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가치 포착의 담론은 프로토콜과 앱 거쳐 최근에는 스왑, 브릿지 등을 흡수하며 사용자 접점을 장악한 지갑이 생태계 가치를 주도한다는 팻 지갑(Fat Wallet) 논지까지 등장하였다. 그러나 디앱은 사용자 경험에 깊게 뿌리내린 ‘시간적 깊이(관성)’와 시장의 본질을 꿰뚫는 ‘기능적 깊이’를 통해, 여전히 지갑이 넘볼 수 없는 방어 기제를 구축하고 독자적인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솔라나는 계정 생성 시 데이터 저장 비용으로 보증금을 예치하는 임대료(Rent) 모델을 사용하는데, 토큰 매도 후에도 잔고가 0인 계정이 자동으로 폐쇄되지 않아 약 6억 700만 개의 잠재적 매몰 계정이 누적되어있다, 이 중 실질적으로 방치된 ‘좀비 ATA’에 잠겨 있는 유동성은 최소 11만 SOL 이상으로 추산되어 거대한 임대료 회수 시장을 형성했다.
솔 인시너레이터(Sol Incinerator)는 사용자가 인지하지 못한 임대료를 찾아주는 유틸리티를 제공하여 2025년 11월 기준 누적 47만 SOL 이상을 반환하고 80%에 육박하는 재사용률을 기록하며 시장을 선점했다. 이는 후발 주자들이 레퍼럴이나 게임화 등 부가적인 유인책을 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용자는 자산 회수라는 본질에 충실한 직관적인 워크플로와 이미 검증된 신뢰를 선택했음을 증명한다.
지갑은 사용자 트랜잭션의 시작점이라는 우위와 무료 수수료 정책을 앞세워 임대료 회수 기능을 내장했으나, 보안 리스크 관리와 범용적 UX 유지라는 태생적 한계로 인해 디앱 수준의 정교한 필터링과 대량 소각 로직을 구현하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전문성과 편의성을 극대화한 디앱의 ‘기능적 깊이’를 넘어서지 못했다.
향후 안자(Anza)의 임대료 인하 계획 발표로 시장 규모의 변화가 예고되었지만, 그 안에서 벌어진 가치 포착 경쟁은 유의미한 시사점을 준다. 아무리 지갑이 웹3의 ‘진입로’를 장악한다 해도, 디앱이 사용자 문제를 완벽히 해결하는 ‘종착지’로서 차별화된 전문성을 확보한다면 팻 지갑 시대에도 충분히 독자 생존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블록체인 산업의 담론은 시간이 지나면서 “어디에서 가치가 포착되는가”를 중심으로 이동해 왔다. 초창기에는 합의 알고리즘, 처리 성능, 보안성 등 프로토콜 레이어의 우열이 논의의 중심이었고, 기반 기술을 제공하는 프로토콜이 생태계의 가치를 흡수한다는 팻 프로토콜(Fat Protocol) 관점이 널리 받아들여졌다. 이 과정에서 이더리움 이후 솔라나 등 대안 레이어1 및 레이어2가 부상하며 프로토콜 간의 경쟁 구도가 형성되었다.
