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한 선물은 만기가 없고 레버리지를 통한 자본 효율성과 24시간 글로벌 거래를 제공하는 가장 발전된 거래 상품이다.
전통 금융 시장에서는 규제 리스크는 크고 경제적 유인은 제한적이어서 무기한 선물이 자리 잡지 못했지만, 암호화폐 시장은 규제 제약이 덜해 이를 실험하고 정착시킬 수 있었다.
HIP-3는 인프라를 범용 자원으로 전환하며, 경쟁의 중심을 거래소 구축이 아니라 자본과 수요를 모아 시장을 형성하는 능력으로 이동시킨다.
투자자에게 HIP-3는 전통 자산으로의 확장과 동시에 과거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시장의 창출을 가능하게 한다.
금융시장에서 투기적 수요는 항상 존재해왔다. 달라진 것은 이를 가능하게 한 거래 구조다. 주식시장에서는 시세 전송 체계(ticker tape), 원자재 시장에서는 선물거래소 피트(futures pit), 암호화폐 시장에서는 오늘날 무기한 선물이 그 역할을 맡고 있다. 이러한 구조들은 거래 과정의 비효율을 줄이고 참여 문턱을 낮추었기 때문에 시장에 안착할 수 있었다.
무기한 선물은 지금까지 등장한 거래 구조 중 가장 진화한 형태다. 만기가 없어 포지션을 무기한 유지할 수 있고, 증거금과 레버리지를 통해 자본 효율성을 극대화하며, 24시간 365일 전 세계 어디서든 거래가 가능하다. 이러한 특성은 기존 상품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장점이었다. 덕분에 무기한 선물은 단기간에 월간 거래대금 6조 달러를 돌파하며, 전체 암호화폐 파생상품 거래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시장으로 성장했다.
그렇다면 이처럼 효율적인 구조가 왜 전통 금융시장에서는 등장하지 못했을까? 이유는 규제와 제도의 한계 때문이다. 전통 파생상품은 만기, 인도, 청산소(clearinghouse) 관리 등 각종 요건을 전제로 발전했다. 반면 무기한 계약은 24시간 거래되고 펀딩비가 수시로 변하는 구조라 제도권 규제 하에서는 허용되기 어려웠다.
반대로 암호화폐 시장은 글로벌 담보와 상시 거래가 가능했고, 규제 제약이 적어 새로운 상품을 설계하고 실험할 수 있었다. 이런 환경 속에서 무기한 선물이 등장했고, 빠르게 시장의 기본 거래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다만 암호화폐 시장에서 자리를 잡는 것과, 전통 자산 영역으로 확장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였고, 이 과정에서 또 다른 병목이 발생했다.
그동안 시장 구조에서 가장 희소한 자원은 인프라였다. 누가 거래소를 구축하고, 매칭 엔진·리스크 관리·청산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지가 핵심이었다. 이는 막대한 비용과 전문 기술을 필요로 했고, 자본과 규제가 높은 진입 장벽을 형성했다.
HIP-3는 인프라를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범용 자원으로 바꿔 놓는다. 이제 중요한 것은 거래소를 구축하는 역량이 아니라, 투자자와 참여자를 모아 거래할 수 있는 시장을 만들어낼 수 있는가다.
여기서 의문이 생길 수 있다. 그렇다면 이미 인프라를 갖춘 바이낸스나 바이빗 같은 대형 거래소는 왜 비(非)크립토 무기한 선물을 내놓지 않았을까? 그 이유는 규제 리스크가 크고, 경제적 유인은 미미했기 때문이다. 테슬라나 국채를 기초로 한 무기한 계약을 중앙화 거래소가 상장한다면 무허가 파생상품으로 규제 당국의 직격을 받는다. 게다가 BTC·ETH 무기한에서 이미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상황에서 새로운 상품으로 얻을 수 있는 업사이드는 크지 않았다.
