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 크립토 프로젝트 시리즈”는 한 때 많은 주목을 받으며 스포트라이트의 중심에 있었지만, 모종의 이유로 지금은 예전과 같은 인기를 구가하지 못하고 그림자 뒤로 숨어버린 프로젝트에 대해 조명해보는 시리즈입니다.
과거의 영광 뒤로 사라진 또 다른 크립토 프로젝트들의 이야기를 아래 에피소드에서 함께 확인해보세요.
분류: 인프라, 레이어1, 인터체인, 상호운용성
최고 가격 및 시가총액: $44.27 (2021. 09. 20), $11.19B (2022. 01. 21)
현재 가격 및 시가총액: $4.92 (2025. 02. 11) [-89.9%], $1.92B (2025. 02. 11) [-82.9%]
특징: 코스모스(Cosmos)는 Inter-Blockchain Communication (IBC) 프로토콜과 텐더민트(Tendermint) 합의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한 모듈형 블록체인 네트워크로, 상호운용성과 확장성을 극대화하여 독립적인 블록체인들이 자유롭게 연결되고 소통할 수 있도록 설계된 인터체인 생태계이다.
1.1.1 레이어1 블록체인 전국시대
블록체인 기술이 발전하면서 가장 먼저 맞닥뜨린 산업의 확장은 다양한 레이어1(Layer 1, L1) 블록체인들의 등장이었다. 이더리움을 시작으로 솔라나, 아발란체, 폴카닷 등 여러 프로젝트가 시장에 진입하면서 각자의 생태계를 구축했으며, 독자적인 기술과 특징을 내세우며 디앱(DApp)과 디파이(DeFi) 프로젝트를 유치하는 데 집중했다. 그러나 이러한 L1 생태계의 구도는 블록체인 기술 발전에는 도움이 되었지만, 동시에 블록체인 생태계의 파편화 문제와 네트워크 간 단절이라는 문제를 야기했다.
이러한 블록체인의 파편화는 빌더들과 사용자들에게 큰 부담이 되었다. 한 블록체인에서 다른 블록체인으로 자산을 전송하거나 데이터를 공유하는 것이 어려워지면서, 각 네트워크들이 폐쇄적으로 운영되었다. 이에 따라 상호 운용성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게 되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졌다.
Source: Cosmos X
이 과정에서 등장한 것이 바로 코스모스(Cosmos)였다. 코스모스는 “블록체인의 인터넷”이라는 비전을 제시하며, 개별 블록체인들이 서로 연결될 수 있는 탈중앙화 허브 형태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자 했다. 이를 통해 파편화된 블록체인 간의 상호 운용성을 확보하고, 블록체인 산업의 확장을 돕고자 했다.
1.1.2 상호 운용성의 필요
블록체인 업계 전반적으로 단일 네트워크가 빌더와 사용자들의 모든 요구를 충족시키는 것이 어렵다는 점이 점점 명확해졌다. 이더리움과 같은 블록체인은 높은 보안성과 탈중앙화를 자랑했지만, 확장성과 거래 속도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반면, 솔라나와 같은 다른 블록체인은 빠른 거래 속도를 제공했지만, 보안성과 검열 저항성에서 한계를 보였다. 이러한 다양한 블록체인들이 상호 연결되지 않으면 각각의 장점을 활용하기 어렵다는 점이 부각되었다.
상호 운용성은 단순히 블록체인 간의 연결을 넘어서, 다양한 생태계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사용자가 특정 블록체인의 한정된 기능만을 이용해야 한다면, 블록체인 산업 전체의 발전 속도가 느려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다수의 블록체인이 가진 장점들을 자유로이 활용할 수 있도록 상호작용이 원활한 시스템이 필요해졌으며, 코스모스는 이를 위한 대안으로 주목받았다.
코스모스는 코스모스 SDK를 통해 만들어진 앱체인들 간의 자유로운 데이터 공유와 자산 이동을 가능하게 하면서, 각 블록체인이 독립적인 생태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이러한 구조는 단순히 기술적인 장점뿐만 아니라,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보다 유연한 방식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했다.