이후 주요 레이어1 및 레이어2의 성능이 상향 평준화되고 멀티체인 환경이 만연해지면서, 가치 포착의 무게 중심은 인프라에서 서비스로 이동했다. 2017~2018년 오픈씨(OpenSea), 유니스왑(Uniswap) 등 킬러 앱이 등장해 사용자 접점과 수수료 매출을 확보하기 시작했고, 애플리케이션이 가치 포착의 중심이 된다는 팻 애플리케이션(Fat Application) 논지가 힘을 얻게 되었다. 디앱(DApp)은 단순한 인터페이스를 넘어 사용자 트랜잭션을 만들고 수수료를 생성하는 생태계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았으며, 기반 프로토콜들이 그랜트 프로그램이나 해커톤을 통해 디앱 온보딩에 집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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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웹3 환경에서는 애플리케이션 레이어가 웹2의 문법처럼 지속적으로 일정한 가치를 독점하기 어렵다. 블록체인 기반 디앱은 신뢰 확보를 위해 핵심 로직이 온체인에 공개되는 경우가 많고, 그 결과 포크와 조합성의 난이도가 구조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이처럼 한번 성공 사례가 등장하면 유사 기능을 가진 모방 디앱이 빠르게 확산될 수 있으며, 동일 체인 내부뿐 아니라 다른 실행 환경으로도 손쉽게 이식될 수 있다. 즉, 애플리케이션이 가치 포착의 중심으로 부상했지만, 그만큼 경쟁 강도도 매우 높은 셈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경쟁 환경에서 다시 중요해진 질문은 “사용자 트랜잭션의 진입점을 누가 장악하는가”이다. 이 질문은 최근 팻 지갑(Fat Wallet) 논지로 이어진다. 지갑은 사용자와 체인을 연결하는 최전선에서 트랜잭션의 시작과 서명을 통제하며, 스왑, 브릿지, 스테이킹 등 디앱 기능을 지갑 내부로 흡수하고 슈퍼 앱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이미 지갑들은 온/오프램프 수수료와 주문 흐름 통제를 통해 가치 포착을 실현하고 있다. 특히 블록체인이 최근 실물자산(RWA), 결제 등 실물 경제와 밀착된 리테일 금융으로 확장됨에 따라, 가치 포착의 무게 중심은 애플리케이션을 넘어 그 유통과 흐름을 재편하는 지갑으로 이동하고 있다.
팻 지갑 논지가 부상했다고 해서 디앱의 역할이 곧바로 축소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디앱이 직면한 경쟁의 축이 ‘디앱 대 디앱’에서 ‘디앱 대 지갑’으로 확장된 것은 분명하다. 동일한 기능을 제공하는 디앱이 난립하는 상황에서 지갑까지 핵심 기능을 내장하기 시작하자, 디앱은 더욱 좁아진 차별화 공간에서 경쟁력을 입증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되었다.
이처럼 가치 포착을 둘러싼 레이어 간 경계가 무너진 지금, 경쟁 우위를 결정짓는 핵심 변수는 다음과 같다.
첫째, 사용자 경험에 깊게 뿌리내린 시간적 깊이, 즉 '관성'이다. 인프라의 압도적인 성능 격차나 파격적인 인센티브 같은 예외적 상황이 아니라면, 사용자는 익숙한 워크플로를 쉽게 바꾸지 않는다. 이는 단순한 선호를 넘어 반복된 경험과 신뢰가 축적된 결과다. 단순히 지갑이 유사한 수준의 편의성을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이미 고착화된 사용 패턴을 대체하기 어렵다. 특히 기술적 복제가 쉬운 카피캣 환경에서, 이러한 시간 차원의 깊이는 디앱의 가장 강력한 방어 기제가 된다.
둘째, ‘기능적 깊이’다. 한때 가치 포착 경쟁력의 핵심은 단순한 기능의 나열이었다. 하지만 수많은 프로토콜과 디앱, 그리고 지갑까지 등장하면서 이는 변별력을 잃었다. 이제는 각 레이어가 목표로 하는 시장의 본질을 파악하고, 그 본질을 꿰뚫는 기능적 깊이가 중요해졌다. 가령 무기한 선물 DEX가 제공하는 고급 거래 옵션, 정교한 예외 처리, 고도화된 자동화 기능이 대표적이다. 이는 특정 시장의 니즈를 정확히 타격함으로써, 기능의 나열이 아니라, 특정 시장의 핵심 니즈를 관통하는 ‘기능적 깊이’를 만들어낸다.
결국 가치 포착의 경쟁력은 단순한 기능의 나열에서 벗어나, 사용자를 묶어두는 ‘시간적 깊이’ 혹은 ‘기능적 깊이’로 이동하고 있다. 본 글에서는 이러한 경쟁 구도를 선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로 솔라나의 임대료 회수(Rent Recovery) 시장을 분석한다. 이 시장은 규모는 작고 기능은 명료해 보이지만, 디앱이 어떻게 우위를 점하는지, 그리고 지갑의 가치 포착 시도가 왜 한계에 부딪히는지 증명하는 최적의 사례다.
솔라나 네트워크의 실행 환경을 단순화하면 “계정 단위로 상태를 저장하는 실행 환경”으로 이해할 수 있다. 프로그램 코드, 프로그램 상태, 사용자 데이터, 토큰 잔고 등 온체인 정보의 상당 부분이 계정 단위로 분리되어 관리되며, 이 위에서 동작하는 실행 환경이 솔라나 가상 머신(Solana Virtual Machine, SVM)이다.
