 이러한 이론적인 가능성과 달리, 실제 사용자 경험과 활용 측면에서는 여전히 많은 장벽이 존재한다 - 복잡한 계정 관리, 사일로화된 신원, 그리고 애플리케이션 간 맥락의 단절 등은 더욱 다양한 온체인 활동을 제한하는 대표적인 에시이다.
물론 지난 수년간 이더리움 생태계의 인프라는 빠르게 상향 평준화되었다. 비단 확장성 뿐만 아니라, 계정 추상화(Account Abstraction)를 비롯한 다양한 추상화 스택은 지갑 UX를 크게 개선했고, 가스 관리나 서명 방식에 대한 부담도 상당 부분 완화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인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이더리움 네트워크는 여전히 하나의 개인이나 조직이 여러 컨텍스트에서 사용하는 복수의 주소들을 하나의 정체성으로 표현하거나, 그 연관성을 온체인에서 명확히 증명할 수 있는 표준적 방법을 제공하지 않는다. 그 결과, 사용자는 목적에 따라 여러 계정을 개별적으로 관리해야 하고, 외부에서는 이 주소들이 동일한 주체에 속하는지 판단하기 어려우므로 더욱 포괄적인 활용사례를 제시하기가 어려웠다.
ERC-8092는 바로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였다. 이 표준은 공개키 기반의 암호화 서명 페이로드를 통해, 서로 연관된 계정 간의 관계를 공개적으로 선언, 검증, 그리고 필요 시 취소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정의한다. 즉, 주소 간의 연결성을 중앙화된 중개자 없이 온체인에서 명시적으로 표현할 수 있게 한다. 이는 단순히 ‘여러 주소를 묶는’ 개념을 넘어, 개인 또는 단체가 ‘자신을 구성하는 계정들의 범위를 스스로 정의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Source: ERC-8092
연관관계를 표현하는 핵심적인 구조체는 AssociatedAccountRecord로, 두 계정 간의 연관 관계를 온체인에서 명시적으로 표현한다.
연결을 시작한 계정과 이를 승인한 계정의 주소를 ERC-7930 형식의 이진 표현으로 저장하고, 해당 관계가 언제부터 언제까지 유효한지를 타임스탬프로 정의한다. 또한 선택적으로 interfaceId와 data 필드를 포함해, 이 계정 연관성이 어떤 인터페이스나 사용 목적에 기반한 것인지, 혹은 추가적인 컨텍스트 정보를 함께 전달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어 다양한 애플리케이션 시나리오에서 유연하게 활용될 수 있다.
이러한 구조의 도입이 가져오는 활용 사례는 멀티체인 아이덴티티, DAO 운영, 기관용 지갑 구조, 멀티앱 환경에서의 권한 관리, 혹은 컴플라이언스와 프라이버시를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시나리오 등 매우 광범위할 수 있다.
2.3.2 Others
2.4.1 ERC-8034: Referable NFT Royalties
스마트 컨트랙트 플랫폼이 초기에 주목받았던 주요 이유 중 하나는 진본성과 투명성이라는 속성을 통해 현실의 가치를 디지털 환경에 직접 투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능성이 가장 먼저 실험된 영역이 바로 NFT였고, 이는 IP와 크리에이터의 창작물을 온체인에서 표현하고 로열티 구조를 재설계하려는 시도로 이어졌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등장한 ERC-2981은 NFT 거래 시 로열티 수령자와 금액을 조회할 수 있는 표준 인터페이스를 제시하며, 주요 NFT 마켓플레이스들이 이를 채택하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ERC-2981은 어디까지나 “누구에게 얼마를 지급해야 하는가”를 조회하는 단순한 기능을 수행하는 함수에 머물렀고, 로열티라는 개념이 내포하는 복잡한 맥락을 충분히 담아내지는 못했다.
ERC-2981은 (tokenId, salePrice)라는 단일 입력에 대해 (receiver, royaltyAmount)를 반환하는 1차원적 계산 모델만을 전제로 하며, 거래의 성격이나 관계 맥락을 반영할 수 없다. 이로 인해 다중 수익자 분배, 시간에 따른 로열티 변화, 혹은 2차·3차·4차 거래에 따른 차등 로열티 같은 입체적인 수익 설계는 표준 차원에서 표현이 불가능했다. 더 나아가 로열티의 실제 집행은 전적으로 마켓플레이스의 구현과 정책에 의존하게 되었고, 이는 온체인 자산임에도 불구하고 핵심 수익 로직이 다시 오프체인 신뢰에 귀속되는 역설을 낳았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것이 NFT를 ‘고립된 토큰’이 아닌 ‘관계망의 일부’로 재정의하려는 시도이다. 특히 ERC-5521이 제안한 Referable NFT(rNFT) 개념은 NFT 간의 참조 관계를 명시적으로 표현하고, 이를 방향성 비순환 그래프(DAG) 구조로 온체인에 기록함으로써, 창작·파생·협력의 흐름을 추적 가능하게 만든다. 참조하는 NFT(referring)와 참조된 NFT(referred), 그리고 생성 시점을 나타내는 시간 기반 지표를 통해, NFT가 단순한 소유 객체를 넘어 하나의 창작 계보와 기여 관계를 형성하도록 설계한 것이다.
