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로운 연말 일요일 저녁, 한국 최대 금융 그룹 중 하나인 미래에셋이 암호화폐 거래소 코빗의 인수를 추진한다는 뉴스가 떴다. 미래에셋은 코빗의 1대 주주인 NXC(지분율 60.5%)와 2대주주 SK플래닛(31.5%)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인수하는 것을 논의 중이라고 한다. 전체 거래 규모는$70M-$100M 수준으로 예상된다.
미래에셋의 주요 비지니스는 증권사와 자산운용으로, 각각 순이익과 AUM 측면에서 한국에서 2위의 자리에 위치할만큼 거대한 금융 기업이다 (참고로 미래에셋그룹의 전체 AUM은 ~$700B이다).
하지만 코빗의 경우 상황이 좋지 않다. 코빗은 한국의 5대 암호화폐 거래소 중 하나이지만 한국 시장 내에서 점유율은 1% 미만이며, 지속적으로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미래에셋은 어떠한 이유로 코빗을 인수하고자 하는 것일까?
미래에셋은 과거부터 크립토에 꽤나 진심이었다. 비록 진행되진 않았지만, 2022년 초에는 크립토 커스터디 산업을 공식적으로 검토하기도 했고, 2023년 초에는 SKT와 함께 STO 사업을 공식적으로 출발하기도 했다.
최근에 미래에셋은 굉장히 공격적인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기도한데, 전통자산과 디지털자산의 융합, AI 및 디지털 기반 금융 혁신을 중심으로 한 “미래에셋 3.0” 전략이 그 예시이다. 미래에셋 3.0 전략의 핵심으로는 전통금융과 웹3 및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자산을 융합한 금융 서비스 제공이다.
미래에셋 3.0 전략의 일환으로 최근 미래에셋이 크립토, 블록체인과 관련되어 진행하고 있는 이니셔티브는 다음과 같다:
2025년 6월, 자회사 “글로벌 X”를 통해 비트코인 커버드콜 ETF를 출시
2025년 9월, 아바랩스와 협업하여 펀드 토큰화 및 온체인 결제 시스템 공동 개발 추진
2026년 6월 출시를 목표로 디지털 월렛 개발을 추진 중
이외에도 미래에셋은 이미 글로벌 X를 통해 BTC ETP, ETH ETP, 블록체인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ETF, 비트코인 선물 ETF 등 다양한 상품을 상장시키고 운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의 최대 금융 기업 중 하나인 미래에셋이 왜 상황이 좋지 않은 암호화폐 거래소인 코빗의 인수를 추진 중일까? 인수의 내막은 당사자들만 알겠지만, 아래와 같은 이점들을 예상해볼 수 있다:
VASP 라이센스: 한국에서 고객 대상으로 크립토 매매, 커스터디 등의 사업을 제공하기 위해선 항목에 맞는 VASP 라이센스가 필요하다. VASP는 제공 서비스에 따라 총 5가지 유형이 있는데, 이 중에서 크립토 온/오프램프 및 크립토 거래에 해당하는 라이센스는 최근에 거의 발행되지 않으며, 발행된다고 할지라도 최근에는 한국에서 VASP를 취득하는데 소요되는 기간이 평균 2년 이상으로 굉장히 길다. 한국의 모든 5대 거래소들은 5가지 유형의 VASP 라이센스를 전부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거래소 인수를 통한 VASP 라이센스 취득은 굉장히 강력한 이점이다.
수탁형 지갑 시스템: 금융 기업이 클라이언트들에게 크립토 관련 서비스를 제공할 때에는 필수적으로 수탁형 지갑 시스템이 필요하며, 미래에셋은 코빗 인수를 통해 유동성 관리, 키 관리, 보안 체계 등의 노하우를 한 번에 획득할 수 있다.
커스터디 사업으로의 진출 가능성: 2022년에 미래에셋은 크립토 커스터디 사업을 검토한적이 있었다. 코빗 인수를 통해 VASP 라이센스를 취득할 경우 미래에셋은 기관향 커스터디 서비스를 바로 시작할 수 있으며, 크립토 현물 ETF에 대한 커스터디도 자체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크립토 거래 서비스 제공: 미래에셋의 주요 사업 중 하나가 브로커리지인 만큼 주식, 채권과 같은 증권뿐만 아니라 크립토 거래까지 고객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 특히, 한국의 크립토 거래 비지니스가 굉장히 수익성이 높은 만큼, 비록 코빗의 현재 상황이 좋지 않더라도 미래에셋의 운영과 브랜딩 하에 거래소 비지니스 모델의 수익성이 급진적으로 개선될 여지가 있다.
IMA 자금 조달: @pasankimchi에 따르면 최근 미래에셋증권이 IMA 사업자 인가를 받았으며, IMA의 핵심은 자기자본의 300%까지 차입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IMA 사업자는 리테일 고객을 대상으로 8% 수준의 높은 목표 수익률을 보장해줘야 하기에 자금 조달 비용이 매우 높다. 미래에셋은 코빗을 인수함으로써 코빗 고객의 원화 예치금을 IMA 채무 증권에 유입될 수 있도록하는 통로를 확보할 수 있으며, 이는 리테일 고객 대상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것보다 훨씬 더 싸게 조달할 수 있다.
미래에셋이 코빗을 인수한다면 한국 금융 시장에서 엄청난 딜이 될 것이다. 다만 인수합병이 원활하게 진행될지에 대해서는 몇 가지 우려가 있다.
첫 번째는 금가분리이다. 금가분리는 한국에서 전통 금융과 크립토 사업을 분리해야 한다는 규제 관행이다. 이는 법률적으로 직접 명시되어있는 규정은 아니지만, 한국 금융당국 및 감독기관의 정책 기조로 오랫동안 유지되어있다. 즉, 한마디로 얘기하자면 금융 기업은 크립토 관련 사업을 제공할 수 없는 것이다.
이를 우회하기 위해 미래에셋은 미래에셋자산운용과 미래에셋증권이 아닌 미래에셋컨설팅을 통해 이번 코빗 인수를 추진한다. 다만 미래에셋컨설팅은 미래에셋자산운용 주식의 36% 이상을 보유하고 있으며, 미래에셋증권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미래에셋캐피탈의 주식도 일부 보유하고 있기에 금융당국의 금가분리 기조에 벗어나지 못해 인수합병이 무산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약간은 다른 사례이긴 하지만, 실제로 한국 최대 규모의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의 운영사인 두나무는 과거 중소형 증권사 인수를 노렸으나 금산분리와 금가분리라는 두 개의 장벽으로 인해 실패하기도 하였다. 과연 이번 미래에셋의 코빗 인수가 금융 당국의 허락을 받을 수 있을지 지켜보아야할 것이다.
두 번째는 VASP 보유 기업에 대한 엄격한 잣대이다. 한국에서 VASP 보유 기업의 경우 김치프리미엄 악용, 자금 세탁의 우려로 인해 주요 시중은행들로부터 해외송금 및 거래가 제한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물론 미래애셋그룹이 코빗 인수를 통해 VASP 보유 기업이 되었을 때 이러한 제한 사례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지는 않지만, 충분히 검토할만한 사항이라고 생각된다.
미래에셋은 브로커리지와 자산운용 비지니스를 영위하는 한국에서 가장 큰 금융 그룹들 중 하나이며, 만약 코빗의 인수를 성공적으로 마칠 경우 기존에 구축해두었던 강력한 전통금융 파이프라인 위에서 리테일과 기관 고객 모두에게 다양한 크립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래에셋의 코빗 인수가 “미래에셋 3.0” 전략의 초석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지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