데이터가 계정 단위로 관리된다는 것은, 네트워크 활성도가 높아질수록 생성 및 관리해야 할 계정 수가 늘어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계정을 비용 없이 무한정 생성 및 유지할 수 있다면, 모든 노드가 보관해야 하는 상태가 끝없이 증가해 네트워크 리소스가 낭비될 수 있다.
이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솔라나는 임대료라는 경제적 기회비용 모델을 도입했다. 저장 공간이라는 공공재를 점유하려면, 저장 데이터 크기에 비례한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과거에는 에포크(epoch)마다 계정 잔액에서 임대료를 차감하는 방식이 존재했으나, 현재는 대부분의 신규 계정이 생성 시점에 임대료 면제(rent-exempt)를 위해 보증금을 예치하는 구조로 운용된다. 이 보증금은 계정이 유지되는 동안 락업된 상태로 남는다.
임대료 면제를 위한 보증금은 아래와 같은 형태로 계산된다.
Source : Solana Labs GitHub Repository
즉, 계정이 차지하는 데이터 크기가 클수록 더 많은 보증금이 필요하다. 예로 들어, SPL 토큰을 보유하려면 지갑 주소와 토큰 민트에 귀속되는 전용 계정이 필요하다. 이를 연관 토큰 계정(Associated Token Account, ATA)이라고 부르며, ATA는 지갑 주소와 토큰 민트에 종속되는 전용 계정으로, 해당 지갑의 토큰 잔고를 기록한다. ATA는 표준적으로 165바이트 공간을 사용하며, 이 계정을 생성하기 위해서는 임대료 면제 임계값에 해당하는 보증금인 약 0.00204 SOL이 예치되어야 한다.
이후 편의상 임대료 면제를 위해 예치되는 예치금(보증금)도 ‘임대료’로 통칭한다.
문제는 토큰을 전량 매도하거나 전송해 잔고가 0이 되더라도, ATA가 자동으로 제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별도 정리 작업이 없으면 잔고 0의 계정이 온체인에 남고, 그 안의 보증금도 계속 잠긴다. 이처럼 유틸리티는 종료되어, 해당 토큰의 잔액이 0이지만 보증금이 방치된 ATA를 ‘좀비 ATA’이라고 하겠다.
현재 솔라나 네트워크 내 좀비 ATA의 축적 현황과 그에 따른 임대료 회수 시장의 잠재력을 파악하기 위해, 분석 기간은 2024년 1월 1일부터 2025년 12월 15일 까지 약 715일간 발생한 1,915억 건의 트랜잭션 데이터를 Google BigQuery가 제공하는 솔라나 퍼블릭 데이터셋을 통해 추적하였다.
솔라나의 방대한 데이터 특성상 모든 ATA의 실시간 잔고를 전수 조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에 본 분석에서는 민팅, 소각, 스왑 등 주요 토큰 활동 시 발생하는 계정 생성 및 폐쇄 이벤트를 추적하는 방식을 채택하였다. 이는 개별 계정의 상태를 일대일로 대조하는 대신, 발생한 이벤트의 총 증감량을 비교 분석함으로써 실제 폐쇄되지 않고 남아 있는 ‘잠재적 임대료 매몰 계정’의 규모를 추정하기 위함이다.
해당 분석의 결과는 다음과 같다:
분석 시작일 : 2024년 1월 1일
상태 변동(개설 혹은 폐쇄)이 관측된 누적 계정 : 31.1억
일 평균 미폐쇄 계정 : 85만
분석 시작일 이후 누적 미폐쇄 계정 : 6억 700만
일반적으로 토큰을 전량 매도한 후에도 계정을 즉시 폐쇄하지 않는 사용자의 관성적인 행태를 고려할 때, '잠재적 임대료 매몰 계정' 데이터는 좀비 ATA의 규모를 가늠하는 핵심 지표다. 특히 2024년 하반기 펌프펀(Pump.fun) 등 밈코인 메타가 본격화됨에 따라, 일평균 약 85만 개의 계정이 임대료 매몰 구간으로 신규 진입하고 있다. 그 결과, 2024년 1월 1일 이후 최소 6억 700만 개의 계정이 폐쇄되지 않고 남아 있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이 방대한 모수 중 실질적인 좀비 ATA의 비율을 산출하기 위해, 표준 ATA 규격(165 바이트)을 보유하고 최소 30일간 활동이 전무한 계정 10만 개를 표본으로 설정했다. 데이터의 객관성 확보를 위해 총 10회에 걸쳐 무작위 추출 및 반복 검증을 진행한 결과, 토큰 잔액이 0인 상태로 방치된 비율은 약 8~10%로 수렴하였다.
