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컨퍼메이션(Preconfirmation)은 사용자가 트랜잭션을 보냈을 때 곧 처리될 것이라는 보증을 빠르게 제공해주는 기술로, L1 체인에 롤업 데이터가 게시되기 전 보증을 통해 신뢰 제공을 한다. 이를 통해 블록체인도 신용카드처럼 즉각적인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수 있게 되며, 이 사용자 경험의 중심에는 트랜잭션의 실행을 보증하는 역할을 맡은 프리컨퍼(Preconfer)가 있다.
프리컨퍼는 사용자의 보증된 트랜잭션을 블록에 포함시켜야하는 책임이 있으며, 그 대가로 수수료와 추가적인 MEV 수익을 통해 경제적 인센티브를 얻는다. 그러나 특정 소수만 프리컨퍼 역할을 맡게 되면 검열, 불공정 경쟁, 신뢰 중립성 훼손 등 중앙화 문제가 발생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담보와 슬래싱 기반의 탈중앙화 프리컨퍼 모델이 필요하다.
타이코는 최근 프리컨퍼메이션 기능을 ‘알레시아(Alethia)’ 메인넷에 도입하며 실전 운영을 시작했고, 초기엔 안정성을 위해 화이트리스트 방식의 중앙화 모델을 선택했다. 하지만 향후에는 중앙화에서 벗어나기 위해 누구나 참여 가능한 무허가 구조로 전환할 계획이며, 이는 사용자 경험 개선과 블록체인의 철학을 모두 지키기 위한 전략적 접근을 취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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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일상에서 매일 겪는 일이 있다. 카페에서 커피를 사고 신용카드를 긁으면, 포스기나 키오스크 화면에 ‘승인 완료’ 또는 ‘결제 완료’ 메시지가 뜬다. 우리는 이 순간 결제가 끝났다고 느끼며, 머릿속에는 “돈이 나갔네”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하지만 실제로는, 실시간적으로 돈이 완전히 이동한 것이 아니다.
진짜 결제는 이후 며칠에 걸친 정산 과정을 거쳐야 마무리된다. 카드 결제 데이터는 가맹점, 발급은행, 결제 네트워크(비자, 마스터카드 등) 사이를 오가며 조율된다. 이 과정에서 환불이나 거래 취소, 소비자 분쟁 같은 변수가 발생할 수 있고, 상황에 따라 거래가 뒤늦게 무효 처리되기도 한다. 즉, 거래는 아직 완전히 확정된 상태가 아닌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커피를 들고 아무렇지도 않게 자리를 뜬다. 왜 그럴까?
그 이유는 신용카드 시스템이 결제의 불확실성을 소비자 대신 떠맡아 주고 있기 때문이다. 비자(Visa), 마스터카드(Mastercard) 같은 결제 네트워크는 결제가 승인되었다는 즉각적인 메시지를 통해 소비자에게 심리적 확신을 제공한다. 이후 문제가 생기더라도 그 부담은 가맹점, 발급은행, 결제 네트워크가 계약과 규정에 따라 분담한다. 소비자는 대부분의 경우 이런 복잡한 뒷단 과정을 느끼지 못하는게 이 때문이다.
이처럼 신용카드 시스템은 정산 과정의 리스크를 소비자가 아니라 결제 관련 주체들(가맹점, 발급은행, 결제 네트워크)이 나눠지는 구조다. 우리가 보는 “결제 완료” 문구는 사실상 이들이 만들어낸 일종의 가짜 실시간성이다. 실제로 돈이 오가고 거래가 확정되는 건 며칠 뒤지만, 그 기다림은 소비자가 아닌 시스템이 감당한다. 그 결과 카드의 사용성은 극적으로 높아지고, 결제 경험은 훨씬 부드러워진다.