반면 HIP-3를 활용해 시장을 개설하려는 스타트업들은 상황이 다르다. 이들은 규제나 평판 리스크보다는 낮은 비용으로 다양한 시장을 시도하고, 빠르게 수요를 검증할 수 있는 기회가 더 중요하다. 대형 거래소가 기피하던 영역이 이제는 신생 사업자에게 새로운 기회로 작용한다.
결국 거래소 산업의 역학도 달라진다. 지금까지는 거래소가 상장 여부를 결정했다면, 이제는 누구나 보증금을 걸면 시장을 만들 수 있다. 즉, 인프라가 유틸리티화되면 경쟁력은 백엔드 기술이 아니라 유통(Distribution), 자본(Capital), 신뢰(Trust), 그리고 수요(demand)를 확보하는 역량으로 옮겨간다.
CLOB는 결코 쉽게 만들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다. 매칭 엔진, 청산 로직, 리스크 관리 체계를 완비하려면 수년의 개발과 수백억 원대 자본 투자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많은 무기한 선물 DEX가 확장성에 한계가 있는 AMM 모델을 채택해왔다.
반면 HIP-3를 활용하면, 빌더는 이미 성능이 검증된 고성능 백엔드인 HyperCore를 기반으로 즉시 시장을 개설할 수 있다. HyperCore는 초당 수십만 건의 주문을 처리하고 1초 이내의 파이널리티를 보장한다. 즉, 장기간의 개발 없이 API 호출과 일정 규모의 보증금 예치만으로 프론트엔드 거래소 개설이 가능해진다.
신규 거래소가 실패하는 주된 이유는 수요 부족이 아니라 마켓메이커 입장에서의 높은 통합 비용이다. 거래소마다 API, 리스크 모델, 지연(latency) 특성이 달라 이를 맞추고 익숙해지려면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 이 때문에 규모가 작은 거래소는 애초에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기 쉽다.
HIP-3 기반 DEX들도 각자 독립된 오더북을 가지므로 구조적 파편화 자체를 없애지는 않는다. 다만 모든 시장이 동일한 HyperCore 백엔드에서 구동되기 때문에 통합 비용은 사실상 제로에 수렴한다. 이미 하이퍼리퀴드에서 활동 중인 메이커라면 동일한 API와 리스크 로직을 그대로 적용해 신규 HIP-3 시장을 즉시 지원할 수 있다. 그 결과 시장 개설 시 발생하는 초기 비용은 사실상 사라지고, 유동성은 거래가 검증되는 곳으로 빠르게 집중된다.
무기한 선물 시장의 안정성은 오라클에 좌우된다. 주식은 주말에 거래되지 않고, 원자재도 정해진 세션에서만 거래된다. 반면 무기한 선물은 24시간 운영되므로 오라클이 멈추면 가격 왜곡이 불가피하다. 실제로 미러(Mirror) 프로토콜은 은 가격을 추적하던 중 주말에 피드가 멈추면서 온체인과 오프체인 가격이 괴리된 사례가 있었다.
HIP-3는 이러한 리스크를 완전히 제거하지는 않는다. 다만 빌더는 HyperCore에서 Pyth, Chainlink, 자체 합성 지수 등을 연동할 수 있고, 시장 동결, TWAP 적용, CME 선물 등 대체 지표 활용 같은 정책을 사전에 명확히 설정할 수 있다. 즉, 빌더가 매번 오라클 인프라를 새로 구축하지 않고도 표준화된 환경에서 예측 가능하게 운영할 수 있다.”
인프라가 더 이상 병목이 되지 않으면, 투기는 가격과 관심이 존재하는 곳이라면 어디로든 흐른다. 테슬라 무기한 선물, 금 100배 레버리지, ETH/BTC 롱숏 페어, SpaceX 상장 전 지분 계약, 스니커즈 지수 등은 모두 시장 개설 비용이 충분히 낮아졌을 때 자연스럽게 등장할 수 있는 영역이다.