물론 6억 700만 개의 미폐쇄 계정이 모두 즉각적인 좀비 ATA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대다수의 밈코인 트레이딩 계정이 ‘생성 → 단기 거래 → 유기’라는 극도로 짧은 생명주기를 가진다는 점을 고려할 때, 현재의 활성 계정들 역시 시간 경과에 따라 표본 집단의 특성(좀비화)으로 빠르게 수렴할 개연성이 높다. 이러한 논리적 전제를 바탕으로 비율을 전체 모수에 대입하면, 약 5,400만 개의 계정이 좀비 상태로 추정된다.
이를 SPL 표준 임대료(0.00204 SOL) 기준으로 환산하면 최소 11만 SOL 이상의 자산이 잠겨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 수치가 극히 보수적인 하한선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해당 추산은 잔고가 완전히 0인 계정만을 고려했을 뿐이다. 실제로는 시장 가치가 소멸했음에도 잔고가 남아있어 계정을 점유하고 있는, 이른바 무가치 잔고 계정 또한 소각을 통한 임대료 회수의 핵심 대상이다. 밈코인 메타 이후 이러한 가치없는 토큰들이 방치된 계정이 급증했음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시장 규모는 11만 SOL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솔라나의 성장이 거대한 유휴 자본을 형성했음을 입증하며, 임대료 회수 서비스가 공략 가능한 시장의 규모를 보여준다.
다만 본 추산은 시장의 잠재력(TAM)을 파악하기 위한 시뮬레이션이며, 실제 수익화 가능한 규모는 봇 운영자의 자가 회수 여부, 소각 과정에서의 사용자 마찰, 그리고 향후 솔라나 재단의 임대료 정책 등 외부 변수에 의해 조정될 수 있음을 밝혀둔다.
임대료 회수는 계정 폐쇄 명령(CloseAccount) 호출로 가능하다. CloseAccount는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계정을 영구적으로 폐쇄하고, 임대료 면제를 위해 예치돼 있던 임대료를 지정한 지갑으로 환불해 준다. 해당 방식은 잔고가 0인 ATA 정리뿐만 아니라 NFT 메타데이터 계정, 미체결 주문이 남아 방치된 오픈북(OpenBook) 마켓 관련 계정, 비어 있는 스테이킹 계정, 도메인 계정 등 모든 계정을 정리할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임대료는 계정 데이터가 차지하는 공간에 비례해 책정되므로 용량이 큰 오픈북 마켓 계정처럼 데이터 구조가 복잡하고 큰 온체인 계정을 정리하면, ATA를 닫을 때보다 훨씬 큰 금액을 돌려받는 경우도 생긴다.
다만 문제는 대다수 일반 사용자가 이러한 임대료 구조와 회수 방법을 인지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트랜잭션 과정에서 소액의 SOL이 임대료로 빠져나갔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고, 토큰을 전량 매도해 지갑 잔고가 0이 되면 해당 계정의 수명이 다했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 결과 사용자는 자신의 자산 일부가 네트워크에 ‘보증금’ 형태로 남아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CloseAccount 호출이 이뤄지지 않는 한 사실상 영구히 방치되게 된다.
사용자들의 이러한 인지 부족과 번거로운 회수 절차는 역설적으로 솔라나 생태계 내에서 새로운 서비스가 탄생할 수 있는 비즈니스 기회로 작용했다.
특정 프로토콜에서 디앱이 성공하는 패턴 중 하나는, 불편한 사용자 경험(UX)을 대신 해결하는 애플리케이션이 등장하는 것이다. 솔라나의 임대료 구조는 이러한 기회가 존재하던 영역이었다. 계정을 닫으면 보증금으로 예치된 SOL을 돌려받을 수 있지만, 많은 사용자는 임대료 개념 자체를 인지하지 못했고, 알고 있더라도 직접 청구하고 회수하는 과정이 번거로웠다.
