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필러스는 신한투자증권, 해시드 오픈 리서치, 법무법인 태평양과 함께 관련 심층 리서치를 발간한 바 있다. (전체 리포트 보기)
Source: 토큰증권 도입 및 투자계약증권 유통을 위한 「전자증권법」/「자본시장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
오늘 STO 개정안으로 알려진 자본시장법과 전자증권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로써 토큰증권(STO)을 제도권 금융으로 편입시키는 법적 기반이 완성됐다. 다만 이는 즉각적인 발행이 가능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발행 요건, 유통 구조, 인프라 참여자의 역할을 구체화하는 하위 규정이 마련되어야 실제 시장에서 운영될 수 있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 변화는 두 가지다.
첫째, 토큰증권을 '전자증권의 한 유형'으로 명확히 정의했다. 이제 블록체인 기반으로 발행된 증권도 기존 전자증권과 동일하게 자본시장법의 규율을 받는다. 토큰이라는 기술적 형식이 아닌, 증권성 여부를 기준으로 규제 체계가 적용되는 것이다.
둘째, 발행과 유통을 구조적으로 분리했다. 자산 보유 기업이나 프로젝트는 토큰증권을 발행할 수 있지만, 거래와 유통은 인가된 증권사 또는 제도권 유통 시장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그간 조각투자 시장에서 문제로 지적돼 온 무인가 유통과 투자자 보호 부재를 차단하기 위한 장치다. 미술품, 음원, 부동산, 비상장주식 등 다양한 자산이 합법적인 증권 형태로 분할/유통될 수 있는 틀이 마련됐으며, 유통은 금융당국의 인가를 받은 '조각투자 장외거래소'에서 이뤄질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토큰증권 협의체를 출범해 분산원장 기반 증권 계좌관리 인프라와 세부 제도를 구체화할 예정이며, 시행 시점은 2026년 1월이다.
STO 법제화는 그간 관망하던 대형 금융기관과 증권사들의 시장 진입을 촉진할 것이다. 이미 내부적으로 STO 인프라와 상품을 준비해온 금융사들은 제도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본격적인 파일럿 발행과 상품 출시를 검토할 수 있게 됐다. 초기 시장은 규제가 명확하고 자산 가치 산정이 용이한 우량 자산 중심으로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중장기적으로 STO는 한국 자본시장의 자금조달 구조와 투자 접근 방식을 바꾸는 레버리지가 될 수 있다.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에는 IPO 이전 단계의 새로운 조달 수단을, 투자자에게는 기존에 접근이 어려웠던 자산에 대한 분산 투자 기회를 제공한다.
그러나 여기서 빠진 퍼즐 한 조각이 있다. 바로 결제 수단의 디지털화다.
채권, 펀드, 사모증권 등 원화 기반 상품을 온체인으로 발행하더라도, 결제(settlement)가 여전히 오프체인 원화 계좌 이체에 의존한다면 토큰화의 핵심 장점을 살릴 수 없다. 즉시결제(T+0), 24/7 거래, 스마트 컨트랙트를 통한 프로그래머블 결제, 이 모든 것이 결제 레이어까지 온체인으로 통합되어야 실현 가능하다.
반대로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먼저 도입하는 것도 답이 아니다. 달러 스테이블코인과 달리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결제할 '자산'이 부족해 활용처가 제한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적의 해법은 병행 추진이다. 원화 표시 자산의 토큰화와 원화 스테이블코인(또는 토큰화 예금) 발행을 함께 진행해, 발행-유통-정산의 전 주기를 온체인에서 운영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STO 법안이 시행되더라도, 미국처럼 퍼블릭 블록체인 위에 증권이 직접 발행/유통되는 구조는 허용되지 않는다. 한국 법체계가 전제하는 '분산원장'은 기술적 개방성보다 통제 가능성과 권리 확정성을 핵심 요건으로 삼는다.
법안에서 정의한 분산원장은 "정보가 다수의 참여자에 의해 시간 순서 등 일정한 기준에 따라 기재되고, 공동 관리 및 기술적 조치를 통해 무단 삭제 및 사후적 변경으로부터 보호되는 장부 및 그 관리체계"다. 퍼블릭 체인의 무허가(permissionless) 모델과는 구조적으로 다른 개념이다.
그렇다면 2026년 STO 시행이 크립토 업계에 주는 의미는 무엇인가?
단기적으로는 별개의 세계가 될 가능성이 높다. 프라이빗 체인에서 운영되는 토큰증권과 퍼블릭 체인의 크립토 생태계 간 직접적인 교류는 제한적일 것이다.
그러나 중장기적 관점에서는 다르다. 프라이빗 체인에서도 스마트 컨트랙트 기반의 온체인 서비스 구축 시도가 이뤄질 것이다. 이 과정에서 퍼블릭 체인에서 검증된 프로토콜과 메커니즘이 참조될 수밖에 없다. 한국형 에테나(Ethena), 한국형 아베(AAVE)가 프라이빗 블록체인에서 운영될 수 있어야 하며, 복잡한 구조의 경우 기존 퍼블릭 프로토콜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구현해야 한다.
블록체인의 본질적 장점은 개방성이다. 프라이빗과 퍼블릭 양쪽 생태계에서 개발된 혁신이 상호 활용될 수 있을 때, 비로소 그 장점이 유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