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8일을 기점으로 한국의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OKX, 바이비트 등 글로벌 주요 거래소 앱이 지원 중단된다. 구글은 최근 크립토 거래소 / 소프트웨어 지갑 정책을 업데이트했는데, 이 정책에 국가별 해당 지역의 라이센스를 취득한 거래소만 앱을 서비스하도록 하는 조치가 포함된 것이다. 그 결과로 바이낸스 등 한국 VASP를 취득한 극소수의 거래소 외에는 신규 설치는 물론, 기존 사용자의 업데이트가 막히게 되었다.
물론 구글의 이번 조치가 해외 거래소 접근을 완전히 막는 것은 아니다. 웹 브라우저를 통한 접속은 여전히 가능하고, 안드로이드 사용자라면 APK 파일을 직접 내려받아 설치하는 사이드로딩도 기술적으로는 가능하다. 하지만 이런 우회 방법들은 각각 치명적인 한계를 안고 있다.
웹 브라우저 거래는 이동간 거래에 용이한 모바일 앱에 비해 현저히 불편하며, 편의성의 저하는 곧 거래 빈도의 감소로,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해당 플랫폼의 이탈로 이어진다.
APK를 다운받는 방식은 보안적으로 너무 위험하다. 공식 앱 마켓을 거치지 않는 앱 설치는 악성코드와 피싱의 온상이 되며, 구글 플레이의 검증 체계를 우회해서 앱을 설치한다는 것 자체가 그 검증 체계가 걸러주던 위험을 고스란히 떠안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안에 민감한 금융 앱에서 이것은 본질적으로 양립하기 어려운 선택이다.
결국 한국의 대다수 해외 거래소 이용자들은 점진적으로 국내 거래소로 회귀하거나, 아예 크립토 거래를 줄이거나, 혹은 비수탁형 지갑과 탈중앙화 거래소(DEX)라는 제3의 길로 이동하게 될 것이다. 각각의 경로가 한국 크립토 생태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생각해보자.
국내 거래소의 과점 심화: 해외 거래소라는 경쟁자가 사라지면 현재 업비트와 빗썸이 나눠갖고 있는 크립토 거래의 볼륨은 더욱 과점될 가능성이 높다. 경쟁이 줄어들면 수수료를 낮추거나 서비스를 혁신할 유인도 함께 줄게 된다. 국내 거래소 (혹은 VASP 인증을 받은 소수 해외 거래소)로 경험이 제한되는 경우 접근 가능한 자산 (상장 자산)의 종류 또한 급격하게 줄어든다는 불편 또한 존재한다.
디파이로의 이동: 구글은 이번 정책에서 메타마스크, 래비월렛 같은 비수탁형 지갑은 규제 대상에서 명시적으로 제외했다. 사용자가 자신의 프라이빗 키를 직접 관리하는 지갑은 "거래소"의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논리다. 기존의 해외 거래소 이용 수요는 단기적으로 하이퍼리퀴드 등의 탈중앙 영구선물 거래소(PerpDEX, 이하 퍼프덱스)로 이동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그러나 파생상품 사용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규제 당국이 퍼프덱스의 사용을 지금과 같이 묵과할 수 있을지는 물음표로 남는다. 과세 인프라가 본격화되어 온체인 활동을 신고해야하는 시대가 오게 되면, 파생상품 사용의 미신고가 자연스레 탈세를 겸하게 되는 결과로 이어지기에 개인이 져야하는 법적 리스크가 너무 커지기 때문이다.
글로벌 거래소의 국내 거래소 인수: 바이낸스는 이미 2023년 2월 국내 거래소 고팍스의 지분을 인수하여 2025년 10월 한국 시장에 공식 진입한 바 있다. 이러한 움직임을 이어받아 기존의 해외 거래소들이 VASP 인가 회사를 인수해 국내 영업을 이어가려는 움직임이 줄지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은 국내에 진입하더라도 파생상품을 제공할 수 없기에, 사용자 경험은 여전히 이전에 비해 저하된다.
암호화폐 과세 본격화: 한국은 암호화폐 과세가 한차례 유예되어 2027년으로 예정되어있었으나, 과세 인프라의 부족으로 실현 가능성이 미지수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 중심에는 해외 거래소 사용자의 거래 내역 확보가 있었다. 이를 위해 한국 규제당국은 이를 위해 CARF(암호화자산 자동정보교환체계)라는 OECD 주도 국제 공조 시스템에 가입, 해외 거래소 내 한국인의 거래 정보가 자동으로 국세청에 통보되도록 했다. 그러나 CARF가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미등록 해외거래소에 대한 거래정보 추적은 까다로운 상황이다. 규제 당국은 이번 조치에 힘입어 정보의 가시성이 확보되지 않은 이들을 본격적으로 차단, 소수의 추적 가능한 거래소로 한국 이용자를 몰 가능성이 있다.
이에 더해, 구글의 이번 조치에 대해 반드시 생각해보아야 하는 지점이 있다. 이번 조치가 국내 금융당국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 아닌, 어플리케이션 플랫폼 측에서 자의적으로 취한 것이라는 점이다.
전통적으로 국가의 규제력은 물리적 국경 안에서 작동했다. 해외에 서버를 둔 서비스를 국내에서 이용하는 것을 완전히 막기는 어려웠고, 그래서 많은 규제가 실효성 없는 형식적 금지에 그쳤다. 하지만 구글과 애플이라는 두 개의 앱 마켓이 전 세계 모바일 생태계를 과점하는 상황에서, 이 플랫폼들이 선제적인 규제 조치를 취하기로 결정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국가의 규제 방향을 플랫폼이 자의적으로 해석해 통제를 집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조치를 당한 비인가 암호화폐 거래소의 경우만 보더라도, 그간 국내 금융당국은 한국어 영업, 레퍼럴 등 일부분에 대해서만 제재하는 소극적 조치를 취해왔으며, 이번 조치에 대해 구글이 정책을 업데이트한 이후에야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출처: 매경 크립토뉴스) 플랫폼 사업자가 규제 당국보다 급진적인 조치를 내리고, 규제 당국이 이에 대해 협상을 해야하는 역전된 그림이 형성된 것이다. 물론 이를 기회로 삼아 보다 본격적인 비인가 거래소 규제에 돌입할 가능성도 존재하나, 구글이 이러한 상황을 주도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이번 조치는 이런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주권 행사가 국내 금융 영역에 본격 적용된 첫 사례 중 하나다. 그리고 이것이 성공적으로 작동한다면, 다른 영역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미신고 해외 거래소가 차단되듯이, 플랫폼이 각종 구실을 들어 특정 콘텐츠를 제공하는 앱을 배제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우리는 플랫폼이 새로운 국경이 되는 시대에 서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