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더(Tether)의 USDT 발행량은 1,600억 달러를 돌파했고, 분기 순이익은 약 49억 달러에 달할 정도로 골드만 삭스, 블랙록 등의 순이익을 상회했다.
테더는 앞으로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 단순히 USDT를 발행하는 것을 넘어 온체인 생태계에서 실제로 USDT가 활용될 수 있도록 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를 위해 테더는 USDT0를 통해 다양한 블록체인으로 확장하는 멀티체인 전략을 추진하는 한편, 자체적으로는 스테이블(Stable)과 플라즈마(Plasma) 같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USDT 중심의 생태계를 구축하는데 지원하고 있다.
특히 자체 L1 블록체인인 스테이블은 기관 친화적 인프라와 네트워크를 통한 명확한 강점을 가지고 있다. 기업 전용 블록 공간, 다수의 송금을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트랜잭션 애그리게이터, 규제 준수를 위한 컨피덴셜 기능 등을 제공한다. 이러한 인프라와 투자자 네트워크를 결합한 스테이블은 테더의 다음 성장 단계를 이끄는 핵심이 될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
세계 최대의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인 테더(Tether)는 특정 국가의 규제에 얽매이지 않는 “탈국가화” 전략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테더의 USDT는 미국 달러와 1:1로 연동되면서도, 미국 정부의 규제나 압력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운영되고 있다. 실제로 테더의 CEO인 파올로 아르도이노(Paolo Ardoino)는 미국 정부가 강력한 스테이블코인 규제를 추진하자, “미국 시장 전용 별도의 스테이블코인을 출시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이는 국제 시장에서의 USDT 운영은 현 상태를 유지하면서, 미국 시장을 위한 별도의 규제 준수형 스테이블코인을 새로 만들어 대응하겠다는 전략적 선택이다.
이러한 전략적 판단은 테더가 특히 미국 외 지역의 개발도상국 시장을 주요 목표로 삼고 있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준다. 파올로 CEO는 직접 “USDT의 주요 사용자는 신흥시장에 집중되어 있다”며, 터키, 베트남, 브라질, 아르헨티나, 아프리카 국가들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이 국가들은 자국 통화가 불안정하거나 달러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USDT를 달러의 효과적인 대체제로 활용하고 있으며, 파올로는 테더가 “금융 소외계층을 위한 라스트마일 달러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러한 글로벌 수요 증가에 따라 USDT는 바이낸스와 바이빗 같은 국제 거래소에서 거래 통화로 자리 잡았고, 볼리비아와 같은 일부 국가에서는 소매점에서도 USDT로 가격이 표기될 정도로 일상화되고 있다.
결국 테더는 미국의 규제를 덜 받는 달러 대체제를 전세계에 보급하면서 시장에 안정적으로 안착했다.
Source: DeFiying gravity? An empirical analysis of cross-border Bitcoin, Ether and stablecoin flows
전 세계적으로 급증한 USDT 수요는 테더의 수익성으로 직접 연결되고 있다. 테더가 발표한 2025년 2분기 회계보고서에 따르면, 2분기 동안에만 130억 달러 규모의 신규 USDT가 추가로 발행되었으며, 분기 순이익은 약 49억 달러에 달했다. 테더가 기록한 이 막대한 이익은 주로 미국 국채 투자 수익과 비트코인, 금 등 다양한 자산 투자에서 나온 것이다.
이러한 구조로 인해 테더는 발행한 스테이블코인으로 확보한 자금을 미국 국채와 같은 안전자산에 투자해 역대급의 영업이익을 창출하고 있다. 국가들과 비교하면 한국보다 많은 18번째로 많은 채권을 보유한 주체이며, 그 결과 테더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수익성이 높은 금융 기업 중 하나로 자리 잡게 되었다.
