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법적 기반을 빠르게 마련 중이지만, 논의는 발행 요건과 규제 중심에 머물고 있다. 정작 중요한 “어디에 쓰일 것인가”에 대한 실질적 활용 방안은 부족해, 자칫 발행 후에 사용되지 않는 기술이 될 위험이 있다.
복권은 대중성과 시장성을 이미 갖춘 분야로, 스테이블코인을 결제 및 상금 수령 수단으로 도입하거나 블록체인 기반 시스템으로 전환할 경우 투명성, 효율성, 확장성 측면에서 강력한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이는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만들어내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구체적인 용처가 될 수 있다.
복권과 스테이블코인의 결합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대중화를 이끌 수 있는 하나의 방안이다. 다만 법적 규제, 사용자 접근성, 보안 등 현실적 과제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모델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실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다.
2025년 현재, 대한민국 금융 시장의 가장 뜨거운 화두 중 하나는 단연 “원화 스테이블코인”이다. 글로벌 디지털 자산 시장이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국내에서도 그 영향력이 급증하자, 정부와 금융권은 “통화 주권” 확보와 새로운 금융 혁신 동력 창출이라는 목표 아래 법제화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 “디지털자산 기본법” 개정을 필두로 스테이블코인 발행 및 유통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시장의 기대감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법안 논의 핵심 요약
발행 자격: 최소 10억 원 이상 자기자본을 갖추고 금융위의 인가를 받은 은행, 핀테크 기업만 발행 가능하다.
준비금 의무: 발행액 100%를 현금 등 안전 자산으로만 보유하고, 이를 정기적으로 외부 감사 후 공시해야 한다.
이용자 보호: 준비금을 회사 자산과 분리 보관하고, 이용자의 상환 요구를 즉시 보장할 의무가 있다.
감독 체계: 금융위원회가 주도적으로 감독하며, 통화 안정을 위해 한국은행도 감독에 참여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열기 속에는 불안한 그림자도 함께 존재한다. 통화 당국인 한국은행은 스테이블코인이 가져올 수 있는 금융 시스템의 잠재적 리스크, 예를 들어 대규모 인출 사태(뱅크런)나 통화정책의 효과 반감 등을 우려하며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혁신과 안정 사이의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이제 막 제도권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현재 스테이블코인 논의는 “누가, 어떻게 발행할 것인가”에 지나치게 집중돼 있다. 하지만 더 본질적인 질문은 따로 있다. “발행된 스테이블코인을 누가, 왜, 어디에 지속적으로 사용할 것인가?” 즉, “용처(Use Case)”에 대한 논의는 거의 실종된 상태다.
기축통화가 아닌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단순히 기존 결제 수단을 대체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핀테크 환경을 갖춘 한국에서, 그 정도로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이전에 없던 새로운 가치와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킬러 콘텐츠(Killer Content) 없이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들이고도 아무도 쓰지 않는 “하얀 코끼리(White Elephant)”로 전락할 수 있다.
Source: Yonhapnews
한국의 대표적인 하얀 코끼리 사례는 “영암 F1 국제 자동차 경주장”이다. 전라남도가 4,300억 원의 막대한 세금을 들여 영암에 F1 경주장을 건설했지만, 수도권과의 낮은 접근성과 막대한 운영비 부담으로 흥행에 참패했다. 결국 심각한 적자만 남긴 채 F1 대회는 단 4년 만에 중단되었으며, 현재는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는 대표적인 세금 낭비 사례로 남아있다.
이처럼 원화 스테이블코인도 용처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없다면 발행사의 지속 가능한 수익 모델 부재로 이어져 결국 생태계 전체의 동력을 잃게 만드는, 반쪽짜리 혁신이 될 확률이 높은 것이다.
Source: news1
아직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기획 및 논의 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용처”라는 문제에 대한 현실적인 해답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 글에서는 그 중 하나의 아이디어로서 복권 사업에서의 활용 가능성을 제안해본다. 복권은 이미 대중적 인지도를 갖춘 거대한 시장이며, 여기에 스테이블코인의 기술적 특성이 결합된다면 흥미로운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한국 복권 시장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2026년 복권 판매액이 약 8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온라인 플랫폼 도입, "연금복권"과 같은 상품 다변화가 추진된다면 성장세는 더욱 가속화될 가능성이 크다.
오랜 시간 서민의 희망과 오락거리 역할을 해 온 복권이지만, 구조적 한계는 여전히 남아 있다.
신뢰 부족: 판매, 당첨, 기금 운용이 중앙 기관(동행복권)에 의해 통제되면서 "정말 공정한가?"라는 의심이 반복된다. 로또 조작설이 꾸준히 회자되는 이유다.
