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은 인간의 본능이라고 할 수 있지만, 디지털 연산 환경의 복잡도가 증가하며 사용자가 직접 검증할 수 없는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이에 학계와 산업계에서는 꾸준히 “검증 가능한 연산”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오고 있었다.
아이겐클라우드와 바운드리스는 현재 “검증 가능한 연산”이라는 모토를 선두에 내세우고 있는 대표적인 프로젝트이다. 두 프로젝트는 언뜻 공통된 목표로 인해 충돌되는 프로젝트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지만, 실제로는 서로 다른 영역의 검증 가능성을 주요 목표로 하고 있다.
아이겐클라우드는 경제적 보안을 기반으로 상호주관적 판단이 필요한 영역에서, 바운드리스는 영지식 증명을 기반으로 객관적이고 결정론적인 연산에 대한 검증이 필요한 영역에서 강점을 발휘한다. 따라서 두 프로젝트는 향후 검증 가능한 연산이 확대됨에 따라 상호보완적으로 동작할 가능성이 높다.
Source: Luminate
하루 종일 우리는 수백 번의 크고 작은 검증을 반복한다. 지난주에 만나기로 한 친구와의 약속시간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다시 한번 연락하고, 오징어게임 3이 정말 재미있는지 친구들과 직장 동료들에게 물어보며, 키보드 하나를 사기 위해 여러 온라인 쇼핑몰과 유튜브 리뷰를 살펴본다. 이러한 모든 행위는 너무나 자연스럽고 본능적이어서, 우리는 그것이 '검증'이라는 의식적인 행위라는 사실조차 잊고 산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우리가 차마 검증을 거치지 못하는 영역이 발생하고 있다. 초기 인터넷에서는 대부분의 소프트웨어가 개인 컴퓨터에서 실행될 수 있을만큼 가벼웠기에 사용자가 자신이 실행하는 프로그램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지만, 소프트웨어 복잡도의 증가와 이로 인한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의 확산으로 인해 상황이 근본적으로 바뀌었다. 이제 우리는 매일 수십 개의 원격 서버와 상호작용한다. 이메일을 확인하고, 소셜 미디어를 탐색하고, 온라인 뱅킹을 이용하고,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청한다. 이 모든 활동에서 우리는 보이지 않는 서버들이 올바르게 작동한다고 믿어야 하며, 실제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터넷에서 발생하는 행위에 대해 직접 검증하려 하지 않는다.
인공지능의 급속한 발전은 이러한 검증의 문제를 한층 복잡하게 만들었다. LLM은 급속한 발전을 거치며 개발자조차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블랙박스에 가까워졌으며, MCP (Model Context Protocol) 등 외부 서비스에 대한 접근을 자유롭게 하는 장치들이 발전함에 따라 매우 큰 자율성을 갖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 결정이 정말 AI에 의해 내려진 것인지", "중간에 인간이 개입하지 않았는지", "AI가 편향되거나 조작된 데이터로 훈련되지 않았는지" 등의 사실 여부를 검증하는 것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검증을 바라는 인간의 본능과는 달리, 디지털 환경에 대한 검증의 어려움은 실제 검증 행위로 이어지지 못하는 갭을 만들어왔다. 컴퓨팅 학계에서는 이러한 간극을 메우기 위해 인프라 수준에서 연산을 검증한 채로 사용자에게 결과를 제공하는 방식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해왔으며, 이는 “검증 가능한 연산(Verifiable Computing)”이라는 영역으로 발전했다.
Source: Makery
검증 가능성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근본적인 딜레마를 해결해야 한다.
간결성의 딜레마는 검증 시스템이 직면하는 가장 실용적인 문제다. 만약 어떤 계산 결과를 검증하기 위해 원래 계산보다 더 많은 자원이 필요하다면, 애초에 검증 시스템을 도입할 이유가 없어진다. 이는 특히 블록체인처럼 수천 개의 노드가 동일한 계산을 검증해야 하는 환경에서 치명적인 문제가 된다. 검증이 효율적이지 않으면 전체 시스템의 확장성이 근본적으로 제약받기 때문이다.
