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8월 13일, 서클이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USDC를 위한 목적 중심의(purpose-built) L1 블록체인인 아크(Arc)를 공개했다. 최근 수 많은 스테이블코인 네트워크가 등장하는 와중에 서클마저 자체 블록체인을 출시함으로써 아크의 공개는 굉장히 많은 관심을 받았다.
아크는 1) USDC 가스 토큰, 2) Malachite 합의 알고리즘 기반의 높은 확장성 및 즉각적인 완결성, 3) 선택적(opt-in) 프라이버시 기능을 제공하면서 기업, 기관들이 규제를 준수하면서 더 심리스하게 블록체인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서클의 아크는 테더가 지원하는 스테이블, 플라즈마와 같은 USDT 특화 네트워크와 비교하여 굉장히 비슷하면서도 다른 플레이북을 구사하고 있다. 아크만의 차별점으로는 1) 서클의 풍부한 프로덕트들과의 연계, 2) 규제 친화적인 움직임, 3) 내장(built-in) FX 엔진 등을 꼽을 수 있다.
아크의 등장은 업계에 굉장히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해당 글에서는 1) 테더와 서클의 스테이블코인 네트워크 측면에서의 서로 다른 방향성, 2) 과연 서클, 테더의 경쟁 구도가 더 심화되는 것일지, 3) Codex, 1Money Network와 같은 다른 네트워크의 행보, 4) 아크의 경쟁자는 스테이블, 플라즈마가 아닌 템포일지에 대해 다루어본다.
Source: Circle
서클이 2025년 8월 13일, 2분기 어닝 레포트에서 자체적으로 개발한 USDC 특화 L1 블록체인인 아크(Arc)를 공개하고, 곧이어 라이트페이퍼(Litepaper)까지 공개했다. 같은 날, 몇 시간전엔 세계 최대 규모의 PSP 기업인 스트라이프(Stripe) 또한 템포(Tempo)라는 자체 L1 블록체인을 공개하기도 하면서, 2025년 8월 13일은 두 개의 거대 핀테크 기업이 자체 L1 블록체인을 공개하는 재미있는 날이 되었다.
서클의 아크 공개가 많은 관심을 받은 이유는 최근 스테이블코인 네트워크 섹터가 크립토 커뮤니티에서 가장 뜨거운 주제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테더CEO 및 비트피넥스의 투자를 받은 USDT 특화 네트워크인 스테이블(Stable), 플라즈마(Plasma)를 필두로 코덱스(Codex), 원머니 네트워크(1money Network) 등 수 많은 신규 L1 네트워크들이 현재 스테이블코인에 최적화된 네트워크를 빌딩하고 있다. 이러한 와중에 크립토 커뮤니티에선 서클은 관련 이니셔티브를 과연 전개할지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는데, 드디어 서클이 아크를 공개한 것이다.
그렇다면 오늘 서클이 공개한 아크는 과연 최근 등장하는 스테이블코인 네트워크와 별반 다를 것 없는, 그저 USDC에 특화된 L1 네트워크일 뿐일까, 아니면 다른 네트워크들과 차별화된 플레이북을 보여주고 있을까?
Source: Arc
우선 아크가 다른 스테이블코인 네트워크와 어떤 것이 같고 다른지 알아보기 전에, 아크 그 자체에 대해 먼저 살펴보자.
아크는 USDC에 특화된 목적중심의(purpose-built) EVM 호환(EVM-compatible) 블록체인이다. 아크는 기업, 기관들이 예측 가능한 네트워크 수수료를 스테이블코인으로 지불할 수 있도록 하면서, 다양한 금융 활동을 확장성 있는 인프라 및 선택가능한(opt-in) 프라이버시 기능을 기반으로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아크가 제공하는 코어 피쳐들은 아래와 같다:
USDC 가스 토큰(USDC as native gas): 사용자들이 모든 트랜잭션들에 대해 기본적으로 USDC를 가스토큰으로 활용하게 함으로써 변동성이 낮으면서도 예측 가능한 수수료를 지불할 수 있도록 한다.