시장 점유율 역시 압도적이다. 2025년 현재 USDT의 총 발행 규모는 사상 최고 수준인 약 1,550억 달러이며, 2위인 써클(Circle)의 USDC(약 600억 달러 규모)와의 격차를 크게 벌리고 있다. USDT는 중앙화 거래소(CEX)와 탈중앙 거래소(DEX)를 가리지 않고 널리 사용되는 기축 스테이블코인이 되었으며, 시장 점유율도 약 60%를 넘으며 독보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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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더는 USDT 외에도 금을 토큰화한 테더 골드(Tether Gold), 자산 발행 플랫폼 헤드론(Hadron) 등 “발행”과 관련된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며 성장의 가능성을 넓히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더욱 큰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발행뿐 아니라 “활용” 측면에서도 전략적인 확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테더는 USDT0를 활용한 멀티 체인 확장 전략과 스테이블(Stable), 플라즈마(Plasma) 등의 별도의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자체 생태계를 구축하는 전략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먼저, 레이어제로(LayerZero)의 OFT(Omnichain Fungible Token) 표준을 기반으로 USDT0라는 명칭으로 다양한 체인으로 확장하는 전략은 USDC와 직접적인 경쟁을 벌여야 한다. 현재 USDC는 이미 솔라나(Solana), 하이퍼리퀴드(Hyperliquid) 등 여러 체인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디파이 영역에서도 USDT보다 훨씬 높은 활용도를 기록하고 있다. 실제로 USDC는 중앙화 거래소에서 $3.7T, 탈중앙화 거래소에서 $9.0T라는 높은 거래량을 기록한 반면, USDT는 중앙화 거래소에서 $7.2T라는 압도적 우위를 점했음에도 탈중앙화 거래소에서는 $1.6T에 불과하다. 이는 USDT가 국제 송금과 중앙화 거래소 간의 대규모 이체에서 주로 사용되고, USDC는 이더리움 기반 디파이 프로토콜의 담보나 스왑 거래에서 더 많이 선호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USDT0를 통한 테더의 확장 전략이 앞으로 시장 판도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또한 테더의 두 번째 전략인 자체 생태계 구축 측면에서는 스테이블(Stable)과 플라즈마(Plasma)의 역할이 특히 중요해질 것이다. 이들의 전략은 기본적으로 베이스(Base), 아비트럼(Arbitrum), 솔라나(Solana) 등 기존 레이어2 및 메이저 체인들과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지만, 가장 직접적인 경쟁은 현재 USDT의 주요 전송 체인으로 자리잡고 있는 트론(Tron)과의 경쟁일 것이다. 현재 트론은 수수료 수입의 99%, 트랜잭션 볼륨의 98%를 USDT 전송에서 얻고 있으며, 특히 중앙화 거래소들이 TRX를 매입 및 스테이킹하여 비용을 절감하는 구조가 트론 경제에 있어 핵심 동력이다. 그러나 논란의 인물인 저스틴 선이 주도하는 트론 자체의 체인 리스크가 지속적으로 지적되는 만큼, 인센티브가 충분히 매력적이라면 거래소와 기관들이 다른 플랫폼으로 이동할 가능성은 충분히 열려 있다.
바로 이 부분에서 스테이블이 강점을 발휘할 수 있다. 스테이블의 기업 파트너와 기업 중심의 탄탄한 인프라를 봤을때, 테더의 USDT가 활용되는 영역을 크게 확대할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과연 스테이블이 테더의 다음 단계 성장을 촉진하는 핵심 촉매제가 될 수 있을까? 두 가지 단계를 이를 가능하게 할 것으로 보인다.
2.1.1 기업 중심의 인프라
스테이블의 인프라는 처음부터 기관의 수요와 요구사항을 최우선으로 고려하여 설계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블록체인 사용의 대표적 진입장벽인 가스 비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USDT를 직접 가스 수수료로 사용하도록 함으로써, 사용자가 별도의 가스 토큰을 구입하거나 관리하지 않고도 블록체인 송금을 자연스럽게 처리할 수 있게 했다.