반면 블록체인은 이 구조를 쉽게 구현하지 못했었다. 그 이유는 블록체인의 기본 철학 때문이다. 블록체인은 신뢰 없는 환경에서의 보안을 전제로 설계됐다. 어떠한 중개자도 없고, 어떠한 약속도 서로 간 존재하지 않는다. 트랜잭션과 블록에 의해 확정된 결과만이 진실로 인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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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령 이더리움을 보자. 사용자가 트랜잭션을 전송하면, 그것이 확정되기까지 평균 12초 간격으로 생성되는 블록 중 하나에 포함되어야 한다. 그 후에도 일명 “되돌릴 수 없는 상태”로 간주되기 위해서는 더 많은 후속 블록이 쌓여야 한다. 일반적으로는 12~64개의 블록, 즉 수 분에서 길게는 십여 분까지 기다려야 한다.
이런 한계를 완화하기 위해 등장한 이더리움의 롤업 구조는 트랜잭션을 L2에서 먼저 처리하고, 이후에 이를 묶어서 L1에 정산하는 방식으로 처리 속도와 수수료를 획기적으로 낮췄다. 그러나 롤업을 사용하는 경우에도 정산에 대한 확정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롤업은 트랜잭션을 해당 블록체인에서는 빠르게 처리하지만, 결국 모든 정산과 완결성은 이더리움 메인넷(L1)에 의존한다. 즉, 롤업이 아무리 빠르게 블록을 생성하더라도, 이 내용이 이더리움 메인넷에 게시되고 완결되기 전까지 사용자는 여전히 "내 트랜잭션이 진짜로 반영되었는가?"에 대한 확신을 당장 얻지 못한다. 그 결과, 사용자들은 자신의 트랜잭션이 실제로 처리될 것이라는 심리적 신뢰가 부족하고, 이로 인해 체감상 “불완전한 서비스”를 경험하게 된다.
바로 이 지점에서 프리컨퍼메이션(Preconfirmation)이라는 새로운 접근이 등장한다. 프리컨퍼메이션은 블록체인의 느린 확정성 위에 즉각적인 심리적 보증을 덧씌우는 구조다. 이 개념은 모든 사용자가 언제나 L1 수준의 완결성을 기다릴 필요는 없다는 것에서 시작한다. 대부분의 경우, 사용자가 원하는 건 “이 트랜잭션은 곧 처리될 것이다”라는 믿을 만한 보증이다. 프리컨퍼메이션은 이 보증을 블록체인 안에서 실현해주는 구조다.
프리컨퍼메이션의 진행은 사용자가 트랜잭션을 제출하면, 네트워크 내의 특정 참여자인 프리컨퍼(preconfer)가 해당 거래를 검토하고, 자신이 제안할 블록에 이를 포함시키겠다는 서명된 보증서를 반환한다. 이 보증서는 말 그대로 하나의 약속이다. 하지만 약속을 어기면 그에 상응하는 페널티를 감수해야 하므로, 단순한 서명 이상의 책임이 수반된다.
이 구조의 가장 큰 강점은 속도다. L1 블록이 생성되고 확정되기까지는 수 초에서 수 분이 걸릴 수 있지만, 프리컨퍼메이션은 이 과정보다 훨씬 빠르게(약 100ms 이내) 사용자에게 “트랜잭션이 보장되었다”는 피드백을 제공할 수 있다. 이는 체감상 신용카드 승인 메시지에 가까운 경험이며, 블록체인이 처음으로 기존 금융 시스템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사용자 경험성의 도약을 가능하게 한다.
그리고 이 모든 구조의 중심에는 프리컨퍼라는 존재가 있다. 이들은 단순한 중계 노드가 아닌, 이더리움 제안자-빌더 분리(PBS) 구조 속에서 블록 제안 권한을 가진 참여자로서 약속을 실행할 실질적 능력과 책임을 모두 지닌다. 프리컨퍼메이션 시스템에서 신뢰는 프리컨퍼의 책임에서 나오는 셈이다.