결정론적 즉각적 완결성(Deterministic instant finality): Malachite 합의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1초 미만의 거래 완결성을 부여함으로써 확장성 높은 인프라를 제공한다.
선택적 프라이버시(Opt-in Privacy): 프라이버시 보호 기술을 통합해 선택적인 투명성을 부여한다. 이는 민감한 트랜잭션에는 필수적인 기능이며, 기업 및 규제 기관의 규제 준수 및 거래 모니터링에도 부합되도록 설계된다.
아크의 모든 트랜잭션의 트랜잭션 수수료는 디폴트로 USDC로 설정되어있으며, EIP-1559의 수수료 모델을 도입한다.
아크는 EIP-1559 모델에 몇 가지 수정을 가했는데, 첫 번째는 “Fee Smoothing Mechanism”을 도입하여, 지수 가중 이동 평균(EWMA)를 사용하여 과거 블록부터 최근 블록의 수수료 데이터를 전부 고려하여 다음 블록의 수수료를 결정한다 (과거의 데이터는 지수적으로 감소하는 가중치를 받으며, 최근 데이터에 더 큰 가중치가 부여된다). 전통 EIP-1559가 다음 블록의 base fee를 결정할 때 이전 블록의 사용량만 고려했다면, 아크의 EIP-1559는 이전 블록을 포함한 더 많은 블록들의 사용량을 고려함으로써 base fee의 변동성을 완화할 수 있다. 두 번째는 “Base Fee Bounded” 기능으로 base fee에 고정된 값의 상한을 두는 것이다. 이는 아크 네트워크가 혼잡하여도 수수료가 무한정 올라가는 것을 방지한다.
Circle Paymaster | Source: Circle
아크는 수수료 토큰으로 USDC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 화폐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 혹은 예금 토큰, CBDC와 같이 가치가 안정된 다양한 토큰들을 수수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 이는 서클에서 제공하는 페이마스터(paymaster) 기능과 관련이 있다.
서클 페이마스터는 원래 다른 EVM 블록체인에서 트랜잭션 수수료를 네이티브 토큰이 아닌, USDC로 지불하는 것을 가능케하는 ERC-4337 기반의 기능이다. 하지만 아크에선 기본적으로 수수료 토큰을 USDC를 사용하기 때문에, 페이마스터를 사용하면 USDC가 아닌 다른 종류의 토큰으로 트랜잭션 수수료를 지불할 수 있도록 한다.
ERC-4337 표준은 가장 널리 사용되는 계정추상화 프로토콜로, 이는 이더리움 프로토콜을 바꾸지 않으면서도, 엔트리포인트(Entrypoint), 번들러(Bundler), 페이마스터(Paymaster) 기능을 추가하여 계정추상화를 쉽게 구현한다. ERC-4337에선 사용자들이 트랜잭션 대신 UserOp이라는 별도의 객체에 서명하여, 이를 이더리움 공식 멤풀이 아닌 별도의 오프체인 멤풀(UserOp Mempool)에 저장하고, 번들러가 이를 검증하고 하나의 번들 트랜잭션으로 묶어 엔트리포인트라는 스마트 컨트랙트로 제공한다. 엔트리포인트는 UserOp을 검증하고, 실행하며, 가스 정산 절차를 한 번에 수행하는데, 여기서 페이마스터가 사용되어 다른 토큰으로 가스비를 처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개인적인 추측: 서클은 이더리움 펙트라 업그레이드 이후에 EIP-7702 기능을 서클 페이마스터 기능과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도입하였는데, 이를 기반으로 추측해보았을 때, 아크에서도 사용자들에게 EIP-7702 기능을 제공하여 사용자들이 스마트 컨트랙트 월렛이 아닌, 일반 EOA 월렛을 사용해도 페이마스터 기능을 온전히 사용할 수 있도록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살펴보았듯이, 아크의 수수료 모델은 기업/기관 사용자 입장에서 더 이상 트랜잭션 수수료 지불을 위해 ETH나 SOL같은 변동성이 심한 토큰을 보유할 필요가 없고, 트랜잭션 수수료의 변동성 또한 매우 낮기 때문에, 기업/기관 입장에서는 사업의 예측가능성이 높아지고, 회계처리가 매우 간편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아크의 초기 성장 단계에선, 발생하는 수수료는 아크 온체인 트레저리로 들어가 네트워크의 장기 성장 지원에 사용될 예정이라고 한다.