무결성의 딜레마는 검증의 본질과 관련된 문제다. 단순히 최종 결과가 올바른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계산 과정 자체가 의도한 대로 수행되었고, 중간에 어떤 조작이나 변조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까지 보장해야 한다. 예를 들어, AI 모델이 올바른 답을 내놓았다고 해서 그 추론 과정이 투명하고 신뢰할 수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결과의 정확성과 과정의 무결성은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무신뢰성의 딜레마는 검증 시스템의 철학적 기반에 관한 문제다. 검증 과정 자체가 신뢰할 수 있는 제3자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 만약 검증자를 검증하기 위해 또 다른 검증자가 필요하다면, 이는 무한한 신뢰 체인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진정한 검증 가능성이란 외부의 권위나 신뢰에 의존하지 않고도 누구나 독립적으로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상충되는 요구사항들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컴퓨팅 학계에서는 크게 세 가지 방향으로 접근해왔으며, 각각은 서로 다른 철학과 기술적 특성을 바탕으로 고유한 방식의 검증 가능성을 구현한다.
재실행 기반 검증은 가장 직관적이고 투명한 방법이다. 원본 연산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수행하여 모든 중간 단계와 최종 결과가 일치하는지 확인한다. 이 방식의 가장 큰 장점은 완전한 투명성이다. 모든 계산 과정이 공개되고 검증 가능하므로 어떤 조작도 숨길 수 없다. 하지만 저장 공간과 처리 시간이 원본 연산만큼 필요하다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블록체인의 합의 메커니즘이 이러한 방식의 대표적인 예시인데, 간결성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전체 네트워크 중 일부 노드만 연산을 수행하더라도 시스템의 무결성을 유지할 수 있는 검열 저항성을 도입했다.
암호학적 검증은 수학적 엄밀함을 통해 효율성과 보안을 동시에 추구하는 방법이다. 가장 대표적인 방식으로는 영지식 증명(Zero-Knowledge Proof)이 있는데, 영지식 증명은 실제 데이터나 연산 과정을 공개하지 않기에 무신뢰성과 무결성 문제를 동시에 해소할 수 있다. 신뢰실행환경(TEE)도 이 범주에 속하는데, TEE는 하드웨어 제조사가 제공하는 보안 환경에서 연산을 수행하고 그 결과를 암호학적으로 서명하여 무결성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구현되어 소프트웨어의 실행 주체와 검증 주체를 분리하는 방식으로 무신뢰성의 딜레마를 해소한다.
경제적 보안 기반 검증은 웹3 환경에서 주로 사용되는 접근법으로, 수학적 절대성 대신 경제적 합리성을 전제로 하는 검증 방식이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자신의 경제적 이익을 추구한다는 관찰에서 출발하여, 올바른 행동에는 보상을, 잘못된 행동에는 처벌을 가함으로써 시스템의 보안을 달성한다. 이 방식의 가장 큰 장점은 유연성이라고 할 수 있는데, 복잡한 수학적 증명을 구현하기 어려운 영역에서도 쉽게 적용할 수 있으며 오류 발생 시 대응 방식이 빠르고 직관적이기 때문이다. 또한 단순히 기술적 정확성뿐만 아니라 사회적 합의까지 반영할 수 있어, 주관적 판단이 필요한 영역에서도 활용 가능하다는 장점을 갖는다.
각 접근법은 고유한 강점과 한계를 가지며, 실제 애플리케이션에서는 요구사항에 따라 적절한 방법을 선택하거나 여러 방식을 조합하여 사용하게 된다. 다음 섹션에서는 이 중에서도 암호학적 검증과 경제적 보안이라는 대조적인 두 접근법을 각각 대표하는 프로젝트, 바운드리스와 아이겐클라우드를 살펴보겠다.
“Verifiability”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생각나는 프로젝트가 있는가?
필자는 두 프로젝트가 바로 생각나는데, 바로 아이겐클라우드와 바운드리스이다. 아이겐클라우드는 아이겐레이어 시절 때부터 지금까지 검증 가능성을 최우선 가치로 세워온 프로젝트이며, 바운드리스는 최근 들어 “Berryfiable Compute”라는 재미있는 문구를 통해 검증 가능성의 중요성을 리테일에 학습시키고 있다.
이 둘은 “검증 가능성”의 확장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갖고 있지만, 이들이 다루는 검증 가능성이 과연 같은 것인지 논하는 글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과연 이들이 목표로 하는 “검증가능성”은 동일한 것이며, 서로 경쟁하는 관계일까? 아래 섹션에서는 아이겐클라우드와 바운드리스가 각자 어떤 방식으로 검증 가능성을 구현하고 있고, 이들이 목표하는 시장에는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다.