1.1.3 텐더민트(Tendermint)와 Inter-Blockchain Communication (IBC)
코스모스의 핵심 기술 중 하나는 텐더민트(Tendermint) 합의 알고리즘이었다. 이는 기존 블록체인의 작업증명(PoW) 방식보다 훨씬 빠르고 효율적인 지분증명(PoS) 기반 합의 알고리즘을 제공했다. 텐더민트는 빌더들이 손쉽게 블록체인을 구축할 수 있도록 하면서도, 높은 보안성과 성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코스모스의 또 다른 핵심은 Inter-Blockchain Communication(IBC) 프로토콜이다. IBC는 서로 다른 블록체인이 안전하게 데이터를 공유하고 자산을 전송할 수 있도록 하는 표준 프로토콜로 이를 통해 사용자는 한 블록체인에서 다른 블록체인으로 간편하게 토큰을 이동시킬 수 있었으며, 빌더들은 다양한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추가적인 앱들을 구축할 수 있었다.
IBC의 기본적인 기능 외에도, 코스모스는 블록체인 간의 상호 작용을 더욱 확장할 수 있는 Interchain Query(ICQ) 및 Interchain Account(ICA) 기능을 도입하였다. ICQ는 한 블록체인이 다른 블록체인의 상태를 직접 조회할 수 있도록 해, 보다 정교한 데이터 접근과 스마트 컨트랙트의 실행을 가능하게 하여, 다양한 분산 애플리케이션이 보다 효율적으로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한편, ICA는 한 블록체인이 다른 블록체인에서 계정을 생성하고 제어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는데, 이를 통해 사용자는 여러 블록체인을 직접 이동하지 않고도 하나의 블록체인에서 다른 블록체인의 자산을 관리하고 트랜잭션을 수행할 수 있다. ICA는 다중 체인 운영을 단순화하며, 블록체인 간의 복잡한 인터랙션을 간소화하는 데 기여한다.
텐더민트와 IBC, 그리고 ICQ 및 ICA의 결합은 코스모스의 비전을 현실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를 통해 블록체인 생태계는 독립성을 유지하면서도 필요한 경우 다른 네트워크와의 연결을 원활하게 할 수 있었다. 상호 운용성을 높이기 위한 이러한 새로운 접근 방식 덕분에 코스모스는 초기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1.1.4 코스모스 존(Zone)과 허브(Hub)
코스모스 네트워크는 중앙 집중형 구조에서 벗어나, 다양한 독립적인 블록체인들이 각자의 생태계를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코스모스 존" 개념을 도입하였다. 코스모스 존은 특정 목적을 가진 개별 블록체인으로, IBC를 통해 상호 연결된다. 이를 통해 각 블록체인은 독립성을 유지하면서도 필요에 따라 다른 네트워크와의 상호 작용을 원활하게 할 수 있다.
이러한 존 중에서 일부는 네트워크의 중심 역할을 수행하는 "허브"로 발전할 수 있었다. 허브는 여러 개의 존을 연결하여 더욱 확장된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기능을 한다. 코스모스 네트워크에서는 누구나 허브를 운영할 수 있으며, 이러한 멀티 허브 네트워크 구조는 전체 네트워크가 보다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허브가 바로 "코스모스 허브(Cosmos Hub)"였다. 코스모스 허브는 IBC의 개념과 프로토콜을 구체화한 구현체로, 서로 다른 블록체인 간의 연결을 중재하는 역할을 하며, 다양한 블록체인들이 허브를 통해 소통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이는 코스모스 생태계가 더욱 확장될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
코스모스 허브는 아톰($ATOM)이라는 자체 토큰을 활용하여 네트워크 보안을 유지하고, 검증인(Validator)들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했다. 검증인들은 코스모스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ATOM의 스테이킹을 통해 네트워크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데 기여했다.
