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의 본질은 결국 '시간'과 '유동성'의 교환에 있다. 전통 금융의 선정산 서비스, 팩토링, 레포(Repo) 거래가 존재하는 이유도 동일하다. 자산을 담보로 시간을 사고, 그 대가로 비용을 지불하는 구조다.
이러한 문법은 스테이킹이나 펜들의 PT/YT 구조 등 크립토 시장에서도 유효하다. 그리고 흥미롭게도, 예측 시장에서도 이와 똑같은 흐름이 관찰된다. 많은 시장이 있지만, 지난 1월 13일에 있었던 NBA 경기(San Antonio Spurs vs OKC Thunder)를 통해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Source : espn.com
빅터 웸반야마(Victor Wembanyama)를 응원하는 스퍼스 팬으로서 마음은 아프지만, 이 경기는 철저한 '언더독' 게임이었다. 경기 전 ESPN 승률 예측은 이미 OKC의 70% 우위를 점쳤고, 실제 경기 양상도 3쿼터 막판 OKC의 압도적인 퍼포먼스로 흘러갔다.
3쿼터 종료 32.1초 전, OKC의 켄리치 윌리엄스(Kenrich Williams)가 3점 슛을 꽂아 넣으며 점수 차는 19점까지 벌어졌다. 이때 OKC의 승리 확률은 99%에 도달했고, 남은 4쿼터는 사실상 승패가 결정된 '가비지 타임'이 되었다. 바로 이 지루한 시간에, 시장은 어떻게 반응했을까?
Source : Polymarket
대중은 이를 단순히 승패가 결정된 지루한 시간으로 여길지 모르지만, 누군가는 이 순간에서 확실한 기회를 발견했다. 실제로 경기 시작 후 발생한 전체 거래량의 75%가 바로 이 시점, 승패가 기운 직후에 체결되었다. 해당 시점 이후의 거래 내역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투자 기간: 약 2시간 (매입 ~ 정산)
총 투자금: $102,260.03
순수익: $118.83
ROI: 0.116%
APR (단순 연환산) : 389.06%
세 가지 관점에서 해당 거래 내역을 합리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금융의 관점 : 이 거래는 불확실성에 베팅하는 도박이 아니다. 이미 결과가 99% 확정된 미래의 현금($1)을 아주 미세하게 할인된 가격에 매입하는 '초단기 채권 매매'에 가깝다. 대중에게는 의미 없는 가비지 타임이, 누군가에게는 유동성 팩토링의 시간이 되는 것이다.
도메인 관점: 농구는 잦은 공격 횟수와 고득점 체계의 특성상 구기 종목 중 이변이 일어날 확률이 가장 낮다. 더군다나 당시 상대는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주던 OKC였다.
에어드랍 파밍의 관점: 폴리마켓(@Polymarket)은 이미 토큰 발행과 에어드랍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는 폴리마켓 뿐만 아니라 전체 예측시장에도 적용되는데, 만약 에어드랍을 위해 거래량(Volume) 확보가 필요한 사용자라면, 리스크를 극도로 낮추면서 볼륨을 채울 수 있는 이 거래는 매우 합리적인 전략이 된다.
물론 35초 만에 13점을 몰아넣었던 T-Mac(Tracy McGrady)과 같은 '블랙 스완'이 발생할 리스크를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확률적으로 극히 희박한 이러한 상황은 투자의 실패라기보다 천재지변과 같은 불가항력으로 간주하는 편이 타당하다.
이러한 투자 방식은 비단 NBA 경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핵심은 '결과의 실현’과 '최종 정산' 사이에 존재하는 시간적 괴리를 공략하는 데 있다. 물론 투자자가 어느 시점을 '결과 확정'으로 판단하느냐, 즉 '확신'의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리스크와 수익률은 달라지는 구조다. 하지만 예측 시장을 단순한 베팅이 아닌, 확률과 시간을 정교하게 사고파는 시장으로 바라본다면 이는 분명 흥미롭게 지켜볼 만한 영역이다