아이겐클라우드(EigenCloud)는 이더리움 리스테이킹 프로토콜인 아이겐레이어(EigenLayer)가 “검증 가능한 클라우드”로의 확장을 선언하며 발표한 프로젝트이다. 아이겐레이어는 이미 너무나도 잘 알려진 프로젝트이지만, 아이겐클라우드의 보안이 여전히 아이겐레이어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에 간략히 설명하겠다.
아이겐레이어는 "왜 같은 자본을 여러 번 사용할 수 없을까?"라는 간단한 질문에서 출발했다. 전통적으로 각 블록체인이나 프로토콜은 자체적인 검증자 세트와 토큰 경제학을 구축해야 했으며, 이는 새로운 프로토콜들이 충분한 보안을 확보하기 위한 막대한 자본 유치라는 높은 진입장벽을 만들었다. 또한 각 프로토콜의 보안이 해당 토큰의 시장 가치에 의존하게 되어, 토큰 가격이 하락하면 보안도 함께 약화되는 악순환을 야기했다. 아이겐레이어는 이 문제를 리스테이킹이라는, 당시에는 매우 혁신적이었던 메커니즘을 처음으로 제시하며 등장했다. 이더리움에 이미 스테이킹된 ETH를 다른 프로토콜의 보안에도 재사용할 수 있게 함으로써, 자본 효율성을 크게 높이고 새로운 프로토콜들이 즉시 강력한 경제적 보안을 얻을 수 있게 한 것이다. 아이겐레이어는 이를 기반으로 AVS(자동 검증 가능 서비스, Autonomous Verifiable Services) 생태계를 구축, 웹3 생태계에서 오프체인 연산환경에 의존성을 갖는 다양한 서비스들에 검증 가능성을 부여해 보다 높은 신뢰성을 갖춘 채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하는 환경을 마련했다.
Source: EigenCloud
아이겐레이어는 이후 프로젝트의 비전을 보다 넓게 확장하여, 단순히 이더리움의 보안을 공유하는 것을 넘어 클라우드의 프로그래밍 능력과 블록체인의 검증 가능성을 결합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며 “아이겐클라우드”를 탄생시켰다.
기술적 구조를 미뤄두고 보았을 때, 아이겐클라우드가 갖는 가장 특이한 점은 “상호주관적(Intersubjective) 판단”이 필요한 영역에 대해 검증 능력을 부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상호주관적 검증이란 수학적으로는 증명할 수 없지만 합리적인 두 사람이 보면 동일한 결론에 도달할 수 있는 판단을 의미한다. 이는 수학적 공식으로 계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지만, 신뢰할 수 있는 출처의 정보들을 종합하면 객관적 답을 얻을 수 있다. 상호주관적 판단은 웹2/웹3를 불문하고 다양한 영역에서 필요성을 갖는데, DAO의 거버넌스 제안이 커뮤니티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는지, 밈코인의 인센티브 분배가 공정한지, 소셜 미디어의 콘텐츠 조정이 적절한지 등은 모두 상호주관적 판단을 통해 검증이 가능하다. 아이겐클라우드는 이런 영역에서 기존의 중앙화된 판단을 두 개의 이성적인 집단이 상호동의하에 집행할 수 있도록 탈중앙화된 경제적 보안으로 대체할 수 있는 프레임워크를 제공한다.
아이겐클라우드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러한 상호주관적 검증을 구현하는가? 아이겐레이어는 아이겐클라우드로의 확장을 발표하며 기존 아이겐레이어와 아이겐DA에 이어 아이겐베리파이(EigenVerify)와 아이겐컴퓨트(EigenCompute)라는 두 구성 요소를 추가했는데, 이 두 요소는 기존 EIGEN 토큰과 아이겐레이어로 구현 가능했던 상호주관적 검증 가능성을 다양한 환경으로 크게 확장시키는 핵심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아이겐베리파이는 아이겐클라우드의 심장부로, 기존의 재실행/영지식 증명 기반 객관적 검증과 상호주관적 검증을 모두 다루는 구성요소이다. 아이겐베리파이는 각 판단을 EIGEN 토큰을 스테이킹한 운영자들의 다수 합의를 통해 처리한다. 어떤 어플리케이션에서 상호주관적 판단이 필요한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 누구든지 아이겐베리파이에 검증 요청을 제기할 수 있으며, 아이겐베라파이의 운영자들은 신뢰할 수 있는 출처의 정보를 종합적으로 검토한 후 다수결로 판단을 내린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운영자들이 자신의 경제적 이익을 걸고 판단한다는 점이다. 만약 다수의 운영자들이 명백히 잘못된 판단을 내린다면, 이는 온체인에서 관찰 가능한 악의적 행위가 되며, 이때 누구든지 EIGEN 토큰의 일정 비율을 소각하여 토큰 포크를 시작할 수 있다. 포크가 시작되면 커뮤니티는 어느 쪽이 올바른 판단인지 결정하게 되고, 올바른 포크에서는 악의적 운영자들의 스테이킹 자산이 소각되며 포크를 시작한 사람이 보상을 받는다.