또한, 기관에서 대규모 트랜잭션이 빈번히 발생할 경우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네트워크 병목 현상도 두 가지 기능을 통해 해결하고 있다. 이를 위해 기관이 (i) 우선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업 전용 블록 공간을 마련하여 중요한 거래가 지연되지 않도록 했으며, (ii) 거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트랜잭션 애그리게이터 기술을 도입했다. 이를 통해 여러 트랜잭션을 하나로 묶어 처리함으로써 전송 속도와 처리량을 크게 높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민감한 기업 데이터를 보호하기 위한 컨피덴셜 전송 기능도 준비하고 있다. 이러한 다양한 기술과 기능들이 결합된 스테이블의 인프라는 한마디로 기관 친화적인 블록체인 생태계를 지향하며, 기업이 블록체인을 쉽게 도입하고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2.1.2 기업들과의 커넥션
Source: X (@Stable)
스테이블이 이러한 인프라 구축을 위해 최근 2,800만 달러 규모의 시드 투자를 유치했다. 투자 라인업에는 테더의 CEO인 파울로가 CTO로 있는 비트파이넥스와 USDT0가 리드로 참여했으며, 세계적인 트레이딩 회사인 서스퀘하나 인터내셔널 그룹(Susquehanna International Group), $1.53T AUM의 글로벌 자산운용사 프랭클린 템플턴, 그리고 바이빗, BTSE와 같은 유수의 거래소들 포함되었다. 그리고 엔젤 투자자/어드바이저로 테더 CEO 파울로, 바이낸스의 이사회 의장 가브리엘 아베드(Gabriel Abed), 앵커리지의 CEO 네이던 맥컬리 등 전통 금융과 크립토 업계를 포괄하는 투자자 네트워크를 갖추었다.
스테이블의 성공을 위한 다음 과제는 얼마나 많은 실제 기업과 기관을 효과적으로 온보딩하느냐이다. 다행히 스테이블 투자자 네트워크에는 이미 글로벌 자산운용사와 대형 거래소들이 포진해 있어 초기 사용자 풀 확보라는 관점에서는 유리한 입지를 점하고 있다.
예를 들어, 테더와 긴밀한 협업 관계인 비트파이넥스, 투자사로 참여한 바이빗 같은 대형 거래소들이 스테이블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중앙화 거래소(CEX)들은 현재 트론 체인을 통해 USDT를 대량 처리하고 있지만, 더 효율적인 환경을 제공하는 스테이블로의 이전을 검토할 충분한 유인을 가지고 있다. 트론이 주요 거래소들을 온보딩해 성공을 거두었듯이, 스테이블 역시 이와 유사하게 주요 거래소들과 협력하여 유저들에게 인센티브를 주어 네트워크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또한 테더는 최근 실물자산과 산업 인프라 투자를 통해 기반을 다지고 있다. 2025년 초에는 중남미의 농업 및 에너지 대기업 아디코라그로(Adecoagro)의 지분 70%를 인수해 남미 지역 내 곡물/원유/에탄올 등 실물자산 결제에 USDT를 활용한다고 발표했다. 또한 아프리카의 핀테크 기업 시가 디지털(Shiga Digital)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해 FX 거래와 기업금융에 USDT 활용을 확대하고, 캐나다 상장 광산기업 엘리멘티(Elementi)의 지분 31.9%를 인수해 원자재 시장에서도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들이 스테이블을 전략적으로 활용할 가능성도 높다.