이와 같은 설계 덕분에 코스모스 생태계는 단일 네트워크에 종속되지 않고, 개별적인 블록체인들이 독립적인 거버넌스를 유지하면서도 필요할 때는 다른 네트워크와 상호 운용할 수 있는 분산형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었다. 이는 블록체인의 확장성과 유연성을 극대화하며, 장기적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는 블록체인 네트워크의 가능성을 넓혀주었다.
1.2.1 빌더들을 위한 코스모스 SDK
코스모스는 빌더들이 손쉽게 블록체인을 구축할 수 있도록 코스모스 Software Development Kit (SDK)를 제공했다. SDK는 모듈화된 구조를 갖추고 있어 빌더들이 원하는 기능을 선택적으로 추가하며 블록체인을 만들 수 있도록 했다. 이로 인해 코스모스 기반의 프로젝트가 빠르게 증가했다.
특히 코스모스 SDK는 보안성과 확장성을 고려하여 설계되었으며, 합의 알고리즘으로 텐더민트를 활용해 성능을 극대화했다. 빌더들은 기본적인 앱체인을 쉽게 구축할 수 있었으며, 필요에 따라 특정 기능을 입맛에 맞게 추가할 수 있었다.
이러한 접근 방식 덕분에 코스모스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등장하게 되었고, 코스모스 생태계는 빠르게 확장되었다. 많은 빌더들이 코스모스의 기술을 채택하면서 생태계는 더욱 활력을 띠게 되었다.
1.2.2 IBC의 활성화와 디파이로의 확장
IBC를 활용한 크로스체인 트랜잭션이 가능해지면서, 코스모스 생태계 내 디파이(DeFi) 프로젝트들이 활발하게 확장되었다. 특히 오스모시스(Osmosis)와 같은 탈중앙화 거래소(DEX)는 IBC를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고, 다양한 블록체인 자산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IBC를 활용한 디파이 확장은 단순한 토큰 이동을 넘어서, 블록체인 간의 대출 프로토콜과 수익 최적화 전략까지 포함하는 생태계를 형성하였다. 이로 인해 코스모스 기반 프로젝트들은 독립적인 체인을 유지하면서도, 상호 운용성을 극대화하여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데 성공하였다.
IBC의 활성화는 디파이뿐만 아니라 NFT와 게임파이(GameFi) 산업까지 확대되었으며, 점차 더 많은 프로젝트들이 IBC의 활용 가능성을 탐색하게 되었다. 이는 코스모스의 초기 목표였던 블록체인의 인터넷이라는 비전을 실현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1.2.3 이더리움과의 연결을 통한 외연 확장
코스모스는 상호 운용성의 핵심 요소 중 하나로 이더리움과의 연결을 강화했다. 이를 위해 다양한 브릿지 솔루션이 개발되었으며, 이를 통해 사용자는 이더리움 네트워크에서 코스모스 기반의 블록체인으로 자유롭게 자산을 이동시킬 수 있었다.
Source: CoinEx
대표적인 사례로 이브이모스(Evmos) 프로젝트가 있다. 이브이모스는 이더리움과 코스모스를 연결하는 이더리움 가상 머신(Ethereum Virtual Machine, EVM) 호환 블록체인으로, 이더리움의 스마트 컨트랙트를 코스모스 생태계에서 직접 실행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이를 통해 기존의 이더리움 기반 디앱과 프로토콜이 추가적인 개발 없이 코스모스 환경에서 구동될 수 있었으며, 사용자는 더 저렴한 가스 비용과 빠른 트랜잭션 속도를 경험할 수 있었다.
특히 이브이모스는 IBC 프로토콜을 활용하여 코스모스 생태계 내 다양한 체인과 상호 작용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이를 통해 이더리움 기반의 디파이 및 NFT 프로젝트들이 코스모스로 확장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얻었으며, 실제로 에이브(Aave), 유니스왑(Uniswap)과 같은 주요 디파이 프로토콜이 코스모스 환경에서 테스트되었다.