Source : Sol-Incinerator
솔 슬러그(Sol Slug) 팀은 2021년 솔 인시너레이터를 출시해, 사용자가 지갑만 연결하면 불필요한 계정을 정리하고 잠겨 있던 SOL 보증금을 회수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앱은 크게 해당 토큰 계정의 잔고 유무에 따라 두 가지 기능을 제공한다:
좀비 ATA 정리: 유틸리티가 종료되어 잔고가 0임에도 불구하고 활성화 상태로 남아있는 좀비 ATA를 식별한다. 불필요하게 점유된 저장 공간을 폐쇄함으로써 즉각적인 임대료 회수를 진행한다.
악성 자산 소각 및 계정 정리: 잔고는 존재하지만 시장 가치가 없는 스팸 토큰이나 러그풀 NFT 등을 처리한다. 해당 자산을 영구적으로 소각하여 잔고를 0으로 만든 뒤, ATA 폐쇄까지 일괄 처리하여 임대료를 회수한다.
악성 자산 소각 및 ATA 정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실수로 약 7만5천 달러 규모의 펌프(PUMP) 토큰 1천만 개를 소각해 피해를 본 사례도 존재한다. 소각 대상 토큰은 반드시 재확인해야 한다.
솔 인시너레이터가 각광받은 배경에는 2021년 NFT 붐과 2024~2025년 밈코인 열풍으로 이어진 솔라나 생태계의 폭발적인 온체인 활동이 있었다. 특히 이 과정에서 필연적인 부산물로 양산된 대량의 좀비 ATA나 잔액이 애매하게 남아서 사실상 방치된 계정들이 누적되었고, 정리할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이때 솔 인시너레이터는 단순히 청소 도구가 아니라, 사용자에게 ‘내 지갑 안에 잠긴 임대료’라는 숨겨진 잔고를 처음으로 인식시키는 계기로써 작동되었다. 잃어버린 돈을 버는 느낌이 아니라, 내 돈을 되찾는 느낌은 행동을 훨씬 강하게 만든다. 이 시장은 원래부터 존재하던 수요가 아니라, 보이지 않던 수요가 가시화되면서 커진 수요였다.
서비스 출시 3년이 지난 2024년 말 기록을 보면, 밈코인 열풍과 맞물려 전량 매도 후 남겨진 계정을 정리하려는 수요가 급증하며 일 활성 지갑 수(UAW)가 약 4.8만 개 수준에 도달하였다. 이후 해당 열풍이 잦아들며 지표는 내려왔지만, 여전히 일 1만 개 이상의 고유 지갑 주소가 꾸준히 이용하며 의미 있는 트랜잭션 규모를 유지한다는 점이 주목할만하다. 임대료 회수는 특정 시즌의 유행이 아니라, 솔라나 프로토콜 사용자에게 자산 관리 루틴으로 자리 잡았고, 동시에 네트워크 상태 정리라는 공공재적 성격까지 띠게 됐다. 개인은 소액을 회수하고, 생태계는 불필요한 계정을 줄이며, 서비스는 수수료로 매출을 얻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이러한 구조는 실제 데이터상의 비약적인 성과로 직결되었다.
2025년 11월까지 솔 인시너레이터가 달성한 주요 기록은 다음과 같다:
472,384.98 SOL이 누적 반환
300만 개의 지갑이 트랜잭션을 발생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 50만 지갑
재방문 및 재사용률: 80%
누적 트랜잭션 수 : 4,900만 건 이상
솔 인시너레이터는 임대료 회수 시장을 선점했으며, 누적 반환액에 수수료율(약 2.3%~5.0%)을 적용하면 약 1만~2.4만 SOL 규모의 매출을 추정할 수 있다. 이는 기능이 단순하더라도 사용자가 체감하는 명확한 가치와 반복 사용 동기를 결합하면 유의미한 수익 모델을 구축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재방문 및 재사용률이 80%에 육박한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일반적인 디앱의 90%가 첫 주 이탈을 경험하고, 평균적인 1개월 고객 유지율이 10% 미만에 머무르는 업계 현실을 감안할 때, 이는 견고한 고객층을 확보했음을 의미한다.