특정 블록체인 네트워크가 실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금융 시스템이 되기 위한 조건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수 많은 거래를 처리하기 위한 높은 확장성이며, 두 번째는 확률에 의존하지 않는 즉각적인 거래 완결성이다. 아크는 이를 달성하기 위해 인포멀 시스템즈(Informal Systems)의 개발자들을 팀에 합류시켜, Malachite 합의 알고리즘을 도입한다.
인포멀 시스템즈는 캐나다 기반의 인프라 기업으로, 과거부터 코스모스 생태계 전반에 깊이 관여하며 프로토콜 설계 및 개발을 주도해왔다. 특히 이 기업의 공동 창업자들은 원래 텐더민트와 인터체인 파운데이션에서 함께 일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텐더민트 BFT 기반의 기술들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높다. 즉, 텐더민트의 기술적 계보를 이어온 핵심 팀이 인포멀 시스템즈이며, 현재는 그 후속으로 CometBFT를 발전시키고 있다.
Malachite는 인포멀 시스템즈에서 개발한 Rust 기반의 고성능 BFT 컨센서스 엔진으로, 인포멀 시스템즈의 Malachite팀은 서클에 합류하여 아크의 기반이되는 합의 알고리즘을 빌딩하고 있다.
Source: Informal Systems
Malachite는 기존 CometBFT와 비교하여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하고, 핵심만 최소화하여 모듈을 단순화하였다. 그 결과 Malachite의 코어 라이브러리는 아래와 같은 세 가지 모듈로 구성된다:
Vote Keeper: 네트워크 참여자들의 투표를 수집하고 정족수(quorum) 추적
Round State Machine: 텐더민트 투표 라운드의 내부 로직 구현
Driver: 다수의 라운드 동안 상태 머신 운영
이 라이브러리는 실행 환경이나 연결될 어플리케이션 유형에 대해 아무런 가정을 하지 않기 때문에 매우 범용적인 컨센서스 API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Malachite는 단순 컨센서스 라이브러리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개발자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는 프로덕션급 노드를 만들 수 있도록 엔진을 제공한다. 이는 아래와 같은 기능들을 추가로 제공한다:
Sync: 합의 과정에서 블록 제안/투표 데이터 동기화
WAL: 장애 복구, 데이터 무결성 보장
P2P & Gossip: 블록, 트랜잭션, 투표 메시지를 노드 간 전파
Peer Discovery: 네트워크에서 다른 노드 탐색
App: 블록 생성 및 실행 로직과 트랜잭션 풀인 멤풀 제공
Source: Arc
Malachite는 Rust 기반의 구현과 간소화된 모듈 형태로 인해 벤치마크에서 굉장히 높은 성능을 달성할 수 있었고, 이는 아크의 높은 확장성의 기반이되었다. 아크가가 지리적으로 퍼진 20개의 밸리데이터로 테스트해본결과 3,000 tps 및 350ms 미만의 완결성을 기록할 수 있었다. 또한 Malachite는 기본적으로 텐더민트 BFT 기반이기 때문에 즉각적인 완결성을 제공할 수 있다.