프리컨퍼는 사용자에게 경제적 보증이 뒷받침된 암호학적 약속을 발행하는 주체로, 프리컨퍼메이션 시스템의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이들의 본질적인 역할은 트랜잭션 제출과 블록 완결성 사이의 시간적 간극을 메우는 것이다. 프리컨퍼의 운영 워크플로우는 여러 단계로 구성된다:
사용자가 프리컨퍼에게 트랜잭션을 전송한다. 이 시점에서는 해당 트랜잭션이 아직 온체인에 포함되지 않은 상태다. 프리컨퍼는 이 요청을 수신하여 검토할 준비를 한다.
프리컨퍼는 트랜잭션의 유효성을 검증한 후, 사용자에게 ‘보증’을 회신한다. 이 보증은 해당 트랜잭션이 L1 블록에 포함될 것이라는 약속으로, 프리컨퍼의 서명을 포함한 증서 형태로 발급된다. 사용자는 이를 통해 빠르게 확정성에 대한 신뢰를 얻는다.
프리컨퍼는 트랜잭션을 실제로 블록에 포함시키기 위해, 해당 데이터를 L1 검증인(Validator)에게 전달한다. 만약 프리컨퍼가 직접 블록 생성자(Block Builder)나 제안자(Proposer) 역할을 겸하고 있다면, 자신의 블록에 해당 트랜잭션을 직접 포함시킨다. 그렇지 않다면, PBS(Proposer-Builder Separation) 환경에서는 신뢰할 수 있는 블록 빌더에게 트랜잭션을 전달하여 블록에 포함되도록 한다.
L1 검증인은 전달받은 트랜잭션 데이터를 블록에 포함시킨 후, 이를 온체인에 최종 확정한다. 이로써 사용자 요청은 완전한 온체인 처리 상태에 도달하며, 프리컨퍼가 약속했던 보증이 실제 확정으로 전환된다.
만약 프리컨퍼가 보증을 이행하지 않거나, 동일 트랜잭션에 대해 이중 보증을 하는 등 조건을 위반할 경우, 프리컨퍼에게 슬래싱 등의 페널티를 부과한다. 이러한 제재는 프리컨퍼가 책임 있는 행동을 하도록 강제하며, 전체 시스템의 신뢰성을 위한 장치로 작동한다.
프리컨퍼가 되는 것은 기술적으로 매우 까다로울 수 있다. L1과 L2의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트랜잭션 유효성을 검증하기 위해 고가용성, 고대역폭의 풀노드를 운영해야 한다. 따라서 이는 일반 참여자가 아닌, 고도로 전문화된 기술과 자본을 갖춘 운영자에게 적합한 역할이다.
전문화된 기술과 자본을 갖추면서까지 프리컨퍼의 역할을 하려고 하는 이유는 프리컨퍼가 취할 수 있는 경제적 유인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가장 직접적인 인센티브는 프리컨퍼메이션 서비스의 대가로 사용자가 지불하는 수수료, 즉 팁이다. 사용자들은 즉각적인 확신과 개선된 사용자 경험을 위해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며, 이는 L1 검증인들에게 기존의 블록 보상과 MEV(Maximal Extractable Value)를 넘어서는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해준다.
프리컨퍼메이션은 MEV와도 깊이 연관되어 있다. 프리컨퍼는 사전 확정된 트랜잭션 집합을 제어함으로써 더 가치 있는 블록을 직접 구성하거나, 이 블록 공간을 전문 빌더에게 판매하여 추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예를 들어, 퍼퍼의 AVS 모델은 참여 검증인들의 수익을 보다 예측 가능하게 만들기 위해 수수료를 시간과 검증인 간 기준으로 평균화해 수익 변동성을 낮추는 방식으로 MEV 수익을 분배하는 'MEV-smoothing' 메커니즘을 포함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프리컨퍼메이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검증인은 더 높은 전체 수익률을 창출할 수 있으므로, 스테이커나 위임자들에게 더 매력적인 선택지가 된다. 이는 스테이킹 서비스 시장에서 프리컨퍼메이션 제공 여부가 차별화 요소가 되는 흐름을 만들어낸다. 프리컨퍼의 등장은 과거 L1 검증인의 역할을 L1 블록체인 보안에만 집중하는 수동적인 블록 서명자에서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역할로 변모시킨다.