불편함과 비효율: 현금 구매만 허용되는 법적 제한은 디지털 결제가 일상이 된 시대에 사용자 불편을 초래한다. 당첨금 수령 절차도 복잡하다.
경직된 구조: 상품 다양화가 어렵고, 새로운 수요나 시대적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경직성이 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이 같은 문제를 정면으로 해결하면서 복권 시스템에 새로운 가치를 더할 수 있는 열쇠가 될 수 있다. 일부 기능에 도입하는 것만으로도 사용자 경험은 크게 향상되며, 전면적 디지털 전환이 이루어진다면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
2.3.1 기존 복권 시스템 유지 + 결제, 수령만 원화 스테이블코인으로 하는 경우
구매 편의성: 스테이블코인을 도입하면, 사용자는 자신의 디지털 지갑으로 복권을 쉽고 빠르게 구매할 수 있으며, 번거로운 설치나 별도 인증 절차 없이도 이용 가능하다. 특히, 현재 한국에서는 법적으로 복권 구매 시 현금 결제만 허용되고 있는데, 과소비 방지를 위한 조치만 복권 사업자 측에서 프로그래밍 한다면더욱 쉽게 복권을 구매할 수 있게 된다.
신속한 상금 지급: 당첨자는 기존처럼 신원 확인(KYC)은 필수겠지만, 별도의 통장 개설이나 은행 방문 없이 개인 블록체인 지갑으로 바로 수령이 가능해지므로 절차적 번거로움은 줄어든다. 특히 당첨금 수령을 위해 은행 본사를 직접 방문해야 하거나 금융상품 가입을 권유받는 등 불편하거나 불합리한 경험들이 개선될 수 있다.
2.3.2 복권 시스템 전체를 블록체인 기반으로 전환하는 경우
완전한 투명성과 검증 가능성: 복권과 관련된 모든 데이터(구매 이력, 상금 규모, 추첨 로직, 당첨자 확정 및 지급 내역 등)가 블록체인에 실시간 기록되어 공개된다. 이를 통해 누구든 해당 데이터를 직접 검토하거나 별도의 검증 프로그램을 통해 추첨 및 지급 결과의 신뢰성을 확인할 수 있어, 공정성에 대한 사회적 의심을 구조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운영 효율성과 비용 절감: 스마트 컨트랙트가 판매부터 지급까지 자동 실행함으로써 유통, 인쇄, 인건비 등 기존 운영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다. 절감된 비용은 더 높은 당첨금이나 공공 기금으로 환원 가능하다.
프로그래머블 확장성: 당첨금의 일부가 자동으로 기부되는 “기부 복권”이나, 매시간 소액으로 즐길 수 있는 “마이크로 잭팟” 등 상금 구조나 기능을 자유롭게 설계할 수 있다. 새로운 재미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혁신적 상품이 가능해진다.
해외에서는 이미 USDT, USDC 등 스테이블코인을 이용한 복권 구매가 실행 중이다. 예를 들어 crypto.games의 Tether Lottery에서는 “1장당 3 USDT로 티켓을 사고, 추첨된 당첨자에게 상금이 즉시 USDT로 지급”되는 시스템이 운영되고 있다.
이러한 사례들은 스테이블코인 기반의 복권이 단순한 가상 실험을 넘어 실제 수요와 기술적 유효성을 확인한 모델이며, 한국형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적용할 경우 기술적 구현 가능성과 사용자 경험 측면에서 참고할 수 있는 시사점을 제공한다.
스테이블코인을 복권 시스템에 접목하는 것은 단순한 기술 실험을 넘어, 다양한 경제적, 사회적 긍정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복권 기금 운영의 투명성 강화: 블록체인 기반 복권은 판매 수익과 당첨금 지급뿐만 아니라, 공공 기금의 집행 내역까지 투명하게 공개할 수 있다. 현재도 복권 수익금이 공공사업에 사용된다는 설명은 존재하지만, 실제 흐름은 국민에게 명확히 전달되지 않는다. 기금의 집행 구조를 온체인화하면, 국민의 세금 감시권을 실질적으로 보완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청년층 및 디지털 세대의 재유입: 한국의 복권 구매층은 현재 중장년층에 집중돼 있으며, 특히 60대 이상이 전체 구매자의 27.4%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반면 스테이블코인과 블록체인 기술은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젊은 세대에게 더 친숙하다. 복권 시스템의 디지털 전환은 기존에 복권에 큰 관심이 없던 청년층에게 새로운 진입점을 제공할 수 있다.
