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중심 국가로 알려져 있던 일본은 불과 10년 만에 비현금 결제 비율을 13%에서 42%까지 끌어올렸다. 다음 차례는 스테이블코인이다. 일본은 2023년에 대부분의 주요국보다 앞서 포괄적인 법적 프레임워크를 마련했다.
일본의 3대 메가뱅크는 프로그맷(Progmat)을 통해 스테이블코인 인프라를 구축 중이며, JPYC는 2025년 최초의 법적으로 인정된 엔화 스테이블코인을 출시했고, SBI홀딩스는 기관 트레이딩을 겨냥한 자체 L1 론칭을 계획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은행과 같은 기관 신뢰에서 프로그래머블 신뢰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즉시 결제되고, 24시간 운영되며, 스마트 컨트랙트 및 토큰화 자산과 통합되는 화폐다.
머니엑스는 이 모든 흐름이 수렴하는 장이다. SBI, JPYC, Progmat, CoinPost가 주관하는 이 컨퍼런스는 메가뱅크 임원, 규제 당국, 빌더들이 한자리에 모여, 미국/EU/아시아와의 글로벌 경쟁 속에서 일본의 스테이블코인 전략을 논의하는 곳이다.
2월 27일, 일본 최초의 스테이블코인 전문 컨퍼런스인 머니엑스가 도쿄에서 개최되었다. WebX 위원회가 주관하고, SBI홀딩스, JPYC, Progmat, CoinPost가 공동 기획한 머니엑스는 정책, 산업, 사회를 아우르는 포럼으로, 일본에게 가장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21세기의 돈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
일본은 전통적으로 디지털 시대에 느리게 움직이는 나라로 여겨져 왔다. 현금이 지배하고, 2026년인 지금도 사무실에서 팩스가 돌아가는 나라이다. 하지만 일본이기 시작하면 제도적 깊이와 규제적 정밀함으로 빠르게 움직인다. 그리고 지폐 이후 화폐 분야에서 중대한 변화라 할 수 있는 스테이블코인 영역에서, 일본은 수년간 조용히 앞서 나가고 있었다.
2023년 6월, 일본은 세계 주요 경제국 중 최초로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포괄적 법적 프레임워크를 수립했다. 자금결제법을 개정하여 법정화폐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전자결제수단(Electronic Payment Instruments)"으로 정의하고, 발행을 인가받은 은행, 신탁회사, 자금이동업자로 제한했다. 미국이 논쟁하는 동안, 유럽이 MiCA를 단계적으로 시행하는 동안, 일본은 행동했다.
2025년 10월, JPYC는 은행 예금과 국채로 완전히 뒷받침되는 일본 최초의 법적 인정 엔화 스테이블코인을 출시했다. 며칠 뒤, 합산 자산 약 6.5조 달러에 달하는 일본 3대 메가뱅크 — MUFG, SMBC, 미즈호 — 가 Progmat의 인프라를 활용한 공동 스테이블코인 시스템을 본격 가동하기 시작했다. SBI홀딩스는 자회사인 SBI신생신탁은행을 통해 2026년 중반까지 은행 기반 엔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우리는 돈을 쓰고, 빌리고, 저축하고, 보내고, 그것을 중심으로 삶을 설계한다. 하지만 돈을 뒷받침하는 인프라는 수십 년간 거의 변하지 않았다. 결제는 여전히 모두 정산되는데 며칠이 걸린다. 해외 송금은 여전히 너무 비싸다. 스테이블코인은 이것을 바꿀 기회다.
수년간 일본은 현금에 완고하게 집착하는 나라로 알려져 있었다. 중국이나 한국 같은 이웃 국가들이 모바일 결제로 질주하는 동안, 일본의 현금 유통량은 2022년 GDP 대비 23%까지 올라갔다. 선진국 중 가장 높은 수치다. 2010년만 해도 비현금 거래 비율은 겨우 13%에 불과했다.
하지만 일본이 항상 디지털 인프라 측면에서 후진국은 아니였다
일본은 1994년 마사히로 하라가 QR코드를 발명한 나라다.
세계 최초의 실시간 결제 시스템 중 하나인 전은(Zengin) 시스템을 출시했다.
소니의 FeliCa NFC 기술은 2000년대 초반 Suica와 Pasmo 비접촉 카드를 실행했다.
일본에 혁신이 부족했던 것이 아니다. 대규모 보급을 위한 추진력이 부족했을 뿐이다.
