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빈후드(Robinhood)가 최근 토큰화된 미국 주식·ETF 및 OpenAI, SpaceX 등 비상장 종목까지 주 5일 24시간, 수수료 없이 거래할 수 있는 상품을 출시하였다
전용 오빗(Orbit) L2의 시퀀서 수수료 10%가 아비트럼 DAO로 귀속되지만, KYC 화이트리스팅 제도로 인해 디파이 생태계 전반과의 연동은 제한적이다
로빈후드의 서비스 확장은 무기한 선물 DEX 시장에서 점유율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하이퍼리퀴드(Hyperliquid)와의 정면 승부를 예고한다
주식시장을 지배해 온 ‘주 5일·일 6.5시간’ 거래 체제는 구시대적 잔재가 되어가고 있다
로빈후드(Robinhood)는 최근 토큰화된 미국 주식·ETF는 물론 OpenAI, SpaceX 등 비상장 종목까지 주 5일 24시간, 수수료 없이 거래할 수 있는 온체인 상품을 출시하였다. 아울러 아비트럼 오빗(Orbit)을 기반으로 하는 전용 로빈후드 L2 체인 역시 연내 가동을 예고하고 있다. 본 글에서는 로빈후드의 Web3 시장 진출에 대한 의의와 파급 효과를 검토한다.
2013년 ‘Democratize finance for all(모두에게 금융을 민주화하자)’를 핵심 미션으로 출범한 로빈후드는 Web3라는 용어조차 생소하던 시기에 이미 사용자 중심 철학을 선제적으로 구현한 플랫폼이다. 거래 수수료를 전면 폐지하고 게임화 요소를 접목한 모바일 UX를 앞세워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고객 기반을 급속히 확대했으며, 수수료 없는 거래, 소수 단위 주식 매수 기능, 직관적인 사용자 인터페이스, SNS 활용형 브랜딩 전략을 통해 2,500만 개 이상의 실계좌와 2,210억 달러 규모의 고객 자산(AUC)을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매출 성과도 돋보인다. 2024년 매출은 29억 5,000만 달러(전년 대비 +58%), 순이익은 14억 1,000만 달러로 리테일 브로커리지 업계에서 보기 드문 수익성을 시현했다. 또한, 토큰화된 주식 서비스 출시 발표 직후 주가(HOOD)는 연초 대비 약 140% 이상 급등하며 7월 1일 기준 98달러로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으며, 로빈후드가 현금 창출력이 견고한 핀테크 대형사로 안착했음을 방증했다.
최근 ‘To Catch a Token’ 행사에서 공개된 토큰화 주식 서비스는 로빈후드 EU 앱을 암호화폐·주식·레버리지·스테이킹을 아우르는 원스톱 온체인 브로커로 진화시키는 핵심 동력이다. 유럽 투자자는 애플(Apple), 엔비디아(Nvidia), S&P 500 ETF, SpaceX 등을 온체인 토큰으로 24시간 거래할 수 있고, 배당·기업행사도 체인 상에서 실시간 반영된다. 초기에 거래·결제는 아비트럼에서 이뤄지나, 향후 전용 Orbit L2로 이전해 연중무휴 주식 거래 인프라를 구축할 계획이다.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한 공격적 인센티브도 병행된다. 2% 암호화폐 예치 보너스(12개월 보유 조건)는 시행 직후 5억 달러 이상의 BTC·ETH·SOL 유입을 기록했다. 이는 유동성을 장기간 락업해 거래·스테이킹 수수료를 증대시키고, 추후 영구선물(perpetual futures) 플랫폼으로의 전환까지 유도하는 전형적인 락인 전략으로, 로빈후드가 크립토 시장 점유율 확보에 상당한 자본을 투입할 의지가 있음을 시사한다.
로빈후드가 아비트럼(Arbitrum)을 전용 체인의 기반 레일로 선택한 것은 아비트럼 입장에서 명백한 호재다. 해당 체인에서 발생하는 시퀀서 수수료의 10%가 자동으로 Arbitrum DAO에 귀속되며, 거래 규모가 계획대로 확대될 경우 이는 DAO에 안정적인 반복 수익원이 될 수 있다. 또한 이번 제휴는 코인베이스 베이스(Base)를 앞세운 옵티미즘 슈퍼체인(Superchain)의 우위 내러티브를 일부 상쇄하며, 아비트럼의 개방형 앱 롤업 전략에 힘을 실어 주었다. 결과적으로 미국 양대 리테일 브로커리지(코인베이스·로빈후드)가 모두 이더리움 L2를 채택하면서, RWA(Real-World Asset) 세틀먼트 레이어로서 이더리움의 위상도 한층 강화됐다.