코스모스는 위와 같은 특징들을 바탕으로 블록체인 업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프로젝트 중 하나로 평가받았다. IBC 프로토콜의 활성화와 빌더 친화적인 SDK의 제공으로 다양한 프로젝트들이 코스모스를 활용하였고, 이를 통해 오스모시스(Osmosis), 크로노스(Cronos), 설티케이(Certik) 등의 프로젝트들을 필두로 하여 여러 산업이 코스모스 기반의 체인을 구축하면서 생태계는 급격한 성장을 이루었다.
그러나 찬란했던 황금기처럼 내리막도 가파랐다. 뒤이어 서술될 여러 이유로 인해 코스모스의 인기는 예전만 못하게 되었고, 생태계 확장에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2.1.1 $ATOM은 코스모스 생태계의 밈코인
일단 코스모스가 그 기술과 파급력에 비해 시장에서 외면받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코스모스 허브의 플랫폼 토큰인 $ATOM의 토크노믹스에 있다. 코스모스는 그 기술 구조상 앱체인(Application Specific Chain) 생태계가 성장해도 ATOM 토큰의 가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면, 누군가 코스모스 SDK를 활용해 앱체인을 만들고 그 앱체인이 성공적으로 활약할지라도, 이는 $ATOM에 대한 수요와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독자적인 체인들이 서로 소통하는 생태계"라는 비전은 실로 야심 찼지만, 독자적인 체인들의 공존이 역설적으로 허브에 대한 필요성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이와 더불어, $ATOM이 코스모스 생태계의 체인들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인 IBC와도 아무런 관계가 없었다는 점은 치명적이었다. 코스모스 생태계는 2021년과 2022년에 폭발적인 성장을 이루어 IBC 사용량이 매우 높았지만, IBC 자체가 공공재처럼 여겨졌기 때문에 IBC 사용량 증가는 $ATOM의 가치와 아무런 연관이 없었다. 더불어 IBC 채널을 연결하고 앱체인 간 통신을 돕는 릴레이어들에게 아무런 인센티브가 없었다는 점도 치명적인 문제였다.
2.1.2 인플레이션의 늪에 빠져버린 수많은 앱체인들
코스모스 생태계 자체도 문제였다. 코스모스의 전성기 시절, 많은 빌더들은 너도나도 "애플리케이션에 특화된 레이어1"을 만드느라 신나있었다. 앱체인의 장점은 블록체인 인프라를 애플리케이션에 맞게 최적화할 수 있다는 것이었지만, 단점은 레이어1을 운영하기 위한 막대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물론 대부분의 개발자들은 막대한 초기 운영 비용을 감추기 위해 "인플레이션"이라는 전략을 사용했다. 2021년~2022년에 대부분의 앱체인 토큰들의 스테이킹 이율이 기본 50%를 넘어갔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스테이킹 이율이 높다 보니 밸리데이터들도 네트워크에 참여할 경제적 동기가 있었고, 토큰의 가격도 초기에는 잘 유지될 수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스테이킹 리워드가 시장에 풀리기 시작했고, 이 시기에 런칭했던 대부분의 코스모스 앱체인 토큰들은 가격이 급격히 하락했다. 생태계의 성장이 $ATOM의 성장과 별개라는 것도 물론 문제였지만, 생태계 자체의 지속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코스모스 생태계는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코스모스가 ICO를 시작했던 2017년엔, 코스모스가 가지고 있었던 비전인 “블록체인의 인터넷(Internet of blockchain)” 은 매우 신선했고 시장의 반응도 좋았다. 당시만 하더라도 독립적인 블록체인들이 서로간에 소통할 수 있는 기술이 전무했고, “다른 체인간에 토큰을 옮길 수 있다”라는 개념이 다소 충격적이었기 때문이다. 필자도 그렇지만, 2017년도에 처음 코스모스를 접했을 땐 코스모스가 이더리움을 뛰어넘을 수 있는 파급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만약 체인들이 다양해지고, 코스모스가 이들을 전부 연결할 수 있다면 중앙화된 거래소들도 그 영향력을 잃고 모든 블록체인들이 코스모스 허브를 중심으로 개편될 것이라는 기대를 했었다. 코스모스가 약 28분만에 1,700만달러를 모을 수 있었던 이유였다.