이런 메커니즘이 강력한 이유는 경제적 인센티브와 사회적 검증이 결합되어 있기 때문이다. 운영자들은 명백히 잘못된 판단을 내릴 경우 자신의 자산을 잃을 위험을 감수해야 하며, 동시에 전체 커뮤니티가 최종 판단자 역할을 한다. 이는 중앙화된 오라클이나 소수 전문가의 판단에 의존하지 않고도 복잡한 현실 세계 문제에 대한 신뢰할 수 있는 답을 얻을 수 있게 해준다.
아이겐컴퓨트는 이러한 검증 메커니즘을 개발자들이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추상화 레이어다. 개발자 입장에서 상호주관적 검증이 필요한 애플리케이션을 만들 때마다 복잡한 경제적 보안 메커니즘을 직접 구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데, 아이겐클라우드는 아이겐컴퓨트를 통해 개발자들이 간단한 API를 통해 검증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든다.
개발자는 자신의 애플리케이션 로직을 일반적인 도커 컨테이너(Docker Container)에 작성한 후 아이겐컴퓨트에 배포하기만 하면 된다. 컨테이너 내부에서는 어떤 프로그래밍 언어든 사용할 수 있고, 필요한 라이브러리를 자유롭게 호출할 수 있으며, 외부 API에도 접근할 수 있으며, 이는 기존 클라우드 개발 환경과 거의 동일하다. 차이점이라면 컨테이너의 실행 결과가 자동으로 아이겐DA에 기록되며, 필요시 아이겐베리파이를 통해 검증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아이겐클라우드의 이러한 검증 방식은 암호학적 검증과는 다른 보안 모델을 구현 가능하게 하는데, 자산을 담보로 검증이 이루어지기에 어플리케이션의 중요도에 따라 차별화된 보안 수준을 채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겐클라우드는 컨테이너의 실행 결과를 즉시 사용하거나, 일정 기간 동안 이의제기 기간을 부여하는 낙관적인 보안 모델을 선택할 수도, 악성행위 발견시 EIGEN 토큰과 함께 서비스를 포크해 악의적 행위자들의 토큰을 소각해버리는 강력한 보안 모델을 선택할 수도 있다. 이러한 메커니즘은 단순히 경제적 인센티브뿐만 아니라 사회적 합의까지 포함하는 검증 시스템을 만들어낸다.
바운드리스는 리스크 제로(RISC Zero)의 zkVM(zero-knowledge proof-based Virtual Machine, 영지식 증명 기반 가상머신)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증명자 마켓플레이스 프로토콜로, 영지식 증명에 대한 생성을 여러 증명자가 시장 경쟁을 거쳐 수행하도록 하여 영지식 증명 생성의 속도와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고자 하는 목표를 갖고 있다. 바운드리스의 모체인 리스크 제로는 바운드리스의 저렴하고 빠른 증명 생성 속도와 압도적 성능의 자체 zkVM을 활용, 온체인 환경에서 사용되는 오프체인 프로그램과 데이터의 무결성을 검증 가능한 형태로 전환시키는 데에 그 초점을 맞추고 있다.
리스크 제로의 대표적인 구현체로는 기존의 옵티미스틱 롤업들이 쉽게 영지식 증명의 생성을 위임 생성하여 영지식 롤업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만드는 OP 카일루아(Kailua), 외부 인덱서 등에 공급을 의존했어야했던 블록체인의 과거 상태값을 이용하는 연산을 저렴하고 빠르게 제공하는 모듈 스틸(Steel) 등이 존재한다. 리스크 제로는 구현 자유도가 매우 높은 RISC-V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오프체인에서 구현될 수 있는 거의 모든 연산을 온체인에 검증 가능한 형태로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그 아래에 바운드리스 프로토콜을 배치시켜 탈중앙화되고 효율적인 영지식 증명을 맡길 의도를 갖고 있다. 이로 인해 바운드리스 프로토콜은 온체인 연산의 한계, 또는 경계를 없애는 (Boundless) 프로토콜이라는 모토를 갖고 개발되고 있다.
