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억 달러 투입, 보합 1건, 손실 27건. 코인게코(CoinGecko)가 2025년 28개 바이백 프로그램을 전수 조사한 결과다. HYPE만 가격 보합을 유지했고, 나머지는 65~89% 하락했다.
커버리지 비율 1배 미만의 바이백은 가격 상승 신호가 아니다. JUP(0.17배), PUMP(0.15배), ZRO(0.32배) 모두 76~89% 하락했다. PUMP는 7월 14억 달러 규모의 ICO 물량 해제 전까지 성공 사례로 보였으나, 이를 반영하면 상위 10개 프로토콜 중 최저 커버리지를 기록했다.
커버리지 비율 1배 초과도 가격 방어의 충분조건은 아니다. RAY는 전량 언락 완료로 커버리지가 무한대였으나, PumpSwap 출시 이후 수익 기반 붕괴로 75% 하락했다. SKY는 약 4배 커버리지에도 65% 하락했다. HYPE는 약 1.6배 커버리지로 보합을 유지했다. 높은 커버리지는 성과의 상한선을 설정할 뿐, 하한선을 보장하지 않는다.
크립토 바이백은 전통금융과 정반대 맥락에서 작동한다. 전통금융에서 바이백은 저평가 신호이자 미래 이익 청구권을 가진 주주에게 잉여 현금을 환원하는 수단이다. 반면 크립토에서 바이백은 가격이 80% 이상 하락한 상황에서도 대규모 토큰 발행을 지속하는 프로토콜이 주로 선택한다. 메커니즘은 동일하나 맥락이 정반대이므로 결과도 다르다.
2025년 1월 1일부터 10월 15일까지 코인게코가 추적한 주요 바이백 프로그램의 결과에 따르면 28개 프로토콜이 총 14억 달러를 투입했으나, 보합을 유지한 것은 단 1건에 불과했고 나머지 27건은 모두 손실을 기록했다.
상위 10개 프로그램이 전체 지출의 92%에 해당하는 12.9억 달러를 집행했으며, 이는 디파이 역사상 최대 규모의 구조적 수요 창출 시도에 해당한다. 체인, 버티컬, 수익 모델, 실행 전략이 상이했음에도 결과는 대부분 실패다.
참고) 바이백 데이터는 2025년 1월 1일~10월 15일 기간을 대상으로 하며, 가격 성과는 2026년 1월 13일 기준이다. 해당 기간 이후에도 추가 바이백이 집행되었으며, HYPE의 경우 4분기에만 약 2.3억 달러를 추가 투입했다. 따라서 본 수치는 표기된 성과 대비 실제 지출이 과소 추정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지출 분포를 살펴보면 시장이 간과한 리스크가 드러난다. HYPE가 단독으로 전체 바이백의 46%(6.446억 달러)를 차지하며, 그 뒤를 잇는 ZRO(1.5억 달러), PUMP(1.38억 달러), RAY(1억 달러), SKY(0.79억 달러) 4개 프로토콜이 33%를 추가로 점유한다. 10위권 밖으로 벗어나면 규모는 급격히 축소된다. GMX가 2,100만 달러, AERO가 1,700만 달러, LINK가 1,000만 달러 수준이며, 1,000만 달러 미만의 소규모 프로그램 18개가 총 7,200만 달러를 나눠 집행했다. 그러나 이들 프로그램은 애초에 유의미한 영향력을 행사할 화력 자체가 부족했다. 공급량의 0.3~0.5%를 바이백하는 사이, 토큰 언락은 이를 압도하는 규모로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시장의 평결은 신속하게 내려졌으며, 2026년 1월 첫째 주, 두 명의 창업자가 자사 바이백 프로그램의 실패를 공개적으로 인정했다:
"7,000만 달러 이상을 투입했으나... 가격은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 Siong (Jupiter)
"시장은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다... 더 이상의 자금 낭비를 중단하겠다."
- Haleem (Helium)
이들의 판단은 절반만 맞다. 시장은 관심을 갖는다. 다만 바이백 자체가 아닌, 바이백이 드러내는 신호에 관심을 갖는 것이다. 자사 언락 스케줄의 5배에 달하는 물량을 마주하면서 바이백을 발표하는 프로토콜은, 수혜자가 누구인지를 스스로 고백하는 셈이다. 내부자들이 언락 물량을 매도하는 와중에 바이백을 집행한다면, 이는 기관급 정당성을 갖춘 엑싯 리퀴디티를 제공하는 것에 다름없다. 메커니즘은 설계된 대로 정확히 작동하고 있다. 다만 자신이 수혜자라고 믿었던 이들을 위한 것이 아닐 뿐이다.