글로벌 확장 가능성: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복권 모델이 제도적으로 안착된다면, K-콘텐츠 및 관광 산업과 연계된 글로벌 복권 사업으로 확장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국을 찾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복권 콘텐츠는 한국의 디지털 기술력과 문화 콘텐츠를 결합한 전략적 수출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이는 소프트파워 강화와 경제적 수익을 동시에 노릴 수 있는 새로운 기회다.
물론 이 같은 전환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장벽도 존재한다. 가장 큰 문제는 법적·제도적 규제다. 복권 사업은 정부가 엄격하게 통제하는 허가 사업으로, 사행행위규제법·게임산업법 등의 적용을 받는다. 따라서 민간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단독으로 복권 사업을 운영하기는 어렵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나 현 수탁사업자와 기술 협력 파트너십을 구축하거나,
복권이 아닌 경품 프로모션 형식으로 법적 검토를 거쳐 우회하는 등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또한 대중이 암호화폐 지갑 사용에 느끼는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한 직관적 UX/UI 설계, 자산 보호를 위한 철저한 보안 시스템 구축도 필수 과제다.
“지구를 탐험하기엔 너무 늦게 태어났고, 우주를 향해 나아가기엔 아직 이르다.”
이 문장은 현대인이 과학기술과 문명의 발전 속 어디쯤에 와 있는지를 정확히 보여준다. 그렇다면, 화폐의 진화 과정 속 우리는 어디에 있을까? 화폐는 물물교환에서 시작해 금본위제, 종이화폐, 그리고 부분적으로 디지털화된 화폐 단계를 거쳐왔다. 이제 우리는 완전한 디지털 화폐 시대로 넘어가기 직전, 그 전환점에 살고 있다.
이 금융 혁명의 핵심 중 하나가 바로 스테이블코인이며, 한국에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도입이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발행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스테이블코인이 실질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명확한 용처가 없다면, 그 지속 가능성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단지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는 이유만으로 대중이 수용하지는 않는다. 결국 사람들은 이 화폐가 어디서, 어떻게 쓰이는지를 보고 신뢰하게 된다.
Source: marketin
이 지점에서 복권 시스템과의 결합은 유의미한 실험이 될 수 있다. 단순한 새로운 사업 모델을 넘어,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프로그래밍 가능한 자산”으로 실생활에 들어오는 구체적인 사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곧, 화폐가 디지털로 완성되는 시대의 서막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결합은 기술에 대한 막연한 불안을 실질적인 신뢰로 전환시키고, 디지털 자산의 대중화(Mass Adoption)를 이끄는 강력한 촉매제가 될 수 있다.
이제 단순히 “도입 여부”를 논의하는 단계를 넘어, 실생활에서의 구체적인 활용 가능성과 그 파급 효과를 고민할 시점이다. 복권 사업과 같은 사례는 그 첫 검토 사례로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실질적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방향을 함께 탐색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현재 한국 복권 시스템의 투명성, 효율성 문제를 생각해본다면 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스테이블코인 도입이 굉장히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다만 모든 기술의 도입에는 반대급부의 부작용이 있는 법, 실제 현재 복권 산업에 스테이블코인이 도입된다면 몇 가지 고려해야할 점들이 있다고 생각된다.
첫 번째는 사행성 조장의 문제이다. 복권 및 복권기금법 제5조 4항에 따르면 복권 판매자는 "신용카드 결제 방식으로 복권을 판매해서는 아니 된다"라고 명백히 규정되어 있으며, 이는 사행성 조장을 막기 위한 조치이다. 현금과 달리 카드 사용시 심리적으로 경각심이 줄어들 수 있기에 정부는 복권 구매에서 카드 결제를 금지하였다. 만약 스테이블코인이 도입된다면, 카드 결제와 비슷한 이유로 복권 구매자들의 사행성을 부추길 수 있으며, 이에 대한 적절한 조치 및 법의 정비가 필요할 것이다.
두 번째는 교육의 문제이다. 복권을 주로 구매하는 연령층은 중장년층으로 스테이블코인, 블록체인은 커녕, 모바일 핀테크의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도 많다. 따라서 만약 복권 시스템이 전부 블록체인 기반으로 전환된다고 가정하면, 이들이 스테이블코인을 소매점에서 원활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이 필요할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아무리 블록체인 기반으로 투명하게 추첨이 이루어진다고 하여도, 사람들은 오히려 온라인 추첨에 대해 오프라인 추첨보다 반감을 가질 확률이 크다. 따라서 블록체인 시스템이 어떻게 더 투명하고 공정한 추첨을 가능하게 하는지 교육이 필수적일 것이지만, 복권 사업의 대상이 일반 리테일인만큼, 이는 굉장히 험난한 여정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