임대료 회수 로직 자체는 기술적으로 진입 장벽이 높지 않다. 그래서 선두주자를 뒤따라 유사 기능을 제공하는 디앱들이 빠르게 등장하였다. 하지만 다수의 디앱들이 도전한 만큼, 후발주자는 단순 기능 복제만으로는 선택받기 어려워, 레퍼럴, 토큰 이코노미, 게임화 같은 전형적인 웹3 장치를 들고 들어왔다.
아래는 수많은 임대료 회수 디앱들 중, 흥미로운 장치를 들고 온 디앱들만을 살펴본다.
3.2.1 후발 디앱들의 차별화 전략: 레퍼럴, 토큰 그리고 게임화까지
먼저 클레임유어솔(ClaimYourSol)은 임대료 회수 시장에 레퍼럴 시스템을 적극 도입한 사례다. 경쟁 서비스 대비 높은 수수료를 책정하되, 그 수수료의 상당 부분을 레퍼럴 보상으로 재분배해 키 오피니언 리더(KOL)와 커뮤니티 리더의 홍보 유인을 강화하는 방식이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잊고 있던 돈을 찾는다’는 효능감 때문에 수수료 저항이 낮아지고, 인플루언서 입장에서는 레퍼럴 수익 때문에 자발적인 확산이 일어난다. 즉, 수수료가 곧 마케팅 비용이 되는 구조다.
리펀트유어솔(RefundYourSOL)은 한 단계 더 나아가 자체 토큰을 발행하고 디파이 요소를 결합하려는 시도를 하였다. $RYS라는 자체 토큰을 출시한 후, 토큰 보유자에게 수수료 할인, 스테이킹 참여자에게 수익 공유 같은 방식을 통해 일회성 유틸리티를 지속 가능한 투자형 플랫폼으로 확장하려는 발상이다.
정크펀(Junk.Fun), 솔클리너(Sol-Cleaner) 같은 서비스는 레퍼럴 시스템에 포인트, 리워드, 게임화 요소를 얹어, 단순히 사용자는 임대료를 회수하러 왔다가 보상을 보고 더 자주 방문하게 하는 게임화 전략을 택했다.
3.2.2 시장의 본질은 단순함과 익숙함을 원한다.
많은 기능들을 들고 온 디앱들이 과연 임대료 회수 시장에서 주도권을 가져왔을까? 솔 인시너레이터는 최근 1개월(2025.11.18~12.18) 동안 경쟁 비교군 대비 최소 10배 이상의 트랜잭션 수와 최소 2.5배 이상의 월간 활성 사용자수(MAU)를 기록하며, 시장 내 압도적인 주도권을 입증했다. 왜 그럴까? 단순히 수수료 때문이라면, 수수료는 같은데 레퍼럴과 게임화 기능이 추가된 정크펀이 솔 인시너레이터보다 낮은 점유율을 차지한 점이 이성적으로 설명이 되지 않는다. 이 시장의 본질을 생각해보면, 이러한 점유율 분포를 이해할 수 있다.
먼저 임대료 회수는 의사결정이 복잡할수록, 그리고 선택지가 많을수록 사용자가 불편해지는 작업이다. 사용자가 원하는 건 추가 보상이 아니라, 빠르고 안전한 회수다. 즉, 레퍼럴, 토큰 유틸리티, 그리고 보상과 같은 다양한 기능이 유입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그 자체가 사용자들이 필요로 하는 ‘기능적 깊이’를 제공해 주지는 않으며 오히려 저해할 수도 있다. 오히려 깔끔한 UI와 임대료 회수에 직관적인 기능들을 보유한 솔 인시너레이터가 추후 나온 디앱들보다 ‘기능적 깊이’를 제공한다.
또한, 2021년부터 축적된 '시간적 깊이'는 강력한 진입 장벽이 되었다. 임대료 회수는 새로운 가치를 찾는 탐색의 영역이 아니라, 잔존 자산을 정리하는 처리의 영역이다. 사용자는 굳이 새로운 서비스를 검증하는 리스크를 감수하기보다, 이미 다수가 검증하고 손에 익은 도구를 선택한다. 실제로 솔 인시너레이터의 재사용률이 80%에 육박한다는 사실은 이 시장에서 신뢰와 익숙함이 얼마나 큰 해자인지 증명한다. 한 번 형성된 관성의 궤도는 후발주자가 단순히 기능 몇 가지를 더한다고 해서 쉽게 틀어지지 않는다.