바운드리스를 통한 검증은 아이겐클라우드와는 완전히 다른, 수학적 엄밀성을 기반으로 하는 검증 가능성을 제시한다. 바운드리스는 영지식 증명을 기반으로 "객관적 증명"이 가능한 모든 영역에 대해 수학적으로 완벽한 검증 능력을 부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바운드리스가 목표로 하는 검증 영역은 사회적 합의나 주관적 판단이 개입할 여지가 없는, 명확한 입력과 출력이 존재하며 결정론적으로 계산 가능한 연산이라고 할 수 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면 바운드리스는 리스크제로가 제공하는 영지식 증명이 제공하는 수학적 엄밀성 외에도 자체적인 검증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는데, 그 중 핵심은 검증 가능한 작업 증명(Proof of Verifiable Work, PoVW)라고 할 수 있다. PoVW는 각 증명자가 실제로 수행한 연산량을 암호학적으로 측정하고 검증하는 프로토콜로, zkVM에서 증명을 생성할 때 해당 증명에 소요된 정확한 연산 사이클 수가 암호학적으로 안전한 메타데이터로 포함된다. 이 메타데이터는 조작이 불가능하며, 고유한 논스(nonce)를 포함하여 동일한 증명이 중복으로 집계되는 것을 방지한다. PoVW를 통해 바운드리스 프로토콜은 어떤 증명자가 특정 증명을 생성했다고 주장할 때, 그 증명자가 실제로 얼마나 많은 연산을 수행했는지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증명자들은 PoVW 과정에서 기록된 작업량을 기반으로 토큰 보상을 받는데, 검증 과정에서 오류가 발견되면 해당 증명은 즉시 무효가 되며, 증명자는 아무런 보상을 받을 수 없도록 하여 수학적 엄밀성과 경제적 메커니즘을 결합했다.
결과적으로, 바운드리스의 이러한 특성은 바운드리스가 제공하는 검증 가능성이 객관적이고 결정론적인 연산 검증에 특화되도록 만든다. 블록체인 롤업의 상태 전환, 외부 오라클을 통해 공급되는 복잡한 연산 결과 등은 모두 명확한 입력과 출력이 존재하는 결정론적 연산이며, 이런 영역에서의 모호성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Source: Boundless
두 프로젝트를 살펴본 결과, 필자는 두 프로젝트가 목표로 하는 “검증 가능한 연산”의 범위에 다소 차이가 있으며, 이들이 점점 더 상호보완적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영지식 증명으로 전부 증명하기 복잡한 소프트웨어나 주관적인 판단이 필요한 검증 영역에서는 아이겐클라우드의 경제적 보안이, 객관적이고 수학적으로 검증 가능한 영역에서는 바운드리스의 영지식 증명이 각각의 강점을 발휘할 것이다. 또한 “검증 가능한 연산”이 광범위하게 도입될 미래의 실제 어플리케이션에서는 이 두 가지가 함께 사용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단적인 예시로, 기존에 아이겐레이어가 수많은 오퍼레이터들의 스테이킹 토큰 수량과 온체인 활동을 추적하는 데에 난항을 겪어 구현이 지연되었던 슬래싱 메커니즘이 리스크제로의 zkVM을 통해 구현되었다. 이는 두 프로젝트가 각 영역에서 분명 특화된 영역을 갖고 있으며, 두 프로젝트가 서로 충돌되는 검증 가능성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이 아님을 보여주는 예시이다.
궁극적으로는 두 플랫폼 모두 "검증 가능한 인터넷"이라는 더 큰 비전을 추구한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대부분의 디지털 서비스들이 검증 가능해지는 미래, 즉 AI의 결정을 검증할 수 있고, 금융 계산의 정확성을 확신할 수 있으며, 개인정보가 올바르게 처리되었음을 증명할 수 있는 세상이다. 결국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것은 단순한 기술적 발전이 아니라, 디지털 신뢰의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는 역사적 전환점이다. "믿고 검증하라(Trust but Verify)"에서 "검증할 수 있으니 믿는다(Verify to Trust)"로의 전환이며, 이는 우리 사회의 디지털 인프라 전체를 재편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아이겐레이어와 바운드리스는 이러한 미래를 만들어가는 핵심 동력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