Source: ERC-8034
ERC-8034는 이러한 rNFT 표준을 기반으로하여, 방향성 비순환 그래프(DAG) 구조에서 기본 NFT와 참조된 NFT 등 복수의 수신자에게 로열티를 분배하고 그 전파 범위를 제어할 수 있는, 보다 입체적이고 포괄적인 로열티 메커니즘을 제안한다.
이 표준은 ERC-2981과 독립적으로 설계되었으며, 여러 주소가 하나의 개인이나 조직, 혹은 협력 주체를 구성한다는 사실을 온체인에서 명시적으로 선언하고 검증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로열티와 보상, 기여 인정의 단위를 개별 주소나 단일 거래가 아닌 DAG로 표현된 관계망 전체로 확장함으로써, 보다 협력적이고 공정한 온체인 경제 구조로의 발판으로써 기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2.4.2 Others
한편, 1월 한달간 24개의 새로이 Draft로 채택된 EIP들을 제외하고, 27개의 EIP의 상태가 변화하였다. 이 중 19개의 EIP들은 최종적으로 채택되기위한 다음 단계(i.e., Final, Last call, Review, Draft 등의 단계)로 격상되었다. 나머지 총 7개의 EIP의 경우, 다음 단계로 가지못하고 Stagnant 단계로 바뀐 EIP가 5개(i.e., EIP-5920, EIP-7612, EIP-7793, EIP-7886, EIP-7958), Review 단계에서 Draft 단계로 바뀐 EIP가 2개(i.e., ERC-7828, ERC-8004), 그리고 삭제된 1개의 EIP(i.e., RIP-0)가 있다.
이번 달에 진전이 있었던 EIP 들은 주로 후사카 업그레이드와 관련된 EIP* 및 어플리케이션 표준에서 구현되는 ERC가 위주를 이루었다.
ERC를 제외한 EIP들 중 주목할만한 것들은 - 모든 ETH 전송(트랜잭션, CALL, SELFDESTRUCT 등)마다 자동으로 로그(log)를 발생시켜 하여 ETH 이동을 쉽게 추적할 수 있게 하는 표준인 EIP-7708, MODEXP 프리컴파일 연산의 입력 크기를 최대 8,192비트로 제한해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이더리움 코어 프로토콜 표준인 EIP-7823 및 해당 연산의 가스 비용을 재조정하는 EIP-7883, 이더리움 네트워크의 노드 구성(configuration) 정보를 제공하는 새 JSON-RPC 메서드(eth_config)를 정의하는 표준인 EIP-7910, secp256r1 타원곡선 기반 ECDSA 서명 검증을 이더리움 프로토콜 차원에서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사전 컴파일 규격인 EIP-7951 등이 있다.
ERC들 중 주목할만한 것들은 - 여러 소유자에게 발급될 수 있으며 소유 관계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소울바운드 멀티-오너 토큰(Soulbound Multi-owner Tokens) 표준인 ERC-5516, ERC-20 토큰에 대해 한 거래 내에서만 유효한 임시 승인을 제공해 보안성과 가스 효율을 높이는 확장 표준인 ERC-7674, 실물자산(RWA) 토큰의 컴플라이언스 및 통제 기능을 표준화함으로써, 온체인 상호운용성을 강화하기 위해 설계된 이더리움 범용 RWA 인터페이스 표준인 ERC-7943, 그리고 여러 프로그래머블 조건이 충족될 때만 ERC-20 토큰이 사용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조건부 언락(Purpose-Bound)’ 토큰 표준인 ERC-7994 등이 있다.
*참고로, 후사카 관련된 EIP는 총 12개로 - EIP-7642, EIP-7823, EIP-7825, EIP-7883, EIP-7892, EIP-7910, EIP-7917, EIP-7918, EIP-7934, EIP-7935, EIP-7939, EIP-7951 가 있다.
이 외 참고할만한 다른 EIP들은 아래와 같다.
2025년은 단연코 기관의 블록체인에 대한 관심이 본격적으로 달아오른 해였다. 그중에서도 이더리움은 런칭 이후 단 한 번도 네트워크가 중단된 적 없는 높은 신뢰성과, 가장 높은 수준의 탈중앙성을 동시에 충족한 유일한 레거시 인프라로 재조명되며 기관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지난 12월 진행된 후사카 업그레이드 이후 헤고타(Hegota) 트랙에서 논의되고 있는 변화들은,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는 방향보다는 기존 프로토콜의 안정성·사용성·운영 효율을 정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는 예측 가능성과 리스크 관리가 중요한 기관 입장에서 매우 매력적인 신호다. 다시 말해, 이더리움은 더 이상 실험의 장이라기보다는 제도권 자본이 안심하고 올라탈 수 있는 ‘정돈된 인프라’로 전환되고 있는 단계에 가깝다.