사용자들의 민감한 트랜잭션 정보를 보호할 수 있으면서도, 필요시에 규제 기관이 거래 내역을 확인할 수 있는 프라이버시 기능은 실생활을 위한 금융 인프라에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아크는 메인넷 출시 이후 업그레이드에 선택적 프라이버시 기능을 추가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아크는 프라이버시 초기 로드맵에는 “기밀 전송(confidential transfer)” 기능을 도입할 것이다. 이는 트랜잭션 규모는 가리지만, 주소를 공개함으로써 규제 기관 및 분석 툴에서 주소를 추적 가능하게하고, 기존 블록체인 분석 및 모니터링 체계화 호환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특히 여기서 감사기관, 규제기관과 같은 승인 받은 제 3자에게는 특정 거래 데이터에 대한 읽기 전용 접근 권한을 부여하는 메커니즘인 View Keys를 도입함으로써 규제를 준수할 수 있고, 기관의 경우 자기 고객이 수행한 모든 거래를 완전히 볼 수 있게 함으로써, 거래 모니터링, 트래블룰 같은 규제 요구사항을 충족 가능하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아크는 EVM 프리컴파일을 제공할 것이며, 이를 통해 스마트 컨트랙트는 암호학적 백엔드(cryptographic backend)와 상호작용이 가능할 것이다. 해당 백엔드는 초기에 TEE를 레버리지하여 다른 프라이버시 솔루션들과 달리 빠르고 검증가능한 프라이버시 트랜잭션을 가능하게 할 것이며, 미래에는 TEE 이외에도 ZKP, FHE, MPC와 같은 다양한 암호학 기술을 통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프라이버시 후기 로드맵에서 아크는 단순 기밀전송뿐만 아니라 “프라이빗 상태(Private State)와 기밀 연산(Confidential Computation)”까지 지원함으로써 아래와 같은 고도화된 프라이버시 활동을 가능케 할 것이다:
Private order book: 거래소의 오더북 상태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관리
Trade finance agreement: 무역 거래 계약 내용을 비공개 상태로 유지
Automated treasury: 기업 자금 운용 로직을 외부에서 볼 수 없도록 비공개 처리
서클이 이번에 공개한 아크는 테더가 지원하는 USDT 특화 네트워크들인 스테이블(Stable), 플라즈마(Plasma)와 굉장히 비슷하면서도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3.1.1 스테이블코인 특화 기능
스테이블과 플라즈마는 USDT 특화 네트워크로, USDT를 디폴트 가스 토큰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하며, 코어 최적화를 통해 높은 확장성을 제공하고, 선택적 프라이버시 기능을 제공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더해 이들은 단순 USDT 전송 트랜잭션의 경우 트랜잭션 수수료 무료 기능까지 제공한다.
스테이블, 플라즈마에 익숙한 독자라면 서클의 아크를 잠깐 살펴보고 “어? 이거 그냥 USDC를 위한 스테이블, 플라즈마 아니야?”라는 생각을 했을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 왜냐하면 아크에서 제공하는 1) USDC 가스 토큰, 2) 선택적 프라이버시, 3) 높은 확장성 등이 전부 스테이블과 플라즈마가 제공하는 주요 특징들과 거의 비슷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큰 차이점이 있다면 서클의 아크는 USDC를 수수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만 지원할 뿐, USDC 전송 트랜잭션에 대해 수수료 무료 기능을 제공하지 않기는 한다.
3.1.2 프라이버시는 여전히 뒷전
서클의 아크뿐만 아니라, 스테이블, 플라즈마 모두 사용자의 정보 보호 및 규제 준수를 위해 선택적(opt-in) 프라이버시 기능을 제공할 계획을 가지고 있지만, 이에 대해 활발히 리서치 중이며 메인넷 초기에는 지원하지 않는다. 이는 프라이버시 기능을 바로 도입하기에는 기술적으로 난이도가 있기 때문이다. 과연 스테이블코인 네트워크 중 어떤 네트워크가 먼저 선택적 프라이버시 기능을 도입할지, 도입한다면 실제로 유저, 기업, 규제 당국의 관점에서 사용자경험이 어떠할지 지켜보아야할 것이다.
단순히 보면 아크는 그저 USDC를 위한 스테이블코인 네트워크 같지만, 기존 스테이블코인 네트워크들과 차별화되는 플레이북을 가지고 있다.