지갑 레이어도 자연스럽게 임대료 회수 시장으로 움직였다. 지갑은 트랜잭션의 시작점이고, 서명과 유통을 장악한 채널이기 때문이다. 몇몇 지갑은 임대료 회수 기능을 기본으로 탑재해 외부 디앱 연결 없이 지갑 내부에서 계정 정리로 이어지는 흐름을 만들려 했다. OKX 월렛(OKX Wallet)과 솔플레어(Solflare) 사례가 대표적이다.
Source : OKX Wallet
Source : Solflare Wallet
흥미로운 점은, 이들 지갑이 해당 기능에 사실상 수수료를 징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겉으로 보면 ‘수익을 포기하고 사용자 편익을 올리는’ 선택처럼 보이지만, 지갑 관점에서는 이것이 완전히 비경제적인 결정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지갑의 수익 구조는 특정 기능 하나에서만 나오지 않는다. 사용자가 지갑에 더 오래 머물고 더 자주 거래하면, 스왑, 온램프, 브리지 등 다른 지점에서 매출이 발생할 수 있다. 즉, 임대료 회수는 지갑에게 직접 과금 상품이라기보다 체류 시간과 신뢰를 늘리는 장치로 생각할 수 있다.
그렇다면 임대료 회수 수수료가 없다는 확실한 가격 경쟁력에도 불구하고, 지갑들이 디앱 중심의 시장 판도를 뒤집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아이러니하게도 지갑의 최대 강점인 '워크플로(workflow)의 단순화'가 낳은 역설이다. 범용성을 위해 희생된 기능적 깊이가, 정작 디테일이 필요한 이 영역에서는 디앱을 넘어설 수 없는 치명적인 구조적 한계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첫째, 지갑은 표준 UX에 갇힌다. 지갑은 광범위한 사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금융 인프라에 가깝기 때문에, UI가 정형화되고 고급 옵션이나 예외 처리를 공격적으로 노출하기 어렵다. 서술된 사례처럼 OKX 월렛은 사실상 지갑 안에서 작업을 끝내기보다 별도의 사이트로 연결해 계정 정리를 제공하는 형태에 가깝고, 솔플레어는 잔액이 0인 좀비 ATA 정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스팸 토큰 소각 등 ‘잔액이 남아 있는 자산’까지 포함한 일괄 정리 워크플로는 제공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반면 디앱은 ‘계정 정리’라는 작업을 위해 화면 전체를 최적화할 수 있어, 필터링, 대량 처리, 시각화, 결과 요약 같은 디테일을 강점으로 밀어붙일 수 있다.
둘째, 지갑은 리스크를 최대한 제거해야 한다. 지갑은 사용자의 모든 온체인 활동의 출발점이기 때문에, 사고가 나면 그 피해가 곧바로 지갑 브랜드 리스크로 돌아온다. 특히 임대료 회수는 단순히 계정을 닫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쓸모 없는 토큰을 소각한 뒤 계정을 닫는 흐름까지의 확장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소각은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면 불필요한 자산 정리가 아니라 중요 자산 소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앞서 언급된 오소각 사례가 상기시키듯, 지갑이 이 기능을 깊게 내장하는 순간 초보자 오용 가능성과 책임 문제가 커진다. 즉, 지갑은 태생적으로 보수적인 포지션을 취할 수 밖에 없으며, 이러한 이유로 지갑은 기능을 넣더라도, 디앱이 제공하는 깊은 워크플로까지 무리하게 확장하기 어렵다. 이것이 지갑이 침범할수 없는 기능적 깊이의 실체다.
임대료 회수 시장은 솔라나 생태계의 확장과 궤를 같이하며 성장해 왔으나, 이러한 성장 추세가 영원할 수는 없다. 오히려 시장은 이제 구조적 축소라는 변곡점에 직면해 있다.
Source : X(@solana)
2025년 12월 12일 개최된 솔라나 브레이크포인트 2025(Solana Breakpoint 2025)에서, 솔라나 개발사 안자(Anza)는 "현재의 임대료는 지나치게 높다(The rent is too damn high)"고 지적하며 온체인 스토리지 비용의 획기적인 절감을 발표했다. 프로젝트들이 대규모 계정을 부담 없이 구축할 수 있도록, 임대료를 현 수준의 10분의 1, 나아가 최대 100분의 1까지 낮추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한 것이다.