하지만 현실은 많이 달랐다. 코스모스의 메인넷이 출범했을 때 “모든 블록체인을 연결하는”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코스모스 생태계 내부의 앱체인들을 연결하는 것조차 버거워보였다. 그리고 코스모스가 내부의 생태계를 연결하는데에 공을 들이는 사이, 렌 프로토콜(Ren Protocol), 웜홀(Wormhole), 멀티체인(Multichain), 레이어제로(LayerZero)와 같은 다양한 크로스 체인 브릿지가 등장하였고 현재 이 섹터에서 레이어제로가 가장 독보적인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제 누군가가 "블록체인을 가장 잘 연결한 프로토콜이 무엇인가?"라고 묻는다면, 우리는 코스모스가 아닌 레이어제로를 이야기해야 할 것이다. 즉, 더 이상 코스모스는 '블록체인의 인터넷'이 아닌 것이다.
물론 코스모스가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이들은 'ATOM 2.0'이라는 새로운 청사진을 제시하여 인터체인 보안(Interchain Security), 인터체인 얼로케이터(Interchain Allocator), 인터체인 스케줄러(Interchain Scheduler) 등의 새로운 기능들을 추가했다. 이를 통해 코스모스 허브와 다른 체인들을 더 긴밀하게 연결하고 수익을 허브에 공유하고자 하였다.
하지만 이마저도 "허브의 역할이 너무 크게 변한다"거나 "허브가 너무 많은 권한을 가져간다" 등의 우려 섞인 여론이 많았기에 한 번에 통과되지 못했다. 결국 ATOM 2.0에서 제안되었던 기능들은 여러 제안을 거쳐 부분적으로만 도입되고 있는 실정이다. 변화조차 쉽지 않았던 것이다.
결론적으로 코스모스가 '블록체인의 인터넷'이 되겠다는 비전과 함께 계속 발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하더라도, 현재의 발전 속도로 미루어 볼 때 코스모스는 이제 상호운용성 분야의 후발주자로 보아야 할 것이다.
토크노믹스와 기술도 문제였지만, 무엇보다 사람들이 코스모스 생태계에 심적으로 지친 이유는 생태계 내부에서 끊임없이 일어난 정치적 갈등 때문이었다. 코스모스는 초창기부터 여러 독립 조직들(ICF, Tendermint/Ignite, 코어 개발팀 등)이 느슨하게 협력하는 형태였는데, 생태계가 점차 발전하면서 각 조직의 리더십 간 이견과 충돌이 공개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2020년에는 코스모스를 함께 개발한 재권이 회사의 CEO직을 사임하면서 동료인 자키 마니안(Zaki Manian)과 심각한 갈등을 겪었다. 자키는 공개적으로 "재권이 Virgo 등 개인 프로젝트에 집착하느라 정작 핵심인 IBC 개발을 소홀히 했다"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후로도 ICF 재단과 텐더민트 경영진, Ethan Buchman과 재권, 자키 간의 갈등이 지속되며 커뮤니티의 분열을 초래했다. 2022년~2023년에는 코스모스 코어 기여자들이 코스모스 허브에 대한 각기 다른 비전을 내세우며 공개적으로 충돌하기도 했다.
물론 생태계의 이해당사자들 간에 이견이 있을 수 있고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지만, 코스모스의 경우 이러한 갈등이 수년간 지속되었고 결국 생태계의 발전을 더디게 만들었다. 한 팀으로 뭉쳐서 인터체인의 비전을 구현해도 모자랄 시간에, 이들은 조직을 분열시키고 서로의 의견을 제시하는 데 시간을 허비했다. 결국 갈등을 위한 갈등은 사람들을 지치게 만들었고, 이러한 지속적인 갈등은 사람들로 하여금 코스모스 진영에 대한 희망을 버리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코스모스 조직에는 내부 정치 말고도 더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폐쇄적인 이너서클 문화가 바로 그것이었다. 최악의 조직은 내부적으로도 끊임없이 갈등이 있으면서도 새로운 사람들을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조직이라고 생각하는데, 코스모스 생태계가 딱 그러했다. 코스모스 생태계 내 원로 그룹(OG Group)과 가까운 프로젝트만 혜택을 보는 폐쇄적 구조는 결국 외부 인재들을 영입하는 데 한계로 작용했다.