또한, 프리컨퍼메이션을 제공하기 위해 L1 검증인은 이제 L2 풀노드를 운영하며, L2 사용자에게 ‘빠른 확정 서비스’를 판매하는 능동적인 서비스 제공자가 되어야 한다. 이는 L1 검증인의 수익이 자신이 서비스하는 L2의 경제 활동에 점점 더 의존하게 됨을 의미하며, L1 검증인들이 활발한 L2 생태계를 지원하도록 강력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긍정적인 피드백 루프를 형성한다.
프리컨퍼가 프리컨퍼메이션 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프라로 자리잡아감에 따라, 이제 질문은 “누가 프리컨퍼가 될 수 있는가”, “프리컨퍼는 어떤 방식으로 선정되고 운영되는가”가 되었다. 현재 프리컨퍼 모델은 크게 두 가지 구조로 나뉘는데, 화이트리스트 기반 중앙화 모델과 슬래싱 기반 무허가 탈중앙화 모델이다.
화이트리스트 기반 중앙화 모델은 다오(DAO)나 중심 관계자들이 사전 승인한 소수의 운영자만 프리컨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방식이다. 대표적으로 에스프레소 시스템(Espresso System)은 자체 검증인 세트를 활용한 BFT 기반 공유 시퀀서를 운영하고 있으며, 아스트리아(Astria)는 자체 지분증명(PoS)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선택된 시퀀서에게만 프리컨퍼 역할을 부여한다. 이러한 중앙화된 프리컨퍼 모델은 초기에 신뢰할 수 있는 운영자를 통해 품질과 성능을 통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참여의 개방성과 거버넌스 투명성 측면에서 구조적인 한계를 안고 있다.
반면, 슬래싱 기반 무허가 탈중앙화 모델은 누구나 담보를 예치하고 프리컨퍼 역할에 참여할 수 있으며, 만약 프리컨퍼가 위반 행위을 했을 경우에 대해서는 자동화된 슬래싱을 통해 신뢰를 강제하는 구조다. 퍼퍼 파이낸스(Puffer Finance)의 퍼퍼 유니파이(Puffer UniFi)는 AVS(Actively Validated Services) 인프라 위에서 이 구조를 구현하고 있으며, MEV 수익을 예측 가능하게 분배하는 ‘MEV-smoothing’ 메커니즘을 통해 참여자의 지속 가능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고 있다. 체인바운드(Chainbound, BOLT) 또한 MEV-Boost, EigenCloud(구 EigenLayer), 심바이오틱(Symbiotic) 같은 탈중앙화 인프라와 연계하여, 리스테이킹 담보 구조로 프리컨퍼 시장을 개방하고 있다.
이처럼 모델이 다르면 프리컨퍼가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도 달라진다. 특히 중앙화된 프리컨퍼 모델은 아래와 같은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참여 권한의 집중은 신뢰 중립성(Credible Neutrality)을 훼손한다. 프리컨퍼는 트랜잭션 우선순위와 블록 구성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특정 주체가 이 권한을 독점하면 시스템 전체의 공정성에 대한 의심과 더 나아가서는 실질적인 훼손이 일어날 수 있다.
운영 기준과 참여 절차의 불투명성은 커뮤니티 신뢰를 해칠 수 있다. 누가, 어떤 기준으로 선정되는지가 명확하지 않으면 거버넌스 정당성에 대한 논란이 생긴다.