그리고 추진력이 시작되었을때 도입되는 속도는 빨랐다. 전환점은 2018년경 정부가 2025년까지 비현금 결제 비율 40%를 목표로 한 "캐시리스 비전"을 수립하면서 찾아왔다. 그리고 "캐시리스 결제 전쟁"이 폭발했다. PayPay, LINE Pay, 라쿠텐페이 등이 캐시백 캠페인과 가맹점 인센티브를 앞세워 치열하게 시장 점유율을 다퉜다. 코로나 때 위생에 대한 우려가 꺼리던 소비자들까지 비접촉 결제를 진행하면서 이러한 트렌드는 더욱 기속화되었다.
2024년, 일본의 비현금 결제 비율은 42.8%에 도달하며 정부 목표를 예정보다 일찍 달성했다. PayPay 하나만으로도 7천만 명 이상의 사용자를 확보했으며 2025년 오사카 엑스포는 역사상 최초로 완전 캐시리스로 운영되는 세계박람회가 됐다. 일본의 도입 곡선은 직선이 아니라 하키스틱에 가깝다. 느린 축적, 급격한 가속, 그리고 티핑 포인트가 도달하면 깊은 제도적 진전이 이어진다.
스테이블코인이 그 다음 차례다.
2023년 6월 일본의 개정 자금결제법은 단순히 스테이블코인을 규제한 것이 아니라, 당시 주요 경제국 중 가장 포괄적인 스테이블코인 프레임워크를 만들어낸 것이었다. 누가 발행할 수 있는지, 준비금을 어떻게 보유해야 하는지, 어떤 소비자 보호가 적용되는지, 중개업자는 어떻게 등록해야 하는지를 명확히 정의했다. 미국과 유럽 대부분이 아직도 완전히 달성하지 못한 수준의 규제 명확성이었다.
그 결과, 기관의 신뢰가 형성됐다. 일본의 메가뱅크들은 관망하지 않고 직접 구축에 나섰다. MUFG가 주도하고 수십 개 금융기관이 지원하는 Progmat은 이더리움, 폴리곤, 아발란체, 코스모스에 걸친 멀티체인 스테이블코인 발행 인프라를 구축했다. 같은 3대 메가뱅크가 2024년에 시작한 프로젝트 Pax는 SWIFT 메시징과 블록체인 결제를 통합하여 크로스보더 결제를 구현했다.
스테이블코인이 실제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하려면, 한 걸음 물러서서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돈이란 무엇이며, 왜 지금 변하고 있는가?
돈의 역사는 곧 신뢰의 확장 역사다. 화폐 역사에서 모든 도약은 신뢰가 더 멀리 도달할 수 있게 된 도약이었다.
고대 시대 - 로컬 신뢰. 초기 인류 사회에서 화폐는 공동체가 가치를 인정하기로 합의한 형태를 취했다. 조개껍데기, 구슬, 소금, 가축. 이런 물건들은 작은 공동체 안에서 모든 사람이 그 가치를 인정했기 때문에 작동했다. 하지만 확장이 불가능했다. 조개껍데기를 한 번도 본 적 없는 먼 땅의 상인에게는 아무 의미가 없었다. 돈이 로컬이었던 이유는, 신뢰가 로컬이었기 때문이다.
통합의 시대 - 제도적 신뢰. 돌파구는 가치의 표준화와 함께 찾아왔다. 주권국가가 주조한 금화, 중앙기관이 발행한 지폐, 근대 은행 시스템의 발명. 신뢰는 더 이상 개인적인 것이 아니라 제도적인 것이 됐다. 영란은행이 발행한 지폐가 힘을 가진 것은 종이의 재질 때문이 아니라, 그것을 뒷받침하는 기관 때문이었다. 이 모델은 전 세계로 확장됐고 수세기 동안 지배적 위치를 유지해왔다.
일본 자체의 금융 역사도 이 궤적을 따른다. 메이지 정부는 1870년대 최초의 국립은행을 설립했다. 미즈호의 계보는 1873년에 설립된 다이이치은행, 말 그대로 "제일은행"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50년 넘게 제도적 신뢰는 일본 금융의 기반이었다. 오늘날 메가뱅크들이 존재하는 것도 바로 그 신뢰를 기반으로 형성되었다.
하지만 이 시스템은 견고함에도 불구하고 비효율성을 안고 있다. 결제는 여전히 중개자에게 의존하고 해외 결제는 단계마다 며칠의 시간과 수수료를 추가하는 코레스 은행을 경유한다. 국내에서도 일본의 전은(Zengin) 은행 간 결제 네트워크는 안정적이긴 하지만 제한된 운영 시간과 경직된 프로토콜 안에서 작동한다. 신뢰는 있지만 속도가 없을 뿐이다.