3.2.1 서클 프로덕트와의 연계
Source: Circle
아크가 다른 스테이블코인 네트워크와 비교하여 갖는 가장 큰 강점은 서클이 제공하는 다른 기능들과 연계가 유연하다는 것이다. 서클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중에서도 스테이블코인과 관련된 수 많은 기능들을 수직 통합하여 제공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아크는 아래와 같은 기능들과 연계하여 USDC 및 EURC 보유자들에게 굉장히 높은 사용자 경험을 선사할 수 있다:
USYC: 미국 단기채를 기반으로한 기관 등급의 MMF 토큰이다. USYC는 아크 출시 첫날부터 지원될 예정이며, 사용자들이 USYC뿐만 아니라 다양한 종류의 이자가 발생하는 기관 등급의 토큰을 아크 위에서 활용할 수 있다.
Circle Payments Network: 스테이블코인과 블록체인을 기반으로한 글로벌 결제 시스템으로, 웹3 버전의 스위프트(SWIFT)라고 이해하면 쉽다. 아크가 출시된다면 CPN에 연결된 조직들은 아크 위에서 스테이블 코인 정산을 수행할 수 있다.
Circle Mint: USDC 및 EURC 발행자가 쉽게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고 상환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사용자들은 앞으로 USDC, EURC를 Circle Mint를 통해 바로 아크 위에서 가장 빠르고 효율적으로 발행/상환할 수 있다.
Circle Wallets: 기업이 자사의 프로덕트에 웹3 월렛을 쉽게 도입할 수 있도록 하는 인프라로, 아크 위의 자산들도 통합될 예정이다.
Circle Contracts: 스테이블코인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서비스를 쉽게 빌딩할 수 있는 스마트 컨트랙트를 배포하고, 관리하고, 모니터링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아크 또한 EVM 네트워크이기에 해당 기능을 바로 활용할 수 있다.
CCTP: 다양한 네트워크 위의 USDC 및 EURC의 크로스체인 전송을 쉽게할 수 있도록하는 브릿지 인프라로, 아크 또한 CCTP를 통해 수 십가지의 블록체인들과 상호작용하고 자금의 전송을 용이하게 할 수 있다. 특히 아크의 경우 완결성이 1초 미만이기 때문에 다른 네트워크로의 브릿징이 훨씬 더 빠르게 이루어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Circle Gateway: 여러 네트워크에 흩어진 USDC 잔액을 하나의 통합 잔액으로 관리하고, 필요할 때 어떤 체인에서든 즉시 사용할 수 있게하는 서비스이다. 이를 통해 사용자들은 아크와 다른 블록체인들의 잔액을 쉽게 관리할 수 있다.
Circle Paymaster: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서클 페이마스터는 사용자들이 아크 위에서 USDC 이외의 다른 토큰으로도 수수료를 지불하거나, 가스 대납 등의 기능을 가능하게 한다.
3.2.2 규제 친화적 움직임
서클의 USDC는 USDT와 다르게 미국의 GENIUS Act 규제를 준수하며, 미국을 대상으로 사업을 진행한다. 하지만 이런 모두가 다아는 뻔한 내용을 말하고자 하는게 아니라, 아크의 라이트페이퍼(litepaper)를 읽어보면 서클이 아크를 빌딩함에 있어서도 규제에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Source: BIS
예를 들어 아크의 라이트페이퍼에는 BIS 레포트가 두 번 언급된다. 첫 번째는 아크의 트랜잭션은 전부 즉시 완결되며 이는 2012년에 BIS가 출간한 “Principles for financial market infrastructures”의 Principle 8: Settlement finality와 얼라인된다는 것을 강조한다. 두 번째는 아크의 밸리데이터 셋이 허가형(permissioned)라는 점이 2022년에 BIS가 발표한 “Basel Committee on Banking Supervision’s Prudential Treatment of Cryptoasset Exposures” 프레임워크에서 유리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렇듯이 아크는 단순히 웹3 측면에서 USDC를 위한 네트워크를 빌딩한 것이 아닌, 수 많은 규제적인 요소들을 고려하여 디자인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3.2.3 내장(Built-in) FX 엔진
아크의 기술 로드맵에는 기관 등급의 FX 엔진을 네트워크에 내장하는 것이 포함되어있다. 이 엔진은 24/7 거래 당사자 간 안전하고 효율적인 외환 결제를 가능하게 한다. 이는 스마트 컨트랙트를 기반으로한 거래 이외에도 오프체인 RFQ 시스템을 도입하여 기관 투자자가 마켓 메이커로부터 환율 견적을 받고 가격비교와 빠른 체결을 가능하게도 한다. 이러한 FX 엔진은 국가 간 결제, 외환 헷징, 자동화된 온/오프램핑, 스테이블코인 선물시장 등 외환과 관련된 다양한 형태의 서비스를 가능케할 것이다.