이러한 흐름과 맞물려, 이더리움을 기반으로 한 RWA 토큰화 실험 역시 빠르게 가속화되고 있다. 2025년을 기점으로 ERC-7518, ERC-7943, ERC-8106 등 RWA 관련 표준들이 연이어 논의되거나 status가 격상된 것은, 이더리움이 실물자산과 금융자산을 수용하기 위한 레일을 체계적으로 정비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는 기관 입장에서 ETH를 단순한 크립토 네이티브 자산이 아니라, 향후 온체인 자본시장의 결제·담보·운용 레이어로 인식할 수 있게 만드는 중요한 전제다. 그렇다면 결과적으로 ETH 보유는 하나의 전략적 선택이 되고, 그 다음 질문은 자연스럽게 “보유한 ETH를 어떻게 활용해 수익을 극대화할 것인가”로 이동한다.
이 질문에 대한 가장 직접적인 해답 중 하나가 바로 ETH 스테이킹이다. 최근 이더리움 로드맵과 EIP 흐름의 핵심은 스테이킹 라이프사이클을 더욱 프로그래머블하게 만들고, 대형 참여자 입장에서 운영 효율을 극대화하면서도 탈중앙성을 훼손하지 않는 구조를 구축하는 데 있다.
EIP-7251를 통해 논의된 validator consolidation은 32 ETH 단위로 쪼개 운영하던 구조에서 발생하던 오퍼레이션 오버헤드를 줄여, 보다 기관 친화적인 운영 환경을 제공한다. 또한 EIP-7002는 출구·회수 전략을 실행 레이어 차원에서 보다 정교하게 설계할 수 있는 여지를 열어준다. 여기에 DVT(Distributed Validator Technology)는 슬래싱과 다운타임이라는 핵심 리스크를 단일 운영자에게서 분리해, 운영 리스크 자체를 분산·표준화하려는 시도로 점차 도입이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스테이킹 인프라 위에서 발행되는 LST 역시, 이제 단순한 스테이킹 영수증 역할 따위를 넘어 DeFi 전반에서 가장 중요한 생산형 담보(productive collateral)로 자리 잡고 있다. Aave와 같은 주요 프로토콜이 stETH/wstETH를 “예치하면서도 스테이킹 보상을 지속적으로 획득할 수 있는 담보”로 정의하는 것은, ETH에 대한 노출과 기본 수익률이 결합된 새로운 자본 단위가 등장했음을 의미한다. 나아가 Pendle, Morpho, 그리고 ERC-4626 기반 볼트 구조는 ETH 기반 수익을 분해·재조합하고 리스크를 큐레이션하는 레이어를 형성하며, ETH 스테이킹 수익을 전략적으로 설계 가능한 금융 프리미티브로 전환시키고 있다.
결국 ETH 스테이킹 → LST → (LST 기반) DeFi/볼트로 이어지는 하나의 onchain yield supply chain은 빠르게 채택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경쟁의 본질은 더 높은 APR이 아니라, 리스크를 어디에 두고 누가 이를 구조화하고 운용하느냐에 있다. 다양한 생태계 플레이어들에 의한 이러한 파이프라인 사례가 확장될수록 ETH는 단순한 크립토 자산을 넘어 기본 온체인 수익·담보 표준·상품 설계·운용 산업이 결합된 인터넷 자본시장의 핵심 레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DVT를 제공하는 대표적인 네트워크인 SSV는 최근 $SSV 스테이킹 기능 도입을 예고하며, 밸리데이터·오퍼레이터·토큰 보유자를 ETH 기준의 인센티브 구조로 정렬하려는 방향성을 제시했다. 이는 지속 가능한 수익·비용 구조를 갖춘 이더리움의 확장 인프라로의 진화를 가속화함과 동시에, ETH 스테이킹 수요를 간접적으로 견인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최근 Lido가 선보인 Lido V3의 stVaults 전략 역시 기관이 즉시 활용할 수 있는 수익 전략 파이프라인을 완성하려는 시도로써 특히 주목할 만하다. stVaults는 기관·프로토콜이 검증자 구성, 수수료, 리스크 관리 기준에 더해 렌딩·레버리지·델타 뉴트럴 등 다양한 DeFi 볼트 전략을 결합해 맞춤형 스테이킹 구조를 설계할 수 있는 모듈형 볼트 상품이다.
Source: https://v3.lido.f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