디지털 시대 - 프로그래머블 신뢰. 우리는 지금 신뢰의 세 번째 발전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 디지털 자산, 특히 스테이블코인은 태생적으로 디지털이며 프로그래머블한 화폐를 의미한다. 엔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단순히 지폐의 디지털 버전이 아니다. 며칠이 아니라 몇 초 만에 결제되는 돈이다. 은행 영업시간이나 시간대에 구애받지 않고 24시간 운영되는 돈이다. 조건을 프로그래밍하고, 스마트 컨트랙트에 내장하고, 거의 무비용으로 국경을 넘어 이동할 수 있는 돈이다. 디지털 시대를 위한 돈이다.
불과 10여 년 만에 비현금 결제 비율을 13%에서 42%까지 끌어올린 일본이, 총 6.6조 달러의 자산을 운용하는 바로 그 기관들이, 이제 그 제도적 무게를 다음 형태의 화폐에 투입하고 있다.
토큰화 자산은 이 논리를 더 확장한다. 증권, 채권, 부동산이 디지털 토큰으로 표현될 수 있게 되면, 금융 시스템 전체가 조합 가능(composable)해진다. 토큰화된 국채는 스테이블코인의 담보로 활용될 수 있다. 토큰화된 주식은 즉시 결제될 수 있다. "돈"과 "금융 자산" 사이의 경계가 생산적인 방향으로 흐려지기 시작한다. SBI홀딩스의 키타오 요시타카 CEO는 이를 명확하게 표현했다: "모든 실물 자산이 토큰화되고, 토큰이 결제 수단으로서 사회에 침투하는 토큰 이코노미로의 전환은 이제 되돌릴 수 없는 사회적 흐름이다."
출처: 머니엑스 | ASIA'S LEADING WEB3 CONFERENCE
머니엑스가 존재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이 변혁은 사일로 안에서 완성될 수 없기 때문이다. 머니엑스는 WebX 실행위원회가 주관하며, 일본 스테이블코인 생태계의 핵심 축을 대표하는 네 개 조직이 공동 기획했다:
SBI홀딩스 — 일본 최대 금융 대기업. 은행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 리플과의 RLUSD 유통 파트너십, USDC의 일본 독점 유통까지, SBI는 전통 금융과 블록체인 인프라를 잇는 결절점이자 일본 디지털 자산 전략의 최전선에 서 있다.
JPYC — 일본 최초의 규제 승인 엔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메가뱅크보다 먼저 시장에 진입한 스타트업으로, 퍼미션리스 혁신의 속도와 글로벌 마인드셋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을 기관의 전유물이 아닌 모든 기업과 소비자의 인프라로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Progmat — MUFG에서 출발해 일본 주요 금융기관의 공동 출자로 재편된 디지털 자산 인프라 기업. 은행, 신탁회사, 금융기관이 멀티체인 환경에서 스테이블코인, 토큰화 증권, 유틸리티 토큰을 발행할 수 있는 기관급 플랫폼을 제공하며, 3대 메가뱅크 컨소시엄의 기술적 인프라로 역할을 한다.
CoinPost — 일본 최대 크립토 미디어. CoinPost가 운영하는 WebX는 일본을 대표하는 웹3 컨퍼런스로 자리 잡았다.
머니엑스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참가자의 스펙트럼이다. 스피커 라인업은 일본 금융계의 정상 회담을 방불케 한다. 미즈호, 다이와증권, SBI홀딩스, SMBC의 고위 임원들이 블록체인 파운더, 규제 전문가, 엔지니어들과 같은 무대에 선다. 일본은행(BOJ) 전 핀테크센터장, 경제산업성(METI) 정책 자문위원도 참여한다. 대화의 범위는 규제, 기술, 비즈니스 전략에서 사회적 영향까지 아우른다.
글로벌 맥락이 긴급감을 더한다. 미국은 최초의 포괄적 스테이블코인 법안인 지니어스 법안을 통과시켰다. EU의 MiCA는 전면 시행에 들어갔다. 싱가포르와 홍콩은 자체 규제 체계를 정비했다. 한국도 원화 스테이블코인 인프라를 준비하고 있다.
경쟁의 본질은 이미 바뀌었다. 스테이블코인이 중요해질 것인가는 더 이상 질문이 아니다. 어떤 국가와 기관이 표준을 설정하고, 인프라를 장악하고, 새로운 레일 위를 흐르는 가치를 포착할 것인가가 지금의 질문이다.
일본은 규제적 기반을 구축했으며 기관의 의지가 있다. 기술도 갖추고 있다.
머니엑스는 이러한 논의가 같이 진행되기 시작하는 첫 행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