필자가 판단하기에 바이백 성과를 가르는 결정적 변수는 바이백 규모 대비 추가 유통 규모, 즉 커버리지 비율이다.
커버리지 비율 = 바이백 규모 / (언락 규모 + 신규 발행 규모 + 토큰 인센티브 규모)
1배를 기준으로 성과가 구분된다. 커버리지 비율이 1배 미만인 경우, 실패는 사전에 확정된다. ZRO의 경우 2025년 언락 물량이 5.07억 달러에 달했으나 바이백 집행 규모는 1.5억 달러에 그쳤다(커버리지 비율 0.32배). LayerZero는 실사용 기반의 브릿지 거래량과 매출을 보유한 프로토콜이다. 그러나 펀더멘털은 의미가 없었다. 6월 클리프 언락 단건(2.93억 달러)이 2년치 바이백 여력을 초과했기 때문이다. 희석 규모가 바이백의 3배에 달하는 구조에서 가격 방어는 불가능하다.
PUMP는 겉보기에 반례처럼 보였기에 주목할 만하다. 표면적으로는 매출의 98%를 바이백에 투입하는 공격적 구조였고, 대규모 언락도 2026년 7월까지 예정되어 있지 않았다. 그러나 대부분의 분석에서 누락된 변수가 있었다. 2025년 7월에 집행된 14억 달러 규모의 ICO 물량 해제다. PUMP는 ICO 당시 전체 공급량의 33%를 8.22억 달러에 매각했으며, 해당 투자자들은 이후 바이백이 집행될 때마다 매도세로 대응해왔다. 실제 커버리지 비율은 0.15배로, 상위 10개 프로토콜 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JUP는 산술적 실패의 전형이다. 3.69억 달러 규모의 언락에 대해 바이백은 5,800만 달러에 불과했다(커버리지 비율 0.17배). 1월 한 달에만 에어드랍 1.47억 달러와 팀 물량 9,800만 달러, 총 2.45억 달러가 시장에 출회되었다. 커버리지 비율이 1배를 상회하는 경우에도 이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RAY는 2024년 2월 전량 언락이 완료되어 신규 희석 물량이 전무했다(커버리지 비율 무한대). 그럼에도 75% 하락했다. 2025년 3월 PumpSwap 출시 이후 pump.fun 기반 수수료 매출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수익 기반이 붕괴하는 상황에서 바이백은 무력하다.
SKY는 HYPE 다음으로 유리한 구조를 보유했다. 커버리지 비율 약 4배로 데이터셋 내 최상위권이었으나, 65% 하락했다. 성숙 단계에 접어든 프로토콜의 거버넌스 토큰은 바이백이 작동하는 데 필요한 재귀적 상승 동력(reflexivity)이 부재할 가능성이 있다. 성장 내러티브가 없으면 증폭시킬 모멘텀도 없다.
HYPE는 약 1.6배 커버리지와 함께 최적의 구조적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VC 물량이 전무하고, 에어드랍 수령자의 원가가 제로이며(본전 매도 압력 부재), perp DEX 시장점유율 70% 이상을 확보한 데다 수수료 기반 매출도 안정적이었다. 결과는 8.75억 달러를 투입하고도 보합세에 그쳤다.
결론적으로 커버리지 비율은 예측 지표로서 유효하다. 1배 미만이면 출시 전에 실패를 단언할 수 있다. 1배를 상회하더라도 물량 부담이 낮은 캡테이블, 안정적 수익 기반, 시장 지배력, 우호적 섹터 환경이 동반되어야 한다. 이 조건이 모두 충족되더라도 바이백의 역할은 하방 방어에 국한된다.
상장사의 자사주매입과 토큰 바이백의 메커니즘은 동일하다. 그러나 적용 맥락이 정반대이기 때문에 결과도 다르다.