MEV 수익과 사용자 팁 등 경제적 기회의 독점화가 발생할 수 있다. 이는 시장 경쟁을 왜곡하고, 결과적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와 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중앙화된 프리컨퍼가 특정 트랜잭션을 차단하거나 지연시킬 가능성은 시스템의 검열 저항성을 훼손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프리컨퍼 생태계가 지속 가능하고 신뢰 가능한 인프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화이트리스트와 같은 임시적 중앙화 구조에서 벗어나 무허가성과 경제적 보증에 기반한 탈중앙화 모델로의 전환이 필수적이다. 담보 기반의 슬래싱 구조는 참여의 개방성과 함께, 악의적인 행위에 대한 강력한 억제 장치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타이코(Taiko)는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프리컨퍼메이션을 실제 네트워크에 도입하고 프리컨퍼의 탈중앙화를 위한 명확한 로드맵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Source: Taiko X
타이코는 자사의 테스트넷 ‘헤클라(Hekla)’에 프리컨퍼메이션 기능을 이미 공식적으로 통합했으며, 파카야(Pacaya) 업그레이드를 통해 약 2초 수준의 빠른 확정성을 구현했다. 더 나아가 타이코는 최근 이 기능을 메인넷 ‘알레시아(Alethia)’에도 확장 적용하였고, 모든 사용자에게 밀리초 단위의 트랜잭션 확정 경험을 제공할 준비를 마쳤다.
다만 현재 도입된 프리컨퍼메이션 시스템은 화이트리스트 기반의 중앙화된 프리컨퍼 모델을 채택하고 있다. 위에서도 설명했지만, 이 방식은 궁극적으로 참여의 개방성과 신뢰 중립성 확보에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지속 가능한 해법은 아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타이코는 프리컨퍼 시스템의 점진적 탈중앙화를 명확히 목표로 하고 있다. 초기에는 중앙화된 화이트리스트 모델로 출발하되, 이후 슬래싱 기반 무허가 프리컨퍼 모델로 단계적으로 전환함으로써, 프리컨퍼 역할의 참여 장벽을 낮추고, 신뢰를 중앙 주체가 아닌 담보와 경제적 인센티브를 통해 강제하는 구조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타이코가 중앙화 프리컨퍼 모델에서 탈중앙화 프리컨퍼 모델로의 단계적 전환을 선택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위험 관리 측면이다. 복잡한 무허가 경제 시스템을 처음부터 출시하는 것은 예측 불가능한 위험을 수반할 수 있다. 신뢰할 수 있고 기술적으로 검증된 운영자들로 구성된 화이트리스트로 시작하는 것은 일종의 ‘보조 바퀴(training wheels)’ 역할을 한다. 이를 통해 타이코는 버그나 경제적 공격, 또는 무허가 출시 시 발생할 수 있는 네트워크 불안정성의 위험을 통제하면서도, 사용자에게 즉각적인 사용자 경험 개선 효과를 제공할 수 있다.
또한, 네트워크 부트스트래핑 초기에는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화이트리스트 프리컨퍼들은 2초 블록 타임 목표처럼 일관된 서비스를 보장할 수 있기 때문에, 초기 무허가 시퀀서들의 무작위적인 참여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일관성 없는 사용자 경험’을 방지한다.
마지막으로, 화이트리스트에 속한 프리컨퍼들은 타이코 팀에게 통제된 라이브 환경에서 성능, 네트워크 부하, 경제적 메커니즘에 대한 중요한 데이터를 수집할 기회를 제공한다. 이 실제 데이터를 바탕으로 미래의 슬래싱 모델을 더욱 정교하게 설계하고 매개변수를 조정할 수 있다. 프리컨퍼들이 PBS 파이프라인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어떤 수수료 시장이 형성되는지, 잠재적인 공격 벡터는 무엇인지 등을 관찰함으로써, 최종 단계인 탈중앙화 프리컨퍼 시스템을 더욱 견고하고 잘 보정된 상태로 출시할 수 있다.
타이코의 전략적인 선택으로 탈중앙화 프리컨퍼 모델로 성공적인 전환이 이루어진다면 어떠한 효과들을 기대할 수 있을까?
진정한 탈중앙화와 신뢰 중립성의 실현: 무허가 슬래싱 모델은 특정 주체가 프리컨퍼 참여를 통제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여, 중앙화된 실패 지점과 검열 리스크를 제거한다. 이로써 시스템은 운영 주체의 평판이나 신뢰 관계가 아닌, 암호경제학적 담보에 기반하여 누구나 공정하게 참여할 수 있는 신뢰 중립적 인프라로 전환된다.