Source: Mintscan Proposals #787
실제로 2023년 노셔널 랩스(Notional Labs)의 제이콥 가디키안(Jacob Gadikian)은 "ICF가 기존 팀에만 자금을 주고 신규 팀에는 열려있지 않다"라고 주장하며 커뮤니티 거버넌스 제안 787을 발의했다. 제이콥에 따르면 재단이나 핵심 커뮤니티와 가까운 일부 프로젝트의 경우 자금 조달이 수월했던 반면, 외부인은 진입장벽을 느끼는 환경이 조성되었다고 한다. 이로 인해 혁신적인 신규 프로젝트의 유입이 줄었고, 결과적으로 코스모스 생태계의 확장 속도가 더뎌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실제로 필자도 이전 회사에서 코스모스 생태계 프로젝트를 준비했었는데, 코스모스 OG들과 친분이 없다는 이유로 자금 조달부터 마케팅, 그 외의 모든 분야에서 ICF의 지원을 받지 못했다. 물론 ICF의 지원을 받지 못한 것이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었지만, 결국 필자의 회사에서 준비하던 코스모스 생태계 프로젝트는 메인넷도 런칭하지 못한 채 중단되고 말았다. 즉, 제이콥이 주장한 이너서클의 문제는 필자도 생태계 참여자로서 뼈저리게 느꼈던 부분이었다.
앞서 언급했듯이, 코스모스 생태계는 독립적인 앱체인들이 자유롭게 구축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했지만, 이러한 개별 블록체인들은 자신들만의 네이티브 토큰을 사용했으며 $ATOM을 필수적으로 사용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코스모스 생태계가 아무리 확장되어도 $ATOM에 대한 유틸리티가 부족해지면서 가치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또한, 네트워크 보안을 유지하고 많은 참여자들을 유도하기 위해 높은 스테이킹 보상을 이용했지만, 시간이 지나며 과도한 토큰 발행으로 인해 인플레이션 문제가 발생하게 되었고 대부분의 앱체인 토큰들의 가치가 급격히 하락하는 결과를 낳았다. 결국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이 무너졌고, 이는 코스모스 전체에 대한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졌다.
이 사례는 크립토 프로젝트에서는 이미 중요하다고 여겨지고 있던 토크노믹스의 중요성이 인프라 중심의 블록체인 프로젝트에서도 똑같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대표적인 교훈이 되었다.
성공적인 블록체인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네이티브 토큰이 필수적인 역할을 하도록 설계되어야 하며, 생태계의 성장과 토큰 가치를 유기적으로 연결시킬 수 있어야 한다. $ATOM처럼 필수적인 기능을 하지 못하는 토큰은 결국 생태계와 사용자들에게서 외면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토큰의 경제적 역할과 생태계 성장 간의 연결 고리를 명확히 설정하지 않는다면,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장기적인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기 어려울 것이다.
코스모스가 초기에 제시한 비전은 "블록체인의 인터넷"이었지만,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상호 운용성 자체가 블록체인 산업계에 필요가 없는 것이었냐? 하면 그것은 또 아니다. 각각 특장점을 가지고 있는 블록체인을 연결하여 탈중앙화된 방식으로 서로 소통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어젠다는 계속해서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코스모스의 IBC는 코스모스 내의 다른 문제점들과 복합적으로 얽히며, 원대한 목표를 이루기 힘들어졌다. 이러한 코스모스의 사례는 블록체인 간의 상호 운용성을 설계할 때, 단순히 기술적으로 체인을 연결하는 것만으로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으며 지속적인 운영을 위한 경제적 인센티브와 보상 체계가 필수적이라는 점을 상기시켜 주었다.