애플이나 마이크로소프트가 바이백을 발표하면 시장은 이를 특정한 신호로 해석한다. 경영진이 자사 주식을 저평가로 판단하고 있으며, 잉여 현금을 재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고, 고성장 단계를 지나 성숙기에 진입했다는 의미다. 2024년 S&P 500 기업들의 바이백 총액은 9,000억 달러를 상회했다. 이미 시장을 장악한 기업들이 주주에게 자본을 환원한 것이다. 바이백은 발행 주식 수를 줄여 잔여 주주의 미래 이익 청구권을 기계적으로 확대한다. 배당 대비 세제상 이점이 있고, 직접적인 가치 축적 매커니즘도 존재한다. 회사가 100달러를 벌면, 주주는 그중 더 큰 몫을 소유하게 된다.
크립토 프로토콜이 바이백을 발표할 때 시장이 받아들이는 신호는 다르다. 대개 가격이 80% 이상 하락한 상황에서 팀이 뚜렷한 대안을 찾지 못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대부분의 프로토콜은 스테이킹 보상, 유동성 마이닝, 팀 베스팅 등을 통해 연 5~15%의 토큰 인플레이션을 지속하고 있다. 세제상 이점도 없다. 무엇보다 토큰은 미래 현금흐름에 대한 청구권을 나타내지 않는다. 바이백으로 지분율이 높아져도 청구할 대상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솔라나 공동창업자 아나톨리 야코벤코(Anatoly Yakovenko)의 표현이 정확하다: "발행량이 많은 시장에서 단기 바이백은 매도자의 리스크 프라이싱을 바꾸지 못한다." 매도자들은 바이백 공시가 아니라 자신의 언락 일정, 취득 원가, 유동성 필요에 따라 가격을 책정한다. 프로토콜이 월 1,000만 달러를 바이백해도, 5,000만 달러 언락을 앞둔 VC의 의사결정에는 영향을 주지 못한다. 단지 더 나은 유동성을 제공해 매도를 수월하게 만들어줄 뿐이다.
크립토 프로젝트들은 바이백을 통해 “매출 발생 → 바이백 → 매수 압력 → 재귀적 플라이휠 → 가격 상승”을 기대했으나, 실제 바이백이 작동하는 방식은 “매출 발생 → 바이백 → 매도 물량 흡수 → 조건이 맞으면 가격 붕괴 방지”인 셈이다.
전통금융에서 바이백은 성장 기회가 소진되고 잉여 현금의 생산적 용도가 없을 때 사용하는 성숙기 자본환원 수단이다. 반면 크립토 프로토콜은 이를 성장 단계의 수요 창출 도구로 활용하려 한다. 사용자 확보를 위해 토큰을 발행하고, 유동성 인센티브를 지급하며, 팀 베스팅을 진행하는 와중에 말이다. 균형 상태를 전제로 설계된 도구를 확장 국면에 투입하는 셈이다.
결과적으로 성장에 투입되어야 할 매출이 프로토콜 자체 희석분을 흡수하는 데 소진된다. 순수요 증가가 없으니 토큰 가격은 상승하지 않는다. 프로토콜의 매출 라인에서 토큰 홀더의 엑싯 리퀴디티로 자본이 순환할 뿐이다.
토큰 바이백의 본질은 가격 방어이지 가격 상승의 수단이 되지는 않는다. 바이백은 수요를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매도 압력을 흡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커버리지 비율이 1배를 상회해도 가격 상승 여력이 제한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커버리지 비율 1배 미만 프로토콜의 바이백 발표는 가격 상승 신호로 해석하면 안된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가치 축적 메커니즘(value accrual mechanims)이 아니라 기관급 PR을 갖춘 엑싯 리퀴디티 마케팅에 가깝다. 자사 언락 스케줄의 5배에 달하는 희석을 앞두고 바이백을 발표하는 프로토콜은 수혜자가 누구인지를 스스로 밝히고 있는 것이다. 그 수혜자는 리테일 홀더가 아니다.
주목해야 할 것은 2026년 HYPE의 향방이다. 팀 베스팅이 본격화되면서 커버리지 비율이 약 1.6배에서 약 0.29배로 역전된다. 월간 언락 규모 2.37억 달러에 스테이킹 발행분까지 더해지는 반면, 월간 바이백 규모는 7,300만 달러 수준에 머문다. 이 구조에서 HYPE가 가격을 방어한다면, 바이백이 아닌 브랜드, 생태계 확장, 실질적인 PMF(Product-Market Fit) 등 기타 요인들이 작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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