이는 생태계 빌더들에게는 분명한 호재이지만, 임대료 회수 시장의 관점에서는 두 가지 시나리오가 모두 가능하다.우선 계정당 회수되는 임대료 단가가 낮아짐에 따라 전체 회수 가능한 임대료의 파이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동시에, 임대료 부담 완화가 밈코인 트렌드 등과 맞물려 폭발적인 계정 생성을 유도하는 '플라이휠 효과'를 일으킨다면, 압도적인 수량 증가가 단가 하락을 상쇄하여 총 자산 규모가 유지되거나 오히려 커질 수도 있다. 즉, 단가 하락으로 인한 시장 축소와 수량 증가로 인한 시장 확대라는 상반된 가능성이 모두 열려 있는 상황이다.
시장 규모의 변화와 무관하게, 이 전쟁은 현재 범용성을 지향하는 지갑이 가치 포착 시장에서 모든 영역에서 디앱보다 앞서기는 구조적으로 어렵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다시 한번 임대료 회수 시장을 생각해보자.
지갑은 사용자와 가장 먼저 만나는 넓은 접점을 강점으로 한다. 하지만 이 넓이는 전문성을 원하는 시장에서는 역설적으로 깊이를 제한하는 족쇄가 될 수 있다. 대중적인 인프라인 지갑은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UX를 보수적으로 표준화해야 하며, 사용자의 자산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날카로운 기능은 배제할 수밖에 없다. 지갑이 제공하는 임대료 회수가 단순히 좀비 ATA 정리 수준에 머무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반면, 디앱이 가져가는 ‘기능적 깊이’는 이러한 제약에서 자유롭다. 이는 단순히 기능의 나열이 아니라, 특정 시장의 사용자가 겪는 문제의 본질을 꿰뚫는 최적화를 의미한다. 임대료 회수를 예로 들면, 사용자는 단순히 계정을 닫는 것을 넘어 내 지갑 상태를 시각화하고, 위험 자산을 필터링하며, 원클릭으로 정리하길 원한다.
지갑이 "당신에게 0.002 SOL이 있습니다"라고 점잖게 알려주는 것이 '안전한 표준'이라면, 디앱은 "당신의 지갑에 있는 스팸 토큰 50개를 1초 만에 태우고 0.1 SOL을 찾아드립니다"라고 제안하는 해결사 역할을 자처한다. 지갑이 못해서가 아니라, 전체를 아우르느라 챙기기 힘든 이 뾰족한 디테일이야말로 디앱이 우위를 점하고 가치를 포착할 수 있는 결정적인 영역이다.
팻 지갑이 부상한다고 해서 디앱이 설 자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지갑이 스왑이나 전송처럼 반복적이고 보편적인 기능을 흡수하며 규모를 키우는 흐름은 필연적이다. 하지만 지갑이 슈퍼앱이 되어 모든 사용자 경험을 독식하리라는 전망은 모든 시장에서 성립하기 어렵다. 시장마다 요구되는 깊이와 특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앞으로의 가치 포착 전쟁은 ‘지갑의 접근성’과 ‘디앱의 전문성’ 사이의 공존과 대결로 요약된다. 이 생태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은 명확하다. 지갑이 이미 승기를 잡은 ‘접근성’이라는 전장을 피하고, 지갑이 효율성과 구조적 문제로 닿을 수 없는 깊은 곳으로 파고드는 데 있다. 단순히 접근성이 중요한 얕은 시장은 지갑에게 내어주더라도, 고도화된 전문성이 필요한 시장은 여전히 디앱의 영토로 남는다.
따라서 디앱의 경쟁력 상실은 오직 차별화되지 않은 범용 서비스에 국한된 이야기일 뿐이다. 하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차별화되지 않은 디앱은 이미 접근성 우위를 가진 지갑 앞에서 경쟁 자체가 성립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지갑은 사용자가 웹3로 진입하는 입구를 장악했다. 그러나 사용자가 그 문을 열고 들어가 마침내 도달하려는 종착지는, 자신의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해 줄 전문적인 디앱이다. 지갑이 아무리 거대해져도, 송곳처럼 뾰족한 본질을 지닌 디앱의 가치는 희석되지 않는다. 바로 그 뾰족함 속에 디앱의 미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