특히, 상호 운용성을 개발하고 사용하는 빌더들과 사용자들에게 쉽고 간결한 UI/UX를 제공해야지만, 모두가 사용하지 않아 시들어 버린 상호 운용성 프로젝트의 전철을 밟지 않게 될 것이다.
커뮤니티 내부의 정치적 갈등과 폐쇄적인 문화로 인해 그들만의 리그였던 코스모스 사례는 생태계가 방향과 활력을 잃게 된 영향으로 인해 어떻게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서서히 침몰해 갈 수 있는지 보여주었다.
이를 답습하지 않기 위해서는 개방적인 커뮤니티 문화와 투명한 의사결정 과정이 필수적이다. 탈중앙화된 시스템에서는 소수의 핵심 그룹이 권력을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네트워크 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커뮤니티 거버넌스가 공정하게 작동해야 하고, 외부에서 유입되는 신규 참여자들에게도 동일한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결국 그들만의 리그로 운영되는 생태계는 시장에서 외면받을 수밖에 없으며,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없기 때문이다.
코스모스의 이러한 실패 사례는 단순히 교훈으로만 남은 것이 아니라, 블록체인 시장의 유산이 되어서 다양한 프로젝트들이 코스모스의 실패로부터 배우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해서, 코스모스의 실패를 교훈삼아 다양한 발전 사례들을 보여주고 있는 프로젝트들을 공유해보고자 한다.
어찌 보면 코스모스와 가장 닮아있는 생태계가 옵티미즘 생태계일 것이다. 왜냐하면 옵티미즘 생태계도 누구나 쉽게 롤업 체인을 만들 수 있는 SDK(OP-Stack)가 존재하고, 코스모스 허브처럼 옵티미즘 생태계를 대표하는 체인(옵티미즘)도 별도로 있는 데다가 초반엔 옵티미즘의 롤업 생태계의 성장이 옵티미즘 토큰의 성장과 연관성이 없었다는 부분도 닮아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옵티미즘에서는 코스모스와 다르게 OP-Stack 기반 롤업들이 얻어가는 시퀀서 수익을 공유할 수 있도록 이니셔티브를 추진했다. 그리고 해당 이니셔티브가 성공적으로 작동하면서 수십만 달러의 USDC가 옵티미즘 재단으로 이전되고, 이를 레트로 PGF2 등으로 배분하는 등의 "이익 공유 모델"을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옵티미즘의 롤업들이 잘되어서 수익을 옵티미즘 컬렉티브에 공유하면, 이 수익은 더 나은 옵티미즘 롤업을 만드는 데 사용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내고 있다. 코스모스 생태계가 겪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아이겐레이어가 처음 고안한 아이디어인 리스테이킹(스테이킹된 토큰을 가지고 또 다른 체인의 보안에 기여하는 것)도 어찌 보면 코스모스 생태계가 논의하던 인터체인 시큐리티(신규 앱체인이 코스모스 허브의 보안을 상속받고, 코스모스 허브의 밸리데이터는 신규 앱체인의 토큰을 보상으로 받는 형태의 구조)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이겐레이어는 코스모스의 인터체인 시큐리티보다는 좀 더 유연한 형태의 보안 공유 모델을 채택했다는 점에서 코스모스 생태계와의 차별점을 둔다.
현재 아이겐레이어를 통한 이더리움 리스테이킹 기반의 DA 레이어인 아이겐DA는 차세대 데이터 가용성 레이어로서, 고성능 롤업들(MegaETH를 포함하여)이 런칭될 예정이고, 아이겐레이어 역시 코스모스가 겪은 실패로부터 더 유연한 체인 보안 공유 모델을 도입하여 성공적인 안착을 시도하고 있는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다.