다만 온체인 결합성(composability)은 아직 보장되지 않았다. 일렉트릭 캐피털의 @0xren_cf가 로빈후드가 배포한 코드를 디컴파일한 결과, 로빈후드 주식 토큰은 KYC·AML을 통과한 화이트리스트 지갑으로만 전송이 가능하다. 리스트에 없는 주소로 전송을 시도하면 트랜잭션이 곧바로 리버트(revert)되므로, 현 구조로는 퍼미션리스 디파이와의 연동이 사실상 차단된다. 이는 “제한만 해제되면 아비트럼 디파이 스택과 자연스럽게 연결될 것”이라는 데이비드 호프먼(Bankless)의 낙관적 전망과 상충된다. 로빈후드가 화이트리스트 정책을 완화하거나 래퍼(wrapper) 토큰을 도입하지 않는 한, 디파이 생태계와의 통합은 잠정적 가능성에 머무를 가능성이 높다.
source: X (@0xen_cf)
발행 구조 역시 제약 요인이다. 드래곤플라이 GP @HadickM에 따르면, 토큰은 저지(Jersey) 섬 소재 SPV가 발행하고 리히텐슈타인 감독을 받는다. 발행·상환 시 이용자는 파트너 거래소에서 KYC 절차를 거쳐야 하며, 보유자는 오프체인 기준가(25 bp 상환 수수료 차감)에 대한 현금 청구권만 가질 뿐 의결권은 없다. 더불어 SPV는 정규장 시간에만 기초 주식을 매수할 수 있어, 주말·애프터마켓 거래 동안에는 마켓메이커가 헤지 불가능한 가격 위험을 부담한다. 그 결과 스프레드가 확대되고, 시장 스트레스 국면에서는 유동성이 급감할 수 있어 단기적으로 사용자 경험이 기대치에 못 미칠 가능성이 있다.
정리하면, 로빈후드는 아비트럼과 이더리움에 전략적 모멘텀과 신규 수익원을 제공하지만, 디파이 생태계와의 완전한 통합 및 유동성 확보는 향후 정책·구조 개선에 달려 있다.
로빈후드의 서비스 확장은 무기한 선물 DEX 시장에서 점유율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하이퍼리퀴드(Hyperliquid)와의 정면 승부를 예고한다. 하이퍼리퀴드는 고성능 L1, 서브-세컨드 파이널리티, 완성도 높은 제품, 그리고 유저 중심의 철학을 바탕으로 크립토 네이티브 시장에서 급성장했으며, 중·장기 로드맵에 주식 및 기타 실물자산(RWA) 편입을 명시해 두고 있다. 목표는 비트코인에서 전통 자산까지 모든 금융 상품을 온체인에서 지원하는 ‘하우스 오브 파이낸스(House of Finance)’ 구축이다.
두 회사의 시작점은 뚜렷이 다르다. 로빈후드는 현물(spot) 토큰화 주식을 선점한 반면, 하이퍼리퀴드는 주식 기반 무기한 선물 상장을 준비 중이다. 로빈후드는 브로커-딜러 라이선스와 기존 유통망을 활용해 200여 종목의 현물을 즉시 토큰화할 수 있었지만, 하이퍼리퀴드는 실물 결제 부담 없이 오라클만 확보하면 동일 종목의 파생상품을 신속히 상장할 수 있는 구조다.
경쟁 우위 또한 상반된다. 하이퍼리퀴드는 비수탁·KYC 없는 모델, 롱테일 자산 커버리지, 고배율 레버리지, 그리고 충성도 높은 크립토 네이티브 유저층을 강점으로 가진다. 반면 로빈후드는 규제 준수, 세련된 UX, 강력한 법정화폐 온·오프램프를 내세우며 대규모 리테일 고객을 흡수할 수 있는 인프라를 확보하고 있다. 이처럼 비대칭 구조를 이룬 두 플랫폼은 상대의 약점을 파고드는 ‘핀셋식(pincer) 확장’ 전략을 펼칠 가능성이 크다. 로빈후드는 전통 금융 이용자를 온체인으로 끌어들인 뒤 크립토 상품을 단계적으로 늘려가고, 하이퍼리퀴드는 크립토 코어를 기반으로 법정화폐 온램프와 RWA 상품을 보강하며 외연을 확장할 전망이다.
결국 최종 수혜자는 투자자다. 고배율 파생상품을 원하는 크립토 투기자부터 24/7 애플 토큰을 원하는 리테일 투자자까지, 경쟁이 가져올 가격 경쟁력·상품 다양성·UX 고도화를 모두 기대할 수 있다. 여기에 자체 L2 생태계를 구축 중인 코인베이스(Base)까지 가세하면서, 크립토 네이티브 파생 플랫폼(하이퍼리퀴드)·CEX 기반 L2체인(코인베이스)·핀테크 브로커리지(로빈후드)는 각기 다른 출발점에서 시작하여 온체인 종합 금융 허브라는 종착지를 향해 빠르게 수렴하고 있다.
로빈후드의 토큰화 주식 상품 출시는 구조적으로 크게 세 가지 파급효과를 가져올 전망이다. 첫째, 비록 초기에는 KYC 장벽 안에서 제한적으로 운용되더라도 대규모의 리테일 자본이 블록체인 유동성 풀로 이동할 수 있는 통로가 공식적으로 열렸다. 둘째, 규제 친화적인, 성숙한 브로커가 아비트럼 기반 전용 체인을 선택함으로써 이더리움 롤업이 기관용 인프라의 사실상 표준임을 재확인했다. 셋째, 하이퍼리퀴드와 로빈후드 간 양강 구도가 형성됨에 따라 현물·선물 시장 양쪽에서 모두 온체인 금융 혁신 속도가 가속될 전망이다.
이러한 흐름은 주식시장을 지배해 온 ‘주 5일·일 6.5시간’ 거래 체제를 빠르게 구시대적 잔재로 만들고 있다. DEX 시장 최강자와 대형 핀테크 브로커가 동일한 종착점을 향해 달려가면서, 글로벌 금융 인프라는 시간·국경·청산 주기의 물리적 한계를 벗어난 상시(常時)·무국경 시스템으로 재편되는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