테더와 서클의 스테이블코인 네트워크 측면에서의 서로 다른 방향성: 테더는 스테이블, 플라즈마와 같은 외부 프로젝트가 USDT를 위한 네트워크를 구축하도록 하고, 이를 지원하는 방향을 선택했다면, 서클은 자체적으로 USDC를 위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방향을 선택했다. 양쪽 다 장단점이 확실한데, 테더의 방향성의 경우 USDT 특화 네트워크들이 테더 본사의 거버넌스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빠르게 생태계를 확장할 수 있으나, 테더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성과 완벽히 얼라인되지 않고, 생태계가 다소 파편화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서클의 방향성은 수직 통합된 프로덕트를 통해 사용자들에게 더욱더 완전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수 있지만, 서클의 거버넌스 및 규제에 맞춘 움직임 덕분에 아크 생태계의 성장이 더딜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어떤 방향성이 옳은지는 앞으로 시간과 시장의 판결이 남아있을 뿐이다.
서클, 테더의 경쟁 구도 심화?: 혹자는 서클의 USDC 특화 블록체인의 출시를 보고 서클과 테더의 경쟁 구도가 더 심화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충분히 타당한 주장이지만, 이는 일차원적인 사고라고 생각되며, 서클의 아크 출시는 완전히 새로운 생태계에 진출하기 보단, 기존 서클의 프로덕트들을 더 심리스하게 연결하고 강화하는 성격이 강하다. 이미 서클과 테더의 경쟁 구도는 강했으며, 이번 서클의 아크 출시가 이를 더 심화시킬 것으로 생각되진 않는다. 아래에서도 살펴보겠지만 아크의 경쟁자는 스테이블, 플라즈마가 아닌 스트라이프의 템포에 가까울 수 있다.
Codex, 1Money Network의 행보는?: 서클이 아크를 발표하기 이전에는 USDC 만을 위한 스테이블코인 네트워크가 딱히 없었기에, Codex와 1Money network가 많은 관심을 받았다. 둘 다 스테이블코인 특화 블록체인으로, Codex는 Circle ventures의 투자를 받았고, USDC 네이티브 발행을 지원하며, 1Money network는 Circle Alliance의 파트너로 Circle Mint 기능을 활용한다. 하지만 이제 서클이 공식적으로 크립토 커뮤니티 내의 마인드 쉐어 측면에서 이들은 꽤나 불리해질 것으로 보이며, 앞으로 어떠한 GTM 전략을 펼칠지 지켜보아야할 것이다.
아크의 경쟁자는 템포?: 팍소스의 프로덕트를 담당하고 있는 Chuk이 흥미로운 시사점을 던져서 이 글에서 같이 공유하고자 한다. 해당 트윗은 서클의 아크를 스트라이프의 템포와 비교하였으며, 이 둘의 접근 방식과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가 완전히 다르다는 점을 짚었다. 스트라이프의 전략은 공격(offense)로 이미 거대한 사용자, 가맹점, 거래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기존의 네트워크 효과를 자연스럽게 온체인으로 이전이 가능하여 콜드 스타트 문제를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서클의 전략은 수비(defense)이며, 서클은 최종 사용자를 직접 보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기존 사용자의 이동을 설득해야하여 출발선이 불리하다는 것이다. 내가 이전 글들에서 항상 강조해왔듯이 스테이블코인은 디스트리뷰션이 전부인 게임이다. 과연 아크는 초기 생태계와 플래그십 사용 사례들을 잘 구축하여 기존의 USDC 보유자들을 설득할 수 있을지 지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