이니시아는 아직 메인넷을 출시하진 않았지만, 자체 롤업 생태계를 경제적, 기술적으로 연결하여 롤업 간에 유동성과 보안을 공유해서 엮어진 롤업 네트워크 생태계(Interwoven)를 구축하려고 한다. 또한 이니시아를 기반으로 구축되는 이니시아 기반 롤업인 이니시아 L2들로 하여금 이니시아의 토큰인 $INIT을 꾸준히 사용하도록 만들어서, 이니시아 롤업 생태계의 확장이 이니시아 토큰 가치의 제고로 이어질 수 있도록 설계하였다.
VIP 프로그램에 대해 잠깐 설명하자면, 우선 이니시아 L2가 VIP에 참가하기 위해선 이니시아의 거버넌스를 거쳐서 선정되어야 한다. 그러면 그 이후에 네트워크가 출시되는 시점에 $INIT 토큰의 일부를 VIP 보상 풀로 할당받을 수 있는데, 여기서 밸런스 풀은 이니시아 L2에 락업된 $INIT이 많을수록 더 많은 보상을 받게 설계하였기 때문에 미니시아들로 하여금 더 많은 $INIT을 락업하도록 만든다. 가중 풀(Weight Pool)의 경우는 $INIT 토큰을 스테이킹한 스테이커들의 투표를 기반으로 보상을 계산하기 때문에 이니시아 L2들이 $INIT 토큰 홀더들의 마음을 사기 위해서 경쟁할 것이다. 이는 $INIT에 대한 매력도를 올려주기에 충분한 인센티브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모든 이니시아 L2들이 트랜잭션 수수료 지불에 $INIT을 써야 하므로, 결국 이니시아 생태계가 성장할수록 $INIT에 대한 수요가 같이 늘어나기에 $INIT의 가치가 생태계와 직접적으로 연동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이니시아의 설계도, 코스모스가 이루지 못했던 생태계 성장과 토큰의 관계성을 만들고자 했던 것에 기반했다고 보인다. 해서, 많은 이들은 이니시아가 코스모스의 이루지 못한 꿈을 이루려고 한다는 평도 하고있다.
코스모스는 블록체인의 상호 운용성을 새로운 방향으로 발전시키려는 야심 찬 비전을 가졌지만, 토크노믹스의 구조적 문제, 독립적인 앱체인으로 인한 파편화, 생태계 내 정치적 갈등, 폐쇄적인 커뮤니티 문화 등의 요인으로 인해 그 잠재력을 온전히 실현하지 못했다. 특히, 블록체인 간 연결을 강조했음에도 불구하고, $ATOM 토큰이 생태계 확장과 직접적인 연관성을 갖지 못한 점은 치명적인 한계로 작용했다. 이로 인해 코스모스는 한때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지만, 지속 가능한 경제적 모델을 구축하지 못한 채 시장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말았다.
그러나 코스모스의 실패는 다른 프로젝트들에게 중요한 교훈을 남겼다. 옵티미즘(Optimism), 아이겐레이어(EigenLayer), 이니시아(Initia)와 같은 프로젝트들은 코스모스의 실수를 반면교사 삼아 생태계 성장과 네이티브 토큰의 가치를 긴밀히 연계하는 구조를 설계하고 있다. 이러한 사례들은 단순한 기술적 혁신만으로는 지속 가능성을 보장할 수 없으며, 강력한 토크노믹스 모델과 개방적인 커뮤니티 문화, 명확한 경제적 인센티브가 뒷받침될 때 비로소 블록체인 생태계가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코스모스 허브 자체는 시장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코스모스 SDK는 기술로써 많은 프로젝트들에 채택되고 있음에, 코스모스가 완벽한 실패라고 하기에도 무리가 있을 것이다. 지금만 하더라도 이 시장에서 가장 주목을 많이 받고있는 스토리 프로토콜(Story Protocol), 베라체인(Berachain)과 같은 레이어1 체인들이 코스모스 SDK를 활용하여 자신들이 블록체인을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코스모스는 SDK의 성공을 넘어서 코스모스 허브의 성공까지 도전해볼 수 있을까?
관련 아티클, 뉴스, 트윗 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