이러한 대규모 기관 거래는 소매 거래에 비해 안정적이며 수익성이 높은 영역이기에 스테이블에게는 매우 매력적이다. 스테이블은 기관급 대용량 거래를 안정적이고 수익성 높은 비즈니스로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이를 통해 USDT의 달러 흐름이 외부 퍼블릭 체인 뿐만 아니라 “테더 생태계”에서도 이루어지도록 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는 테더가 블록체인 환경에서의 “체인 주권”을 갖추기 위한 강력한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Source: USDT as Gas Token - Stable
스테이블은 기업을 위한 인프라를 갖추었지만, 이는 결코 기업만을 위한 블록체인은 아니다. 스테이블은 일반 유저에게도 매우 친화적인 환경을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USDT 전송 시 수수료가 무료이고, 가스비로 USDT를 직접 사용할 수 있어 별도의 가스 토큰 구매가 필요 없다는 점이 있다. 또한 직관적인 자체 지갑을 제공하여 블록체인 사용 경험이 부족한 일반 사용자도 쉽게 접근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거래소와 협업하여 거래소의 기존 유저를 빠르게 스테이블 생태계로 유입시키는 전략은 매우 효과적이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는 코인베이스의 베이스(Base) 체인을 들 수 있다. 코인베이스는 기존 고객이 간단한 절차로 베이스 체인을 활용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유인책을 제시했다. 예컨대, 코인베이스에서 베이스 체인으로 USDC 전송 시 수수료를 전면 면제하였고, 기존의 코인베이스 앱을 통해 베이스에 있는 모포(Morpho) 같은 랜딩 프로토콜을 사용할 수 있게 해 사용자들이 별도의 복잡한 과정 없이 친숙한 UX 환경에서 자연스럽게 베이스 생태계를 활용하도록 유도했다. 또한, 초기에 일정 금액 이상의 USDC를 예치하거나 사용할 경우 리워드를 지급하는 프로모션을 통해 빠르게 초기 유저 기반을 확보했다. 이러한 전략은 베이스 체인이 단기간에 빠르게 성장하는 핵심적인 성공 요인이 되었다.
거래소뿐만 아니라 은행, 핀테크 기업과의 전략적 파트너십 또한 중요한 온보딩 전략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페이팔(PayPal)의 PYUSD는 현재 이더리움, 솔라나를 포함한 6개의 블록체인에서 운영되고 있는데, 만약 페이팔이 스테이블과 파트너십을 맺고 PYUSD를 가스 수수료로 활용 가능하게 한다면, 페이팔 입장에서는 스테이블을 중심으로 보다 효율적인 페이먼트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는 강력한 인센티브가 된다. 이를 통해 페이팔의 디폴트 지갑과 결제 인프라가 스테이블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자연스럽게 통합될 수 있다. 이러한 전략적 협력은 스테이블이 기업뿐 아니라 일반 사용자의 일상적인 결제 환경에도 널리 확산될 수 있는 중요한 발판을 마련하게 될 것이다.
Source: Why Stable - Stable
테더가 지금까지 보여준 성과와 앞으로 추진 중인 전략들을 종합하면, 스테이블은 테더의 차세대 성장을 이끌 핵심 엔진이 될 수 있다. 이미 테더는 USDT 발행을 통해 엄청난 수익을 거두며 1차 성장에 성공했으며, 이제는 트론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자체 인프라 구축을 통해 2차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 중심의 체인이 전혀 새로운 방식의 차별성을 내세우기 어렵지만, 스테이블이 기관들 중심의 인프라를 구축하여 기관과 기업 고객의 안정적인 수요를 확보하는 명확한 전략은 날카롭다. 이는 기업들과 이들의 고객을 중심으로 스테이블코인의 “활용”에서의 수익으로 확대하려는 전략적 움직임이다.
물론 극복해야 할 도전과제도 있다. 기업 대상으로 제공되는 스테이블코인 중심 체인의 성공 사례가 사실상 없고, 테더 또한 규제 리스크를 지속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 강력한 규제가 시행될 경우 테더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지만, 테더는 시장 철수나 별도의 규제 준수형 스테이블코인 발행 등 다양한 전략을 통해 탈국가화 기조를 유지하며 대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써클의 USDC 등 경쟁 스테이블코인의 도전도 존재하지만, 테더가 가진 압도적인 유동성, 브랜드 신뢰도, 구축 중인 자체 생태계는 경쟁자들이 쉽게 넘어서기 어려운 장벽이다.
스테이블이 성공적으로 구현된다면 테더는 발행부터 유통, 거래 및 결제까지 스테이블코인의 전체 가치사슬을 확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는 테더에게 새로운 도약의 발판이 되어, 현재의 USDT 리더십을 더욱 강화하고 스테이블코인 산업 전체의 성장까지 촉진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상황을 종합하면, 스테이블이 테더의 다음 성장을 주도할 가능성은 매우 높아 보이며, 테더가 이러한 가능성을 어떻게 실제 성과로 연결할지 주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