일각에서는 누구나 쉽게 시장을 만들 수 있다면 수백 개의 유령 마켓이 생기고 유동성이 분산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한다. 그러나 실제 시장은 그렇게 작동하지 않는다. 마켓메이커는 여전히 수익성이 확보되는 곳에만 자본을 집중하고, 프론트엔드와 애그리게이터는 유동성이 가장 깊은 오더북으로 주문을 라우팅한다. 여기에 100만 HYPE 보증금은 스캠을 걸러내는 방화벽 역할을 한다.
HIP-3를 기반으로 한 거래소들은 수익 극대화를 위해 다양한 페어를 상장할 가능성이 높다. 대부분은 실패로 귀결되겠지만, HIP-3 환경에서는 실패 비용이 낮기 때문에 새로운 시장은 훨씬 빠르게 시도될 수 있다. 결국 HIP-3는 저비용으로 다양한 실험을 가능하게 하고, 유동성은 시장 논리에 따라 검증된 곳으로 집중되는 구조를 만든다.
투자자 입장에서 HIP-3가 의미하는 바는 두 가지다.
첫째, 전통 금융 시장으로의 확장이다. 무기한 선물은 암호화폐 자산에 국한되지 않고 주식, 외환, 원자재 등 전통 자산군으로 확산될 것이다. 전통 파생상품 거래의 단 1%만 온체인으로 이전돼도, 현재 무기한 거래 규모는 10~20배 확대될 수 있다.
둘째, 새로운 시장의 창출이다. 프리IPO 지분, 자산 페어 트레이딩 (예:ETH/BTC 롱숏), 명품 지수, GPU 연산, 예측시장 등 다양한 영역이 여기에 포함된다. 대부분은 실패하겠지만, 그 중 일부만 성공적으로 자리잡아도 거래 규모의 20배를 능가하는 성장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다.
HIP-3 출시와 동시에 이를 활용하겠다고 밝힌 프로젝트들이 이미 다수 존재한다. 주요 사례는 다음과 같다.
Kinetiq: 100만 HYPE 보증금(현 시가 약 5,500만 달러)은 스팸 시장을 막는 필터이지만 스타트업에는 진입 장벽이다. Kinetiq의 Launch 플랫폼은 커뮤니티 자금을 모아 빌더 대신 보증금을 예치한다. 참여자는 수수료 수익과 연계된 LST를 받아 HIP-3 접근성을 높이고 자본 병목을 완화한다.
Ventuals: SpaceX, OpenAI 등 비상장 기업을 추적하는 Pre-IPO 무기한 선물 거래소를 개발 중이다. 이는 비유동적인 사적 시장을 유동화하고, 비상장 자산의 가격 발견을 가능하게 한다.
Liminal: 델타 중립 및 베이시스 전략을 실행하는 프로토콜로, HIP-3를 통해 구조화 무기한, 이종 스프레드 등 CLOB 기반 상품으로 확장이 가능하다. 사실상 새로운 상품 라인의 개설을 의미한다.
BasedApp: 하이퍼리퀴드 생태계의 대표적 서드파티 프론트엔드로, 이미 HL 무기한 거래량의 약 1.5%(연 환산 약 2,000만 달러)를 처리한다. HIP-3를 통해 자체적으로 시장을 상장·배포할 수 있어 신규 시장이 초기부터 거래량과 사용자 기반을 확보할 수 있다.
Aura: HIP-3와 Pyth 오라클을 활용해 미국 국채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무기한 선물을 도입하고 있다. 이를 통해 기존에는 기관에만 허용되었던 국채 시장에 24시간 온체인 접근을 제공하며, 암호화폐 투기를 전통 금융 영역으로 확장한다.
현재 무기한 선물 시장 규모는 수조 달러에 이르고, 전통 파생상품 시장은 수십 조 달러에 달한다. HIP-3가 가져올 잠재적 TAM 확대만 보더라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그러나 HIP-3의 진정한 가치는 단순한 거래 규모의 확장이 아니라, 거래소 산업 전반의 구조적 전환에 있다. HIP-3는 시장 개설 권한을 특정 기관의 특권에서 누구나 접근 가능한 유틸리티로 바꾸며, 이는 거래소 산업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재편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