경쟁적인 시장 형성: 누구나 프리컨퍼로 참여할 수 있는 개방형 구조는 서비스 제공자 간의 건전한 경쟁을 촉진하게 만든다. 프리컨퍼들은 더 낮은 수수료, 더 빠른 확정 속도, 더 높은 신뢰성을 바탕으로 경쟁하게 되며, 이 과정에서 사용자는 자연스럽게 더 나은 서비스를 받게 된다. 이는 소수의 허가된 운영자에 의존하는 화이트리스트 모델에 비해 훨씬 더 효율적인 시장을 형성하며, 장기적으로 생태계의 효율성을 크게 향상시킨다.
이더리움(L1)과의 경제적 연계 강화: 이더리움 L1 검증인들이 누구나 자신의 인프라를 활용해 L2에서 프리컨퍼 역할을 수행하고 추가 수익을 창출할 기회를 제공받으면, L1 검증인의 수익성을 증대시켜 결과적으로 L1의 경제적 보안을 강화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 즉, 타이코의 활성화가 이더리움의 보안성과 직접적으로 연계되는 강력한 시너지를 창출하며, 전체 이더리움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온다.
프리컨퍼메이션은 밀리초 단위의 빠른 확정성을 제공함으로써, L2 사용자 경험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사용자는 이 시스템에서 핵심 역할을 맡은 프리컨퍼의 암호학적 보증을 통해 ‘트랜잭션이 곧 확정될 것’이라는 신뢰를 거의 즉시 획득할 수 있다. 동시에, 프리컨퍼는 사용자로부터 수수료와 MEV 수익을 얻으며 새로운 경제적 기회를 창출한다. 이로 인해 L1 검증인의 역할도 기존의 수동적 블록 생성자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능동적 인프라 제공자로 재정의되고 있다. 프리컨퍼는 이제 기술적, 경제적 변화를 동시에 이끄는 중추적인 존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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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프리컨퍼메이션의 가치가 높아질수록, 프리컨퍼 자체의 권한과 책임 또한 비대해질 수밖에 없다. 프리컨퍼는 단순한 중계자가 아니라, 사용자의 트랜잭션을 보증하고 이에 대한 책임을 지는 주체이기 때문에, 이들이 경제적 이득을 얻는 구조가 커질수록 중앙화 위험은 더 뚜렷하게 드러난다. 특히 일부 프로젝트들이 화이트리스트 방식으로 제한된 운영자에게만 프리컨퍼 권한을 부여하는 방식은, 초기 안정성 확보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무허가성과 탈중앙화라는 블록체인의 철학을 훼손할 수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프리컨퍼 역할의 탈중앙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로 떠오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프리컨퍼메이션 생태계의 커뮤니티는 이 문제를 충분히 다루지 않고, 기술적 완결성과 경제적 설계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타이코는 초기에 화이트리스트 기반의 중앙화된 프리컨퍼 모델을 선택했지만, 명확한 로드맵을 바탕으로 프리컨퍼 모델을 슬래싱 기반의 무허가 참여 모델로 전환해 누구나 담보를 기반으로 프리컨퍼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준비 중이다. 프리컨퍼메이션이 실전에 돌입한 지금, 타이코의 이러한 단계적 접근은 이 기술이 어떻게 확산되고 성숙해질 수 있는지에 대한 기준점을 제시한다. 블록체인이 사용자 친화성과 철학적 일관성 모두를 유지할 수 있는지 여부는, 프리컨퍼를 누가, 어떤 구조로 운영하는가에 달려 있다.
따라서 앞으로 프리컨퍼메이션 생태계에 참여하는 여러 프로젝트들은, 타이코의 탈중앙화 로드맵이 실제로 어떻게 실행되는지 주의 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보다 개방적이고 지속 가능한 프리컨퍼메이션 모델을 함께 설계해 나가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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